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의 글을 예쁘게 다듬어서 액자에 넣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두어야지.


MAY ISHTAR BLESS THE READER WHO WILL NOT ALTER THIS TABLET NOR PLACE IT ELSEWHERE IN TEH LIBRARY, AND MAY SHE DENOUNCE IN ANGER HE WHO DARES WITHDRAW IT FROM THIS BUILDING.



'밤의 도서관'을 읽다가 표시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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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omi 2015-04-09 0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특별한 테이블인가요?

transient-guest 2015-04-09 07:51   좋아요 1 | URL
테블릿을 테이블로 보셨나봐요. 내 책에 손대지 마! 라는 경고문으로 아주 유용할 듯 합니다.ㅎㅎ

cocomi 2015-04-09 08:12   좋아요 0 | URL
허허 정말 태블릿이네요ㅎㅎ 이 몹쓸 시력ㅜㅜ 무슨 전통과 사연이 있는 책상인가 보다 했어요.ㅋ 내 책 가져기면 화내며 문책할지어다~ 재밌네요^^

몬스터 2015-04-10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가지고 싶은게 있고 , 그걸 향해 뭔가를 하는 사람은 , 보는 것 만으로도 같이 설레요. 멋진 서재 기대할게요.

transient-guest 2015-04-11 07:2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열심히 살아야죠. ㅎㅎ

수이 2015-04-12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transient-guest 2015-04-14 07:3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일본영화는 한국영화나 미국영화와는 또다른 맛이 있다.  중국영화랑 비교해도 다른데, 일단 블록버스터급으로 제작되는 영화는 내 경험과 입맛에 근거하면 대개 재미가 없다.  하지만, 잔잔한 일상으 그려내는건 다른 어느 나라의 영화보다도 괜찮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예전에 여러 번 보았고, DVD로도 소장하고 있는 '4월 이야기'와 최근에 보고나서 동명의 원작까지 읽게된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이 이런 생각을 하면서 떠올린 두 편의 일본영화이다.  


'4월 이야기'하면 장나라가 아이유 대접을 받던 시절의 노래를 떠올리는 사람이 더 많겠지만, 마츠 다카코의 리즈시절이 가장 아름답게 나온 영화로 나는 추억한다.  지금 보니 HD remaster로 다시 나왔다고 하는데 다시 구매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OST는 예전부터 갖고 싶었지만 절판되지 오래라서 크게 기대하고 있지는 않다.  나름 청춘의 시절에 여기서 나오는 대사와 장면 하나하나가 어쩌면 그렇게 예쁘게 보이던지. 위대한 '사랑의 힘'으로 도쿄대학교에 짝사랑하던 선배를 좇아가는 사연과 줄거리가 지금와서 생각하면 우습기도 하고, 그게 가능하기나 해?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비오는 일본의 여름도 그렇고 - 한국의 장마철이 그리운 까닭이 여기에 있다 - 지금 보아도 잔잔한 감동에 빠져들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우선 부러움이다.  개화기에서 근대를 넘어 현대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일제의 식민지로 치뤄낸 덕분에 친일/부역/반공/뻔뻔함 같은 것들을 떠올리지 않고서는 도저히 그려낼 수 없는 한국의 근대작가들에 비해 훨씬 많은, 그리고 존경할만한 근대소설의 아버지들을 갖고 있는 일본에 대한 부러움 말이다. 


한국에서의 헌책방운영이 쉽지 않은 까닭은 워낙 낮아진 독서인구, 비싼 임대료를 비롯하여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이런 근대저작물 원본의 부재도 한 몫을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모리사키 서점이 취급하는 '근대소설'이라는 특화가 한국에서는 쉽지 않을 것인데, 물론 우리도 6-70년대의 작품을 모아놓은 서점을 만들수는 있겠지만 그 느낌이 많이 다르다.  요컨대, 경성시절에 출판된 이광수, 심훈을 비롯한 작가들의 책을 모아서 서점을 만들 수 없을 것이란 점, 게다가 상당히 많은 당시의 지식인들이 결국에는 변절했거나 반공/독재에 편승했기 때문에 이들의 책을 모아놓은들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말이다.  심각한 오류와 굴절된 시각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내 머릿속을 스쳐가던 생각이었다.


