비둘기 속의 고양이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수경 엮음 / 황금가지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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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데 자그마치 한 달이 훌쩍 넘은 시간이 걸렸다.  점점 운동을 하면서 마무리로 자전거를 타는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그럴 때 읽으려고 따로 gym bag에 갖고 다니던 이 책은 결국 어제에 와서야 다 읽을 수 있었다. 

 

알려지지 않은 아랍국가의 내분으로 희생된 왕자의 보석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살인사건이 주된 모티브인데, 언제든 outsider가 살인을 저지를 수 있다는 전제를 깔아놓고 있어 과연 누가 범인인지를 추리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재미있는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많이 떨어뜨려 놓고서 띄엄띄엄 읽다보니 오히려 작가가 장치한 트릭이 선명하게 보이더라는 것이다.  더 많이 쓰면 spoiler가 될테니까 이만해야지 싶다. 

 

일본 추리소설에서 잘 나오는 시각의 맹점을 이용한 부분도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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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4-04-22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최근에 예고살인을 읽었는데, 번역이 엉망이어서 (해문) 정말 짜증이 최고치로.. 여튼 60권을 쌓아두고 한권씩 읽으신다니 진짜 부러움 ㅋㅋ 읽으면 읽을 수록 트릭까지는 아니어도 범인 정도는 대충 추려낼 수 있게 되었어요. ㅎㅎ

transient-guest 2014-04-22 09:00   좋아요 0 | URL
예전에는 그런걸 잘 모르고 읽었는데, 이제는 눈에 쏙 들어와서 번역오류는 저도 참 싫어합니다. 잔뜩 사들인 책은 많은데 시간이 점점 없어지고 있어요. 추리소설도 더 많이 보고 싶은데 구하기 힘든 책도 있구요.ㅎ 행복한 고민이려나요?

몬스터 2014-04-22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짐에서 자전거 타면서 책 보는데 , 요즘 이문열 삼국지 읽고 있어요. 두 달 정도는 읽을 거리가 있을 것 같아요. 이 책 아이X에서 봤는데 , 별점 네개 주셨네요? 제 기억이 맞다면 저는 추리소설은 읽은 기억이 없네요. ( 아...)

transient-guest 2014-04-23 02:24   좋아요 0 | URL
제가 주는 별점은 큰 의미가 없어요..ㅎ 아주 별로였던 책이 아니면 3-4개는 쉽게 나오는데, 사실 함부로 별점을 주는 것 자체가 좀 그래요. 이문열 삼국지는 입문으로 나쁘지 않아요. 다만 이문열의 다른 책처럼 교묘한 세뇌가 좀 걸리는 듯..ㅎ 남자들에 삼국지는 여러가지로 로망이죠. 6살땐가 삼국지를 동화책으로 처음 접한 이래 그 마법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답니다.
 

정몽준씨의 서울시장 후보자 자리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온 국민이, 아니 전 세계가 가슴 아파하면서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이 거대한 비극의 상황에서 유족들을 '미개한 국민' 운운하는 막내 아들놈 때문에 말이다. 

 

이 대참극을 정치적인 이야기로 비약하는 것이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까지 굵직한 이슈들과 사건들을 보면 우리의 실재하는 현실과 정치는 결코 따로 떨어뜨려 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다. 

 

내가 사실 그 아들내미의 글을 보고 놀란 점은 아직 스무살도 채 되지 않는 놈의 영혼에 깊숙하게 각인된 것으로 보이는 특권의식, 계층의식이다.  그의 글을 보면 너무도 뚜렷하게 자신은 대다수의 '국민'을 내려다보는 듯한, 그러니까 저기 멀리 구름 위 정도에 앉아서 밑을 내려다보는 사람의 사고가 느껴지는 것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우리는 이래서 안돼' 수준의 자조가 아닌, 상위에서 하위를 내려다보는, 하잘것 없는 '그들'을 내려다보는 시선이, 채 스물도 안된 녀석의 발언에서 너무도 진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정몽준씨는 서울 시장 자리에 올라서는 안될 사람이다.  오세훈의 재림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자극적인 개발발언으로 다시 유권자의 욕심을 불러일으켜 표심으로 만들 작정인 이 자는, 그러나 민생과는 무관한 사람으로 살아왔고, 관속에 실려 지구를 탈출하는 그 날까지도 아마 국민 대다수의 삶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 자식놈의 발언을 보면, 그의 평상시의 사고를 유추할 수 있다. 

