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랬더라?  '혼자 책 읽는 시간'의 니나 상코비치였나?  그랬던 것 같다.  여름에는 섬이나 강변의 한적한 휴양지로 온 가족이 떠나서 한 바탕 모두를 모래사장에 풀어놓고서 놀다가 지치면 자거나 맥주를 마시고 책을 읽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책을 좋아했던 니나의 가족은 특히 여름에는 추리소설을 즐겼다고 하는데,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각기 좋아하는 작가를 골라들고 여름 밤 어디엔가 널부러져 있었을 풍경이 고즈넉한 휴양지 방갈로의 거실과 어우러진다.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확실히 난 여름이면 추리소설을 많이 읽게 되는 것 같다.  게다가 어린 시절 우리 집에서는 금서처럼 취급되었던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를 만끽하면서 느끼는 해방감이라니! 키덜트라고들 하는데, 확실한 것은 어린 시절의 보상심리와도 맞물려 있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지금도 게임 소프트나 영화를 모으는 것을 보면 장난감을 사들이는 정도까지의 거리가 멀지 않게 느껴진다.  왕좌의 게임이나 스타워즈, 또는 마블/DC 슈퍼히어로 피규어를 집었다 놨다하고 있다능...


'흑소소설'과 '독소소설' 사이에는 '괴소소설'이란게 있는데 지금 구해서 본 책은 이 두 편이다.  '독소소설'은 마지막 한방에 모든 상황을 뒤엎는 형식으로, '흑소소설'은 그야말로 블랙코미디 같은 상황으로 웃음을 유도하는데, 가볍게 읽기에는 그만이다.  '괴소소설'은 말 그대로 기괴한 방법으로 웃음을 유발해낼 듯하다.  


크리스티 전집의 53번째 책은 아쉽게도 내용에 흥미를 갖지 못했기 때문에 그야말로 건성으로 읽어버렸다.  데임 애거터께는 황송할 노릇이다.  그저 2차 대전도 끝나고 모든 것이 현대화 되어가는 시기의 늙은 미스마플 - 원래도 늙었었는데, 이젠 할머니가 된 듯한 - 과 그녀의 동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이야기라는 정도만 기억하고 다음 작품인 '백주의 악마'로 넘어갔다.  다행스럽게도 '백주의 악마'는 처음부터 흥미를 끄는 내용이라서 무리없이 읽어가고 있다.


크리스티 전집은 25권, 이후 읽으려고 모셔둔 캐드파엘 20권 가량 (맞나?), 여기에 이런 저런 동서추리문고의 판본들과 틈틈히 사들이는 일본추리소설, 그리고 영문판의 서스펜스까지 이번 여름은 엘니뇨와 함께 그야말로 서늘하게 보내게 될 것이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휴가로 계획한 여행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그러니만큼 일상에서의 휴식을 찾는 것이 절실한 때이다.  그런데 왜 서로 알지도 못하는 내 클라이언트들은 사전에 모의라도 한 것처럼 한꺼번에 일을 보내오는건지.  한가할 때에 하나씩 정리하면 젤 좋은데, 시간이 나면 마구 한가하다가도 바빠지면 모든 일은 한꺼번에 벌어진다.  왜 그런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법칙 같은게 존재하기는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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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07-15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전 인터넷보다가 다스베이다 피규어 귀여운 놈이 나와서 살까 말까 고만중이에요ㅜㅜ

transient-guest 2015-07-16 03:27   좋아요 0 | URL
저랑 같네요.ㅎㅎ 늘 고민합니다만, 여기서 멈춰야지 하는 맘이 반이고, 나머지는 나중에 서재공간이 넉넉하게 꾸며지면 사야지 하다가, 지금 사둘까 하는 맘이 와리가리하네요.ㅎㅎ

blanca 2015-07-15 14: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적인 약속이 그래요. 한가하고 시간 될 때는 안 잡히고 꼭 바쁠 때 무더기로... 여름엔 아무래도 서늘한 스릴러나 추리 소설이 제격이죠.

