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화 1:

이젠 아주 오래전의 일이다.  내가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 겨울이 되면 반마다 나무난로를 설치하고 주번이 아침에 일찍 나와서 양동이에 땔감을 받아와서 불씨를 만들어서 난로를 땠었다.  그 나무는 어디선가 트럭 하나에 왕창 싣고와서 학교에서 이때마다 야적장으로 쓰는 공간에 아무렇게나 부려놓고서 가면, 이를 다시 고학년 남자애들이 반별로 체육시간을 이용해서 정리하도록 했었다.  이런 방식은 중학교에 가서도 비슷하게 이어졌었는데, 지역별로 차이는 있었겠지만, 아마도 대동소이하게 이루어졌을 것이다.  


일화 2:

이 역시 옛날이야기 (였으면 한다). 신생학교를 가는 것은 (1) 선생님들의 낮은 질적수준, (2) 신개발지역이라는 특성상 다소 공포(?)스러운 구성원, 그리고 (3) 3년 내내 예상되는 이사와 노가다 때문에 부모님들의 기피대상이 되곤 했었다.  나는 다행히도 이런 경험을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나대로 이야기가 있다), 어떤 고등학교에 1회로 입학한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첫날 학교에 가니 건물이 한채 덩그러니 서있더란다, 운동장이라고는 아무리 화장을 해도 말할 수 없는 그런 들판같은 자리에 말이다.  1학년 개교와 동시에 학교는 2학년 건물을 짓기 시작했는데, 당연히 학생들의 체육시간은 운동장 자리를 고르는 노동과 건축 노가다에 고스란히 사용되었고, 그렇게 3년을 다녀 학교를 짓고 졸업했다고 한다.  


일화 3:

외국에서는 보통 사립학교라고 하면, 말썽쟁이들을 수용하는 military school계통의 기숙학교가 아닌 다음에는 엄청난 비용을 들여 다니는 좋은 학교를 말한다. 역시 지역과 학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왜 그런지 이 사립학교가 한국에서는 종종 더 못한 학교를 의미했었다.  겉모양은 번드르르하고, 지역에 따라 좀 사는 사람들의 아이들을 보내는 경우도 있었지만, 나때만해도 참 거지같던 것이 사립학교였다.  뭐든지 공립보다 더 받아가고, 더 원하고, 더 내는데, 시설은 공립만 못한 것이 사립학교였는데, 선생들의 수준은 말로 할 수 없을만큼 저열하고 저급했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대놓고 촌지와 선물을 요구하던 교사부터, 생활이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은 따로 관리를 하면서 학부모를 만나서 이런저런 청탁을 하기 일쑤였고, 심지어는 중간고사나 기말시험을 보면 짧아진 하루의 스케줄 덕분이었는지, 학교가 파하기 전에 술을 마시던 교사도 있었다.  거기에다 애들을 패면 진짜 지금 생각하면 죽을까봐 걱정될 정도로 두들겨 패는 교사에, 요즘 같았으면 성추행으로 고소당할 수준의 장난(?)을 학생들에게 치는 선생도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한국의 교육과정에 좋은 기억을 같고 있지 않은 나이기에 물론 왜곡도, 그리고 감정적인 부분도 당연히 있는, 그러니까 온전히 객관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난 사립학교를 생각하면 그런 기억밖에 갖고있지 못하다.  사학재단의 폐혜는 이제 전국구적인 이야기고, 개혁을 반대하는 집단은 재단의 당사자들과 그들을 추종하는, 또는 그들에게 속고있는 교단사람들이니, 나의 어린 시절과는 조금이나마 달라졌을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이제는 젊은이도 아니고, 이런 저런 곳에서 사회를 움직이는 나이가 되어있다.  위치에 따라 갑을관계를 너무도 당연히 여기는 우리들의 교육은 그렇게 아주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었고, 역시 교육에 따라 너무도 당연하게 이곳저곳에서 삥을 뜯거나 돈을 해먹는 관행은 아주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체득되었다.  일화 1, 2에서 그 비용이 과연 처음부터 책정되지 않았을까?  아마도 아주 낮게는 학교의 일개 선생에서 높게는 교육구나 그 상위기관까지 누군가는 그 돈을 해먹고, 이 때문에 부족해진 부분은 학생들이 고스란이 떠맡았을 것이다.  사학재단개혁은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물건너간 이야기니까 3은 말할 가치도 없겠다.


