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시작한 것 같던 2016년이 벌써 10월이다.  그간 추진하던 일도 무엇도 up and down이 있지만, 계속 만들어가고 있다.  머리 아픈 일이 좀 해결이 되었으면 하는데, 이건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라서, 그저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중.  연말에서 연초로 새로운 직원이 오면 내년은 정말 열심히 회사를 키워볼 생각이다.  대략 business의 target을 네 가지 축으로 삼고 이를 키워가면 어느 정도 결실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만, 중요한 건 준비단계에서 가능하면 빠르고 정확하면서도 smooth한 작업이 되었으면 한다.  일과 병행하는 행정 및 promotional 업무는 여러 모로 피곤할 때가 있다.  


본격적인 가을을 맞아 매년 다짐했던 바, 문학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고전이나 그간 나를 괴롭힌 작품이면 좋겠지만, 일단 조금 쉽게 접근하기 위해 현암사에서 완간된 나쓰메 소세키 전집을 하나씩 읽어나가기로 했다.  회사에서 쉬면서, 혹은 운동을 하면서 읽는 책에는 제약을 두지 않기로 하고, 집에서 읽는 책은 나쓰메 소세키 전집을 다 끝낼 때까지는 소세키만 읽기로 했다. 10월 중에 다 끝내기로 목표를 잡고, 그 다음은 로맹 가리, 혹은 '마의 산' 둘 중 하나에 도전하게 될 것이다.  


지난 주에는 필요한 일은 거의 진행하지 못했고, 급한 업무처리만 간신히 마칠 수 있었다.  주로 manual한 task위주로 나갔는데, 도무지 일에 흥이 나지 않았을 뿐더러, 최근의 케이스 동향 - 미국 정부의 횡포와 업체난립으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에서 발생한 - 때문에 여러 모로 일에 집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무엇보다 의욕저하는 단순히 일에 대한 것이 아닌 인생전반의 여러 가지 일을 생각하게 했을만큼 심각하게 다가왔는데, 나이도 있고 해서 상당히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그래도 자투리 시간에 책읽기를 하면서 용기를 얻었는데, 주말까지 해서 손에 잡히는 대로 읽으면서 자세를 가다듬을 수 있었다.  덕분에 일요일인 어제 오후엔 커피를 마시면서 구체적인 한 주간의 계획을 쓰면서 다시 각오를 다지고, 첫 날인 오늘, 예정했던 업무를 모두 마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할 수 없지만, 책이 없었다면 난 지금보다 훨씬 더 힘든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달리 남도다 잘하는 것이 없었던, 운동도, 공부도, 학습능력도, 어쩌면 삶에 대한 꿈이나 자각도 그다지 별볼일이 없었던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주변의 도움과 책읽기 덕분이다.  


책은 나이게 여럿의 role model을 보내주었고, 그들을 비교하고 다시 배치하는 등 나이와 시기에 맞춰 계속 나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난 거의 전투적인 책읽기와 강박적인 구매를 보여주는 등, 정신적으로 다소 문제가 있다고 볼 수도 있는 상태이다.  다가오는 한 해는 physical도 겸해서 이런 저런 건강검진과 치과치료, 여기에 가능하다면 psychiatric evaluation도 받아볼 생각을 하고 있다.  가끔 내가 하는 생각이나 이런 것들이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는지 궁금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또는 이런 마구잡이식의 독서와 책구매가 어떤 특정 심리나 정신상태를 reflect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도 느낀다.  


내일은 내일의 일이 있고, 정해진 일정이 있다.  여러 개인과 회사들의 일을 맡고 있으니 그 외에도 갑자기 발생할 수 있는 일을 급하게 처리할 수 있는 시간 또한 예상하여 배분되어 있으니, 오늘의 남은 2-3시간은 조금 한가하게 지내도 무방하다.  오전 9시에 시작해서 거의 쉬지 않고, 심지어 점심식사를 하면서 계속 업무처리를 진행한 결과 오후 2시 반 정도에는 필요한 일정을 소화했다.  내일의 몫은 조금 더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만, 이렇게 하면 이틀이면 마칠 수도 있을만큼 집중한다는 건 성공적인 하루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알면서도 실천이 어려운, 순간의 집중. 잘 활용하면 이로써 다른 잔생각이나 반복되는 걱정과 고민을 잠시나마 떨쳐낼 수 있다.   


시마다 소지를 더 인정하게 해준 작품.  나아가서 그가 창조한 요시키 형사를 인정하게 해준 작품.  현재의 살인사건과 과거의 기묘한 사건을 30년을 두고 추적해가는 요시키 형사는 그 과정에서 대다수의 일본인들이 부정하거나 외면하는, 더 많은 경우는 적극적으로 은폐하는 식민지시대, 그리고 태평양전쟁 기간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일본은 피해자'라는 이상한 reality distortion이 아닌, 가해자로써 일본의 적나라한 모습에 대하여, 작중인물을 통해 시마다 소지라는 개인이 갖고 있는 생각을 볼 수 있었는데, 과거사에 대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인식을 읽은 다음 이상으로 이런 일본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사할린에 징용되어 끌려온 형제, 패전 후 탈출하는 일본인들에 의해 소련치하에 버려진 조선인들 틈에서 악전고투를 겪으며 간신히 탈출한 형제.  먹고살기 위해 곡마단에 들어간 형제.  그리고 현재의 살인사건.  복수가 30년의 세월동안 버무려져 추리는 거의 불가능했으나 이 작품만큼은 작중설정을 통해 시마다 소지가 일본의 팬들에게 던지는 한 방이 아닌가 싶다.  


