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대충 갖고 있는 책의 숫자를 가늠하여 3000권 정도로, 그러다가 점점 늘어난 것으로 대충 5000권 정도로 얘기를 했었다.  그런데 오늘 리스팅을 하면서 보니 4218권으로 집계되는데, 여기에 부모님 댁에 갖다 놓고 미처 리스팅에 포함하지 못한 책들과 박스에 담겨있는 책들까지 넣으면 넉넉하게 잡아도 5000권은 확실히 될 것 같다.  책이 많은 것이 중요한 건 아니고, 얼마나 제대로 여러 번 읽느냐가 훨씬 더 의미를 부여할 대상임은 말 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리스팅을 보면서 꽤 respectable해지고 있는 목록에 기분이 좋다.


서경식:

고뇌의 원근법 - 서경식의 서양근대미술 기행
디아스포라 기행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 20세기를 온몸으로 살아간 49인의 초상
소년의 눈물 - 서경식의 독서 편력과 영혼의 성장기
나의 조선미술 순례
역사의 증인 재일 조선인
나의 서양 미술 순례
나의 서양음악 순례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
시의 힘
디아스포라의 눈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 - 국가, 국민, 고향, 죽음, 희망, 예술에 대한 서경식의 이야기
내 서재 속 고전


이번에 새로 두 권이 들어온 것들이 bold로 된 책들이다.  곧 읽을 것이다.


슈테판 츠바이크:

감정의 혼란
체스 이야기/낯선 여인의 편지
니체를 쓰다 - 슈테판 츠바이크 평전시리즈 3
도스토옙스키를 쓰다 - 슈테판 츠바이크 평전시리즈 2
톨스토이를 쓰다 - 슈테판 츠바이크 평전시리즈 1
에라스무스 평전
이별여행
위대한 탐험가 마젤란
촛대의 전설
어제의 세계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미래의 나라, 브라질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우정, 나의 종교 - 세기말, 츠바이크가 사랑한 벗들의 기록
위로하는 정신 - 체념과 물러섬의 대가 몽테뉴


역시 꾸준히 구해서 읽고 있는 작가인데, 이번에 몇 권이 새로 들어왔다.  bold처리된 건 이들 포함해서 최근에 구해서 아직 내 손길을 기다리는 녀석들이다.


천병희:

병희의 명상록
천병희의 아이네이스 
천병희의 아리스토텔리스 정치학
천병희의 그리스 비극 걸작선 (오이디푸스 왕 외)
천병희의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
천병희의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천병희의 이솝 우화
천병희의 갈리아 원정기
천병희의 페르시아 원정기 (아나바시스)
천병희의 노년에 관하여, 우정에 관하여
천병희의 게르마니아 
천병희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천병희의 국가 
천병희의 향연
천병희의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천병희의 역사
천병희의 신들의 계보
천병희의 시학 (아리스토텔레스) - 시학/시론/숭고에 관하여
천병희의 오뒷세이아
천병희의 일리아스


이건 사실 당장 읽기 위해 구하는 것이 아니고, 값도 세고, 절판될까 걱정되어 다른 책들을 사면서 조금씩 모아들이고 있는 중이다.  이번에 몇 권을 더 주문했고, 이들까지 오면 대략 굵직한 것들은 다 사들인 것 같고, 몇 가지 빠진 책들만 구하면 거의 완벽하게 갖출 것 같다.  미래의 즐거움을 위한 투자라고 할 수 있겠다.


폴 오스터:

고독의 발명
기록실로의 여행
뉴욕 3부작
뉴욕 3부작 (열린책들 세계묺학 38)
달의 궁전
동행
마틴 프로스트의 내면의 삶
빵굽는 타자기 -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
신탁의 밤
어둠 속의 남자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우연의 음악
타자기를 치켜세움


무라카미 하루키:

