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미조 세이시의 단편 4개를 모아놓은 책이다.  이 시리즈로 번역되어 나온 다른 책들과는 달리 비교적 낮는 density로 이루어진 이야기들이라서 쉽게 읽을 수 있고, 집중할 필요도 적은 편이라서 책을 잡자마자 쉽게 읽고 끝낸 책이다.  표지에서도 느껴지지만, 그의 책들은 구성이나 테마에 있어 매우 이국적인 느낌이, 정확하게는 일본의 냄새가 강한 이야기들이다.  주무대는 2차대전 후에서 한 60년대 정도로 보이는데, 일본 추리문학계의 3대탐정들 중 하나로 꼽히는 긴다이치 고스케가 바로 요코미조 세이시의 적자 되겠다.  


비범함을 보이기보다는 허술해보이는 모습, 특히 하카마와 양식복장을 섞어입는, 마치 대정시대나 그 이전의 사람처럼 보이는 매우 촌스러운 복장을 하고 다니지만 비범한 탐정인 긴다이치 고스케의 캐릭터에서는 사카모토 료마나 란포의 아케치 고고로를 떠올리게 한다.  작품에서는 사건을 해결하는 결정적인 역할의 명탐정이라서 다른 부분은 가려지지만, 머리를 북북 긁으면 허옇게 비듬이 떨어질 정도로 지저분한 모습인 점은 나름 그를 인상적으로 만들기 위한 장치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을 끝으로 지금까지 번역된 시리즈는 다 보았는데, 검색해보니 훨씬 많은 작품들이 아직도 번역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다.  출판사의 형편이 모쪼록 넉넉해서 좀더 많은 작품이 번역되어 들어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끝으로 이 책은 어제 쓴 페이퍼에서 리뷰되었어야 하는데, 긴가민가 잊어버리고 넘어간 책이다.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는 책은 시중에 많이 나와있다.  문학수 기자의 책은 그러나 내가 읽어본 책들 중에서는 가장 쉽게 나에게 다가오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의 감응이 있다.  풍월당 주인이면서 의사라는 화려한 약력을 자랑하는 박종호 선생의 책은 딱 내 어머니나 그 연배 이쪽저쪽의 아주머니들을 혹하게하는 부분이, 음악 그 자체와는 무관하게 외적으로 돌출되어 있는데, 문학수 기자의 책은 그런 겉멋을 배제한 진국의 냄새가 난다.  박종호 선생의 책이 Prime Rib이라면 문학수 기자의 책은 푹 고아낸 곰탕과도 같다고나 할까.


앞으로 두 권이 더 나올 예정인 이 책은 우선 바흐에서 베토벤까지의 음악을 다루었는데, 개론서의 목적성에 알맞게 작곡가와 그의 음악소개, 그리고 중요하지만 막상 직접 찾으려면 어려운 연주자/앨범을 소개하고 있어, 이 분야의 길라잡이로 정말이지 손색이 없다.  이번 책에서 다룬 음반은 100개.  아마도 나머지 두 권을 합치면 300여개의 앨범이 모일 것인데, used shop을 중심으로 아마존의 도움을 받아 모두 구입하여 하나씩 길게 들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이 두 권은 읽은지 꽤 된 것 같은데, 남겼는지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내용은 많이 잊었고, 그저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이라는 말에 얽힌 사연, 그리고 박인환의 멋진 모습, 요절한 천재까지는 아니지만, 낭만파 댄디보이의 모습만 기억에 남는다.


