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알라딘에 주문한 책들이 무려 두 패키지나 한꺼번에 도착했다.  차에 문제가 있어 오전은 auto-mechanic shop에서 보내고 오후에 출근해서 급한 메일 답변만 하고 책 리스팅을 완료하였다.  집에 있는 책들만 모두 database에 넣으면 되니까, 새로 들어오는 책들은 밀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곧 일찍 퇴근하고, 길었던 이번 주를 마감할 것이다.  들어가면서 gym에 들려서 운동을 하고 푹 쉴 생각이다.  


내일은 간만에 사우나에 가서 뭉친 어깨 근육을 풀어보고 낮잠도 좀 자려고 한다.  이번 주말에 읽을 책들을 간추려 보았다.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 그냥 궁금해서. 솔직히 제목에 낚였다면 낚인 것인데, 심리/여행 베스트셀러라는 소개 때문에 약간 긴가민가하다.  

'나쁜 놈들 - 상/하' - 마쓰모토 세이초의 신작이 실로 오랫만에 나왔다.  물론 번역으로써의 신작이지만, 어쨌든 반갑다.  세월호 침몰을 둘러싼 미스터리, 조희팔 미스터리, 사라진 7시간의 비밀 미스터리 등등 이야기꺼리가 넘쳐나는 요즘인데, 이걸 제대로 다뤄줄 작가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  마쓰모토 세이초가 굵직한 일본의 사회-정치-경제사건을 다뤘던 것처럼 글을 써줄 사람이 없나?  

'마션' - 계속 조금씩 읽고 있다.  그가 살아있는 것이 지구에서 관측되었다.  

'매국의 역사학, 어디까지 왔나' - 예의상 조금이라도 읽을 예정이다.

운동을 하면서는 여전히 '메소포타미아의 살인'을 읽을 것이니까, 여섯 권을 두루 건드리게 될 것이다.  다 끝내지는 못하겠지만, 꽤 기대되는 주말이다.  급한 일처리도 끝냈기 때문에 다음 주에는 active하게 업무를 밀고 나가서 가급적 밀리지 않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그러니까 주말은 푹 쉴 수 있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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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2015-10-31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은 푹 쉴 수 있다.... Yeahhhhhh :)

transient-guest 2015-11-03 02:30   좋아요 0 | URL
어느새 월요일...ㅎㅎㅎ 써머타임 해제로 몽롱한데, 가을의 첫 비가 오네요. 빗소리가 참 좋습니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를 먼저 볼까, 책을 먼저 볼까 고민하다가 통상의 진리에 따라 책을 먼저 보기로 했다.  

영화가 나오면, 그리고 히트를 치면 언제나 그렇듯이 커버가 바뀐다.  그 나름대로 수집할 가치가 있겠지만, 내가 산 책은 연초엔가 2014년 말엔가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추천할 당시의 오리지널 커버이다.  그것도 하드커버.  난 페이퍼백보다는 하드커버를 선호하는데, 일단 보관하기도 좋고, 보기도 좋고, 책을 갖고 여행을 다닐 목적이 아닌 이상 하드커버가 진리라고 본다.  


책을 열자 첫 페이지의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에게 반갑다고 인사를 한다.  "I'm pretty much fucked."  한국어로 번역된 문장이 이 느낌을 원문 그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게다가 조금 지나고 나니 살아남기 위해서 주인공이 자신의 전공을 살려 농사를 짓기 위한 계획을 세우면서 계속 나오는 건 'shit'이다.  좀더 점잖은 언어도 아니고 계속 어떻게 하면 'shit'을 사용하여 거름을 만들지 궁리를 하면서 심지어는 남들이 남기고 간 진공포장된 'shit'을 사용하기로 한다.  그러다가 다음 문장에서 이미 난 뒤집어지고야 말았다. 'My asshole is doing as much to keep me alive as my brain.'