또 하나의 재즈에세이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집 3
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브래지어 위를 흐른다
우천염천
노르웨이의 숲 - 상
노르웨이의 숲 - 하
1Q84 - 1
1Q84 - 2
1Q84 - 3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반딧불이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빵가게 재습격
세일러복을 입은 연필
언더그라운드
언더그라운드 2 - 약속된 장소에서
여자 없는 남자들
중국행 슬로보트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회전목마의 데드히트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댄스 댄스 댄스 - 상
댄스 댄스 댄스 - 하
렉싱턴의 유령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밤의 거미원숭이
빵가게를 습격하다
스푸트니크의 연인
양을 쫓는 모험 - 상
양을 쫓는 모험 - 하
어둠의 저편
어둠의 저편
이상한 도서관
작지만 확실한 행복
1973년의 핀볼
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
도쿄기담집
먼 북소리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비밀의 숲
상실의 시대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 1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 2
슬픈 외국어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
재즈의 초상
태엽감는새 1 - 작은 삶 큰 의미
태엽감는새 2 - 욕망의 뿌리
태엽감는새 3 - 나는 누구인가
태엽감는새 4 - 사람은 누구나 태엽 감는 새
하루키 일상의 여백 - 마라톤, 고양이 그리고 여행과 책 읽기
하루키의 여행법
해변의 카프카 - 상
해변의 카프카 - 하
승리보다 소중한 것
노르웨이의 숲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0)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TV피플
더 스크랩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시드니!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 첫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꿈에서 만나요
소울메이트
스푸트니크의 연인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무라카미 하루키 자전적 에세이
하루키, 하야오를 만나러 가다
해 뜨는 나라의 공장
후와 후와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포트레이트 인 재즈 -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

게리 쿠퍼여 안녕
레이디 L
밤은 고요하리라
별을 먹는 사람들
여자의 빛
이 경계를 지나면 당신의 승차권은 유효하지 않다
인간의 문제
흰 개
새벽의 약속
하늘의 뿌리
내 삶의 의미
그로칼랭
마지막 숨결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유럽의 교육
가면의 생
솔로몬 왕의 고뇌
자기 앞의 생


셰익스피어:

겨울이야기
오셀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3)
김정환의 셰익스피어 1 - 헴릿
김정환의 셰익스피어 10 - 한여름 밤의 꿈
김정환의 셰익스피어 11 - 베니스의 상인
김정환의 셰익스피어 12 - 헷갈려 코미디
김정환의 셰익스피어 13 - 심벨린
김정환의 셰익스피어 14 - 존 왕
김정환의 셰익스피어 15 - 리처드 2세
김정환의 셰익스피어 16 - 헨리 4세 1부
김정환의 셰익스피어 17 - 헨리 4세 2부
김정환의 셰익스피어 18 - 헨리 5세
김정환의 셰익스피어 19 - 헨리 6세 1부
김정환의 셰익스피어 2 - 오셀로
김정환의 셰익스피어 20 - 헨리 6세 2부
김정환의 셰익스피어 21 - 헨리 6세 3부
김정환의 셰익스피어 22 - 리처드 3세
김정환의 셰익스피어 23 - 헨리 8세
김정환의 셰익스피어 3 - 리어 왕
김정환의 셰익스피어 4 - 맥베스
김정환의 셰익스피어 5 - 폭풍우
김정환의 셰익스피어 6 - 로미오와 줄리엣
김정환의 셰익스피어 7 - 십이야, 혹은 그대의 바람
김정환의 셰익스피어 8 - 좋을 대로 하시든지
김정환의 셰익스피어 9 - 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


마쓰모토 세이초:

너를 노린다 - DMB 154
모래그릇 - DMB 153
D의 복합
나쁜놈들 - 상
나쁜놈들 - 하
시간의 습속
역로
일본의 검은 안개 상
일본의 검은 안개 하
잠복
10만 분의 1의 우연
검은수첩
구형의 황야 상
구형의 황야 하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상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중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하
미스터리의 계보
범죄자의 탄생
예술가로 산다는 것
짐승의 길 상
짐승의 길 하
푸른 묘점
제로의 초점
불과 해류


모두 읽었고, 더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다자이 오사무:

여학생
다자이 오사무 전집 1 - 만년
다자이 오사무 전집 10 - 생각하는 갈대
다자이 오사무 전집 2 - 사랑과 미에 대하여
다자이 오사무 전집 3 - 유다의 고백
다자이 오사무 전집 5 - 정의와 미소
다자이 오사무 전집 6 - 쓰가루
다자이 오사무 전집 7 - 판도라의 상자
다자이 오사무 전집 8 - 사양
다자이 오사무 전집 9 - 인간 실격
만년 (한림신서 일본현대문학대표작선 1)
다자이 오사무 전집 4 - 신햄릿
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인간실격 (초판본 표지)
사양 (한림신서 일본현대문학대표작선 26)
나의 소소한 일상 - 다자이 오사무 산문집
달려라 메로스 (다자이 오사무 컬렉션 1)
사양 (다자이 오사무 컬렉션 2)
여학생 (다자이 오사무 컬렉션 3)


유미주의는 난해하지만, 책이 맘에 들어서, 다른 책에서 언급된 것을 찾아서, 책이 예뻐서, 그냥 읽어보고 싶어서 등등 온갖 이유로 다양하게 사들인 다자이 오사무의 책이 많다.


