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복잡한 일이 요 근래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더 많은게 인생인데, 어느 정도는 control이 필요하고 결단을 내려야 하는 일이다.  항상 주변과 사람들을 생각하게 되는데, 이런 것도 참 피곤하다는 생각이다.  누군가 내게 조언했던 것처럼 number 1 is me 라는 자세가 나에게는 강제적으로라도 주입되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쉽지 않다.  


책을 읽기 전까지 이 사건에 대한 나의 인식은 "이상한 교수"와 "죄질에 대비해서 무거운 형량"이라는 정도였다.  그런데, 읽고나니 여기에는 매우 오랜 시간동안 한 개인에게 가해진 집단의 부정하고 불법한 폭력으로 인한 피해, 여기에 담당판사와의 사건이후 (그것이 석궁의거든 석궁테러든, 또는 attempted 상해이든) 개인에게 가해진 법관집단의 사법폭력 이렇게 두 가지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건 1: 성균관 대학교

대학교 당국의 실수에 대한 정당한, 아니 당연한 의무였을 교수의 문제제기건으로 결국 그는 일자리를 잃었다.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 법에 대한 믿음은 그 후 재판과정에서 학교-법원의 담합에 가까운 짓거리로 깡그리 사라지고, 그의 해직은 확정 되었다.  그 과정에서의 부당함, 불법적인 법원의 행각, 판사들의 행태는 책에 잘 서술되어 있다.  이런 종류의 사람은 사회의 투명성 정도를 떠나서 사는게 힘든 것은 분명하다.  상당히 독선적인 교수의 성향, 타협을 전혀 모르는, 오로지 이슈를 흑백으로 밖에 볼 수 없는 교수의 두뇌구조는 분명히 이슈가 있다.  다만, 성대 vs 교수 재판과정에서 보여진 법원의 사건사실을 완전히 배제한 판단은 아무리 좋게 보아도 옳게 보이지 않는다.  늘 법리를 내세우는데, 기실 여기에는 함정이 있는 것이, 법리를 다른 방향으로 가게 할 fact를 모두 배제하고 특정피고나 원고에 유리한 fact만 남긴 다음에 법을 적용하면 당연히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는 판단이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작금의 문제는 더더욱 배심원 제도를 한국에 확정적으로 도입하여야 하는 이유가 된다.  요컨데 사건에서 사실관계판단은 일반 배심원단에게 맡기고 판사는 법리만 따지게 해야한다.  그래야만 그나마 그 무시무시한 권력을 조금이라도 분산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 건에서 보여지는 판사들의 행태를 보면 conflict of interest라는 개념을 무시하는 건 김앤장 만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사건2: 교수 vs. 판사

판결에 분노한 교수는 판사를 찾아갔고, 결과는 세간에 알려진 석궁사건이 되었다.  이 또한 재파과정에서 주요 fact나 clear하지 않는 증거자료나 상황은 깡그리 무시한채 그야말로 판사 마음대로 판결을 내리고 최종적으로는 형이 확정되었다.  "피해자"라는 판사의 진술도, 형사들의 진술도, 상황을 보여주는 fact도 모두 판사 마음대로 재단하였고, 재판과정에서 법적인 절차와 적법한 문제재기는 깡그리 무시되었다.  내 생각에는 석궁에 맞았다고 주장하는 '피해자' 판사보다 더 나쁜놈이 원심판사라고 본다.  그 역시 법관의 자격이나 자질, 아니 법적인 지식과 application skill이 심히 의심스러운 수준의 행태를 보여주었는데, 그야말로 저질적인 사법테러가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검사나 판사들 상당수가 참 괜찮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조직논리와 완장증후군이 발동하면 이 괜찮은 사람들이 저런 인간들로 변한다. 외국의 사례를 봐도 그런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유독 한국에서 이런 일이 관행적으로 일어나는걸 보면 우리의 정치력이나 시민의식이 아직은 성숙하지 못한 탓도 하지만, 가끔 우리의 사회-문화적인 유전자에 이미 깊숙히 각인된 것이 조직문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이정렬 판사.  소위 막말판사로 해직되고 진보진영의 팟캐스트에서 진보성향의 listener들이 들으면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보여준 그의 법논리나 의식을 보면 기실 그 또한 진보버전의 강용석이 아닌가 싶다.  물론 그도 막말사건으로 탄탄한 자리를 빼앗기고 느낀게 많이 있겠지만, 그래서 달라졌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난 그의 진보플레이를 더 이상 좋게 볼 수가 없다.  


