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섹스'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한국소설은 과연 몇 편이나 될까?  아니, 한국에서 이런 단어가 제목이나 선전에 쓰일 수 있게된 것도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제목만큼이나 파격적이고 자극적인 모티브, 내용이나 주제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한 동안 정말 많은 일본작가의 작품들이 번역되어 왔는데, 내용이 부실하다고 볼 수도 있고, 그냥 가볍다고 (폄하없이) 생각될 수도 있는 다양한 작품들 또한 한국의 여러 연령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점을 보면, 지금도 이 트렌드는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의 내용은 고사하고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는 채로 독서를 마쳤다.  전에 읽은 다른 작품들은 그래도 읽는 동안 소소한 재미라고 느낄 수 있었지만, 이 책은 그 정도의 흥미도 주지 못하였기에 거의 3-4개월을 두고 읽다말다 하면서 겨우 끝낸 것이다.  따라서 내용에 대하여 남길 말은 하나도 없다.  그냥 읽었음을 기록해 둘 뿐이다.


좀더 잘 알았다면 이 책을 사지는 않았을 것이다.  제목만으로 과연 미리 알아차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라는 책의 요약본인데, 논문으로 치면 abstract같고, research로 치면 research proposal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긴 설명이 필요하거나 논증이 있어야하는 부분은 모두 intro인 점이 고려되어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는 수준이고, 대략적으로 책이 가는 방향이나 테제에 대한 설명이 주된 내용인 듯 하다.  좋은 내용이 기대되는 원전에 대한 책이지만, 원전 그 자체가 아니라는 점이 매우 아쉽고, 따라서 집중도 또한 중반을 넘어서면서 현저히 떨어졌기에 역시 크게 남길 내용이 없다.  


앞으로의 구매에서 조심할 부분이 아닐 수 없겠다.



이 작품으로 확실히 느꼈지만, 애거서 크리스티는 독자에게 추리의 승부수를 던지는 스타일의 작풍을 갖고 있지는 않은 듯 하다.  일본의 특정작품들이나 일부 유럽의 작품들이 독자에게 정면승부를 거는 것이나, 서스펜스를 장치하기보다는 편안하게 앉아서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기분으로 읽으면 딱 좋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추리를 해도, 책에서 나오지 않은 과거의 이야기나 배경이 사건해결의 큰 실마리를 주는 구조라면 독자에 의한 추측은 가능하겠지만, 논리적인 설명을 갖춘 완벽한 범인사냥은 불가능할 것이다.  물론 다소 느슨하게나마 연결하여 생각할 수 있는 clue들을 제시한다지만, 그것을 듣고 직감적으로 무엇인가 떠올리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치명적인 몇 가지 정보가 부재한 상황에서는 합리적으로 개연성을 가진 사건을 알아내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런 점이 재미를 반감시키지는 않고, 특히 에르큘 푸와로가 등장하는 작품들의 재미는 꽤 뛰어난 편이다.  


첫 해를 추리소설 한 권을 읽는 것으로 시작한 것은 순전히 우연일게다.  지금 읽고 있는 다른 책들의 두께가 워낙 대단하여 더더욱 그렇다.  2014년에는 219권의 책을 읽었는데, 권수에 집착하지 말고 딱 100권 정도의 깊은 독서를 하는 2015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집착같지만, 기초교양에 해당하는 문학작품들을 좀더 많이 읽고 영어도서의 독서도 늘려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더욱 바빠질 한 해의 스케줄을 생각하면 눈깜짝할 사이에 2015년 연말이 되어 이런 글을 남기고 있을 것 같아 무섭고 surreal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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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2015-01-03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또 눈 깜짝할 사이에 2015년 연말을 맞고 있겠죠. 해피뉴이어에요, 트란님. :)

transient-guest 2015-01-03 13:0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댈러웨이님 정말 오랜만이에요..ㅎ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시길...
해피뉴이어입니다.ㅎ
 

간만에 시간을 좀 많이 갖고 책을 읽고 있다.  그래야 이번 주말까지의 시한부 조건이겠지만.  미뤄둔 문학을 읽어야 하는데, 손은 손쉬운 책으로 간다.  내용이 깊은 책은 높은 수준의 집중을 필요로 하는데, 집중이 발생하는 시점까지 참고 읽다보면 점점 그 시점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줄어든다.  그간 가벼운 소설위주의 독서를 하다보니 아무래도 집중발생시점까지의 시간이 늘어났고, 그에 따라 차분하게 앉아있을 시간 외에도 조금 더 노력이 필요해진 것이다. 


