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회사에 쌓아두고 읽지 못하던 책들을 집에 가져다 거실 탁자위에 가져다 놓고 마음 내키는 대로 뽑아서 읽고 있다.  여름 중으로 사무실도 조금 정리하고 부모님 댁에 가져다 놓은 책도 다시 정리해서 읽은 책들은 가져다놓고, 읽을 책들을 주로 근처에 둘 생각이다.  시간이 날때 제작년엔게 구한 Star Trek도 한번 완주하고 싶은데, 느린 진행도 그렇고 아무래도 조금은 유치한 설정이라서 한번에 두 편도 보기 어렵다.  The Big Bang Theory의 팬이 되어 geek흉내를 내고 싶어 조금씩 Star Trek, Firefly, Babylon 5, Battlestar Galactica를 완판으로 구해놓고 시기를 보고 있는데, 여유롭게 앉아서 볼 시간은 아무래도 쉽지 않기도 하지만, 역시 내 취향은 SF보다는 판타지가 아닌가 싶다.  부실한컨버젼으로 일찍 종료된 Dresden Files을 우연히 보고 팬이 되어 Jim Butcher의 Dresden Files시리즈를 모두 재미있게 읽은 것을 보면 역시 과학보단 마법과 판타지의 세상이 더 좋다.  밀린 책을 읽다 보니 더더욱 tv와는 담을 쌓게 되는 매우 바람직한 기현상(?)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NBA Final이 끝나면 cable을 끊고 안테나와 인터넷을 이용해서 tv를 reset해볼 생각도 하고 있는데, 유일한 고민이라면 8/9월에 돌아올 college football과 NFL...


10년간 나름대로 바쁜 전문직 생활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케이스와 사람들을 만난 것 같다.  그런데 우스운 것은 nice한 고객의 경우 배웠거나 덜 배웠거나, 있거나 없거나 그 모양새가 비슷한데 반해서, 질이 나쁜 고객들의 경우 많이 배운 사람들이 더 저질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95%정도는 최소한 기본적인 예의도 지키고, 좀 귀찮게 굴더라도 내가 그런 걸 신경쓰지 않기에 오히려 다른 사무실보다 더 친절하다는 소리도 듣고 하는데, 아주 가끔 뭘해도 좀처럼 control하기 어려운 인간이 없지는 않다.  박사, 사업가, 중역이면서 그 찌질함과 감정적이고 유치한 언사, 그리고 너무도 자기중심적인 행동으로 나를 괴롭히는 모씨가 딱 그렇다.  제작년엔가 한바탕 하고 케이스가 깨진줄 알고 좋아하고 있다가 이듬해 연초에 다시 왔길래 좀 나아졌을까 싶었는데, 역시 개꼬리는 아무리 오래 묻어두어도 족제비 털이 될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몸소 깨우쳐주고 계시다.  빨리 진행을 마무리하고 모쪼록 개보다 조금 못한 너에게 좋은 결과가 와서 나와는 인연이 끊어지길...99%에 달하는 나의 성공률을 위해서 말이다...


괴도 20면상은 원래 에도가와 란포가 괴도신사 뤼팽을 모티브로 하여 일본색을 가미해 창조한 캐릭터다.  추리도 좋지만, 란포의 매력은 역시 약간은 서리얼한 기괴함이 깃든 이야기들인데, 20면상도 원래는 '소년탐정단'에서의 이야기처럼 살인을 피하고 사뭇 유쾌한 면도 있는 호인(?)이 아니다.  작품 속에서 언뜻 보이지만, 란포는 에드가 앨런 포를 충실히 계승하여 일본풍으로 재창조한 괴상하기 그지 없는 괴도 20면상을 만들어냈는데, 잔인하고 독랄하기 짝이 없는 범죄자에 더 가까운 인물일 것이다.  이 시리즈는 어린 독자들을 대상으로 만든 것이라서 일종의 각색버전이고, 특히 아케치 고고로의 활약도 간간히 나오지만 어디까지나 주인공은 아케티 고고로의 조수인 고바야시군과 그가 이끄는 국민학생 탐정단이라서 소설의 내용도 훨씬 더 부드러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권이라도 더 란포의 작품을 접하고 싶은 마음에 사 읽었는데, 추리소설을 이렇게 아이들이 읽기 좋은 수준으로 유쾌하게 만들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어린이의 독서를 장려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렇게 오래전부터 시작된 일본의 책문화가 부럽기도 했다.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적 특성에도 충실하여 다양한 트릭이 등장하기 때문에 단순한 동화가 아니고, '소년탐정단'책에 대한 이야기는 내 기억에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나 도서관의 주인 시리즈에서도 다뤄지기 때문에 더욱 각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란포의 팬이라면 꼭 구할 것.


