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박학기, 박정현, 그리고 유리상자가 함께 불렀다.  이걸 듣고 부를 때마다 옛날 기타를 치며 120%의 감성으로 노래하던 내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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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6-07-08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대구에 김광석 거리라고 있습니다.
생긴지 몇 년 안되지만 성공한 문화마케팅 사례로 무슨 우수사례로 대통령상인가 뭔가도 받았습니다. 이 김광석 거리는 방천시장 옆에 있는데 덕분에 다 죽어가던 방천시장이 완전 카페 술집 골목으로 일로번창하고 있습니다. 국내관광객은 물론 요즘은 중국인들도 많이 오는 것 같습니다...저도 몇 번 가서 시장내 술집(`가족`이라는 족발집...)에서 일잔하기도 했습니다. 방천시장 앞쪽으로는 대한뉘우스라는 유명한 술집도 있구요..ㅎㅎㅎㅎ......작은 공연장도 있고(무명 가객들이 노래를 부르고...)....김광석 노래가 항시 흘러나오고....나름 분위기 좋습니다.^^

transient-guest 2016-07-09 10:09   좋아요 0 | URL
그런 곳도 있군요. 부럽습니다. 바람이 쌀쌀한 늦가을, 밤에 그런 시장 한켠에 있는 선술집에 맘맞는 벗과 앉아서 김광석의 노래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면서 책과 정치, 철학, 역사와 군략을 난장치면 참 즐거울 것 같습니다.ㅎ
 

김광석을 좋아한다.  비록 요즘은 기타도 피아노도 손을 놓은지 오래지만, 예전에 어릴 때, 가수가 하고 싶어 카페에서 노래를 할 때 주로 김광석의 노래를 불렀었다.  소위 뜨는 센스는 없었던 셈이지만, 96년 그의 추모제를 지낸 이래 내 덕분(?)에 김광석의 팬이 된 사람들이 좀 있으니 나름대로의 보람이다.  


에이핑크도 모르고 다른 무엇도 잘 모르지만, 정은지라는 가수는 안다.  바로 이 노래 때문이다.  가사는 조금 틀렸지만, 그녀가 부르는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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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6-07-07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늘 이 노래의 signifié가 가장 잘 구현된 커버는
제이래빗 버전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ㅎ
https://youtu.be/RRvo6A11TMA


transient-guest 2016-07-08 04:24   좋아요 0 | URL
괜찮네요. 다른 노래들도 좋구요. 젊은가수 = 아이돌 혹은 인디 정도의 공식에 식상했는데, 느낌이 좋네요. 그야말로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는가 봅니다.ㅎㅎ 예전에 이 친구들처럼 하는건 꿈도 못꿨네요.
 

계획했던 일주일의 휴가는 결국 물건너간 상태로 주말을 맞게 되었다.  오늘까지 꼬박 일을 했는데, 오전에 계속 신경을 쓰고나면 오후에는 제대로 업무를 볼 수 없었는데, 아무래도 집중이 필요한 legal work는 미뤄진 탓이다.  게다가 밤늦게라도 한국의 고객회사와 긴밀하게 이런 저런 일들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나면 상대도 나도 지쳐버리게 된 것이다.  한국의 주말이 시작된 오늘은 그래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한 통의 전화도, 메일도 나누지 않았다.  책읽기를 놓을 수 없으니 계속 읽기는 했다만, 이상하게도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나마 운동하면서 읽은 '황금가지'에서 나온 SF는 그래도 괜찮았지만, 책에 관한 책 세 권을 연달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깨끗한 삼자범퇴로 나란히 그저 그렇게 넘어가버렸다.  책이 문제인가 사람이 문제인가는 언제나 상황에 따라 시기에 따라 답이 바뀌는데, 이번에는 내 문제도 반, 책의 문제도 반, 아니 굳이 깐깐하게 따지자면 7:3정도로 내 탓이 더 큰 것 같다.