이제 겨우 첫 열 페이지 정도를 읽었을 뿐인데, 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싶은 유혹은 시시각각 몰려든다.  네러티브 구조에 딱 맞는 목소리와 감성을 가진 맷 데이먼이 주연이라서 더욱 더 Rainmaker시절 그의 네러티브가 떠오른다.  유혹과 싸워 이겨야 한다.  다 읽지도 않은 주제에 이리 글을 남기다니.  하지만, 너무 웃겨서 참을 수가 없다.  이건 나눠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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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10-29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저도 영화보기 전이며 이 책 사뒀는데 기대되네요! >.<

transient-guest 2015-10-30 02:45   좋아요 0 | URL
전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혼자 푸념하다가 말하다가 하면서 스토리가 전개되는게 마치 느와르 같기도 하구요.

붉은돼지 2015-10-29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은 읽지않았고요...
영화는....글쎄.... 저는 별로더라구요....조금 지루하고.... ^^;;;
호평 일색이어서 기대를 너무 많이해서 그런것 같기도 하구요....

transient-guest 2015-10-30 02:46   좋아요 0 | URL
원래 호평 일색이면 기대가 커서 조금은 `이게 뭐야?`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요.ㅎ 책은 재미있어요. 근데 관건은 번역이 아닐까 싶습니다.

Alicia 2015-10-29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저는 왜 영화가 먼저 보고싶을까요, ㅎㅎ 영화를 나중에 봐야 한다니까 더 먼저 보고 싶어지잖아요- ㅎㅎ

transient-guest 2015-10-30 02:47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영화는 압축적이고 선택적이라서 책에서 주는 느낌을 제대로 모두 전달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일단 이 책은 일인칭으로 전개가 되는데, 이게 key라고 봅니다.

yamoo 2015-10-30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이책이 그렇게도 재밌다니....헌책방에서 3천원에 눈에 띄었을 때 잽싸게 사야 했던 건데...ㅠㅠ

transient-guest 2015-10-30 02:47   좋아요 0 | URL
다니시다가 다시 찾을 수도 있겠지요..ㅎ

몬스터 2015-11-01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보까 하다가 딴 거 봤는데 , 책 먼저 읽어 ( 사 ) 야 겠네요 lol , 한 2주 넘게 책을 읽지 않고 살고 있어요. 뭔가 마음이 부산해서 책이 안 잡히는 듯요.

transient-guest 2015-11-03 02:30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맘이 그러면 책도 뭣도 아무것도 손에 안 잡혀요.ㅎㅎ 이제 슬슬 정리되고 적응하시면서 한 권씩 읽으셔요.
 

자영업자가 된 후로는 특히 무리하게 일을 하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남의 돈을 벌어줄 때만해도 갑자기 떨어지는 오더나 내 나름대로 볼때에는 상당히 불합리적인 급작스러운 일처리가 필요한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내가 직접 모든 것을 챙기는 지금의 구조에서는 그렇게 하나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정이 잡히기 전에 이미 모든 것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갑자기 나오는 일이라고 해도 이미 어느 정도 일정에 잡아놓고 있던 일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예외는 언제나 존재하는데, 지난 주말처럼 화요일까지 목적지에 도착해야 하는 케이스의 주요문서를 기다리면서 월화수목금금금 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덕분에 월요일인 어제부터 이리저리 방방 뛰면서 화요일까지 내처 일처리를 하고 나니까, due date이 잡힌 큼직한 케이스 하나를 빼고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된다.  내일과 모레까지는 거의 모든 일정을 한 케이스에 잡아놓고 일을 하면 되는데, 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목요일까지 달려온 느낌이다.


매번 혼자서는 조금 힘들고, 남을 쓰자니 거시기한 딱 림보상태에 대한 불평을 해본다.  그렇다고 아무나 쓰고 싶지는 않고, 특히 저임금으로 적정한 레벨과 업무능력의 보조직원을 쓰거나 인턴을 데려다가 부려먹고 싶지도 않으니까, 그저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  지금 추진중인 일이 잘 되면 그래도 내후년에는 쓸만한 인재가 사무실에 들어오게 되는데, 이 녀석을 변호사로 만들어내고 회사의 능력치를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사실 내가 잘하는 업무들 중 몇 가지는 아예 손을 놓고 있는 분야들이 있는데, 케이스가 수임될 수 있는 기초작업을 거의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적도 좋고 특히 어렵거나 희소분야의 케이스를 잘 진행해본 경험이 있어 이와 비슷한 분야 또한 자신있게 맡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써는 여기까지가 최선인 듯.  연말에 조금 시간이 나면 얼마전에 이런 목적으로 열어놓은 네이버 블로그를 작업해서 회사의 두 번째 홈페이지처럼 사용할 생각이다.  


