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함께 만든 세 개의 4단 책장으로써, 사는 방에는 모두 일곱 개의 책장 분량의 책을 가져다 놓았다.  주로 문학서적을 영문/국문으로 적절하게 갖다놨고, 한 개의 책장에는 무술서적, 딱 4단 책장 하나 분량으로 가져다 놓았다.  그렇게 하고 나니까, 열심히 문학에 빠져들 것 같았는데, 막상 정리하고 보니, 오히려 책읽기가 부담이 되는 것이다.  왜일까.

 

조금 바쁜 스케줄과 이런 저런 일과에 겹쳐 이번 달의 독서는 매우 저조하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그러다가, 내가 잘 하는 그것.  책읽기가 막히면 언제나 하는 마중물 같은 독서. 

 

그렇게 해서, 오후에 늦게 퇴근하는 것을 핑계로 4시부터인가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여행을 떠나고픈 내 마음을 가득 담은 책이다. 

 

탁피디의 여행수다에 나오기 전에 나는 손미나 아나운서가 누군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지금도 사실 누구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그녀가 이 책을 썼고, 이혼을 했고, 소설을 한 권 출간했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  팟캐스트를 듣고 책을 구했는데, 기실 내 눈에는 너무 뻔해 보인 탓에 읽기는 지금에서야 읽은 것이다.

 

29쇄의 히트상품인 것과는 무관하게, 외국에서 오래 거주한 나에게는 탁 박히는 내용보다는 그저 적절히 된장적이고, 적절히 성찰적이고, 용감하고, 그리고 적당히 국수주의적인 그런 책으로 느껴진다.  내용도 좋고, 재미도 있고, 읽는 내내 스페인 곳곳을 누빈 듯한 기분을 갖게 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내 편견에 기인한 impression은 쉬이 가시지는 않는다. 

 

이곳에 살다보면 외국이라는 것에 대한 환상은 많이 사라진다.  특히 '외국인'과 친구가 되거나 인연을 맺게 되는 것이 하나도 신기할 것이 없기에, 스페인에 가서 사귄 외국친구들과 에피소드라던가 여행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있고, 부러울 수는 있어도, 환상 같은 것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하는 것이다.  왜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마치 영어공부를 위해서, 또는 호기심이든, 여타의 다른 이유로 '영어'하는 '백인'친구를 사귀면 '쿨'한 것인양 묘사하는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생각이 나는 것은.  작가의 의도도, 실제로 그녀가 느낀 감성도 그런 것이 아닐진데.

 

그저.  이 책을 읽는 두어 시간동안, 나도 자유를 느꼈다고 결론짓고 싶다.  나의 편견들이 사라지기를 바라면서.  굳이 그녀의 진취적인 삶의 태도가 멋지다는 말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되리라.

 

덕분에, 퇴근하면서 Trader Joe에 들려 싸구려 스페인 산 와인을 두 병이나 사들고 왔다.  살라미와 함께.  술꾼에게 술을 마실 핑계는 얼마든지 널려 있지만, 그래도 책을 읽은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연이지만, 사온 와인이 맛이 좋다.  이렇게 한 잔 걸치고 있다.

 

여행이 하고 싶어 이 책을 읽은 것은 결코 아니다.  사실 이 책은 위의 책보다 먼저 읽었다, 심지어는. 

 

게으름과 이런 저런 이유로 늦어진 리뷰일 뿐인데, 그리 많이 쓸 내용은 없다.

 

드 보통을 낮게 보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 유독 잘 먹히는 듯한 그의 글에 대한 약간의 반감이랄까. 

 

쉬운 이야기를 어렵게 하는 것도 재주고, 사소한 소재에서 긴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 또한 그의 재주일 것이다.

 

공항에는 떠나기 위한 설레임.  도착의 안도감.  이런 것들이 적절히 베어있다.  작년 이만때였나?  저녁 비행기로 도착하는 사람을 픽업하러 SFO에 갔을 때, 건조한 이곳의 공기와는 달리 다소 습한 시멘트 바닥의 내음과, 세계 곳곳에서 모여드는 듯한 to-and-from의 여행객들의 향취를 느꼈다.  그래서 작년 이맘때 여행에 대한 갈구를 느끼는 글을 남겼더랬다. 