사법개혁이 시급한 이유는 권력의 독점, 독단, 독선화이고, 세력화이며 조직화이다.  어떤 경우에도 조직논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저급한 법원, 검찰조직은 한국사회에 만연한 feature라고 보겠지만, 유독 그들이 문제가 되는건 그들에게 주어진 무시무시한 힘, 이에 따른 피해 때문이다.  엘리트 의식도 좋고, 정치성향도 인정해 줄 수 있겠지만, 검사가 검사답고 판사가 판사답지 못한 것은 결국 사회에는 거대한 '독'이고 '악'이 된다.


김화영은 번역가이고 에세이스트이다.  2015년 현재에는 아마도 원로급에 속할만큼 오랜 커리어를 자랑하며, 지금처럼 작가도 문창과라는 공장식으로 만들어지기 전에 글쓰는 세계로 들어온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아니면 이 글이 쓰이던 당시의 풍조 때문일까, 이 책의 글은 요즘의 이런 책에서 쉽게 나타나지 않는 전문성과 문학적인 고련, 사색, 그리고 그것들을 시처럼 쓰인 산문으로 엮어내는 제법 묵직한 향기와 구성을 느끼게 해주었다.  카뮈번역으로 더욱 유명한 이 분의 책을 읽다가 끓어오르는 지름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카뮈전집을 사버렸을 정도로 상당히 강렬한 인상을 받았고, 번역이라는 형식을 통한 것이지만 분명히 그만의 오리지널리티가 나타났을 카뮈전집에서 보게 될 그의 문장이 보고 싶어졌다.  


70년대.  박정희씨의 독재가 그 절정을 지나 발악기에 접어들었을 무렵의 프로방스는 아마도 이 젊은 문학청년에게는 세상에 다시는 없을 이상향으로 보였을 것이다.  지금은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프로방스지만, 그때만 해도 아는 사람만 아는, 미스트랄로 상징되는 미지의 세계였을 것이다.  그의 인생은 분명히 글쓰는 이로서만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도 이 여행을 통해서, 넓어졌을 것이다.  


문체와 어투가 상당히 old해서 지금의 눈으로 보면 다소 촌스럽게 보일 수도 있고, 진부한 부분도 없지는 않지만, 요즘의 책들과는 다른 '힘'과 '깊이'가 느껴지는 책이다.


(55: 장례식을 마치고)

운동하면서 읽은 덕분에 즐겁게 드라마를 즐겼지만, 추리는 좀 어려웠다.  크리스티의 작품 전반에 즐겨 쓰이는 트릭이 이번에도 쓰였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수법을 생각하고 읽으면 의외로 금방 용의자를 유추할 수 있는데, 이번에 느낀 점은 역시 누군가가 살해당하면, 그 사건으로 이득을 보는 자가 범인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점이다.  임과장의 죽음으로 가장 큰 득을 보는 자가 누구인가?  유병언이 죽어서 가장 잘 된 entity는 누구인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8월 첫 주간은 제대로 읽은 책이 없다. 바쁘고 복잡한 상황, 터질 것 같은 내 머릿속 덕분이다.  운동이라도 꾸준히 할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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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가 붐을 일으킨 후 상당히 오랜 시간 후에 좀더 작은 하드커버 판형으로 재출간된 책이 많이 있었는데, 2015년이 된 지금, 이들도 또한 오래된 판본이라서 그런지, 많이 절판되었고, 새로운 출판사에서 다시 나오고 있다.  이 책도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아마도 예전에 읽은 하루키의 재즈에세이와 와다 마코토라는 작화가의 삽화를 모은 책인 것 같다.  그러니까 읽어봤고, 이미 가지고 있는 책의 다른 판본을 사들이게 된 것이다.  일부러 그런 기억은 없고, 아마도 이것 저것 주문하면서 새로운 책이려니 하고 장바구니에 담았을 것이다.  


