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의 글이 길어져서 책읽기의 흔적은 따로 남기기로 했다.  지난 주간을 거쳐 이번 주말까지 읽은 책을 간략하게 정리해본다.


당연히 1992년에 나온 영화로 먼저 접했고, 아름다운 몬태나 주의 경관에 매료되어 여러 번 본 기억이 있다.  당시만 해도 파릇새청춘 같은 브래드 피트의 모습은 1994년에 나온 '가을의 전설'이라는, 오역의 흑역사에 길이 남는 번역으로 소개된 'Legends of the Fall'이전에 이미 뭇여성들의 맘을 설레게 했을 것이다.  책을 쥔 것은 꽤 최근의 일이었고, 운동을 하면서 틈틈히 읽는 바람에 깊이 상상하며 읽지는 못했는데, 이건 영화로 먼저 본 책을 읽게 되면 종종 발생하는 상상의 제약의 탓도 조금은 있다.  같은 저자의 중편 두 권이 추가되어 있는데, 같은 번역자의 손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흐르는 강물처럼'의 번역은 다른 두 작품보다 훨씬 문제가 많은 것 같다.  적어도 번역으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이고, 관련전공이라면 'Registered Nurse'를 '등록간호사'라고 번역하는 일은 없어야하지 않을까?  여기에 문맥이 이상하게 이어지는 등, 문장의 진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거나, 적어도 옮기는 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부분들이 꽤 있어서 영화를 읽지 않았더라면 오히려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더 고생을 했을 것 같다.  책표지도 좋고, 하드커버라는 점도 맘에 들지만, 역시 번역은 좀더 정확하고 부드럽게 되어야 한다.  


가볍게 물 흐르듯 읽을 수 있는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의 하나.  꽤 오래전에 쓰인 듯 컴퓨터나 mobile phone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고, 부자나리의 차에 설치된 카폰 정도가 최고의 tech인 것으로 보아 최소한 80년대 혹은 그 이전의 설정이 아닌가 싶다.  역시 경찰소설로 보면 무난하고, 추리기믹도 별로 없지만,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나 이에 따른 전개는 앞서의 'Ice'에서도 본 바, 무척 탁월하다.  읽으면서 계속 신기한 것은 어린 시절 '추리백과'같은 것으로 접한 전설의 87분서를 읽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암사에서 출판한 나쓰메 소세키 전집 14권을 모두 구하면서 함께 구입했다.  개론서나 입문서 정도로 보면 무난한데, 촌철살인의 정리 같은 것은 보이지 않고, 그저 나쓰메 소세키를 읽기 위한 준비운동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그 후', '도련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산시로'는 다른 출판사의 판본으로 갖고 있고 여러 번 읽었지만, 좋아하는 작가의 전집을 구하는 건 또 다른 얘기라서 꽤 오래 망설이다가 이번에 모두 갖추게 되었다.  


이들을 읽으면서 부쩍 속도와 힘이 붙어 그간 조금씩 읽으면서 미루고 있던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도 어젯밤에 완독했다.  밑줄을 그은 곳이 매 페이지에 있을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한데, 저자가 하려는 얘기, 그러니까, 이론과 논증 말고,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확실히 와닿지는 않는다.  일단 이건 별도로 다른 리뷰로 정리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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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6-08-23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르는 강물처럼...저도 영화 봤습니다. 한 때 물량을 퍼풋는 영화를 좋아했던 지라...그때 이 영화를 보니 지루해서 죽는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명작이더군요..원작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기회되면 원작을 구하고 싶네요.

