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실력차가 뚜렷하게 보이는 시합이었다.  그렇게 한국 여자축구는 16강에서 세계 3위의 프랑스 팀에게 3-0으로 완패하였다.  이곳 시간으로 오후 1시부터 중계를 해주었기 때문에 열심히 응원했는데, 경기를 보는 내내 맘이 아팠다.  남자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매우 열악한 여자스포츠 하고도 한국의 선수들이었음이 너무 민낯으로 드러났기 때문이었을까?  


신체조건도 기술도 훨씬 뛰어난 프랑스 선수들에게 시합 내내 끌려 다니면서 애를 쓰는 한국 선수들의 패배가 안타까웠다.  하지만, 8강을 향한 염원을 담은 멋진 응원구호가 남았으니까 다행이다.



역대 최고의 응원구호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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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5-06-23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친구 부모님이 이거 얘기하셔서 전 한국 축구 안보는데다가 한국 여자축구는 더안봐여 ㅋㅋ 라고 했는데 열심히 응원하시는 분이 여기에..! ㅎㅎ 프랑스에서 요양하고 이제 돌아갑니당~~

transient-guest 2015-06-24 01:38   좋아요 0 | URL
그냥 맘이 아팠다고 할까요? 열악한 여건에서 열심히 뛰는데, 워낙 정치에 휘둘리고, 지원이 되었다 말았다 하는 약소국 축구라서 그런지.. 찡~하더라구요. ㅎㅎ 유럽대륙을 호령하고 계시네요. 언제나 부럽습니다.ㅎㅎㅎ
 

나는 가능하면 일정을 잘 조절하여 금요일에는 힘들거나 복잡한 일을 진행하지 않는다.  또한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도 최대한 지양하는 편이다.  따라서 아무리 바쁜 경우라도 내 사무실을 시작한 이후에는 금요일까지 용을 쓰면서 일한 기억이 없다.  혼자서 모든 것을 맡아 일하는 solo사무실을 운영하면서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법이랄까, 일종의 적응력을 키운 것이다.  아무리 내가 일을 비교적 정확하고 빠른 속도로 처리하는 능력이 있다고 해도, 매주 그렇게 달리면 배겨낼 도리가 없을 것인데, 이런 부분을 자연스럽게 적정한 수준에서 조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사람은 그렇게 누구나 어느 정도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능력을 키우는 것 같다.  오늘도 오전에 간략한 업무를 조금 처리하고 오후에는 책을 읽을 예정이다.  


언제나처럼 이번 주중에 읽은 책을 간략하게 정리한다.


Jack Reacher은 영화로 처음 접했고, 가끔 헌책방에서 눈팅만 하다가 이번에 한 권을 사서 읽어보았다.  순서상으로는 18번째 같은데, 나에게는 첫 권이 된 덕분에, 생각보다 꽤 늙어있는 Jack Reacher를 만나게 되었다.  젊은 종마같던 시절은 이미 지난 상태지만, 그는 최고의 컨디션과 판단력, 마치 기계와 같은 psyche를 지닌 작품의 세계에서는 최고의 고수라고 하겠다.  더욱 중요한 것은 첫 페이지를 읽자마자 영화 Jack Reacher에서 Reacher로 연기한 배우가 톰 크루즈라는 것은 아이라니를 넘어선 완벽한 미스캐스팅이란 사실.  Jack Reacher는 키가 크다.  Jack Reacher는 덩치도 크다.  이런 사람들은 특별히 무술의 고수일 필요가 없다.  우선 앞도적인 체구로 상대방을 심리적으로 이미 제압하는 경우가 많은 과인데, 톰 크루즈는 말 그대로 neither이다.  게다가 이 영화를 찍을 당시의 톰 크루즈는 50대가 거의 다 되어가는 나이답게 늙은 몸을 보여주었는데, 덕분에 아직도 영화를 생각하면 관리가 매우 잘 된 그의 쳐진 갑빠가 떠오른다.  다 그네 탓이다. 


