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을 살았다.  그간 실수도 많이 했고, 남들이 흔히 성공이라고 할 만한 것들도 종종 경험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있는데, 그것은 남자라는 건 죽을때까지 철이 들 수 없는 생물이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미화하려고 노력해도 그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한국무협이라는 것이 원래 김용-와룡생-양우생-고룡 등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무협소설에 비교할 때 방계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 아무리 잘 쓴 소설이라도 일단은 모티브에서, 배경에서, 인물에서, 구도에서, 중국의 어느 한 시절을 갖고오지 않고서는 만들 수가 없고, 기본적인 reality - 무협에서 reality를 운운하는 것이 우습지만 - 면에서도 일단 조선이나 고려를 배경으로 하기엔 우리의 역사가, 적어도 임협적인 면에서는 일천하기 때문이다.  임꺽정이나 장길산은 녹림에 가깝고, 홍길동은 무협이라고 하기엔 너무 도술에 달통하여 역시 무협은 중국을 배경으로 할 수 밖에 없는데, 부작용이라면 언제나 중화인이 주인공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세가의 자손도, 구파일방의 문도도, 모두 중원인이고, 소위 방문좌도, 그러니까 사파나 마문에 속한 인물이라도 모두 그 핏줄은 중화의 것이다.  


그런데 시작에서는 분명히 방외방파라도 중원의 후계자가 주인공인 듯 이어가지만, 분영히 이야기의 2/5가 지나갈 무렵 제목에 걸맞게 이야기의 주인공은 '묘'족의 사람이란 걸 알게 된다.  이 묘족의 왕은 우연히 멸문지화를 입은 장모씨의 친구가 되었다가 자신의 부족이 장모씨를 찾는 자들에 의해 혈겁으로 사라지는데서부터 기연이 시작된다.  이로인해 묘족의 한 용사는 독인으로 다시 태어나고, 장모씨는 명문정파의 검협으로 재탄생한다.  그런데, 여기에 등장하는 검행의 고수가 있으니 조선땅에서 온 박모씨.  그러니까, 애초 이건 중국인이 아니 묘족과 조선인의 이야기가 된다는 것를 조금 더 읽다가 보면 알게 되는데, 작가는 역시 반골이 아닌가.  주인공이 묘인 하고도 독인, 거기에 출신을 알 수 없는 동쪽의 한 무사, 그를 통해 나타나는 검의 최고경지인 이기어검술.  옥의 티라면 무공을 극대화한 일종의 귀령술인데, 무협이란게 SF만큼이나 한계가 없으니 그렇다해도 정종으로 무협지를 배운 나에네는 조금 그렇다.  적절히 재밌다는 점도 놀랍지만, 더욱 그런건 실컷 읽은 수많은 무협지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처음 만난다는 점.  아! 강호는 넓고도 깊어 도저히 그 전체를 들여다볼 수가 없구나.


저녁의 약속이 취소되어 다시 혼자의 시간을 갖고 있다.  와인 두 병이면 이 나이엔 나쁘지 않은 솜씨.  옛 사람의 이야기를 많이 읽은 덕분에 두주불사의 호인이 좋은건줄 알고 산 나에게 이건 많이 모자라는 수준이지만, 나이도 있고, 조금 똑똑해졌으니까...이걸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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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6-10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guest님. 저랑 띠동갑 사이네요. 글 첫 문장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ㅎㅎㅎ

transient-guest 2016-06-10 23:31   좋아요 0 | URL
ㅎㅎㅎ이젠 빼도박도 못하는...꺽어진 80이 한국나이론 확실하구요, 이곳 나이로는 금년 생일이면 딱 40개가 됩니다.ㅎㅎㅎㅎ

몬스터 2016-06-10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ransient guest님 , 저보다 쪼오오오오오끔 더 사셨어요. ㅎㅎㅎ.

