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곳 기준으로 일요일.  마침 저녁 시간대에 지역 팀인 SF 49ers의 시즌 Home Opener가 잡혀 낮에 넉넉히 운동을 하고, 게임을 보려고 기다리고 있다.  시즌 중 많은 게임을 하는 타 스포츠와는 달리 football은 16게임이 전부라서 매주 한번씩 하는 게임이 모두 playoff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어 한 게임이라도 miss하기 싫어진다.  


엊그제부터 읽기 시작해서 끝낸 책 한 권, 그리고 운동을 하면서 마저 읽은 책 한 권으로, 흔적을 남겨야 하는 책은 두 권이다.  


전형적인 '의자에 앉은' 탐정물이다.  구석진 곳에 앉아있는 한 노인이 있고, 우연하게 듣게 된 그의 추리에 흥미를 갖게된 신문기자가 있다.  그게 전부다.  일종의 에피소드 모음집처럼 쓰여져 있는데, 특이하게도 노인은 사건해결이나 진범을 찾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그저 경찰을 따돌린 범행을 추리하는데서 재미을 느끼며, 나아가서 이를 실행한 진범의 뛰어남을 좋게 보고 있다.  물론 그런 성향에 대한 설명이 될만한 이야기는 맨 마지막 에피소드에 들어있지만, 삽화와 함께 곁들여 생각하면 무엇인가 음침하고 기분 나쁜 인상의 구겨진 늙인이가 비틀어진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면서 나직하게 사건의 추리하는 장면이 연상된다.


책을 읽고나서, 모리아티 교수의 말년이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모리아티 교수는 가공의 인물일뿐더러 홈즈와 격투 중 폭포에서 떨어져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홈즈가 실상은 죽지않고 왓슨앞에 나타났듯이, 모리아티 교수도 죽지 않고 이렇게 은퇴해서 살고 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시간대도 딱 1907년 이쪽저쪽이니, 모리아티 교수가 살아있었다면 '노인'이 되어있었을 것이고, 그 좋은 머리로 '해결'된 범죄의 이면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방식으로 은퇴자의 지루한 하루를 달래려 했을지도 모를 일다.  


강령회에 참석한 사람들 중 범인이 있다는 것은 처음부터 짐작할 수 있었고, 이를 plain site에 두었지만, 좀처럼 한 명으로 혐의자를 줄일 수 없었는데, 엄밀히 말하면 이건 크리스티의 '반칙'이 아니었을까 싶다.  일종의 연상추리를 해야만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을 트릭을 배치했는데, 내가 경찰이나 탐정이 아닌 이상 그렇게 깊게 사건으로 들어간 추론을 펼치는 것은 애시당초 가능하지 않았으니까.  


강령회라는 새로운 소재를 이용한 것도 좋았는데, 이상한 점은 어떻게 희생자의 이름이 나오게 했냐는 점이다.  이 부분은 그냥 단순하게 범인이 그쪽으로 '심령'의 싸인을 유도했다는 정도로 마무리했는데, 조금 불만스럽다.



박영선 의원이 대표직에서 사퇴할 것 같다.  게다가 탈당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박의원이  탈당 후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고 이 정당의 색깔이 맞는다면 참가할 수도 있다는, 즉 모든 상황에 기름을 붓는듯한 이상돈씨의 발언까지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황같다.  애시당초 임시직으로 맡은 대표자리를 굳히려다 실패한 건 아닐런지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드는데, 이상돈/안경환 비대위원장 카드가 딱 그런 추측을 하게 한다.  명망이 있는 새로운 인사를 영입해서 '쇄신'을 기화로 당권을 장악하는 신공은 이미 김한길씨가 한번 했다가 당을 말아먹고 끝난 바 있다.  게다가 나쁜건 이상돈이라는 카드인데, 그는 박근혜 정권 출범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출범 후 박근혜가 자기가 기대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온 사람이다.  그의 명망이나 인지도를 떠나서 박근혜를 괜찮은 보수리더로 본 해태눈깔 같은 정치시력을 가졌다는 점에 비하면, 그의 따나라당 참전경력은 결격사유로써 새발의 피가 아닌가 싶다.  그런 사람을 굳이 데려오려는 시도에 안경환 교수님같은 분을 끼워넣은 것도 뭔가 마뜩찮은 면이 있고.  알다가도 모를게 사람속인데, 정치인 속은 더한게 아닌가 한다.  그녀가 탈당을 한다면 정말 21세기 막장정치쇼가 될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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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4-09-17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영선 씨 탈당 안한답니다.

