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한 이 단어가 처음으로 쓰인 것은 조희봉씨의 "전작주의자의 꿈"이다. 알라딘서재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 온라인 동호회에서 활동하던 이 책의 달인의 이야기는 예전에 구본준 기자가 쓴 "한국의 책쟁이들"에 소개되어 있다. 그때부터 막연히 한 작가의 책을 모두 읽는 것은 참 매력적인 독서의 한 방향이다라는 생각을 해왔는데, 어느새 나도 조금씩 전작을 하고 있다. 조희봉씨의 전작대상은 돌아가신 이윤기 작가인데, 모든 판본과 번역본, 심지어는 저자도 갖고 있지 않은 책까지 모두 수집하여 읽었다고 한다.
덕심이 팬심이 되어 조희봉씨의 결혼식 주례는 이윤기 선생이 맡았고, 돌아가시기 전까지 그렇게 사제관계를 유지했다고 하니, 이 또한 책으로 맺어진 멋진 인연의 사례가 아닌가 싶다. 전작을 이야기 하면서 보니, 2012년 무렵에 여럿 사들여 읽던 로맹 가리가 생각난다. 이참에 나온 책을 마저 다 구해서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다. 현대판 르네상스맨이라고 불러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멋진 이력 - 공군파일럿, 전쟁영웅, 콩쿠르상 수상작가, 주미프랑스대사, 등등 - 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자신의 인생은 무엇이었을지 끊임없이 고민했을 사람. 드라마틱한 삶에 어울리는 마지막 사랑과 끝. 관심이 안 가면 이상할 정도로 전작대상으로서 손색이 없다.
2012년 당시, 김영하의 팟캐스트에서 접한 로맹 가리에게 매력을 느끼고 책을 사보았는데, 리스팅을 해보니 그에 관한 책까지 포함해도 반도 못 읽은 것 같다. 내가 다른 쟝르와 작가들과 웃고 떠드는 사이에 그렇게 꾸준히 그의 책들이 출판된 것. 덕분에, 아직 세 건의 주문을 기다리는 처지에, 조르주 심농과 함께 로맹 가리를 다음 차례로 정해놓고 말았다. 열심히 벌어서, 세금을 내고, 먹고 사는 비용을 지불하고, 나머지는 책값으로 쓰는 삶이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이덕무처럼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니 고민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