우연히 토요일 오전에 약 두 시간 정도, 혼자 보낼 수 있는 자투리 시간이 생겼는데, 카페에 나왔더니 책을 읽이보다는 그냥 이렇게 PC질을 하면서 잡지를 보다, 신문을 보면서 보내고 있다.  조금 더 일찍 나올 것을 그랬나보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제각각이고, 느끼는 맛과 멋도 각자 다를 것이다.  나는 좀더 옛날 사람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다.  그 value도, 멋도 그렇게 말이다.  고리짝 같은 소리 같지만, 그런 삶이 더 낭만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문명의 이기는 필요한 만큼 이용하여 삶의 편리를 도모하고 시간을, 너무도 제한된 그 시간을 아끼고, 나머지 시간은 아날로그한 삶을 살고 싶은 것이다.  가능할지에 대한 고민은 제껴두고 그냥 그런 바램을 갖고 있다.  외투가 필요없는 곳에서 살고 있지만, 그래도 두툼한 녀석을 하나 구해서 입고 그나마 겨울바람이 찬 SF를 걸어다녀볼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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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요즘은 추리소설을 주로 읽고 있다.  아무래도 쉽게 읽어지는 점이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대략 가진 책의 70%는 한번이라도 완독하는 것을 마지노선으로 삼아 장서가의 길을 가고 있는데, 점점 70%가 위태로워지는 것 같다.  최근에 책을 배송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이런 저런 이유로 열댓권을 주문했으니까.  사실 한국에서 살고 있었더라면 온라인 주문, 헌책방, 퇴근길이나 주말 산책을 겸한 서점순례로 더 빠른 속도로 책을 사들였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게임도 예전처럼 재미있게 즐기지 못하는 요즘, 책이라도 벗삼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문신살인사건'이래 저자의 팬이 되어버렸는데, 한 동안은 얼마 되지도 않는 번역본들이 모두 절판되었다가 요즘 다시 나오고 있어 한 권씩 읽어나가고 있다.  걸작인 '문신살인사건'과는 다른 의미로 이 책도 상당히 특이한 작품이다.  우선 주인공은 형사법 소송전문 변호사이고, 전개는 모두 법정에서의 변론을 통해 이루어지며, 추리 또한 변론과정에서 나오는 점은 가히 전무후무했던 구성이었을 듯하다.  


21세기의 기준으로 보면 검사가 너무 상황적 증거나 캐릭터 증거에 매달리는 면이 없지는 않지만 50년대가 작품의 주무대임을 생각하면 그리 못 받아들일 것도 없다.  인간의 심리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차별대우에 의한 상처와 인격형성이 한 축이 되는 이 작품에서는 반갑게도, 그리고 일본인 작가로써는 특이하게 관동대지진 당시 조직적인 유언비어에 의한 재일조선인 학살이 있었음을 짚어, 근거없는 차별과 박해가 가져오는 결과물에 대한 예를 들고 있는점이 신선하다.  


드디어 30권을 돌파했다만, 아직도 34권 정도가 남아있고, 내가 사들이지 못한 뒷 부분까지 포함하면 40권도 넘는 작품들이 남아있는 셈이다.  거의 운동하면서 읽는 책으로 되어버린 작품인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한번에 이어가면서 볼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  이 시리즈를 끝내면 캐드팰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눈앞에서 지나가는 수많은 장면들 중 우리의 주의를 끌지 않는 것들은 기억에서 모두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일상적인 풍경이나 자동으로 인식된 풍경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는 장면은 보아도 본 것이 아니다.  이 점을 중심으로 잡고 작품을 보면 결말까지의 이해를 돕는다. 하지만, 이제 내 추리소설읽기는 깊은 분석이나 맞추리가 아닌 그저 서술을 읽어가면서 머리를 식히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래도 재미있게 한 권씩 오랜 시간을 들여 읽어나가고 있다.


장서가는 괴로움과 즐거움을 동시에 누리는 일종의 SM적인 부분이 있다는 점을 자꾸만 환기시키면서, 올바른 장서가는 질로, 또는 일정한 법칙을 갖고 승부해야 한다는 점을 현실적인 예를 들어 타이르는 듯 한 책이다.  자꾸 모았다가 팔아버리는 것을 되풀이 하는 것은 현실과의 타협이나 합리성을 찾기 위함이라기 보다는 술꾼이 술을 끊었다가 다시 마시는 것을 반복하는 것과 다를바가 없다고 느껴진다.  그러니까 나는 설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일본의 목조건물이나 다다미방이 책 때문에 주저앉거나 빈번한 지진, 그리고 이에 취약한 주택구조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꽤나 괴로운 부분이 있기는 하겠다는 생각.  한국도 대다수의 도시인구가 복층구조의 아파트, 그것도 고층으로 지어져서 8-90년대의 아파트보다 층간간격도 좁아지고, 상대적으로 덜 단단하게 지은 요즘의 아파트의 한 unit이 감당할 수 있는 책의 무게를 생각하면 일본의 장서가들 만큼이나 괴로운 것이 우리네 장서가들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난 내 책을 정리해서 팔 생각은 눈꼽만큼도 가져본 적이 없고, 정 안되면 집과 사무실에 적절한 양을 나누어 보관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사무실은 내 공간이니까, 조금 더 내 유희와 도락에 맞게 방을 재정비해서 책장을 더 많이 넣으면 일과 함께 독서도 상시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이 될 수도 있음이다.  


