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를 영문판으로 구해서 읽어볼 마음이 생겼다.  내가 느꼈던 것을 더 강하게, 그리고 보다 더 원작으로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어제 서점에 갔을때 찾아봤는데, 딱 한 권, 기념판 하드커버가 있었는데, 가격이 세서 쿠폰을 기다렸다가 구할 것이다.  물론 약간의 갬블인데, 그리 자주 찾아지는 책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저런 책들을 정리해야 하는데, '스토너'나 '마션'은 감성이 풍부하게 올라올 때 남겼으면 해서 아껴두고 있다.  그러다가 예전에 '아메리칸 스나이퍼'처럼 구상한 모든 것들이 날아가 버리면 안될텐데.  


이러다가 정말 2015년이 4일 남은 이번 주중에 다 읽는 것 아닐까?  잠재의식속에만 남아있는 과거의 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  미스 마플이 나오는 이야기는 가끔 다소 지루하게 전개될 때가 있는데, 이번 이야기는 꽤나 박진감 넘치게 빠른 속도로 펼쳐졌다.  아마도 미스 마플 외의 주요등장인물이 젊은 부부라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미스 마플은 살짝 거들면서. 18년이라는 긴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는 위험에 대한 미스 마플의 경고가 단순히 과거를 파헤치지 말라는 수준의 것이 아님은 생각하지 못했다.  어떤 살인사건이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이를 추적하게 되면, 추적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범인의 주의선상에 들어올 수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난 그저 그 과거를 추적하는 것이 부부사이나 삶에 문제를 일으키려나 하는 안일한 정도의 연상만 할 수 있었다.  심령학적인 분위기로 시작되지만, 이는 가볍게 쳐내고, 바로 진지하고 논리적인 접근으로 넘어가는 점이 더욱 돋보이는데, 그 덕분에 좋은 추리소설이 된 것 같다.  그리고 범인은 언제나 그들 중에 있다는 사실.


참 다양한 이야기를 매우 정기적으로 뽑아내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그 속도와 패턴을 보면 흡사 대본소 만화계의 공장장인 김성모씨가 생각날 정도다.  하지만, 김성모씨처럼 허술한 물건이 아닌 꽤 좋은 소설이 꾸준히 나오는 것이 그 둘의 차이점인데, 그래도 조금은 히가시노 게이고씨도 supporting crew가 있어 주간 아이디어 헌팅과 토론을 통해 얼개를 잡아가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첫 권의 마지막에서 좀더 교육과정을 공부하기 위해 사라진 시노부 선생을 3년 후에 만나는 것에서 시작되는데, 본격추리소설처럼 끔찍한 살인이나 교묘한 사건보다는 소소한 일상의 꽁트처럼 사건집을 구성해서 매우 쉽게 술술 읽힌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 중에서 묵직한 질문을 던져주는 것들도 있고, 용의자 X의 헌신처럼 여운이 긴 작품도 있는데, 이 책은 그저 가볍고 유쾌한 사건풀이놀이 같다.  


이제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에서 여섯 권을 남겨두고 있다.  하루에 한 권 반의 분량으로 읽어야 2015년 12월 31일까지 모두 읽을 수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다.  이걸 끝내야 하는 특별한 이유도 없고, 밥일도 아니기 때문에 그저 즐길 생각이다.  그게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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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5-12-28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토너 원작은 정말 강추입니다. 훨씬 무게감이 있어요.

transient-guest 2015-12-29 07:27   좋아요 0 | URL
뭐랄까 긴장의 완급도 그렇고 훨씬 더 강한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자다 깨다 먹다 마시다 일도 조금 하고, 다시 이를 반복하고 있다.  그 와중에 책도 조금씩 읽었는데, 그중에서도 '스토너'는 새벽에 눈이 떠지는 바람에 붙잡았다가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그러고나서 바로 리뷰를 써보았어야 하는건데, 새벽 6시에 느낀 먹먹함과 감동, 그리고 동질감에 푹 젖어있고 싶어서 굳이 노트북을 켜지 않고 다시 누워 생각에 잠긴 채 잠이 들고 말았다.  다시 읽어볼 생각이었는데, 막상 그 처연하고, 아름답고, 아프고 쓸쓸했던 인생을 다시 한번 살아볼 자신이 없다.  일단은 추리소설만 정리하고 나머지는 갑자기 어떤 생각이건 떠오를 때 써봐야겠다. 