'그 형제는 전쟁 때부터 단둘이서 말할 수 없는 고생을 해왔습니다...전쟁 중의 이른바 강제징용입니다.  쇼와 13년 (1938년)에 국가총동원법이라는 것을 내세워....식민지 백성에게 아주 지독한 짓을 했지요...(요시키는 잘 모르는 듯...'그런 일이 있었'냐고 묻는다)...지독했습니다...사할린에는 지금도 일본인이 강제로 보내 노동을 시킨 조선인이 4만 명 이상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짓을 한 일본인은 모르는 척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전쟁 탓이라고 해도 변명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도리에 어긋한 일들을 하결하지 않으면 일본은 진정한 일등 국가가 못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어지는 대화해서, 그간 읽은 수 많은 일본의 소설과 논픽션에서도 이토록 세밀하게 다뤄진 적이 없는 참상이 묘사되며, (아주 극히 일부지만) 전쟁을 탓할 수만도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pp 381 - 388을 읽어보면 좋겠다.  그리고 사건의 모든 추리가 완성된 후, 요시키 형사는 '철창 너머로 여태영을 바라'본다.  그가 고개를 들어 자신을 보아주기를 원하지만, 여태영은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요시키는 그대로 깊숙이 머리를 숙인다.  '지독한 꼴을 당하게 해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그러고 나서 생각한다.  이 사건을 통해 하늘이 자신에게 뭔가를 이야기한 것 같다고.  


'그것이 무엇인지 지금은 충분히 알 수 없지만, 아마 쇼와라는 시대, 그리고 일본인이 과거에 저지른 죄 혹은 지금도 계속 범하고 있는 죄 또한 이 인종의 본질 같은 것이 아닐까. 경찰관인 자신에게 이것을 깨닫고 그리고 파악하라, 하늘이 그렇게 재촉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토록 솔직한 전쟁과 만행에 대한 책임통감, 혹은 자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난 시마다 소지의 팬이 되어버린 것 같다.  


흔히 일본의 좋은 점이나 멋진 점은 이런 '아싸리'함으로 나타난다.  우리가, 한국인이, 일제의 만행으로 식민지 시절 희생된 수많은 분들이 바라는 건 이런 거다.  그까짓 돈 몇 푼이 지금에 와서 무슨 소용이겠는가.  깊이 머리숙여 진심을 곁들인 사과 한 마디면 되는 거다.  작중인물만도 못한 인간들이 너무 많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어느 날 개를 키우기로 결심한다.  맘에 드는 개를 카탈로그에서 고르고 주문한다.  그런데 하필 이 애견사는 나중에 밝혀지지만 마구잡이식으로 개를 생산해서 팔아치우는 공장이었던 것.  그래서 그랬는지, 입양하는 족족 죽어나간다.  그 다음에는 조금 더 경험이 생겨서 믿을만한 trainer를 통해서 개를 구한다.  그런데, 밖에 내놓고 키우면서 심장사상충 때문인지, 주기적으로 죽어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을 먹이거나 실내에서 키운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게다가 개를 그저 이런 저런 방식으로 훈련을 시켜 편하게 키우거나 뿌듯함(?)을 느끼고 싶은 마음, 그리고 왜 맘대로 되지 않는가에 대한 생각 밖에는 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개를 키우지 말아야 한다.  싫어지면 쉽게 다른 집으로 보내버리고, 하나의 개, 혹은 견종에 따른 특성이나 성격에는 전혀 관심도 없고, 이에 대한 인식도 하지 못한다. 예전에 본 '개를 키우다'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마루야마 겐지의 견친사육기.  그나마 후반부에는 조금 더 성찰이 된 자세랄까, 이런 것이 보이지만, 그건 이미 수 많은 개를 키우다 죽이고, 입양시켜버린 후의 일이다.  


