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서재의 글쓰기를 놓아 버린 듯 하다. 그저 흥미가 가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남을 보여주려고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북플의 활성화 이후 옥석을 구분하지 않는 시스템 - 내가 옥이라는 건 아니다면 - 때문에 더더욱 재미가 없어지고 있기에 독서일기 정도로 유지하는 것 같다. 그나마도 한 2주 정도 게으르게 보냈더니 읽은 책이 무엇인지 가물가물해진다. 딱 그만큼. 잊어버리지 않을만큼만 남겨도 될 것이다.
일본인 특유의 영웅주의와 운명론이 보이는 책이지만, 아사다 지로의 작품은 어쨌든 읽고보자는 주의고, 서태후와 주변인물들의 일대기를 소설화한 '창궁의 묘성'의 속편에 해당하는 책이라서 더욱 재미있게 읽었다. 주인공은 장작림을 중심으로 한 동북3성 마적단의 일원이 된 이춘뢰, 마점산 등, 그리고 종종 원세개와 그 주변인물들인데, 조금 심한 숙명론과 여기에 입각한 이야기로 거의 모든이들을 미화하는 걸 견딜수 있다면 네 권 내내 흥미로운 이야기를 맛 볼 수 있다. 송교인의 경우 31세에 원세개에게 암살당한 것이 역사적으로는 거의 확증된 사실인데, 여기서는 달리 묘사되는 바, 계속 살아남았더라면 중국의 근대사가 바뀌었을 것 같은 이 대단한 사상가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앞서 장학량처럼 송교인에 대한 책은 영어로 한 권을 간신히 구했다. 나중에 천천히 읽어볼 생각이다. 아사다 지로에게는 아무래도 역사의 악역들에 대한 다른 시각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가 극화한 신선조의 이야기에서도 이는 분명히 들어났고, '창궁의 묘성'에서의 서태후 역시 그랬는데, 이번 또한 다르지 않다. 살짝은 짜증이 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일단 재미를 보장하는 작가라는 건 분명하다.
역시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오면 닥치고 읽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신품. 추리소설은 아니고, 일본의 역사에서 이름을 남긴 예인들에 대한 일화를 극화한 단편 모음집이다. 차분하게 읽기 좋았고, 흐름도 무척 괜찮은 편이라서 큰 부담을 갖거나 추리에 머리를 쓰지 않고서도 즐길 수 있는 책이다. 그런데 일본의 역사에서 유명한 사람들을 나름 꽤 아는 편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도 센토리큐를 제외하면 하나도 모르는 사람들고, 오히려 시대의 배경에 따라 언급되는 무장들만 익숙해던 것을 보면, 예인이라는 것이 아무리 도를 깨우치고 당대의 재주꾼으로 유명했어도 작품이나 극화에서 다루어지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구나 싶다. 그러니까, 전문적인 공부를 하는 사람이 아닌 보통의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경로를 통해 소개되는 경우가 많지는 않은 것이다. '예술가로 산다는 것'이라는 제목에서 새삼 이런 저런 많은 생각을 했다.
'비블리아 고서당'은 이젠 끝난 건가? 7권을 기다리고 있는데 좀처럼 나오질 않고 이런 책이 나와버렸다. 뭔가 깊은 울림을 주려다가 만 듯한, 역시 라이트 노벨 같은 책표지에서 느껴지는 한계가 고스란히 작품까지 이어진 것만 같다. 차라리 '비블리아'처럼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여러 권에 나눠서 이야기를 꾸려갔더라면 훨씬 더 완성된 이야기를 그려냈을 것 같다. 재미가 없지는 않았지만, 뭔가 아쉬운 작품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일도 책도 운동도, 모두 남은 5개월의 2016년, 최선을 다하고 싶다. 결국 일과 운동, 그리고 책읽기가 남고, 그 다음이 영화나 드라마 감상, 게임은 아주 뒷전으로 밀려나는게 보인다. 그렇게 나이를 먹고 아저씨가 되는건 모든 소년의 운명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