지난 다자키 쓰쿠루 때와는 다르게 소리소문없이 하루키의 단편모음이 나왔다.  예전의 것들을 다시 버무린 것이 아닌 새 작품을 모은 것인데, 그래도 겹치는 모티브는 이제 이만큼 그의 작품을 읽은 나라면, 그리고 이만큼 작품을 써온 하루키라면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저 열심히 뛰고, 채식을 하고, 맥주를 마시면서 하는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더 많은 즐거움을 그가 우리에게 주기를 바랄 뿐이다.  더불어 소설도 좋지만, 그의 담담한 어투가 좋은 소품집이나 에세이도 더 나와주었으면 한다. 


강신주 박사를 비롯한 다수의 대세인문학자들은 하루키의 작품을 인문학 포르노로 비판하지만, 나는 하루키의 작품이 주는 담담한 이야기들이 좋다.  어쩌면 그것은 젊은 나이를 젊게 살지 못하고, 그 당시에만 느낄 수 있는 많은 것들을 희생하면서 살아온 지난 시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가 책을 내면 읽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비록 한창때 만큼 잘 쓰지 못하더라도 그렇게 할 것이다.


오마이뉴스인가 시사인의 추천으로 사 읽은 책인데, 솔직히 큰 감동을 받거나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저자가 짚은 문제점에는 공감하지만, 그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에는 공감할 수 없고, 저자가 생각하는 해결책이 무엇인지도 명확하지는 않다.  나아가서, '하류'를 지향하게 만드는 사회적인 원인, 그러니까 열심히 노력해도 reward가 돌아오지 않는 현실에 대한 담론의 부재는 논거에 있어 치명적이다.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짚지 못하면서 개탄만 하는 것은 사람을 무식한 꼰대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데, 최근 모 무술협회 회장의 글에서 느낀 점을 유수학자의 글에서 느끼게 될 줄이야.  (참고로 이 회장님은 이종격투기를 2종격투기로 쓰신 정도의 배움을 갖고 있다).  


희안한 것이 분명히 한국-일본의 사회문화현상의 평행선적인 부분은 존재하는데,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을 보면서는 확실한 공감을 한 반면, 이 책에서는 별로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더 읽은 책이 있었는가 확실하지가 않다.  역시 밀리면 나쁘다, 무엇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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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4-10-08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 소설가가 쓴 작품에 한국을 동정하는 내용이 있는 것이 의외로 많습니다.야마오카 소하치<도쿠가와 이에야스>에도 강항과 후지와라 세이카의 우정을 긍정적으로 그렸지요.

transient-guest 2014-10-09 01:11   좋아요 0 | URL
성리학으로 통한 것이군요. 그런데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네요. 아마도 읽은지가 거의 7년이 넘어가는 것도 이유가 되겠네요.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살면서 꾸준히 읽어줄 필요가 있는 소설 같습니다.
 

필요하신 분은 비밀댓글 달아주시면 됩니다.

가능하면 제 서친께 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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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1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01 1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01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언제나, 늘, 자주, 매번 이야기하지만, 일은 한꺼번에 몰려온다.  순차적으로 하나씩 돌아오면 하나씩 마무리해서 보낼 수 있고, 늘 적절한 업무량과 휴식을 조절할 수 있지만, 한가할 때에는 아주 한가하고, 바쁘면 너무 바쁜것이 내 일상이다.  아마도 이번 10월은 꽤나 바쁘게, 그리고 빨리 지나갈 것이다.  


