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의 권수를 기록하기 시작한 2007년, 그리고 리뷰를 작성하여 올리기 시작한 2011년 이래 2015년은 가장 저조한 리딩과 집중을 기록하고 있다. 나이와, 여건과, 일 외에도 많은 외부요인들 때문이기도 하고, 읽고 싶은 책이 늘어나는 속도와 구매를 나의 리딩스피드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스트레스가 늘어나면서, 알라딘에서 책을 검색하다가 충동적으로 주문하기를 반복한 결과 4월 중에는 엄청난 양의 책을 사들였고, 이미 잔뜩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3-4건의 주문이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하나씩 도달할 예정이다.
쌓인 책은 좀 순서에서 밀리고, 확실히 새로 도달한 책들 중에서는 흥미가 가면 바로 손에 잡게 된다. 그 덕분에 이런 저런 책을 많이도 읽은 주말이 되어 버렸다. 앞서의 밀린 리뷰와 함께 간략하게 포스팅 해두어야지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다.
기회가 되면 다시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빨간 책방'에서도 다룬 적이 있고, 이승우 작가의 출연에 따른 이야기도 들었지만, 아쉽게도 너무 오래 전의 일이고, 책을 읽은 것은 지난 주 정도였기 때문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나의 비뚤어진 시각(?)탓인지 소설의 이야기나 행간 보다는 특정종교에 깊숙히 들어간 등장인물들에서 내 주변사람들을 떠올리면서 답답해 하고, 열받아야 했다. 내 독서의 수준이 딱 이만큼인가 싶다.
재밌는 반전을 주는 이번 작품은 내가 기억하기로는 지난번에 영문으로 읽은 포스팅을 남긴 적이 있다. 하나씩 읽어나가는 클래식 추리소설의 재미가 여전히 쏠쏠하다. 일본의 추리와는 다른, 심각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그로테스크한 일본 특유의 사건구성보다는 뭔가 유쾌하기까지 한 것이 이쪽의 소설이란 생각을 한다. 차도살인이라는 개념을 뛰어넘는 끼워넣기식의 사건은 지금도 많이 일어날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 살짝 무서움을 느꼈다. 얼마나 많은 정치/사회적인 사건이 이런 식으로 짜맞춰져 대중앞에 제공되는가. 요즘 한번 특히 생각해볼 문제이다.
아시모프의 책은 구할 수 있으면 무조건 구해야 한다. 미국에서도 주로 저가형 페이퍼백이 아닌 이상은 아마존에서 따로 한 권씩 구할 수 밖에 없는데, 한국에서는 거기에 절판까지 겹쳐서 이미 아시모프의 바이블의 경우 벼르다가 구약편은 구하지 못하게 되었다. 약간은 말장난 같지만, 영어단어의 어원이 되는 신화시대의 단어나 사례들을 재미있게 나열한 책이다. 이런 자투리상식을 알면 가끔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재미있게 이끌어 갈 수 있다.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나가이 가후의 책은 많이 없는데, 묵동기담 (강 동쪽의 기담) 그리고 이 책일 것이다. 담담하게 100년전 이미 근대화의 물결에 밀려 사라져가는 도쿄의 이곳저곳을 발길 닿는대로 돌아다니면서 남겼다.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못지않게 딱 그 자리에서 그 정도로 살아가는 문사로서의 삶에 대한 쓸쓸함을 남긴 부분도 눈에 들어오는데, 기실 당시 나가이 가후 정도면 명사급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괜한 어리광이나 문사 특유의 감상이란 생각도 든다. 100년도 전에 벌써 유럽과 미국을 다녀온 사람이고, 교수로 재직한 사람이라서 아마도 그럴 것인다. 사회적인 위치와는 달리 삶은 꽤 분방했던 모양으로 정처와 이혼하고 여러 게이샤들과 동거-혼인-이혼을 반복했다고 약력에 나온다. 고등학교 무렵부터 유곽을 출입했으니까, 일찍 어른이 되었던 시절임을 감안해도 꽤 일찍 그 방면에 입문한 셈이다. 깔끔한 양복에 게다를 신고 어슬렁 거리면서 거리를 돌아다녔을 그의 모습이 왠지 눈에 선하다.
늦잠을 잔 덕분에 늦게 출근하게 된 날인데, 이런 날일수록 갑자기 예정에 없던 것들이 쏟아지는 것은 늘 바뀌지 않는 법칙이다. 점심운동을 하려고 했는데, 또 퇴근길에 좀 일찍 나가서 오늘의 분량을 마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