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밤.  주말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12팩짜리 블루리본맥주를 한박스 사들고 집에 와서 맛을 보았다.  값으로는 버드나 밀러 정도의 수준이니까, 꽤 저급맥주이다.  그랜토리노에서 이스트우드가 마시던 맥주인데, 전형적인 쇠락해가는 American working class의 전형으로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장치였을 것이다.  


딱히 안주로 먹을만한 것이 없어서, 일본맥주를 마실 때 만들어 먹으려고 구한 비엔나 소세지를 '심야식당'에서처럼 칼집을 내고 문어모양으로 볶았다.



드라마처럼 예쁘게 나오지는 않는데, 칼집을 내는 기술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볶아내는 온도와 속도이다.  난 아직 멀었다.


어릴 때 이런 종류의 소세지를 즐겨먹지 않았으니 내게는 추억을 음식은 아니다.  하지만 '남극의 셰프', '고독한 미식가'와 함께 '심야식당'은 혼자 술을 마실 때에는 늘 틀어놓고 있는 일종의 soul 드라마가 되었기 때문에 여기서 나오는 음식들 중 이 소세지와 계란말이는 가끔 만들어 먹는다. 


예쁜 문어보다는 잡은지 오래되어 축 늘어진 문어꼴이지만 그래도 류와 류의 첫사랑 에피소드를 생각하면서 먹는다.  


맥주맛은 나쁘지 않았는데, 조금 마시다보면 확실히 craft beer계통보다는 질리는 맛이다.  버드나 밀러계열은 이제 한국에서도 그리 사랑받지 못할만큼 우리의 맥주수준도 꽤 높아졌다.  물론 이와는 별개로 여전히 한국맥주는 맛이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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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5-12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맥주는 너무 맛이 없어서_ 이젠 마시지 못하겠어요, 그와 별도로 술이 고플 때 손에 닿으면 무조건 마시기는 하지만;; 문어 예쁘기만 한걸요.

transient-guest 2015-05-13 01:26   좋아요 0 | URL
저도 그리움이랄까 그런 기분에 가끔 사다 마시는데, 맛은 늘 실망이죠. 어릴 때 몰래 마셨던 오리지널 OB맥주 맛만도 못한 것 같습니다. 문어가 다리를 활짝 펴서 꽃이 핀 것처럼 나와야 하는데 어렵네요.ㅎ

다락방 2015-05-12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지금 정신 나가겠네요. 저 소세지, 저도 먹고 싶어요! >.<

transient-guest 2015-05-13 01:27   좋아요 0 | URL
저는 가끔 다락방님 포스팅에 나오는 한국의 술안주를 보면 입에 침이 고입니다.ㅎㅎ 여기서 사는게 다른 불편함은 크게 못 느끼는데, 어릴 때 친구들, 그리고 음식은 많이 생각합니다.

붉은돼지 2015-05-12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에는 문어가 다소 축 늘어진 게 그게 비엔나 소세지가 길이가 조금 길어서 그런것 같아요. 약간 짜리몽땅한 놈으로 쓰시면 아마도 모양이 쭈꾸미마냥 땡글땡글하게 나올것 같습니다. 저도 이거 한번 해볼려고 했는데,,,이번 주말에 한번 시도해 봐야겠어요^^

transient-guest 2015-05-13 01:27   좋아요 0 | URL
여기에 들어오는 종류가 두 가지 밖에 없는데, 다 저 사이즈에요.ㅎㅎ 칼집하고 잘 달구어진 팬에 비밀이 있는게 아닌가 싶네요. 만드시면 사진 올려주세요.ㅎㅎ

아무개 2015-05-12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맥주를 안마신지 몇년째.
너무 너무 너무 맛이 없어요.
간혹 마시게되도
딱 따서 딱 한잔 딱 원샷 할때만
그래도 먹을만한듯요.


transient-guest 2015-05-13 01:28   좋아요 0 | URL
시원한 맛이 좋죠..