이번 주부터 다시 뛰어보고 있다.  근육운동을 조심스럽게 재개했는데, 여기에 모자라는 운동량, 나아가서는 나에게 꼭 필요한 심폐지구력운동을 하기 위함이다.  오늘은 너무 바쁘기 때문에 천상 8시 반이나 9시에 밤운동을 하게 될 것 같은데, 이때에도 빼놓지 않고 기계에서라도 뛸 생각이다.  어제와 오늘은 근처 community center에서 track을 돌았는데, 바닥이 탄력있는 재료로 만들어진 덕분에 무릎에 무리가 덜 오는 점이 맘에 든다.  뛰는 사람도 많이 있어 더욱 분위기가 좋다.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를 오전에 다 읽었다.  다른 책들과 함께 페이퍼에 정리할 생각이다.  김훈.  참 괜찮은 작가라는 생각을 했다.  상남자라는 말이 허접하게 마구 아무한테 쓰이는데, 김훈이야말로 상남자라는 생각이 든다.  남자라면, 그리고 보수라면 이 정도의 상식과 의식수준은 되어야 어른 소리를 들을 자격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된다.  그 대상이 누구든 상관이 없지만, 주체는 나일 것이다.  그러니까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용감하게 살고 싶다.  열심히, 하지만 여유롭게.  


어깨와 삼두근의 부상이 좋아지는 대로 사무실 앞에 새로 생긴 BJJ도장에 가서 2주간 try-out을 할 것이다.  합기도는 꽝이었고, 검도는 아직도 발바닥의 부상이 완치되지 않고 있어 불가능한데, BJJ는 1993년 첫 UFC를 본 이래 가장 궁금한 무술이다.  합기도의 유능제강은 너무 비현실적이고 유도나 레슬링도 결국에는 힘과 사이즈의 차이가 기술을 압도한다고 하는데, BJJ는 유능제강을 가장 잘 현실화하고 구체화한 현대무술이 아닌가 싶다.  현대 스포츠과학을 선도하는 종합격투기에서 타격기 하면 무에타이/킥복싱, 그래플링하면 레슬링/BJJ라고 하는데, 우연은 아니다. 


지난 주말에 읽은 책까지해서 금년에도 독서권수는 200을 넘겨주었다.  하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여전히 많이 부족하고, 특히 영어책을 많이 읽지 않은 점은 언제나 반성꺼리가 된다.  11월에는 다른 책을 천천히 읽으면서 '마의 산'에 세 번째로 다시 도전해볼 생각을 하고 있다.  어쩌다 보니, 금년도 다 지나가는 듯.  세월이란게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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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8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8 0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8 0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9 0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붉은돼지 2015-10-28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나이가 드니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누구의 아들로서, 누구의 아버지로서, 누구의 친구로서, 나아가서는 어느나라 국민으로서,,,,더 나아가서는 남자로서....더더더 나아가서는 인간으로서...너무 나가네..ㅎㅎㅎㅎ ....결국 이 누구 누구들이 나를 버티게 하고 지탱하게 하는 힘이구나 하는 생각도 하고요....,한편으로 이런 것들이 나를 옭아메는 올가미구나 하는 생각도 합니다...왔다리갔다리...ㅎㅎㅎㅎ.... 궁극적으로는 자기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겠지요...아...너무 높은 경지에요 ㅎㅎㅎ

200권 대단하세요....`마의 산` 성공하시길...저는 예전에 읽었어요 나름 재미있던데요 ㅋㅋㅋ

transient-guest 2015-10-29 01:06   좋아요 0 | URL
맞아요.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집착 같기도 하네요.ㅎ 양심에 비추어 부끄럽지 않고, 그 양심은 늘 닦아서 상식선에서 살 수 있다면 좋겠습ㄴ디ㅏ. `마의 산`을 두 번까지 도전했고, 두 번째에는 좀더 이해하고 좀더 진도를 나아갔었는데요, 벌써 작년 이맘때 같습니다.ㅎㅎ 다시 시작해봐야죠. 200권보다는 한 100권을 깊이 읽으면 좋겠는데, 읽고 싶은 책도 많고, 쉽지가 않아요.