왜 어떤 사람은 즉문즉답이 술술 나오는 언어와 사고의 순발력을 갖고 있고, 다른 사람은 그렇지 못한 것일까?  나도 주인공처럼 바로 당시에 맞받아치는 사고보다는 지나고나서 생각해보면 할 말이 많아지는 스타일이라서 주인공과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는데, 그나마 비오는 날, 달려가서 하고싶은 말을 다 뱉어낸 것을 보니 속이 시원하다.  그냥 그렇다고.


아참. 4월이야기의 선배가 일하는 무사시노의 책방이나 모리사키 서점이나 둘 다 책과 서점이 나온다는 점도 억지로 가져다 붙이면 공통점으로 볼 수 있다.


이래저래 열심히 살자고 다짐하고 난 다음부터 여러 가지로 좋아지고 있다.  아직은 목표점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살면서 그곳까지 갈 수 있을지도 심지어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 걸음씩 걷고 있다는 것에서 가끔이나마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의미도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4월이 다음주면 벌써 중반이다. 이제 2015년도 벌써 1/3이 지나가는 셈이다.  이번 해를 살은만큼 더 가면 8월이고, 9월이면 다시 NFL시즌이 돌아온다.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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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4-09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모리사키는 영화를 먼저보고 책을 구입했는데 잔잔하고 좋더라구요 그리구 일본 특유의 느릿하게 전개되는 영상미에 대한 묘한 끌림도 있었구요 ㅋㅡㅋ,,

transient-guest 2015-04-10 01:46   좋아요 0 | URL
맞아요. 필름색깔도 좀 뭐랄까, 이런 영화들 특유의 파스텔톤이라서 더더욱 잔잔하게 다가옵니다.ㅎ

세상틈에 2015-04-09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영화에 대한 말씀에 공감합니다.^^ 제가 재미있게 본 영화도 `모두` 잔잔한 일상을 담은 영화였거든요.

transient-guest 2015-04-10 01:47   좋아요 0 | URL
저도 일본판 블록버스터는 재미있게 본 기억이 없고, 이런 일상의 영화만 기억에 남았네요.

cyrus 2015-04-09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성근씨의 책에서 본건데 일본은 고서의 기준이 명확해서 시대별 고서를 취급하는 고서점이 많다고 해요.

transient-guest 2015-04-10 01:47   좋아요 0 | URL
그런 정리도 어렵고, 우리는 한국전쟁,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념전쟁 동안 없어진 책도 많아서 더더욱 어렵겠네요.
 



빨간책방의 책방지기 이동진 기자의 책이 팔려나온것일까?

그러고보니 이동진 기자는 책이 수 만권이 넘는다던데, 그리고 그가 언젠간 마루야마 겐지를 언급한 것을 들은 기억이 있는데, 설마 우연히 그의 책이 내 손에 들어온 것일까?

빨간책방 홈피에 가서 알아보고 싶은데, 대부분은 회원가입은 이런 저런 이유로 불가능한게 현실이라서...


아무튼, 이상한 우연.  이동진 기자가 아닌 '이동진'이라도 그렇고, 이동진 기자의 책이었다면 더욱 그렇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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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2015-04-08 0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동진님은 저렇게 도장을 찍으시나봐요? ^^;

transient-guest 2015-04-08 05:40   좋아요 0 | URL
이 책의 주인이었던 `이동진`님은 그런것으로 보입니다만, 빨책의 이동진님이 어떤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ㅎㅎ 팟빵 게시판에 글과 사진 올려놨는데, 확인해주실지 모르겠네요.

cocomi 2015-04-08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본 인터뷰 기사에서 이동진 평론가가 어릴 때 본인 책에 도장 찍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이 책의 전주인이 이동진씨인지 아닌지 몰라도 신기하네요.^^

transient-guest 2015-04-08 08:14   좋아요 0 | URL
허걱! 그렇다면 혹시 이 책이 이동진님이 한때 갖고계셨던 책일수도 있겠네요.ㅎㅎ 게시판에 댓글이 달리지는 않지만, 사연소개할 때가 있던데 확인해주셨으면 좋겠네요.ㅎ

아무개 2015-04-08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옷!

transient-guest 2015-04-08 08:15   좋아요 0 | URL
저도 아이쿠!