그런데, 이 책이 불편한 이유는 따로 있는데, 그것은 마루야마 겐지가 초기에 개를 대하던 자세는 사실 개에 대해 잘 모르던 어린 시절 나의 자세와 많이 다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진돗개 넷과 함께한 지난 17년간 많은 것을 배웠고, 개도 사람처럼 감정과 생각도 있고 각각의 캐릭터도 있으며 우리가 '인성'이라고 굳이 인간에게 제한해서 찾아내는 것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인 실내생활, 청결, 이런 것들이고, 개나 다른 동물도 더 깨끗한 환경에서 살게 되면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사람을 돼지우리에 넣어 키우면 사람도 곧 돼지가 될 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마루야마 겐지를 거쳐간 개들은 지금 그가 개들을 대하는 자세를 만들어 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무심하게 물건처럼 대한 과거, 그리고 그 경험에서 얻어진 성찰이 책의 뒷부분에서 나타나는 그의 바뀐 인지와 자세의 밑걸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완전하고 완벽하게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건 어렵다.  부모의 인지로 아이를 교육할 수는 있겠지만, 부모도 모른다면, 결국 함께 하는 경험이 쌓이고 그것이 지식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다만, 조금 더 양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개를 키울 때 최소한 약도 좀 먹이고 청결이나 운동에 신경을 쓰고, 무엇보다 많은 사랑을 베풀어주었으면 한다.  개는 그를 키우는 주인의 reflect한다고 믿는다.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란포 결정판 2권을 읽었다.  두 번째 책도 다행히 멋진 모습으로 나와주었고, 일부 다른 모음집에 포함되지 않은 이야기가 있어 더욱 좋았다.  잘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특히 '대암성'이라는 작품은 앞서 수록된 '파노라마 섬', 그리고 나중에 괴도20면상의 모티브가 되기도 하는 괴도 뤼팽을 차용한 악당과 영웅적인 주인공의 대결을 그렸는데, 그의 작품에서 종종 등장하는 기발한 발상과 서리얼한 기행이 잘 버무려진 작품이다.  토요일 오전에 읽기 시작해서 거의 그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을 정도로 란포의 작품은 큰 재미를 준다.  란포가 필명으로 가져왔을만큼 빠졌던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과 다른 점이 있다면 포는 좀더 본질적인 삶이나 철학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면, 란포의 포의 서리얼한 부분을 보다 더 많이 가져왔다는 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렇게 한 권씩 나오더라도 란포의 모든 작품을 한 시리즈로 묶어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그간 동서추리문고와 전단편집으로 얼기설기 꾸려진 책모음도 좋지만, 책집과 함께 예전의 제본까지 모든 것이 마음에 든다.  언젠가 19세기 영국신사의 서재처럼 벽난로가 있는 서재에 은은한 불빛 아래 위스키 한 잔을 따라놓고 소파나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내 모습을 상상해본다.  아주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임종국 선생을 만나 인생의 방향이 바뀐 정운현 선생의 '백수일기' 또는 '백수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나이나 커리어가 그래도 아직 한창이고, 정치적인 이유로 짤릴 염려는 없는 직업이라서 그리 확 끌리는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이명박근혜의 8년간 이렇게 직업을 잃은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런 분들이 이 책을 읽고 힘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참고할 수 있고, 정운현 선생이 무엇보다 책을 쓰는 여정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은 듯 하여, 그렇게 집중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았으면 한다.  시대가 좋아지면, 많은 것들이 바로잡히면, 수 많은 5-60대의 쟁쟁한 원로들이 다시 복권되어 사회 곳곳의 질서를 잡고, 스승 노릇을 해주셔야 한다.  억울하고 힘들더라도 반드시 이겨내라는 말을 아주 잔잔히 '난 이렇게 했어'라는 어투로 다독여주는 듯한 글이다.


'에브리맨'과 '숨쉬듯 가볍게'는 다음 기회에 정리하기로 한다.  둘 다 내용이 쉽게 파악이 되기는 하는데, 그것 말고는 딱히 남은 것이 없어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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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4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05 0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10-04 1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 ‘애벌레’를 읽고, 아주 강렬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전 ‘애벌레’가 정말 대단한 공포 단편소설이라고 생각해요. 서양 작가들의 작품과 비견해도 꿀리지 않다고 봅니다. ^^

transient-guest 2016-10-05 02:27   좋아요 0 | URL
`애벌레`는 정말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에로틱한 측면이 함께 섞여 있어서 아주 기괴합니다. 그야말로 란포의 청출어람이죠.ㅎ 일본의 추리소설은 그 수준이 꽤 높은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시장도 크고 역사도 길어서 상당히 부럽더라구요.
 

마구잡이로 책을 읽다가 보면 읽은 책이 무엇인지 가끔은 까맣게 잊고 지나갈 때가 있다.  사실 한 권을 읽고 깊이 음미하면서 정리하는 것이 후기를 남기는 왕도(?) 같은데, 말처럼 쉽지가 않다.  오늘 아침까지도 그렇게 한 권의 책을 머릿속에서 끄집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책을 읽다가 빗소리가 듣고 싶어 관련앱을 찾았다.  네 가지 소리가 옵션인 앱을 다운 받아서 하루 종일 빗소리를 들으며 일하고 있다.  은근히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 같다.  특히 카페에서 듣는 빗소리를 시뮬레이션 한 옵션이 맘에 드는데, 마침 마지막 무더위로 해가 쨍쨍하게 내려꽂는 오늘 같은 날 그렇게 걸으니 한 순간 두 개의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양 아주 특별한 기분을 느낀다.


이건 cyrus님의 서재에서 리뷰를 보고 나서 마침 주문하려던 다른 책들과 함께 구했다.  나찌의 분서에 대항하는 의미로, 사상적 무기로, 참전이 본격화되면서는 전쟁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군인들의 사기와 여가를 위해서 시작된 책모으기 운동이 본격화 되면서 아예 전쟁터에서 보기 편하도록 상대적으로 싼 값에 휴대성과 보급성을 향상한 새로운 edition이 만들어진 것이 진중문고의 탄생이었다.  


미국이 2차대전에 뛰어들면서 어제까지 학교를 다니거나 일을 하던, 그때까지 외국이라고는 가본 적도 없는 수 많은 젊은이들이 갑자기 기초훈련을 받고 유럽과 태평양으로 가게 되었다.  전쟁 초기엔 엄청난 사상자가 나올 수 밖에 없었고, 심지어는 유럽에서의 승리 후 파병부대를 다시 태평양 전선으로 보내면서 또다시 엄청산 희생이 따랐기에 여가시간을 달리 보낼 방법이 없었던 군인들에게 책과 아이스크림, 그리고 어쩌다 주어지는 샤워시간은 사기진작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군대로 보내진 책은 또한 야전병원의 부상병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는데, 특히 심각한 부상을 입고 사지를 절단해야 했던, 고작해야 18-26살 사이의 많은 젊은이들은 책을 읽음으로써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진중문고'라는 것을 아마존에서 찾아보니 책의 상태에 비해서 꽤나 고가에 거래가 되고 있었다. 언젠가 한 권 정도는 이 책을 읽은 기념으로, 그리고 나찌가 시작했고, 일본과 소련, 중공이 이어갔었던 끔찍한 지식말살과 분서를 이겨낸 '책'에게 바치는 마음으로 진중문고 edition을 구해서 보관할 생각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60년이 넘어 분단이 고착화되고 있는, 아니 분단을 이용하는 세력이 점령한 남과 북의 현실,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국방부 '불온'서적 selection이 너무나 마음 아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중문고'의 이야기를 통해 얻은 희망이 있다면 사특한 세력의 시대도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는 것, 책과 책을 통해 퍼지는 진실과 진리를 영원히 조작하고 탄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믿기로 했다.


