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엘러지가 심해서 한의원에 가서 급한 대로 침을 맞게 되었다.  늘 가던 곳인데, 오늘은 엘러지 처방이라서 그랬는지 코에 약물을 붓고 청소해주시는 과정에서 마치 수영장에서 코로 물을 들이킨 것처럼 짠~한 고통을 맛보게 되었다.  덕분에 보통은 한숨 푹 자면서 쉬는 침세션이 그야말로 고통의 연속이었다.  더운 날씨까지 사람을 몹시 괴롭히는데, 내가 봄을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 이유라고 하겠다.  저녁을 먹고 참다 못해 서점에 나와서 차가운 커피를 마시면서 업무를 보다가 여유가 생겨서 잠시 서재를 열었다.  ice coffee를 주문했으나 ice coffee가 다 떨어져서 상대적으로 더 좋고 비싼 ice americano를 마실 수 있었는데, re-fill까지도 일반 커피값을 적용해주겠다니 감사할 수 밖에.  근처에서 하나밖에 남지 않는 BN이 소중할 수밖에 없다.


5/4

전날처럼 밤잠을 설치다가 비몽사몽간에 자다 깨면서 새벽을 맞았다.  오전 미팅 전에 일을 해두면 좋을 것 같아서 일찍 사무실로 뛰어나갔다.  그런데, 마침 오늘 바로 '그분'이 오신 것.  갑자기 예전의 감각이 살아나면서 미팅 전에 문서 두 건을 가뿐히 작성하고, 한 시간의 상담 후 다시 바로 남은 한 건을 처리한 후 내친김에 다섯 통의 짧은 문서까지 다 처리해버린 것.  덕분에 오후 2시 정도에 완전히 방전이 되어버렸고, 이후 한 시간 정도는 꽤 멍하게 관성으로 일처리를 하다가 더 견디지 못하고 밖으로 뛰어나가버렸다.  계획으로는 빈 속에 열심히 운동을 해서 더욱 burn을 늘리는 것이었는데, 한 시간 정도 근육운동을 하는 것으로 머리가 띵하게 속이 비워졌기에 running을 포기하고 집으로 들어가버렸다.  빈 속을 허겁지겁 손에 잡히는 것들을 입에 털어넣는 것으로 꽉 채우고는, 지쳐 앉아있다가 다시 서점카페로 나온 것이 딱 어제의 그 타이밍이다.


대를 이어 경영하는 서점이 한국에 몇 개나 남아있을까. 그것도 작은 규모의 책방이 아닌, 한때는 나름 지역에서 잘나가던 대형서점을 말이다.  요즘은 개인책방이라고 하면, 그것도 오프라인에 헌책방이 아니라고 하면, 최근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작은 독립서점, 카페나 공방을 겸한, 또는 서점으로 생계를 꾸리지는 못하고, 업주가 다른 일로 돈을 벌면서 side로, 보다 더 정신적인 만족에 가까운 경영이 아닌가 싶은 그런 수준의 작은 공간이 대부분일텐데, 아무리 지방이라지만 알라딘과 YES24가 양분해버린 온라인서점과, 틈새를 노린 헌책방들 사이에서 그렇게 당당하게 존재하고 있는 서점이 바로 속초 동아서점이다.  기실 이야기 자체는 전문작가가 드라마틱하게 쓴 것도 아니고 해서 재미 반, 흥미 반, 이야기 반, 그럭저럭 읽어버렸지만, 덥썩 아버지의 길을 따라 간 아들의 모습에서 책을 읽지 않는 시대의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느낀 것으로 기억한다.  DC가는 길, 라운지에서 취해가며 읽은 것 같아, 자세한 이야기는 생각나지 않지만.


두 작가 모두 좋아하는 터라 은근히 기대를 많이 했으나, 결코 나쁘지 않은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스타일의 글을 좋아하지 않기에 매우 그럭저럭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객관적으로 흥미있는 내용이었지만, 단숨에 읽지 못하고 (빨리 읽기는 했지만) 중언부언 하는 식으로 책을 들여다보았다.  

일본의 책방, 헌책방 문화는 참 부러운 점이 많고, 아직도 지하철에서는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노벨상을 받는 힘도 여기서 나오는 것이 아니가 싶다.  우리 입장에서는 비판할 점도 많은 국민성이지만, 세계무대에서 놓고 보면, 아마도 우리보다 나은 점도 많이 갖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일본이나 우리나 다른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규정짓고, 동일화하는 걸 즐기지만, 이들의 다른 점은 바로 장인정신의 연장선상에서, 어떤 한 가지에 매진하는 걸 좋게 봐준다는 점이 아닐까.  책을 좋아하든, 피규어든, 영화든, 무엇이든 이렇게 한 가지 기예를 깊이 파고 드는 점에서 우리가 받지 못하는 제대로 된 노벨상을 여럿 받은 저력의 근원을 볼 수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헌책도'라는 이상한 '도'는 싫고, 다른 사람의 '류'가 아닌 나만의 방식에 따라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무엇인가 사들이고 읽고 즐길 것이다.  노벨상과는 결코 인연이 없을 인생이지만, 어느새 돌아보면 많은 것들을 접했고 좋아하는 것들을 열심히 누렸음에 만족할 있을 것 같다.