사회곳곳에서 발견되는 부조리와 비법, 불법, 폭력의 근저에는 이런 교육과정이 있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회사에서 쫓겨나면 바로 자영업자가 되는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기업의 명함을 지녔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미래이기도 할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를 겁박하는 갑질행태, 소위 노른자위 보직에 앉으면 어떻게 하든 한탕 해먹으려는 행태는 이렇게 어릴때부터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무의식속에 깊이 새겨지는 것이다.  


미군철수를 원하고, 작전권환수를 원하는 마음은 분명히 주체적인 대한민국을 원하는 마음일것이다 (적어도 대다수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미군이 철수하면 대한민국의 군대만으로 나라를 지킬 수 있을까?  북한만을 주적으로 상정하더라도 아마 전면전을 벌이면 대한민국 군대는 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단계마다 붙어서 해먹는 군납비리, 방산비리를 보면 내가 틀린 것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다.  오늘 당장 전쟁이 나고 전투가 벌어지면, 보병은 군수품 부족으로, 탱크, 전투기, 함정을 비롯한 기계를 운용하는 병단은 기름이 없어서, 정비가 안되어서, 개발이 되지 않아서, 부품이 가짜라서, 또는 개발했다는 무기가 아예 개발조차 되지 않아서 아마도 그 자리에 주저앉을 것이다.  그리고 박근혜씨를 위시한 좌우여야의 대다수는 이승만처럼 국민총력전을 외치면서 나라를 떠날 것이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역사교육, 특히 한국사교육의 부실은 더 말할 수 없을만큼 심각한데, 이건 여기서 다루기에는 할 말이 좀 많다.  


아주 어린 시절의 교육은 이렇게 중요하다.  그 아이들이 자라서 결국은 사회를 주도하는 시대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이 개판이면 아무리 시간이 흘러 박근혜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다 죽어 없어져도 그 행태는 이 새로운 세대로 고스란히 전승되어 새로운 '그들'을 만들것이다.  


일베가 어떤 지나가는 현상이라고 이해하던 때가 잠깐 있었다.  하지만, 요즘 보면 이 또한 하나의 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그 잘난 한국의 교육 시스템 (또는 부재)도 최소한 일부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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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3-06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다닌 중고등학교 모두 사립이었는데요, 중학교때 유독 그렇게 가슴 부분의 명찰을 본인이 손수 빼주겠다고 한 선생이 있었어요. 가슴 부분 주머니에 명찰을 넣고 다니면 일루 오라고 해서는 굳이 그걸 빼주는 거죠. 학생이 스스로 빼려고 하면 가만있어 하면서 빼주는.. 아 ..너무 욕나오네요 갑자기. 이런 성추행은 아주 빈번하게 일어났고 아무도 거기에 대해 말할 수 없었어요. 학생들끼리 그저 `병신 싫어..`라고 할 뿐이었죠. 이럴때 제가 좀 더 뭔가 힘이 있었다면, 좀더 알았다면, 뭔가 깨어있었다면 드러내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때문에 너무 속상해요. 저 역시 학생이긴 했지만 너무 무지했던 것 같아요. 너무 무지해서 고스란히 당하고, 당하는 걸 보기만 하는거죠. 이렇게 시간이 지나서야 그때 그거 죽일놈이었는데, 라고 생각하면서요. 하아-

마음이 아프네요.

