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주문할때만 해도 그 내용이 이처럼 방대한 fact를 시간흐름에 맞춰 전후일본의 시발점이 되는 천황제와 도쿄대학교의 역사로 풀어낸 것일줄은 몰랐다.  약 2000페이지가 넘어가는 엄청난 양인데, 다카시의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상당부분이 사건사실의 나열로 이루어져 있다.  좀 나쁘게 말하면 지겨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 많았다고도 할 수 있겠는데, 그래도 다카시의 책이니만큼 읽는 중간마다 그의 촌철살인의 한 마디를 찾을 수 있었다. 


전에 읽은 같은 작가의 이런 저런 대학, 교육, 및 정치담론을 보면서 역시 한국의 현대사는 일본의 그것을 따라가는 경향이 강하다는 생각을 한 바 있다.  기실 강점기 교육을 받는 친일 엘리트가 해방 후에도 숙청되기는 커녕 정치, 경제, 문화, 사회, 군대, 언론 등 나라의 요직을 대부분 차지해버린 나라가 대한민국이기 때문에 최근 창극의 참극에서 보았듯이 일제, 그러니까 현대 일본보다는 제국주의 시대의 일본에 가까운 자들이 대한민국 건국 후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의 헤게모니를 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 한국의 건설에는 음으로 양으로 일본의 입김과 간섭이 영향을 끼쳤는데, 특이한 점은 상당부분의 그런 답습이 한국인에 의해서 이어져왔다는 사실이라고 하겠다.  


도쿄대학은 철저하게 국가에 의해, 국가를 위한 목적으로 인재양성을 위해 세워진 교육기관이다. 따라서 모든 교과과정은 당시 막부를 무너뜨린 메이지 정부의 숙원인 서구화, 탈아, 근대화와 부국강병에 초점이 맞춰졌었고, 이후 이들은 메이지, 그리고 소화시대의 팽창시대를 거쳐 전후에 이어 지금까지도 일본을 움직이는 최고 엘리트 기관이 되어있다.  한국의 서울대학교 출신들이 사회전반에 포진되어 모든 요직을 독차지한 한국 현대사의 전신이 결국 여기에 있다고도 할 수 있는데, 물론 세세한 모습은 차이가 있으나 거쳐온 역사를 보면 그리 다르지 않다는 점을 볼 수 있기에 이 책을 읽는 것은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읽는 것이기도 하다.


도쿄대학을 둘러싼 일본의 이런 저런 이야기에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할만큼 너무도 일본에 국한된 fact에 충실했으나, 엉뚱하게도 나는 여기서 당시 군국주의자 - 이들을 혁신파라고 불렀다 - 들이 적은 숫자로 정부를 전복하기 위해 내세운 '일인일살, 일살다생'의 개념에 살짝 끌렸다.  과정이 잘못되면 결과가 아무리 좋아도 인정 받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로 보면 암살은 정도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세월호 참사 이후 달라지기는 커녕 더더욱 나빠지고 있는 한국의 상황을 보면서, 7인회니, 만만회니, 그리고 그 뒤를 알 수 없는 닭씨의 비선라인의 전횡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what if를 떠올리는 것은 망상주의적인 낭만파 기질이 있는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아니 어쩌면 테러,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불특정다수를 노리는 폭탄테러 같은 짓 말고, 우리 독립지사들의 전술적인 방법론으로써의 테러와 암살은 힘있는 majority를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강한 유혹으로써 이런 생각을 한 것이다.  


과거의 망령이 백주대낮을 활보하면서 시간을 거꾸로 돌려놓는 지금, 이미 쌓일만큼 쌓인 조직력과 자금줄로 향후 스러지지 않을 강고한 권력으로 자손대대로 한국을 지배하려는 그들을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어쩌면 한 사람이 한 명을 암살하여 일인의 죽음으로 다수를 살리는 것 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말이 그렇다는 얘기다.  솔깃하니까.  하지만, 암살로 야기될 혼란과 이를 기화로 다시 세를 불리는 불의한 조직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서라도 폭력은 답이 될 수가 없음이다.  그저 엉뚱한 상상을 해보는 것 뿐이다.