transient-guest 2015-07-16 03:28   좋아요 0 | URL
은근히 여름과 추리/스릴러가 잘 어울려요.ㅎ 사적인 약속이 한꺼번에 잡히면 참 힘들죠.. 특히 술약속...ㅎ

해피북 2015-07-15 16: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니나 상코비치의 책 `혼자 책읽는 시간`에서 저두 읽은 기억이 납니다 ㅎ여름과 추리소설 그것두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다는게 참 매력적인거 같아요. 저두 올 여름엔 그동안 잘 읽지 않았던 추리소설 책 한권 읽고싶어집니다^~^

transient-guest 2015-07-16 03:29   좋아요 0 | URL
여름휴가를 넉넉하게 쓰면서 그렇게 한가롭게 책을 읽으면 좋겠어요. 머리가 복잡해지는 책이나 생각이 많이 필요한 책 말구요. 그런 의미로 추리소설이 참 좋아요.ㅎ

몬스터 2015-07-15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나 상코비치는 와인 마시면서 독서하시던데 , 저는 안되더라구요. 술 마시면 , 머리가 빙글거려서 ㅎㅎ, 맥주는 약해서 좀 괜찮을려나 ㅎㅎ

transient-guest 2015-07-16 03:30   좋아요 0 | URL
와인이나 맥주를 적당하게 마시면서 책을 읽으면 참 좋아요. 근데, 내용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네요.ㅎㅎ 한 잔 정도면 따라놓고 살짝 음미하면서 읽어보셔요.ㅎ 나름 분위기 있답니다.
 

책이나 작가를, 또는 주제나 내용을 고려해서 책을 사는 것은 거의 모든 사람들의 구매방식일 것이다.  그런데 가끔은, 아주 가끔씩은 그런 것들은 두 번째로 하고, 시리즈의 구성이나 기획이 돋보여서 흥미를 갖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지금까지 딱 두 종류의 기획이 그랬는데, 이들은 조금씩 사들여서 다 모으고 싶다.


문제적 인간:















두 권으로 된 히틀러와 프로이트를 하나씩 잡으면 딱 열 권의 책이 '문제적 인간'이라는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면면을 보면 역시 흔한 사람들은 아니다.  지금까지 '장칭', '괴벨스', '로베스 피에르', '트로츠키', 그리고 '네차예프'까지 구했으며 완독은 '장칭'만 했다.  나머지는 꽤 최근에 구했는데, 일단 책의 두께가 상당하여 쉽게 시작하기 어려운 부담이 있다.  처음에 봤을때부터 다 모으고 싶었던 책이다.


제안들:















그야말로 아름답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0권까지만 나올 예정이라는데, 30권이 모두 모이면 뜯어서 한 권씩 읽으려고 곱게 모셔두기만 했다. 


이들 외에도 물론 민음사의 모던클래식 전집이나 문학전집류, 동서추리문고, 문학동네, 열린책들 등 다양한 판본으로 기획된 작품들을 조금씩 사들이고는 있지만, 이들은 워낙 덩치가 크고 위의 책들처럼 한정수량으로 기획된 느낌은 없기 때문에 달리 취급했다.  


이런 도락도 책을 읽으면서 즐길 수 있는 도락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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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07-14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도락이죠 도락!!!

transient-guest 2015-07-15 01:4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ㅎㅎ 그것도 아주 남는 도락입니다.ㅎ

cyrus 2015-07-14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값도서 이벤트가 지금도 있었으면 아마도 저는 문제적 인간 시리즈 중 한 권은 샀을 겁니다. ^^

transient-guest 2015-07-15 01:45   좋아요 1 | URL
해외구매에는 일체 적용되지 않던 혜택입니다만, 확실히 정가제 이후 책값이 올랐네요. 특히 중고책은 가격이 많이 올랐네요.ㅎㅎ 저도 나머지는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입니다. 히틀러 세트 하나만 해도 책 두권이 거의 100불이 나와요.ㅎ

yamoo 2015-07-14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니뭐니 해도 전집은 푸르스트 전집이지요. 12권을 맞추면 푸르스트의 사인을 보는 흡족함이란~캬~ㅎ

문제적 인간 시리즈는 저도 한 권 있습니다. 프로이트. 모을생각을 못했습니다. 대신 저는 시공로고스를 열심히 모아서 이제 5권만 모으면 완결입니다. 한길 로로로와 한길 크세주도 아주 열심히 모으고 있습니다..^^

transient-guest 2015-07-15 01:46   좋아요 0 | URL
푸르스트를 모으셨군요. 대단합니다.ㅎㅎ 역시 책꾼은 자신이 모으는 기획이 있네요.ㅎ 시공로고스라...재미있는 시리즈를 모으셨네요.

