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까지 읽은 책들, 그러니까 리뷰가 밀린 책들은 다음과 같다.










이들이 지난 리뷰를 남긴 후 읽은 책들이다.  시간과 정신의 여유가 있었더라면 사실 세 권 정도는 벌써 리뷰를 썼어야 한다.  밀리지 않으려고 꽤 노력을 해왔는데, 결국 이렇게 손도 못대로 계속 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부터 계속 바쁜 맘도 있고, 주말에도 여유가 나지 않았던 것이 이번 주 수요일 오후까지 그렇게 서재에 글을 올리기 힘들게 만든 것이다.  일하다 틈을 봐서 글을 써봐도 영 내키지 않는다.


캐드펠 시리즈는 이제 마지막 권을 남겨두고 있는데, 이걸 다 읽으면 조르주 심농을 사 읽기 전에는 달려들어 읽을 추리소설 시리즈는 없다.  밀린 동서미스테리 북스의 책들도 있고, 삼국지도 어제 도착하였고, 무엇보다 쟁여놓은 책이 워낙 많아서 아마도 다음 일년, 아니 이삼년은 새로 책을 사지 않아도 될 만큼 펼쳐보지 못한 녀석들이 널려있다.  물론 '그것'과 '이것'은 다른 문제라서, 벌써 이번 달에 신규로 몇 개 일처리를 맡게 되면 그들 중 하나의 수익을 온전히 다 털어서 절판이 우려되는 책들을 주문할 생각을 하고 있으니, 병도 이런 중증이 없다.  


아무튼, 즐겨찾기로 등록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금년의 서재는 썰렁하기 짝이 없는데, 졸작이나마 자주 글을 올리지도 못하고, 다른 분들처럼 멋진 리뷰나 서평을 쓸 실력도 없으니 모두 내 탓이다.  사실 서재 방문자 숫자가 뭐라고 이렇게 신경을 쓰는건지 원, 옛날에 싸이월드 하던 생각이 난다.  


조만간 조금 더 생각을 정리해서 위의 책을 정리할 것이다.  그러고보니 스토너 영문판도 열어보지 못하고 있고, 덕분에 리뷰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읽는 욕심보다 사들이는 욕심이 앞선 탓이다.  살다보면 반성할 것들 투성이라는데, 정말 그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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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3-03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다 읽고, 그 책의 서평을 빨리 기록하지 않으면 자꾸 미루게 됩니다. 이게 심하면 다시 읽어야 합니다. ^^;;

transient-guest 2016-03-04 07:40   좋아요 0 | URL
고민입니다. 한번 밀리면 참 어렵더라구요.ㅎ
 

성매매혐의로 대법원까지 가서 무죄환송으로 나온 모 배우가 있다.  좋은게 좋은거니까, 아니면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문제니까, 역시 뭐 다 좋다.  그런데, 법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이 아나 있는데, 이 사건에 관련하여 성매매 알선혐의로 재판을 받고 형을 살고 나온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모 배우의 매니저였다고 하는데, 오늘 기사를 보니 이 자는 또 같은 짓을 해서 검찰수사를 받게 되었다고 한다.   어쨌든, 이 자의 형사건과 모 배우의 무죄건이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유를 보자.


1.  이 자가 형을 살게 된 근거는 모 배우의 성매매를 알선했다는 혐의다.  

2.  고로 이 자의 죄는 모 배우의 행위가 단순한 애정행각이나 다른 것이 아닌 '성매매'라는데 근거한다.  성매매가 없으면 이를 알선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3. 그런데, 이 자는 성매매알선으로 처벌을 받았고, 모 배우의 행위는 '성매매'가 아니라는 판결이 난 것이다.


쉽게 말해서 내가 총기소지죄로 처벌을 받았는데, 다른 재판에서는 내가 소지한 것이 총기가 아니라는 판결이 난 것과 같다.  이게 말이 되는가?


여러 가지 절차적인 문제, 정치적인 편향성, 권력추구 등 너무도 많은 문제가 대한민국 사법부 구석구석을 감싸고 있지만, 절차에 있어 판사에게 부여되는 권한이 너무도 막강하다는 것은 정말 큰 문제라고 본다.  지금처럼 판사가 법리적 해석과 적용, 그리고 사건사실의 판단을 함께 하는 것은 더구나 한국처럼 법조인이란 것이 사회경험이나 다른 것은 별로 없고, 그저 머리털 나고서 지금까지 4지선다형 문제만 열심히 풀어온 자들임을 볼 때 매우 큰 무리가 있다.   개인이 경험하는 사건사고, 이를 근거로 형성된 심리, 철학, 사고방식 등은 개개인에 있어 제한적이고 편차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배심원제를 채택한 나라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이나 문제가 많이 부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심원들에게 사건사실의 판단을 맡기는 것은 재판부에 모든 권한을 맡기는 것보다는 더 나은 제도라고 본다.  다른 나라들의 판사들이 바보라서 배심원제도를 도입한 것이 아니란 얘기다.