이건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순서에서 좀 밀렸고, cardio를 게을리한 덕분에 엊그제 겨우 다 읽을 수 있었다.  처음엔 확 잡아끄는 것이 부족한 느낌이었으나 몇 페이지를 더 읽고서부터는 계속 결말을 궁금해하면서 읽었다.  시리즈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이야기라서 주인공의 setup이 없이 바로 본편으로 들어가는 설정이라서 그의 과거는 조금씩 언급되는 이야기에서 추측해야 하지만, 이야기가 워낙 훌륭해서 flow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시리즈의 다른 이야기도 나중에 눈에 띄는 대로 구해볼 생각.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구성도 상당히 내가 좋아하는 것인데, 피리 레이스의 지도에 얽힌 전설, 샹그릴라나 샴발라로 흔히 알려진 이상향, 절대지식, 선과 악의 극성의 추구하는 여정 등 흥미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책 이야기도 하고 푸념도 하고, 좋은 글도 읽고, 다른 분들과 교류하고.  알라딘이 없었으면 이런 건 꿈도 꾸지 못했을게다.  게으름 탓이기도 하지만, 사생활에 까발겨지는 걸 싫어해서 facebook도 안하고, 트위터는 그저 귀찮을 뿐인 나에게 알라딘은 내가 하는 유일한 SNS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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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06-12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배운 사람들이 더 저질인 경우가 많다, 그게 현실이군요. 씁쓸해지네요.

transient-guest 2016-06-12 10:26   좋아요 0 | URL
제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좀 그런 듯 합니다. 좀더 저질이고, 좀더 뻔뻔스럽고, 그런 느낌? 일반화하기엔 좀 어렵지만요..

수이 2016-06-12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익으면 익을수록 숙여지는 벼와 달리 공부 오래 하고 가방끈 길고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사회를 망쳐나가는지 보고 있노라면 한숨만 나와요.

transient-guest 2016-06-13 13:53   좋아요 0 | URL
사실 좋은 분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쁜 놈들만 놓고 보면 배우고 가진 것이 많을수록 더 야비하고 못된 것 같습니다. 거기에 더 나쁜 건 군자연하면서 나쁜 짓은 도맡아하는 놈들이죠..-_-:

Alicia 2016-06-12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 푸념이라고 쓰셨는데 글이 재미져요 히히. 여전히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탐독하고 계시고 바쁘게 지내고 계시네요~ 사람 상대하는 일들이 피곤하지요. 일 자체는 그렇게 힘들단 생각이 안드는데 사람 상대하는데 에너지가 많이 들어요. 진상들은 온 몸의 기를 다 빨아먹는 느낌. 그래도 십 년 경력이시면 그런 인간들에 휘둘리지 않으실 것 같은데요? 이미 잘 하고 계신 것 같고요.

저는 Nicoloas Cage가 나온 The Rock이란 옛날 영화를 한 편 봤어요. 요즘 책은 거의 못읽어요. ICJ Case들과 씨름하고 있지요. 다음주까지 써내야 하는 페이퍼가 있구요. 이렇게 주말이 가네요. ^^

transient-guest 2016-06-13 13:55   좋아요 0 | URL
보통은 알아가고 시간이 지나면서 괜찮아지는데, 모씨의 경우는 갈수록 망나니짓이네요.ㅎㅎ 쉽지 않아요..자영업자의 애환이죠..ㅎ the rock이 SF를 무대로 한 영화라서 더욱 기억에 남네요. Cage씨의 리즈시절이기도 하구요. 님께서도 업무에 뭐에 많이 바쁘신듯..ㅎ