나는 아침잠이 없다.  아침형 인간인지는 모르겠지만, 옛날 꼬꼬마때 성당에서 새벽미사 복사를 설 때에도 새벽 4시에 시계를 맞춰놓고 일어나, 같은 동네에 살던 녀석들을 하나씩 깨워 성당으로 달려 갔었고, 학교를 다닐 때에도 새벽 6시에는 꼬박꼬박 문제없이 일어났으며, 지금도 주중에 새벽운동을 할 때에는 5시면 일어난다.  아무리 전날 늦게 잠자리에 들었어도, 아침 9시가 넘으면 잠자는 시늉도 할 수가 없을만큼 각성이 되어 일어나버리고야 만다.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서 동이 터오는 새벽, 아니면 아직 어두운 동트기 직전의 새벽에 운동을 가서 시원하게 땀을 흘린 후 쌉쌀한 아침공기를 맡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그 시간에는 내가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면서 행복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나도 사람인데, 늦잠을 푹 자고 싶을 때가 있으니 그것은 주말이다.  특히 요즘처럼 일이 많고 밤운동을 하는 주간의 토요일 아침에는 좀 늦게까지 이불속에 들어가 있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그저 불가능 그 자체이다.  오늘만해도 그렇다.  모처럼 운동 스케줄에서 토요일에 공백이 생겼기 때문에 굳이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날인데, 어김없이 새벽 5시에 눈이 떠지고, 버티고 버티다가 7시 반 정도에 일어나버렸다.  그 사이에 잠을 잔건 아니고, 일어나지 않으려고 그저 이불속에 들어가 있었을 뿐.  


이제 엊그제 내린 가을비와 함께 본격적인 가을날씨가 온 아침은 다소 쌀쌀하게 느껴진다.  해가 뜨면 따뜻해지지만, 분명히 공기의 냄새가 틀리다.  그렇게 또 한 해가 지나가는 것이다.


내가 '느와르'라고 알고 있는 쟝르가 사실은 하드보일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최근에 했다.  내가 읽은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으로는 처음인데, 딱 하드보일드는 이런 것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일인칭으로 전개되는 터프한 탐정 말로의 관점에서 사건을 풀어가는데, 일단 거창한 추리나 빅토리아 시대의 똥기마이 같은 것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고, 에르큘 포와로의 프랑스어가 섞인 영어도 들리지 않는다.  아니, 한 걸음만 헛발을 디뎌도 누군가 말로를 붙잡아서 꽁꽁 묶어 바닷물에 쳐넣을 것 같은 LA Confidential시대나 그 전의, 미키 코헨의 마피아가 장악하던 시절의 살얼음판길을 걷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침없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는 말로는 전형적인 아메리카형의 터브가이 탐정이 아닌가 싶다.  결말은 조금 맘에 안 들었지만...


번역은 조금 아쉬웠다.  번역자가 문화적인 의역은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Prime Rib을 '질좋은 갈비'로 번역한 것이 애교라면 Photocopy의 번역임이 분명해 보이는 '사진복사'는 무지 그 자체이다.  그 외에도 전반적으로 매끄럽지 못한 번역의 흔적을 느껴 몰입에 상당한 방해가 된 점은 정말 아쉽다.  난 동서미스테리북스가 좋은데.


이 두 작품 사이의 어떤 사건을 하나 빼놓고 읽은 듯한 생각이 든다.  읽는 내내 명탐정 엘러리 퀸을 괴롭히는 최근의 사건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무엇인지 궁금했다.  아니면 순서를 바꿔 읽었어야 하는건지도.  연쇄살인을 다룬 '꼬리 아홉 고양이'는 쉽게 범인을 잡았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좀 억지스럽다는 마지막 반전 때문에 실패.  '10일간의 불가사의'도 조금은 아쉬운 반전이 있어 순수하게 추리를 하기는 어렵다.  아무래도 하나의 필명을 갖고 두 사람이 쓴 작품이 느껴질 때가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왠지 그것이 도드라지더라는 생각을 한다.


이 시리즈에서 등장한 노블이 죽지 않는 유일한 작품이 이번 21번째 작품이다.  험피덤피라는 유럽의 전래동화의 바보/광대 같은 캐릭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하는데, 그 이상, 책을 오래 쓰다보면 악하게 설정된 캐릭터 집단에게도 애정을 느낄 수 있겠다는 작가의 말에서 어쩌면 다음 번 작품에서도 노블이 살아남을 수 있겠다는 생각 - 비록 작가는 강하게 부정하지만 - 을 했다.


이번에 등장한 노블의 특징은 햇살이 가득한 대낮에도 돌아다닐 수 있다는 점.  과학자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매우 못난이에 능력치가 떨어지는 난쟁이 같은 겉모습 때문에 아무도 그를 노블로 봐주지 않는다.  