한국에서도 선택적으로 배심원제가 도입되고 있다고 한다.  내 생각에는 이를 더욱 확대하여 종국에는 모든 재판과정에서 판사는 법리를, 배심원단은 fact를 다루게 되어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기울어진 판이 조금이라도 공정해질 것이다.  지금이 제도에서는 로비를 하든, 압력을 가하든, 권력으로 회유하든, 돈을 주든, 판사 하나면 잘 설득하면 뻔히 보이는 사실도 묻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사건사실에 유권해석을 적용하여 상황을 모두 조각조각 분리하고 취사선택하여 (1) 특정행위가 불법이다, (2) 하지만 A의 행위는 이 특정행위가 아니다, 또는 특정행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3) 고로 A는 무죄다 라는 식을 판결을 특히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의 뇌물사건 또는 다른 비리사건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최소한 절차적으로는 이런 탓이 아닌가 싶다.  검찰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빼앗기 위해서는 이들의 비정치화와 함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하는데, 이에 못지 않게 판사들에게서 fact를 심판할 권한을 빼앗아서 시민들에게 주어야 한다.  


이런 얘기를 하면 늘 나오는 얘기가 있다.  검경수사기소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한국에서는 그렇게 하면 지방토호들과 경찰과 조폭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것이라고 검사들은 말하고, 판사들은 시민의식의 미성숙과 비전문성을 말한다.  그런데, 해먹기로 하면, 그 자리와 권력의 위중함에 있어 검사 한 명이 경찰 열 명이상으로 더 많이 해먹고, 더 많은 해악을 끼친다.  마찬가지로 판사들, 특히 지역사회의 향토세력과 결탁한 이들은 아마도 검사 열 명까지는 아니라도, 다섯 명 정도가 해먹는 수준과 강도로 법을 망치고 있을 수도 있다.  


직접선거를 이야기할 때 5공 시절, 꽤나 진보적이라는 식자들도 늘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일단 5천불 이상이 되면 그렇게 할 수 있고, 지금은 때가 아니란 소리를 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검경수사권 문제가 배심원제도문제를 그런 맥락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한 마디로 개소리만도 못한 것이다.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고, 배우고 고치고 익히는 과정이 있으며, 이를 통해 제도와 절차가 보완되며 자리를 잡는 것이다.  이제라도 배심원제도고 100% 도입되었으면 하고, 검경수사기소권 의 분리도 이뤄져야 한다.  검찰과 법원의 중립성과 탈권력지향은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잠깐 기사를 읽다가 떠오른 생각을 두서 없이 정리해서 말이 될런지 모르겠다만, 속칭 '석궁테러'사건도 그랬고, 판사들이 함부로 재단하여 있는 fact를 걸러내거나 없는 fact를 끼워넣는 행태를 보는 것은 정말 괴롭다.  그만 괴롭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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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6-03-07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격하게 공감합니다!