몬스터 2015-07-15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락 뜻을 몰라서 구글 ㅎㅎㅎ. 하나 배웠네요.

transient-guest 2015-07-16 03:31   좋아요 0 | URL
하하 별 말씀을요..ㅎ
 

어린 시절에 운동도 못하고 싸움도 못해서 국민학교/중학교를 참 힘겹게 보낸 기억이 있다.  남녀공학은 모르겠지만, 그리고 지금은 정말 모르겠지만, 그 시절 남중/남고는 힘의 법칙이 지배하는 정글처럼 그야말로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이 싸움과 운동, 그리고 공부라는 기준을 적용하여 학교라는 거죽에 적절히 버무려 놓았던 환경이었다.  전두환-노태우를 거친 이 시기답게 바깥으로는 데모와 최루탄이, 그리고 전교조 선생님들과 정의사회구현 사제단까지 사회운동이 이어지던 시기였지만, 학교 내부는 여전히 육성회비, 촌지, 접대, 아부, 등등 어른세상의 부조리가 축소된 부정과 비리, 모순, 무법과 불법의 집약체였던 것이 내가 다니던 사립중학교였던 것이다.  희대의 배신/독재자, 그의 뒤를 봐준 덕분에 국가유공자까지 된 모씨, 그리고 모씨의 동생.  문제의 동생이 사학사업을 벌인 토사물이었던 이 사립중학교에 대한 기억은 매우 나쁘게 남아있고, 동창들까지 포함해서 이 시절을 그리워하거나 이때의 은사(?)를 기리는 사람은 내가 아는 한 없다.  한참 쓰다보니 격앙된 심정이 그대로 나오는 글이 쓰여지고 있다.  할 얘기는 이게 아닌데.


어쨌든 운동에 한이 맺힌 나는 고등학교 시절에는 태권도를, 대학교 졸업반 부터는 검도를 수련했고, 이 즈음해서 매일 하루에 3-4km를 뛰면서 체력을 단련했다.  그러다가 로스쿨 때 잠깐 주춤했던 운동을 취직하고 일년 정도가 지난 시점에 다시 시작했고, 이후로는 한 주도 거르지 않고 4-5일 정도는 운동을 하고 있다.  근육운동과 약간의 cardio에서 점점 근육운동을 임팩트있게 지르고 cardio를 늘려주는 것으로 전체적인 size를 줄여나가고 있는데, 근력과 근육량은 그대로 다지면서 몸을 줄이는 것이 참 어렵다.  


원래 대충 조금씩 기계에서 20분 정도 뛰고, 아령을 조금 흔들어준다거나, 아예 무술 - 주로 한국 사범님들이 이런 분들이 많은데 - 을 하면서 weight training을 하지 않으면 모를까, 나 정도로 오랜 시간동안 운동을 하다보면 이런 저런 고민을 하게된다.  일단 body building이나 strength training이냐에서 크게 갈라지는데, 이는 일찌감치 strength방향으로 길을 잡고, 근육은 부수적인 효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이쪽의 고민은 없다.  다만, 어떻게 하면 좋은 운동을 제대로 하면서, 힘과 스태미너를 키울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데, 답변을 찾기 위해서 그간 읽은 책들 외에도 최근에 여러 권의 책을 구해서 읽었다.  


