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환 작가의 책은 구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사들였고, 설사 절판되었더라도 어떻게 해서든지 읽도록 노력했다.  그 결과 한 동안 김탁환의 작품들이 모두 비슷해 보일만큼 그의 글과 방향, 냄새, 그리고 그가 보여주는 세계관을 익혔더랬다.  그리고 한참 그의 새 책을 읽지 못하다가 '밀림무정'을 연초에 읽었는데, 김탁환 보다는 김훈의 냄새를 더 많이 풍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에 읽은 '목격자들'은 간만의 강한 그만의 작풍을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또한 이 책은 세상에 대한 작가의 작은 저항과도 같은 것인데, 비록 마쓰모토 세이초의 날카로운 감각도 부족하고, 장르적 특성상, 그리고 시대적인 특성상 기대했던 만큼의 필력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유명작가들이 침묵하는 현실에 비춰보면 너무 고맙다는 맘이 든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후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흐른 후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니 이것은 김탁환이라는 작가가 세상에 던지는, 부정한 이 정권에 던지는 절규다.  미약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혼신의 힘을 다한 쌍욕의 저항이다.  스토리의 모티브를 따라가는 것보다는 그저 저항에 동참하여 이 참혹한 사건을 유병언 하나로 깨끗하게 정리한 자들에게 침을 뱉는 기분으로 읽어내려갔다.  자료를 구할 수 있으면 나라도 마쓰모토 세이초를 흉내내어 '음모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질 정도다.  이 시대에는 정조대왕도 없고, 이명방도, 김진도, 홍대용도, 백동수도 없다.  한데 힘을 모으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을 것만 같은데, 막상 흩어진 맘을 오롯이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한창훈의 글은 너무 맛깔스럽다.  좋은 노래, 목소리, 드라마.  이런 것들을 표현할 때 맛있다는 표현을 쓰는 것을 종종 보는데, 한창훈의 글에서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냄새, 물고기 냄새, 삶의 냄새가 진하게 배어나온다.  푹 끓인 된장찌게 같기도 하고, 온갖 양념이 어우러진 잡어 매운탕 같기도 하다.  한땀 한땀 그의 경험과 주변인들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개다리 소반에 받은 밥상, 그리고 반주로 땡긴 소주 한잔을 마시는 기분으로 읽었고, 읽는 내내 다른 삶을 그렸다.


나도 그렇게 섬이나 한가한 곳에 들어가서 책을 읽고 몸을 단련하면서 살다가 갔으면 좋겠다.  지금부터 고민을 해본다.  한국에서도, 미국 본토에서도 그리 멀지 않았으면 좋겠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은 계속 지속할 수 있어야 하며, 다른 방편을 찾기에도 나쁘지 않은 곳을 찾아야 한다.  후보지가 이미 있는데, 좀더 구체화할 필요가 생겼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물선 2015-07-08 1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후보지 뽑으시면 귀뜸해주세요! ^^ 저랑 취향이 딱 같으심~~

transient-guest 2015-07-09 02:35   좋아요 0 | URL
넵! 이상하게 도시보다는 조금 떨어진 교외, 거기서 더 깊숙한 곳도 좋구요.ㅎㅎ 도인이 되었어야할 팔자인 듯..ㅎㅎ 구체화 되면, 그리고 거기서 더 나아간다면 아마도 포스팅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락방 2015-07-08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창훈의 글은 맛깔스럽다는 표현이 딱 맞는 표현인 것 같아요.
저는 무슨 책이었는지 김탁환 책 한 권 읽고 관심없는 작가가 되어버렸는데, 김탁한의 책을 모조리 찾아 읽으신다니. 아, 저도 한 권 다른 걸 더 읽어봐야겠다 싶어요.

최근에 [리틀 포레스트]란 영화를 봤는데, 도시에서 살기를 열망하는 저조차도 그 영화를 보고나니 한적한 곳에 들어가 내 손으로 내가 먹을 밥을 지어 정갈하게 살고싶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tg님의 한가한 후보지는 어딜지 궁금하네요. 흣 :)

transient-guest 2015-07-09 02:37   좋아요 0 | URL
한창훈을 보면 그냥 아!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이런 맘이 나더라구요. 그 속은 누구도 모르겠지만..ㅎ 김탁환은 호불호가 갈리는 작가이기는 합니다. 한창 읽을때에는 다 비슷한 느낌도 있었구요. 그래도 소설은 꽤 재미있습니다.
저도 다락방님 페이지에서 그 영화를 보고서 봤는데, 필름 색깔도 그렇고 좋더군요. 근데 오리를 그물로 잡은 후 다음 장면에서 고기가 되어있는 부분에서 깜놀..ㅎㅎㅎ 후보지는...담에...ㅎㅎ