그간 많은 소설들이 드라마로 또는 영화로 각색되어 나왔는데, 간혹 드라마로 유명해진 것을 책으로 각색해서 나온 것들도 있을정도다.  이번에는 손예진과 감우성이 주연한 '연애시대', 그리고 드라마 '바람의 화원'과 영화 '미인도'의 원작들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둘 다 왠지 내용을 이미 알아버렸기 때문에 중고도서가 나온 것을 마침 구매한 것이다.  새 책으로 샀을지는 의문이다.


드라마는 2006년에 나왔는데, 책은 2010년에 나온 것으로 되어있다.  어쩌면 드라마의 소재로 당시에는 한국에 소개되어 있지 않던 책을 각색했는데, 막상 드라마가 뜨고 나서 그 책에 대한 수요가 뒤늦게 발견된 것인지도.  아니면, 이 2010년에 재출간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보니 드라마는 원전을 거의 그대로 가져다가 만들어진 것을 알겠다.  조금은 무리한 설정이 없지는 않은 소설인데, 이런 부분은 오히려 그대로 두었고, 여자 주인공의 역할이나 캐릭터가 원작보다는 조금 더 강해진 것 같은 느낌인데, 이건 한국의 정서라기 보다는 손예진이라는 배우 때문이었을 것 같다.  그럭저럭 무난한데, 과연 사랑했던 사람들이 아이의 사산이라는 사건앞에서 그렇게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그리고 이혼 후에도 다시 만남을 지속하다가 합쳐질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 사이에 맺어진 다른 짧은 인연이나 시도에서 받는 타인의 상처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기대하지 말것.  드라마는 마냥 재미있게 봤었는데, 책으로 보니 이 두사람은 참으로 무책임하기 이를데가 없다.  


드라마도 영화도 모두 감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설은 오롯히 나만의 이미지로 꾸려갈 수 있었다.  위의 '연애시대'와는 다른 점.  


상당히 파격적인 구상인데, 현실성은 그다지 없어보이지만, 교묘하게 그 파격을 소설 후반부까지 감춰둔 것은 지금보니 곳곳에 실마리를 배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알지 못했다.  


김홍도와 신윤복을 중심에 두고 조선 후기의 화풍을 가지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빚은 것 같다.  '뿌리깊은 나무'보다도 더 멋진 드라마 또는 영화화가 가능한 작품인데, 잘은 몰라도 '뿌리깊은 나무'의 드라마적인 완성도에는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남은 3일을 마무리하면 다시 up-hill이다.  2015년에는 더욱 정진하고 깊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성장도 기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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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4-12-31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년에도 책과 더불어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transient-guest 2015-01-01 01:1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님께서도 두루두루 하시는 일도 독서도 생활도 모두 잘 되기를 기원합니다.ㅎㅎㅎ
 

조금 있으면 반으로 꺾어진 8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가끔 애니메이션을 보고, 게임 life를 동경한다. 물론 나이라는 요소를 제외하고도 여러가지 이유로 게임은 즐기는 것은 쉽지 않은데, 특히 예전에 하던 것들은 그나마 그 기억으로 재미도 느끼고 손쉽게 다시 몰입하지만, 요즘의 게임은 뭐랄까 아주 훌륭한 그래픽과 UI에도 불구하고 깊이 들어가는 것이 너무도 어렵다.  애니메이션은 조금 사정이 나아서 그래도 한번 틀면 오래 볼 수도 있고, 귀여운 연애담이나 '언어의 정원'처럼 시원한 장마비가 쏟아지는 풍경 그 자체에 푹 빠져들기도 한다.  갑자기 이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최근에 2-3-4권을 내리 읽은, 추리소설의 탈을 쓴 라이트노벨 때문이다.















