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상에서 읽을 때와는 또다른 느낌으로 보았다.  단순히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의 이야기를 '장그래'와 주변인물을 통해 그려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처음과는 좀더 복잡하고 심오하게 다가온다.  단순한 시각으로만 보면 기업만화의 한 유형으로만 볼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이 만화가, 젊은이의 대다수, 아니 어쩌면 직장인의 대다수가 '미생마'인 요즘, '완생마'가 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지금 어떤 대안을 주는 것 같지는 않다.  그저 삶은 살아지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틈새를 파고들어 끈질기에 달려들어 한번의 기회를 노리는 바둑판의 승부처럼 그렇게 버티는 거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요컨대 잘 모르겠다는 것.

 

그나마 일종의 해피엔딩으로 끝낸 마지막을 보면, '장그래'들의 인생에도 그간 열심히 살아온 것에 대한 댓가가 따른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는 요즘 젊은이들은 참 불쌍하다.  나 역시 원하는 전공을 택한 덕분에 취업과는 거리가 먼 공부만 줄창했고, 대졸과 동시에 갈 곳이 없어진 기억이 있다.  당시의 .com 붐도 나와는 관련이 없었고, 지금도 high tech이나 IP계열과는 무관하며 주식도 할 줄 모르는 나이기에 오로지 로스쿨만이 어떤 현실적인 대안이었는데, 그나마 학교를 다니면서 보니 취직이라는게 그리 녹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찌어찌해서 적성에 맞는 분야에서 어렵사리 취직을 하여 실력을 키운 댓가로 이제서야 겨우 원하는 수준의 벌이를 만들어가고 있지만, 그것도 지금 학교를 졸업하는 사람들에 비교하면 훨씬 나은 형편이라고 하겠다.

 

아주 극소수의 학교나 학과 또는 수준의 공부를 끝낸 사람들이 아닌 이 시대 대다수의 젊은 사람들은 직장을 구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봉급수준을 보면 내가 대학을 졸업하던 시점에서 크게 오르지 않은 정도의 월급이라도 엔지니어가 아니라면 감지덕지해야 한다.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저 그런 정도의 대학교에서 보통의 전공을 끝낸 젊은 사람들은 예전처럼 보통의 desk job을 찾을 수가 없다.  그런 그들이 모여있는 곳은 스타벅스와 식당, 그리고 이런저런 언저리 직장이다.  세 사람이 벌어서 겨우 house sharing을 support할 수 있는 정도의 봉급을 맞출 수 있는 것이 특히 이쪽 지역인데, 그렇다고 거주비용이 저렴한 지역에는 job이 없다. 

 

그런 그들에게 '장그래'처럼 열심히 살면 좋은 날이 온다고 얘기해줄 수 있을까? 

 

사실 한국의 경우 3D업종에서는 그나마 사람을 구할 수 없다고 하는데, 그런 대안조차 이곳에서는 흔하지 않다.  그리고 말이 쉽지 수도권에서 desk job에 대한 꿈을 갖고 대학을 나온 사람이 3D로 발상을 전환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인생을 이만큼 살았고, 이만큼 겪은 내 정도의 나이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기껏해야 편의점에서 온갖 시달림을 받으면서 알바를 하는 것보다는 3D업종이 낫지 않겠나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그건 경험에서 체득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무엇인가를 해야한다는 절박함의 산물이다.  기실 번듯한 직장이라는 허세를 벗겨내면 대기업 계열사에 양복을 입고 출근해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잡일을 하다가 퇴근하는 무늬만 대기업 사원보다는 건실한 3D가 더 좋아보이기는 하지만, 그것도 내 생각처럼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미생'이 나온지도 근 2년이 지났다.  하지만, 수 많은 '미생'들의 현실은 더 나빠진 것 같다.  앞으로도 더 좋아질 것 같지도 않다.  이를 어찌해야 할꼬...

 

오늘 새벽에 끝내기 운동을 하면서 남은 부분을 다 읽었다.

