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기를 처음 만난 것은 어렴풋이 기억하면 내가 국민학교 3학년 정도였을 때이다.  잠깐 머무르던 미국의 어느 곳에서 일주일에 한번 정도 열리던 flea market에서 어머니가 사온 것을 즐겁에 갖고 놀았는데, 그 어린 나이에도 TV와 영화에서 본 typing을 흉내내면서 뭔가 작업을 하는 듯이 타자기를 두들기면서 그 특유의 소리와 타격감을 느끼면서 뭔가 영화속의 사람이 된 것처럼 재밌어했던 기억이 있다.  나만 그랬던 것이 아니고, 누나와 친척동생까지 타자기 하나를 둘러싸고 차례를 정해서 놀았던 그때가 아련하게 눈앞에 떠오른다.  그 아파트, 책상, 타자기, 사람들, 불빛까지 하나씩 마치 회광반조라도 하는 것처럼 그렇게 말이다.  


나는 노는 정도에서 그쳤고, 내가 숙제 때문에라도 글을 쓰기 시작할 무렵에는 벌써 전자타자기의 시대와 워드프로세서의 시대도 저물고 PC의 시대에 이미 들어와 있었다.  덕분에 필수불가결한 이유로 가끔씩 사용하는 전자타자기를 제외하고는 이런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하지만, 폴 오스터는 글을 쓰던 처음부터, 그리고 지금까지도 계속 타자기를 사용하여 글을 쓰는 것 같다. 


책 자체는 살짝 실망스러울 정도로 간결하게 그림, 그리고 아주 드문드문 폴 오스터의 타자기 이야기가 쓰여있다.  그림 때문인지 두꺼운 도화지 같은 종이로 프린트 된 이 책을 보면 오스터는 지금까지도 타자기로 작업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도 갈수록 구하기 힘들어질 타자기 부품과 리본때문에 언젠가는 전자식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가능하면 더욱 오래 그의 글만은 타자기로 만들어져 나왔으면 좋겠다.  손으로 쓰는 글, 타자기로 치는 글, PC나 Mac을 사용하여 쓰는 글은 그 각각의 방법에 의해 비슷하지만, 기실 전혀 다른 hand-eye coordination을 통해 다른 뇌의 stimulation을 일으킬 것으로 생각되며, 이에 따라 이 세 가지 방식은 각각의 다른 글을, 조금이라도 차이가 있는 글을, 만들어 낼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오스터의 글이 가장 오스터 답기 위해서는 타자기로 글을 써야만 할 것 같다.  타자기가 완전히 사라지는 날, 그러니까 부품도 구할 수 없고, 리본도 더 이상은 어디를 뒤져도, 심지어는 ebay에서도 구할 수 없는 그날은 오스터의 '글', 적어도 우리가 아는 그 모습으로써의 글은 사라지는 것이다.


무리 방법론적인, 또는 실험적인 면에서 극찬을 받아도 나는 이런 종류의 스토리텔링을 좋아하지 않는다.  책속의 책, 스토리속에 배치된 또다른, 하지만 같은 중첩되는 이야기를 통해 마치 장자의 나비꿈같은 소리를 하는게 적어도 서구권에서는 꽤 먹히는 것 같지만, 난 이런건 장난질 같단 말이다.  작가의 심오한 말장난. 그래서, 다른건 다 배제하고 한참 이런 저런 추리를 하다가 이건 알츠하이머환자의 이야기라는 것으로 결론짓기로 했다.  


크게 기대하고 본 책은 아닌데, 마지막 파트를 제외하고는 꽤 많이 공감하면서 재미있게 읽은 유익한 책이었다.  늘 말하고 생각하지만, 책읽기자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면서 산다.  그게 좋을때도 있고, 어쩌면 너무 모든것을 복잡하게 관념화하는데서 오는 부정적인 면도 있지만, 책을 가까이 하고, 평생 이를 벗삼으려는 사람은 누구나 가끔이라도 이런 고민을 할 것이다.  이 고민에서, 그리고 종종 오던 책읽기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조금씩 구해서 읽어온 책읽기에 관한 책들이 이제는 거의 백여권이 되어간다.  거기에 한 권이 더 얹어지는게 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책은 꼭 사서 읽으라는 말, 그리고 재미있는 책을 읽으라는 말 외에도 다양한 형태와 의미로써 책읽기와 구매와 함께 따라오는 여러 가지를 '탐욕'이라는 말로 정리한 것이 꽤 신선하게 남는다.  