몬스터 2016-06-13 0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 이리 많은 일을 하시면서, 책도 꾸준히 ( 많이 ) 읽으시는지.....저는 독서를 좀 더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TV도 없앴는데 , 누워서 daydreaming하는 시간만 점점 더 늘어가는 듯 합니다. 그래도 이번 주말에는 레드 로자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 , 두 권이나 읽었어요. ㅎㅎㅎ

글 자주 써 주셔서 좋아요. ㅎㅎ

transient-guest 2016-06-13 13:56   좋아요 0 | URL
쉬운 책을 많이 읽는 듯 합니다, 저는.ㅎㅎ TV가 없으면 확실히 TV말고 다른걸 하게 되는 것 같은데요, 요즘엔 또 컴이나 폰으로 다 볼 수 있어서 예전같이 확실한 차단효과는 떨어지는 것 같아요. ㅎ 읽고 일하고 운동하고...그렇게 시간이 지나가네요.
 

40년을 살았다.  그간 실수도 많이 했고, 남들이 흔히 성공이라고 할 만한 것들도 종종 경험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있는데, 그것은 남자라는 건 죽을때까지 철이 들 수 없는 생물이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미화하려고 노력해도 그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한국무협이라는 것이 원래 김용-와룡생-양우생-고룡 등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무협소설에 비교할 때 방계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 아무리 잘 쓴 소설이라도 일단은 모티브에서, 배경에서, 인물에서, 구도에서, 중국의 어느 한 시절을 갖고오지 않고서는 만들 수가 없고, 기본적인 reality - 무협에서 reality를 운운하는 것이 우습지만 - 면에서도 일단 조선이나 고려를 배경으로 하기엔 우리의 역사가, 적어도 임협적인 면에서는 일천하기 때문이다.  임꺽정이나 장길산은 녹림에 가깝고, 홍길동은 무협이라고 하기엔 너무 도술에 달통하여 역시 무협은 중국을 배경으로 할 수 밖에 없는데, 부작용이라면 언제나 중화인이 주인공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세가의 자손도, 구파일방의 문도도, 모두 중원인이고, 소위 방문좌도, 그러니까 사파나 마문에 속한 인물이라도 모두 그 핏줄은 중화의 것이다.  


그런데 시작에서는 분명히 방외방파라도 중원의 후계자가 주인공인 듯 이어가지만, 분영히 이야기의 2/5가 지나갈 무렵 제목에 걸맞게 이야기의 주인공은 '묘'족의 사람이란 걸 알게 된다.  이 묘족의 왕은 우연히 멸문지화를 입은 장모씨의 친구가 되었다가 자신의 부족이 장모씨를 찾는 자들에 의해 혈겁으로 사라지는데서부터 기연이 시작된다.  이로인해 묘족의 한 용사는 독인으로 다시 태어나고, 장모씨는 명문정파의 검협으로 재탄생한다.  그런데, 여기에 등장하는 검행의 고수가 있으니 조선땅에서 온 박모씨.  그러니까, 애초 이건 중국인이 아니 묘족과 조선인의 이야기가 된다는 것를 조금 더 읽다가 보면 알게 되는데, 작가는 역시 반골이 아닌가.  주인공이 묘인 하고도 독인, 거기에 출신을 알 수 없는 동쪽의 한 무사, 그를 통해 나타나는 검의 최고경지인 이기어검술.  옥의 티라면 무공을 극대화한 일종의 귀령술인데, 무협이란게 SF만큼이나 한계가 없으니 그렇다해도 정종으로 무협지를 배운 나에네는 조금 그렇다.  적절히 재밌다는 점도 놀랍지만, 더욱 그런건 실컷 읽은 수많은 무협지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처음 만난다는 점.  아! 강호는 넓고도 깊어 도저히 그 전체를 들여다볼 수가 없구나.


