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가르치는 대로, 말하는 대로 행동하고 산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식민사관으로 고대사를, 독재를 미화하고 친일을 반공으로 둔갑시키는 놈들의 경우에는 자기들이 말하는 그대로 선대부터 살아왔으니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물론 오늘의 페이퍼는 그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덕일 박사의 책을 읽으면서 흡사 동북아공정 한국지부 같아 보이는 놈들 한 무더기, 조선사편수회로 보이는 국사편찬위원회, 그리고 온오프라인에서 그들을 지원하는 한 축을 담당하는 똥덩어리들, 이렇게 온통 똥만 보여서 갑자기 든 생각이다. 환빠를 가장하여 교묘하게 식민사관을 옹호하는 자들의 글을 보면 특히 심각한 문제성을 느끼는데, 글을 짜집기하여 옹호 또는 비난을 하는 초x불 같은 자들이 꽤 많다는 점에서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진 잘못된 국사교육의 현황을 본다. 이 얘긴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다 보면 더 자세하게 쓸 예정이다.
짧은 글이지만, 한때 내가 좋아했었던 만화들의 behind story를 볼 수 있고, 근황 또한 궁금하게 만든 책이다. 은하철도 999는 DVD로 모두 갖고 있지만, 아직 다 보지는 못했고, 한국에서 방영되던 당시에도 워낙 이리 저리 편집과 짜집기에 정주행을 하지는 못했던 작품이다. 여기서 나온 게타로봇의 이야기도 흥미로운데,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역시 마징가 Z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겠다. 그전에 3권짜리 만화책으로 볼 때에도 이상했던 점이나데빌맨을 보면서 느낀 작가의 기괴함이랄까 이런 것들에 대한 의문이 어느 정도 풀렸다. 먼나라 이웃나라의 시작이 캐릭터 표절이었다는 점은 꽤 충격이었는데, 그래도 이원복 교수는 이를 인정했다고 하는데, 자기 기억을 믿지 못해 표절이 표절인지 모르겠으나 표절 같다는 신경숙이 떠오른다. 캔디 캔디에 얽힌 비화도 좀 웃기는데, 덕분에 이 만화를 다시 보기가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
한때 영화판에서도 이런 류의 제목이 유행했던 기억이 있다. 'xx는 xx로 간다' 또는 'xx는 xx로 갔다' 같은. 정통 추리물에서 벗어나 있고, 유능한 탐정이 등장하기 보다는 첩보물에 가까운 작품이지만, 꽤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일단 누가 어떤 편인지를 구분할 수 없고, 아주 나중까지도 비밀이 풀리지 않은데서 오는 서스펜스, 게다가 즉흥적으로 반한 남자를 찾아서 바그다드로 온 히로인은 악하지는 않지만 결코 선하다고는 할 수 없는 거짓말쟁이 아가씨라니! 마치 영화의 한 편과도 같은 전개.
한국이나 미국이나 순수학문의 경우 학부에서 바로 대학원으로 가는 경우가 흔하지만, 소위 말하는 professional school의 경우 이곳에서는 경기가 좋을 때에는 학부졸업 후 일을 하다가 (1) 커리어 업그레이드 (2) 커리어 변경, 또는 (3) 실직하고 대학원을 가는 모습을 많이 본다. 따라서 경기가 나쁜 시기에는 학부에서 바로 이런 학교들로 넘어오는 비율이 더 높아지는데, 미취업상태에서의 쿠션으로 이런 학교를 오는 것이다. 저자의 경우에는 (2)에 해당한다고 보는데, 오랜 기자생활 후 하버드 MBA과정으로 넘어온 후 2년 간 느끼고 배운 점을 재미있게 기술하고 있다.
2년간 온갖 일을 겪고 공부하면서 학교생활을 하다가 90%의 학생들이 (1) 원했던 (2) 원하지 않았던 대형금융회사나 펀드회사 그리고 컨설팅으로 지원하는 모습은 마치 로스쿨 학생들의 90%이상이 대형로펌을 꿈꾸는 것과 같았고, 성공적으로 입사한 90% 이상이 1년 안에 퇴사하는 모습도 로스쿨을 닮았다. 저자는 결국 job을 잡지 못했고, 관련이 없지는 않지만,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 하버드 MBA가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저자가 인정하는 부분은 물론 배움에 있어 그렇지만, 하버드라는 타이틀의 힘을 무시하지는 말자).
MBA뿐 아니라 하버드의 이름을 업으면 많은 문이 열린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MBA만 해도 실제로 많은 졸업생들이 대형회사를 거쳐 정부관계부처로 들어가서 경제를 좌지우지 하고 있고, 미국의 금융산업의 붐을 가져온 것도, 이를 완전히 망친 것도 그들 상당수이다. 이런 의미로 가끔씩 이 생활에 지치거나 무엇인가 새로운 도전을 꿈꿀때 한번 정도 생각해보게 되는 명문학교 MBA과정. 그러나 소요되는 기간과 돈, 그리고 노력에 대비해서 얻을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에 번번히 그만두는 그 생각을 그만두길 잘했다는 결론이 이 책을 읽은 후 더욱 확고해졌다. 단순한 도전으로 즐길 수 있는 형편과 시기라면 가능하겠지만, 지금은 어쨌든 아니다. 그저 금융이나 경제가 움직이는 절차에 대한 공부가 필요할 뿐.
오직 인도네시아의 정글에 사는 긴팔원숭이를 관찰하고 연구하기 위해 이곳으로 떠난 김산하 박사의 이야기. 팟캐스트에서 들을 때에는 몰랐지만, 정말 글을 재미있게 쓰는 사람이다. 이런 글재주와 흔하지 않은 경험은 앞으로도 그가 학계의 구성원으로서, 또 대중에 나서는 학자로서의 삶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영장류를 연구하면서 얻는 경험과 이를 통해 체득한 자연의 한 부분으로써의 사람에 대한 고찰은 이후 그의 삶에서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조금이라도 자연파괴, 그리고 이와 다름아닌 낭비를 줄이려는 eccentric한 행동으로 나옴을 팟캐스트에서 들었는데, 자기가 스스로 실천하는 professing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보편적으로나 상식적으로 옳다고 볼 수 있는 행동이라면 다소 eccentric한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고집이란 그렇게도 보여질 수 있는 것이니까. 개새끼와 잡놈들이 설치는 학문판에 이런 소장파 학자가 있어 참 다행이다. 더욱 좋은 교육과 역사관을 정립하여 앞으로도 더 많이 이런 분들이 나왔으면 하는데, 박근혜씨가 있는 한, 그리고 그의 친일/독재잔재들인 추종자들이 사회의 한 자락을 움켜쥐고 있는 한 쉽지는 않을 것이다.
자세하게 리뷰를 쓰겠다고 언젠가부터 다짐하곤 하는데, 게으름과 부족함이 앞서 실천하는 것이 어렵다. 이덕일 박사의 책은 한 권에 대한 리뷰를 써봐야지 하고 끼적이는 것이 지금의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