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이 시작되고서 13일이 지난 오늘까지 딱 두 권의 책을 완독했다.  깊은 독서를 했거나 그랬던 것은 아니고, 물론 다른 읽고 있는 책이 몇 권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나의 보통때의 책에 대한 식탐-식욕을 생각하면 거의 굶었다고 표현해야 마땅하다.  바쁜 때라면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도 지나가겠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보통의 스케줄과 보통의 삶에서 이렇게 된 경우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밥도 그렇지만, 그런데, 머리가 복잡하거나 어떤 이유로든 식욕이 나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런 때에는 아무리 맛난 음식이 눈앞에 있어도 음식생각이 나지 않는다.  기껏해야 술이나 퍼부을 뿐이다.  책을 음식으로 비유할 때, 과연 술 같은 책이 있을까?  잘 모르겠다.  어쩌면 그래도 생각없이 볼 수 있는 만화책이 딱 그 정도로 쓰일 때가 있는 것도 같은데,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박스에 담겨 보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지난 13일 간은 밥도 책도 다 그저 그랬다.


56권째.  79권이 완간이고, 거기에 최근에 나온 크리스티의 다른 소설 다섯 권 정도까지 읽으면 그녀의 책은 거의 다 읽는 것 같다.  문제는 계속 읽어나가는 것이 이렇게 긴 시리즈의 경우 조금씩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여전히 재미있게 읽고는 있지만,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실내자전거를 타면서 읽었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기본적인 내용과 전개는 다 기억하는데, 범인의 모티브가 잘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분명히 보면서 어떤 소설의 구성법칙 같은 것을 살짝 본 것 같았었는데.  그래 다 머리가 아픈 탓일게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런 이야기를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일단은 미스테리로 일관하는 보편적인 UFO이야기의 접근과는 많이 다른 점이 흥미롭게 보였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지금의 내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단순한 음모론적 흥미거리로 읽기에는 내용이 꽤나 묵직했다.  


늘 생각해왔다.  물리학적으로 불가능한 빛의 속도.  설사 빛의 속도에 근접한다해도 가장 가깝다는 알파센타우리의 외곽까의 거리인 4.4광년을 거슬러가려면 4년 이상이 걸린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꿈의 에너지원이라는 타키온 입자가 발견되어도 빛의 속도를 낼 수 있어도 사실 항성간의 여행은 불가능하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빛의 속도보다는 웜홀이론이 더 즐겨 다뤄지는 것 같다만.


영혼의 속도도 마찬가지.  영혼을 물질로 본다면 분명한 한계가 있다.  


하지만, 생각의 속도는 무한하다.  정확히 컨트롤하거나 의미있는 개념 또는 물질화의 방법은 모르지만, 내가 만약 특정 우주의 위치를 알 수 있다면 내 생각은 이미 거기 가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이것이 물질화해서 돌아다니는건 또 다른 이야기지만.  이 책에서 이와 같은 개념을 다룬다는 점이 재미있다.


긴 얘기를 하다보면 내 머리도 이상해질 것 같다.  그저 저자의 외계인론이나 경험이 얼마나 진실한지, 이를 왜곡하는 세력은 얼마나 나쁜지를 떠나서 그가 설파하는 사상, 평화를 향한 마음, 이런 좋은 이야기에 집중했다.  


결론적으로 외계인의 존재는 있다고 믿지만,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분명 세상을 소수집단의 이익을 위해 조정하고 조작하려는 범국가적인 세력은 존재한다고 믿는다.  이미 유수의 정치가들이나 문필가, 탐사저널리스트들이 이야기해온 바, 이런 세력은 존재한다.  당장 한국처럼 작은 나라에서도 특정기업, 아니 이들의 복합체인 재벌 같은 것들이 정치-경제-사회-언론을 장악하는 세상에 훨씬 더 큰 이익을 위한 대형조직의 존재를 못 믿을 이유가 없다.  다만 책에서 다뤄진 수준의 이야기는 역시 아직은 어려울 뿐이다.