북극곰 2015-05-12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심야식당보고 한번 시도해봤었는데 망했었죠. ㅋ 생각보다 칼집도, 모양도 쉽지 않던덜요 ㅎ

transient-guest 2015-05-13 01:28   좋아요 0 | URL
칼집이 4등분이 아니고 6등분 이상이 나와야 하는데, 소세지 크기 때문에 어렵습니다.ㅎㅎ

cyrus 2015-05-12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국맥주를 많이 안 마셔 봐서 한국맥주의 맛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예전부터 한국맥주가 맛이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그 이유를 모르고 살았어요. 저는 톡 쏘면서 시원한 느낌이 나는 맥주가 좋아서 소주는 잘 안 마셔요. ^^

transient-guest 2015-05-13 01:30   좋아요 0 | URL
한국의 소주는 화학주라서 아주 늦게 배웠고, 기분에 마시지 맛으로 즐기지는 않아요. 맥주는 종류도 많고, craft계열은 맛도 정말 다르더라구요.ㅎㅎ 한국의 맥주가 맛이 없는 이유가 (1) 유통과 (2) 보관의 문제라는데, 거기에다 만들 때 주정으로 희석해서 나오는 일종의 가짜 맥주라서 그렇다죠. 발효주 100%가 아니라, 주정으로 해서 60%정도? 사기에요.ㅎ

Forgettable. 2015-05-14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귀여우심.. 옆에 고무장갑 ㅋㅋ 저도 요즘 왜케 소세지가 먹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여기가 작은 마을(?)이라 그런지 음식 재료의 다양성이 정말 아쉽습니다.. 어제도 마셨는데 이 사진 보니 또 맥주가 땡긴다....

transient-guest 2015-05-14 03:04   좋아요 0 | URL
고무장갑이 귀엽다는 말씀이죠??ㅎㅎㅎ 스페인 음식과 와인은 충분히 즐기셨나요? 전 얼마전에 본 Anthony Bordain의 Parts Unknown에서 리스본 편을 보고 포르투갈에 흥미가 나데요.ㅎㅎ 음식도 글쿠, Fado라는 음악 CD도 샀어요.

몬스터 2015-05-17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세지 예쁘게 해서 요리하셨네요? ㅎㅎㅎㅎ 저도 지금 딱 얼기 직전의 시원한 맥주 생각이 간절해요. 지금 로마인데 햇볕이 그냥 ㅎㅎ. 진짜 더워요. ㅎㅎ.

transient-guest 2015-05-19 02:02   좋아요 0 | URL
소세지가 좀 저질이지만,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양배추를 곁들이면 아주 좋은 안주가 됩니다.ㅎㅎ 로마라니요! 아! 유러피언의 삶이 부럽네요.ㅎㅎ 제가 예전에 성지순례코스에서 들린 성당 옆의 더러운 길이 아피아 가도의 일부라는 것을 알고 감동을 받아서 거의 입맞출뻔했던 기억이 나네요.ㅎㅎ 조상덕을 톡톡히 보는 나라들 중 하나죠..ㅎㅎ
 

책읽기의 권수를 기록하기 시작한 2007년, 그리고 리뷰를 작성하여 올리기 시작한 2011년 이래 2015년은 가장 저조한 리딩과 집중을 기록하고 있다.  나이와, 여건과, 일 외에도 많은 외부요인들 때문이기도 하고, 읽고 싶은 책이 늘어나는 속도와 구매를 나의 리딩스피드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스트레스가 늘어나면서, 알라딘에서 책을 검색하다가 충동적으로 주문하기를 반복한 결과 4월 중에는 엄청난 양의 책을 사들였고, 이미 잔뜩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3-4건의 주문이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하나씩 도달할 예정이다.  


쌓인 책은 좀 순서에서 밀리고, 확실히 새로 도달한 책들 중에서는 흥미가 가면 바로 손에 잡게 된다.  그 덕분에 이런 저런 책을 많이도 읽은 주말이 되어 버렸다.  앞서의 밀린 리뷰와 함께 간략하게 포스팅 해두어야지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다.