 

그런데.  공항이 아니라 여행기술에 대한 책을 내고, 지금도 그런 이야기를 잘 하는 저자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약하다'.   의뢰를 받아 쓴다는 점이 저자의 자유도에 영향을 주지 않았음을 강조하는 부자연스러움은 차치하고, 그냥 그렇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책에서 여행에 대한 영감도, 다른 공항을 보면서 느끼는 자연스러운 여행의 감흥도 받지 못했음이다. 

 

누군가의 말해 의하면 '한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외국인 작가'라는 알랭 드 보통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아직도 다른 책들 몇 권의 정리가 밀려는 있지만, 쉬이 진도가 나가지 않을 뿐더러, 배도 부르고, 날도 늦어지는 관계로, 빨리 다시 와인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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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4-07-22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은 지금도 친정에 있어요. 손미나의 책. 그 때는 한창 스페인어를 해보겠다고 의욕 충만해 있었던 터라 이 책 읽고 꿈에 부풀었었던 기억이 ^^;; 나네요. 알랭 드 보통은 저도 사실 신간을 챙겨 읽는 독자인데 한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작가라는 건 미처 몰랐어요. 의뢰를 받아 쓴다는 사실도요...나이가 들수록 모든 것에 대한 환상이 사라지는데 여행도 그렇게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또 자유롭게 언젠가는 한번 떠나봤으면, 하는 마음은 항상 남는 것 같아요.

transient-guest 2014-07-23 00:44   좋아요 0 | URL
스페인어 발음은 굉장히 쉽습니다. 영어와는 달리 발음 그대로 읽어버리면 되거든요. 저도 책을 읽으면서 스페인에 가보고 싶어졌어요. 더운 곳은 질색인데...ㅎ 드 보통의 다른 책은 모르지만, 이 책은 의뢰를 받고, 자유도를 보장 받은 상태에서 썼다고 하네요. 늘 어디론가 새로운 것을 눈에 담기 위해 떠나고도 싶고, 좋아하는 동네에서 공부하면서 살고 싶기도해요.

Forgettable. 2014-07-22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탁pd 여행수다 들으시는군요!! 저는 요즘 안들은지 꽤 됐는데 엄청재밌죠? ㅋㅋ 저도 완전 팬입니다. ㅎㅎ '영어' 할 줄 아는 '백인' 친구 ㅋㅋㅋㅋㅋㅋㅋ 빵터졌네요 ㅋㅋ

transient-guest 2014-07-23 00:47   좋아요 0 | URL
탁PD를 보면 끼가 장난이 아닌 듯 합니다. 그런 형 하나 있으면 진짜 재밌겠어요.ㅎㅎ 요즘은 예전 같지는 않지만, 아직도 눈이 띄는 한국인의 타인지향...파비앙 같은 애가 뭐가 대단해서 tv에 나오고 그러는지, 절기마다 명절마다 한번씩은 나오는 외국인 노래자랑 류도 그렇고. 왜 그리 다른 나라에서 한국을 인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기 위해 노력하는건지도 모르겠구요. ㅎ 그런게 이 책에서도 없지는 않았던 느낌이라서 그런 말이 나왔네요.

노이에자이트 2014-07-22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인 미남과 사귀려고 아무리 영어 열심히 배워봤자 미남들 많기로 유명한 남유럽이나 발칸 및 동유럽 지역은 영어가 거의 안 통할텐데...캘리포니아에 많은 히스패닉 계 사람들도 거의 영어가 안 통하잖아요...이번 월드컵에 나온 선수들 중에서도 영어로 인터뷰가 안 되는 선수들이 많던데요.

transient-guest 2014-07-23 00:48   좋아요 0 | URL
그 멀리까지 가나요. 한국에 들어와있는 애들만 봐도 졸졸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많던데. 솔직히 현지인 강사라는게, 정말 아무것도 아닌, 본토에서는 loser에 가까운 애들이 더 많은 것 같은데도 피부 하얗고 영어하면 좋아보인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Forgettable. 2014-07-23 00:57   좋아요 0 | URL
loser에 가까운게 아니라 좀만 얘기해보면 아예 loser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원어민 선생님이랍시고 들어와 있는 남자 애들, 전 이쪽이 직업이라 그런 애들 많이 만나봤는데 거의 50%가...
(나머지 50%는 여자강사들 ㅎㅎㅎ )

transient-guest 2014-07-23 03:15   좋아요 0 | URL
저도 한국행-미국행 비행기에서 종종 마주치는데, 제가 본 사람들은 정말 별볼일 없는 냥반들이라는 삘을 받았어요. 말하는 것도 그렇고, 한국에 대한 생각도 그렇고. 아시아권 여행하다가 돈 떨어지면 적당한 나라 찍고 가서 영어 좀 가르쳐 돈 벌고 여행 계속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고, 실제로 한국에 가면 여자들이 물심양면으로 받든다는 환상을 가진 사람도 있는 듯 합니다.