저녁의 약속이 취소되어 다시 혼자의 시간을 갖고 있다.  와인 두 병이면 이 나이엔 나쁘지 않은 솜씨.  옛 사람의 이야기를 많이 읽은 덕분에 두주불사의 호인이 좋은건줄 알고 산 나에게 이건 많이 모자라는 수준이지만, 나이도 있고, 조금 똑똑해졌으니까...이걸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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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6-10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guest님. 저랑 띠동갑 사이네요. 글 첫 문장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ㅎㅎㅎ

transient-guest 2016-06-10 23:31   좋아요 0 | URL
ㅎㅎㅎ이젠 빼도박도 못하는...꺽어진 80이 한국나이론 확실하구요, 이곳 나이로는 금년 생일이면 딱 40개가 됩니다.ㅎㅎㅎㅎ

몬스터 2016-06-10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ransient guest님 , 저보다 쪼오오오오오끔 더 사셨어요. ㅎㅎㅎ.

한 살 한 살 먹을 때 마다 , 아 우리 이모는 이랬구나, 울 엄마도 내 나이를 지날 때는 이런 감정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고는 해요.직접 살아 보기 전에는 모르는 건가 봐요. 그러니 남자도 여자도 죽기 전까지 완전히 철들기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ㅎㅎ

저는 지난 달 초부터 개인적인 이유로 , 술을 끊었어요. 안마시니 또 안마시면서 살게 되네요.

transient-guest 2016-06-10 23:33   좋아요 0 | URL
ㅎㅎㅎ 말씀처럼 그런 느낌과 견주기를 하게 된 시기는 대충 30대부터가 아니였나 싶네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라구요.ㅎㅎ 여자들은 확실히 남자들보단 철이 더 빨리 들고 여러모로 낫습니다.ㅎㅎ 남자란건 80이 되어도 속은 아이에요...ㅋㅋㅋ 아니 반로환동하는 것처럼 나이를 먹을수록 철이 없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술은 저도 심각하게 고민중이에요. 끊으면 운동하는 효과도 보고 몸이 좀더 젋어질 것 같은데, 풍류라는게 뭔지 원.. 쉽지가 않네요.ㅎㅎ

yamoo 2016-06-11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트랜스님이 사이러스 님과 띠동갑이셨다뉘...@_@

transient-guest 2016-06-12 09:29   좋아요 0 | URL
..`띠`보다는 `동갑`에 중점을 두시기를...ㅎ
 

순서가 없이 그냥 짧게 정리한다.  너무 바쁘기도 하고, 머리도 복잡하여 차분하게 앉아서 생각할 짬이 없다.  3개월 전에 계획했던 DC여행도 취소했고, 6-7월 열심히 달려야 한다.  그런데 약간의 burn-out이 되어가는지 실수가 잦다.  큰 문제는 아닌데, 그래도 자꾸 작은 행정적인 업우에서 실수가 발생하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뭔가 잘 정리되었으면 좋겠다.


최근에 다량으로 구입한 아사다 지로의 작품들 중 하나.  단편을 모아놓은 글인데, 무대와 배경은 모두 유신의 초기시절이다.  하늘과 땅이 엎어진 만큼이나 큰 변화의 시기였는데, 많은 사무라이 집안이 유신의 결과로 몰락하였고, 신흥부자나 상인계급 및 정치가 계급이 대두한 시대였다.  주로 많은 것을 빼앗긴 구막부신하나 그들의 자손들에 대한 이야기다.  '바람의 검 신선조'의 원작인 미부키시텐의 작가답게 유신을 일으킨 사쓰마나 죠슈에 대한 시선이 곱지는 않다.  재미있는 이야기.


용대운이나 야설록, 좌백과 진산이 가장 기억에 남는 한국의 토종무협작가들이지만, 이 책도 꽤나 재미있다.  작가에 따라 다르지만 구대문파 또는 구파일방이라 하면 소림과 무당, 화산파, 곤륜파, 점창파, 종남파, 공동파, 아미파, 청성파, 개방, 여기에 때로는 형산파 등이 포함되는데, 김용의 소설에서는 소림과 무당, 화산파, 개방 정도가 주로 등장하지만, 이번 책은 공동파의 전인이 주인공인 것이 흥미롭다.  내용은 다른 무협지와 대동소이하지만, 서역의 뇌음사나 황교승을 비롯한 '마'도의 인물들이 악역으로 나온 점이 특이하다고 하겠다.  인과관계나 진행의 논리는 다소 약한 편.  


