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여러 번 비슷한 말을 했는데, 정말이지 머리가 복잡하고 일이 바쁜 시기에는 추리소설처럼 가벼운 이야기만 찾게 되어 요 11-12월간은 참으로 많은 추리소설을 읽었다. 고전도 아니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일본의 현대작가들 (이라고 쓰고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읽어야한다)의 책을 주로 말이다.
단편모음인데, 우타노 쇼고라고 일본에서 꽤 유명한 작가인듯. 이름은 그전부터 들어봤고, 책도 파는 것을 몇 번이나 집었다가 놓았다가 했었다. 청출어람을 꿈꾸는 명탐정의 탄생에 얽힌 비화(?)의 반전성이 일품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마치 셜록 홈즈와 왓슨의 관계를 모사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하긴 그렇게 말하기엔 홈즈격의 탐정 선생님의 불평불만, 무엇보다 돈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맘에 걸리기는 했었다. 겨우 지난주에 읽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나머지 작품들의 내용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술을 줄여야 할 것이다. 내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되려면 내가 제일 건강해야 하는데, 운동도 좋고 마음공부도 좋지만, 무엇보다 건강하려면 섭생에 신경써야 한다.
책읽기를 그나마 즐겨서 다행이고, 업무도 그렇지만, 이렇게 서재에 잡스러운 글이나마 남기는 것 또한 내 머리를 위해서는 다행이다.
읽고 나서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면, 내가 책을 함부로 읽었거나 책이 재미가 없었거나 이 둘 중 하나에 들어갈 확률이 높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책을 읽고서 이러는 경우는 보통 운동중에 대충 읽었거나 너무 긴 시간을 두고 띄엄띄엄 읽었기 때문인데, 이번에는 내 탓만은 아닌 것 같다. 단순한 탐정물, 또는 범죄미스터리의 패턴에서 벗어나기 위한 장치로써 1차대전에 얽힌 스파이 사건같은 트릭을 활용하는 것은 좋지만, 이렇게 반대로 가는 것은 조금 별로가 아닐까?
누가 누군지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을만큼 험하게, 그리고 근 한 달 가까이 조금씩 읽어냈지만, 재미있는 작품이었다면 그 중에 단 한번이라도 흥미가 spike up 되었을터인데, 전혀 그런 경험을 하지 못했다. 뭐라 말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저자가 물리학이나 역사학과는 무관한 전공이라는데서 이미 흥미가 한풀 꺾였었는데, 신학계통의 사람이라서 더욱 그런 감이 없지는 않았다. 이런 저런 추론이나 신선한 분석보다는 다양한 이쪽 관련 책들을 모아 짬뽕한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다. 저자가 누군가를 표절했다는 것이 아니니 오해는 없기를. 그저 무엇인가 새로운 이야기보다는 기존에 있는 이야기들을 뭉뜽그려 저자의 구상에 따라 구성한 책이라고 보면 실제에 가깝지 않나 싶다.
우리가 처음이 아는 것은 거의 확실한 정설로 굳어가는 것 같고, 진화론이 1-10까지의 한 지점으로만 흐른 것 같지는 않다. 세계 곳곳의 전승에서 보듯이 아마도 우리 현생인류는 4-5번째의 문명이라고 믿어진다. 과학적인 근거도 희박하지만, 실제로 과학에 답을 주지 못하는, 하지만 상식적으로 추론해낼 수 있는 수준의 text와 유물이 이미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mainstream에서 그다지도 부정되는 것은 과연 단순한 학계의 정치적인 이슈만은 아닐게다.

욕만 나오는 책. 번역이 심하게 엉망인지는 모르겠지만, 작가가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이런 이상한 어투와 전개로 스토리를 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번역과 구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의심해본다. 다른 회사에서 나온 같은 이름의 책을 구해보기 전에는 이것을 증명할 길이 없지만, 내 생각에는 번역과정에서 일본의 표현과 어투를 그대로 가져와 직역처럼 꾸렸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작가가 얻은 평판이 거짓은 아닐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더더욱 이는 번역과정의 문제라고 여겨지는 것이다. 주의해서 다시 살펴볼 책.

윤미화님이 최종규님처럼 나와 동향사람인 것은 이번에서야 알 수 있었는데, 나까지 포함해서 인천에서는 참으로 많은 인물이 나왔구나 싶다(!!!!!????) 역시 인걸은 지령인것인가????!!!!
삼성에서, 또 한때 공무원으로 일하던 도시의 챗바퀴를 벗어나서 시골로 내려가 돈과 도시를 포기한 대신 삶을 얻은 그녀가 읽은 책을 정리한 두 번째 이야기이다. 염소를 정성껏 키워 파는 과정에서의 냉혹한 현실이야기도, 거기에 무뎌지는 자신의 감정도, 모두 시골과 시골에서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게 한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특성상, 그리고 시골에서의 삶이라는 그 nature가 가볍고 쉬운 휴양같을 수 없음을 절실하게 보여주는 문장들 외에도, 그녀만의 독특한 케릭터가 배여나오는 독서노트의 재미가 쏠솔하다.
결산해보지는 않았지만, 금년에도 참으로 많은 책을 사들였고, 이에 따른 경제적 댓가를 톡톡히 치렀다. 마냥 쌓아두지는 않겠지만, 나중에 은퇴하면 읽을 책을 지금부터 구해두는 셈치고 투자라고 변명해도, 민생고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내년에는 조금더 계획을 세운 구매를 할 생각이다. 한달에 일정한 액수만큼만 정기적으로 주문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금년이 조금 더 남아있어 부지런히 못본 책을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