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마지막 주, 이곳의 기준으로는 여름의 마지막이 지나가고 있다.  12월 말에서 1월로 넘어가면서 헤롱거리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4-4분기로 들어서는 문턱까지 왔다.  새삼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가는구나 싶다.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 삶의 무게를 조금만 가볍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 이런 저런 고민을 한다.  나만 그렇게 살겠냐만, 언제나 삶의 기준도 문제도 모두 나를 중심에 두고 생각할 수밖에 없으니 남이 사는 모습은 참고가 될 수는 있어도 기준이 되거나 직접적인 도움이 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업무때문에 최근 스트레스 지수가 확 올라가는 일을 겪었다.  내 잘못도 아니고, 고객의 잘못도 아닌, 순수하게 기관의 잘못으로 일이 좀 꼬였는데, 말이 그렇지 고객 입장에서는 일단 최종적인 결과가 나쁘게 나오게 되면 당연히 내 탓을 할 수 밖에 없다.  일이란게 그렇다.  이걸 어떻게 긍정적으로 풀어갈 수 있을지 매일 고민을 한다.  약간의 유동성을 발휘하고 발상을 전환할 경우 일단 최악의 경우는 피할 수 있는데, 신뢰회복이 관건이다.  자기 사무실 4년차 처음 겪는 일이다.  항상 고객의 이익을 앞세워 결정을 하는데, 앞으로는 문제가 생길 경우에 대비한 메뉴얼 대로의 진행으로만 가야만 할 수도 있겠다.  이번 경우도 그냥 내버려 두었을 경우 고객에게는 피해가 발생했을 수도 있지만, 내 책임은 전혀 없고, 일이 모 아니면 도의 경우로 풀렸을 것이기에 지금처럼 머리가 아프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떤 것이 옳은 방향일까?


바쁜 와중이지만, 평일 저녁 때 밥을 먹고 TV앞에 널부러지는 시간을 줄이고 책을 들고 서점으로 가서 커피를 마시면서 2시간 정도 책을 읽었다.  2-3일 정도를 그렇게 했더니 책읽기가 다시 수월해지는 것을 느낀다.  재미도 그렇고, 오랫만에 신선하게 하루를 마감하는 보람이 있다.  이번 주에도 다시 그렇게 해볼 생각이다.  


다자이 오사무의 계열에 속하는 '무뢰파'작가인 다나카 히데미쓰의 작품 두 개를 모은 책이다.  작은 문고판처럼 생긴 구성과 기획이 참신한데, 꽤 오래전에 출판되어 상당수가 이미 절판된 상태이다.  사진속의 작가를 보면 참 잘생긴 얼굴이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 소설에서 다뤄진 이런 저런 인물들의 면면을 다 갖추고 있을 것이다.  36세로 다자이 오사무의 묘 앞세서 자살했다는데, 그 시절 문인들의 깊은 작품/장르와의 동화, 치열한 문학의 삶이 보인다.  자기가 쓰는 작품이나 깊이 들어간 장르와 자신과 자신의 삶의 동화를 막을 길이 없었을만큼 이미 깊은 일체를 이룬 것일까?  이것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취한 배'에서의 무대가 일제강점기의 경성인지라 일본작가의 눈으로 본 식민지 조선과 식민지의 문인들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볼 수 있는 점도 이 작품이 주는 재미라고 하겠다.  다자이 오사무는 가끔 나에겐 너무 난해할 때가 있는데, 다나카 히데미쓰의 작품 - 친근하게 말하지만 이 시리즈를 통해 처음으로 접한 작가이다 - 은 무엇보다 쉽고 간결하게 읽힌다.  마치 세련되고 좀더 단순화된 다자이 오사무?  시대상을 보는데 큰 도움이 되는 작품이다.


예전에 읽은 기억이 있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고.  일단 목록에 들어있지는 않기 때문에 아마 실제로 읽은 책은 아닐 것이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거의 대부분의 책이 절판상태이기 때문에, 아무리 흥미를 갖는다고 해도, 내 손에 들어올지는 의문이다.  몇 권 각별하게 관심이 가는 책도 있는데, 이런 책을 얻을 방법은 없고, 한 권인가 두 권인가는 나도 갖고 있는 책인데, 그렇게 귀하게 취급될 수도 있다는건 처음으로 알았다.  