blanca 2015-04-08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과가 궁금하네요. 정말 이동진 씨 책이면 좋겠어요 ㅋ

transient-guest 2015-04-09 03:17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아직은 댓글이 없네요.ㅎ

단발머리 2015-04-08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과가 많이 궁금합니다~ 두구두구두구!!!! 확인되면 알려주시어요^^

transient-guest 2015-04-09 03:17   좋아요 0 | URL
네 그렇게 할게요.

icaru 2015-04-08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정말 헌책방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재밌지 않은게 없는듯 해요,,

transient-guest 2015-04-09 03:1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 정도의 흔적보다, 사연 깊은 내용, 예를들어 누군가에게 선물하면서 적은 글귀 같으거 발견하면 정말 짠~하더라구요.

몬스터 2015-04-08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book은 이런 재미없어요. 촉감이 주는 기분 좋음도 없고. lol 책 냄새가 여기까지 나는 듯. 좋아요.

transient-guest 2015-04-09 03:19   좋아요 0 | URL
ㅎㅎ ebook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뭐랄까 아주 다른 매체와 읽기, 거기에 다른 뇌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세대와 저와는 아주 다를거에요.ㅎㅎ

그렇게혜윰 2015-04-08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 20년 전이니 책에 막 도장 찍고 그러셨을 것 같아요ㅋ

transient-guest 2015-04-09 03:19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언젠가 빨책 에피소드에서 그런 얘길 들은것 같은데 확실하지가 않아요.

cyrus 2015-04-09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개이득인데요. 도장의 진실이 정말 궁금합니다. ^^

transient-guest 2015-04-10 01:48   좋아요 0 | URL
저도 너무 궁금한데요, 아직은 댓글이 달리지 않았습니다.
 

지난 달 초에 주문한 패키지 두 박스가 오늘 도착했다.  학회차 이곳을 방문중인 선배와 점심약속이 되어있어 좀 깔끔하게 만나려고 오전에 은행에 갔다가 이발을 하고 사무실에 들어오니 알라딘에서 주문한 책들이 배달되어 있는 것이다.  마침 꽤 한가한 일정이라서 작년말부터 새로 만들기 시작한 이름하여 '통합장서목록'에 리스트를 추가하고 중고책에 붙어있는 스티커를 다 긁어냈다.  하드커버라서 그랬는지, 잘 떨어져나가서 다행.  하지만, 나중에 구곤으로 살짝 겉을 닦아주어야 먼지와 검댕이를 깨끗하게 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포화상태인 책장에 어떻게든 자리를 만들어 임시보관하고 한 권씩 읽어야지.  여름에 좀 한가한 시즌이 오면, 예산을 봐서 사무실을 다시 꾸며볼 생각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책상과 책장, 그리고 맞은편에 빈 공간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미팅은 주로 회의실에서 하기 때문에 그 빈 공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책상을 들어내고 방향을 바꾸어서 창가를 왼편에 두면 꽤나 넓은 공간이 확보돠는데, 지금 왼쪽에 있는 책장들 - 내 서재사진참조 - 을 재배치해서 두 면의 벽을 해방(?)시킨 후, 이 벽에는 다시 7단 정도되는 좁은 책장을 겹쳐놓고, 방 중간에 이들 둘을 벽과 직각으로 놓으면 도서관처럼 내 책상을 문에서 가려주는 역할과 장식장, 책장 및 서류보관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무엇을 하든간에 좁은 방에서는 불가능하고, 가구같은건 다 바깥에서 조립해서 들여와서 마치 소쿠반 (80년대 도스게임)을 하는 것처럼 한쪽을 정리하여 자리를 내면 다시 그쪽에 무엇인가를 들여놓는 식으로 하나씩 해야하기에 꼬박 하루를 잡아먹을것이라는 점.  그래서 원래 연말에 계획했으나 흐지부지되어버린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이렇게 하면 부모님댁에 보관하고 있는 책들도 사무실로 대부분 옮겨놓고, 거기에는 일단 미디어만 보관할 수 있다.  이렇게 하다가 좀더 넓은 곳으로 옮기면서 확장해나가면 언젠가는 김갑수의 July Hall부럽지않은 나만의 작업실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날까지 '띠를 꽉 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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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04-08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부럽 부럽네요..책보니 눈이 희둥그레.ㅎㅎㅎ

transient-guest 2015-04-08 08:25   좋아요 0 | URL
한국에 계시면 언제든지 헌책방을 둘러보시면서 한 권씩 구할 수 있으니 오히려 제가 부럽습니다. ㅎㅎ