한 살 한 살 먹을 때 마다 , 아 우리 이모는 이랬구나, 울 엄마도 내 나이를 지날 때는 이런 감정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고는 해요.직접 살아 보기 전에는 모르는 건가 봐요. 그러니 남자도 여자도 죽기 전까지 완전히 철들기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ㅎㅎ

저는 지난 달 초부터 개인적인 이유로 , 술을 끊었어요. 안마시니 또 안마시면서 살게 되네요.

transient-guest 2016-06-10 23:33   좋아요 0 | URL
ㅎㅎㅎ 말씀처럼 그런 느낌과 견주기를 하게 된 시기는 대충 30대부터가 아니였나 싶네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라구요.ㅎㅎ 여자들은 확실히 남자들보단 철이 더 빨리 들고 여러모로 낫습니다.ㅎㅎ 남자란건 80이 되어도 속은 아이에요...ㅋㅋㅋ 아니 반로환동하는 것처럼 나이를 먹을수록 철이 없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술은 저도 심각하게 고민중이에요. 끊으면 운동하는 효과도 보고 몸이 좀더 젋어질 것 같은데, 풍류라는게 뭔지 원.. 쉽지가 않네요.ㅎㅎ

yamoo 2016-06-11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트랜스님이 사이러스 님과 띠동갑이셨다뉘...@_@

transient-guest 2016-06-12 09:29   좋아요 0 | URL
..`띠`보다는 `동갑`에 중점을 두시기를...ㅎ
 

순서가 없이 그냥 짧게 정리한다.  너무 바쁘기도 하고, 머리도 복잡하여 차분하게 앉아서 생각할 짬이 없다.  3개월 전에 계획했던 DC여행도 취소했고, 6-7월 열심히 달려야 한다.  그런데 약간의 burn-out이 되어가는지 실수가 잦다.  큰 문제는 아닌데, 그래도 자꾸 작은 행정적인 업우에서 실수가 발생하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뭔가 잘 정리되었으면 좋겠다.


최근에 다량으로 구입한 아사다 지로의 작품들 중 하나.  단편을 모아놓은 글인데, 무대와 배경은 모두 유신의 초기시절이다.  하늘과 땅이 엎어진 만큼이나 큰 변화의 시기였는데, 많은 사무라이 집안이 유신의 결과로 몰락하였고, 신흥부자나 상인계급 및 정치가 계급이 대두한 시대였다.  주로 많은 것을 빼앗긴 구막부신하나 그들의 자손들에 대한 이야기다.  '바람의 검 신선조'의 원작인 미부키시텐의 작가답게 유신을 일으킨 사쓰마나 죠슈에 대한 시선이 곱지는 않다.  재미있는 이야기.


용대운이나 야설록, 좌백과 진산이 가장 기억에 남는 한국의 토종무협작가들이지만, 이 책도 꽤나 재미있다.  작가에 따라 다르지만 구대문파 또는 구파일방이라 하면 소림과 무당, 화산파, 곤륜파, 점창파, 종남파, 공동파, 아미파, 청성파, 개방, 여기에 때로는 형산파 등이 포함되는데, 김용의 소설에서는 소림과 무당, 화산파, 개방 정도가 주로 등장하지만, 이번 책은 공동파의 전인이 주인공인 것이 흥미롭다.  내용은 다른 무협지와 대동소이하지만, 서역의 뇌음사나 황교승을 비롯한 '마'도의 인물들이 악역으로 나온 점이 특이하다고 하겠다.  인과관계나 진행의 논리는 다소 약한 편.  


무협에 판타지를 잘 섞은 느낌. 그것도 판타지에 무협을 적당히 버무린 것이 아닌 무협의 소재로써 판타지를 사용한 작품인데, 무협지에 진짜 '용'이 등장하는 건 처음 본다.  밑도끝도 없이 갑자기 나타나서 용을 찾으러 가는 이야기.  처음에는 주인공이 누구인지도 알지 못하고 끌려나가지만, 곧 정체를 숨긴 고수가 누구인지 알게 된다.  '태극문'에는 한참 미치지 못할 것 같지만, 나름대로의 소소한 재미를 준다.


르포타쥬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조지 오웰의 역작.  '카탈로니아 찬가',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과 함께 보면 잘 이어진다.  광부들의 비참한 생활을 통해 들여다본 당시 사회 빈민층의 문제점을 그렸는데, 무척 예리한 관점이 옅보인다.  특히 빈민층 뿐만 아니라 교육에서 오는 중산층의 무관심과 보수성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의 현실에 대입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상황은 거시적인 부분에서 그리 많이 변한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약간은 동양에 대한 편견도 보이는데, 특별한 차별이 느껴지기 보다는 시대적 한계로 볼 수 있는 수준.