비싼 고서나 First Edition을 수집하는 것이 과연 책의 본질적인 목적인 읽힘에 대한 것일까에 대한 논란이 있다.  내 개인적으로 책을 읽는 목적이 없이 순전히 수집을 위해 사들이는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지만, 그것도 책을 소비하는 하나의 형태로써, 나름대로 출판업계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가격이 너무 높게 오르는건 하지만 고운 시선으로는 볼 수가 없다. 


읽는 내내 저자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내가 즐겨찾는 서재의 주인장과 많이 닮은 듯한 스토리 때문인데, 과연 진실은 어디에? 


때때로 난 사람과 사람의 관계보다 동물과 사람의 관계에서 진정으로 깊은 영혼의 교류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실재하는 관계이든, 사람이 느끼는 것을 믿는 것이든.  순전히 상대적인 것일수도 있고, 착각일 수도 있지만, 일단 소통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그리고 생물학적인 차이 때문에 생기는 몇 가지 어려움을 넘고, 한계를 인정하고 나면 그때에는 사람-동물의 교류의 깊이와 정은 사람-사람의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거기에 나와 다르게 생긴 존재이고 다른 종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관계에 대한 흥미진진함은 정말이지 연애초기보다도 더 낫다는 생각을 한다.  


마크 롤랜즈는 우연한 기회에 늑대새끼를 입양하여 늑대로 키웠고, 늑대를 보내기까지 11년 동안의 삶을 함께 나누었다.  사람을 멀리하는 성향도 있었다고 하는데, 초기의 호쾌한 학교생활과 럭비선수생활을 보면 누구나 어떤 계기로 동물과 함께 하면서, 동물의 편의와 동물과 함께 살기 위한 방편으로의 고립적인 삶을 택하다보면 기질과는 무관하게 이렇게 될 수도 있겠다.  사진을 많이 보고 싶었는데, 이 책은 동물을 키운 이야기를 빙자한 사진첩이 아니기 때문에 브레닌 the wolf의 사진은 저자가 목을 끌어안고 찍은 웃는 모습 하나뿐이다.  하지만, 이 하나의 사진에서 동물을 아는 사람이라면, 활짝 웃는 늑대의 얼굴에서 브레닌이 마크 롤랜즈와 함께 한 삶이 얼마나 그에게 큰 행복이었는지 알 수 있다.


동물을 키우면서 그를 통해 인간 본연의 모습을 떠올리고, 관계를 정립하면서 늑대라는 브레닌의 한계를 인정하고 '참아내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받아들임'을 통해 함께 11년을 보낸 저자의 경험은 쉽게 흉내낼 수 있는 삶이 아니기에 더욱 이 책에서 다뤄지는 성찰은 소중하다.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초기에 다룬 책인데 이제서야 내 손에 들어왔다.  한국에 살았더라면 많은 한계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책은 참 많이 사들여 읽었을 것이란 생각을 자주 하는데, 좋은 책과의 매우늦은 만남은 늘 그런 생각이 드는 계기가 된다.


이영도 = 한국형 판타지의 시조라고까지 볼 수 있다는게 내 의견이다.  비록 '드래곤 라자'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시절에도 이미 이곳에서 서구의 판타지를 접한 내 눈에는 '모사'보다는 '모조'에 가깝다는 생각도 많이 했고, PC통신의 어투를 벗어나지 못한 유치함도 많이 느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시도의 의미가 퇴색되지는 않는다.  


이 책은 드래곤 라자의 시대로부터 아주 많은 시간이 흐린 뒤의 이야기인데, 단권의 작품이 주는 공간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이야기를 보여준다.  또 그간의 세월이 작가를 더욱 좋은 글쟁이로 만들어주었음을 느끼게 한 세련된 묘사도 더욱 반갑게 책을 읽어나가게 했다.  판타지적인 요소 외에도 약간의 SF적인 요소를 보았다면 '그림자 지우기'를 사용한 댓가로 일어난 연쇄적인 사건의 재림과 재구성에서 약간은 Time Paradox적인 요소를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책의 장정이 맘에 드는데, '드래곤 라자'도 나중에 기회가 되면 더 멋지게 제본되어 다시 나온 것을 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늘 가다가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고, 기어가고, 굴러가고, 잠깐 주저앉아서 망연자실 앉아 있다가 또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일어나서 걷고, 뛰고...인생은 과정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는데, 결말은 내가 죽어야 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미 많은 것을 이룬 소위 '성공한 인생'을 사는 top 1%, 아닌 top 10%가 생각하는 인생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그렇게 끊임없이 걸어가는 그 자체가 사는 것이라면, 계속 걸어가는 한, 진퇴를 반복하더라도 실패한 삶은 아닐 것이다.  다만 그 여정이 희망고문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맘 뿐이다.  나머지는 어떤 선택이든 최선을 다하고 부지런하게 살면 된다.  그렇게 나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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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08-25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된 새책>, <수집의 즐거움> 등 쓰신 박균호 님은 얼마 전부터 알라딘에 잡식성 책장이란 닉으로 글을 좀 올리시다가 요즘은 조금 조용하신 것 같아요^^

