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에 불리한 일을 덮기 위해 연예인들의 스캔들을 이용한 것은 북풍만큼이나 그 뿌리가 깊은데, 박근혜씨의 애비되는 마사오씨의 시절로 그 기원이 거슬러 올라간다고 할 수 있겠다. 내가 그 시대를 살아본 사람이 아니라서 (그러니까 모씨가 쓴 기사를 인용하자면 나에게 있어 개새끼는 마사오가 아닌 전두환이다)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한창 인기높고 반체제의 상징으로 비춰지던 (하지만 반체제와는 아무래도 거리가 멀던) 포크송 가수들을 한번에 엮어낸 대마초사건 같은 것들이 기억나는데, 아무튼, 북풍과 함께 정권이 비역질을 비롯한 여러 가지의 더러운 사건이나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특히 정권에 해가 된다고 판단한 일을 덮을때 매우 유용하게 쓰이는 것이 연예인과 관련된 스캔들이다.
이게 얼마나 개차반 같은 일이냐면, 갑자기 어느 날 뻥 터지는 연예인 사건이라는 것들이 상당수가 이미 검찰이나 경찰에서 내사에 들어갔거나 제보가 있었던 사건들이 적당한 시기에 적절한 수준의 파급력을 계산하여 떠뜨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게 마사오 시절, 아니 그 이후에도 잘 먹혀왔음은 북풍이 이 나라 보수에게 잘 먹혀온 것만큼이나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비밀이 없다는 인터넷 시대에도 여기에 기대어 사건을 덮거나 관심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려는 시도는 박근혜씨와 그 주변 문고리들의 아이큐 수준을 잘 보여준다. 그러니까, 정치적인 색깔이나 모략의 수준과 사고방식이 모두 기껏해야 70년대를 넘어서지 못한 인물들의 행태라고 생각될 수 밖에 없는 것인데, 이들은 도대체 인터넷이 무엇인지, SNS가 무엇인지 아마도 뒈질때까지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오늘 오전에 잠깐 뉴스를 보면서 뜬 모 연예인들의 해외xxx이슈를 보다가 문득 불과 수 주일 전에 읽은 '찌라시'가 생각났다. 그 '찌라시'에 의하면 곧 정치이슈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대물급 연예인들이 관련된 '사건'이 터질 것이라는 말을 보면서, 반신반의했지만, 이번 건으로 볼 때 이 '찌라시'의 정확성이 꽤 높았던 것이 아닌가 싶다.
조중동을 비롯한 소위 'major'언론사의 뉴스는 노벨문학상감의 창작이 주를 이루고 있어, 어쩌면 꼴통령이 지배하는 이 시대에서 신빙성있는 뉴스정보는 '찌라시'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는데, 최근에 잠깐 반짝했다가 수순에 따라 정리되고 있는 '청와대 찌라시'유출사건은 그 좋은 예라고도 생각된다.
연예인은 분명히 공인이나, 이는 정치인이 공인이라는 것과는 다르게 구분되어야 하고, 미국의 판례와 관련법에서는 이를 구별하여 표현한다. 정치인을 비롯한 공공기관의 사람들은 public official로,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같은 대중의 관심을 먹고살지만 그 파급력이나 지도력에 있어 정치인과 차등을 두어야 하는 이들은 public figure으로 구분되어 있고, 심지어 잠깐동안 공적으로 다루어지는 경우에는 limited public figure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NY Times Co. vs. Sullivan이라는 1964년의 판례에서 도입되고 이후 강화된 개념인데, 자세한 이야기는 오늘의 주제에서 좀 벗어나서, 그저 공인이라는 단어도 구별되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고자 사용했다)
이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무슨 일이 있으면 '연예인 따위'가 왜 호들갑이냐면서 질타하다가 필요하면 연예인도 '공인'으로서 사회적인 책임을 지라고 야단이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이런 저런 스캔들을 터뜨려 정치권으로 몰려있거나 몰려야할 관심과 공공의 분노를 연예인들에게 전가해버린다.
이제는 인터넷이 발달한 정보공유화시대로 이런 모략이 예전처럼 쉽게 강산을 휩쓸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뉴스의 특성상, 그리고 매체와 포탈의 협조(?)를 통해 여론을 돌리려는 시도는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조현아 사건이나 새삼 뉴스거리가 되는 갑질의 횡포는 우연한 것이 아니다. 기실 이런 일들은 늘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일인데 반해서 사회적인 관심을 끌지 못하는, 정확하게는 뉴스에서 지금처럼 마구 다뤄주지는 않는 일이다. 이번 사건도 그 많은 사건들 중 하나이고, 물론 우발적이지만서도, 그렇게 공론화가 되는 것 - 그 장단점을 떠나서 - 은 결국은 박근혜씨와 그 일당의 비역질을 덮고자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 나의 의견이다.
모두들 더 지혜로워지고, 더 깊은 수준의 사고를 하여야 하며, 더 행동할 수 있어야 하겠다. 돌아서서 담벼락에 욕하는 정도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음이다. 촛불 또한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음인데, 이는 오히려 기운을 임계점에 이르지 못하게 하는 장치로 작용할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박근혜씨가 예전 후보인가 대표시절에 외국에서 행한 연설 후 Q&A때 했다는 '법대로' 처리하여 죄가 있는 사람은 벌을 주고, 상을 줄 사람은 상주면 된다. 그렇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치를 근간으로 내세우는 국가에서 불법적인 수단을 이용하여 권력을 잡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적과 국민을 탄압하는 정권과 세력에 대한 답은 하나뿐인데, 그것은 혁명일 것이다.
PS 써놓고 나서 보니 조금은 후회가 된다. 유치하기도 하거니와, 새해부터는 구체적인 행동이 따를 수 없다면 함부로 말하지 않아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검열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그저 주변의 피로도를 높이는 행동이 될 수도 있는 일은 삼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