무협에 판타지를 잘 섞은 느낌. 그것도 판타지에 무협을 적당히 버무린 것이 아닌 무협의 소재로써 판타지를 사용한 작품인데, 무협지에 진짜 '용'이 등장하는 건 처음 본다.  밑도끝도 없이 갑자기 나타나서 용을 찾으러 가는 이야기.  처음에는 주인공이 누구인지도 알지 못하고 끌려나가지만, 곧 정체를 숨긴 고수가 누구인지 알게 된다.  '태극문'에는 한참 미치지 못할 것 같지만, 나름대로의 소소한 재미를 준다.


르포타쥬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조지 오웰의 역작.  '카탈로니아 찬가',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과 함께 보면 잘 이어진다.  광부들의 비참한 생활을 통해 들여다본 당시 사회 빈민층의 문제점을 그렸는데, 무척 예리한 관점이 옅보인다.  특히 빈민층 뿐만 아니라 교육에서 오는 중산층의 무관심과 보수성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의 현실에 대입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상황은 거시적인 부분에서 그리 많이 변한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약간은 동양에 대한 편견도 보이는데, 특별한 차별이 느껴지기 보다는 시대적 한계로 볼 수 있는 수준.


빌려본 책.  이 역시 생각지도 못한 역작을 우연하게 만난 것.  중간에 조금 늘어지는 부분도 없지는 않지만, 석공의 대를 이은 성당건축에 대한 열정도 그랬고, 캐드펠 시리즈의 시대와 겹치는 부분이 있어 읽는 내내 캐드펠 시리즈를 떠올리게 했다.  굳이 말하면 캐드펠 시리즈보다 아주 조금, 약 1-2년 앞선 시대에서 더 나중까지 이어진 이야기.  현대소설이라는 차이는 좀더 과격한 겁탈이나 서슴없는 죽음의 묘사이다.  한 가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악당들의 말로인데, 악한 수도사나 주교는 비참한 최후를 맞지 않고 교회에서 회개하여 안식을 구하지만, 세속의 악당은 교수형을 당하거나 전투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결말.  나쁜 것으로 하면 뒤에서 모략을 꾸미고 악행을 조장한 주교의 최후가 더 비참했어야 하는데.  3권 내내 이어진 악행들의 결말이 조금 모호한 점도 아쉽다.  


골치아픈 일이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이것 때문에 요즘 밥맛을 잃을 지경이니 말 다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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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6-08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맛을 잃은 대신에 독서, 글쓰기 욕구가 더 생기셨군요. ^^

transient-guest 2016-06-08 23:07   좋아요 0 | URL
책은 분명히 많이 읽고 있습니다.ㅎㅎ 글쓰기 욕구는 급한 맘에 그저 빨리 정리하는 정도..ㅎ 한동안 미친듯 읽었더니 확실히 눈이 책을 더 넓게 보네요.

몬스터 2016-06-10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경쓰는 일이 잘 해결되셨음 좋겠어요. 하나씩 하나씩 해요. ( 나부터 ㅎㅎ )

많은게 그렇것 같아요. 미친 듯이 많이 하다보면 어느 순간 ˝아-˝하는 순간이 오는거..

저도 그저 책이나 미친듯이 많이 읽어 볼래요. 요즘 신경쓸게 많아 머리 아픈데 , 신경 쓴다고 바뀌는 것도 아닌거라..

transient-guest 2016-06-10 23:36   좋아요 0 | URL
조금씩 해결되고 있는 듯 한데, 언제나 그렇지만, 또다른 문제도 발생하고 하네요.ㅎㅎ (자영업자의 길이란...-_-:). 그렇게 하나씩 하다보면 가끔 시간이 나기도 하는데, 그럴때 조금씩 쉽니다.ㅎ 요즘은 소설과 무협지를 위주로 읽었네요..머리가 복잡했던 탓일 겁니다.ㅎ
 