실로 오래간만에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을 읽었다. 그의 많은 작품들처럼 이 작품도 실화에 일정부분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한다.  그가 살았던 시대의 특성상 많은 일들의 흑막이 드러나지 않았고, 군정하에서 또는 정치적인 이유로 이를 밝혀낼 수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픽션이라는 형식을 통해 이를 나타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란포의 기괴한 세계관도 좋고,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고스케도 재미있게 보는데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들은 또다른 방식으로 재미와 함께 깊은 impression을 남기곤 한다.  


1월호부터 계속 보고 있다.  한국에서 나오는 월간지를 구해보는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데, 그래도 책에 대한 잡지라서 애정을 갖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용이나 구성은 아직도 많은 보완이 필요한데, 이번 4월호에는 책에 대한 이야기가 좀더 늘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워낙에 쉽지 않는 소재라서 그렇겠지만, 겉만 번드르르한 취재보다는 좀더 깊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싶다.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내 구독이 잡지의 수명과 건강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새로 배달된 책은 확실히 좀 빨리 읽게 된다. 그리고 페이스에서 밀려 한쪽에 꽂혀버린 책들은 나중에 다시 눈에 들어오는 날 읽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게해서 책은 자꾸만 쌓여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사는걸 멈출 수 없으니 점점 병적으로 가는 것 같다.  사무실에 공동으로 사용하는 receptionist겸 비서들 중 한명이 책을 꽤 많이 읽는 사람인데, 옷쇼핑보다는 좋은 취미가 아니냐면서 위로(?)를 한다.  일견 맞는 말이겠지.  그래서 나도 네 드레스 한벌이면 책 20권 정도는 살 수 있느니까, 네 말이 맞다고 했다.  그렇게 자기합리화와 정당화는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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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2015-04-25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 주말에 폭풍 독서 할거시야요. 거기는 한국책 파는 서점이 있는건가요 transient guest님?

transient-guest 2015-04-27 01:15   좋아요 0 | URL
알라딘 US서점은 LA나 NY같은 곳에 있고, 저는 알라딘 US 온라인으로 구매합니다.ㅎ

프레이야 2015-04-28 0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 오스터의 타자기를 치켜세움! 오래전 읽은 책인데 반갑네요. 저도 수동 타자기의 추억을 풀어쓴 페이퍼가 있었는데 까마득한 일이 되었어요. 타닥타닥 그 소리가 참 좋았는데요. 지금은 그저 장식용으로 스미스코로나 타자기가 하나 있어요. 철제로 묵직합니다.

transient-guest 2015-04-28 06:32   좋아요 0 | URL
저도 조만간 시간이 되면 farmer`s market에 가볼 생각입니다. 묵직하니 한 자리 차지하고 있으면 든든할 것 같아요. 사실 타자기는 좀 멀지만, 키보드의 경우는 요즘들 쓰는 전자식보다는 옛날 386-486즈음할때까지 쓰던 기계식 키보드가 그립습니다. 키감도 좋고 소리도 더 좋은데, 이걸 구하려면 2-300불 정도 들어서 구경만 하고 있지요.

몬스터 2015-04-28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해요 알려주셔서. 즉시 알라딘 UK or NI 구글해 봤는데 , 없네요 , 없어요. ㅎㅎ. 당분간은 ebook에 만족해야할 듯 해요.

transient-guest 2015-04-29 02:10   좋아요 0 | URL
알라딘하고 인터파크가 미국에 진출했구요, 다른 국가는 모르겠네요. 예전에는 무식하게 한국 한번 나가면 책을 바리바리 싸들고 돌아오고, 선박편으로 몇 박스씩 보내곤 했었어요. 요즘은 그럴 기회도 없고, 힘들어서 이리저리 계산하면 그게그거다 싶어서 알라딘으로 주문합니다.
 