transient-guest 2014-09-18 01:57   좋아요 0 | URL
저도 뉴스 봤습니다. 여럿을 위해서 다행이죠. 그나저나 이분 신뢰도가 확 떨어지네요. 사람이 삐지면 이런 이상행동을 하는군요.ㅎ

노이에자이트 2014-09-19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오르치가 쓴 장편 <주홍꽃> 읽어보셨나요? 우리나라에선 어린이 책으로도 각색되어 나온 모험소설인데 재밌더라고요.

transient-guest 2014-09-20 02:08   좋아요 0 | URL
이번에 처음 접한 작가라서 아예 모르고 있지요. `주홍꽃`은 찾아보고 나중에 다른 녀석들과 함께 구해야겠네요.ㅎ 노자님께서 재밌다고 하시니 더욱 궁금해집니다.
 

금요일은 아무리 바쁜 시기에도 비교적 한가한 편이다.  나 자신도 마음이 풀어지거니와, 이미 일을 의뢰한 고객이나 새로운 상담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그런 편일게다.  사람은 누구나 비슷한 날씨와 시즌에 따라 영향을 받는데, 일을 하다보면 그런 경우를 자주 느낀다.  내 역량이 더 늘어나면 더욱 많은 일을 하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회사를 더 확장할 필요가 있겠지만, 사람관계에 능한 편이 아니라서 누군가를 고용하여 속을 썩느니 좀 적게 벌어도 이렇게 자유롭게 오가면 더 좋겠다.  오늘도 그래서 간만에 부모님 댁으로 넘어와서 개들을 보면서 메일과 전화, 그리고 notebook PC로 업무를 처리하면서 점심에 운동을 하고 집밥도 먹고 하니 맘이 푸근하다.  