다락방 2015-10-28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 마의 산 도전하기로 했었는데.....까먹고 있었네요.....(먼 산..)

transient-guest 2015-10-29 01:06   좋아요 0 | URL
맞다.. 다락방님의 리뷰를 참고할 생각이었는데, 어케 된 것이지요??ㅎㅎㅎㅎ

yamoo 2015-10-28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권이라니 이건 뭐, 경지네요 경지....전 1년 100권 체우는 목표 달성 딱 1번 했더랬습니다...대부분 인문 사회 고전들이었지만 그래도 200권은 대단한 거 같습니다!

와~~마의산 도전하시는 군요...전 읽다가 3번 던졌습니다. 무쟈게 지루하더군요~ 만의 소설은 제게 죄다 지루한 듯합니다..ㅋㅋ

저도 트랜스 님의 마의 산 완독 성공하시길!^^

transient-guest 2015-10-29 01:07   좋아요 0 | URL
`마의 산`의 명성에 홀려서 다시 오르기 위해 심기일전 준비하고 있습니다.ㅎㅎㅎ 연 평균 200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좋겠고 은퇴 후에는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ㅎㅎ 갈 때까지 읽어야죠.

몬스터 2015-11-01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고 , 당당한 삶...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 ..

운동을 다양하게 하시네요. 회사 근처에 인도어 클라이밍이 있다 그래서 한 번 가보고 싶은데 , 회사 사람들이 운동을 안(못)해요. ㅎㅎ

transient-guest 2015-11-03 02:32   좋아요 0 | URL
오호.. 인도어 클라이밍 좋습니다. 관심 가는데요. 사실 체육관 운동은 기초운동이고 실제 application을 해야 정말 힘도 붙고 밸런스도 좋아지는데요. ㅎㅎ 혼자 운동하다보면 그룹보다 혼자가 더 좋아요.ㅎ 생각도 하고, 생각을 끄기도 하고..
 

이덕일 선생의 책 한 권 "매국의 역사학 어디까지 왔나", 김훈 작가의 신작 "라면...", 거기에 다자이 오사무의 책 한 권, 그리고 읽다가 쉬고 있는 2-3권의 소설까지 하면 정말 많이 밀려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행복한 늪이고 블랙홀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크게 고민하지는 않는다.  언젠가는 다 읽을 책들이니까.  다만 충동적인 대량구매를 좀 자제해야 하는데, 한국의 출판시장의 특성상 좋은 책은 좋아서, 덜 유명한 책은 덜 유명해서, 어쨌든 나름대로의 이유로 종종 절판되는 탓에 불안해지면 답이 없는 것이다.  이번 해를 넘기기 전에 정품으로 나온 다나카 요시키의 '은하영웅전설', '외전', '아르슬란 전기'등을 구매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이걸 어쩌나.


읽을 책이 밀렸는데, 주중에 흥미로운 책을 사게 되어 먼저 읽었고, 금요일에 도착한 책들 중에서도 한 권을 냉큼 집어들고 다 읽어버렸다.  다시 원래 읽던 이덕일 선생의 책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게 또 쉽지만은 않은 것이 화가 나기 때문이다.  읽다가 보면 마치 한국의 정치현상을 보는 것처럼 한숨만 나오고 화가 돋는데, 이제 나이도 나이니만큼 자꾸 화를 내는 것이 건강에 해롭기 때문에, 그리고 내 인성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기에 읽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존 그리샴의 책은 늘 쉽고 빨리 읽힌다.  초기작만 해도 상당한 이슈제기를 하는 문제작이 꽤 많았지만, 최근의 작품들은 약간 무협지 같기도 하다.  하지만, 요 근래의 작품들을 보면 중요하지만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 이슈나 legal practice에서 marginalize된 분야를 이야기로 만들어내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재미가 쏠쏠하다.  이번의 책은 특히 상당히 borderline 이슈가 되는 형사법 전문변호사가 주인공이다.  에피소드는 loose하게 이어지기는 하지만, 몇 개의 사건들이 하나씩 해결되는 것으로 단편을 이어놓은 듯한 느낌도 있어 지겨움을 느낄 겨를은 없었다.  