천병희 선생의 원전번역을 들여다보면서 군침을 흘리기 시작한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겨우 한 권을 얻었을 뿐이다.  그 동안에도 열심한 선생의 번역작업 덕분에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시중에 나와있고, 대부분은 절판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것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조만간 책을 구매할 때에는 한 두 권씩은 꼭 넣어야 하는데, 이 녀석들의 가격이 워낙 세기 때문에 금방 제한액수를 초과해 버리는 것이 문제이다.  천불 정도치를 한번에 구매해도 다 구할 수 없을만큼 양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는 없고, 쌓여가는 책은 이미 읽는 속도를 초월해 버렸으니 이것도 큰 문제다.  나의 책이 늘어나는 속도가 자본축적을 통한 소득증대폭이라면 읽는 속도는 월급쟁이의 노동을 통한 소득증대폭 정도로 엄청난 gap이 생기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줄어들지 않는 책들은 그 나름대로 좋지만, 읽지 못하는 그 자체의 스트레스도 그렇고, 책읽기와 더불어 구독하고 있는 Wall Street Journal과 Economist, 그리고 이제는 TIME까지 시간이 점점 엉망이 되어간다.  


힘껏 열심히 일하기 위해 노력하고 집중하는 덕분에 이제는 밀린 것들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가고는 있지만, 일정부분은 고객의 늑장도 있어 일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아직까지는 새벽날씨가 추어서 아침운동도 좀 들쑥날쑥한데, 더 큰 이슈는 몸상태라고 하겠다.  이제는 한번의 운동과 그 다음번 사이에 좀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저 몸이 회복을 하는 속도가 더디어진 것인데, 이게 은근히 스케줄을 망치는 부분이 없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궁리는 하고 있는데, 실행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합기도는 배우다가 그만두었다.  시간을 내기 힘들었던 부분도 있지만, 도무지 재미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교수법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술기를 배울때, 기본동작을 익히는건 이해하지만, 계속 대적상황을 상정한 동작을 하나씩 배우는 것이 도무지 따분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다.  유도나 레슬링처럼 기술자체가 상대방과 함께 연습하면서 익히게 되어있는 운동에서 상대가 없이 업어치기나 태클을 연습하면서 이를 체득할 수가 있을까?  비슷한 맥락으로 합기도의 교수법이 이 경우 맘에 들어오지 않은 것이다.  총쏘기는 좀 배우고 싶은데, 따로 만나서 그것만 배울 수 있을까?


weight는 기초운동인데, 여기에 너무 많은 운동이 집중되어 있다는 느낌, 그리고 거기서 오는 한계와 부상 때문에라도 좀더 실제로 몸을 쓰는 운동을 해야한다.  근처에 있는 MMA gym에 등록을 할까 고민하고 있다. 


시간은 계속 지나가는데 조바심만 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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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22 1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3 0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5-04-22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재는 다이어트때문에 헬스장에 다니고 있지만,
사실 제 로망이랄까...뭐 그런게...복싱을 배워 보는거였거든요.
그런데 헬스 트레이너에게 코치받는 중에 제 어깨가 거의 유리어깨라는 사실을 알게되었어요.
그래서 어깨운동 그러니까 상체 운동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 ㅜ..ㅜ

더 늙기전에 격투기 하나 쯤은 배우고 싶어요.
어깨 재활 운동 꾸준히 해서 언젠가는 꼭 시도해보려구요.


transient-guest 2015-04-23 01:46   좋아요 0 | URL
저도 어깨힘이 약해서 늘 잘 다치나봐요.ㅎㅎ 그래도 weight가 아닌 body workout은 괜찮을 듯.. 정말이지 무술 한 종목 정해서 계속 늙어서도 운동하고 싶네요.

아이리시스 2015-04-23 15: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천병희 선생님 원전번역.. 가격이 가격이지만 사놔도 당장 안읽고 사전될 뻔한 미래가 그려져요. 너무너무 예상가능한 sf.ㅎㅎ 잘 계시죠? 오백년만에 안부 여쭈러..

transient-guest 2015-04-24 02:26   좋아요 0 | URL
그래도 갖지 않으면 언젠가 절판될까봐 두렵습니다.ㅎㅎ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건강히 지내시죠?
 

책이 나왔을 때의 광고와 다른 평가글을 몇 개 읽은 기억이 있다. 그때 사야지 하면서 보관함에 담아두었는데, 최근에와서야 겨우 구할 수 있었다.  