강상중 선생은 서경석 선생과 함께 재일조선인을 대표하는 현대의 지식인이 아닌가 싶다.  비록 그의 책을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그러나 서경석 선생의 고심참담한 자이니치로서의 고민보다는 훨씬 다른 환경에서의 성장과 경험이 보여주는 경쾌함과 댄디한 지식인의 모습은 확실히 강상준 선생의 글을 다른 느낌으로 보게 한다. 

내 개인적으로는 이런 댄디함에 약간의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실상은 엄청 부러운 맘이 가득한데, 젊은 시절은 알 수 없지만, 지금의 모습만 보아도 참 멋쟁이 지식인, 즉 겉과 속이 모두 꽉찬 모습과 자기관리가 그만큼 철저할 것이라는 추측에서 오는 부러움이다.

아쉽게도 책의 내용은 설렁설렁 읽은 터라, 그저 화보와 함께 한 대담집 같은 느낌으로 남아 있는 그의 도쿄산책기 정도로 기억하고 있다.  점점 더 집중하지 않으면 책장을 덮는 순간 모든 것이 한 밤의 꿈인 듯 싸그리 사라져버리는 갱년기의 문턱에 서 있는 지식인 wanna-be는 슬프다.


마침내 우리에게도 추리소설의 선구자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으니 이건 모두 강헌 선생의 덕이다.  최근에 읽은 선생의 책에서 소개를 받고 찾아낸 '마인'은 동시대 일본의 추리소설과 마찬가지로 당시의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하는 등, 아주 즐거운 시간을 주었다.  조금은 촌스럽게 느낄 수 있는 어투, 단어, 대화체도 구수한 것이 행복하기 그지 없었고, 추리의 면에서도 상당히 탄탄한 구성을 보여주는 등, 과연 이것이 근대소설일까 싶을 만큼 치밀한 전개를 볼 수 있었다. 그저 놀라움의 연속.  김성종 작가도 꽤 한가락 하는, 한국에 있어 결코 그 존재가 가볍지 않은 분야의 선구자라고 하겠지만, 김내성의 앞에서는 겸손하게 두 손을 모으고 서 있어야 할 것만 같다.  내친김에 더 읽어보려 했으나 e-book으로 나온 것들만 찾았을 뿐이다. 언젠가 e-book으로도 책을 모아야 하나 싶은 것이 첫 번째는 란포였는데, 김내성도 그 이유가 된 것이다.  명탐정도, 경찰도, 아름다운 여성도,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미스테리도, 과감한 트릭도, 모두 볼 수 있는, 그야말로 한국 추리문단의 보물이 아닌가 싶다.


앞서 읽은 책인데, 동서미스테리 문고의 중역본보다 훨씬 더 부드럽고 깔끔하다.  덕분에 상당히 다른 느낌을 주었고, 중반까지 내가 이 책을 과거에 읽은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책 디자인도 나름 장서가인 나에게 꽤나 매력적인데, 헌책으로 산 '스페인 곶...'의 경우 이 겉테두리가 없어, 어쩌면 나중에 그냥 새책으로 한 권을 더 갖게 될 것만 같다.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연쇄살인이 일어나는데, 희생자들을 이어줄 만한 패턴이 보이지 않고, 엘러리는 이내 엄청난 고뇌에 빠진다.  중반을 넘어가도록 아무런 clue가 보이지 않는데, 우연한 계기로 혐의가 짙은 인물을 찾고, 이로부터 사건은 일사천리로 수사되어 마침내 범인을 잡는가 싶었는데, 반전은 이야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갑작스런 '현자타임'을 통해 일어난다.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는 없지만, 추리게임보다는 추리활극에 가까운, 마치 관객처럼 제 3자의 입장에서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책읽기의 속도가 갑자기 확 떨어진 이번 한 주간 드디어 이렇게 해서 밀린 정리를 모두 마칠 수 있었다.  가끔은 휴식이 필요한 건 이런 이유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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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5-07 16: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미세먼지 & 황사 콤보 때문에 외출을 자제하고 있어요. 잠깐 외출하면 재채기가 나고, 코막힘 증세가 심해져요. 정말 이불 밖이 위험해졌어요. ㅎㅎㅎ

transient-guest 2017-05-08 04:07   좋아요 0 | URL
먼지는 예전부터 문제가 많았죠. 제가 중학교때까지 한국에 살았었는데 그때도 벌써 밖에 다녀오면 양말의 발목부분에 먼지자국이 베어있었어요. 여긴 대도시나 교외에 다 살아봤고, 공기 나쁘단 얘기도 많이 하는데, 심지어 LA다운타운도 그 정도는 아니거든요. 한국 봄을 본 건 이제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그때도 호흡하는 공기에서 냄새가 많이 나던 기억이 나네요. 정말 기본권 중 기본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나라가 되었나봐요. 산높고, 물맑던 곳인데...
 