최근에 검도를 다시 시작하기 위한 체력단련, 그리고 기존에 비축된 근력을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힘으로 바꾸기 위한 일환으로 합기도를 시작하였다.  사실 한국 합기도의 원류나 초기 지도자들에 얽힌 나쁜 이야기가 많고, BJJ나 MMA같이 요즘 대세를 타는 무술을 해볼 생각이었는데, 순전히 인연이 그렇게 닿은 덕분에 한국 육군 퇴역 소령이 관장으로 있는 곳에서 운동을 하게 되었다.  중기적인 목적은 이렇게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키우다가 도장시설을 이용해서 검도의 기본동작을 연습하다가 어느 정도 체력과 자세가 회복이 되면 검도장에 등록하는 것이다.  그래도 한때에는 우리 도장의 후기지수들 중 꽤 괜찮은 시합성적을 내던터라 그냥 가서 못난 꼴을 보이기는 싫은 것이다.  한 가지 plus라면 이분이 총을 잘 쏘는 분이라서 지역 경찰국 강사도 하고 경관 개인지도도 하기 때문에 총 한 자루만 구하면 가끔 좀 배워볼 수 있겠다는 것이다.  냉병기는 아무래도 개인단련과 수양에 그 목적이 있기 때문에 무인이라면 화병기를 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A Game of Thrones를 읽으면서 느끼는데, George R.R. Martin은 정말 대단한 작가가 아닌가 싶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어느 판타지 보다도 훌륭한 구성과 현실세계와의 대비는 특히 이 작가의 빼어남을 보여주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미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예컨데 LOTR시리즈나 퍼언 연대기도 그렇고 좀더 단순한 패턴을 따른다면 Martin의 작품은 매우 냉혹한 것이 현실과 그대로이다.  정의도, 불의도, 선과 악도,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끊임없이 돌면서 정반합을 이루고 변한다.  이 정도의 통찰이 판타지 세계관에 무리없이 녹아 있는 점도 그의 비범함을 보여준다.  이곳에 살고 있으니 영어로 된 원본을 읽는데, 매우 실망스러운 한국어 판의 번역 평판을 들어보면 좀 다행인 듯.  순전한 추측이지만, 세 명 이상의 다른 사람들이 공동번역을 하고 이를 통합하는 과정에서의 부주의함이나 편집의 불성실이 아닐까 싶다.  Bran의 Direwolf인 Summer를 어느 챕터에서는 서머로, 다른 곳에서는 여름이로 번역하는 수준이라면 거의 발번역 수준을 넘어선 것이 아닐까 한다.  paperback edition은 그리 비싸지 않기 때문에 팬으로써 한국어 판에 실망한 독자라면 영어로 도전할만하다.  무엇보다 단어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에 한번 잘 분위기를 타면 무리없이 계속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제 6권이 곧 나올 예정이었으나 금년 10월에는 외전격인 the World of Ice and Fire: the Untold History of Westeros and the Game of Thrones가 먼저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이미 이곳에서는 절판된 세븐킹덤의 기사 3부작도 다시 나온다고 하니 아마도 HBO 시리즈의 대히트에 힘입어 Song of Ice and Fire는 modern classic으로 등극할 것 같다.  이 시리즈를 다 읽을때까지 영문판으로 세븐킹덤의 기사 3부작이 복간되지 않으면 아마도 한국어 판을 구해서 읽을지도 모르겠다.



한창 판타지를 읽던 때는 10년도 더 넘은 2000년대 초반이었는데, Forgotten Realm세계관에 기초한 RA Salvatore의 작품을 많이 읽었었다.  비록 protagonist인 Drrizt Do Urden의 숙명은 비애 그 자체이기는 하지만 늘 헤피엔딩으로 끝나고 주요인물이 죽어버리는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LOTR시리즈는 이에 비해 좀더 무거운 톤의 classic이지만, Martin의 책은 여기서 훨씬 더 발전한 형태이면서 더 나이든 독자층을 겨냥한 작품같다.  세계관을 판타지에 기반했다는 점을 빼면 동화적인 요소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읽을 책이 많아서 TV가 사라져버린다고 해도, 심심하지는 않겠지 싶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게 소설이 흠뻑 빠져들어가고 나니, 갑자기 중세유럽의 검술이 배우고 싶어졌다.  찾아보니 근처에서 Davenriche European Martial Arts School이라는 것이 나온다 (궁금한 사람은 http://swordfightingschool.com/About_Dav.html 에 가볼것).  롱소드, 사이드소드, 대거, 레이피어, 그리고 세이버를 배울 수 있다고 하는데, 비용이 얼마가 될런지.  합기도 도장으로 가는 길에 보면 펜싱학교도 있던데, 이런 것들을 다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  책도 읽고, 운동하고, 일하고, 그렇게 삼박자를 제대로 맞출 수 있는 삶이면 좋겠는데, 딴지팟캐스트에서 말하는 시대를 잘못 태어난 르네상스인이 혹시 나일까 하는 망상도 하게 된다.


오늘 SF구장에서 SF Giants대 LA Dodgers의 3연전이 시작된다.  우리 측 선발은 범가너이고 LA는 류현진이다.  갑자기 야구를 볼까, 운동을 갈까 고민되는건 왜일까...플레이오프 진출권이 걸린 시합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대단하 야구팬도 아니면서.  아버지의 응원은 이렇다.  류현진이 던지는 7회까지는 1점 정도로 LA가 앞서다가 중간계투가 나오면서 SF가 역전승을 거두는 것.  그러면 류현진은 패전투수가 안되고, 우리는 이기고.  흠.....


