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에 글을 남기기 시작한 것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정도 활발하게 드나들기 시작한 것은 대충 2010-2011년 사이인 것 같다. 5-6년 하다보니 이것도 어느 정도 의무감을 갖게 하는 면도 있고, 그간 오가며 배움을 추구한 서재친구들이 생기는 등, 자칫하면 게으를 수도 있고, 편향될 수도 있는 독서생활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 주는 쓰다 지우는 것을 반복하는 등, 영 일주일에 한번 정도의 후기도 제대로 남기지 못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사는 일에 전념하느라 그랬던 것 같다. 좀더 다른 방식으로 글쓰기를 접근하고 키워나가고 싶은데, 그렇게 하려면 책 한 권을 여러 번 읽고 생각을 많이 다듬어야 한다. 적어도 맘의 여유가 지금은 없는데, 언젠가는 그렇게 좀더 느리고 단단한 독서를 해볼 생각이다. 아직은 읽을 것도, 읽고 싶은 책도 많아서 한 차례 지나가면 곱게 모셔두고 있지만.
60대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30대로 살 수는 없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의 노력과 관리 및 정신상태에 따라 나이보다 10년 정도는 젊게 살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꾸준히 책을 읽고, 서점을 돌아다니고, 생각을 하고, 써내려가는 김삼웅 선생의 평상시 자세는 여러 모로 좋은 면을 보여주고 있다. 김선생의 책은 주로 평전을 읽었는데, 이런 종류의 책은 처음 본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얻어진 좋은 글, 일화, 옛 사람들의 자세를 기술했는데, 선생 자신의 글보다 언뜻 다른 이의 책을 인용한 부분이 더 많은 것 같아서 살짝 아쉽다. 난 좋은 글과 책을 소개 받는 것 이상 선생의 말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선생이 쓴 책이 아직 많아서 더 구해서 읽어보고, 특히 평전은 거의 다 들여다볼 생각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젠 survey형식을 빌린 사서나 역사에세이는 재미가 없다. 고전으로 읽어봐야하는 로마제국쇠망사를 앞에 두고 살짝 걱정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암튼 역사책을 읽는 재미로 얘기하면 이 책은 그리 잘 다가오거나 스며드는 책은 아니다. 식민사관과 민족주의사관 양측에서 모자란 점을 좀더 중립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는 신선하지만,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듯한 점도 그렇고, 무엇보다 역사가 정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믿기 때문에, 그리고 지금의 어쩌면 앞으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을 결정할 수도 있는 역사전쟁의 한복판에서 이런 종류의 접근이 알맞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요컨데, 강단의 식민사학이 총으로 한국사를 유린하고 있고 이에 대항하기 위해 칼을 든 재야사학이 어려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형국에서 원론적인 fairness를 주장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다. 물론 제대로 된 세상이라면 토론과 연구로 풀어갈 문제가 되겠지만, 현실은 한 방 먹여주고 강력하게 밟아놔야 학계도 좋아질 것 같은 환경이란 점을 간과하지 말았으면 한다. 현재 학계는 역사바로잡기와 역사왜곡, 정치공학, 그리고 기득권과 그간의 태만한 연구활동을 덮으려는 강단사학의 폭풍이 몰아치고 있는 점을 절대로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다.
테즈카 오사무의 일대기를 만화로 엮은 책. '아톰'이나 '밀림의 왕자 레오', '붓다', '아돌프에게 고한다' 등 수많은 대작을 남긴 전후 일본최고의 만화가인 그의 behind story를 읽는 재미, 전후 일본만화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왔는지 등 다양한 정보까지 얻을 수 있다. 다만, 테즈카 오사무나 다른 일본예술계에서 강조되는 전쟁에 대한 반성이나 평화론에 조선에 행한 36년간의 폭압정치와 착취, 그리고 전쟁 중에 자행된 성노예, 일본군, 노동자 강제징용에 대한 이야기, 학살은 늘 빠지는지 모르겠다. 관동대지진을 이야기할 때에도 얼마나 자기들끼리 열심히 도왔는지, 살아남으려고 노력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넘쳐나도 재일조선일들을 학살한 이야기는 마치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기억조차 되지 못한다. 이런 점에서는 사실 평화를 주장하는 문학, 예술계의 거두라고 해도, 그 일본인으로서의 자세를 보면 그리 존경할 수 없는 면이 많이 있는데, 테즈카 오사무 또한 아직까지는 그렇다. 그래도 워낙 상징적인 작가이고 다수의 명작이 많아서 형편껏 작품을 구해서 읽고는 있다만, 이런 점은 꽤 씁쓸하게 다가온다.

1983년 경의 작품. 주인공들은 지금 대충 따져도 50대. 스포츠만화를 표방하지만,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는 남자순정만화 같다. 미유키를 선택하면 다른 미유키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설정이 좀 기괴하지만, 나름 풋풋하니 모든 것이 많이 느렸던 옛날의 향수가 밀려온다. H2에선 남자가 둘 이었는데, 이번에 M2라고나 할까...
더 말이 필요없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명작. 꽤 복잡한 구도를 따라가는데, 사실 말하고자하는 바를 잘 모르겠지만, 꽤 재미있는 만화다. 물론 우라사와 나오키하면 나에겐 '야와라'나 '마스터 키튼', 그리고 '20세기 소년'이 최고지만, 최근에 읽은 'Pluto'도 좋았고, 이 작품도 기괴한 설정을 따라가는 등 좋은 작품이라도 생각한다.
주말은 그저 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