소설은 긴박감있는 전개와 적당한 수준의 추리를 요구한 덕분에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군대의 상부요직에 있는 부패한 장성들이 아프간에서 테러리스트 무장조직에게 무기를 팔아먹어왔고, 이 꼬투리를 잡은 소령이 16년 전, LA풀린 군수무기를 추적했던 Jack Reacher를 떠올리고 연락하는데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조직이, 그것도 군대처럼 막강한 무력과 금력을 동원할 수 있는 조직의 상층에서 몇 명이 모의하여 이상한 짓을 벌이면 이처럼 잡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도리어 그들을 수사하던 사람들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게 되었는데, 물론 현실에서는 소설처럼 일이 잘 마무리되기 보다는 보통 선한 세력이 큰 피해를 입고 사라진 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면, 그리고 운이 매우 좋다면 그 사건과 배후세력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소설은 최소한 속이라도 시원하게 해준다.  남은 Lee Child의 Jack Reacher작품들도 한 권씩 읽어볼 생각이다.  르와르의 전통도 잘 이어주고 있기 때문에 멋진 남자와 멋진 여자가 늘 등장하고, 나쁜 놈들은 언제나 두들겨 맞는게 맘에 쏙 든다.  다 그네 덕분이다.


드디어 30권만 읽으면 이 고지를 넘게 된다.  거의 2년이 다 되어가는데, 지금의 속도로 보면 내년 이맘 때면 다 끝내게 될 것 같다.  캐드파엘은 여전히 책장에서 조용히 빛을 볼 자신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기차가 겹치면서 창문을 통해 우연히 살인사건을 목격한 시골할머니의 친한 친구가 하필이면 미스 마플이었다는 점이 범인의 첫 번째 불운이었다면, 미스 마플이 자신을 대리하여 움직여줄 사람으로 뽑은 사람의 재기발랄함이 두 번째 불운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끝까지 범인의 정체를 짐작하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워낙 많은 인물들을 곳곳에 장치해놓은 덕분이다.  덕분에 난 마치 MERS에 대응하는 그네처럼 우왕좌왕하다가 추리를 그냥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역시 그네는 대단하다.


History buff라고 자부하고는 있지만, 역사책을 열심히 읽던 시기도 어느덧 십 년이 훨씬 지나버렸다.  어쩌면 역사책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관련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지 않고 있어, 이는 순전히 어릴 때의 기억에서 나온 내 머릿속의 생각일런지도 모르겠다.  난 내가 history buff라고 믿으면서 마치 그네가 이 옷, 저 옷, 꼬까옷을 기웃거리는 것처럼 책과 책 사이를 돌아다니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발칸이라는 지명을 가진 지역은 현대의 코소보, 몬테네그로,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 루마니아, 고색창연하기 그지없는 마케도니아 (제국과는 상관이 없다) 등을 포함한 곳인데, 민족주의의 대두와 함께 종교문제와 문화, 그리고 독립정권을 수립과정에서 20세기의 화약고가 되었던 지역이다.  그런데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이 발칸이라는 지명과 발트와 섞어버렸기 때문에,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발칸이라는 이름과 함께 늘 발트3국을 떠올리고 있었다.  지역의 역사를 정리한 좋은 개론서 정도라고 생각된다.  


더 클래식 두 번째 이야기는 처음보다 좀더 나은 서술을 보여주는데, 덕분에 내용의 flow가 매우 좋다.  음악을 들어가면서 한 구절씩 읽었으면 더욱 좋겠는데, 현실적으로는 워낙 다양한 명반을 소개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저 충동적으로 첫 쳅터에서 소개한 3개의 음반을 아마존에서 주문했는데, 가능하면 이렇게 조금씩 사 모아서 음악과 함께 한 쳅터씩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나중에 많이 모이면 문학수 collection이라고 따로 보관해서 책과 함께 두면 좋겠다. 