transient-guest 2016-03-08 03:1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스케줄이 널을 뛰는 듯, 바쁜 날에는 아침부터 퇴근까지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그러다가 갑자기 하루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잡무와 행정업무를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일처리를 빠르고 정확하게 하면서도 짜여진 일정에 얽매이지 않고 필요하면 improvise하여 급작스럽게 발생한 업무처리를 하는 것은 나만의 강점이다.  하지만, 조직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조직에 필요한 것은 시스템이다.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 체계를 관리하면 사람 때문에 발생하는 에러를 어느 정도 방지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것이 아마 회사의 사이즈를 키우면서 가장 처음에 맞닥뜨릴 문제가 될 것이다.  내년에 그녀석이 오면 변호사의 업무 외, 직원에게 할당할 수 있는 모든 일을 가르치고, 함께 메뉴얼을 만들어 체계저인 절차를 만들 것이다.  금년에는 이런 준비와 bulk-up을 위한 작업의 시작까지는 진행하고, 이에 따른 혜택도 있겠지만, 본격적인 전선은 내년이 시작일 것이다.  차분하게 업무를 볼 수 있어 지난 일주일을 미루던 업무를 오전 시간에 일차 마무리하였다.  항상 느끼지만, 일하는 환경이 복잡한 나는 이런 시간이 가끔씩은, 하지만 주기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다른 수도원과 맞교환을 통해 시루즈베리 수도원의 소유가 된 땅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자의 시체가 나온다.  그곳에서 아내와 살다가 갑작스러운 calling으로 그녀를 버리고 수도원으로 들어온 남자, 또 원래 그 땅의 소유주였던 집안의 차남으로서, 다른 수도원으로 갔었던 남자, 이렇게 두 명의 수도사가 주용의자로 일단 파악된다.  그 정체를 둔 추론과 수사는 일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면 바로 이를 cancel시키는 요소가 발생하여 진범은 커녕 죽은 여자의 정체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현실이라면 이건 100% 미결사건으로 남을 것이다.  증인확보도 어렵고, 설사 어렵사리 용의자를 잡아와도 결정적인 증거가 없이 정황과 자백만으로는 형사재판에 요구되는 beyond the reasonable doubt을 넘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중세는 고문에 의한 자백이 허용되었고, 믿어지던 시대인데, 캐드펠의 중세는 그런 '암흑'시대가 오기 조금 전, 그러니까 100년전쟁으로 시작되는 간빙기의 혼란 이전의 시대라서 그런지, 지금의 눈으로 봐도 상당히 합리적인 사람들이 존재한다.  


멀쩡한 사람이 어느 날부터 시름시름 앓다가 무당한테 가면 무병이 왔다고, 그래서 내림굿을 해서 신을 받아야 한다고, 당신은 무당이 될 운명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상황만 바꾸어 놓고 보면 기실 수도사나 신부가 되는 calling도 이에 못지 않은 면이 있다.  물론 몸이 아프거나 사람이 죽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이런 열정에 사로잡히면 나중에 후회할지언정, 그 당시에는 그저 사바세계를 떠나 수도원이나 신학교로 뛰어들어가게 된다.  다만, 무당과는 달리, 여러 가지의 검증절차와 시간을 견딘 사람만이 진정 그 calling을 인정 받게 되고, 이 과정에서 false calling이나 다른 이유로 현실을 도피하려는 시도는 많이 걸러지게 되는데, 안정적으로 정착된 종교시스템의 강점이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열정이 끝까지 이어져서 수도생활을 시작하게 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때 미혼이라면 그리 문제될 것이 없으나, 이미 결혼한 몸이라면 남은 배우자 및 자녀는 그야말로 지옥을 맛보게 된다.  아무리 신앙심이 투철한 사람이라도 그렇게 자기의 남편이나 아내를, 아버지나 어머니를 잃게 되면 그야말로 돌아버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번 이야기의 한 수도사 역시 그런 일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책을 읽는 내내, 이 사람의 불편함이나 후회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가서야 그의 아내가 얼마나 자기를 사랑했었는데, 아름다웠었는지를 주워섬기는데, 제 아무리 아름답고 고결한 수도생활을 이어가더라도 난 이런 설정과 결말에 동의할 수가 없다.  자신의 ,calling을 따라가는 것과,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져 가족을 버리는 것은 '신'이라는 대전제를 빼면 대체로 거의 같은 모양새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 누가 '육욕'은 나쁘고, '수도생활'에 대한 열정은 거룩하다고만 말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calling이 오더라도 가족이 있으면 그의 calling은 가족을 유지하는 한도 내에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렇게 봉사하는 분들도 많은데, 간혹 모든 것을 던지고 어디론가 뛰어들어가버리고야 마는 인간들이 있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의 사건은 결국 그 수도사의 calling에서 비롯된 것인데, 당사자들이 다 죽어버렸으니 그 피값은 어디서 받아야 할까?


요즘 '명리'와 함께 책이 대박이 났다고 하는데, 팟캐스트 강의와 이런 저런 출연료까지, 강헌 선생의 생활이 피긴 확실히 핀 것 같다.  끔찍한 교통사고로 전처를 잃고, 몸도 다친 강헌 선생이 다시 차를 사고 운전을 하는 것을 보면, 참 이분의 인생도 up-and-down의 연속이로구나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그간 음악사에 대한 책을 꽤 읽었는데, 이 책은 문학수 기자의 책과 함께 매우 좋은 배경지식을 제공한다.  문학수 기자의 책이 교과서 같다면, 이 책은 만화로 만든 참고서 같다는 차이가 있지만, 그만큼 쉽고 재미있게, 강헌 선생의 말투 그대로 블루스, 재즈, R&R, 랩, 클래식, 한국음악의 중요한 순간들, 이른바 '전복과 반전의' 음악사적인 순간들을 보여준다.  보다 야사적이기도 하고, 소설적인 표현으로 중요한 음악사의 배경지식을 얻고, 이를 토대로 좀더 깊은 듣기와 역사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명리'보다도 더 쓰임새가 많은 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권씩, 두 권씩, 조금씩 읽고 있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슬슬 문학을 시작할 채비를 하고 있는데, 막상 그렇게 하려고 하면 눈에 밟히는 책들이 많아서, 그리고 문학으로 가면 당분간은 그들을 만날 수 없다는 점에 마음이 약해진다.  아~ 즐거운 망상과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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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추리소설을 완독하고 나서, 몇 권 남은 캐드펠을 위주로 다른 책을 한 권씩 읽어가고 있다.  이번 주는 너무 일에 시달렸기 때문에 보통은 책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유가 없었고, 그저 운동을 하면서 bulk를 읽어냈을 뿐이다.  