쏘세키 전집 14권을 모두 소장하시다뉘...ㄷㄷㄷ 저는 4권만 있고, 아직 한 권도 읽지 못했는데...대단하심돠!

transient-guest 2016-08-24 03:17   좋아요 0 | URL
영문은 좋은데, 국문번역은 좀 문제가 있습니다. 소세키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고, 식민지시절 조선의 문인들도 많은 영향을 받았을만큼 근대문학에서 빼놓기 힘든 작가라고 알고 있어 늘 흥미를 갖고 있습니다.ㅎ
 

도무지 지겨울 틈이 없다.  어릴 땐 손에 잡히는 책 한 권을 다 읽지 않으면 다른 책을 잡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나이를 먹고 이런 저런 책을 한꺼번에 읽게 되었는데, 대략 10년 전부터 그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 동안 책읽기를 거의 멈추었다가 다시 돌아온 것은 2007년 초입이고, 이때 바로 힘든 타지의 남의 집살이(?)를 시작했기에 자계서를 중심으로 self-motivation에 치중했고, 이와 함께 다시 에세이나 소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책읽기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보통 3-4권의 책을 동시에 읽으면서, 논픽션, 소설, 고전문학, 실용서적 등을 한국어와 영어로 뒤적거리고 나서 시간이 꽤 지난 시점에 책읽기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는데, 마구잡이로 읽는 것 외에 이걸 어떻게 하면 취미를 넘어 가져갈 수 있을지, 그리고 책읽기를 나눌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오는 외로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주로 고민을 했다.  다독에 관한 책은 이때를 즈음해서 만난 것 같고, 결론적으로 맘으로 느낀 것을 타인에 의해 활자화된 형태로 읽었다는 느낌을 받고, 좀더 자신의 독서론에 대한 확신을 같게 되었던 것이다.  


책읽기라는 것은, 여타의 다른 취미와 마찬가지로 지겨움과 즐거움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바, 이걸 효과적으로 넘기는 방법은 다독술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금년 들어서 미친듯이 책을 사들였고, 열심히 읽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미래의 즐거움을 위해 쌓아두는 책이 더 많고, 이 때문인지 간혹 많은 책을 앞에 두고 정작 다른 책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들인 책을 읽고 다시 새로 책을 사들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을 잘 알지만, 한국출판계의 현실은 2-3년이면 책이 절판되어 구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고 여기서 오는 불안감 때문에 주기적으로 회사의 자금사정에 맞춰 미리 점찍어둔 책을 구하게 된다.  여기서 오는 즐거움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책읽기에 초점을 맞춰 생각해보면 이런 구매는 필연적인 부담감과 피로를 동반한다.  나에겐 이때가 꽤 위험한 순간인데, 다독은 내가 이걸 넘어갈 수 있는 유일무이한 방법이 된다.


지난 주, 그리고 이번 주에는 평균 3-4권의 책을 읽었다.  순수문학보다는 소설이나 논픽션에 치우친 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런 꾸준한 단련이 언젠가는 고전을 깊이 파고드는 원천진기로 바뀔 것이라 믿기에 괜찮다.  다만 학창시절보다는 확실히 책임도 늘고 자신의 시간을 따로 찾기가 어려워지는 형편이라서 고전문학이나 그리스/로마의 고전 한 권으로 깊숙히 들어가는 건 쉽지 않다.  지금의 독서는 어쩌면 훗날 이런 깊은 공부를 하기 위함이 아닐까 하면서 잠시 맘을 가라앉히게 해준다.  


어린 시절부터 서책을 가까이 했고, 중간 중간 살면서 위기는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꾸준한 독서생활을 해왔다.  덕분에 이 나이가 되면 지갑은 열고 입은 닫아야 한다는 귀중한 경구(?)도 접할 수 있었는데, 이 또한 독서를 통해 얻은 진리가 아닌가 싶다.  혹시 책읽기를 시작하는 분들, 가끔은 너무 지겨워진 책읽기에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다독을 권하고 싶다.  어떤 기준이나 제한도 없이 그야말로 종횡무진 활자와 그림의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시공을, 현실의 제약을 초월한 미팅과 여행을 즐기다보면 또 한 동안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는 힘을 얻고, 이것이 반복되면 일종의 지적 연마가 될 것이고, 독서라는 큰 세계를 함께 일구어 가는 지적연합체의 일원이 될 수 있다.  