엘니뇨 덕분에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있는데, 주말에 시간이 괜찮으면 좀 널널하게 책을 보면서 게으른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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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5-06-20 0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느월요일 오전에 회의가 있고, 일주일의 마무리고 금요일 오후에나 결정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늘 금요일이 제일 바쁘네요. 여유가 부럽습니다!

transient-guest 2015-06-20 03:41   좋아요 0 | URL
대부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영업자로써의 장점일런지도 모르겠어요.ㅎㅎ 금요일이 되면 이미 의욕도 많이 떨어지고 그래서 더욱 어려운 일은 피하게 되었네요.

blanca 2015-06-20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심히 일하고 난 후의 여유다운 여유가 부럽습니다. 더 클래식도 음악과 함께 읽어보고 싶네요.

transient-guest 2015-06-23 02:38   좋아요 0 | URL
가끔씩은 일하기 때문에 쉬는 것도 즐겁단 생각을 합니다. 더 클래식은 음악과 함께 비교하면서 읽으면 더욱 내용이 잘 들어올 것 같습니다.ㅎ

Forgettable. 2015-06-20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차일드의 잭 리처 시리즈는 여름 독서로 제격인 듯 합니다. ㅎㅎ 별다른 편차 없이 꾸준히 많은 책을 쓴 작가를 좋아하는 것만큼 행운은 없는 것 같아요. 캐드펠 시리즈도 한국가면 좀 더 사들여 놓으려구요. 중단되긴 했지만 열린 책들의 메그레 시리즈도 꽤나 괜찮습니다. 자금의 한계로 이북만 읽고 있는데 매번 영 찝찝하넹. 읽은 것 같지도 않고 ㅋㅋ

transient-guest 2015-06-23 02:3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지금 두 번째 잭 리처 시리즈를 읽고 있는데, 비슷한 감은 있지만, 계속 궁금하게 만들고, 스토리를 잘 꾸려나가네요. 캐드펠은 완간되었던거 사놓고 못 보고 있어요. 스물 몇 권? 이북은 확실히 좀 별로입니다. 하지만, 먼곳에 계시니 그래도 달리 방법이 없네요.ㅎㅎ
 

이번 주간 한주는 배심원단 선정대상으로 2년에 한번씩 나오는 법원출두명령 덕분에 업무를 거의 보지 못하고 지나가버렸다.  월요일에는 on-call상태로, 화요일 오후 1시부터 출두하여 간략한 서류를 작성하고 다음날인 수요일 오전에 최종선정작업이 시작되었다.  다행스럽게도 12명의 배심원단 및 3명의 예비배심원 자리에 선정되지 않았기에 다음 2-3주 동안의 재판을 지켜볼 필요가 없어졌다. 만약 선정되었더라면 업무일정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고 필요한 일을 날짜에 맞춰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내가 좀처럼 하지 않는 밤샘근무가 필요했었을 것이다.  정말 다행.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참석한 사람들의 진지함인데, 이런 저런 질문 - 그러니까 제대로 주어진 사건사실과 증인들의 증언을 갖고 성실하게 이를 판단하여 공정한 판결을 more likely than not 이라는 심사 스탠다드를 적용하여 도출할 수 있는지를 보기 위한 - 에 매우 진지하게 개인의 의견을 피력하면서 왜 자기는 그럴 수 없는지, 또는 자기가 믿는 바는 무엇인지를 이야기하는 부분이 꽤 인상적이었다.  모두들 skip하고 싶어하는 배심원 서비스지만 그래도 이런 풍토랄까 자세랄까 하는 것 때문에 이 나라의 법치가 뿌리를 내렸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쓸데없는 이야기들도 많아서 꽤 짜증이 나기는 했었다.  


덕분에 화/수요일간 진행되었을 업무가 몽창 오늘과 내일로 밀려버렸고, 필요한 것들을 추려서 우선적으로 due date을 잡아야 한다.  목요일이면 좀 맘을 편하게 갖고 일할 수 있는데, 예외가 되어버린 듯.