지난번에 쓴 것처럼 독서속도가 많이 느려졌기 때문에 자꾸만 책이 쌓여만간다.  누군가 사들인 책의 70%정도는 읽어야 장서가의 자격이 있다고 했다.  꼭 그 기준이 아니더라도 예전처럼 적어도 한국어 책은 100%의 가독율을 유지하고 싶다.  영어책은 조금 더 미루더라도.  


TV보는 시간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 외에는 시간을 더 낼 수 있는 묘수가 달리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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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5 06: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15 0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 8월과는 달리 9월은 독서도 일도 느리기만 하다.  이제는 개인 사무실 3년차라서 어느덧 쌓인 일도 있고, interval이 길더라도 꾸준하게 상담이나 의뢰가 들어오기 때문에, 늘 할 일은 있다.  첫 해에 사무실을 열어놓고서 설마 굶어 죽기야 하겠느냐라고 생각하면서, 버티던 시기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을 보여준 셈이다.  하지만, 요즘 경기에, 그리고 업계 사정에 자리를 잡는다는 것은 어렵게만 느껴지는데, 아직까지는 무엇인가 steady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일이 바쁜것도 아닌데, 책읽기가 뜸하다.  핑계라면 이번 달 들어 드디어 시작한 Song of Ice and Fire 그 첫 권 Game of Thrones읽기라고 할 수 있다.  영어로 약 6-700 페이지가 넘는 첫 권이기도 하고, 틈틈히 집에서만 읽기 때문이기도 해서 이제 겨우 한 반을 넘어서고 있다.  스토리는 드라마로 익히 알고 있는데, 그 덕분에 어느 부분에서는 읽기 싫어지는 것도 어쩔 수 가 없는데, 애정을 갖고 관심을 기울이는 캐릭터가 죽는것이 심히 마음이 아프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책에 대한 이야기는 다 읽고나서 할 것이고, 최근에 읽은 책만 노트해 두기로 한다.


추리소설보다는 모험소설에 가까운 이야기 같다.  우연한 기회에 살인사건을 접하고, 현장을 목격한 주인공 아가씨가 순전히 기지와 용기를 발휘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다.  다양한 용의자와 사건사고를 이용한 트릭에 또 한번 속았으니, 역시 나는 하드코어 추리소설 팬의 자격은 아직 없는 것 같다.  


크리스티의 시대는 빅토리안 시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종종 보여지는 Brit들의 따분한 예절이나 의식구조는 흥미거리 이상 연구가치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시절이라고 사람이 할 일을 않고 지나가지는 못했을 터, 사랑에 빠지고, 권력과 돈을 탐하고, 색을 탐했을 것인데, 마치 그러면 안되는 것처럼 나오는 시대상을 본다.  아마도 공공연하게 질서가 무너진 현대의 우리들보다는 더 나은 경향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지금 읽고 있는 29권째는 다소 기괴한 구성이지만, 범인을 추리할 수 있는 단서는 하나 잡은 느낌이다.


오늘 팟캐스트를 들어보니 글쓰기에 대한 책이 엄청 팔렸다고 한다.  교보문고 추정 약 50%이상이었다고 하는데,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우연하게도 오늘 뽑아든 책이 마쓰모토 세이초의 글쓰기에 대한 책이 되어버렸다. 


세월호 사건과 이에 관련된 일련의 케이스들은 미결사건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을 표창원 교수가 했었다.  이럴때마다 난 우리에게도 마쓰모토 세이초 같은 사회파의 거장이 현재 활동중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어떻게든 세월호와 관련사건을 덮기 위해 안달복달하는 정부여당을 보면서 참으로 쓰레기 같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 자고 일어나면 터져나오는 사건사고뉴스는 그 작업의 일환일게다.  