시공사의 책은 그간 나온 요코미조 세이시의 책을 모으는 맘에 사둔 것을 이제 읽은 것인데, 이전에 본 동서미스테리북스의 '혼징살인사건"과 같은 이야기지만, 책의 구성은 조금 다르다.  알고서 둘 다 구한 것은 아닌데, 새삼 잘 샀다는 생각이 든다.  시공사의 요코미조 세이시의 "혼진살인사건"에는 이 작품 외에도 '도르래 우물은 왜 자꾸 삐걱거리나'와 '흑묘정 사건'이 같이 들어있고, 동서의 요꼬미조 세이시의 '혼징살인사건'에는 '나비부인 살인사건'이라는 작품이 포함되어 있으니, 한 가지 이야기는 겹치지는 두 권을 샀기 때문에 세 개의 작품을 더  얻은 셈이다.  한참 잘 나오다가 주춤한 시공사의 요코미조 세이시 작품출간이 재개되었으면 한다.  


다른 작가들도 그런 경우가 있는데, 요코미조 세이시는 자신을 작중인물로 등장시켜 이야기를 전개하는 기법을 쓰고, 밀실살인사건을 좋아하는 듯, 해박한 서양작품의 예를 들어가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그리고 독자와의 두뇌싸움을 거는데, 공정한 승부를 위해 독자에게 주어지지 않은 요소가 데우스 마키나로 등장하지 않고, 있었던 것들로 치밀한 추리를 하여 답을 얻어내도록 승부를 걸어온다. 생긴것도 작가답게 생긴, 약간 정비석 선생을 연상시키는 외모인데, 그가 탄생시킨 긴다이치 코스케는 일본최고탐정 3인방에 드는 동시에 훗날 활약하는 김전일의 할아버지가 되는 추리소설사에 있어 큰 의미가 있는 사람이다.  외모의 묘사를 보면 당당함과 검술실력을 뺀 사카모토 료마가 떠오르는데, 비슷하게 더럽기 짝이 없다.  하지만, 당시에는 드문 미국에서 대학교를 나온 엘리트에 어울리게 두뇌활동을 중시하는 그의 추리는 포와로를 연상시킨다.  물론 포와로처럼 깔끔을 떨지는 않지만.


사람을 바꿔치기 하는 듯한 언급으로 정신을 홀려놓고, 진실은 다른 곳으로 보내버리는 이중기법, 거기에 노가다를 연상시키는 트릭으로 범인의 정체를 감싸버리는 수법은 이 책을 두 번째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한번에 간파하기에는 무리였다.  마쓰모토 세이초보다는 좀더 소설적인 재미를 강조하기 때문에 진지함이나 정치사회적인 반영도는 떨어지지만, 내가 좋아하는 에도가와 란포, 마쓰모토 세이초와 함께 일본추리소설에 들어가려면 꼭 읽어봐야하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없었다면 미미여사도, 히가시노 게이고도, 그 누구도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만큼, 이들의 존재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캐드펠 16권.  역시 사건을 한 방향으로 몰아가면서, 정작 범인과 범행은 교묘하게 숨겨놓은 수법을 간파하지 못했다.  이단자도, 상속녀도, 상속녀를 사랑하게 된 충복도, 자리에 연연하는 인간들도, 모두 트릭이다.  범인은 그들 중에 없다.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 순간의 욕심으로 인해 결국은 우발적인 살인까지 행하게 되는데, 살인범이나 살해당한 사람이나 오해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는 우발적인 욕심과 불안감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겠다.  죄는 순간의 유혹에서 오는 경우가 더 많고, 이것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인생과 일상이 범죄와 불법행위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김무성이, 이인수가, 김문기가, 조용기가, 이루 셀 수 없는 수 많은 개만도 못한 인간들이 처음부터 저런 삶을 살지는 않았을 것인데 (물론 집안내력을 볼 때 그 자질과 교육에 있어 남들보다 앞선 인간들도 있겠지만), 분명히 한번의 시작이 있었고, 모든 것은 거기서부터 왔을 것이다.  죄없이 사는 것은 참 어렵다.  욕심을 버리는 것은 더욱 어렵고. 