빌려본 책.  이 역시 생각지도 못한 역작을 우연하게 만난 것.  중간에 조금 늘어지는 부분도 없지는 않지만, 석공의 대를 이은 성당건축에 대한 열정도 그랬고, 캐드펠 시리즈의 시대와 겹치는 부분이 있어 읽는 내내 캐드펠 시리즈를 떠올리게 했다.  굳이 말하면 캐드펠 시리즈보다 아주 조금, 약 1-2년 앞선 시대에서 더 나중까지 이어진 이야기.  현대소설이라는 차이는 좀더 과격한 겁탈이나 서슴없는 죽음의 묘사이다.  한 가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악당들의 말로인데, 악한 수도사나 주교는 비참한 최후를 맞지 않고 교회에서 회개하여 안식을 구하지만, 세속의 악당은 교수형을 당하거나 전투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결말.  나쁜 것으로 하면 뒤에서 모략을 꾸미고 악행을 조장한 주교의 최후가 더 비참했어야 하는데.  3권 내내 이어진 악행들의 결말이 조금 모호한 점도 아쉽다.  


골치아픈 일이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이것 때문에 요즘 밥맛을 잃을 지경이니 말 다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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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6-08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맛을 잃은 대신에 독서, 글쓰기 욕구가 더 생기셨군요. ^^

transient-guest 2016-06-08 23:07   좋아요 0 | URL
책은 분명히 많이 읽고 있습니다.ㅎㅎ 글쓰기 욕구는 급한 맘에 그저 빨리 정리하는 정도..ㅎ 한동안 미친듯 읽었더니 확실히 눈이 책을 더 넓게 보네요.

몬스터 2016-06-10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경쓰는 일이 잘 해결되셨음 좋겠어요. 하나씩 하나씩 해요. ( 나부터 ㅎㅎ )

많은게 그렇것 같아요. 미친 듯이 많이 하다보면 어느 순간 ˝아-˝하는 순간이 오는거..

저도 그저 책이나 미친듯이 많이 읽어 볼래요. 요즘 신경쓸게 많아 머리 아픈데 , 신경 쓴다고 바뀌는 것도 아닌거라..

transient-guest 2016-06-10 23:36   좋아요 0 | URL
조금씩 해결되고 있는 듯 한데, 언제나 그렇지만, 또다른 문제도 발생하고 하네요.ㅎㅎ (자영업자의 길이란...-_-:). 그렇게 하나씩 하다보면 가끔 시간이 나기도 하는데, 그럴때 조금씩 쉽니다.ㅎ 요즘은 소설과 무협지를 위주로 읽었네요..머리가 복잡했던 탓일 겁니다.ㅎ
 
언론노조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 <여러분, 우리의 싸움이 정당하다는 것을 함께 알립시다!>

윤정기 편집장님이 업무에 정상복귀할 때까지, 자음과 모음이 소를 취하할 때까지, 그리고 제대로 사과할 때까지 난 그들이 만드는 책을 사지 않을 것입니다.  최소한 책을 만드는 사람은, 회사는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이 나의 지론입니다.  그딴 개수작을 부린다면 자음과 모음이 조선일보와 다른 점이 무엇이겠으며, 책은 왜 만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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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6-04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노동자 문제를 외면하는 출판사가 좌파 사상가 지젝의 책을 펴냈더군요. 가관입니다.

transient-guest 2016-06-04 23:04   좋아요 0 | URL
얼마전에 민음사 문제때도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딴 식으로 할거면 박근혜씨 전기와 어록이나 출판하라고 하고 싶네요..정말로 가관입니다.
 

5월 한달의 독서결산을 해보니 34권 정도를 읽었다.  물론 대부분 소설이나 가벼운 에세이라서 그리 깊은 책읽기를 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신나게 읽긴 했다.  분명히 고전이나 그 밖의 양서를 읽고 또 읽어 자기만의 것으로 소화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너무 쓰레기 같은 걸 읽는 것을 제외하고는 책읽기는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마이클 더다였나, 폴 오스터였나,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아무튼 다른 일도 그렇겠지만, 책읽기가 일찍 한 사람의 습관으로 자리잡기 위해서, 그리고 이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재미를 느끼는 일은 양서를 온전히 소화시키는 것 이상 중요하다고도 생각된다.  