역시 새로운 내용보다는 그저 한번 다시 재즈를 읽는다는 기분으로 가볍게 봤는데, 쳇 베이커, 글렌 밀러, 찰리 파커, 루이 암스트롱, 마일스 데이비스, 쟝고 라인하르트, 빌리 홀리데이, 엘라 피츠제럴드 정도는 나도 아는 뮤지션이고, 나머지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다.  이런 책을 갖고 있으면, 언제고 기억을 해서 중고음반가게에서 CD를 구해서 듣게 되니까, 조금씩 나의 재즈에 대한 저변도 넓어지는 것이다.  


성공한지도 한참되어 완전히 자리가 잡힌, 부동산으로 말하자면 맨하탄의 노른자위의 건물 같은 작가는 역시 대단하다.  무엇을 써도 작품이 되고, 책으로 나와 팔려 나가는 점이 말이다.  어떤 판단과 편견을 다 빼놓고, 그 자체로 그냥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번역도 할 수 있고, 강연도 하고, 마치 앞서 얘기한 서진 작가가 소박한 지방의 단층집이라면 하루키는 강남 번화가의 빌딩 같다는 생각이다.  


사실 하루키에게 젊은 시절, 그를 유명하게 만든 역작들 같은 대작을 더 이상 기대하지는 않는다. 작가도 늙어가고,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나이에 따른 창작과 힘의 노쇠를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필력이 타오르던 시절의 작품을 늦게나마 접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앞으로도 에세이든, 창작이든 열심히 그의 작품을 읽을 것이다.  큰 기대 없이, 담담하게 말이다.  


'얼음과 불의 노래'로 근래 가장 성공한 판타지 작가로 등극한 George RR Martin옹의 예전 작품들을 한 권으로 모은 책인데, 얼불노가 유명해지면서 외전겪이 되어버린 Hedge Knight, Sworn Sword, 그리고 The Mystery Knight을 모았다.  얼불노의 한글판은 워낙 문제가 많은 번역이라서 나중에 다시 정리해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고, 영문판은 1-5권까지를 모두 하드커버로 모았고 1권을 읽다가 쉬고 있다. 워낙 얼불노의 시대에서 보면 옛날 이야기라서 겹치는 내용은 없고, 책도 동화수준으로 쉽게 쓴 이야기라서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었다.  웨스테로는 옛날부터 음모가 판치는 곳이없음을 알 수 있고, 마틴옹을 유명하게 만든 허무한, 하지만 매우 현실적인 결말도 이미 이때부터 볼 수 있었다.  워낙 얼불노가 유명해진 덕분에 아마존에서도 이 책을 다시 구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곧 다시 업데이트되어 출판될 예정이라는데, 그럼 별 수 있나, 또 사야지.  