 

게다가 더 끔찍한 일은, 이 아들놈의 미래인데, 아마도 아버지의 후광과 집안의 돈으로, 우리 대다수가 모르는 사이에 좋은 학벌을 쌓고 외국의 그럴듯한 학교에서 그럴듯한 학위를 받아, 회사생활을 하다가 언젠가, 정치계에 들어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때 정도면 이번 사건은 많이 잊혀지고, 이놈의 발언도 잘해야 '철없던 시절'의 일탈 정도로 희석될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  평생 그렇게 특권의식으로 꽁꽁 뭉쳐 자라났고, 키워졌으며, 자신의 존재 전반에, 학위, 직업, 커리어 모두가 이를 통해 만들어진 사람은, 결코 그것을 벗어날 수가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이런 자들이 적어도 우리의 leader자리에는 머무를 수 없다는 것, 머룰면 안된다는 것을 각성했으면 한다. 

 

뉴스를 보기가 두렵다.  그러면서도 자꾸 보게 된다.  단 한 명이라도 구조되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볼 때마다 늘어가는 희생자 숫자에 가슴이 아리다.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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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을 구조하고 안전을 끝까지 책임질 사람들이 가장 먼저 탈출한 것은 큰 죄다.  하지만, 유사언론의 선동에 넘어간 마녀사냥은 자제했으면 한다.  이 비극의 발단은 결국 이명박 정부 하에서 벌어진 수 많은 규제완화가 아닌가?  일본에서는 만들어진지 20년이 되는 선박은 폐처리한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규제완화로 인해 여기서 10년이나 늘어난 30년이 선박의 법정수명이 된 것이다.  그 결과 건조된지 18년된 배를 사들여 무리하게 증축/개조한 것이 세월호이다.  정확한 원인은 철저하게 규명해야 하겠지만,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그 시작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여기에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 전문의식부재, 그리고 그 정점에 있는 부패하고 안일한 행정이 사형대에 올라야 할 이번 참극의 주원인들인 것이다.  


자꾸만 선장에게 주의를 돌리는 주요유사언론의 행태가 불쾌하다.  이미 고발뉴스에서 보도된 바 현장에서의 무능과 태만, 그리고 눈가리기는 심각한 듯 하다.  여기에 박근혜씨의 현장방문으로 촉발된, 비극에 숫가락을 얹고자 달려드는 쓰레기 같은 정치인들의 방문으로 인한 인력낭비까지 하나도 제대로 된 것이 없다.  이것이 부정한 방법으로 정권을 얻은 자들의 행태가 아닌가 싶다.  여기에 이 비극이 행여나 선거에 영향을 줄까 두려운 나머지 6-4선거를 연기하자는 이야기를 솔솔 피우고 있다.  


불과 한 달 전인가 박근혜씨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번영의 적이라고, 개처럼 달려들어 해결해야 한다고 짖었던 바 있다.  그렇게 풀린 규제는 강을 썩게 만들고, 국가방어와 공적인 안전을 무시하고 롯데월드 2차를 짓게 만들었으며, 이번 비극의 직간접적인 원인이 되었는데도 그렇게 짖을 것인가? 


한국이 살만하다고 떠들어댄다.  원래 그렇다며 참아야 한다고도 한다.  GDP가 어떻고, 국가위상이 어떻고, 그렇게들 떠들어댄다.  그럼 하나만 묻자.  그렇게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 왜 국가부패율과 자살율 톱을 달리고, 같은 시간에 언론자유와 인권은 rock bottom을 달리는가.  그렇게 살기 좋은데 왜 한번 외국에 나오면 들어가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가.  그렇게 살기 좋은데 왜 못나와서 안달인가.  알고 싶다.  


정치인만을 탓할 수는 없다고 한다.  그들을 뽑은 사람들을 탓해야 한다고.  하지만, 오늘만큼은 정치인들만을 탓하고 싶다.  어쨌든 그들을 뽑은 민의는 좋는 것을 바라고 - 설사 그 판단이 어리석었다 해도 - 그들을 지지한 것이기에.  


계속 늘어나는 사망자 숫자.  그 추운 바다에서 떨고 떨었을, 최후의 순간까지 두려움으로 산소부족으로 그렇게 고통을 받았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너무도 무력한 나 자신에 화가난다.  하루 종일 가슴이 먹먹해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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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4-04-21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비판해야 할 것, 정작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교묘히 가려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냥 어른들의 말을 믿고 기다리며 그 어른들이 도망갈 동안 그 어른들이 방치할 동안 서로를 격려하고 또 그 아이들을 지키려고 기다렸던 교사들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파 눈물이 나요. 던적스럽다,는 말을 이럴 때 하는 건가 봐요. 잘 늙어야 겠어요. 나이 들수록 더 탐욕스러워지고 역겨워지는 자들의 작태가 끔찍해요.

transient-guest 2014-04-22 00:29   좋아요 0 | URL
안전교육도 수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것 같고, 정작 위험상황이 닥치고 나서는 패닉한거죠. 분명히 선장 이하 선원들에게는 큰 책임을 묻게 될 상황인 것 같아요. 하지만, 더 큰 원인, 그리고 정부의 초등대응,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특히 정권에 불똥이 튈까봐 전전긍긍인거죠. 돈 밖에 모르는 세태도 큰 문제구요.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게 더욱 답답하게 하네요.