추리소설을 쓰게 된 이유, 추리소설의 방향성, 그리고 테마를 잡기위한 평소의 좋은 습관 등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로 가득한 이 책으로 세이초의 작품에 대한 또다른 inside story를 본 느낌이다.  읽을 책도 많고 일도 많지만, 언젠가 다시 그의 작품을 모두 다시 읽어보면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통적으로 여름의 휴식기에 들어간 미드가 새로운 시즌을 여는 9월이 다가왔다.  9월 22일을 시작으로 내가 즐겨보는 Person of Interest가 시즌 4로, Big Bang Theory가 시즌 8로, 그 밖에도 많은 작품들이 돌아온다.  NFL football과 MLB playoff까지 자칫하면 4-4분기는 TV로 시작해서 TV로 끝날 수도 있겠다.  조심 또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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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4-09-12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드디어 휴방기가 끝나는군요. 전 쉐임리스도 기다리고 있슴당 ㅎㅎ
작가들의 글쓰기 방법론을 읽다보면.. 정말 좋아하는 작가가 정말 마음이 와닿는 글귀를 썼을 때 그게 정답같아 지더라구요. 글쓰기엔 답이 있는게 아닌데, 이를테면 챈들러의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를 읽고 있는데, 필립말로만이 진짜 탐정이고 정답처럼 느껴지는 그런 부작용이요. ㅎㅎ

마쓰모토 세이초는 어떠려나 궁금하긴 하네요!

transient-guest 2014-09-13 04:12   좋아요 0 | URL
세이초는 사실주의에 근거한 추리소설이 보다 더 많은 독자층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트릭위주로 가면 결국은 소수계층을 대상으로 하게되고, 또 사실성이 떨어지는 구성을 갖게 되는데 이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더라구요. 챈들러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는 않았습니만, 영문장이 묵직하니 힘이 느껴지네요.

2014-09-15 0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15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딴지에서 퍼온 사진입니다.  간만에 업데이트 하는 Hall of Shame에 당당히 입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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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podcast에 올라온 강신주의 감정수업 (보충수업)편을 듣고 있다.  강신주 박사가 하는 일에 대한 존경도 있고, 뱃심있게 센소리를 하는 것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원래 사람은 젊고 경험한 것과 아는 것이 적을 때에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쉽게 한다.  배우고 경험한 것이 적으니까 세상은 단순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조금씩 사람은 너그러워진다.  타인의 실수에도 모자람에도.  세상이 그리 단순하게 흑백으로 양단될 수 없다는 것을 배워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신주 박사는 나이도 배움도 경험도 적지 않을터인데, 어떤 이야기에 있어서는 에누리가 없이 강한 발언을 한다.  그 중에 내가 공감하는 이야기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는데, 아마도 누구나 개인적인 호불호가 있을 듯 싶다.

 

문예창작과에 대해서:

무척 신랄하게 비판을 한다.  글은 그렇게 쓰는 것이 아니라고.  그러니까 기교를 배워서 끼워 맞춘다는 뜻 같다.  기실 예전에는 작가로 등단하기 위해서 사숙을 하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 부단히도 습작을 하여 그 과정이 쌓이면 등단을 하곤했다.  조정래 선생도 그랬고, 대다수의 작가들이 다른 일을 하면서 자신의 속을 긁어들어가 글을 쓰고 버리고를 되풀이 한 끝에 전업작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깊고 넓은 다각도의 경험을 통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작가들의 글이 나왔었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부터인지 작가가 되려면 문창과를 가야하는 것이 정설이 되어버렸다.  개인적으로 보수적이기는 하지만 강신주 박사의 관점에 공감한다.  나 역시 문학적인 글을 그렇게 깊이 내면으로 들어가서 다양한 경험 끝에 쓰여지는 것이지 기교를 배워서 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창과가 생산할 수 있는 글쟁이는 방송작가 정도가 아닌가 싶다. 