좀더 읽어가야겠다. 이럴 때에는 일과 운동과 책이 도피처가 되어주고, 기도가 맘을 달래줄 것이다.  술은 친구가 되어주겠지?  아주 오래전에, 소오강호를 펼쳐놓고 한 잔 하면서 영호충과 술잔을 나누던 호연지기가 그립다.  청년은 아저씨가 되었는데, 아저씨는 그 보다 더 금새 할아버지가 될까 두렵다.  몸도 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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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8-14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소설에다가 미스터리 도서까지 읽으면 머리가 아플 것 같습니다. 글을 읽다가 생각할 것이 많아지니까요. ^^

transient-guest 2015-08-15 02:05   좋아요 0 | URL
미스터리 도서는 정말 그래요. 그것도 순전히 흥미로 읽는 음모론이 아닌 진지한 글이라면 더더욱..ㅎ
 

머리가 복잡한 일이 요 근래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더 많은게 인생인데, 어느 정도는 control이 필요하고 결단을 내려야 하는 일이다.  항상 주변과 사람들을 생각하게 되는데, 이런 것도 참 피곤하다는 생각이다.  누군가 내게 조언했던 것처럼 number 1 is me 라는 자세가 나에게는 강제적으로라도 주입되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쉽지 않다.  


책을 읽기 전까지 이 사건에 대한 나의 인식은 "이상한 교수"와 "죄질에 대비해서 무거운 형량"이라는 정도였다.  그런데, 읽고나니 여기에는 매우 오랜 시간동안 한 개인에게 가해진 집단의 부정하고 불법한 폭력으로 인한 피해, 여기에 담당판사와의 사건이후 (그것이 석궁의거든 석궁테러든, 또는 attempted 상해이든) 개인에게 가해진 법관집단의 사법폭력 이렇게 두 가지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건 1: 성균관 대학교

대학교 당국의 실수에 대한 정당한, 아니 당연한 의무였을 교수의 문제제기건으로 결국 그는 일자리를 잃었다.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 법에 대한 믿음은 그 후 재판과정에서 학교-법원의 담합에 가까운 짓거리로 깡그리 사라지고, 그의 해직은 확정 되었다.  그 과정에서의 부당함, 불법적인 법원의 행각, 판사들의 행태는 책에 잘 서술되어 있다.  이런 종류의 사람은 사회의 투명성 정도를 떠나서 사는게 힘든 것은 분명하다.  상당히 독선적인 교수의 성향, 타협을 전혀 모르는, 오로지 이슈를 흑백으로 밖에 볼 수 없는 교수의 두뇌구조는 분명히 이슈가 있다.  다만, 성대 vs 교수 재판과정에서 보여진 법원의 사건사실을 완전히 배제한 판단은 아무리 좋게 보아도 옳게 보이지 않는다.  늘 법리를 내세우는데, 기실 여기에는 함정이 있는 것이, 법리를 다른 방향으로 가게 할 fact를 모두 배제하고 특정피고나 원고에 유리한 fact만 남긴 다음에 법을 적용하면 당연히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는 판단이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작금의 문제는 더더욱 배심원 제도를 한국에 확정적으로 도입하여야 하는 이유가 된다.  요컨데 사건에서 사실관계판단은 일반 배심원단에게 맡기고 판사는 법리만 따지게 해야한다.  그래야만 그나마 그 무시무시한 권력을 조금이라도 분산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 건에서 보여지는 판사들의 행태를 보면 conflict of interest라는 개념을 무시하는 건 김앤장 만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사건2: 교수 vs. 판사

판결에 분노한 교수는 판사를 찾아갔고, 결과는 세간에 알려진 석궁사건이 되었다.  이 또한 재파과정에서 주요 fact나 clear하지 않는 증거자료나 상황은 깡그리 무시한채 그야말로 판사 마음대로 판결을 내리고 최종적으로는 형이 확정되었다.  "피해자"라는 판사의 진술도, 형사들의 진술도, 상황을 보여주는 fact도 모두 판사 마음대로 재단하였고, 재판과정에서 법적인 절차와 적법한 문제재기는 깡그리 무시되었다.  내 생각에는 석궁에 맞았다고 주장하는 '피해자' 판사보다 더 나쁜놈이 원심판사라고 본다.  그 역시 법관의 자격이나 자질, 아니 법적인 지식과 application skill이 심히 의심스러운 수준의 행태를 보여주었는데, 그야말로 저질적인 사법테러가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검사나 판사들 상당수가 참 괜찮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조직논리와 완장증후군이 발동하면 이 괜찮은 사람들이 저런 인간들로 변한다. 외국의 사례를 봐도 그런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유독 한국에서 이런 일이 관행적으로 일어나는걸 보면 우리의 정치력이나 시민의식이 아직은 성숙하지 못한 탓도 하지만, 가끔 우리의 사회-문화적인 유전자에 이미 깊숙히 각인된 것이 조직문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이정렬 판사.  소위 막말판사로 해직되고 진보진영의 팟캐스트에서 진보성향의 listener들이 들으면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보여준 그의 법논리나 의식을 보면 기실 그 또한 진보버전의 강용석이 아닌가 싶다.  물론 그도 막말사건으로 탄탄한 자리를 빼앗기고 느낀게 많이 있겠지만, 그래서 달라졌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난 그의 진보플레이를 더 이상 좋게 볼 수가 없다.  


