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시간을 보내면서 한가롭게 읽는 책도 좋지만, 가끔씩은 어디엔가를 다녀올 때, 그 여행길에 시간을 보내면서 책을 읽는 것도 참 맛깔나는 독서가 된다. 이번에 친척동생의 결혼식에 다녀오면서 오가는 비행기 안에서 두 권을 읽었다. 생각보다는 책읽을 시간이 부족했었는데, 아무래도 결혼식 당일은 너무 바쁘게, 그리고 정신없이 파티를 하면서 지나갔고, 그 다음날도 너무 피곤해서 결국에는 오가는 시간 외에는 책을 잡고 있을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자이 오사무의 전집이 두어군데의 출판사에서 다른 기획본으로 나온 것 같은데, 난 왜 하필이면 이 버전을 구한 것인지 지금에 와서는 알 수가 없다. 이런 저런 책에서 인용되는 '만년'은 최근에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에서의 에피소드에 사용된 덕분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읽은 소감은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다는 것. 이것이 번역에 따른 문제인지, 집중력의 문제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확실히 어떤 작가들은 그 세계가 그저 난해할 뿐이다. 다시 읽어보면 좀더 깊은 맛이 날 것이다.
너무도 유명한 작가의 수작인데, 내가 읽은 것은 동서추리문고에서 나온 것이다. 원전을 영화로 각색한 것은 아주 오래전의 영화인데, 아직 못 봤다. '자칼'은 좀더 나중에 나온 각색인데, 원작과 비교하면 많이 수정되었고, 영화의 완성도가 개연성이 떨어진다. 덕분에 좋은 리뷰를 받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는데, 특히 DC에서 한 학기를 보내던 당시를 전후한 영화라서 이런 저런 DC의 이정표가 눈에 익어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어떤 사상도, 목적도 없이 그저 계약에 따라 사람을 죽이는 매우 high profile contract killer가 정부요인을 노린다면 어떻게 될까? 전혀 예상할 수 없는 패턴과 행동방식, 그리고 이동경로까지 하나도 대테러요원들의 상식으로는 풀어낼 수 없는 것을 무려 경찰의 힘으로 하나씩 잡아내는 것을 보는 묘미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서스펜스와 스릴이 넘쳤다. 역시 명불허전의 작가와 작품이라고 하겠다.
추리와 SF, 그리고 판타지까지 너무도 고마운 출판사인 '황금가지'가 계속 번창하길 충심으로 기원해마지 않느다. 이런 재미있고 의미있는 책을 읽었으니 고맙기 그지없음이다. 두 번째 모음에서는 1950-53 사이의 작품들을 모아놓았다. 상상력을 마구 불러일으키는 묘미와 함께 요즘에는 보기 힘든 독자의 추론을 요구하는 행간의 스토리텔링은 정말 대단하다. 아무래도 많은 것이 알려지고 배포되는 요즘과는 다른 미래에 대한 희망이 이 시대의 특징이 아니었나 싶다.
이번 주만 잘 넘기면 또다시 노멀하게 적절한 수준과 강도의 노동으로 6월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조금씩 힘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아직은 규모를 키울 시점이 아니기 때문에 잘 버텨야 한다. 책을 또 주문해버렸다는 반성과 함께, 올 책이 많고, 읽을 것이 늘어난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TV도 게임도 없던 시절 책은 지식과 지혜를 키우는 수단이면서, 어쩌면 그 이상 마치 우리가 재미를 위해 TV와 게임을 즐기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던 오락거리였다. 그때와 같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책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시대에는 고전문학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추앙받고 있는 작품과 작가도 당대에는 일종의 엔터테이너였다고 보면, 문학도 무엇도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재미! 이것이 key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을 빌려온다면 '재미가 없다면 독서는 없다'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