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을 이제서야 구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5권까지 나와있으니 앞으로도 중고를 노려봐야 할 듯. 이곳에서 받는 한국책의 값은 꽤나 높고 본국의 D/C나 특가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다.
일단, 비판적인 입장으로 서구문명과 종교, 그리고 미국의 패권주의를 보는 사람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관점으로 십자군 운동의 전후를 서술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책의 구성도 좋고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방식도 깔끔하다고 생각되나, 바로 그런 비판적인 입장, 특히 당시 9-11이후 부시행정부가 주도하던 더러운 침략전쟁의 근본 내지는 기원을 중세의 십자군 전쟁에 맞추다 보니 다소 무리가 발생하기도 한다. 현대의 정쟁과 당시의 역사적인 사실에서 분명한 연관성도 있을 것이고 유사한 점이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렇게 이야기를 비교하면서 풀어나가다 보니 전개가 산만하고 어떻게 보면 조금은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는 듯 하다. 부시가 밉긴 미웠을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시오노 나나미 식의 마초스러운 이야기 형태에서 벗어나 아랍권의 입장, 나아가서는 후대에 만들어진 fact가 아닌 당시의 기록과 사건사실에 의거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맘에 든다. 이 십자군 전쟁은 기실 한국에서는 선교라는 이름으로 계속 자행되고 있는 종교폭력의 다름 아니기에 꾸준한 연구와 관심이 필요한 주제라고 본다.
일본의 오사카는 세키카하라 전투 이후 세력을 잡은 도쿠가와 이에야쓰의 도쿄 천도 이전까지 일본의 물산을 좌우하던 도시였다. 도쿠가와 치세 이후 완전히 굳은 도쿄의 지역적인 힘 때문에 이제 오사카는 불량스럽게 그려지는 곳이기도 하지만, 현재까지도 이곳의 상권은 대단하다고 한다.
어떤 fact의 나열이랄까, 지식적인 면에서 일독은 괜찮은 책이다. 하지만, 종종 이런 종류의 책에서 보듯이 cause와 correlation을 혼동하는 경향이 눈에 띄어 공감을 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많았던 것 같다.
또 함부로 의심하여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어떤 표현을 보면 너무도 일본색이 강해서 과연 이것이 저자의 own wording일까하는 의구심도 종종 들었는데, 예를 들어 일본을 '천하'로 지칭하는 따위의 어법이라고 하겠다. 일본 열도를 '천하'로 지칭하는 것은 그네들 밖에 없을 것인데도 굳이 '천하'를 제패한다는 표현을 쓴 것은 아무리 좋게 봐도 일본사료의 글을 그대로 옮긴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런 지엽적인 문제들 외에도 역시 가장 큰 문제는 Cause와 Correlation을 혼동하는 듯한 부분인데, 역사가 아닌 자계서의 접근 방법에서 발생하는 오류가 아닌가 싶다. Cause와 Correlation혼동의 예는 다음과 같다.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나온 통계에 의하면 아이스크림이 많이 팔리는 해에는 상어공격에 의한 상해수치가 높아진다고 한다. 이때 아이스크림 판매증가와 상어공격의 빈도증가는 Correlation의 관계이고 이것을 Cause로 혼동하면 마치 아이스크림이 많이 팔리면 상어의 연안출몰이 늘어난다고 보게 되는 것이다. 실상은 아이스크림 판매증가 = 더위 = 더 많은 사람들의 beach출입 = 더 빈번한 사고기회 = 상어상해증가로 보는 것이 맞다고 하겠다. 즉 여기서 Cause는 더운 날씨에 의한 beach행락객 증가로 보는 것이다.
뉴라이트의 역사조작에 대한 학술적 고찰인데, 이 또한 오랜 기간 구해보려고 기다린 끝에 중고로 얻는 책이다.
역사를 연구함에 있어 특정한 관점을 갖는 것은 fact의 해석에 있어 용인된다. 하지만, 이들의 행태는 fact 그 자체를 왜곡하는데 문제가 있고, 이는 역사라는 틀에서의 목적이 아닌, 정치적인 목적, 그러니까 특정주의나 특정한 세력을 옹호하기 위한 것이기에 큰 문제가 있고, 진지한 학문적 고찰이나 토론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요컨데 결론을 미리 정해놓은 상태에서 역사를 억지로 끼워맞추는 격이니 궤변이 아닐 수 없다.
기실 상대방의 주장을 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진지한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의 입자에서는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말도 안되는 주장을 읽을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또 그런 참을성이 없는 나로서는 그저 비판을 할 뿐이다. 김기협씨의 시도는 따라서 학자적인 관점에서 본받아야 할 자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마저도 현상을 해석하기 위한 cause와 correlation의 오류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저자의 모든 해석에 동의할 수는 없었다.
날이 더워지고 있다. 운동과 책읽기, 그리고 일에 매진하여 더위를 잠시나마 잊어야겠다.
PS 갑자기 떠오른 책의 한 귀절인데, 잊고 있었다가 오늘에서야 떠올렸다.
"국민들의 눈에서 시대의 흐름을 오랫동안 가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그들이 시도할 일은 한 가지다. 시대의 흐름을 진짜로 뒤집어놓은 것이다"
지난 부정선거가 떠오르면서 이미 자정능력도 의지도 잃어버린 정치권을 모습과 함께 모골이 송연할 수 밖에 없는 혜안이다. 총체적인 부정선거의 모든 정황과 증거 및 관련자가 속속 들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도, 문재인도, 안철수도, 어느 그 누구도 결정적인 한 마디, 부정선거로 인한 박근혜의 당선무효로 사퇴하라는 그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을 보면 역시 총대를 매는 사람이 부재한 대한민국이고 그 적나라한 꼴은 세월호 대참사에서 드러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