saint236 2014-04-21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이번 기회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언론에 대해서, 정치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종북 몰이가 한동안은 통하지 않는 세상이 올지도 모르죠.

transient-guest 2014-04-22 00:30   좋아요 0 | URL
그래도 열심히 종북몰이를 하는 한기호 같은 놈을 보면 적어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희망이 없다고 봐요. 이렇게 큰 일도 지나가면 끝이지 하는 생각을 못하게 무엇인가 변화를 일으키는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Alicia 2014-04-22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영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전체적인 효용만을 생각하지 각 개인의 삶의 구체성에 대한 인식은 결여돼 있는 것 같아요. 그 전체적 효용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그 자신들의 사익추구에 불과하지만...그냥 사고의 구조 자체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어요.

transient-guest 2014-04-22 08:02   좋아요 0 | URL
민영화 찬양논리는 사실 가진자의 논리라고 봐요. 일반인들에게는 '효율'이라는 말로 호도되는 것이구요. 예를 들어 원래 이익이 나는 사업이 공공기관주도라서 손해를 보는 경우와 원래 사업자체가 이익을 따질 수 없는 사업 이렇게 두 경우가 있는데 이걸 교묘하게 섞어서 왜곡하는거죠. 세계 어느 나라나 민영화를 두둔하는 세력은 기득권인거죠. 깨어있는 정신을 갖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세태 탓도 있습니다만, 여기에 호도되는 일반인들도 문제라고 봐요.
 

다른 이유는 없다.  이 책을 오랫만에 다시 뽑아 든 것은 말 그대로 '즐겁게 살고 싶다'는 제목에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2012년 하루키로 시작해서 하루키로 끝난 한 해, 정말이지 징하게 하루키의 책을 읽고 때늦은 그의 팬을 자처했었다.  그 후 작년에 나온 '색채가...'를 읽은 것과 다른 이름으로 재발매된 몇 권의 에세이집을 읽은 것 외에는 그의 책을 읽지는 않았다.  뭐랄까.  한국에서는 하루키가 너무 메이저가 되어 90년대 그가 처음으로 한국의 독자들을 열광시키던 그 시기의 느낌이 없어졌다고나 할까.  역시 하루키의 책은 그 당시의 책, 그러니까 80년대에 쓰인 책들이 더 재미있고 정감이 어린다.  묘한 아날로그의 감성과 돌아올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아련한 향수라고 할까?  물론 우리에게 80년대는 전혀 다르게 기억되겠지만.


4개월이 채 못되는 금년, 업무는 작년 한 해에 걸쳐 발생한 양보다 더 많아졌다.  새끼 변호사로 일하면서 워낙 모든 처리를 도맡아 했던터라 일은 그런대로 어렵지 않게 하고 있는데, 행정적인 업무가 느끼기로는 작년의 4배는 넘어선 듯 하다.  이대로 가면 나도 회사를 키우고 직원들의 눈치를 보면서 방에 숨어 지내게 될 날이 머지 않은 듯 하다.  한국의 살인적인 업무시간과 강도는 차치하고라도 당장 다른 로펌의 일중독자들이 보면 헛웃음만 나올 소리겠지만, 내 나름대로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보니 이 책의 제목이 눈에 꽂혔던 모양이다.  예전에 여러 번 읽은게 분명한데, 이번에 읽으니 색다르게 마음에 다가오는 것이 책은 역시 이렇게 모아두고 꺼내어 보는 맛이 각별하다.  책을 정리해서 다른 곳으로 보내거나 처분하는 것은 나에게는 무리일듯.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보지 않는 원칙아닌 버릇과 함께 지켜지는 나만의 법칙이라고나 할까.


96년에 나왔고, 수많은 사람들이 읽었을 이 책의 내용을 새삼 다시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저 이렇게 지치는 한 주를 보내는 나에게 잠깐이나마 휴식을 주었다는 점에 감사할 뿐이다.


9-11과 이라크 침공 전까지만 해도 연간 2-3억대 매출이던 블랙워터는 전쟁 후 1년만에 2-3천억대 회사가 된다.  블랙워터 뿐 아니라 군산복합체로 상징되는 미국의 군사산업은 이제 병참과 무기생산의 수익구조를 넘어 전쟁 그 자체를 민영화하여 수익모델로 만들어 버렸다.  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2006년, 일례로, 이라크에 주둔하던 정규군과 용병의 비율이 1대 1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게다가 이런 류의 회사들은 전통적으로 강한 공화당과 수구세력을 지지하면 근본주의 기독교 세력의 아젠다를 고수하는 정치행태를 보여 왔는데, 그런 조직이 돈과 무기 및 고도로 훈련된 사병조직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음으로 양으로 정계의 막후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도 상식적으로 합리적인 사람의 생각으로 보면 위험하기 짝이 없다.  