oren 2014-07-26 0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미나 아나운서는 10여 년 전에 제가 다니던 회사의 수많은 직원들이 TV 프로그램(직장인들이 나와 노래나 장기자랑도 하고, 사장님이 폼 잡고 나와서 인사도 하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던 듯해요)에 출연했을 때, 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여자 아나운서였기 때문에 특히 인상에 남았더랬어요. 그녀가 스페인으로 건너가고 훗날 저 책을 펴냈을 때 '얼른 사 놓고' 여태까지 한 번도 안 읽었네요. 스페인은 저고 꼭 가보고 싶은 나라인데, 어느 젊은 여자 아나운서의 책이 그리 결정적인 도움을 줄 것 같지는 않을 듯해서 나중에라도 그 책을 펼치게 될지는 약간 의문이 들기도 하네요.

보통의 책은 저도 몇 권 읽었는데, 그의 평범하지도 않고 쉽게 읽혀지지도 않는(어떨 땐 주파수가 너무 다른 사람이구나 싶을 때도 많은) 그런 글을 '한국의 독자들'이 너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좋아하는 이유를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더군요.

transient-guest 2014-07-28 02:57   좋아요 0 | URL
여행을 생각할 때 큰 도움이 되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그저 한 젊은 아나운서가 자신의 삶을 개척한 이야기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이와 함께 제가 느낀 점을 남기게 된 것이죠. '보통'씨는 어떻게 보면 그리 대단하지 않은 소재로 깊은 이야기를 만드는 재주가 좋은 것 같아요. 또 무엇인가 성찰하는 듯한 독백 같은 글이 특히 한국인의 정서에 어필하는 것 같습니다.
 

다치바나 다카시가 쓴 책은 다 읽어보고 싶은데 의외로 절판된 것들이 다시 채워지지 않네요.  그냥 주시면 너무 좋겠지만, 이곳으로 보내시는 가격도 있으니까 적절한 선에서 타협할 수 있었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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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4-07-17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blog.naver.com/ksi0428/220062235458

요런 방법이 있다고 하네요. ㅎㅎ 참고하시라고..
도움되면 좋을텐데 제겐 청춘표류밖에 없어서.

transient-guest 2014-07-17 01:01   좋아요 0 | URL
ㅎㅎ 감사합니다. 다른 책을 품절센터에 의뢰해 본 적이 있는데 여기서는 좀 어렵더군요. 나중에 한국에 나갈 기회가 있으면 출판사에 전화해서 물어보는 것도 좋겠네요. 헌책방은 언제나 옵션이구요.ㅎ
 

지금까지 쓴 글을 다듬고 정리하여 책 한 권으로 만들어 지인들과 나누고픈 마음이 있다.  물론 출판이나 인세 또는 유명세를 보는게 아닌 순전히 자기만족을 위한 작은 희망인데, 어제 마침 조금 일찍 업무를 마치고 시간을 낼 수 있어 프롤로그를 써봤다.  간만에 평일, 해가 밝은 시간에 시원한 카페에 앉아 아이스모카를 마시면서 한 시간 정도 끼적거리다 무라카미 류를 읽다가 하면서 작업한 글이다.  