이런 일상은 지난 금요일까지 이어졌다. 아침에 일어나서 그간 미뤄둔 보충자료 건을 열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꼬박 앉아서 20페이지의 커버편지를 작성했고, 조목조목 보충자료요청의 불필요성을 주장했다.  화요일인 내일 출근해서 한 시간 정도 관련자료를 보강하여 발송하면 끝이다.  토요일부터는 한 글자도 업무에 관련한 건 들여다보지 않았다. 일단 어디론가 좀 멀리 다녀올 기회가 생겼고, 그렇게 일박 정도 집을 떠나면서 노트북도 가져가지 않았는데, 다행히 특별히 급한 연락을 받지는 않았다.  물론 메일계정으로 들어가서 걸러진 메일을 찾아보면 아마 꽤 이런 저런 것들이 쌓여 있을 것이다만, 그건 내일부터의 일이다.  오늘 밤까지도 일부러 메일을 열거나 계정으로 들어가보지는 않을 것이다.  일주일간 널널하게 일할 생각이었는데, 결국은 토-일-월요일로 이어지는 연휴만 간신히 챙겼을 뿐이다.


내일, 그리고 수요일까지만 고생을 하면 어느 정도 내 선에서 할 일은 마무리될 것이고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주로 작성할 이런 저런 문서만 신경을 쓰면 되니까, 사실 내일의 일처리가 매끄럽게, 그리고 양적으로 잘 진행되면 당분간은 조금 괜찮은 스케줄이 될 것이다.  모두들 휴가를 떠나는 이 시기는 우리 업계의 특성상 상당히 slow 한 시즌이니까.


SF고전에 속하는 작품이다. 어릴 적 계림사 소년소녀문고집에 엮여 나온 것을 제목만 기억하는 '솔로몬의 동굴'의 동저자의 작품이다. 당시 서양사람들이 바라보는 이국문명에의 두 가지 관점 - 야만과 신비주의 - 이렇게 두 가지가 잘 버무려져있는 모험소설에 가깝다.  다뤄지는 주제도 신화, 아프리카의 모험, 야만족, 그들을 지배하는 신비한 여왕, 윤회, 부활, 너무도 아름다운 사악한 미 등등. 조금은 느리게 시작하는 이야기지만 읽기 시작하면 속도가 붙어 내려놓기 어려웠던, 다소는 촌스럽지만, 또 한편으로는 활극의 요소도 있기에 우리 시대의 눈으로 봐도 많이 떨어지는 작품은 아니다.  결말은 조금 황당하고 허무한 면이 없지는 않지만, 작품이 나오던 시기의 독자들에겐 특히 큰 재미와 이국과 미지의 땅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음에 틀림이 없는 책.  



전문작가의 책도 한 사람의 책을 계속 읽다보면 일종의 plateau가 온다.  같은 의미로 이번의 '윤성근'님의 책은 그 울림이 미미했다.  '야밤산책'은 더더욱 나에겐 너무 가벼웠고, '남편의 서가'는 제목에 좀더 충실한 글들로만 모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영원히 떠나버린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책인데 니나 상코비치의 Tolstoy and the Purple Chair (혼자 책 읽는 시간)와 비교하면 어쩐지 니나 상코비치의 책만큼 그 절절함이나 주제의 일관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이건 내 개인의 의견이고 게다가 이 책을 다른 시기에 다시 읽는다면 어떤 맘으로 다가올지 알 수 없으니까, 어디까지 지금의 느낌으로 해둔다.



번역문학가이자 불문학박사/교수인 김화영의 산문집.  예전의 프랑스 유학시절을 다룬 '행복의 충격'의 시절에서 3-40년의 세월을 훌쩍 건너 이제는 거의 은퇴에 가까운 노학자로서 엑상 프로상스를 시작으로 자신의 과거 발자취와 그 시절의 고맙고 정다웠던 친구와 은사를 비롯한 지인들을 찾아가는 이야기. 어쩌다 보니 하루키의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와도 일면 겹치는 테제가 된다.  특히 그토록 다정스럽던 친구들 중 한 명은 이미 예전에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을 알게되는 부분에선 내가 다 심란해 했는데, 성공한 사람이 되어 과거를 다시 짚어나가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이렇게 뜻하지 않은 부고를 고스란히 맘에 담고 앞으로 가야하는건 그 속에서 마주하는 현실이다.  저자 특유의 산문체도 좋고, 약간은 여행소개서 같은 구성도 나쁘지 않았다.  카뮈도 그렇지만, 이분의 책도 더 읽어볼 생각.