기대했던 만큼의 감동이나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하지만, 도입부에서 나오는 저자의 서재, 그의 도서관 이야기, 그리고 낮과 밤에 따라 바뀌는 도서관이라는 공간의 상징과 표징, 그리고 모습, 그러니까 낮의 정리된 차분함과 대비되는 밤의 혼돈성을 묘사한 표현 같은 것들이 아주 깊이 다가와주었다.  그 덕분에 앞 부분을 여러 번 읽으면서 뒤로 넘어가는 것을 미루기도 했다.  


뒤로 갈수록 앞서 읽은 그의 다른 책과 비슷한 풍의 글과 정리로 조금 지겹게 느꼈는데, 제한된 소재를 갖고 글을 쓰는 특유의 한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이의 도서관도 좋고, 무엇도 좋겠지만, 정작 저자 자신의 공간을 보여주지 않은 것은 괜한 심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내내 떨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하면 나 또한 사사로이 불특정 다수에게 나의 내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서재의 공간 속속들이,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책의 모든 것을 공개하는 것이 껄끄럽게 느껴질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이해를 해보게 된다.  사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야 무에 그리 문제가 되겠냐만,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어쩌면 내 사고와 마음의 속살같은 책 전부를 보여주는 것은 주저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빌려달라'는 말을 듣기가 싫고, 거절함을 그저 '쪼잔함'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는 얕은 사고방식이 피곤하기 때문이다.  이담에 더 나이가 들면 이불선생 - 빌리지도, 빌려주지도 않는 - 이라고 별호를 짓고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난 목요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오하우에 다녀왔는데, 가는 비행기에서 읽어낸 책이다.  잘 읽히기도 했고, 비행시간이 길어서 중간에 낮잠을 자다가 깨어난 후에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 들여다보니 금방 끝장을 넘기고 있었다.  


사건이 발생하고도 16년이 넘은 시점에서 원점으로 돌아가서 당시 관련자들을 탐문하여 그 내용과 정황을 갖고 회색세포를 이용하여 추리해낼 것을 의뢰받은 포와로의 일인극에 가까운 이야기.  한명씩 등장인물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반응과 우연으로 지나칠 수 밖에 없는 정황을 정리하여 준 덕분에 나도 스토리의 끝 무렵에는 범인이 누구인지 생각해낼 수 있었다.  물론 정확한 이유를 논리적으로 구술할 수는 없겠지만, 난 등장인물이 아니니까, 주어진 것만으로 그 정도의 추리를 이끌어낸 것도 나로서는 꽤 대단한 경험이다.  이제 30여권 정도를 읽으면 이 시리즈를 한번 모두 읽어내는 것이된다.

  

왠지 다른 모음집으로 이미 읽은 내용들이 많이 기억나는데 아마도 해인시리즈에서 다뤄진 것들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슐러 르귄의 작품은 언제나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기 때문에 절판되기 전에 모두 구할 것을 권한다.  나도 아직은 번역된 모든 책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조금씩 그렇게 사모으고 있다.  절판되기 전에 어스시 이야기를 구한 것은 천만 다행이다.  어쩌면 한국에서는 절판되어도 상대적으로 한국인 독서인구가 적은 이곳에서는 구할 수 있는 책들이 좀 있을지도 모른다.  담에 시간이 넉넉한 주말에 LA로 로드트립을 다녀와야지라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  올림픽길에 위치한 LA 알라딘에 가면 좀더 많은 책들을 그 자리에서 보면서 구할 수 있다는데, 내가 거기에 있을때엔 없던 것들 중 하나라서 매우 궁금하다.  


보통 SF에서 우주인이나 외계행성, 광속여행 같은 것을 다룰때에는 거의 대부분 엄청난 문명의 발전으로 인한 말 그대로 SF적인 것들이 주를 이루는데 비해서, 르귄의 작품에서는 어떤 주도적인 중앙의 문명연합체와 아직 그 수준으로는 가지 못한 다양한 지적 생물체들과의 조우를 다루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문명의 입장과 관점에서도 다뤄지지만, 이런 이야기의 진정한 재미는 아직 근대적인 의미의 과학기술이 없는 시점의 외계인의 시점에서 나오는 외계연합에 대한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우리의 조상들이 우주인을 만났던 적이 있다면 이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의미로 말이다.  