드디어 72권까지 완독했다.  7권이 남았는데, 열심히 읽으면 2015년을 넘기지 않겠지만, 왠지 자신이 없다.  그렇게 의무로 읽어서 이 책과 작가를 모독하기도 싫거니와, 그런 독서 따위는 개도 안먹을 만큼 구릴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비록 운동을 하면서 읽기에 산만한 정신일 때가 많지만, 그래도 책을 읽는 것과 의무적으로 해치우는건 다르다.  최소한 해치우기 위한 독서는, 자계서식 독서와 함께 내가 지양하는 형태의 책읽기다.  


70권대에 들어서 포와로 아니면 마플이다.  그 둘이 주로 한번씩 등장하면서 추리를 이끌어 가는데, 이번에는 포와로다.  '죽은 자의 어리석음'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미지수이고, 애거서 크리스티가 가끔씩 보여주는 전가의 보도인 사람 바꿔치기는 언제나처럼 묘한 변수로 작용하여, 수법의 익숙함과는 무관하게 전혀 연상추리가 되지 않는다.  꽤 재미있었다고 기억한다만, 본격추리물이 그립기도 하다.  79권까지 모두 읽으면, 캐드팰을 독파하면서 동서미스테리문고의 책들과 일본추리소설을 건드릴 생각이다.  이리 저리 모인 포인트는 한국돈으로는 꽤 좋은 가격에 나오고 있는 동서미스테리문고의 책들을 마저 끌어모을 것 같다.  


드디어 시작했다.  캐드팰 수사의 이름을 듣고, 중간에 품절되는 이 시리즈를 보면서 얼마나 가슴을 졸였던가.  그러다가 2013-2014에 큰 맘을 먹고 한꺼번에 20권 전집을 모두 구했다.  다만, 그때엔 이미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이라는 엄청난 세계에 들어가 방해를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이 책은 거의 1년 이상 잠자고 있었던 것이다.  그간 물론 다른 추리소설도 읽었지만, 거의 요코미조 세이시, 마쓰모토 세이초 정도였는데, 묘하게도 이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와 애거서 크리스티의 시대와 겹쳐서 이질감은 적었던 것 같다.  하지만, 캐드팰 수사가 활동한 시기는 너무도 다른 시절 - 그러니까 기적과 현상을 믿는 사람들이 대부분있던 중세 이전의 중세 같은 유럽 - 이었기 때문에 내 판단이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애거서 크리스티도 73권째를 들어가는 마당에 조금은 시작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첫 번째 이야기를 시작했다.  결과는 물론 기대이상!  오늘 오전에 침대에 엎어졌다, 누었다가, 다시 앉아서 이불을 덮는 등 동작을 바꾸어 가면서 다 읽었다.  엄청 신선한 재미였다.  


억지로 꾸민 기적과 부수도원장의 허영이 겹쳐 캐드팰 일행은 수도원으로 모시고 올 성녀의 유골을 찾아 웨일즈의 한 마을로 떠난다.  (지금도 웨일즈 사투리는 지독하다는데, 웨일즈어와 잉글랜드어는 당시 거의 외국어 수준으로 달랐을 것 같다).  캐드팰은 통역차, 그의 수행원은 muscle역할로, 이 수상쩍은 행렬에 동참하여 그간 잘 쉬고 있던 성녀의 유골을 빼앗아가려는 자들의 일원으로 웨일즈에 간다.  이 과정에서 일어난 유력자의 살인사건은 19-20세기의 사건을 기준으로 하면 꽤 단순하다.  이미 스토리의 전개상 살해동기가 있는 사람들은 몇 안되기 때문에 그리 어렵게 추리하지는 않았으나, 아직은 이 스타일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범인을 유추하지는 못했다.  


기적과 마법, 현상, 마을, 사람, 그러니까 '과학'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살아 숨쉬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추리소설이 어디로 날 데려갈지 궁금하다.  역시 책이란 것은 사다 놓으면 읽게 된다는 나의 믿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사례.  