역시 소소한 재미를 주는데, 역시나 여느때처럼 중구난방으로 마구 읽어서 추리의 연결이 끊어진 덕분에 스토리의 개연성을 잃은 부분이 있다.

 

미스 마플이 또 등장하고, 익숙한 사람들이 나오는데, 논리적인 추리보다는 연상퀴즈가 떠오를 만큼 심한 반전이 있어 그저 소설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정도이다. 

 

정통 추리소설이기는 하지만, 왠지 거기에는 조금 미치지 못하는 느낌.

 

 

일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어 그럭저럭 열심히 일하는 와중에도 조금씩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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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셜록홈즈 동인소설 같은 '경성탐정록'의 두 번째 이야기를 읽었다.  팬이 쓴 글답게 홈즈의 오마쥬로 가득찬 글이고, 그리 어려운 이야기도 아니기 때문에 쉽게 읽히는 책이다.  홈즈 = 설홍주로, 왓슨 = 왕도손이라는 중국계 의사로 설정했고, 심지아 허드슨 부인은 허도순 부인으로 설정했으니 이 소설은 셜록홈즈의 한국화 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게 형제가 구상을 했는데, 추천인의 말처럼 이는 엘러리 퀸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그들만큼 전문적인 글쟁이들은 아니기 때문에 심오하고 신묘한 내용보다는 재미있게 한번 읽어볼 수 있는 이야기 정도로 기대하면 좋겠다.  지금은 어디에 보관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예전에 설홍주/왕도손의 캐릭터 일러스트도 돌아다니던 것이 기억난다.  작가 한동진씨는 개인블로그도 운영하고 딴지에서도 정기적으로 글을 올리는데, 딴지영진공에서도 가끔씩 나와서 기괴한 목소리와 깊은 덕후성을 뽑내는 것을 볼 수 있다.  

드디어 손에 넣은 필립 K 딕의 걸작선집 첫 권을 읽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 책은 토탈리콜의 원작이다라고 썼다가 방금 찾아보니 틀린 것을 보았다.  암튼 필립 딕의 소설들 중 영화화된 것이 많아서 생긴 착각이리라 (암 그렇고 말고...)


양극화, 부족한 자원, 쟁투, 멸절의 징후, 정신병 등등 수 많은 모티브들은 2014년의 현실에 대비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만큼 이 소설에서 사용된 장치들의 연속성은 시대를 넘어 지금의 나 또한 공감할 수 있을 정도이다.  작가의 혜안이 돋보이는데, 이런 암울한 미래를 그렸지만 무려 1994년에 이미 화성에 이주민이 살고 있다는 설정은 작품이 쓰여지던 당시 과학기술의 발전에 대한 기대치를 보여줌과 동시에 현실성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지금의 예상으로는 내가 노인이 되는 시기에 첫 화성 이주 우주선이 뜨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그나마도 돌아올 수 없는 one-way ticket이다.  


우리 과학기술의 발전이 더딘 것인 탓도 있지만, 어쩌면 우리가 제어할 수 있는 딱 그 만큼의 진보만 이루어지도록 '설계'되어있거나 'monitoring'을 당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 책을 읽으면서 '미생'도 열심히 보고 있는데 이미 한번 독파한 책이라서 큰 감동보다는 작은 재미를 느끼는 정도이다.  '미생'처럼 유명한 작품인데, 겨우 이제서야 구한 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판'이다.  참으로 책을 팔아서 먹고살기 어려운 시대같다.  나라도 좀더 열심히 읽고 사들여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어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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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1 1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02 0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05 0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05 0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간 너무 자주 밀린 후기를 한꺼번에 정리하느라 고생을 해서 이번에는 얼른 적어보았다.