프롤로그: 태초에 책이 있었다


아주 어린 시절, 그러니까 내 기억이 닿는 가장 먼 과거의 순간부터 책은 늘 내 옆에 있었다국민학교에 입학하기 전의 모습들을 떠올려보면 단편적인 몇 개의 장면들이 영화화면처럼 그렇게 내 눈앞에 펼쳐진다.  5살 즈음에 인천 송림아파트에 살던 시절, 5시가 조금 넘은 시간까지 놀이터에서 트럭장난감을 갖고 놀다가 가을 무렵의 저녁 해를 등에 지고 터벅터벅 걸어서 집으로 가던 모습,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 사는 이모가 보내온 예쁜 구두를 신고 신나게 계단을 걸어 내려가다가 한바탕 구르고 울던 모습, 그리고 조금 더 나중에 살던 도화동의 단독에서 따끈한 구들장에 배를 깔고 엎어져서 책을 보던 내 모습이 그들이다어렵던 시절에도 책에는 돈을 아끼지 않던 부모님 덕분에 우리 집에는 늘 책이 가득했는데, 서울의 모 백화점에서 팔던 월트디즈니 동화전집과 카세트 테이프는 그 당시로는 드물게 책과 테이프 모두 국어본과 영어 원문이 같이 들어 있었던 것이 기억에 남아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한참을 그렇게 집에서 사주는 책을 아무런 생각이 없이 읽었는데, 금성출판사에서 나온 한국/세계위인전기 전집, 백과사전세트, SF전집과 함께 청아출판사에서 나온 이야기 세계사, 중국사, 그리고 한국사를 열심히 읽던 모습이 대략 중학교 2학년 무렵까지의 내 독서편력이다그러다가 3학년 때부터는 김용의 무협지를 무려 점심값을 아껴가면서 한 권씩 모으기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내게도 독서의 정체성 같은 일종의 자의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던 것 같다그 시기부터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서점을 들려 책을 구경하고 갖고 싶은 책은 돈을 모아서 한 권씩 구입하곤 했었다선인재단의 가장 꼭대기에서 교문까지 걸어서 내려오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10분 정도, 거기서부터 제물포 지하상가를 통과해서 버스 역까지 내려오는 시간은 15분 정도였고, 그 중간에는 오락실, 분식집, 술집, 당구장과 함께 서점들도 여럿 있었는데, 구매할 때에는 가급적이면 정책적(?)인 차원에서 구매는 당시 전교조 활동을 하다가 실직한 선생님께서 운영하던 서점에서 하려고 노력했다그 서점에서 사 읽은 책들 중, 니벨룽겐의 노래, 서부전선 이상없다, 그리고 나의 투쟁은 지금도 내 책꽂이에서 쉬고 있다물론 부모님 몰래 사서 숨겨놓고 읽던 공작왕과 북두신권 해적판도 잊을 수 없다.  집에서 사주지 않는 책은 용돈을 아껴서 사들였고, 모자란 부분은 밥값을 아껴서 채웠다예를 들어 점심으로 백반을 사먹으라고 준 돈 1000을 라면으로 때우면 약 700원 정도가 남고, 그 짓을 5일간 되풀이 하면 책 한 권 값이 나온 원리인데, 더 모자란 경우에는 버스표를 팔고 나머지 거리를 걸어가는 방식으로 충당했다내가 갖고 있는 김용의 책 대부분이 그렇게 얻어진 것인데, 그 덕분에 나는 아직도 그 옛날 인세도 지불하지 않고 들여온 김용의 소설 전부를 금사 벽혈검을 제외하고는 모두 갖고 있다.

 