기회가 되면 다시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빨간 책방'에서도 다룬 적이 있고, 이승우 작가의 출연에 따른 이야기도 들었지만, 아쉽게도 너무 오래 전의 일이고, 책을 읽은 것은 지난 주 정도였기 때문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나의 비뚤어진 시각(?)탓인지 소설의 이야기나 행간 보다는 특정종교에 깊숙히 들어간 등장인물들에서 내 주변사람들을 떠올리면서 답답해 하고, 열받아야 했다.  내 독서의 수준이 딱 이만큼인가 싶다.  


밌는 반전을 주는 이번 작품은 내가 기억하기로는 지난번에 영문으로 읽은 포스팅을 남긴 적이 있다.  하나씩 읽어나가는 클래식 추리소설의 재미가 여전히 쏠쏠하다.  일본의 추리와는 다른, 심각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그로테스크한 일본 특유의 사건구성보다는 뭔가 유쾌하기까지 한 것이 이쪽의 소설이란 생각을 한다. 차도살인이라는 개념을 뛰어넘는 끼워넣기식의 사건은 지금도 많이 일어날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 살짝 무서움을 느꼈다.  얼마나 많은 정치/사회적인 사건이 이런 식으로 짜맞춰져 대중앞에 제공되는가.  요즘 한번 특히 생각해볼 문제이다.


시모프의 책은 구할 수 있으면 무조건 구해야 한다.  미국에서도 주로 저가형 페이퍼백이 아닌 이상은 아마존에서 따로 한 권씩 구할 수 밖에 없는데, 한국에서는 거기에 절판까지 겹쳐서 이미 아시모프의 바이블의 경우 벼르다가 구약편은 구하지 못하게 되었다.  약간은 말장난 같지만, 영어단어의 어원이 되는 신화시대의 단어나 사례들을 재미있게 나열한 책이다.  이런 자투리상식을 알면 가끔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재미있게 이끌어 갈 수 있다.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나가이 가후의 책은 많이 없는데, 묵동기담 (강 동쪽의 기담) 그리고 이 책일 것이다.  담담하게 100년전 이미 근대화의 물결에 밀려 사라져가는 도쿄의 이곳저곳을 발길 닿는대로 돌아다니면서 남겼다.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못지않게 딱 그 자리에서 그 정도로 살아가는 문사로서의 삶에 대한 쓸쓸함을 남긴 부분도 눈에 들어오는데, 기실 당시 나가이 가후 정도면 명사급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괜한 어리광이나 문사 특유의 감상이란 생각도 든다.  100년도 전에 벌써 유럽과 미국을 다녀온 사람이고, 교수로 재직한 사람이라서 아마도 그럴 것인다.  사회적인 위치와는 달리 삶은 꽤 분방했던 모양으로 정처와 이혼하고 여러 게이샤들과 동거-혼인-이혼을 반복했다고 약력에 나온다.  고등학교 무렵부터 유곽을 출입했으니까, 일찍 어른이 되었던 시절임을 감안해도 꽤 일찍 그 방면에 입문한 셈이다.  깔끔한 양복에 게다를 신고 어슬렁 거리면서 거리를 돌아다녔을 그의 모습이 왠지 눈에 선하다.