transient-guest 2015-08-26 03:08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잘은 몰라도 글이나 사연이 조금 낯이 익더라구요.ㅎ

아무개 2015-08-25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수년전에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선물 받았던 적이 있어요.
다 읽고 나서
`뭐지? 이런 책을 선물로?`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네요.

<철학자와 늑대>는 도서관에 있네요.
대출하러 가야겠어요. ^^

transient-guest 2015-08-26 03:09   좋아요 0 | URL
무뢰파 계열의 글을 많이 읽어본건 아니지만, 난해해요. ㅎㅎ

몬스터 2015-08-25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아..그간 좀 ( 쫌 ㅎㅎ ) 이 아니라 많이 읽으셨네요. 대부분의 인간들은 자기 입장과 자리를 먼저 생각하는 이기적인 존재인듯 합니다. 길게 맥락을 따라가는 사람들은 많이 없는 듯 해요. ( 저도 물론 lol )
어떤 선택이든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말 동의해요. 맞고 틀리고를 판단할 필요가 없는 경우도 많고.

transient-guest 2015-08-26 03:10   좋아요 0 | URL
인간이라는 종의 한계일수도 있겠어요.ㅎ 쉽지는 않네요..ㅎㅎ 일단 개인의 인생은 최선을 다하는 것에서 의미를 찾지만, 이게 일이라면, 과정보다 결과에 무게를 둘 수 밖에 없으니까요..ㅎ 어려워요.

cyrus 2015-08-25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붉은돼지님 말씀대로 guest님이 ‘잡식성책장’님의 글을 박균호 님의 글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박균호 님이 알라딘 서재 블로그에 책의 내용 일부를 인용해서 올린 적이 있었거든요. 두 사람 다 동일 인물입니다. ^^

transient-guest 2015-08-26 03:10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ㅎ
 

강박관념을 갖고 일년에 몇 권을 꼭 읽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평균적인 수명과, 대략의 책읽는 속도를 계산해보면 읽고 싶은 책은 많은데 비해서 주어진 시간은 턱없이 짧다.  비단 나만 그런 생각을 하고 살지는 않을 것이니, 이것은 책 뿐만 아니라, 무엇인가를 좋아하는 사람, 아니 수명이 정해진 모든 존재의 고민일 것이다.  어쨌든, 책을 덜 읽게 되는 시기에는 아무래도 고민이 생기는데, 어떻게하든 다시 책읽는 재미에 불을 붙이고 활활 태우려는 것.  특별한 방법이라기 보다는 쉬운 책을 여러 권 읽거나 만화를 보면서 시진해진 책읽기에 대한 흥미를 깨우는 것은 늘 반복되는 하나의 패턴에 가깝다.  