그러다가 중학교를 졸업하고는 훌쩍 미국으로 와버렸는데, 이 시기부터 책이라고는 여름방학이 되어 한국에 돌아오는 시기를 택해 이런 저런 CD와 함께 사들여 미국으로 가져가는 것이 전부였기에 그리 다양한 독서를 할 수는 없었다영어로 된 책이야 지천에 깔려있었지만, 당시만해도 영어 = 공부였고, 영어책을 재미로 읽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부모님과 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한국어로 된 책은 내가 그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유일한 고리였기 때문에 신주단지처럼 갖고 있는 책을 모시고, 읽고 또 읽고 했던 것 같다이 시기에 인상 깊게 읽은 책은 이문열의 평역삼국지와 청아출판사의 역사책 시리즈 외에는 크게 기억에 남는 것은 없다지금이야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마음대로 비교적 쉬운 경로로 구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못했고, 책도 좋았지만 수퍼닌텐도로 구현된 당시 최고의 오락게임인 Street Fighter 2와 운동, 영화, 그리고 몇 안 되는 현지친구들과 노는 일에도 시간을 빼앗기느라 갖고 있는 책이 고장 책장 두 개가 채 못 되었기 때문에 일단 다양한 책을 읽기보다는 한 권을 여러 번 읽었던 것 같다그때 만약 영어책에 조금 더 마음을 기울였더라면 아마도 한 10년은 더 빨리 R. A. Salvatore Robert Jordan같은 판타지 작가들을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대학교에 들어와서는 유럽역사를 전공한 덕분에 교과서로 쓰인 고전을 중심으로 영어책을 읽게 되었는데, 이를 통해 살면서 처음으로 문학을 제대로 접하게 된 것은 큰 수확이다먹고 사는 일을 해결하려고 로스쿨로 진학하게 될 것이었지만, 95년 입학 당시만 해도 역사를 공부해서 교수가 되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꽤 열심히 책을 보고, 서점을 돌아다니고 했는데, 따르던 몇 교수님의 방에도 종종 들려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등 꽤나 열정적인 공부를 했었다물론 성적은 생각만큼 나와주지는 않았지만, 내 인생에서 재미있는 공부를 한 처음이자 지금까지는 마지막의 4년으로 남아 있는 UCSC의 맑은 공기를 맡으며 보낸 대학생활은 내 인생의 큰 자산이다지금도 찾는 다운타운의 헌책방이자 중고음반을 파는 LOGOS와도 이때 맺은 인연을 시작으로 근 2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당시에만 해도 하드커버나 가죽으로 제본된 장정본에 대한 욕심은커녕 그런 것들 것 대한 인식조차도 없었기 때문에 되는대로, 손길이 가는 대로 책을 구했는데, 특히 교과서로 쓰인 녀석들은 거진 값이 저렴한 펭귄문고판이 대부분이라서 지금은 그 두께가 반 정도로 줄어버린 채 보관되고 있는데 나이와 함께 떨어진 시력 덕분에 2002년부터는 안경을 쓰기 시작한 뒤로도 눈은 계속 나빠졌기 때문에 이 책들을 읽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한때는 싹 정리하고 큼직한 녀석들로 바꾸어 나갈 생각도 했었지만, 좋던 시절에 대한 향수 때문인지 그렇게는 하지 못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현재를 살고 있기 때문에 과거의 영광이나 미래의 기대만을 바라보면서 사는 것은 안쓰러움을 넘어 심각한 수준의 문제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하지만, 달리 보면, 누구나 이런 시기를 거쳐서 보다 더 안정적인 삶의 시기에 들어서는 것이 보통이기도 하다결국 문제의 본질은 일종의 balancing인데, 그런 의미에서 난 로스쿨 생활 내내 꽤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공부는 늘 어렵게 마련이지만, 적성에 맞는 공부에는 지식을 얻는 즐거움이 있다하지만, 자신에게 맞지 않는 공부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큰 보람을 느낄 수가 없는데, 돌아보면 로스쿨 공부가 나에게는 그랬던 것 같다차라리 변호사인 지금 실무를 통해 특정분야의 일과 법을 깊이 있게 파고드는 지금은 재미를 느끼지만, 법률의 바탕공부는 정말 재미없고 괴로운 시간을 보내게 했다그나마 나를 버티게 한 것은 과거도 아닌 미래에 대한 막연한 희망이었는데 시험에 붙고 취업전선에 뛰어들어보니 그 희망은 일루션이었을 뿐이다

 

그렇게 로스쿨 시절부터 변호사 생활을 시작하게 된 몇 년간은 거의 책을 읽지 못했다내 독서인생을 하나의 컬러차트로 만든다면 이 시기는 아마도 백지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그러다가 2007년 초입부터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 물꼬는 대망시리즈로  1부에 구성된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쓰였다야마오카 소하치라는 걸출한 대하소설작가의 책인데, 손자병법, 삼국지와 함께 기업인들이 꼽는 경영서적들로 늘 선정될 정도로 유명한 책이다특히 이 책에는 영웅호걸과 기인이사, 그리고 미녀들이 등장하는 모험담에서는 볼 수 없는 높은 수준의 인생 드라마가 펼쳐지기 때문에 내 생각으로는 30대에 즈음하여서는 누구나 한번 정도는 읽어봐야 할 책이다오다 노부나가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로 이어지는 일본통일의 시기를 권력의 중추에서 보내면서도 살아남아 종국에는 일본역사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다는 200년간 이어진 평화시기를 연 일통강호의 비결이 어디에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도 이 책이 주는 하나의 재미라고 하겠는데, 당시 나는 이 책을 통해, 꿈을 품되, 현실에 맞춰 가장 먼저 해 나갈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을 배웠고, 이로 인해 상당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었다마음으로 받들지 않는 사람을 보스로 받들고 그 밑에서 일을 하는 것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되,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더 잘 적응하고, 힘을 길러 자신의 발판으로 삼는 지혜는 이렇게 읽은 책을 실생활에서 얻어지는 경험과 대비하여 하나씩 배워진다.