지금의 내 커리어에 너무도 맞아 떨어지는 제목이라서 충동구매를 했지만, 내용은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이런 책을 읽으면 심각한 일반화의 오류가 눈에 들어온다.  또한 논리를 너무 비약시키는 점이 없지 않은데, 역시 어쩐지 결론을 정해놓고 쓴 책이란 느낌이 들고, 이 때문에 causation과 correlation을 자주 혼동하는 것 같다.  비록 저자는 최대한 평형감각을 유지하려 애를 쓴 흔적이 보이지만.  


혼자 일하는 것에 대한 예찬을 많이 하는데, 방법론의 접근은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누구나 다 '창업'하거나 '컨설팅'을 하면서 먹고 살 수는 없기에, 한번 정도는 '혼자' 일하라는 투의 말투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내가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분명히 조직생활에 어울리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따로 있는 것 같고, 50:50으로 이 균형이 완벽한 경우는 없는 것 같다.  다만 얼마나 잘 적응을 하느냐는 것으로 어울리지 않는 조직생활도 잘 해내는 사람이 있고, 적성에 맞는 생활도 인간관계나 사회적응의 문제로 어렵게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조직생활을 잘 하는 사람이라면 혼자서 일하는 것도 금방 할 수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다만, 굳이 나누자면 조직생활이 개인사업보다 훨씬 힘든 점이 있다고 보는데, 혼자 일하면 모든 것이 자신의 일이지만, 그 외엔 생각할 필요가 없다면, 조직에선 자신의 일도 있고, 조직의 일도 자신의 일이기에 이론상 여럿이 나눠하는 일이지만, 결과적으로는 훨씬 더 많은 일을 하는 때가 종종 있고, 직장 안에서의 인간관계는 역시 많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 혼자 일하는 즐거움의 큰 portion은 역시 financial reward에 있는데, 오롯히 성과는 나의 몫이기 때문이다.  물론, risk도 혼자 이겨내야하고, 가끔은 같이 의논할 사람이 없다는 것도 큰 어려움이긴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필요에 따라 읽어볼 만한 책.


예전에 한참 머리에 바람이 가득 들어, 연예/영화/저작권법을 하겠다고 생각하던 시절에 잠깐 당시 한국에서 잘 나가던 연예법 전문법인에서 1-2개월 정도 인턴을 했었다.  그때 알았던 멘토와 최근에 facebook으로 연결이 되어 근황을 알게 되었는데, 책을 한 권 쓰셨다고 보내주셨다.  기억하기로는 감성이 남달랐고, 문화적 소양이 풍부했던 분인데, 이런 책을 쓸만큼 대단한 전문지식과 경험, 글솜씨, 그리고 악기까지 잘 다루시니 재주가 참 많은 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프리랜서 변호사로 뉴욕에서 열심히 활동을 하시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만나서 좀더 많은 얘기를 나누었으면 한다.  


음악에 대한 추억과 개인의 이야기, 그리고 청중 또는 fan으로서 축적된 지식과 감성을 서양음악사의 대표적인 고전작곡가, 연주가, 지휘가, 성악가를 중심으로 간략하게 풀어냈기에 간혹 보이는 이런 계통의 책에서 느껴지는 지겨움이나 현학적이고 교조적인 부분이 전혀 없어, 음악에 대한 책이면서도, 저자와 편안하게 "내가 옛날에 이런 일이 있었어"라면서 담소를 나눈 느낌이다.  참고서나 입문서를 생각한다면 문학수 기자의 '더 클래식' 시리즈가 좀더 구체적인데, 이 책은 클래식에 흥미를 갓 느끼는 사람이 좀더 클래식으로 다가갈 수 있게 해줄 것 같다.  저자의 풍부한 감성과 깊고 넓은 지식에 비해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는데, 그래서 그랬는지 오페라 부분의 이야기는 기실 거의 이해하지 못했지만, 뒷날의 즐거움으로 남겨둘까 한다.


유명작가의 인터뷰, 그들의 인생의 책, 이런 것들과 다양한 anecdote을 버무린 이야기.  그런데, 신문기자의 책이라서 그랬을까, 아니면 어디 weekly 칼럼 같은 걸 위해 쓴 것일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책보다는 딱 신문지상의 글을 읽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원래 관심이 좀 있었던 작가들 - 김영하, 김중혁, 은희경, 정유정 같은 - 의 이야기는 팟캐스트 같은 매체로 이미 들은 부분도 있었지만, 정유정 작가가 추구하는 길은 그의 작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주었다. 게다가 조너선 프랜즌이라는 걸출한 작가는, 그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나의 레이더망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는데, 이번에 소개를 받았으니 꽤 이득을 본 셈이다.  전혀 모르는 분들의 이야기에는 크게 관심을 갖지 못했고, 공감하지 못하는 점도 있었지만, 그건 원래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크게 신경쓰진 않는다.  우연히 구한 책인데, 좋은 것들을 얻었다고 생각하니 슬며시 기분이 좋아진다.


