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부]까지 소세키 전집에서 여섯 권을 읽었다.  그런데, 이 책은 앞서의 다섯 권에서 굳이 비교하면 다른 작품들보다는 [풀베개]에 더 가깝다고 생각된다.  [나는 고양이소로소이다]를 비롯한 다른 작품들은 사회상을 반영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저자의 경험과 주변인물, 그리고 사건을 빗대서 저자가 생각하는 시대상을 그린다면, [갱부]나 [풀베개]는 이들보다는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습작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  아직까지는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게곤'폭포의 자살 모티브는 여기서도 나오고, 가끔씩 조연들의 대화에서도 어느 시절인지를 유추할 수 있는 주제가 나오지만, 그래도 [갱부]는 확실히 보다 더 작은 범위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화자는 도쿄의 괜찮은 집안출신에 분명히 고등교육을 받았거나 수학 중에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어찌하다가 그를 사이에 둔 일종의 삼각관계가 형성이 되었는데, A에겐 관심이 좀 덜하고 B에게 맘이 더 가지만, 집안에서는 B보다는 A에게 더 기우는 와중에서 그의 행동이나 말에서 뭔가 사단이 났고, 꾸지람을 들은 끝에 세상을 등지겠다는 각오로 하이칼라 옷차림에 32전을 들고 탄광촌에 와버렸다.  굳이 갱부가 될 생각도 없이 어쩌다 보니 거간을 따라 기차를 타고 한참 들어간 촌에서 다시 걸어서 산속으로 멀리 들어서있는 광산촌으로 와버렸다.  


처신하는 방법도 모르고, 힘도 그저 그렇고, 순발력도 떨어지는 터라, 기왕 왔으니 한번 해보자라는 식으로 갱부가 되기 위해 하루를 견습삼아 갱부를 돌아다니느라 고생을 하고, 맛없는 밥을 먹고, 자다가는 빈대에 뜯긴다.  주변에서 보면 각이 딱 나오는 터,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듯한 사람은 차비를 주겠다면서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그걸 무시하고 갱부가 되겠다고 굳게 맘을 먹지만, 허무하게도 건강검진에서 떨어져서, 장부정리를 하는 고위직(!)으로 취직이 된다.  그나마 다섯 달 정도를 하고 나와버렸기에 별로 남은 것이 없다는 것이 이 책의 결말이다.  


[게공선] 같은 작품에서 보여주는 깊은 묘사 같은 건 없다.  그저 화자의 눈에 비친 막장촌의 모습과 사람들, 그 모든 것들과의 interaction에서 오는 화자의 생각이 가끔 재미있지만, 딱 거기까지.  어쨌든 일곱 번째 [산시로]를 잡고 있다.


[옛사람이 건넨 네 글자]

정민 선생의 글을 몇 권 앞서 읽은 바 있다.  견해에 있어 그 어조에 있어 내가 동의하거나 공감하는 부분이 있고, 그렇지 못한 점도 있는데, 내 수행이 부족한 것이 큰 이유지만, 어떤 면으로는 정민 선생도 약간의 꼰대 기질을 보이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이건 전적으로 나의 감상평이고, 정민 선생의 character는 실제로 아는 바가 없어 정확하다는 것의 근처에도 못 미치는 느낌이라는 걸 분명히 하고 싶다.


 













네 글자로 나타나는 고사를 풀어주고 세태평을 하고, 간략하게 선생의 말을 하는 것으로 하나씩 정리가 되어있어 읽기에는 부담이 없고 쉽게 눈에 들어오는 좋은 이야기는 큰 plus.  게다가 책읽기나 공부, 인생에 대한 주옥같은 말도 아주 눈에 쏘옥 들어온다.  하지만, 정확히는 두 건의 이야기에서는 선생 또한 연세와 지위, 거기서 바탕되는 자아를 넘지는 못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고사에서 강소-절강 일대의 화훼업자들이 매화를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쳐내고, 꺾고, 매어놓는 것을 미의 기준으로 삼아 주변지역의 매화를 모두 병들게 했다는 이야기가 소개된 후, 공자진이란 사람이 이를 300그루나 사들여 모두 자연스럽게 풀어높고 제멋대로 자라게 하여 치료했다는 것으로 매듭짓는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강의 중에 이를 이야기하고 제자들에게 말한다