나 자신은 보잘건 없지만, 이미 이런 저런 우연이 겹쳐 일면식도 없지만, 책읽기를 견주고 배울 수 있는 많은 인연을 맺게 되었음에 감사하며, 언제나 함께 이 귀중한 지적단련과 계승을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PS 다독술에 대한 책이 여러 권 있는데, 몇 권은 급조된 자계서에 가깝다는 느낌이지만, 사람에 따라 얻는 바가 다를 것이니까, 굳이 좋은 책 나쁜 책을 구분해서 소개하고 싶지는 않다.  관심이 가는 사람은 '다독', '다독술'등을 키워드로 해서 찾아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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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독서 2016-08-23 04: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읽기는 지겨움과 즐거움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네요.

transient-guest 2016-08-23 05:00   좋아요 0 | URL
그런 경험을 꾸준히 주기적으로 합니다. 어떤 장르나 주제의 구분 없이 그렇더라구요.

yamoo 2016-08-23 1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읽기라는 것은, 여타의 다른 취미와 마찬가지로 지겨움과 즐거움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바, 이걸 효과적으로 넘기는 방법은 다독술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 다독술....트랜스 님이 제게도 아주 좋은 독서 팁을 주셨네요!
저두 금년 들어서 미친듯이 책을 사들였어요. 6,7,8월 사들인 책이 300권 가까이 됩니다..ㅠㅠ 이 중에서 읽은 책은 별로 없어요. 왜냐면 베르그손 책을 중점적으로 읽는 와중에 있는지라...

그냥 책 수집이었던거 같아요. 쌓아놓고 즐기는...뭐, 그런 책 중에서 몇 권은 읽었지만...그게 새발의 피......그냥 아무 책이나 빼서 훑어 있는 식으로 해야 겠어요..여러 책을 마구 돌려 읽기..ㅎㅎ

공감이 너무 가는 글 잘 읽었습니다!

transient-guest 2016-08-24 03:18   좋아요 0 | URL
굳이 이름을 붙이면 다독이지만, 책을 이리저리 방황하는 건 이미 많이들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냥 한 권만 읽으면 지겹기도 하고, 흥미를 돌려 주의를 분산시키면 역설적으로 각각의 책에 대한 집중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cyrus 2016-08-23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하기 전에 기준이 끼여드는 순간, 책에 대한 흥미와 몰입도가 떨어져요. 그냥 기분 내키는대로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읽고, 재미없거나 어려우면 안 읽으면 됩니다. ^^

transient-guest 2016-08-24 03:19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저는 다독이 그런 책읽기의 방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능하면 중간에 멈추는 책은 없어요.ㅎㅎ 돈도 아깝고 그런 책이라면 사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다만 `마의 산`은 세 번을 도전해서 세 번 다 끝까지 못 갔네요. 이번 겨울이면 다시 도전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ㅎ

고양이라디오 2016-08-26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간에 멈추는 책이 없으세요ㅎ? 저도 다독술을 쓰고 있지만, 중간에 멈추는 책이 많아요ㅎㅎ

transient-guest 2016-08-27 08:35   좋아요 1 | URL
간혹 있는데 언제고 찾아서 다시 읽습니다. 그때마다 놀라는 것이, 어떤 시기엔 그렇게 눈에 들어오지 않던 책이, 다른 시기엔 완전 120%로 다가오거든요.ㅎ 다만 앞으로는 읽을 책과, 살펴보고 참고할 책은 좀 구분을 지을 생각입니다. 후자는 다 읽을 필요가 없잖아요..ㅎ
 

예전에 Time Traveler's Wife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책으로 먼저 유명해진 작품을 영화화했는데, 시간여행자라는 것이 약간은 '귀신'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Wife의 시간 어느 시점에는 죽은 남편이지만, 과거 어느 때인가의 모습으로 계속 Wife의 일상에 나타난다는 점에서 그랬던 것 같다. 비슷한 모티브로 뇌파의 강력한 진동을 통한 시간여행을 다룬 것이 Map of Time이라는 책인데, 비슷한 구조로 H. G. Wells가 실상은 시간여행자였음을 이야기한다.