American Sniper후기는 여전히 구상중이다.  아무래도 영화를 봐야 좀더 완벽한 이해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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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4-22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주에 78권, 79권이 출간되어서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이 13년 만에 완간되었어요. 출판사의 노고에 경의를 보내고 싶습니다. ^^

transient-guest 2015-04-23 01:47   좋아요 0 | URL
앗! 감사합니다. 저는 77이 완간인줄 알았어요. 다음 주문때 잊지 말아야겠네요.

몬스터 2015-04-22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사고와 마음의 속살같은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책을 사랑하시는군요. 내 사고와 마음의 속살은 뭐로 채워져 있고 , 만들어지고 있는가 생각해 봤어요. 저도 좀 더 많이 읽고 사색하고 싶어요. ㅎㅎ

transient-guest 2015-04-23 01:50   좋아요 0 | URL
자기가 보는 책은 사고와 정신세계 등 많은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서재공개는 수줍은 행위가 될 수도 있고, 이를 꺼리는 분들도 있다는걸 예전에 구본준 기자의 글에서 본 적이 있어요. 님께서 꾸준히 지금처럼 일, 운동, 독서를 해나가시는 그 자체가 이미 무엇인가 자신의 것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게으른독서가 2015-05-02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와 같은 이유로 서재 공개를 꺼리시네요. 빌려달라 말이 듣기 싫고, 그 거절을 쪼잔함으로 이해할 수없는 얕은 사고방식이 피곤하다는 말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ㅎㅎ

transient-guest 2015-05-03 08:04   좋아요 0 | URL
정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빌려달란 말을 잘 하지 않고, 빌려달라고 할 경우 책을 삼켜버릴 가능성이 높지요.ㅎㅎ 그렇지 않다면 읽지도 않을 책을 빌려달라고 하는건데, 이런 사람들은 (1) 빌려간다, (2) 읽지 않는다, (3) 돌려달라고 하면 (4) 아직 못 읽었으니 (5) 읽고나서 주겠다고 하는 짓을 무한반복하더군요.ㅎㅎ
 

후기가 두 권이나 밀려있다.  그런데 차분히 앉아서 생각을 한다고 글이 써지는 것도 아니고, 업무나 숙제처럼 억지로 밀어서 쓰다보면 무엇인가 나오는걸 원하지도 않아서 계속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특히 'American Sniper'는 읽은지 한 달 정도가 다 되어가는데, 이러다가는 당시에 느꼈던 생각이나 이런 것들이 다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임시 저장 글'에는 한 4개정도의 쓰다 만 끼적끼적들이 담겨있는데, 다시 되돌아가게 될지 장담할 수도 없다.  바쁘면 바빠서, 한가하면 한가해서 나름대로 이것저것 신경을 쓰느라 책읽기나 글짓기나 거기서 거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주문은 무슨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을 것을 찾거나 쇼핑을 즐기는 사람처럼 주기적으로 갑자기 이뤄지기에 벌써 앞으로 돌아올 보따리가 세 개나 된다.  내가 기본적으로 charge하는 최소한의 단위보다도 적은 금액이지만, 그래도 이게 어쩌다 한번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케이스라는게 내가 원하는 시기에 아무때나 들어오는 것도 아니기에 조심해야 한다.  그러면서 지난 2012-2014에는 연평균 최하 3천불 이상을 책구매에 쓴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는 control하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한 달에 한번으로 줄이려고 했지만, 지금까지 횟수로 치면 이미 나는 6-7월까지의 quota를 다 채운 셈이니, 역시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의 정치나 사회/경제는 언급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너무 절망적으로 느껴질때가 많은데 실제로 할 수 있는것은 없으니까.   그리고 주변의 무관심에 나도 모르게 발끈하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게되는데, 자칫하면 남을 가르치려 드는, 또는 그저 비관적인 이야기만 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하는 일이 많은데, 조만간 정리해볼 생각이다.  