늦잠을 잔 덕분에 늦게 출근하게 된 날인데, 이런 날일수록 갑자기 예정에 없던 것들이 쏟아지는 것은 늘 바뀌지 않는 법칙이다.  점심운동을 하려고 했는데, 또 퇴근길에 좀 일찍 나가서 오늘의 분량을 마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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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5-05-12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의이면 어릴때 엄청 인상깊었는데 다시 읽고 싶네요. 다 까먹...^^

transient-guest 2015-05-13 01:30   좋아요 1 | URL
저도 다시 읽어봐야 할 듯.ㅎㅎ

이진 2015-05-12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즈음 영화 본 편수를 기록하고 있어요. 책을 통 안 읽는 것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영화도 책 못지 않은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저는 국문과에 오면 책을 굉장히 많이 읽게 될 줄 알았는데 조금도 맞지 않았어요. 오히려 고3때보다 책을 더 안 읽고 있답니다. ㅠㅠ

transient-guest 2015-05-13 01:31   좋아요 0 | URL
이진님 반가워요. 벌써 대학생이 되셨군요.ㅎㅎ 여기서는 교과과정에서 일차사료를 많이 읽어요. 교과서라고 할 text개론서는 거의 안 읽었구요, 시대에 맞춰 과목에 맞는 당시 작가들의 소설이나 글을 많이 읽었는데, 좀 다른가 봐요. 열심히 하세요!ㅎㅎ
 
근대를 말하다 - 이덕일 역사평설
이덕일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국사가 선택과목이 되었다고 한다. 한국이라는 나라나 민족에 희망이란게 남아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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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edgling 2015-05-09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택이면 안봐도 된다는 건데 요즘 기업체나 대학 입시요강에는 한국사 자격증을 거의 필수로 넣고 있는 추세더라고요. 그래서 선택으로 바꾼건지 일관성이 없어보이네요.

transient-guest 2015-05-10 20:05   좋아요 0 | URL
최소한 자기 나라의 언어와 역사는 다른 나라의 언어와 수학보다는 먼저일텐데요, 그런 기본도 지켜지지 않는게 결국 친일파와 그 후손들이 득세하는 나라꼴이 아닌가 합니다.

saint236 2015-05-09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망이 있나요? 요즘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transient-guest 2015-05-10 20:0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도 요즘 돌아가는 꼴을 보면서 정말 아무것도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특별히 계획한 것은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하루키의 책을 네 권씩이나 연달아 읽게 되었다.  작품도 그렇고 에세이도 그렇고 읽고나서 보니 역시 80-90년대의 글이 거의 전부였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는 2000년대의 글을 모은 것인데, 그래도 그 감성이 꽤 좋았던 것을 보면, 본격적인 60대가 시작되기 전의 하루키의 글은 확실히 지금보다는 더 힘이 좋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색체...'도 그렇고, 요즘에 나오는 하루키의 글, 그러니까 옛날의 글을 다시 편집해서 재출간된 책들 말고, 요즘의 글은 뭔가 많이 힘에 겨운 느낌이다.  마치 조정래 작가의 신간을 보는 듯한 느낌인데, 술술 풀리는 듯한 느낌을 받지 못하고, 아주 힘겹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듯한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역시 사람이나 짐승이나, 작가나 무엇이나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좀더 잘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 모양이다. 이 페이퍼를 쓰기 위해 찾아보니 최근에 책이 또 한 권 나온 것 같은데, 신간인지, 복간인지 알 수가 없다.  보지 못했던 제목이라고 해도, 워낙 다양한 에세이를 다양한 이름과 삽화로 버무려서 다시 만들어 내는 출판사의 '되는 상품'을 내놓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세상이라서 쉽게 믿을 수는 없다.  


그런데 그의 글이 즐거운 이유가 단순히 젊을 때 '잘'쓴 글이라서만은 아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것은 어떤 감성에 대한 나의 몰입인데, 아마도 아날로그적인 냄새에 푹 잠겨버린 듯한 80년대의 글에서 오는 없었던 과거에 대한 향수가 아닌가 싶다.  83년에 있었던 이런 저런 에피소드를 보면 그의 80년대와 우리의 80년대, 나의 80년대와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정도의 거리를 느끼게 되는데, 그런 감성이 우리에게 다가오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표면적으로나마 군사독재도 사라지고, 데모할 힘도 슬슬 빠지기 시작한 시기였을 것이다 (라고 평론가들은 말했다).  뭐 그건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즐기는 그의 감성충만은 역시 80년대의 글이다라는 점은 확실하다 (에서 멈춰야지).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닌데, 4월 중에는 책을 마구 사들이는 바람에 이제 마구 읽어나가지 않으면 좀 미안한 시점이 되었다.  영어도 한국어도 엄청 쟁여버렸는데, 적당히 돈을 모아서 좀 한적한 교외에 작은 ranch를 곁들이 오두막을 구해서 서재를 꾸미고 살았으면 좋겠다.  일은 지금처럼 사무실과 집을 오가면서 유비쿼터스 환경을 한껏 이용하고, 동물하고 교감하면서 책을 보다가 운동을 하고, 그날의 먹거리를 만드는 여유까지 가는 것이 왜 이리도 어려운 것일까...