Time Traveler's Wife작가가 쓴 다른 책이 일러스트로 나온 것을 아주 우연히 만났다.  한국어로 번역된 것을 주문하려다가 기다리지 못하고 아마존에서 영문판을 구했다.  


한 여자가 새벽 4시 정도에 시카고의 한적한 구석을 걷고 있다.  자정께 같이 사는 애인과 심하게 다투고 뛰어나와 정처없이 거릴 돌아다닌 것.  그러다가 한 구석에 주차되어 있는 구식 RV를 발견한다.  이동도서관이라는 이 RV에 올라타 겉에서 볼 때보다 넓어보이는 내부 가득 들어차 있는 책장을 채우고 있는 건 그녀가 기억하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읽어온 모든 책들이다.  open hour는 일몰에서 일출까지.  이후 그녀는 이동도서관을 찾아 정처없이 거릴 떠돌고, 그 와중에 애인과도 헤어지고, 도서관 사서가 되어 살아간다.  그러다가...


짧고 몽환적인 이야기로 아주 짧은 순간 아련한 향수와 함께 강력한 펀치를 날리는 느낌이다.  갑자기 아주 구닥다리 위네바고 (RV의 모델 중 하나)를 사들여 내부를 뜯어내고 양 벽에 책장을 세워 책을 보관하고 싶어지기도 했고, 먹고살만한 투자가 되면 이런 식으로 세상을 떠돌아보는 상상도 했다.  그런데 스포일러가 될까 밝히지는 않겠지만, 이 이동도서관의 사서가 되려면 아주 힘든 고비를 넘겨야 한다.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다는 말이다.  


예전부터 RV를 들여다보면서 이동사무실을 꾸미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산다.  대형 RV보다는 대형밴 정도 크기를 개조한 녀석을 사무실로 개조하여 가끔 스케줄이 너무 빡빡하지 않으면 훌쩍 떠나서 21세기의 유비쿼터스 업무환경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요세미티나 너무 멀지 않은 redwood 가득한 국립공원의 RV파크에서 머물다 오고 싶다.  가끔 일주일 정도는 그렇게 해도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잘 셋업해놓고, 그렇게 환경을 바꿔 일하다 쉬고 오면 좋겠다.  이동도서관의 사서는 모르겠지만, 이건 아주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그저 돈을 조금 더 벌고, RV를 세워놓을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 집이 있으면 된다.  가능할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이고 들린다고 어제 쓰지 않았던가. 아마도 어제까지 읽고 있었던 이 책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었을까?  아는 감독과 아는 영화의 이야기는 이동진 기자 특유의 디테일과 이에 따른 가끔의 늘어짐에도 불구하고 아주 흥미진진했지만, 모르는 영화, 관심없는 감독의 이야기에서는 아주 지지부진하게 느꼈다.  영화평론도 아닌 인터뷰 모음이라면, 준비한 사람도 진이 빠지도록 영화를 보고, 질의를 만들고 대담을 하여 책으로 정수를 뽑았다고 해도,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히 지리한 문답으로 끝날 수도 있다.  거기에 대화체를 읽어가는 피곤함이란 상당한 고통과 다름 아니다.  이동진 기자, DJ를 좋아하지만, 또 그의 다른 책들은 잘 읽었지만, 이 책은 도무지 정이 붙지 않았다.  다른 한 권은 조금 더 나은 듯 싶은데, 아마 아는 영화와 감독이 나와서 그럴 것이다.  어인 일인지 몰라도 이동진 기자, DJ의 책은 가끔 이렇게 늘어지는 맛(?)이 있다.  그의 따뜻하고 감성어린 목소리를 상상하면서 읽을 수 밖에.