이 외에도 마션, 이덕일 선생의 책, 스토너에 대한 말을 남겨야 하는데, 스토너는 오전에 느낀 그 먹먹함과 복잡한 생각을 글로 정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하다 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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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12-26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대한 모험의 여정 중이신 ..응원 놓고 갑니다!
여러 나라와 인물을 오가느라 벅찰텐데..즐겁게
소화중이신듯하니....나중에 또 리뷰 기대할게요!
잘 읽고갑니다.가스팰 ㅡ참 오랫만에...이름을 ..!^^

transient-guest 2015-12-27 01:12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ㅎㅎ 네 드디어 크리스티는 졸업을 앞두고 있고,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전혀 새로운 내용과 배경의 책을 읽게 되니 참 좋네요.ㅎ

다락방 2015-12-26 15: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랬어요. 스토너를 글로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transient-guest 2015-12-27 01:13   좋아요 1 | URL
그쵸? 저도 읽고 나서 한참 먹먹하게 감동도 아니고, 연민도 아닌 묘한 공감..제 인생을 돌아보게 한 소설 같습니다. 예전에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읽고 비슷한 느낌을 받긴 했었는데, 스토너는 훨씬 더하네요.

cyrus 2015-12-26 18: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서문화추리문고는 번역만 개선되면 사서 모으고 싶어요. ^^;;

transient-guest 2015-12-27 01:13   좋아요 1 | URL
저는 추억어린 시리즈라서 그런지 별로 신경이 쓰이지는 않아요. 그런데, 어떤 책은 정말 의미를 알기 어려운 오역이 심한 경우가 있더라구요.ㅎㅎ

Forgettable. 2015-12-26 18: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드디어 캐드펠 시리즈!! 이거 읽은 사람이 별로 없어서 읽으셨다니 무한한 동질감. 게다가 재밌게 읽으셨다니 더더욱 ㅠㅠ 전 엄청 즐겁게 읽었어요. 읽을 수록 캐릭터들에게 정이 엄청 들게 되더군요. 아 갑자기 엄청 읽고 싶어지네요.

아참! 하루 늦었지만 메리크리스마스! 즐겁게 보내셨길 ㅎㅎ 전 프랑스에서 크리스마스 보내고 있어요. 연말 가족분들과 행복하게 보내시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transient-guest 2015-12-27 01:15   좋아요 1 | URL
드디어 시작합니다.ㅎㅎ 이 책도 은근히 레어템이 될 조짐이 있어요.ㅎㅎ 귀하게 읽어야죠. 님도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인터내셔널하게 보내셨네요.ㅎㅎ 2016년는 더욱 좋은 일 가득하길 바래요.
 

딱히 놀 수 있는 여유는 없다.  아직 due가 잡혀있는 케이스를 손도 못대고 있기 때문인데, 집중력도 떨어지고, 간혹 발생하는 행정업무 때문에 이리 저리 오전에 휘둘리다 보면 업무집중도가 높은 아침시간은 다 지나가 버린다.  오후가 되면 정식 케이스, 그것도 4-5시간 정도 꼬박 나의 주의를 요구하는 고급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요즘은 힘이 든다.  확실히 서포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2016-17년도를 분기점으로 천천히 사이즈를 키워볼 생각이다.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개업 첫 해와 두 번째 해에는 주로 수임된 케이스를 바로 진행하여 결과를 보는 과정만 신경을 쓰면 된다.  그 시점이라면 보통은 관리할 케이스가 많이 쌓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덧 4년을 꽉 채워, 내년이면 5년차로 접어드는 나의 경우에는 그간 진행한 케이스 숫자와 성공에 비례하여 관리할 서류도, 자잘한 행정업무도 늘어났기 때문에 이젠 간혹 작은 일들만 처리하면서도 하루가 꼬박 지나가곤 한다.  지금도 오전의 갑작스런 잡무 때문에 스케줄이 밀렸는데, 오후에는 아무래도 연말 탓인지, 손이 움직이지 않고, 머리도 굳어버리는 덕분에 어떻게 할지 고민이다. 