어제 내친 김에 시마다 소지의 다른 책들을 모두 구매해버렸다.  한 달이면 오는데, 어떻게 기다리나...사놓고 읽지 않고 있는 책은 넘친다만...움베르토 에코의 5만권에 비하면 10%도 안될 것 같다.  사놓고 읽지 않는 책이라해도 언젠가는 읽거나 참고하거나 읽은 듯 내용을 조금씩 알게 될 책이니까 guilty free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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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9-29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한국의 진중문고는 뭐랄까요..정권 홍보물의 전시장이었더군요...진정한 책의 문고가 군대에 있는 의미인 진중문구와는 급이 너무 떨어지거든요.

transient-guest 2016-09-30 06:14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잘은 모르지만 늘 발생하는 국방부 불온문서 파동도 그렇고, 뭘 해도 전시성이 높고, 돈도 여기 저기로 새는 것 같구요. 사병으로 군대 같다온 옛 직원이 다 알 정도면 횡령은 거의 단계별로 다 발생하는 것 같은데, 이념논쟁도 그렇지만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겠네요.

cyrus 2016-09-29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의 진중문고는 전문 사서들이 직접 뽑은 양서인데, 우리나라 진중문고는 국방부의 권한이 많이 개입되어 있는 편입니다. 확실하지 않지만, 진중문고 선정 과정에 뉴라이트의 개입도 있을 거로 생각됩니다.

transient-guest 2016-09-30 06:15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의심됩니다. 국방부가 outsourcing을 할 것이고, 그 대상이 아마도 자기들과 배가 맞는 곳이겠죠...한심한 일이에요.
 

이곳 날짜로 지난 목요일은 추분이었다.  보통 찾아보면 First Day of Autumn이라고도 하는데, Fall Equinox라고도 나온다.  공식적으로 2016년의 가을이 시작된 것이다.  아마 날씨도 이번 주말과 다음 주 화요일까지만 반짝 더워졌다가 이후로는 섭씨 18-24도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떨어질 것이다.  습기가 거의 없는 날씨라서 이 정도면 일출 전, 일몰 후엔 꽤 추운데, 가을비라도 한번 오면 이곳 기준으로는 상당히 쌀쌀해진다.  9월이면 시작되는 NFL Football시즌 개막전은 그래서인지 늘 한 해를 정리하는 4/4분기가 시작되는 것으로 다가온다.  이번 가을에는 고전과 문학을 파고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현실은 갑자기 손이 쥔 시마다 소지의 작품이다.  '점성술 살인사건'을 읽고나서 이 작가도 상당히 괜찮다고 봤는데, 신본격추리소설의 본좌(?)에 실력있는 후배작가들을 여럿 양성하는 등 높은 업적을 인정 받고 있다.


이른바 토막살인은 이 작가가 즐겨 사용하는 트릭인 듯.  도저히 한 사람이 할 수 없는 동시다발적인 사체유기, 용의자는 오리무중, 게다가 아무리 파고들어도 여럿의 용의자가 나오기 힘든 상황.  이걸 정리하는 건, 작가가 창조한 2대 주인공 중 하나인 요시키 형사.  8-90년대까지만 해도 기차를 이용한 여행이 국내여행방법의 주류였을 것으로 보이고, 일본에 정통한 사람이라면 조금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사용된 트릭은 철도노선과 각각의 정거장이나 속도 및 교차에 따른 것으로 이 방면에 무지한 사람도 그럭저럭 스토리에 몰입할 수는 있지만, 역시 detail을 더 파고들면 더욱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본다.  누가 누구를 죽였는지에 대한 인과관계를 조금 더 꼬아놓고, 마지막까지 실마리를 풀어주지 않는데, 시마다 소지의 작품을 보면 이런 구성이 많은 듯.



시마다 소지가 즐겨 사용하는 트릭이나 기법에서 특히 재미난 건 어느 정도의 clue를 주거나 심지어는 범인의 정체까지도 금방 밝혀주고나서 독자의 brain game을 유도하는 건데, 이번의 책에서도 그런 '도전'을 받았으나 역시 난 가볍게 패쓰하고 끝까지 스토리를 즐기는 선에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수많은 조작의 대상이고 심지어 일본학계에서도 그렇게 인정되는 부분이 상당한 일본의 고대신화를 테마로 삼았는데, 이즈모 지방의 전설이 일본의 고대사를 집대성했다는 고서기 (거의 위서 수준이지만)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하는데, 역시 이 부분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기에 사건추리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토막살인이 또다시 등장하고, 또다시 여러 노선의 기차를 이용한 트릭을 사용했다는 점, 요시키 형사가 또다시 등장한다는 점에서 앞서의 작품과 이어지는 부분이 많다.



원래 다른 책을 먼저 읽었으나 같은 작가의 책이고, 또다시 요시키 형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점, 게다가 또다시 기차를 이용한 트릭이 사용되었다는 점을 감안해서, 다음 순서로 정리한다.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가 사건의 당사자에 가깝게 되어버린 형국이다.  이유는 5년 간의 결혼생활 끝에 헤어진 전처가 휘말린 살인사건 때문.  기차에서 발견된 신원미상의 시체가 전처의 것이 아님을 알게 된 요시키 형사는 전처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사건에 매달리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밝혀진 트릭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묘사되었지만, 실제로 가능할 것 같지는 않은 진자운동의 원리를 사용한 것이다.  소설 초입에 보면 전처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살인사건 (전처의 아파트에서 시체 두구가 발견됨)을 그리면서 위에서 내려다본 아파트의 구조를 보여주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일본 특유의 신파를 보여주는 ending은 조금 귀엽지만, 역시 살짝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요시키 형사도 미타라이 기요시도 등장하지 않지만,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은 이야기. 내 나이가 나이라서 이렇게 과거를 회상하는, 과거의 아쉬움이나 돌아올 수 없는 시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서술되는 형식에 쉽게 공감하는 것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오토바이를 타는 것 말고는 달리 희망도 꿈도 없던 주인공의 19세 여름.  교통사고 때문에 입원해 있었던 병실에서 내려다보이는 집 한채.  그곳에 사는 모녀를 살피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주인공은 딸에게 반하고, 일상을 살피는 과정에서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다. 딸에게 홀딱 반한 주인공은 그녀에게 접근하고, 그 과정에서 이상한 일을 겪지만, 연애는 어느 정도 성공.  하지만 이건 그냥 파국을 향해 달리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잠깐 산다화에 수록된 이야기와 겹쳐 책을 찾아서 확인하니까 역시 다른 이야기).  이 책을 읽고서 한참 지나간 시절을 떠올리면서 진한 아쉬움을 느낄 수 밖에 없는 한심한 중년이 되어버린 나.