엊그제 받은 BIBLIA 5월호에 대한 간략한 소감을 적고 싶었는데, 이미 6월이라서인지 상품이 검색되지 않는다.  천상 사진을 찍어서 올려야 하기에 오늘은 패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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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6-19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로만 미국의 재판 장면을 봤는데, 봐도봐도 복잡한 느낌이 들었어요. ^^;;

transient-guest 2015-06-20 01:36   좋아요 0 | URL
절차를 매우 중요시합니다. 합의를 보든, 재판으로 가든지 아주 아날로그적으로 절차를 따라가더라구요.
 

차의 브레이크 패드만 갈기 위해 들린 정비소에서 로터까지 다, 그것도 네 바퀴 모두를 갈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 예정보다 훨씬 더 긴 시간, 사실상 하루를 꼬박 정비소 근처에 있는 별다방에서 보내게 되었다.  일단 최소한 3-4시간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가져간 일거리는 애저녁에 다 끝냈기 때문에 남은 시간은 전화가 오면 받고, 메일이 오면 답해주면서 케이스 관리를 하게 될 것 같다.  물론 이 또한 예상하고 가져온 책이 있어 적절히 시간을 보낼 수는 있을 것인데, 귀찮은 것은 차가 없어 모든 이동을 걸어서 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이곳은 교외라서 포인트에서 다른 포인트까지의 거리가 짧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점심을 먹으러 가려면 아주 가까운 곳의 작은 마트를 이용하거나 엄청 걸어서 음식점까지 가야만한다.  그리고 오늘은 캘리포니아의 햇살이 강하게 내리꽂혀서 오전부터 후끈거리는 열기가 예사롭지 않는 날씨를 보이고 있다.  차를 타다보면 이런 저런 이유로 정비에 비용이 들게 마련이라서, 오늘 예상치의 4배 하고도 다시 여기에서 4배가 되는 비용이 발생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는 생각이다.


책을 읽다가 지치면 잠시 인터넷을 하고, 그러다가 다시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낸지 약 3시간이 지난 시점인데, 차가 최소한 일부라도 정비가 되어 가져갈 수 있으려면 아직 2-3시간은 더 기다려야 한다.  영화라도 볼까하여 fandango.com에서 스케줄을 찾았는데, 그나마 가장 가까운 곳의 상영시간대가 영 별로다.  그리하여 이것은 패쓰!  


천상 좀더 책을 보다가 냉방병에 걸리기 전에 일단 한번 자리를 바꾸어서 점심도 먹고 딴짓도 해야지 싶다.  요즘은 하다못해 맥도널드에 가더라도 인터넷이 되는 세상이니까.  


어쨌든 시간을 때우다보니 오늘은 포스팅할 생각이 없었던 후기 몇 개를 쓰게 되었다.  읽은 순서대로 하여 다음의 책을 이번 주중에 모두 읽었다.










'집나간 책'의 서민박사는 기생충으로 유명해진 분인데, 오리지널 알라디너들 중 하나로 꼽힌다. 글빨도 좋고, 자신의 외모를 재미있게 포장할 수 있는 허세(?)도 있어 방송에서도 유명세를 꽤 치룬듯 하지만, 내가 그의 책을 읽은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억에는 '다락방'님의 리뷰를 보고서 구하게 된 것 같다.  장정일류로 대표되는 날카로운 비평이나 욕에 가까운 독설도 없고, 마냥 개인적이고 감성적인 독서가 아닌, 그만이 인식하는 그의 위치와 상식에서 나올 수 있는 사회비평을 독서후기라는 형식을 이용하여 재미있는 글을 써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어린시절 이야기, 외모와 공부에 대한 이야기도 좋지만, 마냥 웃으면서 볼 수만은 없는 것이 황우석의 사기사태때의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일종의 내부고발(?) 덕분에 모교와의 연이 끊어졌다는 이야기처럼 가끔씩 행동으로 옮긴 지식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내용 때문이다.  기생충으로 유명세를 탄 좀 재미있는 박사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기백을 보여주다니.  같은 소안인으로써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다.  (물론 내 눈이 그의 눈보다는 조금 더 클 것이다)  다음 기회에는 그의 전문저술인 기생충에 대한 책을 사보고 싶다.  만나준다면 다음에 한국에 갈 때 인증샷을 찍고 사인도 받고 싶은데, 이미 저술과 강연/강의/연구로 엄청나게 바쁜 셀럽이신지라 어려울 듯.