책은 그럭저럭 꾸준히 조금씩 읽던 녀석들을 한 권씩 마무리하고 있다.  어제 받은 은영전 정식발매세트를 보면서 흐뭇해하고 있지만, 읽지 못한 책들이 계속 늘어나는건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음식도 무엇도 그렇듯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로 조금씩 사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한 권의 책을 한번 읽기도 힘든 지금에도 관심이 가는 책들은 자꾸만 구하게 된다.  2016년에는 뭐가 달라질까?  아니면 나도 언젠가는 이동진 DJ처럼 만 권의 책을 보관하기 위해 책장을 주문제작하게 될까?  


개을 키우기 때문에 특히 관심가는 기생충들이 몇 있었는데, 잠깐 걱정을 했지만, 설마 어떻게 되겠어 하는 맘으로 잊어가고 있다.  책을 재미있게 쓰는 분이란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 징그러운 책은 무척 이해하기 쉬운 설명으로 다양한 기생충의 세계를 보여준다.  다른 녀석들은 그리 무섭지 않았지만, 피부를 돌아다니면서 코끼리발을 만드는 녀석은 정말 공포 그 자체였다.  회충이나 요충은 이런 녀석들에 비하면 귀엽기까지 하고, 민촌충의 경우 크론병 증상을 고치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어 고맙기까지 한 것이다.  당뇨나 여타한 이런 종류의 병에 딱 들어맞는 기생충을 찾으면 좋겠다.  물론 요즘은 stem cell을 이용한 방법으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기생충도 좋은 대체요법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서민교수의 책은 다른 책들도 조금씩 사들여 읽을 생각이다.  이런 분의 강의를 듣고 공부하는 의대생들이 새삼 부럽다.  강의를 못한는 교수 때문에 로스쿨때 꽤나 고생을 한 경험이 있는데, 자기가 말하는 것에 대한 주제에 해박한 지식을 갖는 것과는 별도로 이것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된 분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  이분이 유명해진 이유는 확실히 따로 있다. 


다 읽어간다.  후반부로 갈수록 추리소설보다는 극화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단 추리에 필요한 여러 정보들을 정확하게 그리고 공평하게 나눠주지 않았다고 판단하게 되는데, 이런 것들까지 뛰어넘는 연상추리가 가능해야 수사가 가능한 것인지?  속이 확연히 들여다 보이는 사건도 유야무야 처리되는 경우가 다반사인 요즘 한국경찰에게 추리소설이라도 읽혀서 정치와 공안에 썩은 두뇌를 다시 활성화시켜주면 좋을 듯.   언제나 그랬지만, 용의자를 줄여나갈 수 있는 clue는 무심하게 묘사되는 배경사실에 교묘하게 숨겨져 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에겐 보여주지 않았던 몇 가지 때문에 논리적인 추론, 읽는 사람의 감이 아닌, 그런 추리가 가능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내년이면 빼도박도 못하는 나이.  더 이상 아무리 발버둥치더라도 아저씨임을 피할 수가 없는 때가 된다.  K저씨가 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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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5-12-23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매사 철저한 분이시라는 느낌이....ㅎㅎ 잘 지내시죠? ^^

transient-guest 2015-12-23 11:56   좋아요 0 | URL
아이쿠! ㅎ 철저하긴요, 실수하지 않으려고 늘 edge합니다.ㅎㅎ 덕분에 잘 지냅니다. 즐거운 연말연시 보내세요.ㅎ
 

술을 마신 다음 날은 언제나 몸이 무겁다.  주종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비교적 뒷끝이 없는 와인이라고 해도 그렇다.  덕분에 스타워즈 오전 8시 상영을 보려던 계획도, 새벽운동도 모두 날아가 버리고 일단 아직 크리스마스 인파로 붐비기 전의 서점 카페에 나와 앉아 있다.  쿠폰을 사용해서 책도 몇 권 사고, 커피도 공짜로 마시고 (BN회원혜택인데, 일년에 한번 정도 커피를 주는 듯), 30분 정도 즐기다가 운동하러 갈 계획이다.  스타워즈는 IMAX 3D로 보려고 하는데, 3D도 일반상영도 오전의 표는 구할 수 있지만, IMAX 3D는 근처의 극장들이 모두 매진상태라서 기다려야 한다.  오전 8시의 일반상영을 보고, 나중에 다시 IMAX 3D를 보려고 했는데, 천상 기다렸다가 IMAX 3D만 봐야할 것 같다.  
