형사법 변호사가 용의자를 변호하는 것은 아무리 강력한 확신범이라도 법으로 정해놓은 합리적인 절차를 활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그 과정에서 물론 충돌하는 윤리규정 - 변호사는 100% 의뢰인을 위해서 일해야 한다는 규정 vs. 법정의가 모든 것에 우선함 - 그것도 쉽게 판단하여 결정할 수 없는 이슈 때문에 고민하기도 하고, 때로는 불법/비법/합버의 경계에서 일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극단적으로 형사변호사의 역할로 확실했던 유죄가 무죄로 바뀐 경우는 OJ 심슨 재판인데, 실제로 부자는 좋은 변호사를 선임하여 더 나은 조건의 합의를 끌어내거나 무죄를 받아내기도 하는만큼 시스템의 합리성과 정당성은 늘 도전 받고 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은 역사에 근거하는데, 지금까지도 그렇지만, 흑인이나 유색인종을 비롯한 사회의 변경에 위치한 사람들을 범인으로 만드는 행위가 많이 근절되고 또 까발겨지는 것은 결국 이런 법조계의 노력 때문이기 때문에 거시적으로 이들의 윤리는 언제나 의뢰인의 절차적 정당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쉽고 간단한 이야기가 아닌데, 그냥 한국과 미국을 비교해서 생각해보면 좀더 접근이 쉽지 않을까?  보존가치만 보면, 그러니까 재독율은 좀 떨어지지만, 그래도 그리샴의 책은 꾸준히 구해서 읽게 된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찾다보니 어느새 서점이나 도서관의 이야기를 다룬 책도 꽤 많이 갖게 되었다.  우연히도 요 근래들어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왔는데, 최근에 읽은 책만해도 3권 정도가 더 있는 것 같다.  재미있는 우연인지, 출판계의 유행에 따른 필연인지에 대한 판단은 그만두자. 