언론노조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 <여러분, 우리의 싸움이 정당하다는 것을 함께 알립시다!>

윤정기 편집장님이 업무에 정상복귀할 때까지, 자음과 모음이 소를 취하할 때까지, 그리고 제대로 사과할 때까지 난 그들이 만드는 책을 사지 않을 것입니다.  최소한 책을 만드는 사람은, 회사는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이 나의 지론입니다.  그딴 개수작을 부린다면 자음과 모음이 조선일보와 다른 점이 무엇이겠으며, 책은 왜 만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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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6-04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노동자 문제를 외면하는 출판사가 좌파 사상가 지젝의 책을 펴냈더군요. 가관입니다.

transient-guest 2016-06-04 23:04   좋아요 0 | URL
얼마전에 민음사 문제때도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딴 식으로 할거면 박근혜씨 전기와 어록이나 출판하라고 하고 싶네요..정말로 가관입니다.
 

5월 한달의 독서결산을 해보니 34권 정도를 읽었다.  물론 대부분 소설이나 가벼운 에세이라서 그리 깊은 책읽기를 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신나게 읽긴 했다.  분명히 고전이나 그 밖의 양서를 읽고 또 읽어 자기만의 것으로 소화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너무 쓰레기 같은 걸 읽는 것을 제외하고는 책읽기는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마이클 더다였나, 폴 오스터였나,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아무튼 다른 일도 그렇겠지만, 책읽기가 일찍 한 사람의 습관으로 자리잡기 위해서, 그리고 이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재미를 느끼는 일은 양서를 온전히 소화시키는 것 이상 중요하다고도 생각된다.  


이제 반을 채워가고 있는 2016년은 신년벽두부터 무엇인가에 사로잡힌 것처럼 책을 구했다.  작년에서 넘어온 넉넉한 초기입금도 그랬고, 그 후에도 꾸준히 벌이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3-4월의 세금시즌에 잠깐 주춤했지만, 거의 한 달에 3-4번 꼴로 평균 $200어치의 책을 주문했던 것 같다.  대부분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목록에 입력하여 정리해둘 수 밖에 없었는데, 어떤 책들은 분명히 지금 당장 읽기 위해서 사들인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천병희의'로 시작되는 원전 그리스-로마고전이나 '문제적 인간' 시리즈, 카뮈전집, 소세키전집이 그랬고, 다자이 오사무나 다니자키 준이치로를 비롯한 다수의 일본근대문학에 속한 책들, 간간히 구한 민음사, 열린책방, 그리고 문학동네의 문학전집도 그랬다.  심지어는 만화책도 그렇게 쌓아두었는데, 스케줄을 잘 조정하면 조금은 시간을 더 쓸 수 있을지도 모르는 6월과 7월 중에 다 읽어볼 생각이다.  


그럭저럭 이번 주의 업무진도를 맞췄으니까 다음 주부터는 조금 더 일거리를 조정하고 늦어진 케이스들은 고객을 재촉할 계획이다.  가능하면 오전 4시 정도에 일어나서 한 시간 정도 정신을 가다듬고 5-7시까지는 운동을 하고 이후 8시 정도면 출근할 수 있을 것이다.  사무실은 지금 사는 곳에서 차로 10분 이내의 거리에 있기 때문에 이렇게 하여 좀더 맑은 정신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오후 5-6시 정도에 퇴근하면 가볍게 저녁을 먹은 후 잘때까지는 책을 붙잡을 것이다.  여기에 변수는 게임인데, 애써 업그레이드한 PC를 사용하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거리는 때가 있어서 스케줄에 맞춰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전투적인 책읽기를 할 수 있을지 조금 걱정된다. 




[요즘은 팟캐스트 시대]는 즐겨듣는 팟캐스트 중 하나인데, 주로 바이닐을 통해 소개되는 인디계열의 음악을 소개해준다.  이를 통해 우효를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는데, 제대로 적어두지 않다가 잊어버린 노래도 많은데, 엊그제 들은 '전기뱀장어'의 '마지막 승부'는 뭔가 계속 듣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물론 우효도 여전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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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6-03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책읽기는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재미있어야 지속가능하고요. 저는 처음부터 재미있어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재미있는 책읽기로 접근한다면 계속 읽을 수도 있을 뿐더러 독서력도 향상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덜 재미있는 것도 읽고 소화할 수 있어시즌거죠.

