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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 빨간책방에서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
이동진.김중혁 지음 / 예담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2011년, 많은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는 꼼수다'로 팟캐스트에 입문했던 나는 어느새 16개의 팟캐스트 방송을 정기구독하는 애청자가 되어버렸다. '나는 꼼수다' 다음으로 우연히 접한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을 듣게 되면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찾다가 알게된 '빨간 책방'은 창비의 '라디오 책다방'과 함께 내가 즐겨 듣는 책 이야기 방송인데, 한참은 다른 방송도 함께 들었지만, 어떤 방송은 그냥 중간에 소리소문도 이유도 없이 끊어지고, 어떤 방송은 특유의 지겨운 내용과 구성 때문에 듣다말다를 반복하지만, 이동진/김중혁 콤비와 김두식/황정은 콤비의 두 방송은 가끔은 다시 들을 만큼 좋아하고 있다.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은 '빨간 책방'에서 그간 다루어진 책에 대한 이야기 일부에서 다른 군더더기를 덜어낸 후 이동진과 김중혁의 책 이야기를 그대로 적어낸 기록이다. 기실 이것은 전혀 새로운 내용이라고 할 것은 없고, 팬들을 위한 일종의 헌정출판 또는 자신들의 기록을 남기기 위한 엮음이 아닌가 생각될 만큼, 방송에서 이야기한 것을 그대로 다시 활자화한 책이다. 그러니까, 적어도 내가 볼 때에는 새로운 이야기나, 책을 엮는 과정에서 더해진 것이 거의 없는 책인데, 덕분에 알찬 구성과 각 챕터마다 나오는 이동진과 김중혁이 각각 꼽은 최고의 문장 같은 것에도 불구하고 살짝 지겨운 느낌은 도저히 피해갈 수 없었다.
그래도 애청자이니까, 그 잔잔한 이동진 기자의 목소리를 떠올리면서 한 페이지씩 읽다가 맘에 드는 문장에 밑줄을 치고, 다시 음미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에 책을 잘못 샀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김중혁 작가도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자신만의 색깔과 문장이 있지만, 이동진 기자의 정리를 듣다보면 평론가 특유의 정리능력과 포인트는 정말 끝내준다. 가끔 자조적으로 '견강부회'적인 면이 없지 않다고 하지만, 그리고 언제나 공정을 기하기 위해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단서를 달아서 앞서 문장에서의 칭찬이나 비판에 대한 조화를 맞추지만 이런 능력은 책을 많이 읽고 이에 대해 생각하고 정리해본, 그리고 글을 많이 써본 사람이 아니고서는 보여줄 수 없는 깊은 시간속의 고련이 가져다 준다고 생각하기에 그의 말은 언제나 한번 듣고, 또 보고, 음마하게 된다.
김중혁 작가도 연식이 꽤 되었는데, 이동진 기자에게 '선배'라고 하는 것을 보면서 나이가 많구나 하는 생각은 했지만, 이분 이동진 기자+DJ+칼럼니스트+평론가는 의외로 매우 지긋한 연배로써 거의 반세기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점에 놀랐는데, 그의 나이에 놀랐다기 보다는 그 나이에 비해 굉장히 열린 세계관과 철학에 놀랐음이다. 오랜 기간 대중에게 읽히거나 보여지는 글을 써오고, 방송에 출연한 사람답게 물론 날을 잔뜩 세운 재야의 outsider의 면모보다는 깔끔하게 정리되고, 점잖지만, 할 말은 다하는 그런 점에서는 더욱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된다.
금년에는 구매를 많이 자제하고 쌓아놓은 책들부터 한 권씩 읽어나가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 두 번의 알라딘 구매가 있었다. 한 달에 한번 정도를 생각하고 있는데, 1월에 두 건의 구매를 진행한 덕분에 2월 내내 장바구니에 책을 담았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했다. 그 와중에 아쉽게도 운좋게 건질뻔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초기 에세이 모음집을 날려버린 것은 아깝기 그지 없지만, 그래도 다음 주까지만 버티면 다시 계획에 맞춰 구매를 진행할 수 있는 정상궤도에 올라오게 된다.
작년에 세운 목표는 딱 반타작이 되어버렸는데, 금년의 10대목표는 몇 개나 이룰 수 있을까? 그래도 이런 목표세우기 연습을 시작할 때보다는 상당히 현실적이고 실행이 가능한 것들로 한 해의 계획을 세우는 솜씨가 생겼는데, 역시 그래도 반타작을 조금만 넘을 수 있다면 꽤 성공하는 셈이다.
빨리 다음 책으로 또 넘어가야겠다. 물론 여전히 한번에 여러 권의 책을 조금씩 읽고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