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이 쓰여지고 만들어지는 과정은 지고하고 지난하다.  그런데, 잘 팔리기는 고사하고, 출판까지 가는 과정이 또 무척 험난하여 실제로 출간되는 책은 엄청난 과정을 거쳐 걸러지고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렇게 힘들게 만들어진 책들이 이제는 너무 안 팔리다 못해, 예전의 베스트셀러 = 백만부의 공식이 이제는 1/10로 낮춰진 것 같다, 마치 음반시장처럼.  음반시장의 경우라면 그래도 MP3화, 그리고 불법다운로드를 탓하겠지만, 책시장의 경우 상당부분은 그냥 책을 안 읽는 경향이 거의 대부분의 문제가 되고, 여기에 불법스캔이나 사서 읽지 않는 관행을 아주 조금 탓할 수 있겠다.


이런 세태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가끔 매우 잘 팔리는 책이 나오기도 하는데, 주로 특정한 시기의 현상을 잘 포착하여 유명세를 타게 되는 책이 대부분인 듯 하다.  예전에 안철수, 김난도, 법정스님 등이름을 보면 대충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유행이 시들해지면 짤방으로 풀리고, 욕도 먹고 하지만, 어쨌든 저자들은 엄청난 인세와 유명세를 얻은 후의 일이니까, 저자가 특별히 속상할 것 같지는 않다.  


유명세를 타는 또다른 경로는 책의 귀하신 TV출연이라고 하겠다.  드라마, 그것도 뜨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손에 들고 있는 한 권의 책은 어제의 거지를 오늘의 왕자로 만들어줄 수 있는 엄청난 sales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음이다.  다음의 예를 들어본다.


각각 '주군의 태양', '별에서 온 그대', 그리고 '프로듀사'에서 활약했거나 현재 활약하고 있는 책들이다.  '그리고...'와 '데미안'은 워낙 유명한 책이지만, '신기한 여행...'은 그 전까지는 그리 유명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김수현의 손에 들려 읽어진 이후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나머지도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그리고...'와는 비교도 안 될 낭만성과 있어보임을 갖춘 '데미안'이라면 말 다했다고 본다.  한 가지 이슈라면 원체 유명하여 많이 팔린, 그러니까 팬층이 두터운 책이라는 단점아닌 단점 때문에 갑자기 엄청나게 sales가 올라가는 것은 쉽지는 않겠다.  이는 마치 빵점을 맞던 아이가 50점을 맞는 것이 90점 맞던 아이가 95점으로 올라가는 것보다 훨씬 쉬운 원리와 같다.  


그나저나 책읽는 아이유는 예쁘지만, 한 권을 도대체 얼마동안 읽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왜 아이유는 잘 때 화장을 하고 자는 것인지, 왜 언제나 옆으로 업드려서 자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만큼이나 풀리기 어려운, 그러나 매우 obvious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anyway, 책이 tv에 출연하면 작가가 tv에 출연하는 것 이상의 폭발적인 효과가 날 수 있다는 당연한 생각을 주절거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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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탐 2015-06-10 0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는 번역이죠...소수 분들만 아는 문제 같은데 이번에 인기를 얻고 있는 책은 문제가 있는 듯 하네요.

transient-guest 2015-06-10 06:12   좋아요 0 | URL
어떤 의미인지 좀더 설명해주시면 좋겠네요. ㅎ

책탐 2015-06-10 06:13   좋아요 0 | URL
아래 링크 걸었어요.ㅋ

transient-guest 2015-06-10 06:16   좋아요 0 | URL
이재준의 다른 번역서도 원서, 그리고 기존의 번역본들과 비교해보면 좋겠네요.

책탐 2015-06-10 06:17   좋아요 0 | URL
갑자기 궁금해지긴 하네요.

책탐 2015-06-10 0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cafe.naver.com/mhdn/102321

transient-guest 2015-06-10 06:15   좋아요 0 | URL
아! 무슨 말씀인지 알았습니다. 아이유가 들고 있는 데미안은 크눌프 판인데 번역이 엉망이군요.. 그러니까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표절번역이라는 것이네요.-_-: 이런 정신나간 짓에 자기의 이름을 걸 수 있다니, 번역자도 참 대단합니다.