'우주의 비밀'이라고 하기에는 좀 거창한 제목이 아닌가 싶은 이 에세이를 읽은 후에 남은 것은 정작 내용이나 교훈보다는 아시모프의 죽음의 원인이다.  내가 전에 읽은 자서전에서는 신장투석 때 생긴 문제가 나중에는 만성질환이 되어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이번에 역자의 말을 보니 HIV로 사망했다고 한다.  다만 90년대 초반 당시의 사회적인 정서와 편견을 고려하여 이를 정확하게 발표하지 않았다고.  수술을 하면서 수혈받은 혈액을 매개체로 하여 HIV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는데, 매직 존슨이 아직까지 살아있는 것을 보면, 아시모프도 제때에 이를 진단 받아서 약처방을 받았더라면 더 오래 살면서 더 좋은 작품들을 쏟아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내용은 그간 읽은 그가 저술한 다른 잡기적인 에세이와 크게 다르지 않고, 비슷한 에피소드를 인용한 구절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하지만, 팬이라면 일단 구매하고 봐야하지 않을까?


'동행'은 폴 오스터의 작품인데, 원제 'Timbuktu'의 팀북투는 위키에 의하면 말리에 위치한 도시로써, 통북투 주에 있는, 상코레 대학과 마드라사스라고 불리는 이슬람 학교 등 15세기와 16세기에 걸쳐 번성했던 아프리카의 이슬람 문화를 대표하는 유적들이 많이 남아 있는 도시이다. 징가레이버, 상코레, 시디 야햐 등의 3대 모스크는 팀북투의 옛 영화를 떠올리게 해 주는 유적들이다. 복구 노력이 계속되고 있으나, 이러한 유적들은 지속적인 파괴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지금은 치안문제와 전쟁 등으로 방문은 커녕 철수권고지역으로 나온다. 


본즈라는 개와 주인인 윌리와의 homeless생활과 그가 약물중독으로 망가지기 전, 그를 인정해준 선생님을 찾아가는 여정.  그 이후 잠시 찾아온 본즈의 행복, 그리고 끝.  여기까지의 이야기를 개의 관점에서 서술했다는 점.  그 외에는 역시 너무 오래 붙잡고 띄엄띄엄 읽은 덕분에 생각나지 않은 모티브의 원형.   외적인 요인들이 우리를 만들고 규정하고, 이를 벗어날 길은 약에 취하는 것이 아니면 죽음이라고 말하고 싶은걸까?   재미있게는 읽었는데, 아직도 팀북투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고, '동행'이라는 의역된 제목은 비록 윌리와 본즈의 '동행'을 효과적으로 나타내는 제목이지만, 원제인 '팀북투'와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폴 오스터의 작품은 다 읽어볼 생각인데, 무엇인가 이 사람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테마가 있다면 내 눈에도 발견되어주었으면 좋겠다.  평론가의 관점이 아닌 나의 눈으로 말이다.