다락방 2015-04-08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남부럽지 않은 작업실을 만드는 그날까지 화이팅입니다!!

transient-guest 2015-04-09 03:20   좋아요 0 | URL
네. 계획하고 있는바가 따로 보글보글 끓고 있어요.ㅎ

해피북 2015-04-08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상에 놓인 비블리아와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을 보니 반갑네요 ㅎ 멋진 서재로 탄생되길 화이팅 입니다^~^

transient-guest 2015-04-09 03:20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잡지는 한 달이 넘어서 받았고,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은 영화가 좋아서 샀어요. 어제 읽었는데 잔잔하니 좋네요. 감사합니다.

붉은돼지 2015-04-08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합장서목록 좋습니다.
저도 언제부터인가 제가 가지고 있는 도서의 목록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도무지 엄두가 안나서요 계속 미루고 있는 실정입니다.
저도 통합장서목록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불끈^^

transient-guest 2015-04-09 03:21   좋아요 0 | URL
저는 세 번째 다시 만들고 있습니다.ㅎㅎㅎ 자꾸 이런 저런 생각들이 바뀌더라구요.

몬스터 2015-04-08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띠를 꽉꽉 묶으세요 , 나만의 작업실을 가질 때 까지. 응원할게요.!!!

transient-guest 2015-04-09 03:2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언제나 `띠를 꽉 묶어!`입니다. 마음을 다잡고!
 

마음을 다시 먹었다.   


계속 몸이 아팠고, 짜증이 늘어갔으며 매사에 힘겨워하고 있었던 것이 지난 2주간 나의 모습이었다.  운동을 해도 근육량이 줄어드는 것을, 옷을 입어보면 확인할 수 있었으며, 기분을 전환하려고 이런 저런 노력을 해도 소화불량에 불면증을 떨어낼 수가 없었다.  일도 겨우 해냈고, 하루를 보내는 것이 너무 힘들었는데, 혹시 만성적인 우울증이라도 생겼을까봐 걱정을 하기도 했다.  우울증이란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이를 받아들이고 다양한 경로로 이를 조정하면서 몰아내야 하지만, '병'으로 자리잡을 수 없도록 이를 무시하고 여기에 빠져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어떤 징후를 내가 놓친 것일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책읽기가 재미없어졌다는 생각을 잠시 하게 된 것은 결국 전반적인 일상의 슬럼프가 그런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 아니었나 한다.  지난 3년을 돌아보면 바쁘게 꾸준한 성장을 위해 달려왔고, 여전히 자리를 잡았다는 생각을 하기에는 이르지만, 어느 정도 걱정과 안정의 사이에 위치한 사무실, 그리고 거의 10년을 비슷한 일을 해온 나의 모습, 하지만 갈 길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 그리고 직장인이 아니기 때문에 생기는 자유도에 비례한 책임감과 불안정한 삶.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어떤 계기로 나에게 쏟아진 결과, 지난 2주간 그렇게 고생을 하게 된 것.  


여기에다가 이런 저런 부상, 그러니까 운동을 오래하면 누구나 갖게되는 만성적인 피로와 아픈 증세 때문에 운동을 신나게 하기보다는 밀리기 싫은 마음에 어렵게 수행해낸 것도 지난 2주간의 힘든 부분이었는데, 덕분에 마음이 많이 약해졌던 것 같다.  


그러다가 이번 주말을 계기로 인식전환이 중요하단 생각을 하게 되었고, 다시 맘을 다잡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특별한 일이나 깨달음은 없고, 늘 힘들다가도 용기를 내면서 특히 육체적인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맘을 다잡을 때에는 '마음이 죽으면 몸도 죽는다'라는 생각을 하는데 만화나 책이나 심지어 영화같은데서도 자주 나오는 이 싸구려성 맨트가 나의 화두가 되곤 한다.  그렇게 어제 아침부터 다시 이를 악물고 힘든 운동을 견뎌냈고, 책을 붙잡고 읽어냈으며, 생활을 다잡고 있다.  고작 하루가 지난 월요일이지만, 결과는 I fee so good이다.


