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바나 다카시의 책 두 권이 출간되기를 계속 기다리고 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와 "죽음은 두렵지 않다"라는 두 권이다.  예정대로였으면 벌써 내 손에 들어왔을 책인데, 아직까지 출간이 미뤄지고 있다.  애초에 그러려고 했으면 출간날짜를 잡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지금이라도 빨리 이 두 권의 책을 출간해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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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째사회인 2016-11-17 1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transient-guest 님, 안녕하세요?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는 12월 출간 예정으로 작업중에 있습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cyrus 2016-11-17 11:2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제가 해당 기사의 사소한 내용만 가지고 추측해서 단정짓고 말았습니다.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내용을 전달한 제 행동에 깊이 반성하고,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transient-guest 2016-11-18 01:44   좋아요 0 | URL
직접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빨리 나왔으면 좋겠어요. 다치바나 다카시의 다른 책들도 계속 나왔으면 합니다.
 

작년 이맘 땐 엘니뇨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왔었는데, 금년에는 반작용인 라니냐 때문인지 영 비가 오지 않고 있다.  덕분에 해가 뜨면 날씨가 꽤 따뜻해지는데, 이래서야 가을기분을 느낄 수가 없다. 하지만 엉뚱한 이유로 가을의 우울이 계속되고는 있는데, 모두 트럼프 탓이다.  그래도 오전에 일찍 출근해서 여러 가지의 자투리 업무를 끝냈고, 내일은 조금 더 큼직한 한 건을 정리하려고 한다.  그럭저럭 삶은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적당한 추리와 감동을 주려고 노력은 하는데, 영 재미가 없다.  다음 번에,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만나면 또 다른 느낌으로 마주칠 수 있겠지만, 2016년 11월에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열심히 읽고 느끼려고 노력했으나 시리즈의 첫 번째를 읽었을 때의 나쁘지 않았던 정도에서 오히려 더 흥미가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라이트 노벨 계열은 확실히 작가, 작품, 모티브에 따라 편차가 심한 것 같다.


'빅 히스토리'라는 개념이 나온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에 팟캐스트를 듣다가 이 책과 개념에 대한 소개를 듣고 궁금해서 읽어봤다.  일단 사실상 삼라만상의 모든 것을 다 넣은 히스토리라는, 무척 방대하고 포괄적인 역사학으로써의 접근은 매우 흥미를 준다.  그런데, 테제에 대한 관심과는 별개로 난 이 책을 그리 재미있게 읽지는 않았다.  내가 원래 강의나 강연을 책을 엮은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현장에서는 아무리 좋았을 내용이라도 그 느낌을 쏙 빼고 담담한 필체로 서술할 수 밖에 없는 책의 한계 때문인지, 수박 겉핣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다만 학문의 분야로써, 그리고 향후 우리라는, 그러니까 인류라는 종을 생각하는데 있어 상당한 패러다임 shift와 관점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유망하고 재미있는 하나의 field가 될 것 같다는 인상은 충분히 받았다.  이런 survey계통으로 가닥을 잡으면 이제는 specific으로 가야 하는데, 아직 새로운 접근이라서 책이 많이 나와있을지는 모르겠다. 


마 우울증이 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는 요즘이다.  그저 운동을 놓지 않고, 책도 계속 읽으려고 노력하면서, 의무감을 갖고 하루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런 때는 그저 견뎌내고 살아남는 것이 답이다.  이제 슬슬 많은 것들을 한번 정도는 뒤돌아볼 시기에 들어선다.  이와 함께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서도, 아니 그런 것들로 인해 어쩌면 나중에는 후회할 선택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내년 이맘때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다자이 오사무 전집 - 3권으로 나온 열림원판 - 을 읽고 있으며 소세키는 잠깐 멈췄다.  둘 다 읽으면서 정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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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1-17 0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부터 트럼프 당선을 예견했다고 주장하는 우파들은 뭣이 중헌지 모르고, 클린턴 당선 예측한 언론과 지식인들을 비판하느라 여념이 없어요. 그걸로 구실 삼아 좌파를 까는 중입니다. 박ㄹ혜를 까지도 못한 것들이 지들 하고 싶은 말은 잘 해요.