이제 반을 채워가고 있는 2016년은 신년벽두부터 무엇인가에 사로잡힌 것처럼 책을 구했다.  작년에서 넘어온 넉넉한 초기입금도 그랬고, 그 후에도 꾸준히 벌이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3-4월의 세금시즌에 잠깐 주춤했지만, 거의 한 달에 3-4번 꼴로 평균 $200어치의 책을 주문했던 것 같다.  대부분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목록에 입력하여 정리해둘 수 밖에 없었는데, 어떤 책들은 분명히 지금 당장 읽기 위해서 사들인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천병희의'로 시작되는 원전 그리스-로마고전이나 '문제적 인간' 시리즈, 카뮈전집, 소세키전집이 그랬고, 다자이 오사무나 다니자키 준이치로를 비롯한 다수의 일본근대문학에 속한 책들, 간간히 구한 민음사, 열린책방, 그리고 문학동네의 문학전집도 그랬다.  심지어는 만화책도 그렇게 쌓아두었는데, 스케줄을 잘 조정하면 조금은 시간을 더 쓸 수 있을지도 모르는 6월과 7월 중에 다 읽어볼 생각이다.  


그럭저럭 이번 주의 업무진도를 맞췄으니까 다음 주부터는 조금 더 일거리를 조정하고 늦어진 케이스들은 고객을 재촉할 계획이다.  가능하면 오전 4시 정도에 일어나서 한 시간 정도 정신을 가다듬고 5-7시까지는 운동을 하고 이후 8시 정도면 출근할 수 있을 것이다.  사무실은 지금 사는 곳에서 차로 10분 이내의 거리에 있기 때문에 이렇게 하여 좀더 맑은 정신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오후 5-6시 정도에 퇴근하면 가볍게 저녁을 먹은 후 잘때까지는 책을 붙잡을 것이다.  여기에 변수는 게임인데, 애써 업그레이드한 PC를 사용하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거리는 때가 있어서 스케줄에 맞춰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전투적인 책읽기를 할 수 있을지 조금 걱정된다. 




[요즘은 팟캐스트 시대]는 즐겨듣는 팟캐스트 중 하나인데, 주로 바이닐을 통해 소개되는 인디계열의 음악을 소개해준다.  이를 통해 우효를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는데, 제대로 적어두지 않다가 잊어버린 노래도 많은데, 엊그제 들은 '전기뱀장어'의 '마지막 승부'는 뭔가 계속 듣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물론 우효도 여전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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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6-03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책읽기는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재미있어야 지속가능하고요. 저는 처음부터 재미있어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재미있는 책읽기로 접근한다면 계속 읽을 수도 있을 뿐더러 독서력도 향상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덜 재미있는 것도 읽고 소화할 수 있어시즌거죠.

그나저나 한 달에 34권이라니, 일하시면서 그렇게 책을 읽으시다니, 아무리 가벼운 책이라해도 진짜 대단하시잖아요!!!

transient-guest 2016-06-03 15:32   좋아요 0 | URL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운동도 그렇지만, 재미있는 책을 계속 읽어가면서 독서근육을 키우면 이를 바탕으로 좀 어려운 책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수준의 참을성과 안목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ㅎ 저는 책을 좀 가볍게 읽는 편이라서 많이 읽기는 하는데 머리에 stay하는 시간은 매우 짧답니다.ㅎ

Forgettable. 2016-06-03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노래 좋네요. 아침 시작하기에 상큼상큼. 요즘 공부도 대충 마무리 되어 가고 해서 다시 책읽기 시작했어요. 독서근육이란 말이 진짜 맞는게 안읽어버릇하니까 없어도 잘 살아지더라구요. ㅎㅎ 이제 슬슬 원서도 읽고 있는데 사전 찾기 귀찮아서 10페이지 읽다가 놔버리는 ㅠㅠ

transient-guest 2016-06-03 23:57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처음보다는 긴장도 늦춰지고 관성이 생기는 것이겠죠..ㅎ 그래도 저와는 다른 뭔가 모험 가득한 삶을 사시는 듯하여 부럽습니다.ㅎ 책읽기는 up and down이 있으니까, 또 어느날엔가 갑자기 재미를 느끼고 미친 듯이 읽는 날이 올거에요.ㅎ

cyrus 2016-06-03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는 자기 자신만 즐길 수 있는 유익한 놀이입니다. 남들이 안 보는 거나 재미없다고 말하는 책도 자기가 재미있게 즐기면 그만입니다. ^^

transient-guest 2016-06-03 23:57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그러고보면 전 참 혼자놀기를 잘 하는 듯...ㅎ 기질적으로...