그렇게혜윰 2015-07-08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처럼 읽은 책으로 구성된 페이퍼를 발견해서 기뻐요ㅋ 떠난다는 것은 그저 희망사항일뿐인데 실행에 옮기시는 분이 있다니 부러울 따름입니다^^

transient-guest 2015-07-09 02:37   좋아요 0 | URL
실행에 옮기려고 구상중인거죠.ㅎㅎ 쉽지 않아요. 그저 한번 정도는 그런 기회가 오지 않을까, 그리고 그 시기를 놓치면 은퇴할 때까지는 곱게 살아야겠지 하는 생각입니다.

몬스터 2015-07-09 0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도 낯설고 책들도 낯설고..... 읽을 책들이 많아요.저는 ㅎㅎㅎ , 수영 할 줄 아세요? ㅎㅎㅎ

transient-guest 2015-07-09 03:58   좋아요 0 | URL
천천히 관심가는 녀석들로 즐겁게 읽어가셔요.ㅎㅎ 저도 남들 서재보면서 늘 놀랍니다, 이런 책도 있구나 하면서요. 수영은 할 줄은 아는데 잘 하지는 못해요.ㅎ
 

Inspiration이 필요했던 것일게다.  아니면 그냥 농땡이 치는 시간을 원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오전의 일정을 마친 후, 넉넉하게 다른 잡무를 끝낸 오후 3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사무실을 나왔고, 갈 곳이 없어서, 잡지를 보러,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둘러보기 위해서 그렇게 방앗간에 가는 참새처럼 서점으로 와버렸다.  어제 느즈막히 잡은 '대낮의 사각'을 새벽 2시까지 붙잡고 읽은 끝에 최근에 후기가 밀린 추리소설만 네 권이 되어버렸다.  그들을 기억해보는 것으로 다시 후기를 남겨보기로 했다.


부제하여 '헤라클레스의 모험'이다.  에르큘 포와로가 친구와의 대화에 따른 고전신화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헤라클레스의 열 두가지 모험의 테마를 하나씩 적용한 열 두가지의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각각의 스토리가 짧은 편이고, 헤라클레스가 수행한 열 두가지의 과업을 대입한 이야기라서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물론 이 정도가 되면 진지한 추리는 그리 중요하지 않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보면 그만이다.  헤라클레스라는 희랍어를 로마-영어로 바꾸면 허큘리스가 되는데, 프랑스어로 이는 '에르큘'이 된다.  비록 신체적인 조건은 고대의 반인-반신과 비교할 수 없겠지만, 헤라클레스에게 있는 근육량만큼의 회색세포를 갖고 있는 에르큘은 그만의 방식으로 열 두가지 과업에 대입한 사건들을 해결하면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논다.  그것을 보면서 남자는 역시 놀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을 즐겁게 하는 것이 지하 30평에 가득찬 LP와 오디오 기기든, 방 하나를 가득채운 게임 소프트건, 무엇인가 나 자신을 즐겁게 하는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것은 어지간한 여행이나 음주가무보다 더 중요하다.  착실히 모아가고 있는 이 가상현실의 자료들을 어디에 어떻게 구현하여 틀어박히는가는 내 40대의 화두가 될게다.  거기에 시간이 나를 위해 일하게 하는 수단을 찾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열 두가지 과업을 끝낸 시점인지, 그 이전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50여 권을 읽어가면서 충실하게 흘러가는 시간의 느낌에 따라서 꽤 나이가 들어가는 포와로의 모습을 본다.  치과를 싫어하는 멋진 수염의 겁쟁이 천재탐정이 가는 치과에서 하필이면 담당 치과의사의 죽음이 자살로 위장된 것이 범인의 불행이라면 불행이다. 그까짓 몇 명을 죽여도 자신의 존엄성과 선함, 그리고 국가에서 요구되는 정치력에 의해 보호될 수 있다고 믿는 범인은 참으로 많은 한국의 그 누군가들을 쏙 빼닯았다.  그럭저럭 무난하게 읽은 책이지만, 특별히 나를 흥분시키는 모티브나 설레임은 없었다. 