오전에 바쁘게 일하고 잠시 쉬는데, 휴가도 제대로 못 다녀온 덕분인지, 7월은 내내 쉬다 말다를 반복하면서, 그렇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이즈를 조금만 더 키워야 할게다.  나도 이렇게 마냥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으니까.  생활의 여유나 자유도 좋지만, 3-4개월에 한번 정도는 다 던지고 3-4일 정도 사라질 수 있어야 한다.  딱 그 정도의 staffing까지만 일단 키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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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대다수는 누구나 먹고살기 위한 일을 한다.  그게 직업이든, 단순한 특기든, 아니면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서 이미 상당한 유산을 받아서 이를 관리하고, 투자하는 일이든, 대다수의 사람들이 먹고살기 위한 행위, 그러니까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일을 한다.  그러니까,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거다.  이 level에서는 배고픈 초원의 사자가 사냥을 하는 것, 다람쥐가 도토리를 들고 뛰어가는 것이나, 우리 행위나 큰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우리는 이토록 자연스러운 일에 '생계형'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다소 저급하고 세속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다. 생계형 가수, 생계형 아이돌, 생계형 작가, 생계형 예술가 등등.  생계를 위해서 자신의 의지를 굽히는 듯한 뉘앙스가 느껴져서 그런 것 같은데, 생계형이 늘 나쁜 것만은 아니다. 생계형 정치인이나 생계형 성공학 강사는 예외로 치고 싶지만...


서진 작가는 자신을 생계형 작가라고 말한다.  글을 쓰고, 강연을 다니면서 먹고살고, 돈이 모이면 여행을 다니고, 그 여행은 다시 책이 되고, 글이 되며, 강연꺼리가 된다.  괜찮은 삶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한 구석이 메인 챗바퀴 같은 삶을 사는 나란 사람이 보면 이런 자유는 부럽기 그지없는 삶의 이상향이 아닌가 싶다.


길게 남길만한 감상은 없지만, 하와이에서 살고 싶은 맘이 더 강해졌다.  기껏 두 달간 살다 온 그의 글이고, 현지인도 아니고, 미국인도 아닌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하와이의 모습이지만, 금년 4월에 다녀온 오하우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여기에 가서 정착하려면 우선적으로는 면허를 다시 따야하고 돈도 모아야한다.  게다가 회사를 옮기는 비용과 리스크는 말도 못할만큼 높고, 막상 갔는데, 생계형 변호사가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워 진다거나 이주 후 6개월이면 겪게 된다는 island fever에 걸려 육지를 그리워하게 된다면 이건 큰 문제가 아닌가.  그래도 이제 남은 인생에서 한번 정도 해볼 수 있는 모험의 대상이 기왕이면 하와이로의 이주였으면 한다.  내심 일도 서부시간에 맞춰 하와이 시간 오전 6-2시까지만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운동을 하고, 놀고, 배우고, 책읽고 살면 딱이지 싶다.  특별한 재주는 없지만, 아침형 인간이라서 오히려 오전 일찍 일하는게 훨씬 능률이 높은 나라면 이런 스케줄로 큰 먹거리 걱정없이 살 수 있다면 천국이 따로 없을 것이다.  일단 면허시험공부를 다시 해야 하는데, 그 지겨운 시험공부, 그것도 10년도 넘도록 들여다보지 않은, 아마도 엄청 변했을 과목과 내용을 다시 공부해야 하는 것이 경제적인 또는 professional한 이유보다 더 큰 걸림돌이다.  


이건 더 할 얘기가 없다.  읽는 내내 그의 노마딕한 삶이 부러웠고, 부산 광안리와 하와이, 뉴욕, 그리고 그가 언급한 모든 것들, 모든 곳이 궁금해졌다.  나도 지금부터 준비하면 3-5년 정도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렇게 유유자적할 수 있을까?  일단 나란 인간이 스타크래프트를 해도 심시티를 하면서 안정적으로 플레이하는 것을 선호하는 타입이라서 어느 정도 준비가 필요하다.  리스크와 나는 거리가 먼 사람이기 때문에.  피아노는 중학교 이후로는 멀리 했지만, 다시 배우고 싶은데, 우선은 기타부터 다시 강습을 받고 연습을 해야지 싶다.  하나씩  해나가는 것.  꾸준히 하는 것.  이 두개가 가장 중요하다.  