앞으로 잃어버린 10년이 확실시 되는, 이명박의 당선과 함께 시작된 과거로의 회귀나, 나찌의 행보를 그대로 빼어닮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리고 지역적으로 조장되는 인종청소의 초기단계를 볼 때, 이런 pseudo-크리스찬 용병회사의 존재는 민주주의와 합리적인 시민사회에 있어 큰 위협이 된다.  앞서에도 말한 바 있지만 강정마을에, 한국의 통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런 용병회사가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고, 미국 정부, 아니 그들을 조종하는 군산복합체의 힘 앞에 한국 정부는 너무도 무력하기에 걱정이 된다.  관심이 있는 사람은 꼭 읽어볼 것을 권한다.


세월호가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좌초하고 말도 안되는 초기대응과 관련자들의 태만으로 아마도 이 정부들어 최고의 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한창 피어날 생명들이 그렇게 사그러져갈 때 어른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고 싶다.  선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태만과 실수는 엄중한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하겠지만, 섣부른 마녀사냥은 경계하도록 하자.  깨인 그대들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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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19세기 - 푸슈킨에서 체호프까지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이현우 지음, 조성민 그림 / 현암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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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은 보통 특별한 due date이 있는 때가 아닌 이상 비교적 한가한 편이다.  주중에는 아무리 맘이 급해서 이리 저리 뛰지만 금요일이 되면 내 맘도 고객들의 맘도 가라앉는 것 같다.  물론 이제 3년 간 내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생긴 전화상담의 노하우도 무시할 수가 없다.  끊어내는 방법을 더 익혔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는데, 어쨌든 바쁜 일상에서 이렇게 하루 정도 쉬면서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것도 좋다.  덕분에 점심 때 운동을 할 수 있었는데, 날이 더워진 덕분에 흠뻑 땀에 젖은 것을 조금 말리는 정도로 하고 들어와서 마저 책을 다 읽고 간간히 들어오는 메일에 답변을 적어 보내주었다.  


러시아 문학, 나아가서 러시아의 지성사는 아마도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한번 정도는 관심을 갖게 되는 분야라고 본다.  그런데 그 역사적인 특성과 지리적인 특이점 이상 그 계보를 파악하고 이에 따라 나오는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시대적인 배경에 함께 붙여 해석하는 것, 나아가서 이를 자신의 삶이나 세상에 대입하여 비교분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강의로도 들었고, 공부도 해봤음에도 불구하고, 하여, 러시아 문학은 어렵다.  어린 시절에 재미로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접한 것이 아니라 공부의 하나로써 접한 러시아 문학과 인텔리겐챠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계속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고심하게 한다.  


그러다가 최근에 나온 로쟈의 책을 통해 조금 더 이에 다가갈 수 있는 실마리를 잡은 것 같다.  푸슈킨으로 시작해서 체호프로 끝나는 계보파악과 주요작품을 통한 역사적, 철학적 혹은 문학적인 고찰은 강의노트를 책으로 꾸린 형태에 맞게 쉽게 잘 들어온다.  그전에 읽은 작품들도 있고, 읽으려고 하는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는데, 일단 간략한 배경설명과 함께 무엇을 찾아볼 것인가에 대한 좋은 길라잡이가 되어 준 느낌이다.  일견 지루할 수도 있었을 내용과 구성을 강의 특유의 lively한 어조와 풀이로 잘 잡아낸 것 같다.  다시 러시아 문학을 향해 나갈 힘을 얻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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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4-04-12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에서는 중고등학교에서 러시아 문학 등 해외문학에 대해 어느 정도 배우나요?

transient-guest 2014-04-13 06:00   좋아요 0 | URL
중고등학교 때에는 일반적으로 자국문학을 많이 하는데, 학교나 과목에 따라 고전문학도 배웁니다. 특히 비싸고 등급이 놓은 사립학교에서는 매우 일찍부터 인문사회 전반에 대한 교육과정이 특화되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저 고등학교 때에는 호밀밭의 파수꾼, 스타인벡, 앵무새 죽이기 등을 읽은 기억이 나네요.

노이에자이트 2014-04-13 17:22   좋아요 0 | URL
좋은 사립학교에서는 유럽에서 하는 교육 비슷하게 하는군요.

transient-guest 2014-04-13 23:22   좋아요 0 | URL
결국 이공계를 중시하면서도 엘리트교육은 인문사회교육으로 기초를 닦고 기본교양을 쌓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 같아요. 최근에 유행한 독서-자기계발서 계열의 책 몇 권이 이 부분을 많이 이야기 했지요.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