이 책은 강력하게 비추한다.  전체적으로 자신을 선전하기 위한 내용이 더 많아서 실제로 쓸모있는 정보를 구할 수 없었음이 아쉬웠고, 내용도 전문가의 의견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무리가 있는 부분이 많았다.  일례로 기계에서 뛰는 것이 바깥에서 뛰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라고 얘기하는데, 이건 기본도 파악하지 못한 수준의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기계에서 뛰는 것이 상황이나 운동자의 수준 등, 일정요소에 따른 혜택이 분명히 있지만, 기계에서 뛰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벗어나 바깥에서 뛰어야 함은 운동의 기본상식이다.  특정부위의 근.건.관절의 부상도 그렇고, 체력적인 면에서 정확한 척도를 줄 수 없기 때문이다.  weight training도 그렇지만 기계는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수단일 뿐인데, 근육운동에서는 free weight를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다른 얘기를 하는건 좀 이상하다.  전적으로 내 의견이고, 전문가도 아닌 나이지만, 그간 읽은 책과 받은 PT, 또 무술을 하면서 알게 된 몸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확실히 좀 이상하다.  여러 가지로 그저 그런 책.  저자는 속상하겠지만, 난 설득되지 못했다.


앞서의 책과는 달리 상당히 실전적인 운동에 관한 책이다.  보디빌딩이 아닌 strength training에 치중하는 운동을 권하는데, 40-50분 정도의 강한 임팩트를 주는 운동으로 크게 스퀏과 데드리프트를, 그리고 하나를 더하면 밀리터리 프레스를 권한다.  과연 이 셋은 매우 힘든 운동이기 때문에 온몸을 다 쓰게 되는데, 당연히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기본동작을 철저하게 익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예전의 부상으로 몸이 조금 비뚤어 진 것을 이들을 하면서 확연하게 볼 수 있었는데, 장기적으로는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다.  대충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닌 확실한 운동을 할 수 있고 효과도 좋은데, 꼭 좋은 트레이너에게 PT를 받아야 하는 운동이다.  적당한 기회가 되면 한-두달 정도 단기로 PT를 받아서 이 세 가지를 배워야 할 듯.  


결국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따라 적당한 운동법이 있는데, 유행을 너무 탈 필요도 없고, 그저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온몸의 근육을 다 사용하고, 적절한 심폐운동을 함께 주기적으로 해나가면 살도 빠지고, 몸도 좋아지고, 건강해지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일을 마치면 gym에 들려 운동을 하고 들어갈 것이다.  


합기도는 그만 뒀고, 지금 근처에 있는 꽤 유명한 BJJ를 고려하고 있다.  MMA gym도 맘에 드는데 BJJ도장의 시간대가 flexible해서 끌린다.  그런데 얼마전에 TV에서 아이유가 기타치는걸 보고나니 다시 기타가 치고 싶어진다.  음악학원을 갈까 BJJ를 할까 고민하고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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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4 0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4 0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몬스터 2015-07-15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권도 흰띠까지 했어요 !!! ㅎㅎㅎㅎ

transient-guest 2015-07-16 03:31   좋아요 0 | URL
저도 합기도 흰띠!!ㅎㅎㅎ
 

읽었던 책을 정리하면서 개발새발 느낀 것들을 써내려가려면, 확실히 특정한 시간대에 늘 머무는 익숙한 장소를 떠난 변화를 주면 좋다.  한가한 스케줄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데, 어제에 이어 오늘도 오후 이른 시간에 땡땡이를 치고 있다.  급하지 않은 행정적인 일은 조금 미뤘고, 본격적인 여름휴가시즌이 시작된 덕분인지 잘 울리지 않는 전화기로 인해 가능해진 임시적인 미니휴가라고도 볼 수 있겠다.  나이를 먹으면서 가족이 생기면서 오롯히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때가 많은 나에겐 정말 소중한 시간이다.  


책고민을 하면서 많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 읽었다.  그 와중에 서재를 통해 좋은 분들도 알게 되었고, 고수의 내면을 읽어볼 수도 있었으며 간혹 성공학이나 자계서 같이 쓰인 책 이야기도 접할 수 있었다.  이런 저런 책을 찾아서 읽다가 생긴일이다.  이번에도 우연한 기회에 두 권의 책 이야기를 접했는데, 한 권은 맘먹고 한 책 이야기를 모았다면 다른 한 권은 책을 통해서 사회물정에 대한 직설을 풀어냈다는 점이 재미있다.