이래저래 오늘까지 그래도 몇 권 재미있는 책을 읽을 수 있었는데, 말복더위가 갑자기 찾아온 어제, 시원하고 넓은데다가 카페까지 있어 비오는 날이나 더운 날에는 대박이 나는 근처 대형서점에 간신히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덕분이다.  어딜 가도 더웠는데, 그나마 에어컨 빵빵한 공간하고도 책으로 둘러싸인 곳에 앉아서 시원한 모카 frap한 잔을 최대한 아껴먹으면서 몇 시간 동안 읽은 책, 그리고 주말에 운동하면서 읽은 책이랑 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소 도발적인 제목으로 눈길을 끄는 것은 확실히 성공했다.  여기에 있는 나란 사람까지도 이 책을 보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책은 역시 내용이 좋아야 하는데, 굳이 이야기 하자면 내용면에서는 아무래도 조금 약한 느낌을 받았다.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하는 3인의 독서편력을 이야기하는데, 뭔가 진부함도 있고, 뭐랄까, 기획서적의 향취가 폴폴 난다고 해야하나?  이건 물론 내 주관적인 느낌이지만, 재미와 참신한 기획의도/제목과는 달리 아무튼 '장정일의 공부'나 내가 읽어온 그간의 다른 후기 모음집과 비교할 때에는 다소 모자란 수준이었다.  그저 이들과 나의 세대가 비슷함을 여러 번 느끼면서, 이에 따른 추억에 잠깐 즐겁기도 했고, 내가 모르는 책과 작가도 몇 소개 받을 수 있었으니까, 게다가 이젠 읽고 싶지 않는, 책 이야기를 가장한 협박이나 자기계발서적이 아니었으니까, 그리 나쁘지 않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이제 제껴두려고 노력한다.  매사 한 문장마다 심오한 내용이 있는지, 배경이나 행간을 잡으려는 시도도 당분간은 하지 않으련다.  그저 소설로, 이야기로 재미있게, 아니면 감동을 주는지, 거기에 대한 내 느낌은, 반응은 무엇인지를 고민해보기로 했다.  


가족을 떠나와 죽음을 맞은 한 사내의 회광반조와도 같은 영혼의 귀환.  이를 통해서 나오는 가족 개개인의 삶의 모습을 절절하게 담았다는 생각을 했다.  일본에서는 유독 그리 꺼리지 않는 근친상간의 모티브, 여동생이 낳은 아기는 누구의 자식인가를 궁금해하다가, 나중에 화자의 것은 아니라는 친절한(?) 안내에 잠깐 맥이 풀리기도 했고, 장남으로 태어나서, 장남을 길러지고, 장남으로 결혼해서, 장남으로 살아온 사람이 인생의 반절 정도는 살아진 듯한 시점에서 남은 삶을 어떤 자세로 살게 될런지 생각해보기도 했다. 물로 시작해서 물로 끝나는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기 보다는 향촌의 물, 강은 가족의 시작이자 가족을 살아도 죽어도 하나로 묶어놓는, 그들만이 공유하는 무엇인 듯 싶은데, 그 정도에서 사고는 이미 멈췄다.  


집이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정의가 있겠지만, 난 집이란, 어느 위치에서든, 어떤 곳에서든, 흩어진 가족 구성원을 한데 모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님의 집이 될 수도 있고, 형제의 집이 될 수도 있다.  그저 항상 열려 있다면 그 집은 가족이 모일 수 있는 곳이 되고, 재충전할 수 있는 곳이 된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지만, 간혹 여러 형제가 필요에 의해 한 집에 모여사는 경우를 보는데, 따뜻하고 멋지다는, 그리고 무엇보다 부럽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님이 살고 계신 집의 옆 건너, 큰 집에 그렇게 세 형제가 각각의 가족과 함께 한데 모여사는 폴란드계 이민자의 집이 그야말로  아닌가 싶다.  


시작은 좀 지루하였다. 같은 작가의 '발자크...'는 워낙 흥미진진하게 읽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 풍의 긴박감있고, 추억담이 넘치는 이야기를 기대했기 때문일까.  이번에도 역시 깊은 의미를 찾을 생각은 애초당시 하지 않고, 그저 이야기를 즐기면서 읽었다.  어떻게 보면 다소 낮은 차원의 읽기가 나의 현 수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면서, 조금 우울해지기는 하지만, 어쨌든 책읽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점은 무시할 수가 없다.  


프로이드의 수제자를 자처하며, 자신이 중국최고의 심리분석가임을 자부하는 뮈오 박사가 겪는 좌충우돌의 모든 이야기들이 결국에는 감방에 있는 자신의 애인(?)을 석방시키기 위해 실권자인 디 판사에게 바칠 처녀를 구하러 다니면서 일어나는 일이라니!  게다가 겨우 아주 어렵게 손에 넣은 처녀 아줌마에게 자신의 동정을 잃고마는, 그러다가 다시 처녀를 구하고, 이런 저런 일 끝에 잃고, 이제는 모든 희망을 버린 뮈오 박사가 마지막 페이지에서 외치는 절박한 질문이란!  