transient-guest 2016-11-17 00:41   좋아요 0 | URL
완전 거짓말로 들립니다. 미국에서도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한 사람은 몇 안 됩니다. 가금 유투브로 보면 아주 가관이에요, 그 패널들...뭘 얘기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떠들어댑디다. 트럼프 당선을 예측한 교수가 1-2년 내의 트럼프의 탄핵을 예언(?)했습니다. 공화당 주류가 팬스를 원하고 있고, 트럼프 자신이 (1) 국가안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끼치는 짓을 하거나 (2) 뒤로 돈을 벌다가 (가카처럼) 탄핵될 구실을 준다고 하네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2016-11-17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18 0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는 하루종일 우울해서 일도 무엇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나마 이를 악물고 하던 운동을 했을 뿐인데, 그것이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명백한 FBI의 선거개입 때문에 다 이긴 선거를 졌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그 결과 트럼프라는 희대의 괴인이 백악관의 주인이 되어 다음 4년간, 오바마 행정부가 이룩한 지난 8년간의 업적을 훼손하려고 할 것이다.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빼면 세계의 정세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 비록 그간 많이 약해졌지만 - 여전히 세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강대국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트럼프의 예측불허한 행보는 많은 이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그의 당선가능성이 상승함과 동시게 큰 폭으로 하락한 각종 증권지수가 이를 반영하고 오직 푸틴 같은 이들이나 반기는 그의 당선을 보면, 안간힘을 쓰고 버티던 미국이 드디어 쇠락기에 들어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오늘도 이런 저런 이유로 일정이 좀 꼬여서 아침부터 서점에 나와서 밤 사이에 들어온 메일들에 답변을 하고, 커피를 마시면서 힐링을 하고 있다.  오전 11시에 외부미팅이 있어 사무실에 들어가면 금방 다시 나와야할 것 같아서, 대충 한 시간 정도를 근처에서 때우기로 한 것이다.  서점이든 카페든 혼자 나오면 아쉬운 건, 오래 앉아있고 싶을 때, 그런데 중간에 화장실에 다녀오고 싶을 때다.  PC도 그렇고 가방도 그렇고 뭐 하나 그냥 놔두고 갈 수가 없어 성가시기 그지 없는데, 천상 최대한 앉아있다가 다시 다 챙겨서 화장실에 다녀온 후 다시 자리를 잡는 수밖에 없다.  2-3주 전엔가 금요일에 산타크루즈로 넘어가서 해변을 한 바퀴 돌고나서 예전에 즐겨 찾던 펄고라시라는 히피카페에서 맥주 한 잔을 시켜놓고 앉아 있었는데, 역시 두 시간 이상은 같은 이유로 더 있을 수가 없더라.  그런 이유를 빼면 기실 약간은 lone wolf같은 기질이 있어서 그런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여럿과 다니는 것보다 더 즐거울 때가 많다.  오전 9시. 서점이 여는 시간에 맞춰 한 시간 전에 내렸을 커피를 한 잔 받아 넓은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책을 구경하고 책냄새를 맡는 시간은 나에게 무척 소중하다.  


시마다 소지의 책 남은 한 권, 그리고 새로 산 라이트노벨 냄새를 폴폴 풍기는 추리/환상 같은 책 한 권을 읽었는데, 지난 2-3일 간은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해가 떨어지면 자버리는 생활을 했다.  비가 오지 않아서 그런지, 가을 기분이 나지 않아서 한창 타던 가을분위기는 갑자기 여름처럼 느껴져 가을남 생활은 자연히 멈춰졌다만, 우울은 한 동안 계속 될 것이다.


동화와 사회파가 결합된 듯 묘한 전개와 결말을 보여준 책이다.  신본격을 주도한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읽을수록 사회파의 요소를 보여주는 듯한데, 특히 재일한국인, 2차대전 중 일본이 저지른 만행, 특히 식민지 조선과 조선인들에게 끼친 피해, 진심이 없는 사과와 번복을 반복하는 일본정부, 우익 등의 문제는 그의 작품세계에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다른 책에서도 그랬지만, 작중인물의 입을 빌려 나오는 시마다 소지의 역사관은 그런 면에서 내가 그의 팬이 되는데 있어 큰 영향을 미쳤는데, 간접적인 발언 - 하루키 같이 - 이 아닌 상당히 직접적으로 이런 이슈를 언급하고 일본의 만행과 부족한 전후인식에 대해 비판하는 일본작가는 그리 많지 않기에 그는 매우 귀한 my author이다.


