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월요일은 어김없이 돌아오는 미국의 Memorial Day로써, 나도 간만에 하루를 쉬었다. 이는 2차세계대전, 유럽에서의 승리를 축하하고 스러져간 군인들을 기리는 하루인데, History 체널에서 마침 흥미있는 3부작을 방영해서 재미있게 보고 있다. 미국이 참전한 전쟁들 중 다수는 상당히 논란거리가 있는 것들이고, 특히 냉전시대 이후의 이런 저런 일들은 욕을 먹어야 마땅하겠지만, 적어도 2차대전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하여 토를 다는 경우는 많이 없는 것 같다. 자기들도 그걸 아는지, 가끔 영화에서도 미국이 참전한 전쟁들 중 마지막으로 정의로운 전쟁이었다는 투의 표현도 하는것을 보는데, 그만큼 나찌는 철저하게 죄악시하면서 정작 같은 기간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해서는 상대적인 과대함을 보이는 것을 보면 나찌독일 = 악이라는 등식의 성립에는 역시 유태인들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리 바쁘지 않은 5월을 보냈지만, 그래도 일인지라 평일에는 거의 책을 읽지 못하고 주말에 몇 권 싸들고가서 겨우 읽어내는 것이 전부이다. 가뜩이나 문학은 어려운데, 이렇게 집중하는 것이 쉽지 않다보니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게 되는 것이 다반사다. 장르를 굳이 차별하지는 않지만, 문학 만큼의 깊이는 없기 때문에 역시 문학작품을 한 권씩 읽어나가는 것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모자란 것을 채울 수 있기를...
난해하다. 내용 그 자체는 flow가 워낙 좋아서 술술 읽어내려갔지만, 그리고 장면마다 차분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그림을 보는 것처럼 느꼈지만, 결과적으로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를 전혀 종잡을 수가 없다.
'현대'자가 붙은 모든 것은 난해하다라고 누군가 말했었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쉽게 속을 보여주는 책은 아닌 것 같다. 게다가 하필이면 프랑스 작가의 책이다. 너무 심한 일반화가 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같은 서구권이라도 영미권의 작가들보다 프랑스 작가들의 작품은 보다 더 추상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마치 한 편의 독립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 가뜩이나 'Detachment'라는 영화를 본 후라서 그런지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중간에 삽입된 그림은 상당히 맘에 드는데, 이보다는 더 정돈이 되어야겠지만, 난 이렇게 책으로 꽉찬 공간이 너무도 좋다.
제목만 보고 사들인 댓가를 톡톡히 치루게 한 책. 마치 클리프노트 와도 같은 책인데, '중학생' 어쩌고, '논술' 어쩌고 하는, 제목 때문에 첫 눈에 알아보기 어려운 것들을 미리 보았더라면 절대로 구매하지 않았을 책이다.
켄터베리 이야기를 원본으로 읽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운문체를 읽어나가는 건 애교수준인데, 중세영어를 읽어가면서 해석과 함께 음미를 하는 것은 정말 어렵기 때문에, 영문판도 대부분 영어는 현대의 방식으로 편집하는 걸 본다. 몇 년전에 영문판을 구해놓고서는 어디에 두었는지 찾지 못하고 있는데, 한국어판도 하나 있어야할 것 같아서 샀다가 이런 '피해'를 보고 말았다.
편저자의 이름이 붙은 문학 요점정리 및 주안점정리까지 친절한 책이니, 해당 작품을 읽는 것보다는 당장 내일의 독후감 숙제가 급한 학생들에게 꽤나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하겠다. 물론 어려운 책을 당장 마구 읽을 수 없는 사람이 굳이 그렇게 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런 참고서가 '책'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것은 매우 기분나쁜 일이다. 책의 반 정도가 '켄터베리'의 이야기가 되고, 나머지는 말 그대로 '참고서'로써, 읽는 학생의 숙제를 도울 수 있는 내용으로 꽉 차있고, 심지어는 토론해볼 문제까지 제공하는걸 보면, 한숨만 나올 뿐이다. 결국 난 다른 국역판을 찾아야 한다.
일본인들의 '희생자' 코스프레는 언제쯤에나 끝이 날까?
2차대전 말기, 항복을 앞두고 최고위층의 명령에 의해 국가재건을 위한 금을 은닉했다는 이야기. 끔찍한 것은 이 금을 지키기 위해 결국 자살하는 학생들의 묘사가 '용감한' 그들의 희생으로 미군정은 이 금을 포기했다는 식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숭고한 희생이 아닌, 사의 찬미와 국체론에 길들여진 이들의 모습은, 특히 일제에게 희생당한 당시 한국인들의 기억을 공유하는 우리에게는 심한 거부감을 느끼게 할 것이다. 아사다 지로의 작품을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지만, 나의 호감과는 별개로 이 책에서 보이는 그들의 전쟁관이나 국가관에 대한 구역질은 어쩔수가 없다. 세월호 참사라는 끔찍한 대재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주님 최고를 외치는 그들과도 오버랩되기에 더욱 끔찍하게 느껴졌다. 소설적인 재미는 물론 있다. 하지만...
푸닥거리를 통해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이런 '간접'살인은 과연 기소할 수 있을까? 라는 명제에 눈이 멀면,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되는데, 이는 작가가 원하는 그대로 트릭에 빠지는 길이다.
운동을 하면서 읽는 책인 관계로, 무지하게 오래 걸려서 다 끝냈다. 그만큼 요즘 운동에서는 마무리로 하던 자전거 타기에 게을렀다는 이야기.
독자의 눈을 다른 곳으로 고정시켜버리는 트릭도 멋졌지만, 더욱 각별한 재미는 결국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부분이다. 오컴의 면도날이라고나 할까, 합리적인 추론으로는 도저히 설명될 수 없다면, 반대의 의견이나 가능성을 의심해보아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다.
깊이 있는 책을 더 많이 읽기 위해 노력하고, 영어책을 더 많이 읽으려고도 노력하지만, 맘처럼 쉽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그득 쌓인 나의 친구들은 그렇게 내 손길을 기다리는데...계속 읽다보면 한 권씩 흡수하리라는 희망으로 살자.
PS 지난 주중에 읽은 책 한 권은 까먹고 넣지 않았다.
<Greylancer>라는 책인데, 히데유키 키쿠치의 작품이다. Vampire Hunter D 시리즈의 스핀오프로 만든 단권작품인 듯 한데, Vampire들이 귀족으로 세상을 지배하던 시절에 있었던 3000년 간의 UFO문명과의 전쟁 당시 활약한 Greylancer라는 귀족 최강의 전사에 대한 짧은 이야기다. 속편이 나올 것 같지는 않고, 난 그저 이 작가의 책은 다 재미있게 보는 편이라서 구해 읽었다. 지금은 Wicked City 첫 권을 읽고 있는데, 역시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