얼마전에 돌아가신 선생의 마지막 작품인 듯 싶다.  '백년간의 고독'에서 보여지는 환상소설의 묘사와도 같은 부분이 있고, 한 노인의 회고와도 같고, 사랑을 찾지 못해 육체를 갈구한 늙은이의 씨부렁거림 같기도 하다만, 같은 얘기라도 '은교'에서 언뜻 느껴지는 작가의 딸딸이 같은 투영이 이 작품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90이 되어서 숫처녀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 사랑 때문에 오히려 평소의 자신처럼 쉽게 돈으로 몸을 사들여 섞지 못하고 그저 환상처럼 중간의 외줄타기를 즐기면서 행복해하는 노인의 모습은 마치 '여자'를 알기전에 먼저 관념으로 시작되는 첫사랑을 닮았다.  지나고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그러니까 남자의 말로 경험을 하고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그러나 그 경험을 처음으로 치루기 전까지는 그 관념의 세계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것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해결된다.  


그런데, 이 노인의 사랑은 먼저 몸으로 시작되었고, 90대가 되어 죽음을 예감하는 어느 날 갑자기 숫처녀을 찾고, 그녀를 보자마자 '관념'적으로 지켜보는 사랑을 하게되는 거꾸로 가는 형식을 통해 역설적으로 가장 첫 번째로 배웠어야 했을 사랑의 방식을 인생의 황혼기의 마지막에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 


노인이 되면 다시 아이가 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인지, 무엇인지 쉬이 추론하기에는 내 문학독해력이 너무도 보잘것이 없다.  그저 왜 이 책을 이 나이에 썼을까 하고 생각을 해보면, 처음과 끝, 끝과 처음은 결국 하나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노대가가 말년에 쓴 작품이니만큼, 살아온 세월의 그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을 것인데, 언제나처럼 나는 알 수가 없다.


July 4th연휴를 하루 일찍 시작하였는데, 막상 하루 쉰다고하여 특별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럭저럭 지리한 하루를 보냈다.  지금은 실로 오랫만에 서점에 나와서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보다가 이렇게 끼적거리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른 책 한 권이 더 있는데,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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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4-07-04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황과 도쿄대학교 재미있습니다. 두꺼워서 보기가 어렵지요!

transient-guest 2014-07-05 06:11   좋아요 0 | URL
중간에 정리하지 않고 읽어서 그렇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더군요. 확실히 fact나열이 좀 길긴 합니다. 분석보다는 이벤트 기록에 충실한 면이 있고, 참고자료도 꼼꼼하게 리스트 되어 있기에 자료로써의 가치도 높더군요.
 

지난 2주간 열심히 업무를 진행시킨 결과 July 4th연휴를 앞둔 오늘, 어느 정도 예정대로 맞춰가는 듯 하다.  그간 이런 저런 서류와 커버편지 등 작업한 양으로만 보면 거의 100페이지 정도의 legal paper를 작성했고, 그 외에도 소소한 잡무와 상담 및 업데이트로 하루가 지나가는 등 정신없는 일상이 이어진 결과, 지금 내 머릿속은 텅 빈 상태같다.  


이렇게 저렇게 책도 적이아니 읽었건만, 정리할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다.  뭔가 하고픈 말도 많이 있고, 다카시의 책은 합쳐서 2000페이지가 넘는 fact정리라서 이 역시 현 시점의 정세와 대입하여 쓰고픈 것들이 있건만 시작할 수가 없는 일종의 burnout 상태가 된 것 같다.  엊그제도 1914-2014의 대비점을 갖고 몇 줄 적어보다가 던져버리고 말았다.  