 

문창과는 학교마다 유명한 전대의 소설가나 문학가를 데려다가 교수를 만들어주고 그 댓가로 학맥을 만들어냈다고 하면 심한 비판일까?  이제는 등단을 위해서 any 문창과가 아니라 특정 문인이 교수로 있는 특정 대학교의 문창과를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도 어디선가 보았다. 

 

강신주 박사의 발언이 여러 사람을 불편하게 하겠지만, (그런 이유로 나는 심한 표현은 삼가는 편이다) 상당부분 설득력이 있게 들린다.  문학으로써의 글쓰기는 그렇게 4년간의 교육과정을 통해 배워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루키 비판:

일종의 문학적인 포르노라고까지 말한다.  인생 경험이, 찐한 사랑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나 먹히는 정도라고.  하지만 진짜를 경험한 사람이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라고.  하루키를 좋아하는 나 자신에게 비추어 생각해보면 그리 틀린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르겠다만, 그래도 일단 하루키는 좋다.  그가 들려주는 심각한체 하는 이야기도 좋고, '노르웨이의 숲'같은 이야기도 좋다.  오에 겐자부로는 인정하면서 왜 하루키는 인정하지 않는 것일까?  궁금하다. 

 

희재류의 인간들이 강경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주목받고 싶고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강신주 박사의 거침없는 발언은 그가 그만큼 이제는 어느 경지에 올라 세상의 이목을 초월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나아가서 그는 care하니까,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그런 말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되도록 빠른 시일내에 그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그 발언에 대한 타당성을, 특히 하루키 비판에 대한 부분을, 따져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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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4-08-28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신주의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그런 생각이 멀리멀리 사라집니다. 때론 이 사람이 잘난체 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만 남더라고요...호불호가 갈리는데 전 호에서 불호로 옮겨 가고 있는 중입니다.

transient-guest 2014-08-29 02:02   좋아요 0 | URL
그래도 잘난체만 갖고는 지금의 성원을 얻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은 그런대로 인정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일단 책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결론짓기는 어렵지만, 분명히 독선적인 의견이 있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4-08-28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를 먹으면서 너그러워져야 하는데 실제로 그런 사람은 드물죠.오히려 나름대로 고집이 생기고 나이를 먹으면서 남에게서 배우려는 마음가짐도 없어집니다.걸핏하면 남을 가르치려고 하고...그냥 가만히 있는 게 좋을 사람들이 나서서 호통치고 잔소리 하고 그러죠...

하루키는 깊이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깊이 있는 사람들일까요? 하하하...

transient-guest 2014-08-29 02:03   좋아요 0 | URL
ㅎㅎㅎ 나이를 먹는건 쉬운데 잘 먹는건 쉬운일이 아니겠어요.ㅎㅎ 저는 누가뭐래도 아직은 하루키가 좋습니다. 제 젊은 시절에서 missing된 무엇인가를 보게 되더라구요. 뭔가 그립고, 아련합니다.

Alicia 2014-08-28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강신주가 하루키의 글에서 어떤 점을 보고 폄하했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성애 묘사하는 장면에서 강신주가 지적하는 부분이 엿보이기도 해요.
강신주가 잘난 체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 어떤 뻔뻔함 때문인데, 강신주가 좀 뻔뻔해지라고 부추기는 대상들은 어떤연유로 자존감을 상실하거나 자존감이 약해진 사람들인걸 감안하면, 그 뻔뻔함도 과히 나쁘지는 않다고 봐요.

transient-guest 2014-08-29 02:04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부분에는 동의합니다. 본질을 보라는거죠, 피하지 말고. 그런데, 어떤 비유나 예를 드는 부분 또는 특정한 의견을 피력하는 부분에서는 호불호가 갈리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