 

이때부터 연간 읽은 책의 권수를 헤아리는 버릇이 생겼는데, 2007년부터 지금까지 한해 평균 220여권을 읽은 것 같다그리고 2011년부터는 읽은 것을 남기기 위해 알라딘에 서재를 열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쓰면서 연습하는 독서행각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까지가 어제 쓴 글의 전부이다.  정말 글모음을 만들게 된다면 여러 번 고쳐 쓰게 될 것이지만, 점심을 먹다가 심심해서 한번 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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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0 0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10 0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oren 2014-07-26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ransient-guest 님께서는 아주 일찍 미국으로 건너가셨군요. 유럽사를 전공하셨다는 것도 흥미롭고, 지금 하시는 일도 흥미롭네요. 그리고 독서 편력도 정말 독특하신 데가 많고요.

아무튼 책을 펴내기 위해 시작한 '이번 시도'가 부디 좋은 결실로 이이지길 바라겠습니다.


transient-guest 2014-07-28 02:58   좋아요 0 | URL
안정을 추구하는 나이가 되었지만, 끊임없는 배움과 변화를 갈망하기도 합니다. 독서도 그런 취지에서 가급적 통달을 목표로 장르를 가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구요. 격려 감사합니다.ㅎ
 

시간 참 빠르네요.  2014년 새해를 맞은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7월입니다.  게다가 이번주가 지나가면 7월 하고도 중순이에요.  늘 이맘때면 산꼭대기에서 다시 내려가는 기분으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러다가 12월이 되면 새로운 일보다는 마무리에 신경을 쓰면서 지나간 한해에 따라 다음 해를 가늠해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ZENB-25B0-E969


아직도 재미있는 영화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네요.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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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퀸의 사전적(?) 의미에는 광대도 있고, 한국의 록밴드도 있다.  게다가 '할리퀸 소설'이라는 여성취향의 로맨스 소설과 할리퀸 새우라는 어종으로도 풀이가 나온다.  하도 '할리퀸'이라는 생소하지만 익숙한 단어를 여러 곳에서 접했던 바, 이번 크리스트 소설 '신비의 사나이 할리퀸'을 보면서 도대체 '할리퀸'이 뭔가, 크리스티 소설이 '할리퀸'이라는 말이 시작된 첫 지점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방금 찾아보면서 스펠링을 검색하니 여기서의 할리퀸은 할리 Queen이 아니라 Quinn이라는 전형적인 영국의 last name이다.  그러니까 할리퀸이 아니라 할리 퀸이라고 해야 옳겠다.  크리스티가 가장 좋아한 케릭터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등장하는 작품은 모두 단편이며 특히 새터스웨이트가 등장하는 단편에서 그에게 영감을 주고 사라지는 정도의 역할만 볼 수 있다.  소설을 보면 실제 인물인지 새터스웨이트가 상상하는 가공의 인물이지 모호할 때도 있는데, 원제인 The Myterious Mr. Quinn을 음미해보면 처음부터 작정하고 이런 생제르맹 같은 인물을 만들어 낸 듯. 

 

자주 이야기 하지만, 호흡이 긴 추리를 재미있게 읽다가 조금 늘어지는 감이 없지않아 지칠 때에는 이렇게 알맞은 단편모음집이 등장하는 구성은 최고라고 하겠다.  

 

인생 황혼기의 노인 새터스웨이트의 특기는 관찰이다.  타인의 행불행과 깊은 속마음을 짐작하면 엿보는 것을 즐기는 그는 할리퀸의 등장과 함께 사건의 전면에 탁월한 타이밍으로 등장하여 사건을 해결하는데, 알고보면 이미 모든 것을 보았고, 알고 있었던 것을 할리퀸의 한 마디로 영감을 얻거 풀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런 장면을 보면서, 그리고 언제나 돌아보면 사라진 할리퀸을 보면서 나는 그가 새터스웨이트의 머릿속에만 있는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물론, 할리퀸을 보고 듣는 것은 그 뿐만이 아니기 때문에 소설 속에서나마 할리퀸은 실존하는 케릭터 같다.  언뜻 저녁 노을과 함께 떠올랐다가 달과 함께 사라지는 우리 머릿속의 번득임을 의인화한 인물일까?  I will never know....

 

이 작가를 접한 것은 '김두식-황진영'이 함께 진행하는 podcast를 통해서였던 것 같다.  인터뷰 때 하던 말이 인상적인데, 생활고에 대한 질문에 적게 쓰기 때문에 지금의 벌이로도 생활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 같다.  젊은 작가이고 목소리가 맘에 들어 작품을 사보게 되었다.