덕분에 주말에만 그간 미뤄두었던 책을 두 권이나 읽어냈다.  비록 깊은 내용을 선사하는 문학이나 철학책은 아닐지라도 그 나름대로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작위를 얻기 위해 가난한 바람중이 영국귀족과 결혼한 미국인 대부호의 딸이 여행중이던 특급열차에서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다.  시작은 보석을 둘러싼 절도모의로 보았는데, 갑자기 살인사건으로 발전한 전개는 뜻밖이었는데, 워낙에 많은 장치적인 인물들 때문에 이번에도 마지막까지 범인이 누구인지는 전혀 짐작할 수가 없었다.  그간 읽어온 것을 바탕으로 유추하기는 했지만, 보기좋게 속아넘어간 것이다.  40권째를 읽었으니 반은 확실히 넘은 셈이지만, 여전히 35권정도를 더 읽어야 다음 추리소설전집으로 넘어갈 수 있겠다. 

오전에 기분좋게 근육운동을 마치고 cardio시간을 늘이기 위해서 걷다 뛰다 20분 후 약 40분 정도 실내자전거를 타면서 다 읽을 수 있었다.  띄엄띄엄 읽었지만, 한번에 많이 읽어낸 덕분에 내용을 다 파악할 수는 있었다.



어떤 문학적인 가치를 비록 한국에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나는 SF야말로 어쩌면 우리 현재와 미래의 투영이라고 생각한다.  소위 말하는 고전문학의 철학적인 고찰이나 사회상의 반영에 더 높은 가치를 두는 사람들이 더 많지만, 그것들 또한 그 시절의 소설이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결국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 상대적으로 더 젊은 소설들의 위치와 평가가 변할 것이기 때문에 SF의 장르적인 특성때문에 이를 무시하는건 옳지 않다.  단지 문학 vs. SF의 구도뿐만 아니라 유독 한국에서는 문학 vs. 나머지의 대립구도가 강하게 enforce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점점 나아지리라 믿는다.

어슐러 K 르 귄의 책은 흥미를 위주로 읽기에는 더 깊은 의미와 그리고자 하는 바가 있는데, 이것을 SF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그 뛰어남을 본다.

 

책에서였나 다른 온라인 블로그에서였나, 이 책의 모티브를 미국이주민/개척민들과 인디언들의 역사에서 찾았다는 이야기를 본 것 같다. 확실히 생각해보면 그런 부분이 없지는 않다만, 그리고 좀 엉뚱하지만, 내가 헤인시리즈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우주의 광활함과 변하는 시간속에서 적응해가고 변해가는, 우주로 뻗어나간 사람들의 모습이다.  항성간 여행으로 우주선 승무원의 짧은 시간이 떠나온 곳에서는 많은 변화를 거친 수십년 후가 되고, 여기에 따라 바뀐 문화와 인식에 따라 바뀌는 명령을 수행하는 모습이라든가 하는 것들은 언젠가 우리에게도 현실의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니까, SF라도 영화처럼 액션 외에는 모든 것을 배제하기 보다는 어쩌면 밥짓고 빨래하는 모습을 그려내는 것처럼 별것 아닌것 같지만 매우 중요한 매일의 문제들이 무시되지 않고 묘사되는 부분이 참 흥미로운거다.  


역시 스토리를 요약하는 연습이 부족하다.  줄거리는 스포일러라서 쓰기 싫다는 핑계아닌 핑계로 늘 피해가고 있지만, 기실 짧게 요약하고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에 잘 버무리는 글을 쓰는것은 아직도 진행형인 과업이다.  


모처럼 두 권을 읽어냈다.  그 전에 읽은 American Sniper의 리뷰는 따로 날을 잡아 끼적거리고 싶다.  할 얘기가 많기 때문이다.  


모든 것들이 그렇지는 않겠고, 아무리 맘을 먹고 '우주의 기를 끌어들여' 난리를 친다고 해도 내것이 아닌 것들이 나에게 갑자기 쏟아져내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많은 것들은, 특히 자기 자신의 내면에서 밖으로 나오는 것들은 내 맘에 달려있다는 것을 종종 느낀다.  이렇게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고 기어가고 걷고 뛰고 사력을 다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내가 아는 삶이다.  그렇게 사는거다.  