겨우 이틀을 열심히 뛰었다고 업무가 정상화되고 있다면 아직 그리 바쁜 practice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사무실 오픈 후 3년부터는 내 한몸, 내 가족을 편하게 살게 할 만큼의 수준으로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에 다다른 지금 조금 더 규모를 확장해야 하고, 이에 투자되어야 하는 금액 만큼은 risk로 온전히 나의 몫이 된다.  내년엔 조금 더 잘할게요...하면서 더 열심히 달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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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8-17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책 안 읽는 시대로 변할수록 이동도서관도 추억의 존재로 남을 것 같아요. 십년 전에는 이동도서관 버스를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새 그 버스가 도서관 주차장에도 보이지 않았어요.

transient-guest 2016-08-18 02:01   좋아요 0 | URL
어릴 때 아파트에 2-3일에 한번씩 찾아오던 이동대여차도 생각납니다. 그땐 그거 아니면 도서관이고 만화가게엔 책은 없던 시절이죠. 책읽는 문화를 만드는 것 이상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의 환경은 TV PC 게임콘솔도 스마트폰에 자릴 내주고 있으니 참 어렵죠.

yamoo 2016-08-18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관심이 동하게 하는 책이네요....저도 찾아보겠습니다~^^

transient-guest 2016-08-18 02:01   좋아요 0 | URL
뭔가 아주 특이했습니다.ㅎ

Forgettable. 2016-08-21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겨야 하는 고비가 뭔지 궁금하네요. ㅋㅋ 이북으로 간간히 책을 읽고 있긴 한데 예전 같진 않아요. 역시 종이책이 최고임. 이북으로 많이 나와있지도 않구요. ㅠ 암튼 바쁜 와중에도 여전히 다독하고 계시는군요. 부럽습니다. ㅎㅎ

transient-guest 2016-08-21 02:38   좋아요 0 | URL
지금에서 안주하지 않고 조금은 더 규모를 키울 생각을 하니 새로 한 명이 join하는 내년이 이를 판가름할 고비가 될 것입니다. 여기서 잘 되면 장기적으로는 조금 더 큰 형태로 사무실을 꾸릴 수 있을 것이고 아니면 이대로 만족해야 하는데, 이젠 혼자서 일하는 것이 힘에 부치네요. 어느 정도 predictable한 규모의 business size가 매년 이어지도록 성장시키는 것이 일차 목표네요. 책은 계속 읽고 운동도 하구요. 근데 전 님의 자유분방한 삶이 더 부럽습니다. 겁이 많아서 그렇게 못해요 전...ㅎ
 

무엇인든지 아는 만큼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고, 등등.  너무도 흔한 말이지만, 이것만큼 여러 경우에 잘 들어맞는 말도 없다는 생각을 한다.  음악이나 영화, 그림 같은 아트장르를 다룬 책은 특히 더 그런 느낌을 받는다.  어쩌다보니 보통의 이야기 책과 함께 조금씩 읽던 미술과 영화에 대한 책을 끝내면서 든 생각이다.  


1980년의 한 시절, 두 형은 고국유학 중 정부가 조작한 간첩사건에 연루되어 갖은 고문 끝에 당시에는 끝이 보이지않던 장기간의 수형생활을 하고 있었고, 그 와중에 홧병에 다름아닌 병으로 부모님을 잃던 암울한 서경석이 택한 건 외유.  한국여권을 지녔으되 한국인이 아닌, 일본에서 사는 자이니치로서의 정체정의 혼란, 차별, 이런 것들로 다져진 내면의 우울.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껴지는 어두움과는 다른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은 아마도 그런 과거에서 오는 것일게다.  어쩌면 이렇게 절절하게 가슴이 아픈지 모르겠다.  특별히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서경석의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끼는 거의 유일한 감성은 이토록 절절한 어둠과 아픔이다.  힐링은 고사하고 이런 걸 털어낼 수 있는 날이 오기는 할까?  지금이 군부독재시절인지, 해방직후인지, 아니 김씨치하의 북한인지 헷깔리는 한국의 현실과 함께 서경석의 깊고 절절한 내면이 나에게 이식되어가는 것 같다.  유럽을 다니면서 본 그림, 화가, 예술에 대한 이야기는 도무지 떠올려지지 않는데, 이건 그저 이쪽 분야에 대해 불학무식한 나의 탓이다.  그림을 보는 것도 좋고, 화집도 몇 권 갖고 있지만, 그림은 여전히 어렵다.  아는 것도 별로 없고, 늘어나지도 않는다.  덕분에 그림보다는 서경석의 이야기에만 귀를 기울였으니 그림과 함께 이루어지는 이야기의 collaboration을 제대로 알아들었다고 말 할 수가 없다.  