1. Philip Dick의 1960년대 소설 4가지 모음집: The Library of America라는 출판사 고유의 커버디자인이 특히 맘에 드는 이 판에는 The Man in the High Castle, The Three Stigmata of Palmer Eldritch,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 그리고 Ubik 이렇게 네 개의 소설이 포함되어 있다.  깔끔한 하드커버에 올블랙 디자인은 같은 출판사에서 나오는 다른 책들에도 모두 적용된다. 

2. XCOM 2: Resurrection: XCOM게임은 턴 방식의 전략게임으로 1994년 정도에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최근에는 STEAM을 통해서 올드버전을 구해서 가끔 플레이한다.  작년엔가 나온 XCOM2는 완전히 최신식 그래픽과 시스템을 도입해서 성공을 거둔 듯하다.  덕분에 learning curve가 좀 심해서 제대로 플레이하지는 못했는데, 소설로 나온 것을 보고 샀다.  게임세계를 소설화한 것은 좋아하는 게임의 경우 가급적 구해서 보는데, 게임의 재미와 몰입도에 도움이 된다.  

3. The Gods of Guilt: 마이클 코넬리의 신작을 최근에 봤는데, 그럭저럭 재미있었기 때문에 가끔씩 이렇게 나오는 bargain hardcover를 사기로 했다.  Lincoln Lawyer시리즈인 듯.


슬슬 사람들이 몰려 들고 있는 것이 호흡하는 공기로 느껴질 정도.  마저 쓰고 커피를 마신 후 조금 돌아다니다가 나가야할 것 같다.


영화를 먼저 봤고 책은 어제 읽었다.  영화가 워낙 훌륭해서 더 소개가 필요하지 않는 작품인데, 놀라운 것은 이 작가는 디젤기차 차량 정비공인데, 개인적인 습작활동과 화요일 글짓기 클럽 같은 모임을 통해서 글쓰기를 배웠다는 점.  벌써 여러 권의 작품이 나온 것 같은데, 구해서 읽어볼 생각이다.  


책을 구하다 보면, 만화책도 다른 책 못지않게 소장하고 싶어진다.  영문판으로 구하다 만 드레곤 볼이나 닥터 슬럼프, 베르세르크, 간츠 같은 작품들도 그렇고, 예전에 구했던 슬램덩크의 정발판도 갖고 싶다.  그래!  내년에도 열심히 벌어야 한다.  벌어서 책을 사고, 공간을 마련하고.  아! 이 무한반복이여..



나갈 준비를 할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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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12-21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외국의 작은 서점들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와서 몇권을 읽어보았는데, 작은 서점들도 크리스마스 대목은 항상 엄청나게 바쁘더라고요, 쉬지 못함을 두려워할 정도로요. 그걸 보면서 부러운 마음도 있었는데 요즘 올리신 글들을 읽어보니 정말 서점의 분위기가 그런가보네요. 참 부러운 풍경입니다.

transient-guest 2015-12-22 03:16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크리스마스엔 선물을 주고 받는게 일상화된 곳이고, 책은 값에 대비해서 좋은 선물이라서 더욱 그런 듯 합니다. 서점에 책 말고도 피규어나 게임도 많이 팔고 해서 구경할 것들이 많더라구요.

cyrus 2015-12-21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만화책을 소유하고 싶은 생각이 갑자기 들 때가 있어요. 이럴 때 수집벽이 무서워요. ^^;;

transient-guest 2015-12-22 03:16   좋아요 0 | URL
매우 무섭습니다.-_-:: 끝이 없어요..
 

한국이나 여기나 연말연시에는 어디를 가도 엄청난 인파로 북적거린다.  이곳의 경우에는 특히 크리스마스를 30일 정도 앞둔 시점부터 쇼핑시즌이 열리는데, 작은 선물이라도 주고 받는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크리스마스 쇼핑시즌은 늘 대목이다.  서점도 예외가 아니라서 이 기간동안에는 오프라인 서점이 망하지는 않겠구나 하는 희망을 품게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서점을 점령한다.  카페의 긴 줄은 물론이고, 책도 엄청나게 팔리는 것으로 보면서 내가 뿌듯할 정도다.  결론적으로 사람이 많은 곳을 꺼리는 나 같은 사람은 갈 곳이 없다는 것.  