아무래도 업무량이 떨어지는 7-8월이라서 다소 조용하기는 하지만, 일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고, 몇 client는 계약한지 석달이 훌쩍 넘어가는 지금에서야 자료를 넘겨주기 시작했기 때문에 언제나처럼 일은 한꺼번에 몰려든다는 진리를 몸으로 다시금 느끼고 있다.  8월까지 이런 케이스들을 다 처리하면 조금 더 control이 생길 것 같다.  일이란 것이 proactive하게 끌고 나가야지, 잘못하면 스케줄에 치어서 하루를 보내게 되는데, 실수도 많아지고 마음만 급해지는 등 지양해야 될 방향이다.  


게다가 오늘은 그런 날이었는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는 케이스의 고객이 몇 사람 이상한 문제로 전화를 걸어 상담하고 진정시키느라 정신을 써버리고, 기분만 나빠지고 이렇게 오후까지 앉아서 불평하고 있는 것이다.  주말에 만든 책장 때문에 기분이 좋았는데 말이다.  아버지와 함께 나무를 사서 직접 짜면 시간과 공을 많이 들이게 되지만, 값이나 질에서보나 IKEA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좋은 책장이 나온다.  같은 것을 완성품으로 사면 개당 근 250-300불까지 나오는데, 넉넉잡고 130-50불 정도면 세 개를 만들 수 있다.  한번 만들면 아마 대를 이어서 쓸 수 있을만큼 튼튼한 녀석이 나오니까 아니 만들 도리가 없는 것이다.  


아무튼, 연휴를 앞뒀는데, 미리 계획을 하지 못한탓에 어디 가보지도 못하고 쉬면서 보내게 되었다.  남들 놀때 나도 좀 놀아야하는데..


6월부터 기존에 해오던 운동에 변화를 주기 위해 running을 도입했다.  뛰지 않은지 7년은 넘은 것 같은데, 첫 3주를 잡고 10마일 total 주행거리를 목표로 했으나 기계에서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6.6마일에서 마감했다.  7월의 목표는 15마일의 총 주행거리다.  기계에서 하면 2-3마일도 거뜬하지만, 쉽게 지겨워지기 때문에 주로는 weight lifting후 마감운동으로 하고 있다.  밖에서 running하는게 훨씬 더 좋은 운동인데, 족저근막염 이후로는 시도해본 적이 없어서 조금 주저하고 있다.  한때는 3마일을 30분에 주파하던 시절도 있었건만.  이렇게 해서는 금년에 검도를 다시 시작하는 것도 어렵겠다는 생각이다.  거기에 총쏘는 걸 좀 배워보려고 한국 UDT소령 출신의 관장님이 운영하는 합기도 도장에도 다닐 생각인데, 계획만 잔뜩 잡고 망해버리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어릴 때의 결핍.  운동을 잘 못하고 싸움도 못 하던 아이가 자라서 늙으면 나같이 된다.  무술이나 강함에 끝없는 동경을 갖게 되는데, 사실 뭘 좀 본다는 사람에게 들으면 이생의 문제만은 아니고, 전생부터 가져온 동경인 듯.  누가 그랬는데, 나를 보면 바깥에서 토너먼트를 뛰는 기사들을 멀리 서실에서 부럽게 바라보는 문사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근데 또 결핍이 맞기도 한게, 내가 지금 이 나이에도 게임기나 게임을 좋아한다.  자주 하지도 못하고 잘 하지도 못하면서도 말이다.  내가 어릴 때 역시 이런 것들을 유독 싫어하던 부모님 덕분에 자주 접하지 못하고 커서 그런 것 같다.  나이 들고 돈을 벌면서 좋은 점은 이런 것들.  그러니까 내가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다는 것도 분명히 포함된다.


비나 왔으면 빗소리를 들으면서 막걸리나 한 잔 하겠는데, 여름에는 비는 커녕 해만 쨍쨍한 곳이라서 운치가 없다.  


한 해의 반이 지나갔는데, 작년보다는 훨씬 만족스러운 내용으로 사무실이 운영되어 다행이긴 하다.  