책탐 2015-06-10 06:16   좋아요 0 | URL
저도 보고 놀랐습니다. 그런데도 그 책은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더라고요.
 

엘리뇨 덕분에 시원한 여름을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한 주 내내 오후에만 잠깐 덥고,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는 5시부터는 다시 바람이 불고 선선해지던 날찌 덕분이다.  사실 켈리포니아의 여름은 아무리 북쪽이라고 해도, 샌프란시코처럼 완전히 해안지대가 아닌 경우 꽤 덥다. 내리꽂는 햇살 때문에 한낮에는 한국의 습한 찜통더위와는 사뭇 다르지만, 굉장히 뜨겁고, 주차 되어있는 차에 타면 순간온도는 35도까지도 쉽게 올라간다.  이것이 실리콘밸리의 여름인데, 습도가 50% 미만으로 유지되는 덕분에 그럭저럭 버티고 살 수 있다.  여기서 비행기로 한 시간 정도 내려가면 나오는 LA와 OC지역은 화씨로 평균 10-15도가 더 높은데, 직장 때문에 그곳으로 처음 내려갔던 첫 1-2년은 정말 죽다 살아난 것처럼 힘들게 지낸 기억이 있다.  조금 늦게 퇴근해서 들어가면 낮 동안 쏟아진 태양열을 고스란히 받은 건물을 때맞춰 식히지 못한 죄로 아무리 AC를 돌려도 새벽 3-4시까지는 푹푹 찌는 아파트에서 잠을 설치곤 했는데, 나중에 그곳 기후에 익숙해지고 사는 곳이 좋아진 다음에도 더위 때문에 종종 새벽에 깨어나서 뒹굴거리던 기억이 난다.  올라온 다음에는 그곳에 내려간 적이 거의 없는데, 지금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책을 읽는 속도, 그리고 워낙 이런 저런 책을 한꺼번에 조금씩 읽는 습관 때문에 어느 특정한 시점에는 완독하는 책이 쏟아져 나오지만, 같은 이유로 어떤 때에는 한 주 동안 한 권도 다 읽지 못하고 지나가기도 한다.  6월 첫 주간이 딱 그랬던 모양이다.  일요일을 기점으로 이번 주에는 다시 몇 권씩 읽은 것들을 토해낼 수 있을 것이다.  마침 오늘이면 한국에서 주문한 책이 도착하는 날이다.  열심히 읽고 생각하면서 더운 여름을 이겨낼 것이다.  다행이지만, 내 사무실이 위치한 건물이 워낙 오래된 건축물이라서 요즘에 마구잡이로 지어대는 합판건물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안정적이고 시원하다.  비록 중앙냉난방이지만, 계절에 맞춰 비교적 날씨에 맞는 냉방과 난방 덕분에 사무실에 나와 있으면 추위와 더위를 잊는 편이다.


American Sniper는 그냥 단순한 후기 보다는 좀더 느낀 바를 따로 끄집어 내고 싶어서 계속 리뷰를 미루고 있다.  영화에서는 꽤 영웅적으로 드라마틱하게 포장된 듯 한데, 이스트우드도 점점 찰튼 해스턴 같이 되어가나 싶다.  내가 본 American Sniper는 그런 것이 아닌데.  영웅몰이는 IS같은 놈들이 활개치면서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에 서점에서 보니 American Sniper의 wife가 책을 냈더만.  무슨 할 얘기가 있을까 싶다. 


79권까지의 완역본 완독에서 31권이 남았다.  다 읽으면 난생 처음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완독하고 소유하게 된다.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몇 권의 미발표집인가 해서 4-5권을 추가로 구매했는데, 이렇게 해서 한 작가의 작품을 거의 모두 갖게 되었다.  아시모프처럼 500권이 넘는 글을 쓰고 편집한 작가라면 모든 작품을 모으는게 매우 힘들지만, 그래도 이렇게 완역하여 한 출판사가 맡아서 기획하면 다 사들일 것이다.  