주말에는 심야식당의 류처럼 빨간 비엔나 소세지를 다듬어서 문어모양으로 볶은 안주에 맥주라도 마셔야겠다.  일본맥주도 좋고, 아니면 하루키가 가끔 즐긴다는 블루리본이라는 싸구려 미국맥주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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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5-08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리본_ 이름 깜찍해요, 맛은 어떨지 살짝 궁금_ 그러고 보니 저는 어느 순간부터 하루키 에세이는 잘 읽지 않게 되더라구요. 근데 이 글 읽으니 읽고 싶어지네요. :) 아, 1Q84 읽으려고 하는데_ 읽어보셨어요?

transient-guest 2015-05-09 02:41   좋아요 0 | URL
보통의 싼 맥주맛인데, 처음 마셔서 그런지 신선하더라구요. 1Q84는 어떻게 보면 하루키라는 작가를 별로 생각하지 않고 읽은 하루키의 소설입니다. 재미있게 읽었어요. 옴 진리교 사건이 모티브라고 하는데, 확실히 그 사건은 일본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것 같네요.

붉은돼지 2015-05-08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우연히 집에서 텔레비젼 보다가 봤습니다.
크린트이스트우드 나오는 영화 <그랜토리노>. 크린트할아버지 줄기차게 블루리본 캔 드시더군요.. 영화를 한참 보다보니까 ˝아... 이거 하루키의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에 나오는 그 영화구나˝ 알겠더라구요.. 영화는 그런대로 좋았습니다. 마트 수입맥주 코너에 블루리본은 없더군요...^^

transient-guest 2015-05-09 02:42   좋아요 0 | URL
저도 하루키가 그 얘기한 부분이 생각나네요, 최근에 읽어서 그런지...ㅎㅎ 수입될 만큼 좋은 맥주는 아닌듯 하구요, 버드와이저처첨 싸면서도 인지도가 높은 맥주도 아닌 듯 합니다. 여기서 마트에 가보니 딱 버드/밀러급이네요.
 

이곳은 오늘이 수요일이다.  지금 시간은 수요일 오후 2:38.  평소 같았으면 사무실에 있어야 하는 시간이지만, 어제 복잡한 케이스를 거의 끝내고, 고객의 확인을 받았기 때문에 오늘 오후까지 예정되어 있는 업무가 조금 일찍 끝나버렸다.  5월의 첫 주를 보내면서 꾸준히 전화도 받고, 업무는 언제나 진행형인 만큼의 양은 쌓여 있지만, 그래도 따뜻한 볕을 쬐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나니, 사무실에 오후 내내 앉아있을 자신이 없어졌다.  


점심때 짐을 싸들고 나와서 운동을 끝낸 후 - 중간에 잠깐 전화가 들어와서 15분 정도 상담을 하기는 했다 - 서점으로 와서, 커피 한 잔을 주문하여 최대한 구석진 테이블을 찾아서 노트북을 켜놓고, 책을 한 권 들여다보면서 노닥거리고 있다.  