함부르크에서 살던 부부가 아주 우연한 기회에, 그것도 재정적으로 전혀 넉넉하지 않은 상태에서 빈에 나온 책방을 사들여서 모든 것을 던지고 뛰어들었고, 성공한 이야기.  이게 가능할까 하는 생각인데, 유럽의 book culture는 한국은 물론 미국의 그것과도 많이 다른 듯 싶다.  일단 책을 더 많이 읽고, 대형화된 서점과 동네서점이 함께 공존하는 구조와 사고가 어느 정도 확립되어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아마존처럼 쉽게, 그리고 종종은 좀더 저렴한 가격으로 책을 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지역의 서점을 이용하는 자세까지 부럽기 그지없는 문화적 우위라고 보겠다.  알라딘에서 주로 모든 한국어책을 구하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대학교 시절만해도 한국에 가면 동네의 서점을 주로 이용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시내중심의 대형서점이 아닌 이상 새책을 구하려면 온라인 서점밖에 없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고, 내가 사는 이곳의 미국현실인 것이다.  당시 한국의 동네에 단골로 다니던 서점 아저씨하고는 늘 인사를 나누고 책 이야기를 했었는데, 요즘은 기실 작은 서점에를 가도 주인얼굴도 모르고, 또 책을 잘 아는 분도 아닌 경우도 많아서 한번 둘러보고 책장을 가득채운 문제집과 참고서에 실망하고 나올 뿐이다.   나중에 정말 여유롭게 은퇴하면 해보고 싶은게 서점인데, 뭘 팔기보다는 내가 나가서 놀 공간이 될 것이니까 그리 현실적은 꿈은 아니다.  내가 하는 일이라는게 사지육신이 어느 정도 멀쩡하고 머리만 돌아가면 늙어서도 무리 없이 할 수 있기 때문에 아마도 half-retire한 정도로 작은 방을 책으로 가득 채우고 슬슬 일하고 책보고 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을 가능성이 훨씬 높은게 내 노년의 모습인데.  가만보니 지금도 이미 그렇게 살고 있기는 하다.  뭐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하루를 시작하고 마시는 이 계절 정도의 쌉쌀한 아침공기가 너무 좋다.  비록 일정이 꼬여서 사무실에 어제도 나왔고 오늘도 잠깐 들렸지만, 그 덕분에 근처에 있는 동네 community center의 운동장을 뛰다 들어갈 수 있으니 그런대로 나쁘지 않은 일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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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가르치는 대로, 말하는 대로 행동하고 산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식민사관으로 고대사를, 독재를 미화하고 친일을 반공으로 둔갑시키는 놈들의 경우에는 자기들이 말하는 그대로 선대부터 살아왔으니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물론 오늘의 페이퍼는 그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덕일 박사의 책을 읽으면서 흡사 동북아공정 한국지부 같아 보이는 놈들 한 무더기, 조선사편수회로 보이는 국사편찬위원회, 그리고 온오프라인에서 그들을 지원하는 한 축을 담당하는 똥덩어리들, 이렇게 온통 똥만 보여서 갑자기 든 생각이다.  환빠를 가장하여 교묘하게 식민사관을 옹호하는 자들의 글을 보면 특히 심각한 문제성을 느끼는데, 글을 짜집기하여 옹호 또는 비난을 하는 초x불 같은 자들이 꽤 많다는 점에서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진 잘못된 국사교육의 현황을 본다.  이 얘긴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다 보면 더 자세하게 쓸 예정이다.


짧은 글이지만, 한때 내가 좋아했었던 만화들의 behind story를 볼 수 있고, 근황 또한 궁금하게 만든 책이다.  은하철도 999는 DVD로 모두 갖고 있지만, 아직 다 보지는 못했고, 한국에서 방영되던 당시에도 워낙 이리 저리 편집과 짜집기에 정주행을 하지는 못했던 작품이다.  여기서 나온 게타로봇의 이야기도 흥미로운데,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역시 마징가 Z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겠다.  그전에 3권짜리 만화책으로 볼 때에도 이상했던 점이나데빌맨을 보면서 느낀 작가의 기괴함이랄까 이런 것들에 대한 의문이 어느 정도 풀렸다.  먼나라 이웃나라의 시작이 캐릭터 표절이었다는 점은 꽤 충격이었는데, 그래도 이원복 교수는 이를 인정했다고 하는데, 자기 기억을 믿지 못해 표절이 표절인지 모르겠으나 표절 같다는 신경숙이 떠오른다.  캔디 캔디에 얽힌 비화도 좀 웃기는데, 덕분에 이 만화를 다시 보기가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  


한때 영화판에서도 이런 류의 제목이 유행했던 기억이 있다.  'xx는 xx로 간다' 또는 'xx는 xx로 갔다' 같은.  정통 추리물에서 벗어나 있고, 유능한 탐정이 등장하기 보다는 첩보물에 가까운 작품이지만, 꽤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일단 누가 어떤 편인지를 구분할 수 없고, 아주 나중까지도 비밀이 풀리지 않은데서 오는 서스펜스, 게다가 즉흥적으로 반한 남자를 찾아서 바그다드로 온 히로인은 악하지는 않지만 결코 선하다고는 할 수 없는 거짓말쟁이 아가씨라니!  마치 영화의 한 편과도 같은 전개.


한국이나 미국이나 순수학문의 경우 학부에서 바로 대학원으로 가는 경우가 흔하지만, 소위 말하는 professional school의 경우 이곳에서는 경기가 좋을 때에는 학부졸업 후 일을 하다가 (1) 커리어 업그레이드 (2) 커리어 변경, 또는 (3) 실직하고 대학원을 가는 모습을 많이 본다.  따라서 경기가 나쁜 시기에는 학부에서 바로 이런 학교들로 넘어오는 비율이 더 높아지는데, 미취업상태에서의 쿠션으로 이런 학교를 오는 것이다.  저자의 경우에는 (2)에 해당한다고 보는데, 오랜 기자생활 후 하버드 MBA과정으로 넘어온 후 2년 간 느끼고 배운 점을 재미있게 기술하고 있다.  