영어 표현에 "stupid as fox"라는 말이 있다.  모르는척 하면서 필요할 때에는 다 알아듣고 귀찮은건 피하는 습성을 비꼬는 말인데, 예전에 김병현이 MLB에서 활동할 때 같은 팀의 에이스인 커트 실링이 그의 영어능력을 표현한 기억이 난다.  이번의 범인을 찾아내는 key가 여기에 있다. 워낙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이라서 내가 생각한 용의선상에는 없었던 등장인물이 범인이었다.  이중삼중으로 엮어놓은 덕분에 더욱 찾을 수가 없었다.  살인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 더욱 매력적인 반전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네 번째 단편 모음을 읽었다.  확실히 초창기 보다는 훨씬 더 나은 정보력과 기술의 발전에 따른 이해가 반영되어 좀더 복잡해지고, 좀더 사실적으로 변한 것 같다.  30-70년대까지의 SF작품을 보면 그야말로 상상력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데, 90년대 이후로는 사실주의에 근거하여 나오는 작품들이 태반이라서 작가들의 학력과 과학기술의 전문적인 지식습득도 꽤나 그 레벨이 높아졌다.  SF는 사실적인 상상이나 구성이 꼭 필요한것은 아닌데, 시장이 그렇게 형성되어 있는 지금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요즘의 사실성이 풍부하거나 철학적인 작품도 재미있지만, 그래서인지 난 예전 황금시대의 기괴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단편들이 훨씬 더 맘에 든다.  아시모프가 편집한 황금시대 이전의 SF단편모음집이 두 권 있는데, 이런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어 맘에 든다.


무정부주의로 흔히 해석되지만 정확한 번역이 아니라서 요즘은 아나키즘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는데, 일본의 아나키스트로서 한국의 사상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친 오스기 사카에의 자서전이다.  일본이 근대국가로 들어가면서 short cut으로 채택한 병영국가가 형성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유년시대부터 그런 교육을 받은 사람이 어떻게 아나키스트가 되었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인 성향도 무시할 수 없고, 형태야 어찌 되었던 엘리트 교육과 독서, 그리고 성찰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끝까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후대에도 종종 나오는 형태인데, 이런 인기(?)인들의 연애관이다.  결혼 후에도 다른 여자들과 연애를 하고, 삼각관계 때문에 죽을 뻔하고, 시대의 억압에 대한 반발작용으로써의 자유연애라고도 볼 수 있겠지. 어떤 주도적이고 카리스마적인 사람에게 이성이 끌리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런 인물은 자기중심을 갖고 이런 점을 감안하여 배려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런 연애관은 그간 여자문제로 물의를 빚은 카리스마 목사들의 후안무치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이 자서전은 거창한 사상문집이 아닌 한 개인이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죽기 전까지의 삶을 기록한 내용이라서 담담하게 있는 그대로의 서술이 주를 이루고 있어, 마치 신변잡기적인 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멋진 문구는 없지만, 역시 같은 의미로 평범한 감상에서 비범한 사회평론을 볼 수 있다.  관동대지진 때 군부에 의해 살해되어 유기된 사람인데, 예전부터 역사책에 그 이름을 볼 수 있었기에, 그리고 우리 조선인들처럼 그도 관동대지진의 희생자가 되었기에 더욱 반가운 이름이 아니었나 싶다.


미국의 직업 스테레오타입에 언제나 등장하는 변호사는 늘 돈은 잘 버는데, 매우 해피하지 않고, 항상 이혼과 별거에 시달리면서 병과 함께 살아간다.  그리고 늘 '내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닌데'하면서 돈 때문에 포기한 다른 삶을 그린다.  이 정형화된 공식은 늘 변하지 않는 편인데, 여기서도 그대로 차용되었다.  

우발적으로 누군가를 죽이고 그의 아이덴티티를 도용해서 다른 삶을 살아보려고 한 주인공.  그런데, 문제는 하필, 그가 그토록 원하던 삶을 살게 된 그때 그의 사진가로써의 탤런트를 인정 받게 되어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살짝 비틀린 논리는 그가 죽은 것으로 믿고 있는 전처, 그리고 그가 훔친 아이덴티티의 주인과 바람을 피우던 전처가 하필이면 사진계에서 유명한 사람과 hook-up이 되어 나타나는 장면에서 절정에 달한다. 여러모로 치밀한 논리는 아니지만, 매우 재미있게 what if를 생각하면서 즐길 수 있는 책이었다. 사실 다 헤집고 따지면 논리가 완벽한 소설이 어디 있겠는가?  