심볼리즘에 대한 성찰을 모두 포기하면서 얻은 것은 좀더 쉽게 다가가지는 책읽기의 재미.  주변에 좀 진지하게 같이 책을 읽고 즐겁게 이야기할 그룹이 있었으면 좋겠다만, 요즘 미국에서는 이런 book club에 가입하는 남자는 모두 게이 취급을 받을 뿐더러 많이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서.  


붉은돼지님의 이스탄불 방문을 보고 나서 문득 priceline으로 찾아보니 12월 초의 이스탄불은 약 일주일 정도를 1000불에 비행기표와 호텔값까지 모두 하여 다녀올 수 있다.  말도 안되는 휴가를 이때 저질러 버릴지 고민이다.  전화는 누가 받을 것이며 그때까지 끝내지 못하는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을 아니할 수 없는 것이 내 현실일진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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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08-18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비행기표와 호텔까지 일주일에 1000불이라니....당장 지르세요 ㅎㅎㅎㅎㅎ!

transient-guest 2015-08-19 02:07   좋아요 0 | URL
고민중입니다. 근데 날씨가 썩 좋지는 않다고 하네요 12월에는..ㅎ 오가는 시간을 빼면 한 4-5일 정도밖에 안되어서 더더욱..고민입니다.

몬스터 2015-08-20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주 생각하지만 , 적게 일하고 더 많이 놀면 , 모두들 더 행복할 듯 해요 ( 아닌 분들도 있으려나 ?) 처녀 아줌마라...( 가능한가요 ? ㅎㅎㅎㅎ ) 곧 주말입니다. ㅎㅎㅎㅎ

transient-guest 2015-08-21 03:1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일이 행복인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그 반작용으로 물건을 사들이는 경우도 많죠..ㅎㅎ 처녀아줌마라는게 있더라구요 소설의 구성으로는 말이 되는.. 주말은 언제나 굿 입니다.ㅎ
 

지난 7월초부터 8월초까지 엄청난 양의 책을 주문하였다.  가능하면 모든 혜택을 받기 위해서 $200넘게, 그리고 4주배송을 옵션으로 선택해서 추가 D/C를 받는 경로를 선택했다.  이렇게 하면 한 주문당 약 15권 안팎의 책을 받게 되고, $20쿠폰과 10%정도의 D/C를 받게 되니까, 무료배송까지 하면 약 $20+세금을 절약하는 셈이다.  


비록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4주배송은 평균적인 속도로써, 배로 보내면 보통 30일 이내에는 소포를 받게 된다.  이 옵션을 시작하던 초기에는 큰 문제가 없었는데, 작년부터인가, 금년부터인가, 점점 4주배송이 5-7주배송으로 바뀌고 있다.  주기적으로 문제가 생길 때마다 문의를 하면, 두루뭉실하게 이런 저런 이유로 배송이 늦어진다, 죄송하다가 받게 되는 답이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게다가 지분구조나 유통구조가 어떻게 되어있는지는 몰라도 알라딘 본사의 이미지를 보고 거래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내용은 알라딘 US를 통해서 찾게 되는 것 같다. 


이 과정에서 결국 무슨 문제인지도 모르지만, 7월 7일, 9일, 15일, 16일 경에 주문한 상품들이 모두 현 시점까지 도달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어쩌다 있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이렇게 주기적으로 매우 자주 발생하는 것이라면 알라딘 본사나 US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찌질한 고객이 되고 싶지는 않지만, 이런 경우라면 감정상 약간의 보상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된다.  아무런 이야기 없이 그저 죄송하다는 답변만으로는 적절한 대응이 되지 않는다. 최소한 이유라도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다못해 유치원에서도 잘못을 하면 혼이 나는데, 회사는 이런 식으로만 대응하면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PS 결국 내가 받은 답변은 늦어서 늦어지는 것이다.  미안하다. 기다려달라는 것이다.  알라딘에도 박근혜어법 바이러스가 퍼진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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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8-18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번역기도 필요한가 봅니다

transient-guest 2015-08-18 07:0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여러 차례 느꼈지만, 답변도 그렇고 무책임한 대응에 기분이 상하네요.ㅎ

아무개 2015-08-18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알라딘 굿즈 만드느라 바빠서 정신들이 없나 봅니다...

transient-guest 2015-08-19 02:08   좋아요 0 | URL
그런가봐요. 아마도 이 포스팅 때문인지 오늘 다시 알람이 떴는데 통관이 늦어진다고 합니다만, 애시당초 그랬으면 4주가 지난 시점에 업데이트 해주었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알라딘 본사와 알라딘 US 사이의 업무공조도 좀 이슈가 있는 듯 합니다.