일전에 읽은 저자의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보다는 덜 처연하고 쓸쓸했다.  다만, 책을 읽으면서 상상하는 이런 저런 밝은 세상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사회의 모습을 책을 통해 보여주고 있어 역시 저자답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책에서 말하는 사상이나 법칙, 그러니까 이치적으로는 맞는 이야기들이 어떻게 현실에서 일어나는지를 적나라하게 짚어 풀어가는 것이다.  그 와중에 보여지는 수많은 역설들과 찜찜한 이야기를 읽는 것으로써, 또다른 독서와 배움의 자세를 볼 수 있었다면 조금 심한 보탬이 될까?  역시 세상은 만만한 곳이 아니고, 온갖 일들이 특정한 법칙과 이념, 그리고 사상과는 무관하게 버무려지는 곳이다.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 저자가 말하는 풍요로운 삶, 그냥 부유한 삶이나 부자로 사는 것이 아닌, 진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조금씩은 영리해질 필요가 있다.  책을 읽으면서 책속에 배운 것들을 남기지 말고, 감상에 푹 빠져 현실을 잊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고, 말 그대로 세상물정을 깨우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저자는.  알면 당하지 않을 수 있고, 당하더라도 충격을 훨씬 덜 받을 수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염세주의나 냉소적인 사고를 갖게 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순진하고 무지한 삶의 자세에서 조금 더 강하고 능동적인 사고로 나아가는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겠다.


앞서와는 달리 이는 순전히 책을 읽고 후기를 떠올리고 라디오로 방송한 것을 추린 책이다.  김탁환 작가를 지금의 그로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는 수 많은 책들을 선별하였고, 방송 직전까지 다시 읽고 하고 싶은 말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좋은 책들을 많이 소개해주고 '읽어가겠다'는 말처럼 강한 읽음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듯 여기에 소개된 많은 책들은 그가 두번 세번, 많은 경우 네다섯번도 읽은 책들이다. 어제도 썼지만, 완독 이후 다시 읽지 않고 모셔두는 책들이 대부분인 요즘 한번 정도 생각해 볼 독서의 자세라고도 생각된다.  이런 가벼운 글 말고, 그렇게 깊이 여러 번 우린 책을 다시 글로 풀어낼 때 정말 좋은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문득 생각을 했다.  어느 나이가 되면, 더 이상 책을 사들이지 말고 갖고 있는 것들을 다시 읽고, 또 읽자고.  그러다 보면 지금 보다는 훨씬 더 나은 읽기를 보게 되지 않을까?  문제는 궁금증이고 수집벽인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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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5-07-11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명우의 책들은 항상 주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 작가의 글을 5권 정도 읽었는데, 이 사회학자는 진짜 자신이 바라보고 생각하는 걸 씁니다. 한국 사회의 문제 현실을 피부로 느낀 다음 아주 쉽게 간명하게 풀어서 들려줍니다. 우리나라 사회학계를 짊어지고 갈 소장 학자 중 한 분으로 눈여겨 볼 수밖에 없는 작가입니다. 물론 한계는 있습니다만, 그래도 이만한 학자가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입니다~^^

어쨌거나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무더위에 건강유의하시길!

transient-guest 2015-07-14 02:22   좋아요 0 | URL
사회학에서 대중적인 책이 나오기가 쉽지 않은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쉬운 이야기로 풀어쓴 책이 나온 것이 참 반갑습니다.ㅎㅎ 말씀처럼 한계는 있지만, 이 정도면 감지덕지죠.ㅎㅎ 엘 니뇨 덕분인지 비교적 시원하게 보내고 있습니다.ㅎㅎ 님도 더위 조심하세요.

몬스터 2015-07-11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아 숨쉬고 , 생각하고 움직일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가끔 해요. 어쨌든 태어났으니 내 능력껏 열심히 사는데 가끔 피곤해요. 세상물정의 사회학 관심이 가요.