드디어 이름만 듣던 87분서 시리즈를 읽었다.  첫 작품은 '경관 혐오' 또는 '경관 혐오자'로 번역된 책인데, 책장 깊이 어디엔가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아이스'는 내용의 맥락으로 보아 방대한 시리즈에서 비교적 후기에 속하는 듯 싶다.  첫 작품이 50년대 중반에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이스'에는 cellphone까지는 아니라도 제법 컴퓨터 운운하는 대사도 나오는 걸 보면 말이다.  

정통 추리소설보다는 경찰소설이라고 볼 수 있는데, 에드 맥베인의 '경관 혐오자'가 이 sub-genre의 시작이라고 하는 글도 있다.  희귀한 범죄, 희대의 살인마가 주인공과 두뇌게임을 벌이는 것이 아닌 일상의 police work속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그야말로 경찰답게 발로 뛰면서 수사하는 것이다.  번득이는 추리는 구경할 수 없고, dot과 dot를 이어가면서 사건이 눈앞에서 윤곽을 드러내길 기다리면서 얽히고 섥히는 경찰의 일상을 구경하는 재미가 좋다.  절대로 다 번역되어 나오지는 못할 것 같아서 손이 가는대로 한국어 번역을 사들이고 있다. 퇴근하면서 집 앞에서 총맞아 죽은 발레리나, 거리의 쓰레기 같은 하급마약밀매상, 그리고 보석상이 모두 같은 총으로 살해당한 것이다.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이걸 고민하다가 의외로 쉽게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으니까, 그리 터프한 추리가 요구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아이스'에서 연상시킨 건 결정화되어 팔리는 싸구려 헤로인/히로뽕인가 싶은데, 전혀 다른 표현이고 오히려 일종의 장치에 가깝다.  제목을 장치로 쓰는 작가라면...그 머릿속도 궁금하다.  


아무리 좋은 이론과 실천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개량되어야 한다. 그 낡음을 개량하지 못한다면 뒷세대의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좋은 이론이고, 공감을 느낄 수 있는 삶의 형태를 주창했지만, 2016년의 사회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자급자족하고 노동을 줄이는 삶은 좋다.  하지만, 모두 그렇게 살면 사회가, 세상이 어떻게 될 것인가.  지향은 이런 심플한 삶에 두지만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 나는 니어링이 얘기하는 radical이 될 생각은 없다.  그저 나에게 맞는 것,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을 삼키고 자양분으로 삼는 정도.  기술문명의 해악은 심각하지만, 덕분에 더 오래 건강하게 사는 사람들도 많이 있고, 가난한 사람이라도 비교적 좋은 음식을 싼 값에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것도 생산기술의 발전에 따른 것이다.  예전에 읽은 다른 책만큼 쉽게 인정할 수 없는 이야기도 많이 보인다.  내가 나이를 먹긴 꽤 먹은 것 같다.  이젠 점점 무턱대고 좋은 이야기라고 매료되기 보다는 꼬장꼬장하게 내가 살고 있는 모습에 대조하고 견줘보니까.  


오전의 업무를 잘 마쳤기에 오후가 가볍다.  다만 새벽운동을 3일째 이어가는 건 좀 어려웠던지 아침엔 겨우 일어나서 사무실로 나왔고, 점심으로 미뤘던 운동은 결국 오후로 미뤄졌다.  대략 3-4시 사이에 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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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의 내용이나 질적인 면, 속도 모두 어느 정도 만족할 수준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  드디어 긴 여름이 끝나가는가 싶다.  지난 주가 입추였던 것 같은데, 절기에 딱 맞는 날씨라서 더울 때 26-7도, 밤엔 17-9도 정도로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해가 뜨거운 켈리포니아의 여름이지만 한낮을 지나면 그리 나쁘지 않고, 냉방에 시달리다가 가끔 나와서 받는 햇살의 따스함이 좋을 정도의 괜찮은 날씨다.  