그럭저럭 또 한 시간을 보냈다.  10분 정도만 더 앉아서 정리하고 이동할 것이다.  지금 읽고 있는 '발칸의 역사'도 재미있고, 혹시나 하여 들고온 문학수 기자의 '더 클래식 둘'도 있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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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5-06-13 13: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글 올리고 나니 제 책에 대한 글이 떠 있어서 들어왔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리고요 글구 저 생각보다 안바쁩니다. 인증샷과 사인 당연히 해드려야죠. 마지막으로, 저보다 눈이 조금이라도 크셔서 다행이네요^^

transient-guest 2015-06-16 02:35   좋아요 0 | URL
와우! 안녕하세요 박사님. 이렇게 변방의 초마이너 서재에 들려주시니 감사합니다.ㅎㅎㅎ 한국방문때 꼭 미리 연락 드릴게요. 어릴 때 영화관에 가면 반값만 내도 된겠다는 등의 말을 많이 들었을 정도로 제 눈도 매우 작습니다. 좋은 진검승부 또는 절차탁마(?)가 되겠네요.ㅎㅎ 기대됩니다.

cyrus 2015-06-13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시모프가 단독으로 저술한 책만 해도 500권이 넘는다고 합니다. 만약에 아시모프가 5, 10년 더 살았다면 그의 저작 목록이 지금보다 더 늘어났을 겁니다. ^^

transient-guest 2015-06-16 02:3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지금와서 생각하면 너무 아까운거죠. 그리고 어느 시점엔가 제가 인지할 수 있는 시절에도 살아있었다는 점, 그걸 몰랐다는 점이 너무 아쉬운거죠. 의료사고가 무섭긴 하네요.

다락방 2015-06-14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안인`이 뭐지? 하고 검색해보려고 했는데 그 뒤에 괄호를 보고 바로 알게됐습니다. ㅎㅎ

transient-guest 2015-06-16 02:36   좋아요 0 | URL
`소안인`은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단어일 듯.ㅎㅎㅎ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면, 그 현상이 심화된 특정 재개발지구에는 어김없이 떴다방 부동산 업자가 등장한다.  아주 예전에 박정희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인데, 개발붐이 끝나기 전에 조용히 이런 업자들은 돈을 챙겨 사라지곤 한다.  매우 비정상적이고 투기조장형의 영법형태와 구성, 그리고 종종 나타나는 불법적인 행각 때문에 이들은 단속대상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근절되기 어려운 형태의 비정상엽업을 일삼는 이들은 건전한 부동산 업계의 관행과 정착을 위한 박멸대상일호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최근에 출판업계에도 이런 행태가 도입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하는 일이 생겼다.  순전히 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 의심은 이미 입증된 사실에 기반한다.  우선 다음의 링크에 가면 나오는 비교와 문제제기를 읽어보시라. http://cafe.naver.com/mhdn/102321.  어제 포스팅한 글에서 책탐님과 댓글을 주고받으면서 알게 된 요즘의 '데미안' 열풍(?)에 대한 이야기다.  


쉽게 정리하면 요즘 뜨는 '프로듀사'에서 아이유가 김수현에게 받아 읽어가는 PPL에서 등장하는 책 '데미안'의 카피는 크눌프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다.  번역자의 이름과 약력도 나와있고, 출판도 버젓이 회사이름을 걸고 했는데, 뭐가 문제인가 물어본다면 당신은 링크의 글에서 제기된 이슈를 잘 읽지 않은 것이다.  


구성에서의 심각한 원문훼손은 차치하고라도, 누가봐도 원문과 민음사 번역, 그리고 문학동네의 번역판을 그대로 가져온, 그러니까 표절이 심각하게 의심되는 번역, 토씨하나 틀리지 않게 나오는 번역이 하필이면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크눌프'라는 업자의 번역본,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륜이 빛나는 명문출판사들을 제치고 차지한 PPL, 거기에 따른 판매부수가 문제라는 것이다.  링크에서 나온 글 외에도 다른 분께서 언급한 디자인의 유사성도 궁금해서 찾아봤다.


이 카피는 '크눌프'라는 업체에서 나온 딱 두 권의 책의 합본이다.  거의 드라마와 함께 나온 것을 기획한 듯 이미 띠지에 '프로뷰사'를 팔고 있다.  