여름이 되면 업무가 조금 slow down되는 것이 이제까지의 trend였는데, 일이란게 build-up된 부분도 있고 해서, 완전히 놀고 먹을 수는 없고, 그저 좀 덜 바쁜 주간에는 좀 천천히, 바쁜 주간에는 바쁘게 일하면서 페이스를 조절하는 수밖에 없다.  바쁘니까, 노는게 즐겁다는 이 어처구니없는 패러독스는 그러니까 여전히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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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막걸리를 마시고 헤롱거리다가 심심해서 PS3를 켠 후 '전장의 발키리아'에 도전하기로 했다. 그래픽이 좋아진만큼, 그리고 세월히 흐른 그 만큼의 learning curve를 느껴서인지 요즘은 예전 만큼 게임을 즐기지는 않는다.  기껏해야 어릴 때 재미있게 즐기던 게임을 다시 play하면서 추억을 느끼는 정도.  '전장의 발키리아'는 PS3가 나오던 초기의 히트작인데, OVA로 만화를 보고 Art book을 사들였을만큼 팬인데, 정작 게임은 사놓고도 한참 지나서 틀어보게 된 것이다.  


작화는 파스텔풍으로 무척 예쁘게 그렸고, 스토리도 맘에 드는데, 문제는 내 굳은 뇌와 hand-eye coordination.  그래도 요즘의 게임답게 친절한 튜토리얼로 천천히 게임에 빠져들게 만들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이도 즐겁게 play할 수 있었다.  


물론 결과는 첫 챕터의 Mission 2아니면 3정도에서 주인공 사망으로 종료...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운 게임보다는 예전에 재미있게 play했던 게임을 retro한 맛에 조금씩 가지고 놀게된다.  그러고보니 지금은 정말 다양한 게임과 스테이션을 갖고 있지만 고등학교 때 수퍼닌텐도로 즐기던 스트리트 파이터 2만큼 재미있게 갖고 논 게임은 많이 없는 듯.  삼국지도 그간 계속 업그레이드 되었고, 최근의 11이나 12의 재미도 대단하지만, 머리가 복잡할 때에는 다른 생각없이 놀수 있는 삼국지 2가 최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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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2015-06-02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퍼닌텐도!!! ㅎㅎㅎㅎ

transient-guest 2015-06-03 01:24   좋아요 0 | URL
이걸 아세요? 이건 지금으로 보면 거의 고대급인데요.ㅎㅎ 16비트라서 픽셀이 많이 나타나지만, 저는 가끔 갖고 놀아요.ㅎ

cyrus 2015-06-02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나오는 게임들은 디자인이 고퀄리티에요. 그래서 진짜 게임 플레이어가 된듯한 몰입감이 느껴져요.

transient-guest 2015-06-03 01:25   좋아요 0 | URL
점점 더 그렇게 되어가는 듯 합니다. VR이 곧 대세가 될 것이라는 잡지기사도 봤구요.ㅎㅎ
 

책이 쌓여갈수록 느끼는 행복, 그리고 계속 주문하게 되는 중증중독, 이런 것들이 함께 읽을 책이 많다는 기쁨 이상의 불안과 무담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내 오랜 일상이 되어버렸다.  아무리 빨리 읽고, 잘 봐도, 남들처럼 나도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하는 처지, 그리고 운동과 다른 레져생활, 식사와 수면까지 주어진 24시간 내에 나누어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읽은 책 < 구매한 책의 구도는 로또에 맞지 않는 한, 당분간은 계속 될 예정이다.  


동서미스터리문고의 구성은 꽤 좋은데, 상당히 많은 수의 작가들, 그리고 그들의 대표적인 작품들로 꾸려져 있어, 이 시리즈가 아니었으면 만나기 힘든 다양한 작품과 작가를 만날 수 있다.  탐정이라면 슈퍼히어로의 동격처럼 느껴지는 홈즈나 포와로 말고도 평범한 경감이 평범한 엉성함과 재치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런 작품이 그렇다고 보겠다.  꽤 유명하니까 이 구성에 포함이 되었겠지라는 생각을 하지만, 역시 내 스스로는 달리 만날 계기가 없었을 작품과 작가를 만나는 이런 소소한 재미 때문에 동서미스터리문고를 하나씩 모으게 되는 것이다.  요즘에야 전집으로 유명한 작품들이 완역되어 나오고 있지만, 그것도 역시 매우 유명한 소수에 한해서라고 보기 때문에, 더더욱 이 시리즈는 구매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 시리즈의 세 번째.  역시 재미있게 한 작품씩 읽어나가고 있다.  위성을 통한 전 지구적인 TV방송, 화상전화, 등등, 클라크의 작품들을 보면 정말 대단한 혜안, 그러니까 거의 Science 예언자에 가까울 정도로 구체적인 내용의 예시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정도가 되면 단순한 작가라고 하기엔 표현이 모자라다.  이런 사람과 잠깐 동시대를 살았음에 감사해야 할까?  그나저나 왜 2015년인 지금도 우리는 항성간은 커녕 달 말고는 가본 적이 없는 것일까?