 

여자.  한국땅에서 여자라는 건 어떤 의미였을까?  여자가 아닌 남자인 내가 보아도 답답한 그 차별, 한, 집착, 외로움, 이런 것들을 견뎌내면서 우리의 어머니들은 우리를 낳고 키워서 사회의 훌륭한 구성원으로 길러냈다.  때로는 무능한 남편에 시달리고, 유능하면 유능한대로 말썽부리기를 주저않던 아버지들까지도 다독여내고 견뎌내는 어머니로서의 여자는 그 우상화 때문에 역설적으로 더더욱 여성차별의 상징이 되어버린 감도 없지는 않은 것이 현실이다.  때로는 외화벌이의 역군으로, 현모양처로, 강한 전사로, 일꾼으로 그렇게 정작 여성이 원하는 것과는 큰 상관없이 시대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지고 가르치는 여성의 진정한 이야기는 아직도 제대로 시작되지는 못한 것 같다는 것이 이 소설을 읽고나서 새삼 가슴에 박힌다.  쓰고 나니 무척 유치한데, 달리는 내가 느낀 것을 표현할 수가 없어 아쉽다.

 

전집의 시대:

내가 태어나기 전의 시대는 모르겠지만, 80년대, 그리고 90년대 중반까지도 '전집'세트는 책에 돈을 조금이라도 쓰는 집이라면 하나씩은 있었는데, 주로 외판원 아주머니들이 발품을 팔아 공급되는 고급상품이었다.  금성출판사 같은 인지도 있는 곳에서 '위인전기' '공상과학' '문학' '백과사전'의 형태로 세계유수의 좋은 책을 선별하여 낸 것들의 구성은 지금 보아도 무척 뛰어난 부분이 있어, 자유롭게 한 권씩 책을 사보는 것이 주류인 지금에도 헌책방을 통해 꽤 활발히 구매되는 것 같다.  2006-7년 언제인가 그렇게 나도 짝이 맞지 않는 금성출판사의 '전집' 한 세트를 꽤 좋은 가격에 아벨서점에서 구입하여 보관하고 있다.  문고본과는 다른 하드커버로 만든 진한 청색바탕에 금색으로 박은 제목과 저자의 이름을 보면 지금과는 다른 그 멋과 맛을 느낄 수 있기에 책장에 꽂아놓기만 해도 좋은 것이다.

 

내가 가진 세트는 문학과 과학, 고전, 사상, 사회,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유수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을 한 것이라서 정말 다양한, 그러나 단권으로 만나기 힘든 이야기들도 여럿 만날 수 있는데, 드디어 읽기 시작한 전집 (이라고 해야 짝이 다 빠져서 15권 정도가 될락말락하는)의 첫 번째는 HG 웰스가 쓴 '세계문화대소사'와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다른 이의 '나의 신념'이라는 에세이.   


HG 웰스는 대략 SF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의 혜안과 통찰은 지금도 많은 이들이 숭배하는 고전의 대가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아니 그의 시대에서 100여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웰스의 작품들 또한 고전이라 해야 마땅하다.  


혹자의 말을 빌리면 우리 시대의 교양은 자연과학지식이겠으나, 20세기 초입만해도 젠틀맨의 관심은 정치, 경제, 사회를 망라한 역사가 아니었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 같은 작가가 1920년에 출간한 세계문화사대계의 축약본격인 이 책은 그 시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역사서술과 함께 저자의 의견이 들어가는 부분의 글은 HG웰스의 대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몇 가지 quote과 함께 나의 생각을 적어본다.


우리 모든 인종은 자유롭게 한데 섞이고, 구름처럼 만났다 흩어졌다 다시 만났다 하는 존재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지 않으면 안된다...이 사실을 잊지 않을 때 극단적인 오류나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다.  

--> 피부색이나 출생국가에 기인하는 인종차별은 지금까지도 완전하게 해소되지 못한 인류의 극악들 중 하나이다.  그런 의미에서 엄연히 같은 백인종끼리의 차별도 당연시되던 당시의 사회적인 인식에 비춰보면 파격적이다 못해 혁명적인 발언이라 하겠다.


(유태인들이) 단결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성서를 얻었기 때문이다...유태인이 성서를 만들었다고 하기보다는 성서가 유태인을 만들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성서를 매체로 해서 단결해 있었다.  예루살렘은...이름만의 수도에 불과했고 그들의 사실상의 수도는 성서 안에 있었다...