30년 전, 애리조나 하고도 벽촌 국경마을에 자리를 잡고 이민생활을 시작한 저자의 그림이야기.  처음에는 한국과의 끈을 잡고 싶어서 시작한 그림수집이 이제는 취미를 넘어 이렇게 책을 내는 경지에 다다른 것에 놀라고, 다른 경로로도 소개되었던 '간홍 전형필'의 저자이기도 하며, 그의 이름으로 나온 책이 꽤 됨에 더 놀라게 된다.  어쩌면 입신양명을 꿈꾸며 실리콘 밸리로, LA로 뉴욕으로 부나방처럼 몰려드는 대다수와는 달리 이민이 요즘 같지 않던 시절에 미국에 와서 시골에 정착한 덕분에 누리게 되는 시간과 저렴한 생활물가와 부동산 구매비용으로 이렇게 하나씩 작은 그림부터 사들이고, 미술잡지를 읽고 겔러리와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쌓인 노하우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림에 대한, 그리고 수집에 대한 그의 철학은 온전히 보너스.  미술에는 까막눈이지만, 내 눈에 들어오는 그림을 너무 부담되지 않는 수준에서 그야말로 즐기기 위해, 심미안을 수련하는 방법으로 조금씩 구해서 걸어놓고 싶은 맘이 생겼는데, 조금은 더 미래의 이야기.  이런 것도 괜찮은 삶이구나 싶다.  비록 자조하듯, 피닉스에서도 3시간을 더 들어가는 애리조나의 국경마을 한 켠, 한인 30세대의 하나로 잡화점을 운영하고 산다고 말하지만, 저자의 삶에는 이곳처럼 부대끼는 곳에서 사는 사람과는 달리 여유가 느껴진다.  그것이 제일 부럽다는 건, 지금의 내 삶이 꽤나 팍팍한 탓일게다.


사무실을 차린 첫 2-3년은 월요병이 없었는데, 작년부터인가, 나에게도 어김없이 월요병이 찾아온다.  다시 처음의 그 벅찬 기쁨과 자유로움으로 돌아가려는 몸부림은 이제 겨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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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7-05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의 서가> 저자가 故 최성일 님의 아내분이셨군요. 알라딘 알사탕 이벤트가 있었을 때 알사탕과 적립금을 꼬박 모아서 최성일 님의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합본을 샀습니다. 요즘은 3만 원 이상의 책을 사지 않아요. 그 가격으로 읽을 만한 중고책 두 세 권 사는 편입니다. ^^

transient-guest 2016-07-05 12:11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돌아가신 최성일님의 책을 읽어봤는지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책은 제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부분이 있어 지금의 저에겐 그리 잘 다가오지 않더군요. 저도 좀더 헌책을 사보고 싶은데 이곳에 있으니 여의치 않네요.ㅎ

북깨비 2016-07-05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름의 묘약을 재밌게 읽었습니다. 김화영 작가님 문체가 낭만적이셔서 읽으면서 계속 프랑스 여행을 꿈꾸게 되더군요. ㅎㅎㅎ

transient-guest 2016-07-06 04:04   좋아요 1 | URL
제가 느낀 것이 딱 그렇습니다. 확실히 유행하는 프로젝트 여행에세이하고는 수준이 다른 것 같습니다.ㅎ
 

이제는 많은 것들이 내 뒤에 있다. 예전에 그렇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많은 것들은 다가올 미래에 있었고, 내 삶은 수많은 가능성으로 가득했다.  살면서, 일을 하면서, 이런 저런 일을 겪는다.  책을 맘대로 사들이고, 어느 정도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지금은 어른의 행복이 있다.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댓가는 책임과 의무로 늘 밥처럼, 옷처럼 나와 함께하고 있다.  행복은 그들의 중간 어느 즈음에 있을 것 같다.  


책도 무엇도 진심으로 즐기지 못하고 술로 밤을 달래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어서 떨치고 일어나야 한다.  