검은숲-북스피어의 조인트 프로젝트 덕분에 정말 좋은 추리소설들이 여러 권 나와주었다.  마쓰모토 세이초나 에도가와 란포는 이들이 아니었으면 그렇게 친해지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매우 감사하고 있는데, 다카기 아카미쓰의 작품을 꾸준하게 출판해 주시니 더욱 감사할 수 밖에 없다.  


다카기 아카미쓰는 '문신살인사건'이래 계속 관심을 갖게 된 전후 일본의 추리소설의 명인이다.  '문신살인사건'이 처녀작이고, 지금 읽게 된 몇 편은 그 이후에 나온 책들인데, 개인적으로는 역시 '문신살인사건'만큼의 강렬한 인상을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란포의 기괴한 상상과 마쓰모토 세이초의 대담한 현실반영을 적절히 섞은 듯한 이 작품은 어제 오후에 잡고 오늘 새벽까지 내려놓지 못해, 끝내 다 읽고 늦잠을 자게 만들었다.  


마쓰모토 세이초도 다룬 바 있는 패전-한국전쟁이 끝나가는 시대를 무대로 하였고, 역시 그가 다룬 바 있는 굵직한 미제사건들과 당시 사회를 흔든 대담한 사기를 모티브로 구성된 스토리는 범인을 미리 알려주고 단지 그 이야기를 따라가는 형식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재미있게 나왔다.  '문신살인사건'도 이번에 다시 나왔던데, 사서 봐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해주었으니 한 푼 더 보탤 수 있게 되었다.


무엇을 읽었는지 잊기 전에, 스토리의 끝자락마저도 놓쳐버리기 전에 써야한다.  가능하면 읽고 나서 바로 써야하고, 책과 삶을 적절히 조화시켜서 책을 빌려 하고 싶은 말을 써야하는데, 이게 어렵다.  참 어렵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lanca 2015-07-08 2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밤에 추리 소설 읽으면 무서워요. 예전에 애거서 크리스티 비뚤어진 집 읽다 갑자기 친정 엄마가 나오셔서 저 놀라서 큰일 날 뻔 했습니다. ㅋㅋ

transient-guest 2015-07-09 03:11   좋아요 1 | URL
일본의 추리소설들이 특히 그런 기괴한 모티브가 강한 것 같아요. 란포를 보면 거의 환상소설 같기도 하구요.ㅎㅎ

몬스터 2015-07-09 0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추리소설도 읽기 시작하고 싶어요. 어떤 매력이 있는지 궁금해요.

transient-guest 2015-07-09 04:02   좋아요 1 | URL
어렸을 때 읽은 고전은 추억담으로, 나이 들어서 접하고 빠져든 일본 추리소설은 기담처럼 읽게 됩니다.ㅎ 본격적인 두뇌게임으로 즐기고 평가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저 동화책을 읽는 것처럼 스토리가 펼쳐지는 것, 그리고 상대적으로 나이든 작품들이라서 그런지, 살아보지 못한 시대를 들여다보는걸 즐겨요.
 

전업작가들에게 가끔씩 찾아온다는 writer's block같은게 나에게도 온 것이 아닌가 싶을만큼 최근 2주 가까이 아무런 글을 쓸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머리가 복잡한 일도 있고, 업무 때문이기도 했는데, 어떻게 해도 도통 아무런 말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책은 꾸준히 읽고 있는데, 반대로 리뷰는 계속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8권 정도에 대한 글을 남겨야 하는데, 쓰고 싶은 이야기나 어떤 이벤트가 생기면 그리 어렵지 않게 짧게나마 후기를 남길 수 있는 분량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해도 리뷰나 페이퍼로 들어가게 되지는 않는다.  마침 바쁜 일을 하나 끝냈으니까, 내일은 조금 한가하게 지내면서 다시 시도해 볼 생각이다.  너무 오랫동안 아무 activity가 없는 것이 좀 이상해서 근황도 아니고 뭣도 아닌 옹알이를 해봤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고 했나?  치국이나 평천하는 나와 별 상관이 없는 말이고, 개인들은 수신과 제가만 잘 하면 된다고 보는데, 수신은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으니까 덜 어렵지만, 제가는 참 어렵다.  요즘 그냥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몬스터 2015-07-07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가까운 사람들 , 건강히 잘 살아주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요즘이예요. 짬 나실 때 글 좀 자주 써주세요.