미타라이 기요시라는 점성술사/명탐정과 소설가 이시오카라는 콤비는 아무리 봐도 셜록홈즈와 왓슨을 차용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미타라이의 그 심각한 나르시시즘, 엄청난 실력, 기괴한 지식, 그리고 늘 빈정거리지만 이시오카에 대한 우정과 사랑까지.  홈즈와 왓슨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생각을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제목까지도 '셜록 홈즈의 마지막 인사'를 연상시키지 않는가.

네 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시덴카이 연구 보존회'의 에피소드는 왠지 '붉은 머리 클럽'을 닮았다.  이래저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추리, 그리고 그리운 홈즈와 왓슨을 다시 만난 듯한 기분 좋은 기시감까지.  미타라이 기요시가 등장하는 다른 작품을 찾아볼 수 밖에 없는데, 기대하는 건 추리보다도 미타리아 기요시와 이시오카의 브로맨스(?).



이건 조금 너무 스토리를 길게 가져간 듯.  내 기억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선전에서도 그랬고, 요코미조 세이시가 '팔묘촌'의 모티브로 삼았던 실제 사건 을 배경으로 가져다가 그 후손들이 얽혀드는 작품으로 만들어낸 것 같다.  통칭 츠야마 사건이라는 엽기적인 대량살인사건.  

미타라이 기요시가 직접 등장하지 않고, 그와 함께 지내면서 기가 꺾인 이시오카만 혼자 엉뚱한 경로로 사건에 말려들어 엄청난 고생 끝에 사건해결과 동시에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은 트릭과 함께 배치된 재미있는 구성요소라고 보았다.  아닌게 아니라 매일 같이 자신이 inferior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천재적인 사람과 살다보면 이시오카처럼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홈즈와 왓슨의 경우에서 좀더 못난 왓슨과 좀더 못된 홈즈의 관계랄까?  '점성술 살인사건'외엔 미타라이 기요시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작품을 못 봤는데, 역시 책을 몇 권 더 구해야할 것 같다.


지금 가진 몇 권만 더 읽으면 일단 보유중인 시마다 소지를 다 읽게 된다.  이 중간에 읽은 '혼자 일하는 즐거움'은 나중에 다시 정리할 것이다.  이렇게 추리소설에 둘러싸여 한 주간을 보냈는데, 나쁘지 않다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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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9-27 1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선 후보 연설 때문에 미국 분위기 뜨거울 것 같습니다. 여기 우리나라는 국민들 혈압 올리는 소식 때문에 미치겠습니다. 성완종 리스트 관련 이한구 2심 무죄... 메디안 치약 회수...

transient-guest 2016-09-28 03:33   좋아요 0 | URL
일단 힐러리의 완승입니다. 트럼프는 거짓말/막말 빼고는 없더군요.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는 거의 장광설이라서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기 어려울 정보였습니다. 다만, 힐러리의 호감도가 낮은 점, 점점 더 안철수를 연상시키는 샌더스, 부동의 트럼프 지지층 같은 점이 걱정입니다.

요즘 한국은...그냥 심정적으로 포기하게 됩니다. 뉴스도 무엇도 거의 4년 내내 점입가경이 뭔지 보여주는...박근혜...그 권력의 정점엔 역시 최씨가 있었네요. 검찰은 여전히 정치만 하고 있기에 이명박을 잡아간다고 해도 정의라곤 눈꼽만큼도 없을 그들이라서 지금 모습엔 전혀 흥미가 없습니다. 이한구가 무죄가 나오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지요..
 

앞서 읽은 책이 있는데, 미처 후기를 남기지 않고 지나간 것이 문득 떠올랐다.  그만큼 대단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는 의미로 생각되기도 한다만, 어쨌든 가능하면 꾸준하게 하는 것이 내가 남보다 조금 더 나은 점이라고 생각하기에 다시 페이퍼를 열었다.