이 책 역시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을 통해서 소개 받게 된 일본 작가의 작품이다.  이 시대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이런 작품은 근대 일본역사나 사회를 연구함에 있어 좋은 자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  반면에 작품으로써의 재미는 조금 부족하지 않은가 싶지만, 그렇게 구린 옛스러움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깊은 내면의 이야기가 가끔 반짝 나타나는데, 주의를 기울여 읽고 음미해야만 그 흔적을 잡을 수 있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시리즈를 구매할 계획이다.


쓰고 나면 몰려드는 후회.  게으름의 흔적과도 같은 짧은 끼적거림.  언제나 그렇듯, 98%부족한 감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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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2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3 0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4 1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15-06-02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원의 우울_이 아주 궁금한걸요.

transient-guest 2015-06-03 01:25   좋아요 0 | URL
깊이 읽어볼만한 책이구요, 다만 쉽게 속을 보여주지는 않는 책 같습니다.
 

넉넉한 시간을 보내면서 한가롭게 읽는 책도 좋지만, 가끔씩은 어디엔가를 다녀올 때, 그 여행길에 시간을 보내면서 책을 읽는 것도 참 맛깔나는 독서가 된다.  이번에 친척동생의 결혼식에 다녀오면서 오가는 비행기 안에서 두 권을 읽었다.  생각보다는 책읽을 시간이 부족했었는데, 아무래도 결혼식 당일은 너무 바쁘게, 그리고 정신없이 파티를 하면서 지나갔고, 그 다음날도 너무 피곤해서 결국에는 오가는 시간 외에는 책을 잡고 있을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자이 오사무의 전집이 두어군데의 출판사에서 다른 기획본으로 나온 것 같은데, 난 왜 하필이면 이 버전을 구한 것인지 지금에 와서는 알 수가 없다.  이런 저런 책에서 인용되는 '만년'은 최근에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에서의 에피소드에 사용된 덕분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읽은 소감은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다는 것.  이것이 번역에 따른 문제인지, 집중력의 문제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확실히 어떤 작가들은 그 세계가 그저 난해할 뿐이다.  다시 읽어보면 좀더 깊은 맛이 날 것이다.



너무도 유명한 작가의 수작인데, 내가 읽은 것은 동서추리문고에서 나온 것이다.  원전을 영화로 각색한 것은 아주 오래전의 영화인데, 아직 못 봤다.  '자칼'은 좀더 나중에 나온 각색인데, 원작과 비교하면 많이 수정되었고, 영화의 완성도가 개연성이 떨어진다.  덕분에 좋은 리뷰를 받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는데, 특히 DC에서 한 학기를 보내던 당시를 전후한 영화라서 이런 저런 DC의 이정표가 눈에 익어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어떤 사상도, 목적도 없이 그저 계약에 따라 사람을 죽이는 매우 high profile contract killer가 정부요인을 노린다면 어떻게 될까?  전혀 예상할 수 없는 패턴과 행동방식, 그리고 이동경로까지 하나도 대테러요원들의 상식으로는 풀어낼 수 없는 것을 무려 경찰의 힘으로 하나씩 잡아내는 것을 보는 묘미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서스펜스와 스릴이 넘쳤다.  역시 명불허전의 작가와 작품이라고 하겠다.