transient-guest 2015-07-08 02:2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주변의 작은 것들에 감사해야죠. 막상 없으면 안되는 공기처럼 말이죠.ㅎ 오늘 밀린 이야기를 써보고 싶은데, 아직은 모르겠네요.ㅎ
 

전통적으로 나의 분야는 6-7-8월이 비교적 한가하다.  어느 정도냐면, 예전에 있었던 사무실의 대표는 6-7월 사이에는 매년 20-30일 정도 사무실을 비우고 한국에 나가있을 정도였다.  물론 그런 호사는 그에게만 해당하는 것이어서 일용직처럼 부려지던 비정규직 사무원들에게는 no work = no pay라서, 샐러리인 나에게는 쉬고 싶을 때 편하게 쉬고 정해지지는 않았던 휴가일정이라서 전~혀 해당한 적이 없었다.  지금도 자칭 노빠에 사회주의성향이라는 그 유체이탈인을 생각하면 18금이 나온다.  하지만, 이 페이퍼는 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일이 많으면 무척 빠르게 기계적으로 그리고 매우 효율적으로 하나씩 그들을 처리한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일이 적은 요즘이다.  그간 쌓인 일의 규모때문에 어차피 일은 늘 있지만, 하나씩 둘씩 천천히 진행하게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실 하루에 조금씩 일을 하면서 내부정리도 하면 하루가 천천히, 그러나 보람차게 지나갈 것을, 2-3일에 몰아서 할 생각으로 다른 1-2일을 게으르게 보내는 것이다.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다.  작년에만해도 그저 일이 즐거워서 하루를 보내곤 했는데.


쉬는 김에 읽은 책, 끝자락에 와있던 책들이 한꺼번에 다 읽혀서 갑자기 늘어난 권수를 정리하는 것이다.  그것 말고는 딱히 손이 또는 맘이 가는게 없다.


워낙 다작이고 오랜 기간동안 작품을 써온 작가라서 그런지, 작중인물들도 작가와 함께 늙어간 것을 본다.  그렇게 1차대전을 전후하여 활약했던 토미와 터펜스 부부는 히틀러의 전쟁 중에는 아들딸을 전쟁에 보내놓고 늙은이 취급을 받는 40대 중반이 되어 있다.  그들은 전쟁 초기, 영국의 내부를 교란시키기 위해 파견된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하여 스콧트랜드로 보내지는데서 스토리가 시작된다.  본격추리보다는 앞서 나온 몇 편처럼 스파이물에 더 가까운 작품이다.  머리 아픈 추리보다는 활극에 가까운데, 이번에는 나도 몇 가지 단서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M과 N에서 나머지 하나의 정체는 조금 의외였다.  알면서도 속는 것이다.  범인은 늘 가까운 곳에서 아주 평범하게, 사건에서 가장 멀어보이는 곳에 있는데도 말이다.  


Jack Reacher 두 권째.  왜 그가 소령에서 예편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회상소설.  미국의 20세기는 진주만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데, 21세기는 9-11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것을 소설의 묘사에서도 보게된다.  

속이 시원한, 그리고 중간중간에 매우 에로틱한 Lee Child의 소설에 점점 빠져들어가고 있다.  보관해놓은 것을 뒤지면 한 두 권정도 더 나올 것이다.  군대의 주둔지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파헤치는데, 정작 그를 파견한 수사본부에서는 사건을 덮을 것을 주문하고, 그 과정에서 추가로 2명이 더 살해되고, 갈수록 미궁으로 빠져드는 사건은 그 이전의 살인사건들 때문에 더욱 복잡해진다.  내가 Jack Reacher였다면 그토록 쉽게 커리어를 던져버릴 수 있었을까 의문이다.  


헉! 이건 뭐지 싶은 아무런 내용이 없는, 마치 종이를 씹는 듯한 맛이 나는 하얀 식빵을 뜯어먹은 기분이다.  그러니까,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 나조차도 뭐 이런게 다 있어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 소품집.  몇 개의 긴 에세이에서는 언제나처럼 훗날 장편으로 나오는 것들의 모티브를 볼 수 있겠지만, 그 외에는 한심할만큼 이상하고 짧은 글과 글의 중간지점들로 가득하다.  그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집을 하나 더 수집에 보탰음에 만족할 뿐이다.