쓰다보니 정말 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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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이야기하는 사건은 약 2주일 전에 있었던 일인데, 쓰다 만 채로 방치하다가 다시 정리한 것입니다.  


흔히들 junk food라고 하면 한국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여기서 보통 생각하는 junk food의 의미란 작게는 거의 모든 fast food에서 더 넓게는 통조림, 포장음식, 튀김음식, TV dinner라고 부르는 직사각형 박스에 담긴 냉동음식 등 slow food가 아닌 것은 거의 다 포함시키고 있다.  중국이나 베트남 음식처럼 restaurant음식과 food court음식이 그 질과 가격을 중심으로 극명하게 갈리는 경우, 값이 싼, 그러니까 좋은 재료를 기대할 수 없고, 그저 엄청난 나트륨과 당, 그리고 MSG를 부어 wok에서 볶아낸 것들은 junk에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그냥 junk만 해도 몸에는 굉장히 나쁜 음식이다.  기본적인 나트륨과 당 함량이 기준치보다 훨씬 높고, 저가의 재료로 맛을 내기 위한 MSG가 듬뿍 들어간데다 냉동상태에서 튀기거나 microwave로 녹이는 방식으로 만들어지기 일쑤라서 자주 먹으면 위에 구멍이 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음식도 어린 시절에는 잘만 들어가고 소화되었던 것을 기억한다.  십대는 달리 어른들이 '무쇠도 녹이는 나이'라고 하는게 아닌 듯.  말 그대로 위장과 대장의 기능이 포항제철의 용광로 같은 나이가 십대라는 것이다. 


어제 늦은 점심을 먹게 되었다.  혼자 먹는 점심이고 가볍게 때울 생각으로 마침 근처에 있는 Chinese fast food를 to-go해와서 먹었다.  사무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이 식당은 takeout을 주로 하는 곳인데, law school 다닐 때 자취하던 아파트에서 가까워서 자주 간 기억이 있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매우 낮은 quality의 음식을 매우 높은 quantity에 저렴한 가격으로 파는 곳이다.  자취할 때 여기서 사온 저녁과 맥주로 한 끼니를 때우곤 했었다.  그 덕분에 졸업할 때에는 입학할 때보다 확 불어서 학교를 나오게 되었었지만 말이다.


그때를 생각하면서 익숙한 메뉴에서 두 가지 음식을 골라 포장하여 사무실고 갖고 왔다.  젊은 시절을 떠올리면 한 숟가락씩 입에 넣고 과도한 MSG와 설탕 맛을 음미하고 있었는데, 왠일인지 한 숟갈씩 넣을 때마다 배속에서 천둥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먹을 때만해도 늦은 점심이라서 속이 빈 탓이려니 했지만, 그 뒤로 약 3-4일 동안 나는 이상한 체증에 시달렸고, stomach flu라고 걸린 마냥 몸이 시리는 증상과 소화불량으로 고생을 톡톡히 했다. 


보통 이런 경우라면 화가 날 것이다.  나쁜 재료와 나쁜 양념을 MSG와 설탕 그리고 역시 저급한 기름으로 볶아낸 탓에 내가 아팠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욕이라도 걸지게 할 판이다.  그게 보통의 감정적인 대응이었을게다, 내가 한 10년만 젊었어도 말이다.


이번 증상이 올 때 딱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저런 분노가 아닌 새삼스러운 나이먹음에 대한 서글픔이었다.  그러니까, 옛날 같으면 소화시키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을 나이를 먹으니 위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임을 자각하는 것이다.  기실 이런 음식 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수록 fast food는 햄버거도 타코도 피자도 그 무엇도 맛이 없는 것을 느낀다.  이제는, 이런데서 두 번 먹을 것을 조금 더 나은데서 한 번 먹는 것이 보통인 것이다.    