사법개혁이 시급한 이유는 권력의 독점, 독단, 독선화이고, 세력화이며 조직화이다.  어떤 경우에도 조직논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저급한 법원, 검찰조직은 한국사회에 만연한 feature라고 보겠지만, 유독 그들이 문제가 되는건 그들에게 주어진 무시무시한 힘, 이에 따른 피해 때문이다.  엘리트 의식도 좋고, 정치성향도 인정해 줄 수 있겠지만, 검사가 검사답고 판사가 판사답지 못한 것은 결국 사회에는 거대한 '독'이고 '악'이 된다.


김화영은 번역가이고 에세이스트이다.  2015년 현재에는 아마도 원로급에 속할만큼 오랜 커리어를 자랑하며, 지금처럼 작가도 문창과라는 공장식으로 만들어지기 전에 글쓰는 세계로 들어온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아니면 이 글이 쓰이던 당시의 풍조 때문일까, 이 책의 글은 요즘의 이런 책에서 쉽게 나타나지 않는 전문성과 문학적인 고련, 사색, 그리고 그것들을 시처럼 쓰인 산문으로 엮어내는 제법 묵직한 향기와 구성을 느끼게 해주었다.  카뮈번역으로 더욱 유명한 이 분의 책을 읽다가 끓어오르는 지름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카뮈전집을 사버렸을 정도로 상당히 강렬한 인상을 받았고, 번역이라는 형식을 통한 것이지만 분명히 그만의 오리지널리티가 나타났을 카뮈전집에서 보게 될 그의 문장이 보고 싶어졌다.  


70년대.  박정희씨의 독재가 그 절정을 지나 발악기에 접어들었을 무렵의 프로방스는 아마도 이 젊은 문학청년에게는 세상에 다시는 없을 이상향으로 보였을 것이다.  지금은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프로방스지만, 그때만 해도 아는 사람만 아는, 미스트랄로 상징되는 미지의 세계였을 것이다.  그의 인생은 분명히 글쓰는 이로서만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도 이 여행을 통해서, 넓어졌을 것이다.  


문체와 어투가 상당히 old해서 지금의 눈으로 보면 다소 촌스럽게 보일 수도 있고, 진부한 부분도 없지는 않지만, 요즘의 책들과는 다른 '힘'과 '깊이'가 느껴지는 책이다.


(55: 장례식을 마치고)

운동하면서 읽은 덕분에 즐겁게 드라마를 즐겼지만, 추리는 좀 어려웠다.  크리스티의 작품 전반에 즐겨 쓰이는 트릭이 이번에도 쓰였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수법을 생각하고 읽으면 의외로 금방 용의자를 유추할 수 있는데, 이번에 느낀 점은 역시 누군가가 살해당하면, 그 사건으로 이득을 보는 자가 범인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점이다.  임과장의 죽음으로 가장 큰 득을 보는 자가 누구인가?  유병언이 죽어서 가장 잘 된 entity는 누구인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8월 첫 주간은 제대로 읽은 책이 없다. 바쁘고 복잡한 상황, 터질 것 같은 내 머릿속 덕분이다.  운동이라도 꾸준히 할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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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가 붐을 일으킨 후 상당히 오랜 시간 후에 좀더 작은 하드커버 판형으로 재출간된 책이 많이 있었는데, 2015년이 된 지금, 이들도 또한 오래된 판본이라서 그런지, 많이 절판되었고, 새로운 출판사에서 다시 나오고 있다.  이 책도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아마도 예전에 읽은 하루키의 재즈에세이와 와다 마코토라는 작화가의 삽화를 모은 책인 것 같다.  그러니까 읽어봤고, 이미 가지고 있는 책의 다른 판본을 사들이게 된 것이다.  일부러 그런 기억은 없고, 아마도 이것 저것 주문하면서 새로운 책이려니 하고 장바구니에 담았을 것이다.  