파인만의 강의들 중 두 번째로 쉬운 이야기라고 하는데, 기본적인 수학공식이나 법칙, 그러니까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모르고 읽으니 죽을 맛이다.  솔직하게 이야기 하자면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아무래도 수학이 없는 물리학 강의는 적어도 수학을 다시 배워놓기 전에는 읽지 못할 듯.  자연과학 지식을 쌓겠다는 거창한 목표가 마구 흔들려 버린 한 순간이었다.  그러니까, 에세이 쟝르의 과학 '이야기'는 읽을 수 있겠지만, 아주 조금 진지한 이야기로 들어가기만 해도 하늘과 땅끝의 차이만큼이나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어르신들 말씀에 공부에는 다 때가 있다고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다.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고, 나이에 따라 시기에 따라 일장일단이 있지만, 젊을 때에는 확실히 이해나 습득이 빠르고, 나이가 들면 공부에 대한 진지함이 그 나머지의 부족함을 채우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 내 사무실 겸, 서재는 추리소설 풍년이다.  한 달전에 지른 상품들이 지금 모두 도착하였기 때문인데, 읽지 못한 크리스티 전집이 약 40권 정도가 남아있고 (모든 권수를 맞추면 더 늘어날 것이다), 캐드파엘과 동서 미스테리 문고의 책까지 합해서 못해도 40권 이상이 더 들어온 것 같다.  그리고 요꼬미조 세이시와 마츠모토 세이초의 작품 몇 권까지 합하면 거의 100여권의 추리소설이 나의 손길과 관심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바쁜 일정을 잘 소화해내면 또 중간에 시간이 비는 한 주가 있을 것이고, 운동을 하면서 틈틈히 읽고, 그런 시간에 머리를 식히면서 한 권씩 읽어나가는 것은 미래의 즐거움이다. 


재미있게 읽은 이번 '침니스의 비밀'의 트릭은 거의 막바지에 가서 간파할 수 있었다.  중간에 의심도 좀 했지만, 워낙 주의를 분산시키는데 능한 크리스티라서 바로 알아채지는 못했다.  개연성이 조금 떨어지는 면이 없지는 않지만, 빠른 진행과 활극이 가미되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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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ia 2014-08-22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시도조차 하지 않는 저보다 백배 나으세요. 저는 읽다 흥미없으면 관두기도 잘하는데, 평소에도 느끼는 거지만 인내심이 많으신 것 같애요. 크크.^---^

transient-guest 2014-08-23 02:09   좋아요 0 | URL
열심히 사리를 만들면서 살고 있지요..ㅎㅎ 그냥 하던 것을 계속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남들보다 조금 나은 것 같아요. -_-:
 

몇 번인가 리뷰도 쓰고 페이퍼도 쓰고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포스팅을 하지 못했다.  글을 쓰다가 이런 저런 사정으로, 불안정한 WiFi등의 이유로 글이 날아가버렸기 때문이다.  자동저장 기능이 있기는 하지만, 일부러 저장하지 않는 이상 일정 시간마다 작동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글들은 반 정도가 지워진 상태로 저장되었고, 이를 다시 쓰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지난 2주간 엄청 바쁘게 지낸 덕분에 더더욱 글을 쓸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나마 TV를 거의 보지 않았기에 그 시간만큼은 책을 읽을 수 있어 8월의 독서량은 상당하다, 지금까지는.  기억이 잘 안 나는 책도 있고 하지만, 간략하게라도 추려야 할 것이다.


정치인 또는 행정가로써의 유시민은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작가 유시민의 글을 싫어하는 사람, 그러니까 사상적인 면이나 일베충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유시민이 글을 못 쓴다고 생각하는 사람 또는 그의 글이 재미없다는 사람은 그리 많이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의 시도 역시 신선하다.  모든 것은 결국 내가 있기 때문에, 내가 인지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내가 없다면 설사 은하계라고 해도, 나에게는 의미가 없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역사 또한 한 개인의 관점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중심으로 회고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내용에서 보면 과거사에 대한 나름대로의 객관적인 평가를 역설하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박정희 소장의 18년간의 독재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긍정적인 결과는 인정하자는 것이다.  나아가서, 한 걸음 물러나서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 결국 시대는 그 시대의 사람들의 수준과 인성을 반영하기에 결과적으로는 '그럴만했기 때문에' 독재도, 실패도 있었다는 취지의 이야기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유시민 개인이 이제는 세상과 화해하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투쟁이나시시비비를 가리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다만 더 넓은 의미에서 보면 반대계층 또한 우리를 구성하는 하나의 구성요소로써 대하자는 의미의 '화해' 말이다.  어쩌면 그건 학생운동부터 저술가로써, 또 정치인이나 행정가로써 세상을 겪어온 자의 깊은 깨달음이나 지혜일 수도 있겠다.  