어린 시절의 교육이 중요하다는 말씀에 저는 아주 강하게 동의합니다.

transient-guest 2015-03-06 10:03   좋아요 0 | URL
정말 군대나 경찰조직처럼 학교도 합법적으로 변태들이 숨어들 공간이 많은 곳 같아요. 유별나게 물건 받아먹고 변태같은 짓을 많이 하던 선생이 있었는데, 이제 세월이 흘러 이런 놈도 `장`급 선생이 되었을거에요. 근데, 이놈이 지금도 옛날하고 똑같이 그대로라는 말을 모교생들이 만든 게시판에서 보고 깜짝 놀란적이 있어요. 여학교는 훨씬 더했을거라는 생각, 그리고 주류에서 보는 성의식이나 개념은 판례나 변명을 보면 여전히 그대로라는 생각을 하면서, 저도 더욱 매사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yamoo 2015-03-06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때 그시절 떠 올리면 욕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단체로 얼차려받고, 선생들에게 빠따맞던 생각이 나네요. 전 초등학교를 제외하고는 전부 사립 중고등학교를 나왔는데...별로 좋은 기억이 없습니다. 그나마 고등학교가 괜찮았던 거 같고...

어쨌든 좋은 글, 아주 공감하며 읽고 갑니다!

transient-guest 2015-03-07 02:2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왜들 그렇게 두들겨 팼었는지 참 알 수가 없네요. 특히 감정기복이 심한 선생들은 반 아이 하나를 때리다가 전부 때리는 것도 자주 봤거든요.

아무개 2015-03-06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근혜씨를 위시한 좌우여야의 대다수는 이승만처럼 국민총력전을 외치면서 나라를 떠날 것이다.˝
가슴에 그냥 팍! 와닿는 말씀이네요.

초중등학교는 기억이 안나고
사립 고교때 참 많이도 맞았던것은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그때도 그렇지만 지금도
도대체 왜그렇게 많이들 맞아야 했는지 이해할수가 없어요.
별명이 `예측불허`인 선생이 있었는데
왜 때리는지 언제 때릴껀지 알수가 없는 선생이라 그렇게 불렀었지요.

transient-guest 2015-03-07 02:25   좋아요 0 | URL
중학교때는 아이들 귀를 무는 선생도 있었고, 따귀도 막 때리고, 그랬네요. 지금 생각해도 알 수가 없어요. 뭐가 그리 화나고 미웠는지..그들 말이죠.

몬스터 2015-03-06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공감하고 동의합니다. 교육의 중요성. 특히 어릴 때 받은 교육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몸에 스며들어서 화석화되는 것 같아요. 한 인간이 나서 자라는거 , 주위 환경에 너무나 크게 영향을 받아요. 좋은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그 결과들은 또 다음 세대들에게 물려지고.

제가 가진 trauma도 가끔 고개를 불쑥 들이미닌데 , 그러지 않을려고 하지만, 지금 제 인성에 영향을 주고 있을 거예요. 조심할 수 밖에요. lol

transient-guest 2015-03-07 02:53   좋아요 0 | URL
그래서 수구세력이 그렇게 무리수를 두어가면서 역사도 무엇도 교육을 장악해서 뒷세대를 만들려고 하는게 아닌가 싶네요. 가끔씩 옛날 생각을 하면 참 싫은 기억만 많이 나네요.
 

특별히 스케줄이 꼬인건 아니고, 그냥 일이 쌓여가면서, 정신적으로 피곤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자영업자가 일이 많아지는걸 불평할 수는 없는 일이고, 조금 더 밀린 케이스들이 처리되어 나가야 잠깐이나마 편해질 듯.  이런 일상을 보내면서, 운동은 어떻게든 하고 있지만 책읽기는 좀 어렵다.  일단 너무 머리가 복잡해서 굳이 활자를 들여다보고 싶지 않고, 길게 시간을 잡고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것이다.  