제목에 흥미를 가졌고 일러스트에서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의 처자그림에 속이 궁금해서 이번에 모조리 구해서 읽어버렸는데, 지금 보니 조금 전에 5권이 나온 모양이다.  어쨌든 책과 고서를 둘러싼 주인공 남자와 그가 알바를 하는 고서점의 주인아가씨의 미묘한 연애 비슷한 것을 양념으로 치면서 이런 저런 책에 얽힌 추리를 벌이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리 insightful한 이야기는 아니고, 그냥 알콩달콩, 이 나이가 되어보니 참으로 귀여운 20대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면서, 묘하게 설레이는 것이다.  


내 20대를 생각하면 참 포기한 것도 많고 앞만 보면서 달려온 삶이라고 늘 얘기하는데, 연애도 그랬던 것 같다.  때로는 급하게, 때로는 경험치를 쌓고 앞으로 나가는 게임처럼 그렇게 가끔씩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했었는데, 기억에 짠하게 남는 그런 것이 없다.  다시 태어나지 않는한 20대를 다시 살 방법은 없으니까, 이런 소설에도 빠지는 것이 아닌가싶다.  나이가 들수록 미래보다는 과거를 바라보면서 추억과 기억에 기대어 남은 생을 살아간다고도 할 수 있는데, 그 경향이 누구보다도 심한 것 같은 요즘 나의 일상이다.  에도가와 란포가 했다는 저 말이 너무도 맘에 와 닿는다. 


"현세는 꿈, 밤의 꿈이야말로 진실"


그래서 오귀스트 뒤팽과 화자는 그렇게 낮에는 커튼으로 빛을 막아 밤을 누리고, 밤이 되면 깨어나 인적이 끊어진 어두운 도시를 활보했었나보다.  꿈속에서만 머물고 싶었던 것일게다.  그나저나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은 재미있고 기발한 것들이 많은데, 더 많은 번역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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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머리칼 2014-12-27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세요

transient-guest 2014-12-28 05:4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앞서 여러 번 비슷한 말을 했는데, 정말이지 머리가 복잡하고 일이 바쁜 시기에는 추리소설처럼 가벼운 이야기만 찾게 되어 요 11-12월간은 참으로 많은 추리소설을 읽었다.  고전도 아니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일본의 현대작가들 (이라고 쓰고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읽어야한다)의 책을 주로 말이다.

단편모음인데, 우타노 쇼고라고 일본에서 꽤 유명한 작가인듯.  이름은 그전부터 들어봤고, 책도 파는 것을 몇 번이나 집었다가 놓았다가 했었다.  청출어람을 꿈꾸는 명탐정의 탄생에 얽힌 비화(?)의 반전성이 일품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마치 셜록 홈즈와 왓슨의 관계를 모사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하긴 그렇게 말하기엔 홈즈격의 탐정 선생님의 불평불만, 무엇보다 돈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맘에 걸리기는 했었다.  겨우 지난주에 읽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나머지 작품들의 내용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술을 줄여야 할 것이다.  내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되려면 내가 제일 건강해야 하는데, 운동도 좋고 마음공부도 좋지만, 무엇보다 건강하려면 섭생에 신경써야 한다.

책읽기를 그나마 즐겨서 다행이고, 업무도 그렇지만, 이렇게 서재에 잡스러운 글이나마 남기는 것 또한 내 머리를 위해서는 다행이다.


읽고 나서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면, 내가 책을 함부로 읽었거나 책이 재미가 없었거나 이 둘 중 하나에 들어갈 확률이 높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책을 읽고서 이러는 경우는 보통 운동중에 대충 읽었거나 너무 긴 시간을 두고 띄엄띄엄 읽었기 때문인데, 이번에는 내 탓만은 아닌 것 같다.  단순한 탐정물, 또는 범죄미스터리의 패턴에서 벗어나기 위한 장치로써 1차대전에 얽힌 스파이 사건같은 트릭을 활용하는 것은 좋지만, 이렇게 반대로 가는 것은 조금 별로가 아닐까?