대략 이만하고. 

다 읽기는 커녕 사서 보관하고 있는 책들의 비중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데, 건강관리만 잘 해서 오래 살면 다 읽고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위로하는 중이다.  사라지는 것보다는 내가 잘 보관해서 후대에 남겨주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듯 하여, 더더욱 책에는 돈을 아끼지 않게 된다.  예전에도 그런 생각을 했었지만, 자영업자가 된 2012년부터는 늘 수입의 일정비율로 책을 사들이고 있다.  그렇게 한 것이 벌써 6년째.  정말 책을 원없이 사서 볼 수 있는 점은 자영업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  


그냥 심심해서 자랑질을 해봤다만, 사실 읽고 자기것으로 만들어야 갑이다.  책을 사서 갖고 있는 것도 즐거운 도락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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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5-20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관리만 잘 해서 오래 살면 다 읽고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위로하는 중...ㅎㅎㅎ
그렇죠. 건강만 하면.
눈이 안 좋아지니 또 한 번 건강이 절실해집니다.ㅠ

5천권이라니 엄청납니다.
저는 둘 곳이 없어 감히...ㅠ

transient-guest 2017-05-20 13:46   좋아요 0 | URL
저도 관리가 잘 안되고 있어요 세 군데 나눠 보관중입니다 건강 그것도 눈 건강이 중요할 것 같아요

cyrus 2017-05-21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년 전부터 소장한 책들을 목록으로 만들어 정리를 두 번 시도했어요. 둘 다 중도 포기하는 바람에 집에 있는 책들이 구체적으로 몇 권인지 잘 모르겠어요. 목록 정리하는 와중에 책을 또 사들이고.. ㅎㅎㅎ
 

쓰던 글이 갑자기 다 날아가버렸고, 찰나지간이라서 세이브도 하지 못했다.  마우스 없이 노트북을 쓰다보면 가끔씩 꼭 뭔가를 잘못 누르고 보통 페이지 리셋버튼이 이렇게 잘못 누르기 딱 좋은 자리에 있는 것 같다.  덕분에 한 주가 어떻게 날아가버렸고, 무얼하다가 금요일을 맞게 되었는지 주절거리던 것을 다 날려버렸다.  결론적으로 무리한 일정 때문에 몸살이 와서 꼬박 3일을 집에서 쉬었고, 이제서야 좀 살만해졌다는 이야기.  다행히 한 주의 일정이 널널해서 크게 밀렸거나 놓친 건 없지만, 덕분에 넉넉하게 하나씩 진행할 수 있던 것들을 한꺼번에 동시다발적으로 2-3주 정도 마구 close해야한다는 얘기.  그리고 끙끙 앓다가 그래도 금방 떨치고 일어날 수 있었던 건 결국 그간 꾸준히 해온 운동의 덕분이 아닌가 하는 얘기.  한국에서 사는 수 많은 내 또래들보단 덜 아저씨스럽게 살 수 있는 환경과 상황에 감사한 얘기.  쓰고 보니 별건 아닌데, 여기까지 쓴 분량의 세 배 정도의 글이 날아간 터라 여전히 좀 짜증이 난다.


주로 뉴욕을 무대로 벌어지는 엘러리 퀸이나 도르리 레인의 추리활극이 서부로 옮겨졌다.  유명한 작가이자 탐정인 퀸 선생이, 살아나지 않는 글발을 다시 일으켜보려고 와 있던 헐리우드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무더위와 짜증과 싸우면서 계속 꼬이기만 하는 매듭을 풀기위해 두뇌게임에 몰입한다.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 LA Confidential이나 Gang Squad가 떠오르는데, 이런 영화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LA의 여름은 꽤나 끔찍하고, 이에 대한 묘사가 너무도 생생해서, 내 인생에서 상당히 힘들었던 한 때를 떠오르게 했다.  놀러 내려갔거나 출장 때문이 아닌 경우 난 LA로 가지 않는데, 그렇게 내려갔던 것도 이곳으로 오고 나서 겨우 3-4번 정도 밖에 안 되는 것 같다.  내가 워낙 대도시 스타일이 아닌 것도 있지만.  


사건은 좀 이상한 형태로 결말이 나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곳에서 범인이 튀어나오는데, 소설 속에서 만큼이나 엄청난 고민을 하면서 스토리를 꾸려갔을 현실의 엘러리 퀸, 정확히는 현실에서조차 가상인물인 엘러리 퀸도 당시 비슷하게 무더운 여름을 보냈을 것이다.  LA와는 다른 이유로 뉴욕의 여름은 그 특유의 끔찍함이 보장되어 왔으니까.  