cyrus 2015-08-19 0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근혜어법 바이러스가 메르스보다 더 무섭군요. ㅎㅎㅎ

transient-guest 2015-08-19 02:08   좋아요 0 | URL
그럼요. 아주 카리스마가 짱짱합니다.ㅎㅎ

알라딘고객센터 2015-08-20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용하시는데 불편드린 점 정중히 사과 말씀드립니다. 알라딘을 믿고 구매하셨는데, 물론 변명일줄은 압니다만, 송구하오나 주문해주신 상품 현지도착 및 배송 지연 상황에 대해 저희도 뒤늦게서야 전달받아 부득이하게 좀더 일찍 안내 드리지 못한 점 조심스럽게 양해 말씀드립니다.
며칠 전 미국 현지 도착 상황이나 화물 container에 대한 X-Ray Exam. 등 통관 검사가 예정보다 지연되고 있다고 합니다. 현지에서의 통관시 문제로 인한 일정은 저희가 사전에 확인하기 어려운부분이고, 현지 통관은 저희가 개입할수가 없는 부분이다 보니 일정에 차질 드리게 된 점 다시한번 조심스럽게 양해 말씀드립니다. LA점 도착되는 즉시 바로 준비해서 보내드릴 예정이오니 번거롭더라도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더 노력하는 모습 보여 드리겠습니다. 이후 이용중 불편사항은 고객센터 1대1상담 이용해 신고해주시면 신속히 해결해드리겠습니다. 편안한 시간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2015-08-21 0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일본군에 복무하던 놈이 대통령이 되었고, 그 딸이 지금 대통령 자리를 찬탈한 것처럼 그렇게 친일파의 부귀영화도 대를 이어 세습되고 있다.  해방 후에는 친일파가 득세하고, 지금은 친일파의 자식놈들이 정계, 재계, 언론계, 학계에 두루두루 퍼질러 앉아 권력을 나눠갖고 있는 나라에서 이 미친 여자가 석좌교수에 KBS이사장에, 온갖 명예직을 둘러차는 것이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다만, 최소한의 양심이랄까, 염치랄까. 좀 있으면 안되겠냐?


1945년 8월 15일이 광복절이 아니라는 해괴한 똥을 입으로 싸질러대는 당신이나 영화 '암살'을 보다가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는 친일파 아들내미 김무성이나...


친일파들이 반공세력으로 신분을 세탁했던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친일파의 자식놈들은 이들의 친일행각을 숫제 독립운동으로 둔갑시키고 있다는 것에 새삼 등골이 오싹하다.  내가 이 미친여자의 나이가 되었을 즈음의 한국은 어떤 나라가 되어 있을까?  아니, 한국이라는 나라가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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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는재로 2015-08-14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그저 웃지요

transient-guest 2015-08-15 02:04   좋아요 0 | URL
화를 내면 사실 저도 기분이 나빠지거든요. 마음속으로 삭이려고 하는데, 이런 기사를 접하면 확 끓어요..

몬스터 2015-08-14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이 광복절이네요. 물리적으로 멀리 살아서 그런지 한국에 관한 이런저런 일들 , 일어났고 , 일어나고 있는 여러 일들이 크게 실감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태어나고 자란 나라인데 , 몸이 멀어지니 , 마음도 덩달아 멀어지는 건지. 관심이 가는 여러 일들을 찾아보기는 하는데 , 아무래도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transient-guest 2015-08-15 02:0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제가 이렇게 하는것도 큰 영향이 있나요 뭐. 더구나 외국에서 살면서 실질적으로 한국이란 나라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어요. 그래도 꾸준히 읽고 깨어있으려고 노력합니다.
 