일부러 테마를 정한 것도 아닌데, 지난번 책들에 이어 이렇게 어린 아이 또는 십대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십대가 겪는 내면의 이야기를 다룬 책을 읽게 되었다.  둘 다 꽤 좋은 책인데, <달과 게>가 초등학생의 마음속의 미묘한 감정과 그의 눈과 감성으로 들어오는 세상의 이야기라면, <열일곱...>은 좀더 성숙한, 하지만, 아직은 다 자라지 않았기에 많은 혼란을 겪을 수도 있는 고등학교를 마칠 무렵의 teenager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  

줄거리를 요약하는 버릇을 갖아야 하겠다고 생각하고는 있으나, 딱 여기까지만 쓸 힘만 남은 것 같다.  '다음엔 더 잘 한다'고 해놓고서는 핑계만 대는 지금이 좀 한심하지만, 일단 정말로 달리 할 말이, 읽을 당시에는 많은 생각을 했었음에도 불구하고, 떠오르지 않느다.  조금은 지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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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5-03-06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과 게 어때요? 우연히 생겼는데 읽을만 할까요?

transient-guest 2015-03-07 02:54   좋아요 0 | URL
네 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나름 긴장도를 높이는 부분도 있었구요. 제 후기는 형편 없지만요..ㅎ

몬스터 2015-03-06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뚱한 말인데요, transient-guest님 , 달과 게 책 표지는 손으로 그림자 놀이 했던 거 생각나요. 그거 있잖아요. 두 손으로 왈왈 짖는 개 입모양 그림자 만드는거. ( 외국생활 오래하셔서 모르실지도 )

책 읽는거에 점점 재미들이고 있어요. 선택폭이 좁은데 ( 대부분의 영어책은 아직 이해하기가 어려워서 ) , 아이패드 ibook이 제 거의 유일한 책이거든요. 가끔 좋은 책 읽고나면 며칠동안 사는게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transient-guest 2015-03-07 02:55   좋아요 0 | URL
예전에 tv에서 보고 많이 따라했었죠. 독수리도 만들고...ㅎ
좋은 책을 만나면 정말 그렇게 읽는 내내 즐겁고 행복하더라구요. 특히 생각하지 못한 아주 우연한 만남이라면 더더욱..ㅎ
 

아버지와 누나가 읽을 수 있도록 책을 집에 두고 왔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는 기억을 다시 더듬을 방법이 지금은 없다.  좀더 후기를 미루려다가 더욱 기억이 나지 않을 것이란 걱정, 특히 느낌까지도 희미하게 사라져가는 듯 하여 급하게 짧은 정리를 하기로 했다.


세부적인 내용의 줄거리보다 지금 생각해보면 분명히 아이들의 눈으로 보는 아이들의 이야기인 측면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보이는 이야기들은 상당부분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 강하게 남는다.  친구가 된 아이의 집이 강을 떠도는 작부의 배라는 설정, 아버지의 커리어를 위한 이사도 그렇고, 지금은 단편 7-8개의 내용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이 되어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렇게 읽은 책은 비록 지금은 대단한 무엇인가를 남겨주지 못했지만, 우연하게 어느 날, 기분에 따라 다시 읽게 되는 몇 년 후에는 아마도 다른 느낌으로 신선하게 다시 다가올 것임을 알기에 조급해하지는 않기로 했다.  


나의 독서취향이나 접근방법, 그리고 글쓰기는 딱 이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읽기는 그런대로 불만이 없는데, 글쓰기는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상하게 대학생 시절만큼의 글이 나오질 않는다.  로스쿨 기간동안 책읽기의 단절이 있었고, 아무래도 역사를 공부하면서 essay를 써내던 학부시절보다는 업무적인 글쓰기만 계속 하게 되어 그런 것인지, 아무튼, 줄거리와 내 마음, 그리고 생각이 버무려진 글을 쓰고 싶은데, 현실은 주구장창 내 생각만 이야기하고 있는거다.  문제다.


영화로만 알고 있었고, 동양인 비하가 흔했던 옛 시절의 분장만 기억나는 이 작품이 소설이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으로 알 수 있었다.