세상은 마치 개새끼들의 전성시대인 마냥 돌아가지만, 적어도 자기 자신의 마음만은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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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4-07 0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끄덕끄덕) 네. 내 마음은 내 꺼니까요. 기운냅시다!

transient-guest 2015-04-07 08:0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렇게 왔다 갔다 하면서 계속 나아갑니다.ㅎㅎ (화보 찍으시면 연락 주세요)ㅎㅎㅎㅎㅎㅎ

보물선 2015-04-07 0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기운 전해주셔서 감사^^ 힘내요, 우리~

transient-guest 2015-04-07 08:0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책읽는분들을 서재로나마 여럿 알게되어 종종 힘을 받네요 저도.

hnine 2015-04-07 0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맘을 다잡고 인식전환을 하실 수 있는 ˝힘˝이 있으시군요! 그럼 됐지요.
저도 실내자전거 타면서 책을 보던 때가 있었는데 어떤 생각거리가 있을땐 책 없이도 혼자 머리 속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지어내다 보면 시간이 잘 가더군요. 저도 운동을 거의 억지로, 간신히 하고 있답니다.

transient-guest 2015-04-07 08:07   좋아요 0 | URL
무엇인가를 꾸준히 하는것이 매우 잘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그렇게 억지로라도 운동도 하고 책도 읽으면서 살다보면 계속 할 수 있겠지요?ㅎ

blanca 2015-04-07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운됐었는데 어제 오후에 정신차렸어요. 그러기엔 인생 너무 짧고 나중에 후회할 듯 싶어서요. 파이팅!!

transient-guest 2015-04-07 08:07   좋아요 0 | URL
네! 열심히 즐겁게 살아도 짧은 인생입니다. 계속 해야지요. 화이팅!

붉은돼지 2015-04-07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 fee so good 이시라니 다행 입니다....˝무엇인가를 꾸준히 하는 것이 매우 잘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씀은 정말 공감합니다...그게 그리 만만하고 쉬운 일이 아니어서 문제지만요.. 벽에 크게 써 붙여놓아야 겠어요 ㅎㅎㅎ

transient-guest 2015-04-08 02:50   좋아요 0 | URL
지금까지의 삶을 돌이켜보면 남보다 좀 나은점이 있다면 그나마 꾸준함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쉽지 않지요. ㅎㅎ 우리 모두 노력하자구요.

몬스터 2015-04-07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기운 내셔서 기뻐요. 가끔하는 생각인데요, 결국 내가 가진 전부는 나 자신이 아닐까하는. 그래서 내게 의미있는 일을 하는게 중요한게 아닐까하는. 내 마음은 지금 잘 살아있나 한 번 생각해볼게요.

transient-guest 2015-04-08 02:53   좋아요 0 | URL
그렇게요. 정말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가진건 자기 자신 하나에요. 모든건 거기서부터 시작하는게 아닌가해요. 내가 잘돼야 남도 도울 수 있고, 내가 건강해야 남도 지킬 수 있는거죠. 물론 비약적으로 해석해서 사회도 남도, 아픔도 다 제껴두자는식으로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그건 아니구요...

cocomi 2015-04-07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sf에 대해 잘 모르지만 70, 80년대 한국 문예사상사에서 민족주의 리얼리즘의 경향이 강해서 포스트모던한 경향이 있는 sf쪽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것 같아요. 좋은 작품 있으면 계속 소개해주세요.^^

transient-guest 2015-04-08 02:53   좋아요 0 | URL
네. 잘은 모르지만 다음에 페이퍼로 한번 적어볼께요.ㅎㅎ

icaru 2015-04-08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란 무엇인가3을 읽다보니, 그녀의 사회인류학적 관심이랄까 하는 게 아버지의 영향이 참 컸던 거 같아요,, 아버지가 미국최초 인류학박사를 받은 사람이라던데요,,

transient-guest 2015-04-10 04:2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인류학은 꽤 흥미로운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job market이 너무 제한되어 있어 어려움은 있지만, 그건 인문사회계열 전체의 문제니까 어쩔수는 없구요. 지난 시대, 그러니까 100여년전만 해도 이런 분야에도 많은 사람들이 연구를 했었는데 말이죠. 어슐러 르귄의 작품세계도 그렇고 참 다양하고 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