한비야씨의 책은 처음 읽었다.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고 워낙 유명하기도 하지만, 내가 원래 베스트셀러는 피하자는 주의가 있다.  거기에 월드비전에 대한 거부감도 있고 해서, 그 단체를 주 근거지로 사회활동을 하면서 유명세를 커리어로 만든 점이 없지 않다는 생각에 거의 관심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저 걸어서 여기 저기를 돌아다닌 건 긍정적으로 보는데, 일단 그런 여행에서 얻어지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사람은 주로 좋은 방향으로 발전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책이 나온 건 2001년이니까, 지금부터 무려 15년 전인데, 상전벽해도 이런 상전벽해가 없어서, 세계로 막 나아가려고 시장을 열던 2001년의 중국과 2016년의 중국은 완전히 다른 나라이다.  다시 말하면 이 책에서 나온 내용은 대개 지금은 큰 쓸모가 없고, 그저 2001년의 비전과 2016년의 현실을 비교하는 정도의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정도.  그런데 이 책은 대략 1년 정도의 어학연수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책이라서 더더욱 외국인의 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기대할 수 없고, 내가 썼으면 출판도 어려웠을 책이 한비야라는 유명인이라서 팔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예전부터 이런 저런 채널로 한비야씨의 업적(?)을 둘러싼 행간의 이야기들을 접한 바도 있고 해서 더더욱 난 역시 이 책은 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온 탓에 읽었을 뿐, 내 돈을 주고 사서 읽을만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읽은 어떤 이의 자전거 미국횡단 여행기를 읽었을 때에도 그 자체는 대단하지만서도 달리 큰 감동을 얻었거나 잘 썼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곳에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무척 단면적인 겉핥기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것만도 못하다는 생각이다.   


그냥 디자인을 다룬 책.  특별히 좋은 서가나 서재를 소개했다기 보다는 디자인을 위주로 사진 90%에 글 10% 정도의 비율로 구성된 책이다.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고급한 서재부터, 영국 시골을 작은 서가, 그리고 현대풍의, 서재나 서가보다는 디자인 공방 같은 구조의 서재까지 다양한 사진을 보니 눈이 조금은 호사를 누렸다.  건축이나 인테리어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좀더 흥미있게 곰씹어 들여다볼 것 같지만, 워낙 그런 쪽으론 관심이 없기에 난 그저 어떤 서재가 내 맘에 드는지, 현실적으로 실현이 가능한지, 아니면 단순히 디자인에 더 치중을 했는지만 따져보았고, 글도 몇 자 없어서 앉은 자리에서 후루룩 마셔버렸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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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2 0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2 08: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붉은돼지 2016-09-22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한비야 강연을 한번 들은 적이 있는데 굉장히 열정적인 사람이라는,,,,에너지가 넘치는 , 말도 굉장히 빠르고... 인상을 받았습니다. 강연장면 사진을 몇 장 찍으려고 했는데 월드비젼 측에서 못 찍게하더군요. 무슨 연애인처럼 관리하고 있다는 인상도 조금 받았어요...

transient-guest 2016-09-23 01:50   좋아요 0 | URL
열정은 넘치는 사람이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다만 선교목적의 단체가 교묘히 자선단체를 표방하여 기부를 받고 그 운영의 투명성 등 문제가 되는 것으로 알려진 단체와 연계된 활동도 그렇고, 말씀처럼 이젠 너무도 높아진(?) 위상(?)에도 거부감이 있어요. 적어도 제가 읽은 저 위의 책은 무척 shallow합니다. 다른 건 모르겠어요. 특히 90년대의 여행 (어제 찾아봤습니다)을 다룬 책은 평가가 높습니다...
 

사람마다 자기한테 맞는 독서방법이 있을 것이다.  조금 더 나은 방법이 있기는 하겠지만, 그것도 상황, 수준, 경험, 필요 등 많은 변수가 반영되면 실질적으로 최고의 독서법이란 것을 정의하는 건 매우 어렵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책을 읽어오면서 쌓은 경험에 비춰보면 다독과 완독은 적절히 섞으면 꾸준한 독서행활에 있어 꽤 좋은 방편이 되어주는 것 같다.  이번에도 그런 믿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있었는데, 다독은 여러 사람들이 많이 하는 얘기지만, 완독은 의외로 평가절하가 되어 있어 조금은 안타깝다.


그리스 신화에서 보면 희대의 악녀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가 바로 메데이아다.  코르키스의 왕녀였던 그녀는 황금빛 양모를 찾아 자기 나라에 온 이아손에게 반해 (1) 아버지와 국가를 배신하고, (2) 동생을 죽였으며, (3) 이아손을 돕기 위해 그의 적들을 죽였고 (4) 이후 이아손이 다른 여자와 결혼하자 둘 사이에 낳은 아이들을 죽였다고 한다.  서양에 전해지는 마녀 캐릭터의 원조격인데, 잠깐 다뤄지지만 무척 잔인하고 음험하게 전승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다양한 상상과 추론, 그리고 창작을 통해 이를 페미니스트의 시선이라고도 볼 수 있는 해석으로 새롭게 그러낸다.  수정주의적인 접근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어쩌면 원전에서는 잠깐 다뤄지는 메데이아와 그녀를 둘러싼 다양한 인간군상의 독백을 통해 신선하게 그리고 다각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 언제였는지 정확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못해도 이번 여름을 전후로 해서부터 운동을 하면서 간간히 읽어왔을 것이다.  SF활극을 기대했기 때문일까, 재미는 커녕 상당히 지겹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이 책 대신 다른 것을 가져다 읽곤 하다가 이번에 1/3정도를 읽은 '메데이아...'를 다시 펼쳤는데, 이건 완전히 OMG, 어떻게 이렇게 흥미진진하고 몰입도가 높은 책일까 하는 생각으로 3-4개월만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와 주었다. 