This shall too p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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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 2016-06-29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무엇보다 책을 즐기지 못할 정도의 고뇌가 제가 공감할 수 있는 가장 큰 고통 중의 하나인 듯 합니다. 예전에 노통이 힘들어 하셨을때 책을 읽지 못한다는 말에정치인이 아닌 한 명의 인간으로서 그에 공감했던 기억이 납니다. 힘내세요. 힘차게 떨쳐내서 책읽는 행복을 즐기시길..

transient-guest 2016-06-30 03:5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책을 읽고는 있는데 재미를 느끼지 못하니 이것도 죽을 맛이네요. ㅎ

북깨비 2016-06-29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경쓰고 계시는 일들이 잘 해결되기 바랍니다. 어른의 삶은 정말 힘들어요. 책 사 볼 돈은 벌지만..

transient-guest 2016-06-30 03:5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해결될 것 같습니다. 어른의 삶이란 참..

다락방 2016-06-29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운내세요..

transient-guest 2016-06-30 03:5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몬스터 2016-06-29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진부한 말이고 ,잘 아시고 계시겠지만 , 결국은 시간이 무엇이든 해결하더라구요 transient guest님. 30대 40대는 몇몇 소수를 제외하고는 행복하기 힘든 시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어디서 봤는데 50대 즈음 되면 다시 행복 사이클이 서서히 상승곡선을 그린다고 하더라구요. ( 아마도 그렇겠죠? ) 그러하니 , 잘 기다리시면 좋겠습니다.

transient-guest 2016-06-30 03:56   좋아요 0 | URL
단순하지만 진리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 그저 이번 해는 좀 빨리 지나갔으면 합니다. 제가 모르는 사이에 지나가고, 그 와중에 돌아보면 일처리가 다 풀렸구나 싶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물고기자리 2016-06-29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 드는 건 쉬운데,
어른이 되어가는 건 참 힘들어요..

transient-guest 2016-06-30 03:56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어른이 되어 사는 건, 특히 몸만 어른 같은 저에겐 더더욱 그렇습니다. 감사합니다.

2016-06-30 0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01 1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 번에 셋트로 구매한 것들에서 남은 두 작품을 이틀간 내리 읽었다.  좌백의 '비적유성탄'과 진산의 '대사형'.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우습게도 마지막에 읽은 두 작품이 하필이면 이들 부부의 작품이라니.  아무튼 책을 읽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글로 정리하는 건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  머리로도 정리가 안되는 문제가 있고, 금방 잊어버리기도 하고, 차분히 앉아서 글을 쓰지 못하는 날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성공학적인 독서론으로 책과 글을 쓰고 강연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을 조금은 무시하는 면이 없지는 않지만, 갑자기 그것도 다양한 삶의 방편들 중 한 가지,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림의 최고수 여덟 명이 각기 다른 날 같은 방법으로 청부살인을 당해 일곱은 죽고, 하나는 백치가 되었다.  더 황당한 건 이들이 당한 무기는 길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라는 것.  여덟 번의 암행을 끝으로 이 가공할 정체불명의 자객은 강호에서 사라진다.  항주에 나타난 이 은퇴자객은 평범하게 살고픈 그의 바램과는 달리 가는 곳마다, 하는 일마다 정확히 그 반대로 일이 풀리고, 금방 고강한 무공을 평범한 수법으로 드러내는 괴인으로 무림의 총아(?)가 된다.  그의 솜씨를 사기 위해 뒤를 따라다니는 해사방의 방주 강중행, 무림괴도 공손혜수까지, 중국을 무대로 하고는 있지만, 삐딱한 좌백의 작품답게 현대어와 현대적인 모티브가 난무하고, 사건도 그렇고 주인공의 궤적도 그렇고, 명문정파와 재자가인이 어우러지기 보다는 기인이사와 군소방파의 무리들이 주된 재료로 버무러진 재밌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내가 꼽는 좌백의 최고작품은 대도오인데, 이는 구할 방법이 없다.  이들의 뒷 이야기를 다룬 외전은 최근에 읽은 단편집으로 먼저 접했는데, 역시 무척 참신한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부창부수라고 하면 정확한 표현이 아니겠지만, 암튼 진산마님이 다루는 소재와 이야기는 좌백에서 두 걸음은 더 나아간, 비주류의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많이는 못 읽어 봤지만, 문단에서 흔하지 않은 여류무협작가라서 늘 흥미를 갖고 있다.  장백쾌검문 미래의 문주이자 최고수로 여겨지던 대사형이 첫 강호행에서 꼼수와 암수가 곁들여진 음모로 만들어진 비무로 허망하게 죽고, 그의 뼛가루가 몰고 온 폭풍으로 사부와 거처를 모두 잃은 사형제들은 좋든 싫든 강호로 몰린다.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거나 제대로 풀리지 못한 부분이 좀 있어 호불호가 갈릴 듯.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었으나 인과관계나 사건의 논리적인 flow가 부족한 점이 아쉽다.