"글속의 병든 매화는 바로 너희다. 어려서부터 이것도 안 돼, 저것도 안 돼, 이렇게 하면 좋은 점수 못 받고, 저렇게 하면 좋은 대학 못 가 하면서 이리 꺾이고 저리 비틀리는 동안 본성을 다 잃고 말았다.  어느새 저도 그걸 맵시로 알아 칭찬받을 짓만 하고 취업에 필요한 스펙 쌓느라 바쁘지. 내가 누군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말이야"


이건 언어폭력에 언어도단이 아닌가?  물론 맥락과 강의를 하던 당시의 분위기, 그가 평소에 보여준 모습 등 모든 것을 다 고려하면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책에 이걸 자랑스럽게(?) 쓴다는 건 좀 무리가 있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요즘 이십 대가 고생하는 건, 그들의 탓이 아니고, 그들이 '병든 매화'가 된 것도 그들의 탓이 아니다.  사회가, 정치가, 기업이, 어른이, 주변의 모든 것들이 미쳐야 정상이라고 하는 사회에서는 '병든 매화'가 상등급을 받고 이리저리 제멋대로 다양성을 보여주는 매화는 하급상품으로 취급된다.  그런데 무엇 하나도 이들이 획책했거나 원했던 것은 없다.  그런 이들에게 저만치서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이런 평을 하는 건 좀 그렇다.  정민 선생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이런 말을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다르게 보일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잡은 혐의점(?)을 뒷받침하는 듯한 이야기가 뒤에서 또 나온다.  "내공은 꾸준한 전공의 힘에서 나오지, 넓은 오지랖에서 나오지 않는다.  젊은이들이 스펙 쌓기에 팔려 여기저기 기웃대지 말고 전공의 힘을 먼저 길러야 한다."  이건 개소리다.  현실을 무시했다면 나쁜 것이고, 모른다면 이딴 소리를 할 자격이 의심스럽다.  이런 소리는 시달리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할 소리가 아니라, 박근혜나 기업한테 가서 할 소리다.  선생 소리를 듣는 사람이라면 '내공은 꾸준한 전공의 힘에서 나오는 것이니까, 젊은이들한테 자꾸 스펙 쌓으라고 하지 말고 전공과목공부 열심히 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하시오!'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이 숙련직 같은 신입사원을 원하는 방식으로 사회비용을 지불하려하지 않는 세태에서 젊은이들이 이런 소릴 들어야할 이유는 없다.


지위가 높아지고 명예나 존경을 받는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그러니까 소위 원로라는 사람이 되어가면 갈수록 더 조심하고 더 '역지사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박범신이나 박 뭐시기라는 시인도 그렇고, 교수들도 그렇고 왜 그렇게 여제자나 여자후배들, 주변의 젊은 여자들에게 술시중을 들게 하고, 성추행을 하고, 심지어는 강간 - 그렇다, 성폭행이라고 하지 말아라.  그들이 제자들을 억지로 모텔로 끌고 가는 건 강간이지 성폭행이 아니다 - 하는가.  진보나 보수, 학계, 언론, 정치, 경제 어디서나 잠재적인 rapist들과 sexual assault로 넘치는 것이 21세기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앞서 읽었던 정민 선생의 책에서도 뭔가 조금 불편함이 있었는데, 결국 이런 세대공감능력의 부재 혹은 모자람, 거기에 초연함으로 가장되는, 멀리 떨어져 훈수만 두고 있는 원로의 사회참여 혹은 인식의 부재로 보이는 그런 이유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민 교수 한 사람에게, 책 한 권의 이야기 몇 가지로 심한 소리를 하는 건 조금 무리가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리고 좋은 이야기가 훨씬 더 많았던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맘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글이란 것은 한번 써서 남들이 보면, 그 다음엔 내 것이 아니라고 한다.  내가 아무리 다른 이야기를 하고 해석을 하고 변명을 해도 그건 그대로 그만이고, 남들이 보는 평가나 받는 느낌은 내가 어쩔 도리가 없는 법이다.  그래서 옛부터 사람들은 글을 쓰고 나누는 것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을 것이다.  