이 정도면 거의 드라마의 제작관계자와 사전에 함께 기획한 냄새가 나는데,  책이 알라딘에 나온 날짜는 5/18이고 드라마가 첫 방영한 주말은 5/15-5/16주간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냄새도 아주 구린 똥냄새가 폴폴 올라온다.  


이 업자가 낸 다른 책은 없고, 오로지 이 두 권만이 프로듀사의 방영에 맞춰 '크눌프'라는 듣보잡의 이름과 이모씨라는 번역가의 이름을 달고 나온 것이다.  



다음은 민음사 모던 클래식 시리즈, 그러니까 다른 분께서 제기하신 디자인 표절의 대상이 되는 책들 중 아무거나 하나를 찾아 보았다.  다른 책들과 비교하면 더욱 그런데, '크눌프'판의 데미안의 책 디자인은 우연인지는 몰라도 민음사 모던 클래식의 디자인과 너무 닮았다.  


세상에 8명 정도는 유전자의 구성한계로 나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 '크눌프'판 디자인과 민음사 모던 클래식 디자인의 유사성은 이런 통계적인 법칙은 가볍게 무시할 수 있을만큼 그 이미지와 모양새가 비슷하다.  

BTW, 이런 시리즈가 있는 줄 몰랐는데, 책이 너무 예뻐서 모던 클래식 시리즈도 하나씩 구해야 할 것 같다.



쓰고보니 문제는 단순한 표절의 문제를 넘어서는 것 같기도 하다.  다음의 이슈들로 정리가 된다.

1. 번역에 있어 아무리 외국어-한국어를 번역하는 것이라고 해도, 그리고 표현에 있어 제한이 있다고 해도, 특정 부위는 민음사 판을, 다른 부위에서는 문학동네 판을 사용하여 100%의 싱크율을 보일 수는 없다.  네이버 카페에서도 언급했지만, 절대로 100% 같을 수가 없는 것이다.  

2. 구성을 원문과 다르게 자기 멋대로 재단해서 배치한 것은 저자가 의도한 구성과 flow를 완벽하게 무시한 행태로 보인다.  책의 스토리 이상, 전개 또한 그 중요한 장치가 되는데, 이런 식으로 마구잡이로 가져다 재구성하는 행위에는 일말의 도덕성도, 책과 작가에 대한 존중도, 나아가서 책을 읽는 사람에 대한 배려도 볼 수 없다고 하겠다.

3. 프로듀사의 첫 방영과 함께 출간되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교묘한 발매시기.  드라마 구성/구상시점, 또는 작품을 찍던 초기에 이미 '크눌프'의 책이 등장하는데, 실제 발매시기는 5/18로 되어 있고, 이 날짜가 첫 발매날짜라면 '크눌프'의 데미안은 드라마 소품으로 이미 제작되었다고 봐야한다.  PPL이 아닌 드라마 상품/책을 만들어 냈다고도 볼 수 있겠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민음사와 문학동네는 이 문제에 대한 이슈제기를 정식으로 KBS와 크눌프에 전달해야 할 것이고, 독자들은 나름대로의 판단에 따라 구매에 신중함을 보였으면 한다. 


이 따위로 책을 만들어 놓고서 번역자/출판사 운운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거니와 심각하게 비도덕하고 비법적인 행태라고 생각된다.  이런 식으로 한 건 올려서 돈을 벌고 사라지려는 행태, 독자들을 우롱하는 짓꺼리가 심히 불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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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5-06-11 0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저 이 드라마 보는데, 표지보고 당연히 민음사껀줄 알았죠.

transient-guest 2015-06-11 06:37   좋아요 0 | URL
전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런데 책탐님 말씀과 링크보고 찾아보니까 금방 나오더라구요. 제 의심이 사실에 가깝다면 문제의 소지가 높은 이슈입니다.