어린 아이가 목격한 어른들의 이야기.  단순한 삼각관계에 의한 치정살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결말은 훨씬 다른 쪽으로 전개되어 사회파의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한창 조총련-북송교포의 뒷날, 그리고 일본인 납치사건 같은 것들이 뉴스가 되던 시절 영감을 얻어 나온 작품 같다.  깔끔하고 쉽게 읽힌 책이다.  복잡한 추리도 없다.  


책 속도 아니고 가로변에 매직으로 큼직하게 이름을 쓴 중고본을 받았다.  그딴 짓을 했으면서 책을 팔아버린 심리는 무엇일까요 백XX씨.  다음부터는 그렇지 마세요.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그 속에 어린 추억과 아쉬움을 힐링해주는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내용이다.  예전엔 hot spot이었지만, 지금은 쇠퇴해버린 지방의 상가거리 - 마치 한국에서 내가 살던 동네의 상가거리처럼 이층상가건물이 1-2킬로미터 정도의 거리에 마주보고 서 있던, 일층은 상가, 이층은 살림집의 형태로 - 에 위치한 시계수리점.  같은 거리에 있는 미용실, 거기에 이사온 주인공, 그리고 대학생이면서 수행승 같은 다이치라는 묘한 청년을 3 top으로 놓고 드나드는 등장인물들의 추억이나 과거에 어린 수수께끼를 풀어주고, 어떤 연유에서인지 현실과 꿈의 경계를 넘나드는 플롯.  딱히 애틋함도 없고, 아직까지는 그냥 그렇다.


주초에 나온 것으로 아는데, Lee Child의 Jack Reacher시리즈 신작이 나왔다.  하드커버 원가가 보통 $25-$30인데, 멤버쉽 D/C가 40%, 여기에 이번주에 받은 20%쿠폰을 더하면 심지어 Costco보다 낮은 가격으로 살 수 있다.  그리고 지난 주 Costco에 보고 지나친 John Grisham의 신작은 구매를 망설이는 중.  워낙 다작에 재독률이 낮아서 금방 헌책방에 풀리는 걸 알기 때문이다.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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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6-11-11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이 이제 진짜 망하려나보다 생각했어요. 어떻게 그런 인간을 뽑을수 있죠? 라고 생각했으나, 곧바로 이명박과 박근혜가 생각나서 할말을 잃었습니다. ㅜㅜ

transient-guest 2016-11-11 10:21   좋아요 0 | URL
밤 9시 정도에 TV를 끄고 자버렸어요. 도저히 보고 있을 수가 없었거든요. 벌써 hate crime과 백인우월주의자 혹은 슬그머니 거기에 동조하는 인간들의 발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음 4년간 무척 힘들 것 같아요...

2016-11-11 0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11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11-11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이 큼지막하게 적힌 책은 안 사려고 하는데, 그 책이 절판본이라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

transient-guest 2016-11-12 02:32   좋아요 0 | URL
물론입니다.ㅎㅎ 책은 많을수록 좋아요...ㅎ
 

[타이거 타이거]

2014년 정도에 종영된 미드 Mentalist에서 보면 Red John이란 연쇄살인범의 조직원들이 쓰는 암호가 tiger tiger이다.  책이나 작가 혹은 스토리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이 사실을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떠올릴 수 밖에 없었는데, 내가 머리속에 워낙 잡다한 것들이 많이 들어있는 사람이라서 간혹 겪는 일이다.  


어느 시기에 인류문명은 순간적인 공간이동법을 개발하고 이를 처음으로 연구한 사람의 이름을 붙여 '존트'라는 고유명사는 공간이동을 의미하게 된다.  단, 좌표가 정확하고 '존트'를 하는 사람이 연상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면 '존트'는 불가능하며, 자칫하면 '존트'를 하다가 시공간의 사이에서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고 한다.  