건조기후 2016-06-03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 하시면서 저 정도면 정말 전투적 책읽기네요 ㅎㅎ 말씀처럼 책이란 게 분명 읽을 가치가 없는 책도 있긴 하지만 어지간하면 뭐든 읽어서 손해볼 일은 없는 거 같아요. 어떤 의미로든 하나라도 건지는 게 있고 최소한 그 독서근육이라도 만들어주니까. 부지런히 읽어야 하는데 요즘의 저는 좀 전의를 상실한 병사같네요 ㅎㅎ

transient-guest 2016-06-03 23:58   좋아요 0 | URL
물론입니다. 마중물 같은 독서도 있구요. 다만 나이에 따라 시기에 따라 어떤 종류의 책은 확실히 덜 읽게되는데, 저의 경우는 자계서들이 좀 그렇습니다. 요즘은 자계서와 인문에세이를 섞은 탓에 구별이 어렵긴 하지만, 심리적인 거부감이 좀 있는 것 같네요. 역시 꾸준히 책을 잡다 보면 다시 좋은 시간이 또 올것입니다.ㅎㅎ

몬스터 2016-06-10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달에 34권이시라니요!!! 와---하루에 한 권씩이라.... 저도 어제 다락방님 책 , 하루만에 끝내긴 했는데 , 그렇게 매일을 하셨다는 말씀이되네요.

서재를 한 번 쭈욱 사진 찍어서 구경시켜 주실 때가 올까요? ( 궁금 궁금 ㅎㅎㅎ )

transient-guest 2016-06-10 23:35   좋아요 0 | URL
서재라기 보다는 책을 세 군데 나눠서 보관하고 있어요...자리가 없어서.. 사무실이 가장 큰 규모고, 아파트와 부모님 댁에 따로 더 있습니다. 나중에 올려볼게요.ㅎㅎ 제가 최근에 본 책은 소설류라 쉽습니다. 그냥 마구 읽기엔 좋네요.
 

일단 예정한 두 케이스에서 한 개가 오늘 작업이 완료됐다.  내일 마저 예정한 일정에 맞춰 업무를 진행하면 6월은 그런대로 평온하고 자유롭게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고객들을 독려해서 2-3개 정도를 더 완료하고 마무리하면서 그간 미뤄온 회사 홈페이지 개정이나 다른 promotion작업을 진행하면 좋을 것이다. 


마치 스웨덴 버전의 포레스트 검프를 보는 느낌이랄까?  그간 현대소설은 영미작가를 위주로 읽었고, 기껏해서 프랑스나 독일작가들의 책을 좀 건드려본 수준인데, 스웨덴작가의 책을 보니 느낌이 무척 신선하다. 생각해보면 좋은 책이 꽤 많이 나와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한 노인이 100세가 되는 날 생일파티가 시작되기 전에 '창문'을 '넘어 도망'을 치는데서 시작되는 이야기의 주인공 '노인'은 그다시 악하거나 특별히 선한 사람도 아닌 아주 평범한 수준에서 조금 모자라고 특이한 사람이다.  병원에 갇혀 지낸 시간이 너무 지겨워서 달아나면서 생기는 일은 그의 과거회상과 더불어 overlap되면서 다시 노인의 현재를 과거의 인물들과 연결하게 되면서 발생하는 많은 이야기들이 재미있게 펼쳐진다.  요나스 요나손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진다.



[하루키의 변]이라고 제목을 붙여도 좋을 듯.  하루키라고 쉽게 말하지만, 엄밀히 말해 내 부모님의 세대인 그는 이제 할아버지 나이가 된다.  하지만 수십년간 꾸준히 마라톤과 수영, 그리고 규칙적인 생활과 건강한 식습관으로 단련된 덕분인지 동년배보다 10년은 젊어보인다.  일본인 특유라기 보다는, 사실 나도 추구하는 삶의 형태인데, 어떤 규칙을 정해놓고, 이를 꾸준히 지켜온 사람에게서 뿜어지는 묵직하고 깊은 울림이 있다.  하루키의 책은 거의 다 봤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에서 다뤄지는 이야기는 어쩌면 처음으로 그가 쓴 일종의 자기변명과 설명이 아닌가 싶다.  문학상에 대한 의견도 그렇고, 작풍이나 작가의 세계에 대한 그의 생각도 그렇고, 무엇하나 보편적인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니까 그는 협회관행이나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강요되는 유사질서체계랄까 하는 것에 대해 꽤나 심한 반감을 갖고 있는 듯 하며, 언제나 outsider로 남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인 듯 싶다.  그런 점이 그의 작품세계를 넘어 인간적인 매력 - 결코 가까운 거리를 허용하지 않을 것 같지만 - 을 느끼게 한다.  사람은 이렇게 자유롭게 생활하면 좋은데, 대부분 그렇지 못한 삶을 산다.  자영업자로서, 남들보다 직장이나 인간관계에서의 스트레스를 덜 받는 나조차 하루키처럼 살 자신은 없다.  하고 싶은 말도 갈수록 자제하게 되어 알라딘 서재가 아닌 다른 공간에서 오픈하여 내 정치적인 의견을 말하는 경우도 좀처럼 없는데, 나이가 먹고 책임이 늘어가는 이상 어쩔 도리가 없다.  그나마 내가 하루키를 흉내내는 것은 비교적 규칙적인 생활인데, 이도 어느 정도는 한계가 있다.  읽으면서 특별하게 느낀 점이 많지는 않고, 그저 하루키가 소설과 에세이로 꾸준하게 피력한 자신의 사상(?) 같은 것을 잘 정리해 놓은 점이 눈에 들어온다.