이번에 책을 주문하면서 그간 빠뜨린 것을 몰랐던 마쓰모토 세이초의 '10만분의 1의 우연'을 포함시켰다.  다른 작가들의 책은 다음번에 하기로 했다.  금년에는 작년에서 넘어온 계약 덕분에 아직 입금되지는 않았지만 받을 금액이 상당히 많이 남아있고, 중간중간 작은 사무실이지만 믿고 맡겨주는 케이스들 덕분에 걱정이 적지만, 내년, 그 후년은...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이 부분도 늘 신경을 쓰면서 사는 이슈다.  마쓰모토 세이초는 논픽션도 상당히 많이 썼는데, 전후 일본이 성장해가면서 일어났던 이상한 사건들, 지금까지도 미궁에 빠져있는 사건들에 대한 글도 많이 썼다. 이런 작가가 지금 한국에 있었다면 세월호 참사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되는 구원파-해경-언딘에서 국정원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의혹에 대해 좋은 글을 써줄텐데, 아쉽다.  여기에 박근혜씨의 사라진 7시간까지 정말 무궁구진한 재료에 양심적인 사람이라면 느낄 분노의 열정이 더해지면...


4월도 벌써 중순이다.  한 해의 1/3이 이미 지나가고 있음이다.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것이 위안이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점점 이렇게 순식간에 지나가는 세월이 조금씩 무서워지고 있다.  너무 추하게 늙지 않았으면 좋겠고, 늘 open된 마음을 갖고 살려면 부단히 죽을때까지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른쪽 어깨가 심하게 아프지만, 하체와 코어 그리고 cardio라도 하러 오늘도 gym으로 갈 것이다.  책도 열심히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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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5-04-16 05: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덩달아 힘내게 만드는 페이퍼 감사합니다. 요즘의 전 어쩐지 우울하고 무료하네여. ㅎㅎ

transient-guest 2015-04-16 05:55   좋아요 0 | URL
타지에 있다보면 재미있는 일도 많겠지만, 그래도 가끔씩 그러실때가 있을거에요. 전 그래도 님이 많이 부럽습니다. 그렇게 대책없이(?) 뛰어나갈 수도 있고, 가서 적응도 잘 하시고.. 힘내세요!ㅎ

cyrus 2015-04-16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월 중순인데도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짜증나고, 세상이 돌아가는 꼴을 지켜보자니 화가 나고... 기운이 점점 더 다운되는 것 같아요.

transient-guest 2015-04-16 21:0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정말이지 bottom of bottom을 달리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이네요.

몬스터 2015-04-17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이 힘내요.

transient-guest 2015-04-20 14:09   좋아요 0 | URL
하루 하루 꾸준히 열심히 하면 좋겠네요. 지금까지 잘 하고 계신 듯 합니다. 저도 분발해야죠.

북깨비 2015-04-18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시 저장글이 4개까지도 가능해요??? 와아 북플 진짜 잘 만들었네요. American Sniper는 엔딩 연출이 너무 맘에 들어서 영화관에서 두번이나 봤어요. 마치 사실이 아니었으면 싶은 슬픈 꿈같은 추모 장면들 ㅠㅠ 그런데 저는 친구가 말해주기 전까지 행오버의 브래들리 쿠퍼인 줄 꿈에도 몰랐답니다. ^^;; 코믹진지 다 되는 배우들 참 멋있어요. 책은 영화와 비교했을때 어떤가요?

transient-guest 2015-04-20 14:11   좋아요 0 | URL
American Sniper는 영화는 아직 못봤구요. 책에서 느껴지는 건 감동보다는 좀 다른 것들인데 아직까지 잘 정리되지가 않네요. 일종의 타자-자기자신에 대한 상대적인 정립을 통한 전투수행에 대한 부분이 꽤 인상이 깊었네요. 의도된 감동보다는 훨씬 raw한 느낌을 주고 어쩌면 읽고나서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시게 될 것 같아요.

북깨비 2015-04-21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Farmers` market 이라면 혹시 외국이신가요?

transient-guest 2015-04-21 03:16   좋아요 0 | URL
네 미국에 살고 있습니다.
 

나는 내가 비교적 fair하다고 생각하면서 산다.  그런 면에서는, 나도 남들과 꽤 비슷한 사람이다. 박봉의 직원의 월급을 쥐꼬리만큼 올려주는 조건으로 건강보험을 빼앗는 인간을 하나 알고 있는데, 인생의 모든 것은 deal이고, 누구라도 그런 상대로만 보는 그 또한 자신은 매우 fair한 인간이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으니까.  