일을 좀더 몰아서 끝내기 위해서 어제와 그제는 꽤 오래 사무실에 있었다.  밤에 쌉쌀한 공기내음을 맡으며 불이 꺼진 사무실 건물을 나서는데 문득 아주 오래 전에 대학교 신입생 시절이 떠올랐다.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던 그 시절 세상은 내 앞에 활짝 열려 있었고, 모르면 용감한 것처럼 불가능은 없어 보였었다.  첫 학기부터 읽을 것이 많았고, 당시 미국에 온지 3년 남짓의 영어실력의 나는 모자란 공부 때문에 늘 도서관에 늦게까지 남아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의 캠퍼스는 깊은 산 숲속 한 가운데 있어서 밤의 차가운 공기가 나무숲을 통해 걸러져 나오면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었다.  밤 10시 정도에 그렇게 도서관을 나서면서 주차장으로 걸어가는 10분 정도 나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환상에 사로잡혀 혼지 웃으면서 행복해 했었다.  걸어가다가 쓰레기통을 뒤적거리던 너구리와 눈이 마주치기도 했었고, 밤에 떼로 돌아다니던 사슴가족을 만나면서 더욱 혼자만의 조용한 행복속에 머물 수 있었다.  그건 매우 오래 전의 기억이지만, 지금도 가끔 떠올리는 행복한 순간이다.


인터넷은 텔넷을 통해 학교로 접속해서 무료로 사용할 수는 있었지만, 이메일 말고는 달리 용도가 없었기 때문에 집에 들어오면 PC는 주로 게임을 하는 용도로 사용했는데, 그땐 무엇을 해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깊이 들어갔던 것 같다.  지금은 책읽기를 빼고는 2-3시간 이상 계속 하는 것이 없지만, Warcraft 2를 늦게 구해서 오후 3시에 play를 시작하고서 한숨을 돌리려고 시계를 보니 밤 11시였을 정도로 하나를 잡으면 굉장히 오래 갖고 놀곤 했었다.  지금도 가끔 그때를 떠올리면서 고전게임을 돌리는데, 화려한 그래픽의 요즘 게임보다 더 재미있게 느끼는 것은 그때의 나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도 그때는 너무 어렵게 구했기 때문에 그랬는지, 지금의 1/5도 안되는 양이었지만, 늘 읽고 또 읽곤 해서 지금도 그때 읽었던 책들의 경우는 세세한 부분까지 꽤 많이 기억하고 있다.  많은 것들이 넘치는 지금의 시대답게, 그리고 어른이 된 유일한 이점이랄까, 원하는 것은 부모님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사들이게 되었지만, 양에 반비례해서 소중함은 좀 줄어든 것은 아닌가 싶다.


주말부터 일을 해서 그런지 이번 주는 꽤 길게 느끼면서도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느낌이다.  


미스 마플의 추억 얽힌 모험담.  예전에 다른 작품에서 한시적으로 협업했던 부유한 노인네가 죽으면서 마플에게 엄청난 유산을 조건부로 남겨 놓았다.  그 조건을 받아들이고 사건을 해결하면 이 유산은 온전히 미스 마플에게 돌아오게 된다.  잠깐 고민하지만, 사건의 밑조사를 하고나서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수순.  추리를 하기 보다는 그저 방관자의 입장으로 스토리를 즐긴 나는 아직 진지한 추리소설의 마니아라고 볼 수는 없을 듯. 


주말에 운동하면서 열심히 읽어냈다.  이제 9권이 남았는데, 다른 것을 다 제껴놓고 이 시리즈만 읽으면 모를까 2016년으로 넘어갈 것 같다.  아니면 정말 이것만 정주행할까?  고민이다.  이미 부족한 사무실 공간을 정리하여 크리스티 전집은 보관모드로 돌려놓았고, 다음 시리즈의 캐드파엘을 앞으로 빼놓았다.  이들과 함께 물만두님의 책을 읽고 자극을 받아 박스에 따로 꺼내놓은 동서미스테리 시리즈, 그리고 주문한 다른 추리소설들과 함께 2016년은 추리소설을 위주로 살아볼까 또한 고민중이다.


다시 일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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