누가 누군지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을만큼 험하게, 그리고 근 한 달 가까이 조금씩 읽어냈지만, 재미있는 작품이었다면 그 중에 단 한번이라도 흥미가 spike up 되었을터인데, 전혀 그런 경험을 하지 못했다.  뭐라 말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저자가 물리학이나 역사학과는 무관한 전공이라는데서 이미 흥미가 한풀 꺾였었는데, 신학계통의 사람이라서 더욱 그런 감이 없지는 않았다.  이런 저런 추론이나 신선한 분석보다는 다양한 이쪽 관련 책들을 모아 짬뽕한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다.  저자가 누군가를 표절했다는 것이 아니니 오해는 없기를.  그저 무엇인가 새로운 이야기보다는 기존에 있는 이야기들을 뭉뜽그려 저자의 구상에 따라 구성한 책이라고 보면 실제에 가깝지 않나 싶다. 


우리가 처음이 아는 것은 거의 확실한 정설로 굳어가는 것 같고, 진화론이 1-10까지의 한 지점으로만 흐른 것 같지는 않다.  세계 곳곳의 전승에서 보듯이 아마도 우리 현생인류는 4-5번째의 문명이라고 믿어진다.  과학적인 근거도 희박하지만, 실제로 과학에 답을 주지 못하는, 하지만 상식적으로 추론해낼 수 있는 수준의 text와 유물이 이미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mainstream에서 그다지도 부정되는 것은 과연 단순한 학계의 정치적인 이슈만은 아닐게다.  


욕만 나오는 책.  번역이 심하게 엉망인지는 모르겠지만, 작가가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이런 이상한 어투와 전개로 스토리를 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번역과 구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의심해본다.  다른 회사에서 나온 같은 이름의 책을 구해보기 전에는 이것을 증명할 길이 없지만, 내 생각에는 번역과정에서 일본의 표현과 어투를 그대로 가져와 직역처럼 꾸렸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작가가 얻은 평판이 거짓은 아닐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더더욱 이는 번역과정의 문제라고 여겨지는 것이다.  주의해서 다시 살펴볼 책.


윤미화님이 최종규님처럼 나와 동향사람인 것은 이번에서야 알 수 있었는데, 나까지 포함해서 인천에서는 참으로 많은 인물이 나왔구나 싶다(!!!!!????)  역시 인걸은 지령인것인가????!!!! 


삼성에서, 또 한때 공무원으로 일하던 도시의 챗바퀴를 벗어나서 시골로 내려가 돈과 도시를 포기한 대신 삶을 얻은 그녀가 읽은 책을 정리한 두 번째 이야기이다.  염소를 정성껏 키워 파는 과정에서의 냉혹한 현실이야기도, 거기에 무뎌지는 자신의 감정도, 모두 시골과 시골에서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게 한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특성상, 그리고 시골에서의 삶이라는 그 nature가 가볍고 쉬운 휴양같을 수 없음을 절실하게 보여주는 문장들 외에도, 그녀만의 독특한 케릭터가 배여나오는 독서노트의 재미가 쏠솔하다.



결산해보지는 않았지만, 금년에도 참으로 많은 책을 사들였고, 이에 따른 경제적 댓가를 톡톡히 치렀다.  마냥 쌓아두지는 않겠지만, 나중에 은퇴하면 읽을 책을 지금부터 구해두는 셈치고 투자라고 변명해도, 민생고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내년에는 조금더 계획을 세운 구매를 할 생각이다.  한달에 일정한 액수만큼만 정기적으로 주문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금년이 조금 더 남아있어 부지런히 못본 책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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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4-12-25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사관 살인사건>은 이야기에 나오는 배경 요소와 지식이 방대하고 난해해서 우리말로 옮기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읽어보지 않았는데 한 번 도전해보고 싶어요.

transient-guest 2014-12-26 05:00   좋아요 0 | URL
분명히 그런 부분이 있죠. 게다가 작가는 대중의 그런 부분까지 염두에 두고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중간중간에 설명을 곁들이는데, 이게 또 flow를 방해합니다. 저는 동서문고판으로 봤는데, 신간번역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불과 지난 목요일에 15년간 키우던 개를 떠나보낸 내 심정이 자연스럽게 이 책을 집어들게했다.  다니구치 지로의 이런 저런 작품들이 배송된 것은 지난 주 월요일 경인데, 크리스마스 동안 읽으려고 미뤄두었지만, 이렇게라도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었다.  