나는 싫다.  절대악과 절대선을 따질 수 없는 것이 기실 세상의 거의 모든 일이다.  하지만, 분명히 최소한 상대적인 의미에서라도 '악'은 존재하고, 사회를, 사람을, 세상을 말아먹는 '악당'은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박정희 소장의 시대를 겪어낸 사람들이 이룬 것들은 인정하겠지만, 박정희 소장을 어떤 경우라도 긍정할 수는 없다.  이 얘기가 다는 아닌데, 읽은지 2주가 거의 다 되어가는 지금에는 이런 생각을 했었던 기억만 난다.















과학이란 끊임없이 의심하고 묻고 따지는 것이라는 논지까지는 이해하겠는데, 그가 예를 드는 수학이나 과학 이야기는 잘 이해를 못하고 읽었다.  그 보다는 역시 '농담' 1-2권이 훨씬 잘 읽혔는데,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는 능력은 가히 천재의 그것이 아닌가 싶다.  어떤 어려운 것들도 그가 이야기를 하면 비교적 쉽게 들렸다고 하니까.  그의 기행 역시 맘에 든다.  자연과학의 지식을 늘려가기 위한 독서의 일환인데, 수학과 과학을 건드리지 않고 살아온지 어언 20여년 가까이.  이제는 기초 algebra부터 다시 공부해야 할 듯.  


모리아티 교수와 스펙터, 그리고 Fu Manchu를 연상시키는 듯한 국제적인 범죄조직이 있으니 그 이름하여 Big Four.  이들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배후에서 꾸미는 존재들인데, 그 리더는 중국인 리창옌.  이들이 벌이는 살인행각에 우연히 끼어들게 된 포와로와 그의 친구 헤이스팅스 대령.  


이렇게 단편적으로는 기억이 나는데, 플롯은 딱히 의미있게 남아있는 것이 없다.  그저 읽으면서 드디어 소설이 60년대에 유행하던 fictional한 세계관에 들어왔고나 하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 생각날뿐.  

Austin Powers가 나온 이래 한참 과거의 세계관, 그러니까 세계정복을 위해 사건을 일으키는 악당은 Dr. Evil와 오버랩이 되어 심각하기 보다는 웃기는 경우가 더 많은데, 이 소설에서는 그나마 그런 생각은 하지 않고 끝까지 이야기를 즐길 수 있었다.  심각한 추리보다는 활극에 가까운 이야기였던 것 같다.


예전에 책이 이런 저런 podcast에서 소개되었던 이래 꼭 읽어보고 싶던 책인데, 이제서야 내 수중에 들어왔다.  하나의 소설은 아니고 단편소설을 모아 놓은 책인데, 읽을수록 fiction인지 작가의 경험이 바탕이 된 faction인지 아리송하다.  


드라마 '토지', 그러니까 다른 배우들이 만든 리메이크 말고, 한창 귀엽던 이재은과 안연홍, 그리고 당시 잘 나가서 최수지가 서희로 나왔던 '토지'가 유행하던 시절의 이야기, 그리고 거기서 한참 지나서 나온 룸싸롱 '토지'에 엮인 주인공의 이야기가 특히 재미있었는데,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기담스러운 단편들이 있어 즐겁게 읽었다.