계속 읽어나가는 시리즈라서 특별히 스토리를 요약할 만한 건 없고, 비슷한 패턴으로 재미있는 활극을 읽었다고 하면 딱 적당하겠다.


토요일 오전, 차 한잔을 마시면서 아침을 맞으련다.  푹 쉬고 다가오는 다음 주부터의 업무폭풍을 맞이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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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8 1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30 05: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얼마전에 youtube으로 본 Kung Fu Quest의 영춘권 에피소드를 보면서 갑자기 궁금한 마음에 마침 메일로 받은 B/N의 쿠폰이 있어 이 책을 사보았다.  복잡한 연구도 아니고, 내가 영춘권을 배운적도 없기 때문에 Wing Chun Compendium이라는 두꺼운 2세트의 책을 사느니 간단한 소개와 동작을 안내하는 책을 사기로 하고 찾으니 눈에 띄인 책이 이것이다.  저자는 영춘권을 중흥시킨 엽문사부의 아들 엽춘. 

 

사진으로 소개된 동작이야 따라할 수도 없고, 그저 영춘권의 역사와 원리에 대해 쓴 부분을 읽었다.  영춘권은 남소림사가 청병에 의해 병탄되던 때 이를 피해 백학사로 가던 여승이 엄영춘이라는 여성에게 전수한 것이 그 시초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현대의 연구로 이미 허구임이 밝혀졌고, 이 책에서도 이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민담과 중국인 특유의 뻥이 어우러진 에피소드일 것이다. 

 

근접전을 상정하여 공방을 연습하는 이 권법은 특히 이소룡이라는 20세기의 걸출한 무술가/배우 덕분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고 지금은 세계 각지로 퍼져나간 엽문사부의 제자들 덕분에 가장 유명한 중국무술들 중 하나로 꼽힌다.  적은 힘으로도 능히 강한 상대를 제압하는 원리를 설파하기에 여성에게 적합한 무술로도 알려져있는 영춘권은 추수수련을 통해 상대방의 기를 느끼고 이를 통해 사전에 공격을 차단하면 특히 한 동작에서 공격과 수비가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점이 매우 특이한 것 같다.  빠른 수기로 유명한데, 기실 하반신은 상반신의 두 배로 더 단련한다고 하며 이를 통해 안정적이고 긴장을 푼 상태에서 강맹한 공격력이 발생한다고 한다.  인연이 되면 배워보고 싶다.

 

이 책이 국문으로 번역되어 있다는 건 지금 알았다.  간단하고 쉬운 문체로 셜록 홈즈의 thought process를 분석하고 현대의 실생활에서도 이를 연마하여 사용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데, 매 항목마다 관련능력을 연습할 수 있도록 quiz를 만들어 놓았기에 더욱 재미있게 읽었다.

 

이런 방식으로 가끔은 머리를 깨워줄 필요가 있는것이 학생시절과는 달리 점점 더 많은 일처리를 습관화하여 해내기에 새로이 머리를 쓰는 능력이 점점 더 무뎌지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 단순암기능력이나 순간암기능력은 많이 퇴보했는데, 법이 워낙 복잡하다 보니 모든 것을 외우기 보다는 어디에 무엇이 나와있는지 찾을 수 있도록 기억하는 방식을 선호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니고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보편적인 문제라고 한다.  가끔 펴보고 부족한 두뇌능력을 개발하려는 맘을 먹을 수 있다면 꽤 성공적인 독서가 아니가 한다.

 

이 밖에도 엘러리 퀸 소설을 두 권인가 읽었고,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을 보고 있는데, 다 읽으면 한꺼번에 정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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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4-09-23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춘도 실존인물이 아닌가요? 어디가 사실이고 어디가 허구인지 궁금하군요.

transient-guest 2014-09-24 02:55   좋아요 0 | URL
처음에는 영춘이 창시한 것으로 알려져왔고, 그 다음에 나온 이야기가 남소림의 여승으로부터 전수받았다고 하는데, 엽춘사부가 불산으로 가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 두 가지는 모두 허구인 듯 합니다. 형의권이 악비를 사조로 추앙하는 것과 비슷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네요. 물론 영춘은 실존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4-09-24 15:56   좋아요 0 | URL
음...그렇군요.

좀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