정민 교수에 대한, 아니 이 책에 대한 평가를 이렇게 써놓고, 설사 이에 다른 이를 불쾌하게 하고, 욕을 먹더라도 그건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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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0-24 17: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은 완성되고 나서도 수정할 수 있고, 기존에 쓴 글과 전혀 다른 생각을 정리해서 또 다른 글을 쓸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저는 제가 블로그에 쓴 글도 제 것이라 생각하고, 글의 부족한 점은 그대로 받아들이고,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바꾸면 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일을 결정하는 모습에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어요. 후자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글을 고치거나 삭제하는 일은 당연한 거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명예를 지키고 싶은 작가들은 이러한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할 겁니다.

transient-guest 2016-10-25 00:52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근데 뭔가 위치가 높거나 가진 것이 많은, 소위 기득권이 될수록, 또는 나이를 먹을수록 그런 유연함과 멀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번 박범신 작가의 사건도 그렇고, 스승이고자 하는 사람들, 또는 스승으로 사람들이 모시는 사람들 중 많은 분들이 이렇게 자기 자신 안에 갇혀 다른 것을 보지 못하는 일종의 독단과 독선에 빠져있는 걸 보면서, 새삼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영화 이야기라는 폴더는 사실 만들고서 거의 쿠폰을 나누는 용도로 사용했다.  오늘 한가롭게 앉아있다가 내가 사랑하는 명작, 그 안에서도 가장 멋진 장면을 찾아봤다. 



아무리 찾아봐도 저 시절의 잉그리드 버그만처럼 아름답고 기품있는 캐릭터를 보지 못했다.  결혼을 좀 잘했더라면 훨씬 더 오래, 행복하게 커리어를 이어갔을텐데.  


'We will still have Paris"와 "Here's looking at you kid"은 전설로 남은 명대사, 명장면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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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22 0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사블랑카 노래가 바로 떠오르네요..^^.

transient-guest 2016-10-22 09:01   좋아요 0 | URL
네 저는 as time goes by가 떠오릅니다.ㅎㅎ 이 커플의 노래죠..ㅎ

모즈 2018-05-21 15: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this is the beginning of a beautiful friendship!

transient-guest 2018-05-22 00:08   좋아요 0 | URL
마지막의 반전이 정말 명장면이었죠.ㅎㅎ 프로파간다영화로서의 역할도 훌륭히 보여준 듯...ㅎㅎㅎ 반갑습니다.
 

아무래도 건강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  가을을 타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말이지, 내 상태가 이상하다.  내가 책을 보다가 울.었.다.  영화를 보면서 가끔 몰입하다가 감정이입이 되어 그런 때는 있었지만, 그것도 어쩌다가의 일이다.  















한창 이 영화가 화제였던 건 거의 이십 년 전의 일이다.  그땐 어렸기 때문에 사랑은 젊어야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나이 많은 배우들이 나누는 사랑장면, 아니 어쩌면 내용 그 자체, 그러니까, 중년이 넘어간 사람들이 나우는 사랑은, 불륜때문이 아니어도 그저 예쁘지 않아 보였고, 거기에 불륜이라는 요소가 들어가 더더욱 한 점의 아름다움도 볼 수가 없었다.  실제로 난 아직도 이 영화는 못 봤다.


어제부터 소세키를 읽는 것이 조금 지루하기도 하고, 갑작스럽게 궁금하기도 하여 서가를 뒤져 이 책을 찾아냈고, 조금씩 읽어가기 시작했다.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워낙 유명한 장면이 많아서 어느 정도 영화의 장면과 책이 겹쳐지는 부분이 있었고, 나머지는 온전히 나의 상상력으로 만들어가면서 그렇게 한줄씩 읽어나갔다.  


'...그는 자신을 조직체의 숫자만 채우기에 급급한 세상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수컷이라고 보았다...


이야기가 아름답고 애절한 것은 이 둘의 인생이 한 순간 겹쳐졌고, 평생 가져갈 사랑에 빠졌으며, 결국은 함께 떠나지 못했고, 이후 단 한번도 살아있는 동안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마 함께 떠났으면 갑자기 비포선셋의 후기가 되었을 것이다.  심금을 울리는 이유는 그렇게 사랑했음에도 프란체스카는 끝내 로버트와 함께 갈 수 없었고, 그 한 순간의 사랑을 평생의 추억으로 간직했음에 있다.  남편이 죽고 나서 남은 생을 함께 하기를 원했으나 로버트를 찾지 못했고, 프란체스카에게 로버트의 소식이 전해진 것은 로버트가 죽은 뒤의 일이었다.  


로버트와 프란체스카가 마지막으로 서로의 얼굴을 보는 그 장면, 망설이다 끝내 떠나지 못하며 울고 있는 프란체스카, 아마도 그걸 알기 전부터 울고 있었을 로버트, 그 부분에서 나는 그만 정신줄을 놔버린 듯, 울고 말았다.  (확실히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진 듯...)  뒷 이야기는 나중에, 이 기억이 조금 희미해지면 다시 찾아볼 생각이다.