내가 노는 걸, 특히 일하는 시간에 노는 걸, 그것도 남들은 사무실에 틀어박혀 있을때 노는 걸 참 좋아한다.  하지만, 그런 짓(?)을 매일 할 수는 없고, 실상 남들이 일하는 시간엔 나도 당연히 일을 한다.  가끔은 답답함을 못 견디고 서점으로 뛰어나가지만, 그것도 정말 어쩌다 그런 것이다.  오전 4시간의 효율근무, 시간관리 같은 것은 다소 자유롭지만, 자영업이라고 해도 엄연히 직업이고 밥벌이라서 그렇게 멋대로 하다가는 다 털어먹는 것이 세상의 이치니까.  그런데 오늘은 팔자에도 없는 오전의 외근(?)을 하게 되었다.  


지난 일요일 사고(?) 덕분에 알게된 타이어 마모, 이를 고치기 위해 월요일에 들려 주문한 타이어 세트가 오늘 들어왔다는 전화를 받은 건 대략 아침 9시 30분.  8시 30분 정도에 나와서 사무실에서만 진행할 수 있는 일을 해놓았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일거리 몇 개를 챙겨 나왔다.  열심히 오전에 달려왔지만, 대기번호는 9, 기다리는 시간은 2시간 반.  어쩔 수 없이 마침 걸어갈 수 있는 맥도날드로 왔다.  여긴 Wi-Fi가 되는 곳이라서 원래 눈여겨 보아둔 곳이다, 오늘 같은 날을 예상하고.  근데 outlet에 없어서 대충 한 두 시간이면 notebook 배터리가 방전된다.  결국 갖고 온 일은 아주 조금만 하고, 나머지는 미룰 수 밖에 없다.  오늘 아침 월스트리트 저널, 그리고 반 정도를 읽은 책 한 권이 긴긴 두 시간 반을 버티게 해줄 도구(?).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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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8-11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은 밤에도 20도 넘어요. 낮보다는 더위가 덜하지만 그래도 덥습니다. ^^;;

transient-guest 2016-08-11 12:05   좋아요 0 | URL
다른 것보다 습도가 높은 건 어렵더라구요. 제가 마지막으로 여름에 한국에 간 건 거의 12년 정도 된 듯 합니다. 12년 간 5월 말 잠깐, 9월 초 잠깐 갔는데도 저한텐 너무 습하더라구요.ㅎ

yamoo 2016-08-11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탁자와 의자의 디자인이 참으로 이상야릇합니다^^;; 미쿡의 맥카페 테이크 아웃 종이컵은 저렇게 생겼군요! 노트북은 제가 엔날에 회사에서 받은 것과 똑같은 모델이라 반갑네요...근데, 저거 좀 오래 된 모델인데...아직도 쓰고 계시네요^^

transient-guest 2016-08-12 03:00   좋아요 0 | URL
생긴건 별로지만 은근히 편합니다. 구석진 부쓰에 앉아서 2시간 반을 보냈네요. 커피 한 잔 마시면서.ㅎㅎ 작년 언젠가부터 all size regular coffee는 $1이라서 그거 하나 시켜놓고 있었네요. 제 노트북은 2012년 개업과 동시에 꼭 써보고 싶었던 녀석과 workstation을 같이 샀어요. 작년부터 하드가 불안정해져서 SSD로 바꾸고 램 조금 더 넣고 리셋했더니 쌩쌩합니다. 2-3년은 더 쓸 듯. 다음엔 surface book으로 바꾸지 않을까 싶어요.ㅎ

yamoo 2016-08-12 08:14   좋아요 0 | URL
헐~~ 모든 레귤러 사이즈 커피가 1달러라뉘!!! 한국 맥도날드도 배우면 좋겠네요..ㅎ 와우!

2016-08-12 15: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3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