휴가 잘 보내세요!! 여기도 지금부터 3주 동안 완전 휴가기간이예요. ㅎㅎ

transient-guest 2015-07-14 02:24   좋아요 0 | URL
살아 나갈 수록 사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책도 읽어보면 생각할 점이 많습ㄴ디ㅏ.ㅎㅎ 영리해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사실을 직시하여 대처하면 피곤함이 조금 나아질 수도 있을지 모르겠네요.ㅎ 3주간의 휴가라니.. 역시 유럽은 대단!!ㅎ

몬스터 2015-07-15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아갈수록 사느게 쉽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니...lol 쉬워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는데요 lol 망했네요

transient-guest 2015-07-16 03:31   좋아요 0 | URL
생각이 복잡해지는거죠. 아는게 병이랄까요? ㅎㅎ 사람마다 다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셔요.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다이 시지에 지음, 이원희 옮김 / 현대문학 / 200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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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추천을 받고 읽게 된 책은 이미 기대치가 만빵이라서 아무리 괜찮은 이야기라도 자칫하면 이미 커진 기대 떄문에 상대적으로 덜한 재미를 느끼는 경우가 있다.  게다가 그 추천이 유명한 블로거나 팟캐스트를 통한 것이라면 걱정과 부담은 기대에 비례하여 커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정말 좋은 책이라면, 그리고 추천이 상업적인 목적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사실 이런 걱정은 말 그대로 걱정으로 그칠 뿐이다.  추천을 통한 구매와 독서가 문제가 되는 까닭은 그래서 이렇게 글을 남길 때, 아니 글을 남기기도 전에, 과연 내가 받은 느낌, 나의 감상이 온전히 나의 것일까 하는 의문을 준다는 점이다.  리뷰를 먼저 듣고 읽은 책, 그리고 그 리뷰가 하필이면 '빨간 책방' 하고도 이동진 기자라는 수준급 고수의 입에서 다른 전문작가와 함께 slice and dice된 것이라면 정말이지 내가 생각하는 책에 대한 생각이 내것인지 심각하게 의심하고 고민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또한 이동진 기자에게서 옮은 병이다.  난 이런 표현을 자주 쓴 기억이 없거든), 이 책을 읽는 내내, 나 또한 책이 소중했던, 그러니까 책 한 권을 구하면 읽고, 읽고, 또 읽던 시절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문화혁명의 엄중하고 코믹한, 그러나 실로 잔인하고 섬뜩했던 칼날은 어차피 내가 공유하는 기억이 아니다.  5-60년 전에 중국에서 모택동이 벌인 희극적이고 유치했던 정권유지방법, 그의 실패의 하나일 뿐, 그 임팩트나 의미는 그리 클 수가 없다.  그것보다는 살아보지도 못한 그 시절의 기억은 그나마 배움을 통해서 한국의 혼란과 독재에 대한 씁쓸함과 마사오군에 대한 미움을 갖는 것이 훨씬 쉽고 당위적이다.  그러니까, 이 시절 재수없게 홍위병의 탄압에 걸려든 아버지 때문에 한창의 나이에 산골로 노동교화유배를 당한 두 작중인물들에 대한 연민도 거의 느끼지 못했다.  


책을 읽는 내내, 이미 접한 줄거릴 따라가면서 내가 떠올린 것은 그저 책이 정말 귀했고,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예전의 기억 뿐이었다.  


90년대에 본격적으로 나타나 한 시절을 주름잡았던 도서대여점이 나오기 훨씬 전, 80년대 중반부터 봉고트럭을 개조한 책차에 신간잡지와 온갖 hot한 소설들을 싣고 3일 정도에 한번씩 동네에 나타나던 도서대여차가 있었다.  이 차가 오는 날이면 시간에 맞춰, 특히 방학중에는 집에서 사주기 전에는 볼 수 없는 만화잡지를 빌리기 위해 생긴 긴 줄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당시의 아이들, 그리고 중고생의 독서경향은 좀 살만한 형편의 집이라면 한 질씩 들여놓던 xx세계문학전집, 위인전기세트, 소설전집, 백과사전 등이었기 때문에 일부러 서점에 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다양한 소설을 골라서 보는 재미, 책 값보다는 훨씬 싼 가격으로 3일 정도를 갖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이 대여차의 매력이었다.  