2년간 온갖 일을 겪고 공부하면서 학교생활을 하다가 90%의 학생들이 (1) 원했던 (2) 원하지 않았던 대형금융회사나 펀드회사 그리고 컨설팅으로 지원하는 모습은 마치 로스쿨 학생들의 90%이상이 대형로펌을 꿈꾸는 것과 같았고, 성공적으로 입사한 90% 이상이 1년 안에 퇴사하는 모습도 로스쿨을 닮았다.  저자는 결국 job을 잡지 못했고, 관련이 없지는 않지만,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 하버드 MBA가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저자가 인정하는 부분은 물론 배움에 있어 그렇지만, 하버드라는 타이틀의 힘을 무시하지는 말자).   


MBA뿐 아니라 하버드의 이름을 업으면 많은 문이 열린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MBA만 해도 실제로 많은 졸업생들이 대형회사를 거쳐 정부관계부처로 들어가서 경제를 좌지우지 하고 있고, 미국의 금융산업의 붐을 가져온 것도, 이를 완전히 망친 것도 그들 상당수이다.  이런 의미로 가끔씩 이 생활에 지치거나 무엇인가 새로운 도전을 꿈꿀때 한번 정도 생각해보게 되는 명문학교 MBA과정.  그러나 소요되는 기간과 돈, 그리고 노력에 대비해서 얻을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에 번번히 그만두는 그 생각을 그만두길 잘했다는 결론이 이 책을 읽은 후 더욱 확고해졌다.  단순한 도전으로 즐길 수 있는 형편과 시기라면 가능하겠지만, 지금은 어쨌든 아니다.  그저 금융이나 경제가 움직이는 절차에 대한 공부가 필요할 뿐.  


오직 인도네시아의 정글에 사는 긴팔원숭이를 관찰하고 연구하기 위해 이곳으로 떠난 김산하 박사의 이야기.  팟캐스트에서 들을 때에는 몰랐지만, 정말 글을 재미있게 쓰는 사람이다.  이런 글재주와 흔하지 않은 경험은 앞으로도 그가 학계의 구성원으로서, 또 대중에 나서는 학자로서의 삶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영장류를 연구하면서 얻는 경험과 이를 통해 체득한 자연의 한 부분으로써의 사람에 대한 고찰은 이후 그의 삶에서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조금이라도 자연파괴, 그리고 이와 다름아닌 낭비를 줄이려는 eccentric한 행동으로 나옴을 팟캐스트에서 들었는데, 자기가 스스로 실천하는 professing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보편적으로나 상식적으로 옳다고 볼 수 있는 행동이라면 다소 eccentric한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고집이란 그렇게도 보여질 수 있는 것이니까.  개새끼와 잡놈들이 설치는 학문판에 이런 소장파 학자가 있어 참 다행이다.  더욱 좋은 교육과 역사관을 정립하여 앞으로도 더 많이 이런 분들이 나왔으면 하는데, 박근혜씨가 있는 한, 그리고 그의 친일/독재잔재들인 추종자들이 사회의 한 자락을 움켜쥐고 있는 한 쉽지는 않을 것이다.  


자세하게 리뷰를 쓰겠다고 언젠가부터 다짐하곤 하는데, 게으름과 부족함이 앞서 실천하는 것이 어렵다.  이덕일 박사의 책은 한 권에 대한 리뷰를 써봐야지 하고 끼적이는 것이 지금의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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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5-10-23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숲..이 거 아주 재미나더군요.
요즘 이공계 연구자들 글 잘 쓰네요.
파인만 나올 듯. ㅎ

transient-guest 2015-10-24 05:24   좋아요 0 | URL
장대익 박사님이나 최재천 교수님의 책보다 훨씬 재미있습니다. 서민교수님과 함께 참 글을 잘 쓰는 두 분이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