대단한 작품이라고는 말 할 수 없겠지만, 당시 서양사람들이 갖고 있던 동양사람에 대한 편견을 교묘하게 인물의 장점으로 부각시킨 점, 그리고 비록 하와이 사람이지만, 어쨌든 중국계를 주인공으로 만든 점은 특이한 점이다.  작품에서도 나오지만 뻑하면 '차이나 맨'을 씨부려더던 시절을 무대로 삼아 신비스러운 느낌의 경감 찰리 챈은 겸손하게 그러나 냉철하게 자신만의 수사를 펼치는 것을 보는건 매우 즐겁다.  추리가 논리적이거나 하지는 않고, brain game도 없으니, 그저 classic을 즐기는 마음으로, 마치 편하게 누워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이야기를 즐기면 딱 좋겠다.



마음만 바쁘고 실상 일은 게으르게 풀어간 2월 한 달이었다.  책읽기도 딱 그 정도.  3월부터는 조금 더 달라져야 한다.  밀린 일도 빨리 처리하여 원상태를 회복시키고, 더 열심한 마음으로 업무를 대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부터는 더 잘 할게요"라고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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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이곳에서는 음력설을 지내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제부터 부모님 댁에 들어와 있다.  차례도 없고, 워낙 다들 바쁜지라 그냥 넘어가는 것이 조금은 죄송스러운 맘이지만, 돌아가신 분들을 기린다는 건 사실은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행사라고 생각하면서 넘어갔다.  덕분에 책을 몇 권 내리 읽어낼 수 있었다.  내가 빨리 읽었다기 보다는 확실히 글자체가 커지면서 책 한 권이 책 한 권의 양이 아닌 세상이 되어버린 탓이리라.  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 읽은 세 권의 책은 그 양만 놓고 보면 아무리 잘해도 90년대 초반의 책 한 권의 분량이 아닌가 싶다.


이 책과 똑같은 것을 귀여니가 썼더라면 아마도 제대로 쓰레기 취급을 받았으리라.  귀여니로 대표되는 PC통신 수준의 작가들에 대한 트라우마가 강한 한국은 이런 작법을 절대로 새로운 시도라고 받아주지 못할 것 같다.  

영화 '접속'을 떠올리게도 하는데, 결과적으로 이렇게 간만 보는 것은 우리에게 어쩌면 익숙한 문화인지도 모르겠다.  인터넷 채팅이나 포털을 통해 불특정 다수 또는 소수나 한 사람과 친해지고, 만남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까지도 이미 우리는 겪어왔고, 또 겪을 수 있는 일이니까.  

과연 이들의 행각을 로맨스로 볼 수 있겠는지에 대한 판단은 그만두고, 나는 이들이 만나기를 바라고 있다.  후속편을 읽어야할 듯.




모두 세 편의 단편을 모아놓았는데, 읽고나니 후덜덜하다.  어떻게 이렇게 끔찍스러운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는건지 원.  시간을 직선적으로 펼치지 않고 교차시켜 혼란을 주는 구성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언제나 이런 장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막판의 반전 또한 한층 더 여기에 수록된 이야기들의 horror 등급을 높여주었다.  

열대야: 매우 일본스러운 느낌이 강한데, 마지막에 모든 내용을 알게 되면 도대체 '부처'라는 놈은...

결국에...: 이 또한 상당히 일본스러운 주제인데,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트라우마랄까, 죄스러움이랄까, 이렇게도 표현될 수 있겠구나 싶다.