나만의 사무실을 갖게 되었을때, 가끔 나른한 오후에 조금은 게으르게, 이런 시간을 갖고 있는 자신을 그려보곤 했었다.  생각만큼 쉽지는 않고, 특히 전화를 받거나 진지한 업무를 보는 것은 어렵지만, 그래도 잠깐 slow한 날, 일을 조금 미루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은 가능해진 것 같다.  사람이나 일이나 역시 혼자라면 조금은 가볍다.  최소한 반은 가벼운 셈이다.


다만, 이런 good time에도 불편한 점이 한 가지 있는데, 화장실이다.  짐을 그대로 두고서 화장실을 다녀오기에는 믿을만한 사람이 없는 것이다.  운동을 하면서 물을 많이 마시는데, 여기에 커피까지 들어가니 금강산 댐이 무너지는건 그야말로 시간문제다.  평화의 댐 같은건 애시당초 존재할 수 없으니 결국 이 좋은 자리를 포기하고 짐을 싸들고 화장실에 갔다가 다시 다 풀어놔야하는 불편을 감수해야만 하는거다. 젠장...


퇴근시간까지 2-3시간이 더 남았는데, 여기에 그저 마냥 한가한 이 시간을 즐겼으면 한다.  책 한 권 정도 읽어주면 시간을 낭비했다는 자책감을 살짝 달래줄 수 있다.  그나저나 화장실...어떻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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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edgling 2015-05-07 0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진게 적을수록 자유롭다` 라는 생각이 떠오르네요. 제가 요즘 그런 기분에 살고 있답니다. ^^ 어디 해외에 살고 계신가봐요~

transient-guest 2015-05-08 01:10   좋아요 0 | URL
방광이 비어있으면 자유롭죠.ㅎㅎㅎㅎ 네 외국에 있어요.

수이 2015-05-07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는 그래도 옆 좌석 사람한테 잠시만 봐주세요 하면 괜찮던데_ 안타까워요 ㅠㅠ

transient-guest 2015-05-08 01:10   좋아요 0 | URL
저도 잘 그러는데, 작은 카페도 아니고, 큰 서점 내부에 있는 카페라서도 글쿠, 노트북에 모든게 들어있어서 그런지 어렵더라구요.ㅎ

다락방 2015-05-07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혼자 까페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은데, 그럴 경우엔 지갑하고 스맛폰만 들고 화장실 가요. 다른 짐은 다 놓고요. 다른 짐도 다 싸들고 가기엔 너무나 번거로워서요.

그나저나 정말 뜬금 댓글이 되겠지만, 제목의 `굿 타임`을 보니 아주 오랜 시절, 제가 노래방에서 부르던 노래가 생각나네요. `클레오`란 걸그룹이 부른 노래 제목이 `굿 타임` 이었거든요. 가사가 이렇게나 유치한 곡입니다.


너와 함께 지내고 싶은 밤/ 부모님의 허락이 필요하지만/ 내가 너와 보내려 하는 이 밤이/ 가장 소중한 시간인 걸


아하하하하하하하. 이 노래 아십니까, 혹시? 하하하하하하하하하

transient-guest 2015-05-08 01:12   좋아요 0 | URL
다 들고 가야만 했답니다.ㅎㅎㅎ 좀 작은 곳에서는 두고 갈 수도 있지만요.. 굿타임/클레오는 기억합니다. 가슴에서 일자로 내려오는 공주옷 같은거 입고 나왔던 애기처자들도 이제는 30대 중반 정도가 되었겠네요.ㅎㅎ 이때만해도 `부모님의 허락`이 필요하단 소리로 가사를 순화했었죠. 요즘은 중딩정도의 아이돌도 스스럼없이 타오르는 시절이니 새삼 거시기하네요.ㅎㅎ

cyrus 2015-05-07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으면 병 생깁니다. 저가 guest님의 상황이라면 불편해도 짐을 챙기고 화장실에 갔을거예요. ^^;;

transient-guest 2015-05-08 01:09   좋아요 0 | URL
챙겨서 얼른 다녀왔지요. 다 싸들고 갔다오니 다행히 자리가 그대로 있더라구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