스토리에서 가장 흥미있게 느껴진 부분은 대개 이 정도로 '존트'에 대한 내용과 미래의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제외하고는 다소 지겹게 느껴지기도 했었던 주인공의 복수행각이 주된 내용이었던 것 같다.  SF를 무척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이 책은 그리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다.


[이와니미 총서 2 - 논문 잘 쓰는 법]

이 책을 읽고서 논문을 잘 쓸 수 있었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논술 때문에 고생하는 일도 없을 것이고, 작가지망생들은 벌써 모두 등단해서 걸작을 뽑아내고 있을 것이다.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한 책은 많이 있는데, 결론적으로 부단한 노력으로 글쓰기를 연습하는 것, 그리고 어느 정도의 재능은 타고나는 것, 여기에 몇 가지 좋은 지침서를 찾아 연구하는 것 외에는 다른 지름길이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타고난 재능이 매우 중요한데 technical한 것은 가르칠 수 있지만, 이야기를 뽑아내는 재능, 즉 평범한 것을 재미있게 만드는 능력의 경우에는 배우는 것이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내용도 딱딱했고, 조금 지난 시절의 글쓰기 이론이라서 그랬는지, 눈에 딱 들어오는 내용은 찾기 힘들었다.  게다가 글쓰기른 너무 기술적이고 기계적인 측면으로 접근했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기 때문에 무엇을 배웠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그저 교양을 위해 읽어나가는 책이라고나 할까.  기왕 시작한 거, 이와나미 신서의 책은 천천히라도 계속 읽어나갈 생각.


[우리, 독립책방]

걱정했던 것처럼 잡지기획 같은 맛이 너무 강했다.  거의 같은 질의내용을 다양한 서점주인의 시각에서 답변을 받았기 때문에 특별히 겹치는 내용은 없었지만, 역시 에세이 보다는 잡지의 기사 같은 느낌이라서 중반을 넘어가면서 지루하단 생각을 했다.  


독립책방이라는 것이 많이 생겼나 싶다.  그런데, 앞서 읽은 몇 권도 그랬지만, 실제로 책방을 꾸려서 세를 내고 벌이를 할 수 있는 수준의 영업이 되는 곳은 많지 않은 듯 했다.  오히려 다른 일을 해서 번 것으로 생활을 해결하고 심지어는 책방경영에 투자하는 듯한 모습을도 보였는데, 그렇게 해서 얼마나 꾸려갈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일종의 사회운동이나 개인의 꿈을 실현하는 수준에서 멈춘다면 결국 이것도 한 동안 유행을 타는 사회현상으로 끝날 것 같고, 이후로는 더더욱 서점을 운영하려는 사람이 없어질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보기에는 좋지만, 아직까지는 내실이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다.  부디 잘 키워져서 더 많은 작은 서점들, 자신만의 캐릭터를 고수하면서 이에 맞는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특화된 방향도 좋겠고, 평범한 보통의 서점도 좋겠다.  그저 많이 생기고 모두 번영하길.


[러시아 유령 군함 사건]

제정 러시아의 마지막은 그 참혹함도 그랬고, 라스푸친 같은 인물에 얽힌 미스터리, 러시아 혁명에 얽힌 음모론 등 흥미있는 소재가 많이 있다.  그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던 사건은 아나스타샤 공주 (라고 주장하는 이)의 갑작스런 등장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세계불가사의백과에도 나와있을만큼 당시 유럽사람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자극했던 이야기인데, 혁명과 내전의 혼란속에서 급하게 처형된 것으로 알려진 황가의 유일한 생존자임을 주장하는 한 여자의 등장은 정치적인 문제와 유산문제 등 많은 이슈를 만들어 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서 모티브를 가져온 이번 이야기는 사실 처음에는 거의 추리가 불가능했었다.  


메이지 끄트머리 아니면 다이쇼 초기, 산중혼수에 갑자기 나타난 러시아 군함과 병사들.  마을의 전설로만 남아 있었던 사건이지만, 당시 이들이 묵던 호텔에 사진으로 남아있는 군함은 가짜가 아니었고, 귀신의 장난도 아닌 기상천외한 발상의 결과였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추리소설을 그렇게 읽어왔어도 연상능력은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없어, 아나스타샤에 얽힌 이야기만 대략 따라갔을 뿐, 결론이 나왔을 때에는 허탈할 만큼 터무니 없다는 생각을 했다. 정통 추리물이라고 이야기하기엔 조금 모자라지만, 그럭저럭 평타는 한 것 같다.    