예전에 읽은 19-20세기의 모험과 탐험, 그리고 발굴과 인양에 대한 책에서 다룬 20세기 최후의 모험가라는 우에무라 나오미가 거의 2년에 걸쳐 북극을 개썰매로 단독완주하면서 남긴 일기.  왜 어떤 사람은 그렇게 위험한 곳으로 기어코 떠나버리는 것일까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데, 원주민 마을에서의 따뜻한 환대를 빼면 낭만도 무엇도 없이 극한상황에서의 생존을 위해 벌이는 사투만 있을 뿐이다.  개를 잃어가면서 동상에 시달리고, 날고리를 뜯어가면서 그렇게 북극을 완주한 그는 결국 매킨리 동계단독등반 후 내려오는 길에 실종되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이 한 인간을 그토록 극한의 매혹으로 내모는가에 대한 답은 없지만, 정말 평범한 한 사람이 난관을 뚫고 목표한 바를 이루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그 자체로 무척 매력적이다.  세상의 어떤 성공학 책보다도 먼저 읽어봐야할 책이 아닐까?


빨간책방을 듣고 구입해 읽은 다이 시지에의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는 따로 글을 남길 생각이다.  짧게 적어내기엔 아까운 무엇들이 좀 남아서인데, 이것도 시간이 지나버리면 싹 머릿속에서 사라질테네 근시일내에 생각을 정리하고 키보드를 때려야한다.  




쉴때 쉬고, 일할때 일하고, 여유롭게 살면 격양가라도 부르면서 한 세상 살아가련만, 무엇때문에 이렇게 아둥바둥거리면서 가고 있는 것인지 가끔은 이상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극곰 2015-06-24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얀 식빵 뜯어먹은 기분` 이란 표현이 막 와 닿네요 하하하.

transient-guest 2015-06-25 05:14   좋아요 0 | URL
네, 그것도 맛난 빵이 아니고, 아주 맛이 없는 하얀 식빵이요.ㅎㅎ
 

더 할 말이 없다.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무개 2015-06-23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진짜 창피해서... ㅠ..ㅠ

transient-guest 2015-06-24 01:3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밥과 공기가 아까운 사람입니다.-_-:

글샘 2015-06-23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직장에...
거의 한나라당 조아하는 아저씨가 있는데,
이렇게 해서 국민이 속을 줄 아냐고... ㅋㅋ 화를 냅디다.

transient-guest 2015-06-24 01:33   좋아요 0 | URL
그런 맘이 개종으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ㅎ

수이 2015-06-23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쇼 좀 그만 했으면 좋겠어요. 아놔 진짜_

transient-guest 2015-06-24 01:33   좋아요 0 | URL
개가 똥을 끊는 것이 더 쉽겠지요.. 진짜...

saint236 2015-06-23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거 다 돈이잖아.^^ 무척 챙피했습니다. 차라리 쇼를 할거면 헬기로 물을 비처럼 내리던지..감동도 없고, 실효성도 없고.

transient-guest 2015-06-24 01:34   좋아요 0 | URL
저 여자나 저 여자 주변의 사람들의 머리에서 나오는게 그렇죠 뭐..-_-:

나와같다면 2015-06-23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힝.. 그냥 물은 대주면 되는건데... 저렇게 하면 어린 벼들 다 죽을텐데 .. 천불 난다

transient-guest 2015-06-24 01:34   좋아요 0 | URL
땅도 다 파헤쳐지죠. 진짜 무뇌충들입니다..

푸른희망 2015-06-23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대포나 쏴봤지 논에 물을 줘본 적이 있어야지...
아주 사람잡듯이 벼도 다 잡을 기세.ㅠㅠ

transient-guest 2015-06-24 01:3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_-::

cyrus 2015-06-23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최고의 포토제닉이 될 겁니다. ㅋㅋㅋㅋ

transient-guest 2015-06-24 01:35   좋아요 0 | URL
TIME지 같은데 나오면 좋겠습니다.

북극곰 2015-06-23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꼴보기 싫어 죽겠습니다!

transient-guest 2015-06-24 01:36   좋아요 0 | URL
저 여자가 정계에 복귀하고 내내 그랬답니다..

책탐 2015-06-24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더 할말없다에 웃고 갑니다. 정말 할말이 없네요. ㅋㅋ

transient-guest 2015-06-24 01:37   좋아요 0 | URL
정말로 저도 심정이 딱 그랬습니다.ㅎㅎㅎ

몬스터 2015-06-24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참.

transient-guest 2015-06-25 05:14   좋아요 0 | URL
더 하실 말씀이 없는거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