마지막 변명: 말 그대로 마지막 변명이 압권이다.  극적인 반전의 반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미야모토 테루의 '환상의 빛'도 읽었는데, 이건 순전히 이동진 기자의 추천에 의한 구매/독서였다.  그가 무척 좋아하는다는 작가인데, 예의상 이 책은 따로 좀 다뤄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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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5-26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 세시 후속편은 읽으셨어요?

transient-guest 2017-05-26 12:05   좋아요 0 | URL
아직 구하지 못했습니다 ㅎㅎ 조만간 주문 넣어야죠
 

어떤 책은 잡은 자리에서 한 두시간을 꼬박 앉아서 읽어내는 책이 있는가 하면, 어떤 책은 하루에, 또는 2-3일에 한번 조금씩 읽어나가게 된다.  내용이 어려워서 그런 경우도 있고, 영어로 되어 집중이 쉽지 않을 때에는 깊이 못 읽거나, 한번 탄 분위기를 놓치면 다시 이어가는데 시간이 걸리는 책들도 있다.  이번 해에는 모두 끝냈으면 하는데, 가능할런지?


이 책을 시작한 것은 2012년의 초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무실도 그리 바쁘지 않았고, 남는 자투리 시간은 모두 책을 읽는데 사용했기 때문에 다 읽을 수 있었을텐데, 중반 정도에서 멈춘 후 2013년엔가 아니면 작년 초엔가 다시 처음부터 읽기를 시작했다.  처음 읽었을때 놓친 많은 장면들이나 내용을 다시 읽기로 잡아낸 것은 긍정적이지만, 덕분에 시간을 두 배로 써서 겨우 중반을 넘긴 상태로 2015년을 맞은 것은 만성적이 증상이 되어버린 stop-and-go라고 하겠다.  


'제3제국의 흥망'으로 유명한 윌리엄 L 샤이러 기자의 20세기 두 번째 이야기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그의 논픽션에 빠져들게 되었고, 작년에 아마존을 통해 거금을 치루고 그의 다른 저서들을 거의 다 사들였다.  주요저서에서 빠진 건 아마 '간디: 회고록' 정도인듯.  이 책도 조금씩 읽어서 중반은 좀 넘겼지만, 이후 다른 책들을 읽어내느라 정신이 팔려서 거의 접어둔 채, 가끔 한 두 페이지를 읽는 정도이다.  금년에는 꼭 끝내고 그의 다른 책으로 넘어갈 생각이다.


HBO 드라마로 더욱 유명해진, 더 이상의 소개가 필요없는 시리즈의 첫 권.  사들인건 2013년으로 기억하는데, 읽기 시작한건 작년이고, 드라마의 시즌 5가 시작되는 금년 4월까지는 끝내기를 희망하고 있다.  하도 다 죽어버리니까, 그리고 이미 이를 알아버렸기 때문에 어떤 지점에서는 책을 놓아버리게 된다.  이 짓을 아마도 현재까지 나온 5권까지 반복하게 될 텐데, 어쨌든 금년에는 5권까지 모두 끝내는 것이 목표.



처음에 시작할 때만해도 금방 끝나겠지 하면서 읽었는데, 벌써 22권째다.  그간 D의 차도남 같은 이미지도 많이 사람다워진 것이 딱 빅뱅이론 시즌 1의 셸든을 보다가 시즌 8의 셸든을 보면서 드는 그런 느낌인거다.  농담도 많이 늘고, 처음보다는 말대꾸(?)도 잘해주는 그런...

금년 1월에 나왔는데, 금방 읽을 것이다.



Game of Thrones를 다 적은 부분에서 글이 사라졌었다.  서재에 올라간줄만 알고 있었는데 조금 전에 보니 포스팅이 되어 있지 않아 급하게 다시 정리하느라 막판의 내용이 조금 바뀌어 버렸다.  


그저 열심히 읽을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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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2-20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서가, 장서가의 운명은 죽을 때까지 책을 손에 놓지 않아요. 올해 안에 다 못 읽어도 죽기 전에 꼭 한 번, 많아야 두 세 번까지는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습니다. ^^

transient-guest 2015-02-21 01:34   좋아요 0 | URL
정말 `운명`이라는 말씀이 맘에 깊이 박히네요.ㅎㅎ 이담에 가기전에 최소한 갖고 있는 책, 더 늘어나기만 할 그들을 최소한 한번씩은 다 읽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