역시 새로운 내용보다는 그저 한번 다시 재즈를 읽는다는 기분으로 가볍게 봤는데, 쳇 베이커, 글렌 밀러, 찰리 파커, 루이 암스트롱, 마일스 데이비스, 쟝고 라인하르트, 빌리 홀리데이, 엘라 피츠제럴드 정도는 나도 아는 뮤지션이고, 나머지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다.  이런 책을 갖고 있으면, 언제고 기억을 해서 중고음반가게에서 CD를 구해서 듣게 되니까, 조금씩 나의 재즈에 대한 저변도 넓어지는 것이다.  


성공한지도 한참되어 완전히 자리가 잡힌, 부동산으로 말하자면 맨하탄의 노른자위의 건물 같은 작가는 역시 대단하다.  무엇을 써도 작품이 되고, 책으로 나와 팔려 나가는 점이 말이다.  어떤 판단과 편견을 다 빼놓고, 그 자체로 그냥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번역도 할 수 있고, 강연도 하고, 마치 앞서 얘기한 서진 작가가 소박한 지방의 단층집이라면 하루키는 강남 번화가의 빌딩 같다는 생각이다.  


사실 하루키에게 젊은 시절, 그를 유명하게 만든 역작들 같은 대작을 더 이상 기대하지는 않는다. 작가도 늙어가고,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나이에 따른 창작과 힘의 노쇠를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필력이 타오르던 시절의 작품을 늦게나마 접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앞으로도 에세이든, 창작이든 열심히 그의 작품을 읽을 것이다.  큰 기대 없이, 담담하게 말이다.  


'얼음과 불의 노래'로 근래 가장 성공한 판타지 작가로 등극한 George RR Martin옹의 예전 작품들을 한 권으로 모은 책인데, 얼불노가 유명해지면서 외전겪이 되어버린 Hedge Knight, Sworn Sword, 그리고 The Mystery Knight을 모았다.  얼불노의 한글판은 워낙 문제가 많은 번역이라서 나중에 다시 정리해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고, 영문판은 1-5권까지를 모두 하드커버로 모았고 1권을 읽다가 쉬고 있다. 워낙 얼불노의 시대에서 보면 옛날 이야기라서 겹치는 내용은 없고, 책도 동화수준으로 쉽게 쓴 이야기라서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었다.  웨스테로는 옛날부터 음모가 판치는 곳이없음을 알 수 있고, 마틴옹을 유명하게 만든 허무한, 하지만 매우 현실적인 결말도 이미 이때부터 볼 수 있었다.  워낙 얼불노가 유명해진 덕분에 아마존에서도 이 책을 다시 구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곧 다시 업데이트되어 출판될 예정이라는데, 그럼 별 수 있나, 또 사야지.  


오전에 바쁘게 일하고 잠시 쉬는데, 휴가도 제대로 못 다녀온 덕분인지, 7월은 내내 쉬다 말다를 반복하면서, 그렇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이즈를 조금만 더 키워야 할게다.  나도 이렇게 마냥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으니까.  생활의 여유나 자유도 좋지만, 3-4개월에 한번 정도는 다 던지고 3-4일 정도 사라질 수 있어야 한다.  딱 그 정도의 staffing까지만 일단 키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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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대다수는 누구나 먹고살기 위한 일을 한다.  그게 직업이든, 단순한 특기든, 아니면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서 이미 상당한 유산을 받아서 이를 관리하고, 투자하는 일이든, 대다수의 사람들이 먹고살기 위한 행위, 그러니까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일을 한다.  그러니까,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거다.  이 level에서는 배고픈 초원의 사자가 사냥을 하는 것, 다람쥐가 도토리를 들고 뛰어가는 것이나, 우리 행위나 큰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우리는 이토록 자연스러운 일에 '생계형'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다소 저급하고 세속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다. 생계형 가수, 생계형 아이돌, 생계형 작가, 생계형 예술가 등등.  생계를 위해서 자신의 의지를 굽히는 듯한 뉘앙스가 느껴져서 그런 것 같은데, 생계형이 늘 나쁜 것만은 아니다. 생계형 정치인이나 생계형 성공학 강사는 예외로 치고 싶지만...


서진 작가는 자신을 생계형 작가라고 말한다.  글을 쓰고, 강연을 다니면서 먹고살고, 돈이 모이면 여행을 다니고, 그 여행은 다시 책이 되고, 글이 되며, 강연꺼리가 된다.  괜찮은 삶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한 구석이 메인 챗바퀴 같은 삶을 사는 나란 사람이 보면 이런 자유는 부럽기 그지없는 삶의 이상향이 아닌가 싶다.