중국음식은 기실 정말 좋은 곳에 가는 것이 아니면 재료의 질도 질이거니와 대소의 구분이 있을 뿐 raw MSG와 사용하는 공장소스에 첨가된 MSG와 설탕으로 떡칠한 맛이 보통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의 맛이다.  그래도 달큼하고 쉬운 맛을 푸짐하게 즐기는 것에는 중국음식만한 것이 없는데, 이제는 그것도 조심해야할 것 같다.  


아프면, 단순히 학교를 하루 쉬거나 숙제를 미루는 것은 어릴 때의 일이다.  나이가 들고,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을 하는 사람은 자신을 replace할 수 있는 대타나 직원이 있어도 그리 쉬이 아플 권리와 자유가 없는 것이다.  


20대에 지금 같은 강도로 운동을 했더라면 아마도 몸짱이 되었을 것을, 이제는 겨우 현상유지만 하는 수준의 메타볼리즘과 함께 그렇게 나이는 음식도 맛도 하나씩 빼앗고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 같다.  이제는 한국의 길거리 떡볶기와 튀김도 조심해서 먹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리운 시장바닥의 맛도 역시 조심할 대상일게다.  


이래저래 시달리면서 저런 생각을 했더랬다.  일도 많이 밀리고, 그 덕분에 주말까지 반납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  물론 한국의 평균 직장인의 업무강도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빡빡하고 지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번 주만 고생하면 어느 정도 다시 본궤도에 올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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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5 0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25 0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사다 지로는 일본의 유명작가이다.  '철도원'이나 '바람의 검 신선조'의 원작 작가이기도 하여 한국에서도 꽤 많이 알려져 있고, 다수의 작품들이 번역되어 들어와 있다.  다른 일본작가들과 마찬가지로 호불호가 꽤 갈리는 편인 것으로 아는데, 나는 이 작가를 좋아하여 기회가 되는대로 작품을 구해 읽는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주제를 다루는 이 작가의 인생유전도 그 작품만큼 드라마틱 한데, 꽤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다가 집안이 몰락하여 일설에 따르면 야쿠자 생활을 한 적이 있을만큼 험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몰락한 유력집안의 자식이 좋은 작가가 되는 경우가 있다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말을 듣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하는데, 이 역시 믿거나 말거나.  


요즘 한국에서는 '으~~~리' 마케팅이 반짝성업 중인 것 같다.  살이 너무 불어나서 데뷔초의 샤프한 모습이나 전성기의 단단함과는 거리가 먼 김보성의, 고생 끝 CF전성기가 돌아온 것인지 아무튼 사방이 '의리' 투성이다.  이는 물론 그만큼 '의리'를 찾아볼 수 없는 사회상을 거꾸로 반영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 무엇인가 외적으로 강조되는 것은 기실 내적으로는 결핍상태인 경우가 종종 있기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  쉽게 보면 보수, 가치, 자유, 법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왕왕 그런 것들과는 정 반대의 삶을 사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되리라.  


'총을 몰래 팔아서 돈을 만들어 오라는' 보스의 말을 잘못 이해하여 경쟁 패밀리의 보스를 제거하고 형을 살다 나온 듣보잡 조직의 듣보잡 똘마니.  현대에 살고 있으되, 머리는 2.26사건의 황도파로 남은 자위대 하사.  그리고 장래를 촉망받는 수재출신의 관료로써 상관의 죄를 뒤집어 쓰고 모든 것을 잃은 전직 공무원.  퇴직형사에 의해 모인 이들 셋이 벌이는 좌충우돌 '의리'와 '정의'로운 모험담이 아사다 지로 특유의 입담과 해학으로 재미있게 쓰였다.  


어제 저녁부터 읽기 시작해서 밤에 두 권을 다 끝냈을만큼 쉽고, 무엇보다 재미있는 이 책은 가벼운 reading으로 손색이 없다.  게다가 2.26정신을, 그러니까 '천황' 어쩌고, '대일본제국' 어쩌고 하는 정신을 가진 자위대 하사가 혼자 난동을 피우는 이유가 '일본의 이라크 파병'은 '평화헌법'을위반하고 정치적인 거래에 따라 죄없는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기 때문이라는 reasoning은 풍자로 밖에 여겨지지 않을만큼 교묘한 사건과 이념의 twist 그 자체같다.