이 작가의 책은 다른 녀석들도 구해서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내가 헌책방 하면 늘 떠올리는 '아벨서점'을 드나든 것을 다른 헌책방 이야기와 함께 사진으로 엮어낸 책이다.  최종규님은 알라딘에서 활발하게 활동중인 분인데, 개인적인 인연은 서친이라는 것 그리고 2006-2007년 겨울에 책을 사러간 아벨서점에서 본 긴 머리의 자전거 타는 청년이 그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 정도가 전부이다.


한글 바르게 쓰기 운동을 하시는 분이라서 그런지 표현이 낯설은 부분도 꽤 있었는데, 내가 알던 말도 있지만, 전혀 모르는 것도 많았기에 한글을 제대로 쓰는 것이 쉽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한자혼용 말할 것도 없지만, 표현 자체가 일본에서 들어온 것들도 많고 한자표현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일본에서 나온 것들도 꽤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조금 있는데, 흔히 쓰는 '민초'라는 말이 바로 대표적인 일본발명한자가 아닌가 싶다.  백성을 뜻하는 '민초'라는 말은  '백성은 잡초같아서 운운...'하던 도쿠가와 이에야쓰의 말에서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  


글도 글이지만 내가 그리워하는 헌책방 사진과 소식이라서 더 귀하게 읽은 것 같다.


어거지로 쓴 것이 느껴질만큼 쉽지 않게 읽은 책들을 간신히 정리했다.  이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또 밀리면 어쩔 수 없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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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ia 2014-08-20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최근 들어 이과 분야 책을 의도적으로라도 읽어야겠다고 느낀게 몇년전에 !(팩토리얼)기호 이름도 계산방법도 생각이 안났어요. 기호이름을 누가 말해줬는데 그 때 계산방법이 생각이 난 거예요. 수학놓은지 십년도 채 안되었는데 말예요. 쉬운 책부터 한권씩 도전해봐야 겠습니다.(불끈!) ^^

transient-guest 2014-08-20 15:2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알고 있던 것들을 잊기 싫어서라도 그렇게 노력해야 할 듯 합니다. 저는 수학을 그렇게 다시 한번 차근차근 공부해보고 싶습니다. ㅎㅎ

야클 2014-08-20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 아플 땐 <수학의 정석>을 꺼내 아무 문제나 풀어 본다는 시골의사 박경철씨의 얘기를 듣고 처음엔 신선했지만 그 문제가 (고등학교 졸업한 지 30여년이 다 되어가는데) 심지어 풀린다는 얘길 듣고 까무라치게 놀란 적이 있습니다. 저도 대학 1학년 때 배운 Linear Algebra가 기억도 안나요 -_-+

transient-guest 2014-08-21 00:02   좋아요 0 | URL
전혀 공감하지 못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박경철씨는 좀 특이한 것 같아요. 저는 진짜 산수 말고, 수학은 기초조차도 떠오르는게 없어요...ㅎ

oren 2014-08-21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저도 '수학'이라면 쬐끔 하고 싶은 말이 있네요. 중,고교 시절에 가장 자신있어 하고 재미있어 했던 과목이 바로 수학이었거든요.(학력고사때 아마도 절반 가끼이는 대략 암산으로 풀고, 나머지 어려운 문제들은 두 번씩 풀어보면서 답을 거듭 확인할 정도였지요.. ㅎㅎ) 그런데 막상 몇 년 전 큰 아이가 중3때 어려운 수학 문제를 하나 풀어달라고 하는데 '갑자기' 너무나 어려워 보여서 도저히 풀지 못하겠더군요. 정말 세월이 무섭다는 걸 그때 실감했었지요.