소세키 프로젝트 다섯 권째.  

앞서 '태풍'과 '풀베개'보다는 조금 더 스토리가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아직은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확실하게 보이지는 않고, 역시 각 등장인물이 상징하는 신시대의 인물, 모습, 그리고 구시대에서 신시대로 넘어오는 사람들의 interaction이다.  그런데, 소세키가 말하고자 하는 건 정작 파악되지 않으니 책을 헛읽고 있는 듯.


이제 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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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10-22 0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십년도 더 전에 읽고 아무 감흥도 받지 못했던 것 같은데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지금은 어떨지요.

transient-guest 2016-10-22 06:48   좋아요 0 | URL
흔히들 `메디슨...`은 나이가 들수록, 인생경험이 쌓이면서 다르게 다가온다고 하네요. 저도 그런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10-22 0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비틀쥬스 보고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transient-guest 2016-10-22 06:48   좋아요 0 | URL
ㅎㅎ 어릴 때 본 기억만 가물가물합니다.ㅎㅎ

보물선 2016-10-22 0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딴데선 비밀😊

transient-guest 2016-10-22 06:48   좋아요 0 | URL
맞아요..ㅎ

2016-10-22 07: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2 0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매너나린 2016-10-22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만큼 순수함이 남아 있으셔서 그럴거에요^^
저도 다시 읽어봐야겠네요..

transient-guest 2016-10-22 09:02   좋아요 1 | URL
ㅎㅎ 감사합니다. 이제 나이를 먹고 경험이 늘어서 그런 것 같아요...

cyrus 2016-10-22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감동해서 눈물을 흘린다면 정신이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감정이 메마른 사람은 타인에 대한 연민과 공감을 느끼지 못하고, 눈물을 흘릴 줄 모릅니다.

transient-guest 2016-10-24 10:29   좋아요 0 | URL
그건 그래요.ㅎ 아직은 감성이 좀 살아있나봐요...근데 가끔은 나이값도 못하고 주책이란 생각도 듭니다.ㅎ

2016-10-24 2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5 0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세키 전집 세번째와 네번째를 읽고, 다섯번째를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앞서의 두 권에 대한 줄거리나 느낌이 뭔가 통째로 뇌를 드러낸 것처럼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읽은 흔적이라도 남기려고 간략한 줄거리를 찾아 다시 기억을 살렸지만, 역시 별다른 느낌이 없다.















그저 당시의 사회상, 그 안에서 이리저리 휩쓸리는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만 조금 떠오를 뿐.  '풀베개'에서 화자와 묘한 소문의 그녀의 얽힘이 조금 흥미롭다는 생각, 그리고 '태풍'에서 속물들 틈에서 고군분투하는 도야 선생의 모습이 생각하는 정도.  결과적으로 이 두 작품과의 좀더 깊은 만남은 시간이 더 흐른 뒤에야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소세키 전집을 읽으면서 자꾸만 overlap되는 건 예전에 읽은 '도련님의 시대'라는 만화다.  소세키를 중심으로 메이지 시대의 문인들과 사회의 모습을 그린 건데, 쏠쏠한 수작이다.  아무래도 만화가 소세키를 모티브로 잡았던 것 때문에 그럴 것이다.










끝으로 방금 점심시간에 읽은 작고 귀여운 책.


내용의 반 정도는 몇 개의 특이한 독립서점의 소개.  가수 요조가 얼마 전에 열어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고, 더러는 빈정거리고 있는 책방 무사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반의 반 정도는 엽서와 서점의 선전글, 남은 반의 반은 서점에서 추천하는 책 이야기.  


남들이야 뭐라던,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건 좋다. 누구한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능력껏 서점을 일구고, 다른 일도 하면서 그렇게 사는 모습이 좋다.  가수는 서점을 내면 안된다는 법도 없고, 꼭 서점으로 먹고 살지 못해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는데, 왜들 그리 말이 많은건지.  요조의 노래는 내 취향이 아니지만, 그렇게 누구든지 뜻하는 바에 따라 열심히 살아가는 건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자 영화의 한 장면이 된다.  


혹시 아나?  지금의 이런 내 모습도 그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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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6-10-20 0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쓰메 소세키, 시작해 볼까요?

이런 책이 알라딘에서 전자책으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같이 읽어 보세요~ ^^

transient-guest 2016-10-21 05:45   좋아요 1 | URL
뷰어설치하고 구매형식으로 처리했는데, 파일다운로드는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서 지금 찾아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ㅎ

雨香 2016-10-21 11:17   좋아요 0 | URL
앗 ^^ 감사합니다. ^^
올해가 지나기 전 소세키에 도전해볼 생각인데, 감사합니다.