작은 꽁트를 계속 엮은 듯한, 마치 시트콤을 보는 것처럼 한 사람의 말년과 과거의 순간들을 오베라는 한 남자의 삶에서 그려냈다.  무색무취의 담백하지만 거짓없는 인생을 살아온 오베에게 부인은 색과 향기를 더해주는 존재였고, 이제 오베는 다시 무색무취로 남았다. 더 살아있을 이유가 없기에 삶을 정리하려고 하지만, 갑자기 바빠진 일상은 그가 세상을 버릴 여유를 주지 않고, 원하지는 않지만, 옳기 때문에 끼어들게 되는 이런 저런 일들로 그를 다시 사람들 틈으로 불러낸다.  우리가 노인들을 보면서, 보수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싶은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가끔 있다면 오베 정도는 되어야 보수라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것 같다.  영문학이나 불어권, 또는 독어권, 그리고 일어와 중어권 문학을 읽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어투와 전개로 보여주는 사회상이 이렇게 가끔 읽는 스웨덴어권의 작품의 매력인 것 같다.  늘 보던 것만 보다가 다른 것을 보는 신선함이 이번에도 가득했는데, 어떻게 보면 비주류 같은 유럽의 아기자기한 언어권의 작품들을, 비록 번역이라도, 좀더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세상이 개판인 건 어쩌면 모두가 말도 많고, 생각도 많아서 그런 건 아닌가 싶다.  이렇게 단순하게 인생을 살아간다면 잃는 것이 더 많겠지만, 그리고 21세기는 이런 꿋꿋한 단순함으로 살기엔 너무도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한 시절이지만, 희소성에 더욱 돋보이는 하나의 삶의 형태.  일이 힘들 때, 사는 것이 힘들 때, 나 스스로를 위로하는 건 결국 그래도 내가 솔직하게 열심히 일해서 벌어먹고 살고 있다는 사실인데, 그 마지노선에 딱 올라가서 평생을 살아간다는 건 너무도 힘들지 않을까.  오베는 그렇게 살아왔지만, 그건 아주 옛날이고, 그게 가능했던 소설속의 토양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무얼 배운다기 보다는 그렇게 철저하게 관찰하고 즐기는 방식으로 책을 소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걸 권해준 분이 누구더라...서친들 중 한 분의 리뷰를 보고서 읽게 되었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모든 것이 신선했고, 최근에 본 "The President"라는 영화도 생각이 났다.  오로지 남자들의 지배를 농단하기 위해 왕위계승권자를 바꾼 대비에 의해 아무런 준비도 없이 왕이 되어 특별한 이유와 목적이 없이 하루를 살아가는 무능한 왕이 암군/폭군이 되어가는 걸 보면서, 왕정시대의 암군이나 폭군으로 역사에 남은 많은 지도자들의 내면도 저러했을 것 같았다.  우리도 최근에 503호의 인생에서 본 것처럼 특별한 악의는 없이 그저 꾸준히, 부단히, 극심하게 무능했던 사람의 모든 것이 어떻게 악정으로 귀결되었는지를 생각하게 한 책이다.  작가가 쓴 다른 책을 꼭 읽어보고 싶어졌고, 주변에 추천해서 읽게하고 있는데, 반응이 아주 좋다.  열정적으로 쓰여졌을 것처럼 술술 앉은 자리에서 막힘이 없이 읽은 책.



예로부터 서울의 진짜 부자들은 북촌에서 살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지금도 사실 오래된 부자들은 강북에 있다.  강남은 박정희에 의해 개발되어 독재정권의 배를 불리는 과정에서 그들조차 예상하지 못했을 만큼 엄청나게 서울의 면적을 넓혀버렸고, 강남불패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부동산부자들을 만들어냈다.  그 과정의 역사가 고스란히 정리되어 있는 책인데, 빨책에서 다뤄졌다.  서울사람이 아닌고로 내용이 가슴와 박히지는 않았고, 어떤 부분에서는 그리 흥미를 느낄 수 없었다.  다만, 서울의 개념이 어떤 방식으로 계속 넓어졌는지, 지금처럼 서울특별시가 예전에 위성도시라고 하던 곳들을 넘어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 일대를 잡아먹은 그 시작이 강남이었음을 생각할 수 있었다.  실제로 가보면 정신 하나 없고 복잡하기만 한데, 그곳의 토박이들이나 출신들은 고향으로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다른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어쩌면 꽤 illusory한 것이 사람의 인식인 듯.