모든 책이 다 완독을 요구하지 않고, 완독을 deserve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고전이나 다른 분류로 선별된 좋은 책들은 완독을 하는 편이 더 낫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만든 경험이 아니었나 싶은데, 다독과 함께 가능하면 완독을 권하는 이유이다.  소위 말하는 논픽션의 경우, 특히 방법이나 이론을 내세운 책은 조악한 것도 많고, 내 목적과 맞지 않거나 좋은 논리를 펼치지 않는 저자의 경우 중간에 덮어도 크게 아까울 것이 없다.  하지만, 괜찮은 책일수록 처음에는 나와 click하지 못했어도 다음에 읽으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  내가 이런 경험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라서 어느 정도 자신있게 하는 말이다.  가능하면 다독+완독, 그리고 정독을 적절히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섞으면 꽤 괜찮은 일상의 독서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슬슬 아사다 지로의 책도 국내의 번역본은 거의 다 읽어가고 있는 것 같다.  정확한 수치에 바탕을 둔 건 아니지만, 같은 이야기를 다른 판본이나 제목과 수록된 작품이 조금 다르게 섞여 나온 책을 읽게 되는 것을 보면 그런 것 같다는 말이다.  '시에'라는 동물에 대한 이야기도 그랬고, 다른 몇 가지의 단편 또한 이전에 한번 정도는 다른 책으로 본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책을 사면서 그랬나, 아니면 다른 기회에 그랬던가, 제목과 구성이 조금 다른 같은 아사다 지로의 책을 사 읽은 것은 분명히 기억하니까, 이젠 슬슬 끝나가는 것이다.  단연코 한국어 번역으로는 '칼에 지다'로 나온 '미부키시덴'이 젤 좋았지만, 다른 아사다 지로의 작품도, 비록 국뽕 냄새도 나고,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조금 거슬리는 이야기도 있지만, 역시 괜찮은 작가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하게 세상에 나온 책이다.  이젠 완숙을 넘어 원로에 가까운 나이가 된 시오노 나나미는 꽤나 꼬장꼬장한 할머니인 듯, 출판사가 이 책에 엮인 글을 책으로 내기 위해 기울인 정성과 노력, 게다가 일본인 특유의 인간적인 면에 매달리는 앙탈(?)까지 - 신입사원을 담당자로 내세우면서 '사나이로 만들어 달라'는 말로 책을 낼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단다 - 꽤 힘들게 세상에 나온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간 따로 책으로 엮인 글이 아닌 것들, 주로 잡지나 신문에 기고한 것을 일일이 찾아서 따로 떼어낸 후 가봉하여 들고 와서 '사나이로 만들어 달라'는데, 시오노 나나미가 그간 자신에 대해 말해온 대로의 여자였다면, 그것도 이탈리안으로 희석되었지만, 일본색이 강한 사람이라면 절대로 거절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간 한국어로 번역된 시오노 나나미의 책은 거의 다 읽은 것 같은데, 이 책에서 엮인 것들을 읽을 기회는 없었을 것이었기에, 그리고 꽤 오래간만에 읽는 그녀의 글은 다소 늙은 냄새도 나고 조금은 보수우파적인 거슬림도 있었지만, 여전히 괜찮았다.  


'생각의 궤적'보다는 좀더 느슨한 듯 느껴지는 책이다.  하지만, 소개된 글은 뭐랄까, 좀더 본격적으로 꼬장꼬장하게 다가온다.  왜색이 더 강해진 느낌도 있는데, 기실 그간 그런 색채가 덜 한 글과 작품이 주로 번역되어 나왔겠지, 아무렴 갑자기 나이가 들면서 사람이 달라졌겠는가.  '로마인 이야기'를 비롯해서, 시오노 나나미가 매력을 느끼는 상대는 '힘'있는 '남자' 또는 그에 못지 않게 '힘'있는 '여자'라는 생각,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그녀는 지금 일본이 가는 길에 희망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녀의 기준으로 볼 때, 아베 신조라는 못난이가 '힘'있는 척을 할 뿐, 진실로 '힘'을 가진 남자가 아니란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  이 책에서 나온 글에서 보면 '로마인'에서 시작해서 '르네상스'로 간 그간 그녀의 여정은 매우 당연한 귀결처럼 보인다.  로마제국이 무너진 후 한 동안 잊고 지내던 로마를 다시 세상으로 끄집어낸 것이 르네상스라면 (그녀의 말처럼) 말이다.  앞서의 연장선상에서 그저 반갑고 괜찮았던 reading.


알라딘 서재가 갈수록 이상해지고 있다.  어제도 하루 동안 집계되던 방문자 숫자와 다음 날 나온 같은 날짜의 통계가 다른 것을 발견했다.  예전에도 같은 문제로 알라딘에 문의했으나 다른 에러가 없었다고 하니, 이번에 문의해봐야 같은 답이 나올 것은 뻔한 일이다.  아무래도 북플을 런칭해서 양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했지만, 질적으로는 매우 낮아진 것 같다.  요즘의 알라딘은 어디로 가고 있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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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9-21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용 독서를 추구하는 시대가 되니까 완독을 ‘고지식한 독서 행위’로 보는 경향이 있어요. 저는 웬만하면 완독을 시도합니다. 대충 읽으면 책의 오류를 놓칠 수 있거든요.

요즘의 알라딘은 북플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transient-guest 2016-09-22 03:24   좋아요 0 | URL
저는 일단 책읽기라는 개념, 책이 무엇인지를 정립할 때, 공부나 research는 독서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자계서가 성공학을 거쳐 인문공부로 둔갑하면서 특히 가속화된 현상이 굳이 책을 완독하지 말 것이라는 지침인데, 글쎄요. 제 경험으로는 좋은 책은 설사 한 시기에 나와 맞지 않거나 이해하지 못해도 어느 날엔가는 깊은 속내를 보여주는 걸 많이 봤기 때문에, 저는 설사 지금은 내려놓은 책이라도 언젠가는 완독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완독할 만한 좋은 책을 사야하고, 그 책은 완독해야한다고 믿어요.. 이놈의 북플...-_-::: 기존의 서재가 많이 안 좋은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