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가 없이 그냥 짧게 정리한다. 너무 바쁘기도 하고, 머리도 복잡하여 차분하게 앉아서 생각할 짬이 없다. 3개월 전에 계획했던 DC여행도 취소했고, 6-7월 열심히 달려야 한다. 그런데 약간의 burn-out이 되어가는지 실수가 잦다. 큰 문제는 아닌데, 그래도 자꾸 작은 행정적인 업우에서 실수가 발생하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뭔가 잘 정리되었으면 좋겠다.
최근에 다량으로 구입한 아사다 지로의 작품들 중 하나. 단편을 모아놓은 글인데, 무대와 배경은 모두 유신의 초기시절이다. 하늘과 땅이 엎어진 만큼이나 큰 변화의 시기였는데, 많은 사무라이 집안이 유신의 결과로 몰락하였고, 신흥부자나 상인계급 및 정치가 계급이 대두한 시대였다. 주로 많은 것을 빼앗긴 구막부신하나 그들의 자손들에 대한 이야기다. '바람의 검 신선조'의 원작인 미부키시텐의 작가답게 유신을 일으킨 사쓰마나 죠슈에 대한 시선이 곱지는 않다. 재미있는 이야기.
용대운이나 야설록, 좌백과 진산이 가장 기억에 남는 한국의 토종무협작가들이지만, 이 책도 꽤나 재미있다. 작가에 따라 다르지만 구대문파 또는 구파일방이라 하면 소림과 무당, 화산파, 곤륜파, 점창파, 종남파, 공동파, 아미파, 청성파, 개방, 여기에 때로는 형산파 등이 포함되는데, 김용의 소설에서는 소림과 무당, 화산파, 개방 정도가 주로 등장하지만, 이번 책은 공동파의 전인이 주인공인 것이 흥미롭다. 내용은 다른 무협지와 대동소이하지만, 서역의 뇌음사나 황교승을 비롯한 '마'도의 인물들이 악역으로 나온 점이 특이하다고 하겠다. 인과관계나 진행의 논리는 다소 약한 편.
무협에 판타지를 잘 섞은 느낌. 그것도 판타지에 무협을 적당히 버무린 것이 아닌 무협의 소재로써 판타지를 사용한 작품인데, 무협지에 진짜 '용'이 등장하는 건 처음 본다. 밑도끝도 없이 갑자기 나타나서 용을 찾으러 가는 이야기. 처음에는 주인공이 누구인지도 알지 못하고 끌려나가지만, 곧 정체를 숨긴 고수가 누구인지 알게 된다. '태극문'에는 한참 미치지 못할 것 같지만, 나름대로의 소소한 재미를 준다.
르포타쥬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조지 오웰의 역작. '카탈로니아 찬가',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과 함께 보면 잘 이어진다. 광부들의 비참한 생활을 통해 들여다본 당시 사회 빈민층의 문제점을 그렸는데, 무척 예리한 관점이 옅보인다. 특히 빈민층 뿐만 아니라 교육에서 오는 중산층의 무관심과 보수성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의 현실에 대입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상황은 거시적인 부분에서 그리 많이 변한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약간은 동양에 대한 편견도 보이는데, 특별한 차별이 느껴지기 보다는 시대적 한계로 볼 수 있는 수준.
빌려본 책. 이 역시 생각지도 못한 역작을 우연하게 만난 것. 중간에 조금 늘어지는 부분도 없지는 않지만, 석공의 대를 이은 성당건축에 대한 열정도 그랬고, 캐드펠 시리즈의 시대와 겹치는 부분이 있어 읽는 내내 캐드펠 시리즈를 떠올리게 했다. 굳이 말하면 캐드펠 시리즈보다 아주 조금, 약 1-2년 앞선 시대에서 더 나중까지 이어진 이야기. 현대소설이라는 차이는 좀더 과격한 겁탈이나 서슴없는 죽음의 묘사이다. 한 가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악당들의 말로인데, 악한 수도사나 주교는 비참한 최후를 맞지 않고 교회에서 회개하여 안식을 구하지만, 세속의 악당은 교수형을 당하거나 전투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결말. 나쁜 것으로 하면 뒤에서 모략을 꾸미고 악행을 조장한 주교의 최후가 더 비참했어야 하는데. 3권 내내 이어진 악행들의 결말이 조금 모호한 점도 아쉽다.
골치아픈 일이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이것 때문에 요즘 밥맛을 잃을 지경이니 말 다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