꼬리 많은 고양이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배지은 옮김 / 검은숲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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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동서미스터리문고로 읽은 기억은 책을 거의 다 보고나서 떠올렸을 만큼 다른 느낌의 제대로 된 번역이 반갑다. 동서판도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일역판 중역은 좀 힘들다. 뉴욕을 떨게 한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엘러리. 너무도 다른 결말에서 한번 더 뒤엎은 결말까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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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하면 돈 주고 산 책은 모두 읽자는 것이 나의 정책인데, 다음의 세 권은 모두 중간에 읽다가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정적으로는 흥미가 떨어져서인 점이 가장 큰 이유가 된다.  


강의를 듣는 편이 더 나을 듯.  논문을 책으로 펴내면서 좀 길게 늘어진 부분이 없지 않고, 데이터를 비교하는 등 연구목적에 따른 구성 때문인지 반 정도 읽다가 던져 두게 되었다.  이번 대선후보 '안철수'를 보면서, 더더욱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실망이 커진 터라, 딱히 그를 어떤 테제로 연구한 것을 더 읽어볼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다. 조기숙교수가 계속 좋은 책을 내고 있는 것 같은데, 조금은 선거철을 탄 것 같기도 하다.  다시 읽을지는 의문이다.


처음 반 정도는 그럭저럭 흥미를 갖고 읽었고, 어쩌면 읽기 위해 노력한 것인지도 모른다.  1947년에 태어난 저자는 어쩌면 그렇게 그 시대의 말투를 그대로 갖고 있는지, 흡사 내 아버지의 글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딱 그 60년대 후반에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의 냄새가 폴폴 풍기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사를 넘어 한국문학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가면서 조금씩 지겨워졌는데, 책의 탓 보다는 내가 너무 한국의 근대문학에 무지한 탓이다.  여기서 거론된 염상섭, 이광수 정도는 읽어야 이 책을 다시 들여다볼 맘이 날 것 같다.  어떤 작가나 책에 대해 이야기 하는 걸 제대로 읽으려면 그 주제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데, 이 책의 어투나 단어도 꽤 옛스러워서 읽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역시 배경지식의 부재가 이 책을 중간에 놓게 만든 가장 큰 이유가 되겠다.


아주 잠깐 가르침을 받았지만, 평생 갈만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신 안경환 선생님의 책이라서 얼른 구했는데, 생각보다 흥미가 가지 않는다.  선생님의 다른 책은 예전의 기억으로는 굉장히 잘 빠져들게 만들었던 것 같은데.  이것이 다작의 한계인지, 에세이의 한계인지, 아니면 이젠 연세가 있어 상대적으로 어린 사람들의 공감대를 끌어내지 못하는 것인지 내가 감히 판단할 수가 없지만, 어쨌든 큰 기대를 갖고 펼친 책은 못내 그 내용이 그저 그렇게 느껴진다.  슬슬 중년의 위기속으로 들어가는 듯, 금년에는 벌써 이렇게 '남자' 운운하는 책을 몇 권 사들인 것 같고, 여기에 '기억력'운운 하는 책도 몇 권 구했는데, 영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읽을 책도 많고, 사고 싶은 책도 많은 가련한 중독자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러다가는 정말 흥미가 가는 책만 읽는 등, 사유가 좁아져 어느새 나도 모르게 노땅으로 머리가 굳어져 버릴 지도 모르겠다.  아니 이미 굳어지고 있는걸 나만 모르고 있는 것일지도.  


