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노동과 스트레스는 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요건이다. 행복한 삶은 좀더 마음에 치중한 것으로써, 물론 이런 것들이 전혀 없어도 가능하겠지만, 건강한 삶이 꼭 행복한 삶일 수는 없는 것처럼 행복한 삶이 건강한 삶이란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오전 11시 정도에 운동도 마치고 빵으로 가볍게 아침식사를 마친 후 커피를 한 잔 사들고 역시 BN카페에 앉아서 글을 써보거나 책을 뒤적거리는 짓은 바쁜 한 주를 보낸 후 일요일을 보내는 가장 멋진 방법들 중 하나이다.
예전에 자계서를 엄청나가 읽던 시절이 있었다. 목마른 사람이 물을 구하게 마련이라서 역시 그 시기는 꽤나 힘들게 지나난 5년의 초입이었는데, 그런 책들 중 어디선가 하루에 딱 4시간을 집중해서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집중력이 낮아도 무방한 잡무를 처리하면서 가능하면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면 좋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는데, 나중에 보니 니어링 부부가 살아간 모습을 적당하게 각색해서 자기이론을 펼쳤던 것 같다.
사실 하루에 딱 네 시간의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는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특히 삶의 수준과 함께 그 생활을 뒷받침하는 비용이 매우 높아진 지금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말 그대로 따라하지는 못해도, 일하는 시간을 대략 2-3등분 하고 오전 4시간을 집중해서 일한 후 그 나머지의 오후 4시간 정도를 reserve로 삼아 특별히 바쁘지 않다면 책을 읽거나 서류정리, 간단한 상담, 이런 것들로 구성하여 일정이 잡히면 어느 정도의 효율과 여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같은 자영업자는 이런 삶이 가능한데, 내가 일을 끌고가는 등의 방식으로 일정을 조정하고 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직장인이야 이건 거의 불가능한데, 나 역시 남의 일을 하던 시절엔 감히 꿈꾸지 못했던 삷이다. 모든 사람이 자영업자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되는 일이니까, 자신의 현 위치에서 가능한 방법을 찾을 일이다. 이건 달리 정답도 없고, 내 맘대로 되는 것도 아니니까 설사 실행이 어렵다고 해도 좌절한 일은 아니다.
요즘은 시들해진 시오노 나나미. 이 책은 우연히 구해서 우연히 설렁설렁 읽었다. 영화도 이야기도 딱히 공감되는 것도 없었고, 솔직히 왜 이런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시오노 나나미야 일본과 한국에서 워낙 유명한 작가라는 것에 이견이 있을 수 없겠지만, 그 아들내미가 뭘 이루었다고? 엄마와 아들의 대담형식을 빌렸지만, 이건 엄연히 영화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인데, 당시 헐리우드에서 말하자면 비서의 비서 정도로 일한 경력 몇 차례, 이탈리아에서도 딱 그 정도의 경력을 가진 영화판의 언저리 인사가 무슨 깊은 통찰을 보여줄 수 있다고? 이건 좀 심한 말로 엄마가 아들의 경력을 만들어주려는 안쓰러운 시도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못내 내 귀여운 아들이 뻗어나가지 못하는게 아쉬운 엄마는 아들과의 대담집을 통해 아들을 밀어주고 싶은거다. 그렇게 보였다. 이걸 보면 시오노 나나미는 정말 이탈리안 엄마가 아닌가 싶다. 아들이 아무리 늙었어도 주말에 빨래를 가져오면 말없이 해주고 먹여준다는 이탈리안 mom. 내가 아는 영화라고 해야 헐리우드 영화가 태반이고 덕분에 책에서 다룬 이야기는 2/3 정도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이 책을 찾으면서 보니 시오노 나나미의 새로운 번역본들이 많이 나온 듯. 망설이고 있는 건, 그녀의 정치관이나 세계관을 오! 멋져! 하면서 받아들일 수 없는 머리 큰 아저씨가 되었기 때문.
그간 읽어온 이덕일 소장의 책들에 비해 훨씬 가볍게 읽히는 책. 에세이를 모아놓은 책이며, 과거의 나쁜 사례와 현재의 동일한 사례를 비교하여 보여준다. 결국 역사는 반복된다는 뻔한 명제 외에도, 어떻게 이 난국을 타개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역사에서 찾아 보여주고 싶어하는 듯. 이덕일 소장을 흔한 환빠론자들, 특히 현 정권에 부화뇌동하여 이상한 소리를 하는, 재야사학계의 발가락때 같은 자들과 같은 사람이라고 보는 건 큰 무리. 강단사학에 나쁜 놈들만 있는게 아니듯이 재야사학이란 이름을 업고 벌어지는 굿판에는 이런 저런 서식자들이 섞여 있다고 본다. 이덕일 소장이 제기하는 이슈를 좀더 진지하게 연구와 토론의 주제로 잡고 역사개혁을 해야하는데, 일본을 숭앙한 조종의 논문을 따라가기 위해 일본의 논문을 베끼고 조종의 논문으로 이를 reference하는 짓을 대물림하면서 교수직을 세습하는 사학계의 기득권자들에겐 바랄 수 없는 일. 이를 위해 조직적으로 이어지는 역사와 역사교육의 파괴. 책 자체는 평이한 수준이지만, 이런 많은 고민을 하게 한다.
푹 쉬고, 다음 한 주를 힘차게 맞이할 것이다. 하루의 업무시간을 4-4로 나누고 나머지 8시간을 잘 나눠쓰기 위한 고민을 좀 해보아야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