붉은돼지 2016-10-20 1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도련님의 시대가 만화책이었군요. ^^;;;

transient-guest 2016-10-21 05:45   좋아요 1 | URL
네. 잔잔하지만 상당히 재미있게 봤습니다.

雨香 2016-10-21 11:19   좋아요 0 | URL
고독한 미식가의 만화가 지로의 작품인데, 평이 좋더군요.(저는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같은 만화가의 `열네살`이라는 만화 역시 잔잔하고 좋습니다. 도련님의 시대는 소세키 도전때 읽어보겠습니다.

transient-guest 2016-10-22 02:43   좋아요 1 | URL
같은 만화가/원작자 모두 작품이 좋습니다. 아버지의 가방, 개를 키우다, 등등..다 괜찮은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작화는 다소 촌스럽(?)지만 이게 또 무척 리얼해서 그 시대에 딱 맞아 아주 그만입니다.

cyrus 2016-10-20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멋진 도전을 하시는군요. 애거서 크리스트 전집 완독을 성공하셨으니 소세키 전집 완독 달성이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

transient-guest 2016-10-21 05:47   좋아요 0 | URL
애거서 크리스티는 워낙 방대해서 오래 걸렸지만, 소세키는 지금 5권까지 읽었으니 금방 끝날 듯 합니다.ㅎㅎ `우미인초`는 조금 더 내용이 잘 들어오네요.
 

주말에 SF에 업무차 출장온 친구를 만나 잠깐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수요일의 오후로 들어서고 있다.  일은 적절히 페이스를 다시 되찾아 하나씩 마무리하고 있다.  11월까지만 이렇게 바쁘게 보내면 그럭저럭 연말의 마무리 수순을 밟게 될 듯.  지금 한국측에서의 일진행이 많이 막혀 있어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있는데, 아마 대선이 힐러리의 승리로 끝나면 조금씩 해결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요 근래들어 맘이 먹먹할 때가 있어, 이런 저런 노래를 찾아 한 개씩 구매해서 아이폰에 다운받아 듣는다.  한껏 웅심을 불러일으킬 신나는 노래도 있고, 애절한 발라드도 있고, 평균 $1정도 하는데 이것도 하다보니 이틀 사이에 벌써 7곡을 샀다.  은근히 중독성도 있는데, 무엇보다 어떤 마음이 드는 시점에 교묘하게 파고들어, 구매를 부추기는 점이 그 편리함만큼이나 신기하다.


지금와서 잠깐 로스쿨시절을 돌아오면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씩 이루어가고 있는 것 같다. 큰 부자는 모르겠지만, 잘 벌고, 일은 조금 적게 하고, 건강히, 내 눈안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챙길 수 있는 수준의, 그런 규모의 벌이를 꿈꿨었는데, 문득 생각하니, 어느 정도 그 길에 들어서고 있는 것 같다.  여기서 조금만 더 자리를 잡으면 지금, 내 한 몸, 한 unit이 편하게 살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수 있고, 거기까지 가는 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달려들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 외엔 달리 내가 생각했던 그런 삶을 살고 있지 않은 것 같아, 요즘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다.  이런 생각은 가끔씩 이유없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우연한 계기로 인해 구체화되기도 한다.  사춘기없이 십대를 넘겼다고 주위의 어른들이 말하는데, 어쩌면 늦게 사춘기가 오려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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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10-20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람이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대로 결국은 살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자신이 생각하는 모습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그와 비슷해지는거죠. 사람은 자기가 살고싶은대로 순간순간의 선택을 하니까요. 그래서 결국 최종적으로 내가 선택한 길로 걸어온, 내가 바랐던 모습이 되는거죠.

저는 원대한 목표같은 게 있진 않았어요. 그렇지만 살면서 이러이러한 것들을 꼭 이루고 싶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하고 있더라고요. 바라는 모습대로 살게 되는 것 같아요.

좋은 글이네요, 덕분에 제가 바랐던 것들도 생각했어요.

transient-guest 2016-10-21 05:48   좋아요 0 | URL
제 상태가 지금 인생에서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건지는 모르지만 - 공부도 처음에 일도 쉽지 않았으니까요 - 많이 혼란스럽고, 이대로 살아야 하나, 아니면 뭔가 다 바꿔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이런 글이 나오네요. 두고 보면 알겠죠.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