그런데 가끔씩은 제 주위에서도 수학 실력이 정말 놀라운 사람이 있더라구요. 제가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무엇보다 숫자를 잘 다뤄야하는) '예산 담당 사원'으로 발탁되어 일을 했는데, 그때 함께 일했던 고참분은 경영학과 출신이었지만 정말 수학 실력이 뛰어났어요. ('78학번이었고, 그 당시 사내에서 수학을 제일 잘한다는 소문도 좀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그 분이 몇 년 전에 '업계'에서 은퇴할 무렵 어느날, 문득 대입수능 수학문제를 한번 풀어봤더래요. 그런데 정말 한 문제도 빠짐없이 다 풀 수 있었다고 제게 자랑하시더군요. 결국 그 선배는 결국 그 길로 '수학 과외'로 나서게 되었지요. 그분이 요즘도 가끔씩 하시는 불평이 뭐냐하면요. '나보다 수학도 잘 못하는 아들 녀석이 과외비는 훨씬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이랍니다.(그 선배의 아들도 나름 공부를 잘 해서 과학고를 거쳐 연대 공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는데 말이지요.)


transient-guest 2014-08-21 10:05   좋아요 0 | URL
무협지 기담 같아요.ㅎㅎ 저는 워낙 수학/과학을 못했기 때문에, 뭐랄까, 미지의 세계 같은 그런 느낌이 있어요.ㅎㅎ 제가 전혀 모르는, 가보지 못한 곳이랄까? 그래서 나중에 아주 기초적인 과정부터 하나씩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합니다. 역사는 제가 좀 잘 했었어요. 중학교때 제가 문제집에서 찍어주면 적중률 90%정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예전에 배운 것을 가지고 계속 써먹는건데, 그것도 쉽지만은 않겠어요. 계속 새로운 것도 나오고...지금 방통위에 있는 모씨가 40대 이후에는 새로운 공부를 한적이 없이, 그 나이까지 훈장질을 해먹었다던데,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닌 것 같습니다.ㅎㅎㅎ 저도 늘 걱정합니다, 제가 모르는 사이에 뭐가 막 바뀌고 그럴까봐요..ㅎ
 

그를 처음 보았을 때가 생각이 난다.  중학교 때였던가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에서 획일적인 교육에 길들여지고 있는 사립학교 학생들에게 예정된 미래 이상, 순간의 삶이 중요함을 깨우쳐 주던 키팅 선생님으로 나왔던 그 때.  알고보니 Robin Williams라는 이름의 유명한 배우였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미국에서는 정작 그리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입시에 시달리던 젊은이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던 것 같다.  나만해도 이 영화를 여러 번 보았고 당시 비싼 돈을 주고서 비디오 가게를 통해 원판을 구입하기도 했었다. 

 

그 뒤로도 꾸준한 활동을 하던 그가 오늘 아침 갑작스럽게 지구를 떠났다.  은막 뒤의 삶에 대해 아는 것은 없었지만, 자살을 할 뚜렷한 이유를 알지는 못하겠다.  그저 나이가 들고 커리어가 예전 같지는 못했을 것이기에 우울증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로써 내가 한 시절을 기억하게 해주는 또 한 사람이 떠났다.  이럴 때마다 나이가 드는 것을 느끼는데, 그의 죽음으로 난 한 시대가 그렇게 조용히 지나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키팅 선생님으로 나왔던 그 모습은 잊지 못할 것이다.

 

Good bye Robin...may your soul rest in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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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4-08-21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은 시인의 사회>와 비슷한 시기에 나온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를 모두 소설로 읽어보았습니다.둘다 주인공이 학교를 떠나는 게 마지막 장면이죠.단, 후자에서는 주인공이 자살하여 관에 넣어져 떠난다는 것...그때가 6공화국인데 5공화국이 추친한 재학생들의 과외금지 학원 수강 금지가 풀려 학생들이 사교육에 찌들어 가고 있었죠.

transient-guest 2014-08-22 06:18   좋아요 0 | URL
이 시절은 이미연의 리즈시절이었지요. '사랑이 꽃피는 나무'에서 본 그 청순가련한 모습은 요즘 아이돌은 따라갈 수 없는 그 시절 특유의 모습이 있었던 것 같아요. 6.10항쟁으로 전두환이 물러났지만, 도루묵 같은 노태우 시절이 돌아왔던 것에 어린 나이였음에도 매우 실망하고 분노했던 것이 기억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