서진작가는 소설도 몇 권 썼다는데, 난 아직 못 읽어봤고, 그가 쓴 뉴욕서점순례기만 먼저 봤다.  맘에 드는 책.  그런데 절판되어서 그런지 reference가 뜨지 않는다.  그냥 그의 다른 책 몇 권을 save해놨다.


다른 책들은 또 다음에 정리해야지 싶은게, 이번 두 권과 느낌이 너무 다르다.  '포트레이트 인 재즈'와 '칠왕국의 기사'는 곧 다른 페이퍼로 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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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8 06: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8 0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몬스터 2015-07-28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것을 계획하고 계시는군요. 계획을 세우고 , 하나씩 , 꾸준히...화이팅입니다. !!!

transient-guest 2015-07-29 01:4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꿈이라도 꾸는거죠.ㅎㅎ `현세는 꿈, 밤의 꿈이야말로 진실`이라는 란포의 말이 늘 와닿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떠오르는 사자성어.  정황상 실질적으로 살해당했다고 보이는 사람들이 몇 있는데.  이건 타살이지 아무렴.  사람을 죽여 입을 막아버리는 수법은 고전적이지만 매우 효과가 뛰어난 처방이 아닌가.  오늘 뜬 뉴스에 보니 (1) 판독하니 내국인 해킹은 없었고, (2) 모든 것은 죽인 사람의 책임이란다.  해킹 자체가 불법인데, '내국인' 운운하며 물타기 하는 꼬라지도 그렇지만, 만에 하나 추가증거가 나올 경우를 대비한 신의 한수는 '죽은놈'만 탓하는거다.  


뭐 새로운 건 아니고, 유병원때 본 수법을 재탕한 것.  세월호는 아무리봐도 국정원이 유병언의 사업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로 보이는데, 유병언 하나로 끝내버리지 않았나?  부자는 절대로 이런 사건에 자살하지 않는다.  다 빠져나갈 구멍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믿고 만나러 갔다가 죽었고, 보관당하다가 적당한 곳에 버려져 발견(?)된 것이지.


아무튼.  이놈의 살인멸구는 어떻게 된 것이 소설보다 현실에서 더 많이 등장하는 수법이 되어버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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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읽었는데 잊어버리기 전에,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 책 저 책을 기웃거리다가 한꺼번에 몇 권을 읽어내면,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읽은 책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거다.  잠시 앉아서 머릿속을 후비면 조금씩 다시 생각이 나기는 하지만, 페이퍼 형식이 아닌 리뷰로, 읽으면 바로 한 권씩 남겨야 하는건가 싶다.  어제 분명히 뭔가 써보고 싶은게 떠올랐는데, 운전하는 중이라서 적어놓지도 못하고 이제서야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손가락을 통해 뇌를 자극해보고 있는 중이다.  


나이가 들고, 책을 읽으면서 가끔은 나도 내 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소설처럼 전문성과 다년간의 습작이 갖춰져야 하는 경우는 좀 어렵겠지만, 에세이나, 논픽션은 아이디어 구상과 자료조사, 그리고 약간의 글짓기 실력이면 일단 도전은 가능하다고 본다.  또 내 전문분야에서의 책도 한번 써보고 싶은데, 이것도 아주 어렵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  어제 구상한 것은 자료조사가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인터넷과 책을 통하면 하나씩 정리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고전이나 다소 복잡한 책은 모두 가을-겨울로 미루는 듯, 무의식적으로 쉽게 읽히는 책만 잡고 있는 요즘은 편향적인 독서가 조금 걱정된다.  뭘 읽었는지 하나씩 따져봐야지.

예전에 제목으로만 보고 지나친 후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흐린 지금에서야 드디어 읽었다.  '백주의 악마'라는 제목은 꽤 무시무시한데, 난 지금도 이 제목에서는 턱시도를 입은 악마가 바이올린을 켜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근데, 그게 멋지거나 악스러운 우아함과는 거리가 먼 joker와도 같은 기괴함으로 가득하여 등골이 오싹해지는 그런 모습이다.  피를 철철 흘리는 귀신보다는 음산한 사다코 같은게 더 무서운데, 그보다 더 나를 떨게 하는건 joker -배트맨의 Joker가 아닌- 의 얼굴이다. 너무 멀리 있는 존재보다는 그렇게 가까이서 찾을 수 있는 기괴함이 훨씬 더 무섭다.