그나저나 한 달에 34권이라니, 일하시면서 그렇게 책을 읽으시다니, 아무리 가벼운 책이라해도 진짜 대단하시잖아요!!!

transient-guest 2016-06-03 15:32   좋아요 0 | URL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운동도 그렇지만, 재미있는 책을 계속 읽어가면서 독서근육을 키우면 이를 바탕으로 좀 어려운 책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수준의 참을성과 안목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ㅎ 저는 책을 좀 가볍게 읽는 편이라서 많이 읽기는 하는데 머리에 stay하는 시간은 매우 짧답니다.ㅎ

Forgettable. 2016-06-03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노래 좋네요. 아침 시작하기에 상큼상큼. 요즘 공부도 대충 마무리 되어 가고 해서 다시 책읽기 시작했어요. 독서근육이란 말이 진짜 맞는게 안읽어버릇하니까 없어도 잘 살아지더라구요. ㅎㅎ 이제 슬슬 원서도 읽고 있는데 사전 찾기 귀찮아서 10페이지 읽다가 놔버리는 ㅠㅠ

transient-guest 2016-06-03 23:57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처음보다는 긴장도 늦춰지고 관성이 생기는 것이겠죠..ㅎ 그래도 저와는 다른 뭔가 모험 가득한 삶을 사시는 듯하여 부럽습니다.ㅎ 책읽기는 up and down이 있으니까, 또 어느날엔가 갑자기 재미를 느끼고 미친 듯이 읽는 날이 올거에요.ㅎ

cyrus 2016-06-03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는 자기 자신만 즐길 수 있는 유익한 놀이입니다. 남들이 안 보는 거나 재미없다고 말하는 책도 자기가 재미있게 즐기면 그만입니다. ^^

transient-guest 2016-06-03 23:57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그러고보면 전 참 혼자놀기를 잘 하는 듯...ㅎ 기질적으로...

건조기후 2016-06-03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 하시면서 저 정도면 정말 전투적 책읽기네요 ㅎㅎ 말씀처럼 책이란 게 분명 읽을 가치가 없는 책도 있긴 하지만 어지간하면 뭐든 읽어서 손해볼 일은 없는 거 같아요. 어떤 의미로든 하나라도 건지는 게 있고 최소한 그 독서근육이라도 만들어주니까. 부지런히 읽어야 하는데 요즘의 저는 좀 전의를 상실한 병사같네요 ㅎㅎ

transient-guest 2016-06-03 23:58   좋아요 0 | URL
물론입니다. 마중물 같은 독서도 있구요. 다만 나이에 따라 시기에 따라 어떤 종류의 책은 확실히 덜 읽게되는데, 저의 경우는 자계서들이 좀 그렇습니다. 요즘은 자계서와 인문에세이를 섞은 탓에 구별이 어렵긴 하지만, 심리적인 거부감이 좀 있는 것 같네요. 역시 꾸준히 책을 잡다 보면 다시 좋은 시간이 또 올것입니다.ㅎㅎ

몬스터 2016-06-10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달에 34권이시라니요!!! 와---하루에 한 권씩이라.... 저도 어제 다락방님 책 , 하루만에 끝내긴 했는데 , 그렇게 매일을 하셨다는 말씀이되네요.

서재를 한 번 쭈욱 사진 찍어서 구경시켜 주실 때가 올까요? ( 궁금 궁금 ㅎㅎㅎ )

transient-guest 2016-06-10 23:35   좋아요 0 | URL
서재라기 보다는 책을 세 군데 나눠서 보관하고 있어요...자리가 없어서.. 사무실이 가장 큰 규모고, 아파트와 부모님 댁에 따로 더 있습니다. 나중에 올려볼게요.ㅎㅎ 제가 최근에 본 책은 소설류라 쉽습니다. 그냥 마구 읽기엔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