-->이스라엘을 건국한 현대 유태인의 본류는 아슈케나지 유태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의 혈통과 팔레스타인을 기반으로 했던 2000년 전의 셈족 유태인과는 다른 인종이며 중세무렵 (이 부분은 여러가지 설이 있다) 집단개종한 '백인'계 민족이다.  오히려 지금 팔레스타인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 인종이 혈통상으로는 성서의 '이스라엘'사람에 가까운, 그러니까 2000년 전에 로마에 의해 완전히 망한 유대왕국의 후손이라고 하는 학자도 있을만큼, 유태인이라 함은 결국 그 혈통이나 인종적인 의미에서의 그룹이 아니라 '믿음'과 '시스템'을 공유하는 그룹이라 하겠다.  실제로 Chinese Jew라는, 중국계 혈통이면서 유태교를 받아들인 '유태인'도 있고, 다른 경우도 있다고 하니, HG웰스의 요점정리는 역시 탁월하다고 하겠다.


공간과 시간에서 시작하여 지구와 인류의 역사를 축약정리한 이 책은 1차대전 후의 세계에서 멈춰있는데, 1946년에 작고한 웰스가 왜 그 뒷 이야기를 마저 하지 않았는지는 의문이다.  어떤 이야기는 시대적인 한계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대가의 혜안이 돋보이는 Classic이다.


뒷 장에 짧게 삽입된 HJ 레스키의 이야기도 생각할 것들을 던져주는데, 사회주의라는 것이 센세이션이던 시대에서 반국가적인 시대, 그리고 낡은 것으로 치부되던 시대를 거쳐 현재 그 말기증상을 보여주고 있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대안적인 아이디어로 재조명되는 지금 더욱 한번 정도 깊이 생각해 볼만한 이야기들이다.


HJ 래스키는 영국의 정치사상가로써 20세기 초에서 중반까지 살아있었던 사람이다.  다음은 이 책에서 건진 그의 말이다.


정치적 자유가 금권의 지배하에 놓여 있는 한 추상적인 정치적 자유라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도 알았다.


나는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계급은 결코 자진해서 그 권력을 포기하는 일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윤을 산출하는 힘에 대한 도전이 있다면...주인들은...사람이나 운동을 압살하려고 할 것이다.


이렇게 좋은 글을 모아놓은 전집은 더 이상 시대가 요구하는 형태의 출판은 아닌 듯 하다.  그것보다는 자기가 찾은 reference를 바탕으로 하나씩 작품을 모으는 형태로, 어떻게 보면 덜 대중적인 방향으로 출판이 움직이고, 더 이상 만들어진 구성을 원하지 않으면서도 시대에 뒤쳐지기 싫은 잠재적 고객을 위해 출판시장은 끊임없는 광고와 조정을 통해 구매자의 마음을 끌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전집류도 지금와서 보니 충분히 헌책방에서 노려봄직 하다.  무엇보다 나름 당시 유명하던 학자와 편집자들의 고민을 통해 만들어진 구성이니만큼,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유수작품들을 만날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PS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 전집은 60권으로 이루어진 금성출판사의 현대인 교양총서고, 내가 가진 녀석들은 약 30권이 조금 못되는 것 같다.  나중에 분명히 헌책방에 마주치면 한질로 되어 있을테니 그냥 사들여서 중복되는 것들과 함께 보관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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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4-07-08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대인 교양총서는 아담하고 깔끔하죠.몇 몇 책은 축약본이지만 완역본도 많고요.

금성사에서 좋은 전집이 많이 나왔어요.저도 어린이 청소년용을 몇 권 구입했습니다.특히 과학학습만화 몇 권은 아주 유용하게 참고하고 있어요.세계문학전집도 괜찮고요.

transient-guest 2014-07-09 00:54   좋아요 0 | URL
저는 예전에 위인전기 (한국/세계), SF, 만화 한국사, 그리고 백과사전전집을 갖고 있었는데, 미국에 올 때 남들 주고 왔어요. 지금 생각하면 아까운 것이, 제 독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녀석들이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해서 또 여러 집에서 좋은 책을 읽었을테니까 괜찮다고 생각을 합니다. 현대인 교양총서는 아벨서점에서 구입할 때 두 질이 있었는데, 똑같은 책들이 빠져있더라구요. 어인일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