길게 남길만한 감상은 없지만, 하와이에서 살고 싶은 맘이 더 강해졌다.  기껏 두 달간 살다 온 그의 글이고, 현지인도 아니고, 미국인도 아닌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하와이의 모습이지만, 금년 4월에 다녀온 오하우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여기에 가서 정착하려면 우선적으로는 면허를 다시 따야하고 돈도 모아야한다.  게다가 회사를 옮기는 비용과 리스크는 말도 못할만큼 높고, 막상 갔는데, 생계형 변호사가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워 진다거나 이주 후 6개월이면 겪게 된다는 island fever에 걸려 육지를 그리워하게 된다면 이건 큰 문제가 아닌가.  그래도 이제 남은 인생에서 한번 정도 해볼 수 있는 모험의 대상이 기왕이면 하와이로의 이주였으면 한다.  내심 일도 서부시간에 맞춰 하와이 시간 오전 6-2시까지만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운동을 하고, 놀고, 배우고, 책읽고 살면 딱이지 싶다.  특별한 재주는 없지만, 아침형 인간이라서 오히려 오전 일찍 일하는게 훨씬 능률이 높은 나라면 이런 스케줄로 큰 먹거리 걱정없이 살 수 있다면 천국이 따로 없을 것이다.  일단 면허시험공부를 다시 해야 하는데, 그 지겨운 시험공부, 그것도 10년도 넘도록 들여다보지 않은, 아마도 엄청 변했을 과목과 내용을 다시 공부해야 하는 것이 경제적인 또는 professional한 이유보다 더 큰 걸림돌이다.  


이건 더 할 얘기가 없다.  읽는 내내 그의 노마딕한 삶이 부러웠고, 부산 광안리와 하와이, 뉴욕, 그리고 그가 언급한 모든 것들, 모든 곳이 궁금해졌다.  나도 지금부터 준비하면 3-5년 정도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렇게 유유자적할 수 있을까?  일단 나란 인간이 스타크래프트를 해도 심시티를 하면서 안정적으로 플레이하는 것을 선호하는 타입이라서 어느 정도 준비가 필요하다.  리스크와 나는 거리가 먼 사람이기 때문에.  피아노는 중학교 이후로는 멀리 했지만, 다시 배우고 싶은데, 우선은 기타부터 다시 강습을 받고 연습을 해야지 싶다.  하나씩  해나가는 것.  꾸준히 하는 것.  이 두개가 가장 중요하다.  


서진작가는 소설도 몇 권 썼다는데, 난 아직 못 읽어봤고, 그가 쓴 뉴욕서점순례기만 먼저 봤다.  맘에 드는 책.  그런데 절판되어서 그런지 reference가 뜨지 않는다.  그냥 그의 다른 책 몇 권을 save해놨다.


다른 책들은 또 다음에 정리해야지 싶은게, 이번 두 권과 느낌이 너무 다르다.  '포트레이트 인 재즈'와 '칠왕국의 기사'는 곧 다른 페이퍼로 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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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8 06: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8 0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몬스터 2015-07-28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것을 계획하고 계시는군요. 계획을 세우고 , 하나씩 , 꾸준히...화이팅입니다. !!!

transient-guest 2015-07-29 01:4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꿈이라도 꾸는거죠.ㅎㅎ `현세는 꿈, 밤의 꿈이야말로 진실`이라는 란포의 말이 늘 와닿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떠오르는 사자성어.  정황상 실질적으로 살해당했다고 보이는 사람들이 몇 있는데.  이건 타살이지 아무렴.  사람을 죽여 입을 막아버리는 수법은 고전적이지만 매우 효과가 뛰어난 처방이 아닌가.  오늘 뜬 뉴스에 보니 (1) 판독하니 내국인 해킹은 없었고, (2) 모든 것은 죽인 사람의 책임이란다.  해킹 자체가 불법인데, '내국인' 운운하며 물타기 하는 꼬라지도 그렇지만, 만에 하나 추가증거가 나올 경우를 대비한 신의 한수는 '죽은놈'만 탓하는거다.  


뭐 새로운 건 아니고, 유병원때 본 수법을 재탕한 것.  세월호는 아무리봐도 국정원이 유병언의 사업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로 보이는데, 유병언 하나로 끝내버리지 않았나?  부자는 절대로 이런 사건에 자살하지 않는다.  다 빠져나갈 구멍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믿고 만나러 갔다가 죽었고, 보관당하다가 적당한 곳에 버려져 발견(?)된 것이지.


아무튼.  이놈의 살인멸구는 어떻게 된 것이 소설보다 현실에서 더 많이 등장하는 수법이 되어버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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