영화 '국제시장'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 사람들이 꽤 많다. 천만관객을 넘은 추억몰이 덕분에 박근혜씨 일당의 복고정치도 잠깐 좀더 신나가 미쳐돌아가려고 했던 것 같다.  민간차원의 국기게양을 의무화한다거나 국기의례를 강제화하는 취지의 의견이 돌아다녔는데, 누울 자리를 보면서 발을 뻗는다고 그럴만하니까, 그런 에널서킹이라도 하겠다고 나서는 인간들이 있는 것이다.  


난 영화 '국제시장'을 보지 않았고, 앞으로도 볼 생각이 없다.  생각해보면 꽤 괜찮을수도 있는 추억담에 good old days 또는 그땐 그랬지하면서 충분히 재미있게 봐줄 수도 있겠지만, 그런 감정 자체를 적어도 이 영화를 통해서 느끼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산업역군은 남자들밖에 없었나?  세상사람들 전부가 박정희씨의 영도아래서 잘쳐먹고 살기 위해 바둥거렸던가?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버린 사람들은?  정권을 안정시키기 위한 북풍조작의 일환으로 사형당한 사람들은?  아무나 잡아다가 고문하고 감옥에 넣던 시절의 진상은? 그 주역들, 아직도 살아남아 신문지상을 오르내리는 김기춘과의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빼놓고서 아버지 시대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면 순진한 이야기를 하는 감독을 이해해줄 도량이 내게는 없다.


적어도 그 시절의 이야기를 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않나?  국뽕급의 추억담이 아니라, 그 시절의 적나라한 이야기, 그러면서도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은 이야기를 볼 수 있었음이다.  시대의 바꿔가면서 이어지는 백수-만수-석수, 금희-명희-옥희의 이야기를 보면서, 그 수많은 인간군상의 다양한 면을 그려내는 성석제 작가가 새삼 위대하게 느껴졌다.  


여기서 나오는 이야기는 '좋던 시절'의 그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삶은 늘 고달펐다의 이야기도 아니고, '이제 됐지요? 나 잘했지요?' 따위의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투명인간', 사람이 '투명'해진다함은 여러 가지를 나타낼 수 있는데, 궁극적으로 그것은 살아 있어도 살아 있지 못한, 아니면 그 자체로써의 죽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웰즈의 '투명인간'과 성석제의 '투명인간'이 겹쳐지는 지점이 거기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꾸준함 하나로 인생을 살아온, 약간 모자라는 '만수'.  할아버지를 닮은 수재였지만, 부족한 대학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월남으로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백수'.  연탄가스 중독으로 백치가 된 '명희', 악에 받친 듯한 삶을 살다가 사라진 '석수', 그리고 자매들 금희, 명희, 옥희를 둘러싼 얼치기 운동권들, 평범한 사람들, 그 밖에도 90%의 다수를 이루어 살아온 모든 사람들이야말로, 그들의 이야기야말로 눈물겹도록 짠하다면 역시 fair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보지도 않고 이런 얘기를 해서 미안하지만, 영화 '국제시장'의 똥침을 멋지게 날려준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요즘 한국의 현대소설에서 드물게 나온 수작이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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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4 08: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14 0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04-14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렇단 말이지요? 알겠습니다. 저도 읽어볼게요. 불끈!

transient-guest 2015-04-14 09:02   좋아요 0 | URL
작가님의 후기는 꼭 읽어보겠습니다. 기대할게요.ㅎㅎ

다락방 2015-04-14 10:20   좋아요 0 | URL
아이참...민망하게 왜이러세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몬스터 2015-04-15 0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똥침 맞으면 아프겠죠? ㅎㅎㅎ 손 모양 함 만들어보고 피식피식 ㅎㅎ

transient-guest 2015-04-15 07:14   좋아요 0 | URL
무척 아프겠죠. 중학교때 같은 반의 어떤 녀석이 그걸 하필이면 꼬리뼈에 맞아서 엄청 고생했다는 얘길 들었던 생각이 나네요.ㅎㅎㅎㅎㅎㅎ

프레이야 2015-04-28 0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석제의 투명인간, 담아갑니다. 좋은 페이퍼 고맙습니다~

transient-guest 2015-04-28 06:33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저하고 공감하실지 궁금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