머리를 잘 쓰면 소설 한 권을 빌려서 2-3명 정도가 돌려가면서 읽을 수도 있었는데, 그 덕분에 가끔씩 동네형이 빌려온 영웅문을 가져다 밤새 읽어내고 갖다준 적도 많이 있었고, 자다가 새벽 3-4시 즈음에 눈이 확 떠지면 불을 켜고 다시 책을 본 일도 허다하다.  


그러다가 중3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직접 고르고 사들이는 일에 재미를 붙였는데, 이때만해도 책장 두 개가 채 못되는 양의 책을 갖고 여러 번 읽으면서 그 내용을 몸에 새겼었다. 지금도 이 당시 읽은 책들의 내용은 거의 다 기억하고 있고, 읽던 그 시절의 내 모습까지도 그려낼 수 있는데, 아마도 이런 다독과 재독 덕분일 것이다.  


지금은 원하는 책은 가능하면 무조건 사들이고, 쌓아올리는게 읽는 속도보다 빨라졌고, 그 나름대로의 보람도 있고, 즐거움도 있지만, 한 권의 책을 읽고 또 읽던 시절의 숨막히는 재미는 느끼기 어렵다.  마치 십대에 들어 첫사랑을 하던 시절의 사랑의 순도와 몰입도는, 많은 것들에 대해서 담담해진 지금에와서 기대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금은 아무리 재미있는 책도, 깊은 내용의 책도 그 나름대로의 이유로 한번 이상 읽긴 어렵다.  읽을 책도 많고, 할 일도 많고, 집중력도 떨어지는 탓이지만, 그 이상 내가 더 이상 순백색의 감성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야기를 듣기 위해 둘러선 사람들, 처음으로 세계문학을 접하는, 그것도 극한환경에서 몰래 읽는 재미에 십대의 감수성이 더해진 그야말로 책이, 이야기가 재미있어 죽겠는 한 시절을 볼 수 있었다.  


'빨간 책방'에서 이야기한 다양한 이슈와 심리적인 묘사, 모티브는 그대로 좋다만, 이미 들은 내용을 내가 다시 떠올릴 필요가 있었을까?  


아! 작중인물들 중 관념이 앞선 그 녀석은 내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그렇게 수 많았던 기회를 다 놓쳐버린 것을 비교적 최근에 와서야 돌아볼 수 있었는데, 내가 조금만 더 영악했고 능동적이었다면 아마 매우 일찍 어른의 연애를 시작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내 10-20대가 새삼 더욱 아깝게 느껴지는 이유다.  물론 그랬더라면 아마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취직하기 좋은 컴공 같은 이과에는 재주가 없으니까, 그리고 조직생활도 잘 견뎌내기 어려웠을 테니까, 그래 아마 장사를 하면서 좋은 20대 시절에 왜 그토록 놀기만 했는지 한탄하는 것으로 풀렸었을지도 모르겠다.  


다이 시지에라는 이름은 익숙하지 않지만, 이 책과 함께 주문한 몇 권을 더 읽어보면 작가의 색깔이 잘 보일 것이다.  더 알아갈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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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7-09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넘 재밌게 읽었는데 님도 그렇다니까 막 행복해요~~~~^^*

transient-guest 2015-07-10 05:2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ㅎㅎ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호서기 2015-08-04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보고 싶네요^^

transient-guest 2015-08-04 08:17   좋아요 0 | URL
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ㅎ

오후즈음 2015-08-09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동진 빨간책방덕에 요즘 이책 많이 보이네요. 저도 사서 읽어봐야겠어요. 넘 끌립니다

transient-guest 2015-08-11 01:11   좋아요 0 | URL
저도 빨책으로 소개받은 책이니까요. 항상 그렇지는 않은데, 그래도 꽤 자주 제가 전혀 모르는 좋은 책이 나오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