예전에 다른 책으로 엮인 것을 읽은 기억이 있는데, 그게 full series인지, 아니면 이 책의 일부 이야기인지는 확실하지가 않다.  워낙 많이도 썼고, 이런 저런 에세이 모음에서 이합집산을 시켰고, 새로운 판본으로 책이 나오다 보니, 그의 책이라면 가급적 덮어놓고 지르는 나는 같은 이야기를 새로운 모냥새로 다시 접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아주 쉽게, 하루키의 시드니 올림픽 취재기 정도.  작가라서 다행이야를 연발하는 걸 보는데, 사실 하루키의 반 정도만 성공한다 해도, 정말로 '작가라서 다행이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도 이상할 것이 없는 요즘 대다수의 삶과 그 빡빡함이라니...


'고양이의 서재'로 접한 장샤오위앤 교수의 책.  '고양이의 서재'와 함께 한국에 번역된 그의 책은 이것이 전부.  좀더 흥미있는 책이 몇 권 있는데, 이거라도 감지덕지한 것이 현실이다.  survey형식으로 고대의 동서양의 점성학에서 현대의 천문학이라는 과학으로 넘어오는 과정을 factual하게 그려냈다.  교양삼아 한번 읽으면 좋고,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과 저자의 관점을 조금 엿볼 수 있다.



이덕일 소장과는 어떤 관계인지 궁금한 강단사학에서 의도적으로 또는 의도하지 않고 계승되는 식민지사학이 왜 그렇게 고쳐지지 않는지에 대한 또다른 관점으로의 접근을 보여주는 책.  결국, 현 시대엔 연구를 게을리하고, 파벌에서 머무는 탓에 한국사연구가 지금 이따위라는 것을 결론으로 얻었다.  이덕일 소장이 보여주는 직접적인 공격보다는 훨씬 덜 personal하고, 점잖기까지 하지만, 결국 학자로서 식민지사학을 그래도 이어가며 기득권에 머무는 강단사학자들은 쓰레기만도 못하다는 결론을 주는 책이다.  일례로, (1) 연구를 하지 않는다, (2) 논문을 써야한다, (3) 국내논문은 좀 그러니까, (4)일본의 논문을 표절한다, (5) 하면서 이와 부합하는 윗대나 그 윗대의 논문을 각주로 단다, (6) 학파의 자자손손 대대로 (1)에서 (5)를 반복한다.  저자에 따르면 바로 이 과정에서 식민사학이 어떤 비판도 없이 계속 이어진다는 것.  심지어는 자기들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천치 같은 자들이 작금 한국의 고대사학계를 지배하는 SKY를 비롯한 유수학교와 학계를 주름잡고 있다는 것.  덕분에 한일고대사연구세미나는 언제나 화기애애하다고.  특이한 과점도 그렇고 동 저자의 책을 몇 권 더 읽어볼 생각이다.


이번 주는 한 주를 푹 쉴 예정이었으나, 아마 아무리 못해도 내일까지는 달려야 하고, 어쩌면 목요일까지도 달려야한다.  C'est la 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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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6-28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열린책들 출판사의 <천일야화>를 읽고 있는 중입니다. 여섯 권짜리 책을 완독하기 위해서 지금 다른 책들은 아예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한 작품을 계속 읽는 게 힘겹네요. t-guest님은 그많은 아가사 크리스티 전집을 어떻게 다 읽으셨나요? 같은 작가의 책을 세 권 이상 읽으니까 지루합니다. ^^;;

transient-guest 2016-06-28 15:14   좋아요 0 | URL
비슷한 모티브가 이어지는 건 아무래도 피로도가 있죠. 다만, 크리스티 전집은 여러 주인공들이 있었고, 무엇보다 오랜 시간을 두고 조금씩 천천히 다른 책을 읽으면서 함께 봐서 그나마 괜찮았던 것 같아요. 중간에 지루하거나 처지는 때도 있었구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