추리와 SF, 그리고 판타지까지 너무도 고마운 출판사인 '황금가지'가 계속 번창하길 충심으로 기원해마지 않느다.  이런 재미있고 의미있는 책을 읽었으니 고맙기 그지없음이다.  두 번째 모음에서는 1950-53 사이의 작품들을 모아놓았다.  상상력을 마구 불러일으키는 묘미와 함께 요즘에는 보기 힘든 독자의 추론을 요구하는 행간의 스토리텔링은 정말 대단하다.  아무래도 많은 것이 알려지고 배포되는 요즘과는 다른 미래에 대한 희망이 이 시대의 특징이 아니었나 싶다.


이번 주만 잘 넘기면 또다시 노멀하게 적절한 수준과 강도의 노동으로 6월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조금씩 힘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아직은 규모를 키울 시점이 아니기 때문에 잘 버텨야 한다.  책을 또 주문해버렸다는 반성과 함께, 올 책이 많고, 읽을 것이 늘어난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TV도 게임도 없던 시절 책은 지식과 지혜를 키우는 수단이면서, 어쩌면 그 이상 마치 우리가 재미를 위해 TV와 게임을 즐기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던 오락거리였다.  그때와 같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책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시대에는 고전문학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추앙받고 있는 작품과 작가도 당대에는 일종의 엔터테이너였다고 보면, 문학도 무엇도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재미! 이것이 key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을 빌려온다면 '재미가 없다면 독서는 없다'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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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5-27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재미있어서 책을 읽습니다! ㅎㅎ

transient-guest 2015-05-27 09:34   좋아요 0 | URL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적어도 일부의 유행처럼 성공만을 목적으로 책을 읽지는 않았으면 합니다.ㅎㅎ

붉은돼지 2015-05-27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길에 기차간이나 비행기(비행기는 탈 일이 거의 없어서.....)안에서 책읽는 그 맛....참 좋죠 ㅋㅋㅋ 출장길에 누구와 동반해서 같이 가게되면 아쉬운 생각이 들어요..혼자라면 책도 볼 수 있는데....하는..^^

transient-guest 2015-05-28 02:33   좋아요 0 | URL
저는 먼길을 갈 기회가 많지는 않구요, 가도 운전해서 가니까 흔한 기회는 아니구요. 가끔 이렇게 멀리 가면서 책 한 권 읽는게 참 낭만적이라고 생각합니다.ㅎ

프레이야 2015-05-27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재미가 있어야^^

transient-guest 2015-05-28 02:33   좋아요 0 | URL
그럼요. 일단은 재미 (자극적이거나 외설적인거하고 다른)가 있어야죠.ㅎ

cyrus 2015-05-27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행길에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눈이 쉽게 피로하는 편이라서 장시간 읽기가 불가능해요. 이런 습관 때문인지 시력이 나빠진 것도 있어요. 그래도 여행길에 책이 없으면 허전해요. 책이 있어야 쓸데없이 스마트폰을 만지지 않거든요. ^^

transient-guest 2015-05-28 02:34   좋아요 0 | URL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게 사실 그리 많지 않아요. 게임이나 채팅인데 모두 그저그래요.ㅎ 차에서는 어지러워져서 못 읽구요. 그래도 기차나 비행기는 괜찮네요.

해피북 2015-05-27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친정이나 시댁 가는 길 모두 세시간을 훌쩍 넘는거리라 늘 책을 가지고 다니는 편이예요 제일 읽기 편한곳은 기차안이고 버스는 덜컹거리는 통에 속이 불편해서 오랫동안 읽는게 어려워 아쉽더라구요 ㅎ

transient-guest 2015-05-28 02:34   좋아요 0 | URL
버스는 어렵지요. 기차만해도 비교적 덜 흔들리니까요. 자동차에서 책을 읽기도 어렵지만, 읽으면 눈이 많이 나빠지는 것 같아요.ㅎ

몬스터 2015-06-02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고 나면 무언가를 얻어야 한다는 강박 비슷한 게 있었드랬어요. 지금은 덜하지만 , 여전히 책에서는 기대하는게 조금은 더 많은것 같아요. 다른 매체보다.

transient-guest 2015-06-03 01:27   좋아요 0 | URL
맞아요. 또 그걸 종용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구요. 여러 종류의 서평책을 읽어봤는데요, 문학성이나 작품성을 강조하는 사람들 못지않게 무엇인가를 건져야만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도 많이 있어요.ㅎ 좀더 쉽게 읽을 수 있는 노력을 하면서도, 왔다 갔다 하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