갑자기 어제 CNN에서 다룬 현재 이라크 사태가 생각이 난다.  앤더슨 쿠퍼가 인터뷰한 정세전문가가 생각이 난다.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를 침공하기 전부터 지금의 사태를 예견하고 예언해온 사람인데, 체이니 전부통령의 견해에 대해 '그는 신뢰할 수 없는 위선자'라고 말한 것이다.  한국으로 치면 4대강의 두고 이를 반대해온 전문가가 TV에 나와서 이명박은 '위선적인 사기꾼'이라고 말한 것보다도 더한 수위의 발언이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것은 그것이 용인되는 미국, 그 이상, 이 발언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지 않는 미국의 문화이다.  


유교덕치와 도덕을 운운하는 자들의 속내에는 엄격한 법치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있다.  물론 사람이 그 모양이니 법치도 그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검찰과 법원의 현실을 볼 때 이것도 옛날 이야기 같지만, 그래도 법이란 것은 어떤 명확한 가치와 척도를 갖고 세상을 다스리는 것인데 반해, 덕치와 도덕이나 종교적인 가치에 기반한 사회정의라는 것은 모호하고 추상적이기 그지없어 늘 abuse되고 manipulate되기 마련이다.  적어도 작금의 한국에는 합리적인 법제와 엄격하고 평등한 적용이 필요하다.  이 토대에 비로소 도덕도, 덕치도, 문화도 팍팍한 법제를 보다 더 사람답게 만들어 주는 윤활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딕 체이니가 저 발언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지 않는 이유는 그가 착하거나 너그러워서가 아니라, 그 고소를 할 수 없는, 또는 해서는 안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환경 때문일게다 (아무렴 일각에서는 부시보다 더 나쁜 놈으로 체이니를 꼽는데 말이다).  


'으리' 이야기에서 참 멀리도 와 버렸다.  

오늘도 축구는 이어지고, 창극이는 창중이처럼 버티고, 나는 일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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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는 내가 거의 모든 작품을 읽은 몇 안되는 작가들 중 하나이다.  물론 김용의 모든 작품은 독파한지 오래지만, 그건 좀 안 넣어줄 것 같으니까 패쓰.  같은 의미로 이런 저런 소설들은 논외로 치고, 소위 '문학' 내지는 그 근처라도 가있다고 봐줄만한 작가들 중에서는 유일한 것 같다.  물론 문학의 대가들의 책은 언젠가는 모두 재독/삼독씩 하리라 마음을 먹고는 있지만, 그나마 근처에라도 가고 있는 작가들은 도스토옙스키나 카잔차키스 정도라고 하겠다 (책을 구하고 있다는 이야기, 운이 좋으면 한 두권씩 꾸준히 읽어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하루키의 작품은 모두 번역되어 있고, 에세이들도 절판이나 품절을 거쳐 재발간 또는 재편집된 것들이 많아서 기실 이분의 작품을 모두 읽는 것은 한국인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게다.  다만, 이런 저런 과정에서, 시간을 거치며 에세이에 주력하는 듯한, 또는 계속 같은 글모음에 신간 한 두개씩을 섞어서 다시 출판되는 등, 구매자로써는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에, 또는 작가로서의 한계가 보이기 시작하는 모습에 그의 책을 읽지 않게 되는 사람은 많이 있는 듯 하다.  


