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인가 리뷰도 쓰고 페이퍼도 쓰고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포스팅을 하지 못했다. 글을 쓰다가 이런 저런 사정으로, 불안정한 WiFi등의 이유로 글이 날아가버렸기 때문이다. 자동저장 기능이 있기는 하지만, 일부러 저장하지 않는 이상 일정 시간마다 작동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글들은 반 정도가 지워진 상태로 저장되었고, 이를 다시 쓰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지난 2주간 엄청 바쁘게 지낸 덕분에 더더욱 글을 쓸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나마 TV를 거의 보지 않았기에 그 시간만큼은 책을 읽을 수 있어 8월의 독서량은 상당하다, 지금까지는. 기억이 잘 안 나는 책도 있고 하지만, 간략하게라도 추려야 할 것이다.
정치인 또는 행정가로써의 유시민은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작가 유시민의 글을 싫어하는 사람, 그러니까 사상적인 면이나 일베충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유시민이 글을 못 쓴다고 생각하는 사람 또는 그의 글이 재미없다는 사람은 그리 많이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의 시도 역시 신선하다. 모든 것은 결국 내가 있기 때문에, 내가 인지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내가 없다면 설사 은하계라고 해도, 나에게는 의미가 없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역사 또한 한 개인의 관점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중심으로 회고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내용에서 보면 과거사에 대한 나름대로의 객관적인 평가를 역설하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박정희 소장의 18년간의 독재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긍정적인 결과는 인정하자는 것이다. 나아가서, 한 걸음 물러나서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 결국 시대는 그 시대의 사람들의 수준과 인성을 반영하기에 결과적으로는 '그럴만했기 때문에' 독재도, 실패도 있었다는 취지의 이야기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유시민 개인이 이제는 세상과 화해하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투쟁이나시시비비를 가리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다만 더 넓은 의미에서 보면 반대계층 또한 우리를 구성하는 하나의 구성요소로써 대하자는 의미의 '화해' 말이다. 어쩌면 그건 학생운동부터 저술가로써, 또 정치인이나 행정가로써 세상을 겪어온 자의 깊은 깨달음이나 지혜일 수도 있겠다.
나는 싫다. 절대악과 절대선을 따질 수 없는 것이 기실 세상의 거의 모든 일이다. 하지만, 분명히 최소한 상대적인 의미에서라도 '악'은 존재하고, 사회를, 사람을, 세상을 말아먹는 '악당'은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박정희 소장의 시대를 겪어낸 사람들이 이룬 것들은 인정하겠지만, 박정희 소장을 어떤 경우라도 긍정할 수는 없다. 이 얘기가 다는 아닌데, 읽은지 2주가 거의 다 되어가는 지금에는 이런 생각을 했었던 기억만 난다.
과학이란 끊임없이 의심하고 묻고 따지는 것이라는 논지까지는 이해하겠는데, 그가 예를 드는 수학이나 과학 이야기는 잘 이해를 못하고 읽었다. 그 보다는 역시 '농담' 1-2권이 훨씬 잘 읽혔는데,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는 능력은 가히 천재의 그것이 아닌가 싶다. 어떤 어려운 것들도 그가 이야기를 하면 비교적 쉽게 들렸다고 하니까. 그의 기행 역시 맘에 든다. 자연과학의 지식을 늘려가기 위한 독서의 일환인데, 수학과 과학을 건드리지 않고 살아온지 어언 20여년 가까이. 이제는 기초 algebra부터 다시 공부해야 할 듯.
모리아티 교수와 스펙터, 그리고 Fu Manchu를 연상시키는 듯한 국제적인 범죄조직이 있으니 그 이름하여 Big Four. 이들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배후에서 꾸미는 존재들인데, 그 리더는 중국인 리창옌. 이들이 벌이는 살인행각에 우연히 끼어들게 된 포와로와 그의 친구 헤이스팅스 대령.
이렇게 단편적으로는 기억이 나는데, 플롯은 딱히 의미있게 남아있는 것이 없다. 그저 읽으면서 드디어 소설이 60년대에 유행하던 fictional한 세계관에 들어왔고나 하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 생각날뿐.
Austin Powers가 나온 이래 한참 과거의 세계관, 그러니까 세계정복을 위해 사건을 일으키는 악당은 Dr. Evil와 오버랩이 되어 심각하기 보다는 웃기는 경우가 더 많은데, 이 소설에서는 그나마 그런 생각은 하지 않고 끝까지 이야기를 즐길 수 있었다. 심각한 추리보다는 활극에 가까운 이야기였던 것 같다.
예전에 책이 이런 저런 podcast에서 소개되었던 이래 꼭 읽어보고 싶던 책인데, 이제서야 내 수중에 들어왔다. 하나의 소설은 아니고 단편소설을 모아 놓은 책인데, 읽을수록 fiction인지 작가의 경험이 바탕이 된 faction인지 아리송하다.
드라마 '토지', 그러니까 다른 배우들이 만든 리메이크 말고, 한창 귀엽던 이재은과 안연홍, 그리고 당시 잘 나가서 최수지가 서희로 나왔던 '토지'가 유행하던 시절의 이야기, 그리고 거기서 한참 지나서 나온 룸싸롱 '토지'에 엮인 주인공의 이야기가 특히 재미있었는데,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기담스러운 단편들이 있어 즐겁게 읽었다.
이 작가의 책은 다른 녀석들도 구해서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내가 헌책방 하면 늘 떠올리는 '아벨서점'을 드나든 것을 다른 헌책방 이야기와 함께 사진으로 엮어낸 책이다. 최종규님은 알라딘에서 활발하게 활동중인 분인데, 개인적인 인연은 서친이라는 것 그리고 2006-2007년 겨울에 책을 사러간 아벨서점에서 본 긴 머리의 자전거 타는 청년이 그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 정도가 전부이다.
한글 바르게 쓰기 운동을 하시는 분이라서 그런지 표현이 낯설은 부분도 꽤 있었는데, 내가 알던 말도 있지만, 전혀 모르는 것도 많았기에 한글을 제대로 쓰는 것이 쉽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한자혼용 말할 것도 없지만, 표현 자체가 일본에서 들어온 것들도 많고 한자표현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일본에서 나온 것들도 꽤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조금 있는데, 흔히 쓰는 '민초'라는 말이 바로 대표적인 일본발명한자가 아닌가 싶다. 백성을 뜻하는 '민초'라는 말은 '백성은 잡초같아서 운운...'하던 도쿠가와 이에야쓰의 말에서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
글도 글이지만 내가 그리워하는 헌책방 사진과 소식이라서 더 귀하게 읽은 것 같다.
어거지로 쓴 것이 느껴질만큼 쉽지 않게 읽은 책들을 간신히 정리했다. 이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또 밀리면 어쩔 수 없겠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