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을 피우다가 어느새 또 왕창 밀려 버린 나의 리뷰. 오늘은 지난 달에 주문한 책이 두 박스가 들어와준 덕분에 더욱 이 게으름과 밀린다는 것에 초조해진 한 나절이 되어버렸다. 이번 달에는 첫 주를 제외하고는 한 주에 2-3권 정도를 읽는 수준이고, 그 밖에는 이런 저런 책을 뒤적거리면서 읽다 멈추기를 반복하고 있다. 글로 남기는 것은, 특히 심도있는 후기를 쓰는건 어렵다. 읽기보다 확실히 어려운 듯.
뭔가 잘 써보려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봤지만, 밀리고 나면 이렇게 급하게 정리하고 잊어버리는 것 같다. 늘 그렇지만, 다음에는 더 잘해봐야지 하고 끝이다.
사회문제, 경제, 새로운 대안, 정치 같은 것들을 생각하고 말하다보면 문득 느껴지는 나의 피로감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알게 된 것 같다. 생애 거의 모든 시기를 정치-사회운동을 하면서 문제점을 지적해온 노학자가 느끼는 절망감에서 나의 피로감의 이유를 봤다면 과장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화를 내고, 설파하고 욕을 해도 점점 더 악화되는 사회-경제-정치적 부조리를 계속 보면 때로는 냉소적으로, 또 다른 때에는 화를 내면서 그렇게 조금씩 지쳐간다. 그 피로가 쌓이면 만성적인 희망고문에 시달리는데서 오는 절망감이 마음속 깊이 들어앉게 된다. 물론 저자는 절망에서 멈추지 않고, 이것을 이겨내는 독서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마치 바닥까지 치고나면 결국에는 다시 올라가는 순환을 시작하게 되는 것처럼, 지성에서 희망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눈이 확 떠지는 명문이 아닌, 가슴속에 깊이 들어와서 자리를 잡게 하는 성찰의 결과를 종종 보여주는데, 선악을 떠나서 편가르기의 위험성을 이야기는 대목이 그 좋은 예가 된다.
'분류해서 딱지를 붙이는 데에 만족하는 한 그것은 허위의 '지성'이며, 지식의 단편화와 형해화에 가담해 반지성주의에 길을 열어주는 구실을 하게 될 것이다. 지금 전 세계에 펴져가는 지적 황폐의 배경에서는 이런 사정이 가로놓여 있다...지성과 교양을 옹호하는 것, 그것이 인간을 옹호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pg. 194
일부러 그렇게 테마를 잡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서경식 교수의 책에서 다음의 책으로 넘어가면서 그렇게 작은 삶에 대한 열망이 더욱 강해졌다. 늘 이야기하지는 장기적으로는 setup만 잘 하면 내가 하는 일은 사무실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살지 않아도, 매일 사무실에 들어오지 않아도 실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약간 외곽으로 나가서 작은 farm이나 ranch를 만들어 좀더 slow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이것이 현실성이 있을지, 심리적으로 가능할지는 별개의 문제인데, 어쨌든 머리가 복잡하면 항상 평화로운 곳에서 그렇게 남은 생을 보내는 것이 여행을 다니고 즐기는 삷보다 더 좋다고 생각된다.
작은 텃밭을 가꾸는 것, 나아가 가족과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작은 공동체를 만들어 살아가는 것은 나의 오랜 꿈이다. 주방을 함께 쓸 수 있을 정도의 작고 가까운 공동체였으면 하는데, 그렇게 하루의 일과를 마치면 같이 모여서 저녁을 먹고 TV를 보고 술을 나누면 좋겠다. 그렇게 내 손으로 만든 것을 내 입에 넣고, 육식을 줄여갈 수 있었으면, off-grid로 태양광을 이용하여 파괴와 오염의 나선계단에서 내려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만, 농사는 장난이 아니고, 시골은 그렇게 만만하게 달려들만큼 평화로운 곳도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리고 공동체구성은 정말 큰 일이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만 이런 책을 읽으면서 맘을 달래고, 꿈을 꾸는 정도로 가끔씩 자신을 위로한다.
크리스티는 계속 정주행하고 있다. 66은 나름 신선한 재미를 주었고, 67은 그냥 반전이 신선했던 정도.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음을 몸으로, 눈으로, 손으로 느끼고 있다. 79까지 다 읽는날은 기념으로 무엇인가 해야할 듯. 66을 보면서 요즘에 유행인 극우/차별/혐오라는 구시대의 쓰레기, 국가와 민족적인 배경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눈앞에 나타난 이것들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덕일 소장의 '매국의 역사학...', 김탁환의 '정도전 2', Martian은 계속 조금씩 읽다가 다른 흥미가 가는 책을 잡으면 멈추고 있기에 진도가 더디다. 여기에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고종석의 책, 다나카 요시키의 책을 새로 연 까닭으로 더욱 잡다하게 기웃거리느라 실상 집중해서 다 읽지 못하는 책만 계속 늘어나고 있다.
더 열심히 읽어야 이렇게 사들이는 보람이 있겠다. 겨울에는 새로운 마케팅의 일환으로 네이버에 회사블로그를 올리고, 영문홈페이지를 개량하여 이를 바탕으로 한국어 홈페이지도 바꿀 생각이다. 가능하면 12월에 모든 예비처리를 하여 주문하고 1-2월에는 론칭이 되었으면 하는데, 내 게으름과 업무량을 생각하면 아주 어려운 스케줄이다. 맘이라도 편하게 2015년을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