키우던 개가 떠나는 부분에 포커스해서 추억을 회고하는 이 책의 그림 때문에 맘이 짠했다.  일본에서 많이 키우는 치바견은 진돗개와 판박이처럼 닮았기 때문에 그림을 보면서 또 떠난 녀석을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저자의 개는 마지막에는 다리에 힘이 풀려 일어나지도 못하고 수액을 맞으면서 간호를 받다 갔는데, 꽤나 힘들었을 것이다.  저자의 개는 나중에는 욕창이 생기는 고통까지 받았는데, 나의 개는 그런 고통이 없기 갔으니 다행이다.  개 말고도 고양이를 기르는 이야기도 있고, 이 작가의 다른 책들도 그렇지만 아주 훈훈한 내용이 많다.  

일순간에 타임슬립을 하여 과거로 돌아간 주인공.  그러나 현재의 기억과 모든 지식을 그대로 갖고 있는 상태로 맞이하는 지난 시절은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수학과 영어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이고, 예전보다 매사에 열정적으로 임하게 된 그는 과거에는 말도 한번 못 걸어본 여학생에게 고백까지 받지만, 정해진 미래를 알고 있기에 고민은 늘어만 가는데.

우리는 누구가 일정부분 과거를 그리워하고 후회도하며,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하는 맘을 갖고 있다.  아니 최소한 그런 맘을 갖게 하는 일이 한두 가지는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주인공처럼 과거 14살이었던 자신으로 돌아간다면, 아니 그렇게 멀리는 아니라도 무엇인가 다른 방향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현재로 돌아온 주인공처럼, 어쩌면 꼭 이런 타임슬립이 아니더라도 과거의 아쉬움을 생각하면 좀더 너그럽게, 하지만 진취적으로 남은 생을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방금 든 생각인데, 어쩌면 이것은 타임슬립의 형태를 빌린 우화가 아닐까?


긋하게 하루를 보내는 방법은 밥벌이 매여 있는한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  하다못해 한국 최고 부자인 삼성가 아해들이라고 해도, 그 부를 지키고 늘리기 위해 애써야 하는 돈의 노예라는 점에서 대다수의 평민(?)들과 별 차이가 없다.  


은거하는, 또는 은퇴하여 유유자적한 삶이라면 이렇게 시가지를 한가롭게 거닐며 풍경을 눈과 가슴에 담고, 단 술로 하루를 마무리 할 수도 있겠지만, 설사 경제적으로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이미 늙은 다음에는 그 재미가 떨어진다.  적당한 재산, 적당한 건강과 젊음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저 부러운 이야기로만 남을 것인지, 아니면 인생의 한 시기에 큰 결심을 하고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것인지.  아이들 교육이니, 생계니, 문화니 하는 bullshit은 다 제껴두고 정말 자신을 들여다보아야 이런 것을 볼 수 있다.  부동산가치가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Silicon Valley를 떠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나의 고민이고 화두이다.  맘에 두고 있는 곳들이 몇 군데 있는데 일단 면허를 시험없이 취득할 수 있어야 하기에 그리 많은 곳을 후보지로 할 수는 없다.  이건 구체화되면 또 다음시간에...




























보았거나 보고 있는 다니구치 지로의 다른 작품들이다.  그림체는 다소 촌스럽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담담한 구성과 이야기, 그리고 톤이 이미 모든 것이 너무 빨리, 그리고 자주 바뀌는 스피드 일색의 21세기보다는 내가 좀더 어리던 시절을 떠올리게 해준다.  


그저 훈훈함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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