용대운의 걸작 [태극문]을 드디어 책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98년 10월 언제였던가?  당시 3학년으로 편입한 어떤 형한테 받은 CD한장에는 약 3000권 분량의 무협지가 잔뜩 들어있었다.  PDF나 워드로, 스캔으로 만들어진 파일은 뷰잉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컴퓨터 모니터로 볼 수 있었는데, ebook이 활성화된 지금에야 별 것이 아니지만, 당시만해도 무슨 무공비급처럼 귀하게 취급한 기억이 난다.  아무튼 그때 만난 야설록의 '객'시리즈, 고룡의 '다정검객무정검', 용대운, 운중학, 그리고 좌백 같은 국산무협작가들의 책을 밤을 세워가며 읽곤 했다.  당시에는 한국어로 된 책을 구하는 건 한국에 나갈 때나 가능했는데, 그나마도 가방무게 때문에 10권 정도 사들고 오면 많이 가져오는 정도였기 때문에 읽던 책을 다시 또 읽는 것도 한 두번이지, 늘 새로운 책에 목말라하고 있었었다.  수업스케줄이 괜찮은 학기중반이나 주말에는 어김없이 맥주와 칩을 들고 모니터 앞에 앉아서 그렇게 이야기의 세상에 빠져들었던 기억은 누가 하라고 해도 그렇게 할 수 없는 지금에는 참으로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쓰는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그 때의 내가 떠올라 살짝 웃게 되는걸 보면, 확실히 이제 내 인생은 looking forward할 것들보다는 looking back할 것들로 balance가 기울고 있는 시점인 것 같다.


가장 강한 무공은 무엇일까?  현란한 초식이 난무하는 수법? 묵직한 내가중수법?  검망을 피워올리는 강력한 검기?  기연으로 얻어진 육십갑자의 내공?  아니면, 아무리 강한 무인이라도 중독시킬 수 있는 독공?  인간의 솜씨라고는 볼 수 없을 극악한 마공?  이들은 최소한 한번 이상은 작가에 따라, 이야기에 따라 주인공이 휘두르는 최상무공의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태극문]의 발상이 멋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데, 전혀 conventional하지 않은, 그러나 생각해보면 매우 논리적인 접근을 통해 최강무도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기 때문이다.  힌트를 주자면, 대련에서는 무에타이나 극진공수 같은 스타일의 단순하지만 강력하고 반복적인 수련을 통해 얻어지는 힘이 복잡다양한 무술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  [태극문]은 용대운 선생이 평생 자랑스러워해도 될 만한 걸작임에 틀림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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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6-06-03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가장 강한 무공은 육맥신검이 아닐지요..ㅋㅋ 김용의 저서들하고는 많이 다른 듯한 책이지만....무공 얘기만 나오면, 이런 가장 강한 무공에 대해 생각해 보곤 하지요..ㅎㅎ 독고구검이낙 구양진경...이런 것 보다 대리 단씨의 저 육맥신검은 이기어검법과 더불어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무공이라 생각합니다만..ㅎ

덕분에 무협지 생각이 나 헛쇨를 했네요..ㅎㅎㅎ

transient-guest 2016-06-03 11:46   좋아요 0 | URL
육맥신검은 분명히 무척 고강한 무공입니다만 초식보다는 내공의 깊이에 따라 운용이 달라지니까, 전 독고구검에 오백원 걸겠습니다.ㅎㅎ 실제로 소오강호에서 보면 내공을 거의 상실한 영호충이 화산파 검종의 풍청양에게 배운 검법으로 강한 상대를 이겨내는 걸 보았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