로맹 가리는 4월이나 5월에 진지하게 한 달간 파볼 생각이다.  책이 오면 한 군데 쌓아놓고, 쓰인 순서대로 읽을 것이다.


빌 브라이슨의 신간은 한 페이씩 읽어나가고 있는데, 여기에 '축의 시대'도 반 정도 읽었고, 읽다 만 '예루살렘의 아이히만'도 있다.  이래저래 책에서 책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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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ia 2016-02-21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캐드펠 시리즈 얘기가 재밌어요. 책보다 tran님 해석이 더 재밌어요. 더 들려주세요~ㅎㅎ
로맹 가리는 뜨거운 사람이었단 생각이 들어요. `진 세버그와 숨가쁜 사랑`이란 책은 평전이라기 보단 가십성 기사같은 느낌이 더 많이 들지만 로맹 가리란 사람이나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어요. ^^

transient-guest 2016-02-22 21:42   좋아요 0 | URL
로맹 가리 인생의 미스테리는 과연 그가 이룬 것들이 그의 온전한 마음에서 비롯된 성취인지, 어머니의 바램이 투영된 것인지에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새벽의 약속`을 보면 그런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더라구요. 말씀처럼 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진 세버그,.,`도 봤고, 이번에 다른 책도 주문했어요.
 

'월간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표현은 이동진 DJ가 빨간 책방에서 쓴 표현이다.  아마도 엄청난 다작이라서 한 달에 한 권씩 나온다고 그렇게 장난스럽게 부른 듯 한데, 찾아보면 정말 자주 많이 나오기는 한다.  얼마전에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소설을 완독한 기념에 이런 저런 댓글이 달렸는데, Cyrus님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전작을 권해주셔서 목록을 열고 몇 권이나 읽었는지 찾아보았다.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내가 그를 죽였다

독소소설

동급생

매스커레이드 호텔

방과 후

백야행 1

백야행 2

백야행 3

범인 없는 살인의 밤

붉은 손가락

새벽 거리에서

시노부 선생님 안녕!

악의

예지몽

옛날에 내가 죽은 집

오사카 소년탐정단

용의자 X의 헌신

유성의 인연 1

유성의 인연 2

잠자는 숲

탐정 갈릴레오

회랑정 살인사건

흑소소설



내가 잘은 모르지만, 위의 작품들보다 훨씬 더 많은 책이 번역되어 나온 것으로 안다.  모든 작품들이 기본적인 재미를 보장하지만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것은 역시 "용의자 X의 헌신"과 "새벽 거리에서"이다.  특히 "용의자 X의 헌신"은 일본과 한국 각각의 영화버전도 보았는데, '용의자 X"로 나왔던 조진웅, 류승범 주연의 영화가 일본판보다 훨씬 더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스무 개가 넘는 작품을 읽었는데, 도대체 이 사람의 전작을 하려면 얼마나 더 읽어야 할까?  어제 내가 갖지 못한 로맹 가리의 국내 번역본을 모두 주문했으니까, 그 다음은 심농 또는 카잔차키스가 될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 뒤로 순서가 밀려있으니까, 당분간은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이 작가 또한 다 구해서 읽어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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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6-02-20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20권이면 아주 많이 읽으신 건데요!!
저는 아직 한 권도 읽지 않았습니다. 있던 것 3권은 엿 바꿔 먹었어요..ㅎ

근데, 요즘 최근에 나온 걸 서점에서 구경했는데, 무슨 상인가 받은 모양입니다만...일본에서 인기가 대단했던 모양입니다. 한국에서도 아주 잘나가더군요~


transient-guest 2016-02-21 16:25   좋아요 0 | URL
가볍지만 재미있습니다.

2016-02-21 0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21 0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2-21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중에 《탐정 갈릴레오》만 읽었어요. 제가 책 추천자로 소개된 것 같아서 부끄럽습니다. ㅎㅎㅎ

transient-guest 2016-02-22 21:43   좋아요 0 | URL
ㅎㅎ 기회가 되면 구해서 좀더 읽을 작가입니다. 근데 생각보다 책 값이 비싸긴 하더군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