8월이 시작되고서 13일이 지난 오늘까지 딱 두 권의 책을 완독했다.  깊은 독서를 했거나 그랬던 것은 아니고, 물론 다른 읽고 있는 책이 몇 권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나의 보통때의 책에 대한 식탐-식욕을 생각하면 거의 굶었다고 표현해야 마땅하다.  바쁜 때라면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도 지나가겠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보통의 스케줄과 보통의 삶에서 이렇게 된 경우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밥도 그렇지만, 그런데, 머리가 복잡하거나 어떤 이유로든 식욕이 나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런 때에는 아무리 맛난 음식이 눈앞에 있어도 음식생각이 나지 않는다.  기껏해야 술이나 퍼부을 뿐이다.  책을 음식으로 비유할 때, 과연 술 같은 책이 있을까?  잘 모르겠다.  어쩌면 그래도 생각없이 볼 수 있는 만화책이 딱 그 정도로 쓰일 때가 있는 것도 같은데,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박스에 담겨 보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지난 13일 간은 밥도 책도 다 그저 그랬다.


56권째.  79권이 완간이고, 거기에 최근에 나온 크리스티의 다른 소설 다섯 권 정도까지 읽으면 그녀의 책은 거의 다 읽는 것 같다.  문제는 계속 읽어나가는 것이 이렇게 긴 시리즈의 경우 조금씩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여전히 재미있게 읽고는 있지만,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실내자전거를 타면서 읽었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기본적인 내용과 전개는 다 기억하는데, 범인의 모티브가 잘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분명히 보면서 어떤 소설의 구성법칙 같은 것을 살짝 본 것 같았었는데.  그래 다 머리가 아픈 탓일게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런 이야기를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일단은 미스테리로 일관하는 보편적인 UFO이야기의 접근과는 많이 다른 점이 흥미롭게 보였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지금의 내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단순한 음모론적 흥미거리로 읽기에는 내용이 꽤나 묵직했다.  


늘 생각해왔다.  물리학적으로 불가능한 빛의 속도.  설사 빛의 속도에 근접한다해도 가장 가깝다는 알파센타우리의 외곽까의 거리인 4.4광년을 거슬러가려면 4년 이상이 걸린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꿈의 에너지원이라는 타키온 입자가 발견되어도 빛의 속도를 낼 수 있어도 사실 항성간의 여행은 불가능하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빛의 속도보다는 웜홀이론이 더 즐겨 다뤄지는 것 같다만.


영혼의 속도도 마찬가지.  영혼을 물질로 본다면 분명한 한계가 있다.  


하지만, 생각의 속도는 무한하다.  정확히 컨트롤하거나 의미있는 개념 또는 물질화의 방법은 모르지만, 내가 만약 특정 우주의 위치를 알 수 있다면 내 생각은 이미 거기 가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이것이 물질화해서 돌아다니는건 또 다른 이야기지만.  이 책에서 이와 같은 개념을 다룬다는 점이 재미있다.


긴 얘기를 하다보면 내 머리도 이상해질 것 같다.  그저 저자의 외계인론이나 경험이 얼마나 진실한지, 이를 왜곡하는 세력은 얼마나 나쁜지를 떠나서 그가 설파하는 사상, 평화를 향한 마음, 이런 좋은 이야기에 집중했다.  


결론적으로 외계인의 존재는 있다고 믿지만,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분명 세상을 소수집단의 이익을 위해 조정하고 조작하려는 범국가적인 세력은 존재한다고 믿는다.  이미 유수의 정치가들이나 문필가, 탐사저널리스트들이 이야기해온 바, 이런 세력은 존재한다.  당장 한국처럼 작은 나라에서도 특정기업, 아니 이들의 복합체인 재벌 같은 것들이 정치-경제-사회-언론을 장악하는 세상에 훨씬 더 큰 이익을 위한 대형조직의 존재를 못 믿을 이유가 없다.  다만 책에서 다뤄진 수준의 이야기는 역시 아직은 어려울 뿐이다.


좀더 읽어가야겠다. 이럴 때에는 일과 운동과 책이 도피처가 되어주고, 기도가 맘을 달래줄 것이다.  술은 친구가 되어주겠지?  아주 오래전에, 소오강호를 펼쳐놓고 한 잔 하면서 영호충과 술잔을 나누던 호연지기가 그립다.  청년은 아저씨가 되었는데, 아저씨는 그 보다 더 금새 할아버지가 될까 두렵다.  몸도 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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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8-14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소설에다가 미스터리 도서까지 읽으면 머리가 아플 것 같습니다. 글을 읽다가 생각할 것이 많아지니까요. ^^

transient-guest 2015-08-15 02:05   좋아요 0 | URL
미스터리 도서는 정말 그래요. 그것도 순전히 흥미로 읽는 음모론이 아닌 진지한 글이라면 더더욱..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