박범신 작가는 모종의 사건이 좀 가라앉은 지금 생각해보면 측은한 면이 없지는 않다. 비난받아 마땅한 행동이었고, 예전부터 그런 점이 지적되어 왔다는 점은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뭔가 그리 악한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조금만 더 사려 깊게 살아온 날과 세상을 돌아봤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다.  '소금'을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적어도 연애이야기에 있어서는 늘 그의 판타지가 작품에 투영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외에, 아버지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중간중간 했더랬다.  


아보니 김영하작가가 읽어준 책은 '빨간 공책'이었는데, 절판되어 있다. 이 자전적 소설은 우연히 시간을 보내면서 한숨에 다시 읽었는데, 덕분에 스토리가 비교적 잘 기억이 난다.  역시 책은 재독, 삼독을 해야 곰곰히 씹어볼 수 있는 것 같다.  3년 간 1만권을 읽었다는 모씨의 뻥카는 처음엔 꽤 흥미를 갖게 되었었지만, 그리고 책을 쓴다는 행위의 매력에 그의 책을 잘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싸구려 독서론 자영업자의 모습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난 완독한 책이 아니라면 일단 읽은 책의 숫자에는 넣지 않는다.  저런 방식에 잡지까지 다 집어넣어 집계한다면 난 1년에 만 권은 읽었다고 떠들어댈 수 있을 것 같다.  anyway, 폴 오스터는 늘 즐겁다.


작년 이맘 때 만약 전쟁이 났었더라면, 아니 지난 9년 내내 든 생각이지만, 전쟁이 났었더라면 나라는 망했을 것이다.  누구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마치 남한산성의 무대가 되는 호란 당시 조선처럼 말이다.  무능한 왕과 대소신료, 명분에 사로잡혀 현실을 무시한 주전론의 댓가는 참혹했다.  아무도 왕을 위해 나서지 않았고 이미 왜란을 겪으면서 약해진 국가의 힘은 인조반정으로 회복단계에서 주저앉아버렸고, 선조가 어떻게 의병장과 전쟁공신들을 대우했는지 본 백성들은 나서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스케치 하듯 그려냈다.  좀더 길게 쓰면 그럴듯한 대하소설로 다듬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김훈작가의 스타일은 또 그게 아니니까...


5월 들어서는 바쁜 일정도 그렇고, 워낙 5/8주간에 고생을 했었기에 제대로 책을 읽지는 못하고 있다.  그냥 이리 저리 뒤적거리면서 흥미가 가는 걸 찾아보는 정도.  시간이 참 빠르다.  금년도 곧 반이 지나갈 것이니.  그래도 요즘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와 트럼프의 삽질 덕분에 사는 재미가 조금은 있다.  5년 동안 열심히 청소해주시고 아메리칸 잡놈은 탄핵되어 꺼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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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5-20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쑤퉁의 책은 아마도 뽀게터블의 추천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봅니다. 후훗

transient-guest 2017-05-20 13:44   좋아요 0 | URL
그랬을 것 같습니다 ㅎㅎ 기억이 가물가물

stella.K 2017-05-20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범신 작가는 좀 안타깝긴 하죠.
이분도 한때 억울한 삶을 사신 적이 있는데
자기는 글 쓰는 일 외에 딴짓 안하니 사람들이
돌아오더라. 뭐 그런 얘기를 해 놓고 그랬으니...
작가가 되기도 어렵지만 그것을 지켜 나가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좋아질 뻔한 작가였는데...

transient-guest 2017-05-20 13:45   좋아요 0 | URL
계속 가는 건 쉽지 않네요 저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일을 보니 그리고 사과라는 변명을 보니 영 별로네여
 
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무능의 극치였던 인조정권. 실리도 못 챙기고 명분도 없었던 두 차례의 호란. 왜란과는 달리 근왕병이 모이지도 않았던 그들만의 정부. 익숙한 문체와 구성이지만, 최소한의 내용을 보장하는 김훈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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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 박범신 장편소설
박범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잘 쓴 소설이고, 재미있는 이야기고, 은유고 다 좋은데, 박범신 작가의 자기투영,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까발겨진 그 속의 것들이 소설을 그대로 받아드리기 어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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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8 06: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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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8 07: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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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8 08: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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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9 23: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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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 타자기 -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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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지 않던 일요일 밤에 펼쳤다가 누운 채 다 읽은 책. 다시 읽어도 참 괜찮은 폴 오스터의 자전적 이야기. 김영하가 읽어준 부분을 계속 찾았는데, 아무래도 다른 책인 듯 그 section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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