책탐 2015-06-11 0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레바퀴아래서가 더 심각하단 글이 올라왔더라고요. 대책회의를 하실 듯 합니다.

transient-guest 2015-06-12 02:00   좋아요 1 | URL
언론에서 다뤄질만큼 심각한 문제인데요, KBS라는 상대, 그리고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일을 꾸민 사람의 위치가 꽤 일을 어렵게 만들기는 할 듯 합니다.

바람향 2015-06-11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심각하네요~ 요새 출판 시장 사정도 안 좋은 상황인데 말이에요... 최소한의 도덕과 윤리도 없는 거네요...ㅠㅠ 이런 문제를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에휴~~

transient-guest 2015-06-12 02:0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냥 모든 것을 제껴놓고 나쁜 짓이죠.. 이런건..

adaptive 2015-06-11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공간을 통해서 떳다방을 차단해 나가는게 불풀과 같은 엡의 순기능인것 같군요... 감사

transient-guest 2015-06-12 02:00   좋아요 0 | URL
그랬으면 합니다.ㅎ

세상틈에 2015-06-11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눌프에 비하면 더클래식은 양반 중에 양반 중에 양반이네요. 이래서 베스트셀러 순위 판매 순위 보고 책 사면 안되는 겁니다...

transient-guest 2015-06-12 02:01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갑자기 베스트셀러 되거나 센세이셔날해진 책은 가급적 피합니다.

북극곰 2015-06-11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이런 일도 벌이는군요!@..@

(그나저나 민음사 모던 클래식 참 예쁘죠?)

transient-guest 2015-06-12 02:0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번건 우연이라기보나는 드라마 기획단계에서 이미 만들어진 일 같아요. 민음사 모던 클래식은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ㅎ

cyrus 2015-06-11 2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씁쓸한 일입니다. 번역 표절도 문제지만, 드라마셀러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출판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이 길어지다 보니 PPL에 의존하는 일부 출판사의 모습이 안타까워요. 더클래식이나 크눌프 출판사 번역 논란 같은 일이 발생하면, 중소출판사에 대한 이미지가 더 나빠질 겁니다.

transient-guest 2015-06-12 02:03   좋아요 0 | URL
이게 특히 나쁜게, 드라마 제작단계에서 획책한 일이란거죠.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크눌프 이전에 이번 드라마 제작진과 KBS 또는 여기에 연줄이 있는 사람이 크눌프라는 등식도 성립하죠.. 중소출판사도 참신한 기획으로 알차게 꾸려가는 곳이 많은데, 이런 듣보잡이 벌이는 일 때문에 이미지가 나빠지지 않길 바랍니다.

그렇게혜윰 2015-06-12 0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에서 문제를 인식한만큼 공론화가 될 것 같네요. 안타깝네요 작은 출판사가 이런식으로 책을 낸게ㅠㅠ 프로듀사도 참 안목은 없나봐요ㅠㅠ

transient-guest 2015-06-12 05:39   좋아요 0 | URL
뉴스로 떴네요. 문학동네에서 문제제기 하는게. 민음사도 곧 대응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사실 프로듀사는 피해자라기 보다는 한통속이라는 의심을 합니다. 제작단계에서 이미 책이 사용되었고, 발매시작이 드라마시작과 겹치거든요. 거의 기획출판 같은데, 명백하게 밝혀졌으면 합니다.

qualia 2015-06-15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약 transient-guest 님이 적어놓은 위 내용들이 사실이라면, KBS, 프로듀사 제작진, 크눌프 출판사는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입니다. 정의와 법이 죽어버린 한국이 아니라면, 즉각 수사 들어가야 할 추악한 범죄 행위입니다.

transient-guest 2015-06-16 03:45   좋아요 0 | URL
저작권법 상 범죄라고 봐야죠. 형사/민사 모두 걸리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지금 상황에서는 어떤 것도 순리와 법대로 처리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죠.-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