휴양지에서는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쉽다는 전제를 한다.  세계 곳곳에서 대다수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들이 한 철, 오로지 한 가지 목적으로 모이는 곳이다보니, 그렇게 다수와 함께 잠입하여 휴양객을 가장하고, 타깃을 노리면 범행동기를 찾기 힘들다는 말이다.  이 전제에 충실하게 과연 범인은 희생자의 주변인물이었음이 밝혀지는데, 문제는 이 관련성을 찾아내는 과정이 그리 detail하고 convincing하게 그려지지는 못했다는 사실이다. 어디까지나 연상추리를 하고, 모자라는 fact는 뒷조사를 통해 알아냈음을 인지할 정도가 아닌 이상, 그저 드라마를 즐기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래도 이제 79권에서 25권이 남은 전집 정주행이다.  지금 55권째를 읽고 있다.  최소한 55인 이상의 죽음과 (평균은 그 이상) 사건해결을 witness한 셈이다.


역시 라이트노벨의 한계라고 봐야할까.  스토리가 조금씩 늘어지고 진부해지는 느낌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일본근대문학을 테마로 하여 사건을 구성하고 풀어가는 솜씨는 여전하다.  이 책 덕분에 일본의 근대문학에 대한 새로운 흥미도 갖게 되었으니까, 살짝 고마운 맘도 있고 하니, 앞으로도 계속 읽을 것 같다.  전 권에서 이어지는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토대로 한 이야기 덕분에 몇 가지 더 궁금한 책이 생겨버렸다는 점.  지갑이 가벼워지는 소리가 들린다.



오자와 세이지라는 일본의 유명한 피아노 연주자 겸 지휘가와 무라카미 하루키가 나눈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엮은 대담집.  일단 너무 아는게 없어서 책의 내용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뭔가 클래식 음악에 기초적인 지식과 경험이 좀 필요한데, 최소한 이들이 나누는 주제가 되는 음악이 뭔지는 알아야할 듯.  그간의 투자와 팬덤 덕분에 소소하게 알아본 이름도 좀 있지만, 역시 음악에 대한 이야기의 감성을 그대로 느끼기에는 무리였다.  


문학수 기자의 '클래식'을 읽으면서 이번에 본 두 번째 엮음에서 소개된 음반을 하나씩 구해서 들어보고 있다.  겨우 두 번째 이야기까지 커버하는 분량의 음반을 구했는데, 과연 설명을 보고서 듣는 느낌, 그리고 연주와 구성이 좋다는 악단이나 연주자의 솜씨로 듣는게 렌덤하게 아무런 배경이 없이 들었을 때보다 훨씬 강한 감동을 준다.  좀 크게 틀어놓고 들어보고 싶기도 한데, 이담에 여유가 될 때에는 하루키의 재즈이야기를 중심으로 음반을 구해서 들어봐야겠다.  amazon과 ebay가 있어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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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2015-07-26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 글이 올라와서 냉큼 들어와서 읽고 가요. 늘 transient guest님 글은 기분 좋게 읽어요. 읽고 이해하기 어렵지 않아서 그런 듯 해요. ㅎㅎ 지갑엔 날개가 없으니까 , 자꾸자꾸가벼워져도, 날라가 사라져버리지는 않을 거예요. 많이 (사서 ㅎㅎ ) 읽으시고 , 시간 나시면 글 자주 써 주세요. ㅎㅎ

transient-guest 2015-07-28 01:55   좋아요 0 | URL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책을 자꾸 사들이는 건 조금 병적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이담에 노년의 삶을 위한 투자라고 위로하고 있습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