2017년 하고도 5월, 엘러지 때문에 잠을 설치는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어, 아예 당분간은 잠이 오면 자고, 어려우면 딴 짓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작정했다.  책을 보거나 TV 혹은 게임은 할 수 있어도 그 정신에 일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만, 사실 생활패턴이 그렇게 낮과 밤을 바꿔 익숙해진 것이 아니라면 시간의 경계에서는 달리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해롱거리면서도 아침의 업무를 마무리하고 오후까지도 열심히 필요한 걸 처리했다.  물론 신경을 많이 써야하는 creative한 업무는 내일과 모레로 다 미뤘지만, 어쩌랴.  사실 신명나가 일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매일의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걸 하나라도 미뤄내는 것도 이제 자영업 6년차에 들어선 지금, 터득한 하나의 노하우라고 하겠다.  그렇게 하루가 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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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산책자 - 강상중의 도시 인문 에세이
강상중 지음, 송태욱 옮김 / 사계절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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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이면서 아주 댄디한 강상중 선생의 에세이. 서경석 선생의 글보다는 많이 가볍다는 느낌, 그리고 좀더 멋을 부린다는 느낌. 자기관리를 잘 해서 이렇게 멋진 모습의 지식인으로 나이를 먹어가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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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스트레스를 반영하는 듯 금년에도 읽기는 무척 열심히 책을 읽고 있다만, 역시 지금까지도 상대적으로 덜 복잡한 책을 주로 읽는 것을 보면, 필요한 건 고민과 성찰이 가득한 책 보다는 일상을 떠날 수 있게 해주는 활극이나 추리, SF, 판타지를 몸이 더 필요로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내용은 다르지만, 기시감을 준다는 점에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비슷한 패턴을 보여주는 것 같다.  '너의 이름은'이 최근작, '초속 5센티미터'가 이전의 작품인데, 하나는 타임슬립과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몸이 뒤바뀌는 경험을 하는 과거와 미래의 남녀의 이야기라면 다른 하나는 어린 시절의 연애담, 둘 다 지나친 후의 어른이 된 남자의 관점에서 떠올리는 과거의 회상으로 전개되는데, 둘 다 결론을 보여주지는 않는 오픈엔딩이다.  가벼운 책이지만, 유명한 애니매이션이기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내가 남자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좀더 큰 기시감을 주는 것 같다.  이런 특이한 연애경험을 모든 남자들이 갖고 있지는 않겠지만, 읽다보면 누구나 한번 정도는 이런 경험을 했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   DC을 오가며 잘 읽은 책.


두 작품 모두 우치다 야스오의 소설인데, 나온 순서상 이들보다 뒤인 '덴카와 전설 살인사건'을 먼저 읽은 후 작가에게 흥미를 갖게 되머 마저 구해서 읽게 되었다.  역시 괜찮은 작품들이고, 재미 또한 쏠쏠했다. '고토바...'는 아사미 탐정이 등장하는 첫 작품인 듯 한데, 현재의 살인사건의 단서를 찾아가면서 8년 전에 죽은 그의 여동생의 죽음의 실마리를 잡아가면서, 범인을 찾아간다. 비교적 무난한 추리.  '헤이케...'는 보험사기에 가담한 사람들, 그리고 하나씩 죽어나가는 이들의 뒤를 캐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사미 탐정의 연애와 나름 기상천외하게 전개되는 뜻밖의 단서를 잘 따라가다보면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한 수준의 추리였다.  둘 다 나쁘지 않았고, 이야기가 어느 정도 흘러간 시점에서는 나도 용의자들의 범위를 좁힐 수 있는 수준의 트릭이라서 큰 부담은 없이 이야기를 즐길 수 있었다.  


2017년 이내에 검은숲에서 나온 예쁜 이 컬렉션을 일단 모두 모아보기로 했다.  엘러리 퀸이라는 필명은 두 사람이 함께 소설을 쓰면서 탄생한 건데, 미국추리소설의 황금시대에 속하는 이름이 아닌가 기억한다.  '퀸 수사국'은 단편을 모은 소품집 같은건데, 엘러리 퀸이 창조한 명탐정 드루리 레인이 등장하는 작품은 없고, 실명으로 엘러리 퀸이 직접 등장하는 시리즈의 이야기들 중 비교적 간단한 놀이(?)를 선사하는 수준의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역자의 말마따나 머리가 복잡할 때는 추리소설조차도 장편이나 진지한 이야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어, 이런 정도의 이야기가 딱이다.  검은숲은 북스피어, 모비딕과 함께 참 고마운 출판사가 아닐 수 없다.  근데 마쓰모토 세이초나 란포의 책은 더 안 나오는 건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경우에는 신작을 기다린지도 꽤 오래된 것 같은데.


찍 잔 덕분에 일찍 일어났다.  주말일수록 어쩌면 하루를 길게 쓰는 것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gym이 6시에 여니까, 이에 맞춰 나갈 생각이다.  날씨가 조금만 더 따뜻해지면 수영에도 도전해볼 생각.  조금 멀리 있는 다른 gym을 이용해야 하니 좀더 일찍 나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weight후 가볍게 뛰어주고, 풀에서 땀을 식히는 것도 상쾌할 것 같다.  오늘의 오전 운동 후에는 역시 서점에 나가서 아침의 커피향기와 책냄새를 즐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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