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은 아무리 바쁜 시기에도 비교적 한가한 편이다. 나 자신도 마음이 풀어지거니와, 이미 일을 의뢰한 고객이나 새로운 상담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그런 편일게다. 사람은 누구나 비슷한 날씨와 시즌에 따라 영향을 받는데, 일을 하다보면 그런 경우를 자주 느낀다. 내 역량이 더 늘어나면 더욱 많은 일을 하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회사를 더 확장할 필요가 있겠지만, 사람관계에 능한 편이 아니라서 누군가를 고용하여 속을 썩느니 좀 적게 벌어도 이렇게 자유롭게 오가면 더 좋겠다. 오늘도 그래서 간만에 부모님 댁으로 넘어와서 개들을 보면서 메일과 전화, 그리고 notebook PC로 업무를 처리하면서 점심에 운동을 하고 집밥도 먹고 하니 맘이 푸근하다.
최근에 검도를 다시 시작하기 위한 체력단련, 그리고 기존에 비축된 근력을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힘으로 바꾸기 위한 일환으로 합기도를 시작하였다. 사실 한국 합기도의 원류나 초기 지도자들에 얽힌 나쁜 이야기가 많고, BJJ나 MMA같이 요즘 대세를 타는 무술을 해볼 생각이었는데, 순전히 인연이 그렇게 닿은 덕분에 한국 육군 퇴역 소령이 관장으로 있는 곳에서 운동을 하게 되었다. 중기적인 목적은 이렇게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키우다가 도장시설을 이용해서 검도의 기본동작을 연습하다가 어느 정도 체력과 자세가 회복이 되면 검도장에 등록하는 것이다. 그래도 한때에는 우리 도장의 후기지수들 중 꽤 괜찮은 시합성적을 내던터라 그냥 가서 못난 꼴을 보이기는 싫은 것이다. 한 가지 plus라면 이분이 총을 잘 쏘는 분이라서 지역 경찰국 강사도 하고 경관 개인지도도 하기 때문에 총 한 자루만 구하면 가끔 좀 배워볼 수 있겠다는 것이다. 냉병기는 아무래도 개인단련과 수양에 그 목적이 있기 때문에 무인이라면 화병기를 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A Game of Thrones를 읽으면서 느끼는데, George R.R. Martin은 정말 대단한 작가가 아닌가 싶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어느 판타지 보다도 훌륭한 구성과 현실세계와의 대비는 특히 이 작가의 빼어남을 보여주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미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예컨데 LOTR시리즈나 퍼언 연대기도 그렇고 좀더 단순한 패턴을 따른다면 Martin의 작품은 매우 냉혹한 것이 현실과 그대로이다. 정의도, 불의도, 선과 악도,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끊임없이 돌면서 정반합을 이루고 변한다. 이 정도의 통찰이 판타지 세계관에 무리없이 녹아 있는 점도 그의 비범함을 보여준다. 이곳에 살고 있으니 영어로 된 원본을 읽는데, 매우 실망스러운 한국어 판의 번역 평판을 들어보면 좀 다행인 듯. 순전한 추측이지만, 세 명 이상의 다른 사람들이 공동번역을 하고 이를 통합하는 과정에서의 부주의함이나 편집의 불성실이 아닐까 싶다. Bran의 Direwolf인 Summer를 어느 챕터에서는 서머로, 다른 곳에서는 여름이로 번역하는 수준이라면 거의 발번역 수준을 넘어선 것이 아닐까 한다. paperback edition은 그리 비싸지 않기 때문에 팬으로써 한국어 판에 실망한 독자라면 영어로 도전할만하다. 무엇보다 단어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에 한번 잘 분위기를 타면 무리없이 계속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제 6권이 곧 나올 예정이었으나 금년 10월에는 외전격인 the World of Ice and Fire: the Untold History of Westeros and the Game of Thrones가 먼저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이미 이곳에서는 절판된 세븐킹덤의 기사 3부작도 다시 나온다고 하니 아마도 HBO 시리즈의 대히트에 힘입어 Song of Ice and Fire는 modern classic으로 등극할 것 같다. 이 시리즈를 다 읽을때까지 영문판으로 세븐킹덤의 기사 3부작이 복간되지 않으면 아마도 한국어 판을 구해서 읽을지도 모르겠다.
한창 판타지를 읽던 때는 10년도 더 넘은 2000년대 초반이었는데, Forgotten Realm세계관에 기초한 RA Salvatore의 작품을 많이 읽었었다. 비록 protagonist인 Drrizt Do Urden의 숙명은 비애 그 자체이기는 하지만 늘 헤피엔딩으로 끝나고 주요인물이 죽어버리는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LOTR시리즈는 이에 비해 좀더 무거운 톤의 classic이지만, Martin의 책은 여기서 훨씬 더 발전한 형태이면서 더 나이든 독자층을 겨냥한 작품같다. 세계관을 판타지에 기반했다는 점을 빼면 동화적인 요소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읽을 책이 많아서 TV가 사라져버린다고 해도, 심심하지는 않겠지 싶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게 소설이 흠뻑 빠져들어가고 나니, 갑자기 중세유럽의 검술이 배우고 싶어졌다. 찾아보니 근처에서 Davenriche European Martial Arts School이라는 것이 나온다 (궁금한 사람은 http://swordfightingschool.com/About_Dav.html 에 가볼것). 롱소드, 사이드소드, 대거, 레이피어, 그리고 세이버를 배울 수 있다고 하는데, 비용이 얼마가 될런지. 합기도 도장으로 가는 길에 보면 펜싱학교도 있던데, 이런 것들을 다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 책도 읽고, 운동하고, 일하고, 그렇게 삼박자를 제대로 맞출 수 있는 삶이면 좋겠는데, 딴지팟캐스트에서 말하는 시대를 잘못 태어난 르네상스인이 혹시 나일까 하는 망상도 하게 된다.
오늘 SF구장에서 SF Giants대 LA Dodgers의 3연전이 시작된다. 우리 측 선발은 범가너이고 LA는 류현진이다. 갑자기 야구를 볼까, 운동을 갈까 고민되는건 왜일까...플레이오프 진출권이 걸린 시합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대단하 야구팬도 아니면서. 아버지의 응원은 이렇다. 류현진이 던지는 7회까지는 1점 정도로 LA가 앞서다가 중간계투가 나오면서 SF가 역전승을 거두는 것. 그러면 류현진은 패전투수가 안되고, 우리는 이기고. 흠.....
지난번에 쓴 것처럼 독서속도가 많이 느려졌기 때문에 자꾸만 책이 쌓여만간다. 누군가 사들인 책의 70%정도는 읽어야 장서가의 자격이 있다고 했다. 꼭 그 기준이 아니더라도 예전처럼 적어도 한국어 책은 100%의 가독율을 유지하고 싶다. 영어책은 조금 더 미루더라도.
TV보는 시간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 외에는 시간을 더 낼 수 있는 묘수가 달리 없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