나는 쉽게 실망하는 편이 아닌 것 같다.  거기에 워낙 얕은 reading을 하는터라 정치적으로 너무 엉뚱한 짓을 하거나 하지만 않는다면 예전부터 읽어온 작가를 밀어내지는 않는다.  호모엑세쿠탄스 이후의 이문열 작품은 없지만, 그 이전까지 갖고 있는 책을 굳이 가져다 버리는 수고는 하지 않았던 것이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그러니까, 하루키가 어느 날 자고 일어나서 '나는 아베의 개로 살겠다'던가, 갑자기 '대동아 전쟁은 하나님의 뜻'이라는 미친 소리를 하지 않는 이상에야 그의 책을 읽지 않을 이유는 없다.  더구나 그 책이 그간 구하기 어렵던 초기작품들 중 하나라면 말이다 (그래도 '6.25가 하나님의 뜻'이라거나 '게으른 조센징'운운한다면 그의 책을 다 가져다 버리고 만나면 한번 시원하게 두들겨 팰 것 같다.  잘 뛰는 그는 아마도 장거리 달리기로 멀리 달아나겠지만). 


이번에 재발간된 '중국행 슬로보트'는 그렇게 비교적 초기에 구입해서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큰 감동이나 새로운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고 하겠다.  이미 하루키의 책을 많이 여러 번 읽었기 때문인지, 신선함보다는 역시 훗날 장편으로 발전한 여러 습작노트 같다는 느낌을 받았을 뿐이다.  이럴 때마다 하는 생각이지만, 하루키는 참 운이 좋은 작가, 아니면 최소한 특이한 작가, 또는 팬층이 두터운 작가이다.  습작까지 팔 수 있으니까.  보통은 한 작품으로 유명해지고 나서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작가의 문학인생을 기념하는 의미로 이런 습작모음이 출판되는 형태가 더 일반적일텐데, 하루키는 뒷날 보면 습작이 분명해 보이는 책을 먼저 발표해서 팔고, 이들에서 다룬 모티브를 장편화해서 다시 팔고, 그 사이사이에 마라톤을 뛰고, 고양이와 놀고, 파스타를 만들어 먹으며, 재즈를 듣고, 맥주와 위스키를 마시면서 에세이를 써 판다.  What a wonderful life가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중국행 슬로보트'를 보는 틈틈히 '천황과 도쿄대 2'를 읽으면서 (이건 2권짜리 책이지만 두께로만 보면 어지간한 책 10권도 될 분량이다), 엘러리 퀸의 'Z의 비극'을 읽었다.  이로써 'X, Y, Z'의 비극을 모두 읽은 셈인데, 전작 두 편은 4년 정도 전에 읽었기 때문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나이와 스트레스 그리고 알콜이 선사한 망각일게다.  


영국풍의 이야기만 보다가 오랫만에 미국풍의 이야기를 본 셈인데, 이 또한 참 좋다.  흑백차별이나 전반적인 백인대세의 시절이라는 점, 그리고 여권이나 사회평등의 관점에서 보면 별볼일 없는 시절이 (1930년대) 주무대가 되지만, 우리 시대에는 볼 수 없는 여러 가지 담론이나 사회상이 무척 재미있다.  


얼마 전부터 다른 출판사에서 엘러리 퀸 전집이 나오는데, 하드커버풍의 양장이 맘에 쏙 들어 몇 권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읽은건 동서DMB, 그러니까 동서미스터리문고의 일반판인데, 이상하게 이 문고의 책이 맘에 든다.  일단 책에서 풍기는 종이냄새가 요즘의 그것과는 다르게, 내가 어릴 때 맡았던 책냄새와 같은 점에서 좋고, 오래된 책들이라서 그런지 값도 좋다.  한 200권인가 하는데, 다른 시리즈와 겹치기는 하지만, 한 권씩 다 사들일 생각이다. 


전집류가 나오기 전, 이렇게 명작을 엄선하여 모아놓은 기획은 그 자체로도 참신할 뿐만 아니라 여러 작가들을 두루 소개해주는 등 매우 큰 역할을 했기에 동서 DMB는 잊을 수 없는 문고라고 하겠다.  여기에 같은 출판사에서 기획한 동서동판의 고전 시리즈도 좋은 가격으로 하드커버 책을 구하려는 사람에게 알맞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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