[이방의 기사]

이 또한 상당한 twist를 보여주는 작품인데, 미타라이와 이시오카가 처음으로 만나는 시점의 이야기다.  과거를 잃어버린 한 남자가 그야말로 장기판의 pawn이 되어 조작 위에 날조된 사실을 바탕으로 한 사람을 죽이지 않을 수 없도록 완벽하게 setup된 무대와 플롯.  이것을 만든 건 사람의 마음, 사람에 대한 마음.  그런데 이것을 부수는 것도 사람의 마음, 사람에 대한 마음이다.  단순히 작가로만 알고 있었던 이시오카의 과거에 이런 황당한 사건이 있었다는 것도 놀랍고, 당시만 해도 명탐정으로 이름을 떨치기 전, 맛없는 커피를 마시며 점성술을 가르치던 미타라이의 모습도 우습다.  비슷한 모티브의 이야기를 어디선가 여러 번 본 기억이 나는데, 정확한 원전은 생각나지 않는다.  몇 군데서 나왔을 것이다.  

이 작품으로 이시오카가 나중에 보여주는 어둠이랄까, 의기소침함 같은 것이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  미타라이는 오히려 이때가 조금 더 인간 같고, 후기의 이야기에서는 Big Bang Theory의 Sheldon Cooper같다.  어쩌면 모든 것을 의심하는 버릇을 갖는 편이 살아가는데 있어 더 나은 방법인지 모르겠다.  사기도 분명히 이런 식으로 당하는 것이겠지?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이건 왠지 에드가 앨런 포우의 '어셔가의 몰락'이 떠오르는 모티브다.  그런데 제목을 빼면 그렇게 많이 비슷한 것 같지는 않고, 오히려 일본 특유의 '덕후'기질을 보이는 범인의 집념이 만들어낸 공간임을 알게 된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해, 그리고 그 한 순간을 위해 엄청난 부를 기울여 만들어진 이 저택은 홋카이도 북단에 위치해 외따로 떨어져 있다.  여기에 초대된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아주 보통의 인간도 있고, 어중간한 사람도 있고, 악한의 면모를 보여주는 지역유지/건달 같은 이미지를 보여주는 남자도 있다.  작품이 달리 특이하다기 보다는 미타라이와 우시코시가 만나는, 일종의 콜라보레이션 같은 구성이 찰지게 재미있었다.  보통 미타라이가 등장하는 소설은시마다 소지가 창조한 다른 세계 - 유능한 경찰인 요시키 경감의 universe와 겹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비록 요시키 경감은 나오지 않았지만 여러 사건에서 그와 각별한 사이를 보여주었던 우시코시가 나온다.  즉 이들은 같은 세계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미타라이가 이 사건에 도움을 주기 위해 홋카이도에 가는 것은 중반을 넘어간 시점인데, 우시코시가 도쿄에 청한 지원요청에 대한 답변으로 그가 추천되었던 것이다.  이번에도 자료를 모두 주었다고 주장한 후 독자에게 추리도전을 던지는데, 역시 난 연상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범인을 알 수는 있었지만, 그의 수법을 파악하지는 못했다.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미라 살인사건]

내가 시마다 소지의 팬이 되었기 때문에 읽은 책이다.  사실 그닥 흥미가 가는 플롯도 아니고 소설은 셜록 홈즈의 오마쥬 같은 면도 있었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소세키와 셜록 홈즈가 만났다는 가정으로 만들어진 세계지만, 역시 팬이 아니었다면 읽지 않았을 것이다.


런던에 유학중인 소세키는 우연한 기회에 셜록 홈즈와 왓슨을 만나게 되고 마침 멀쩡하게 잠자던 사람이 하룻밤 사이에 미이라가 되어버린 괴사건을 함께 풀어나가게 된다.  


맘에 들지 않는 것은 소세키의 관점에서 묘사되는 홈즈와 왓슨인데, 시종일관 그의 관점으로 그려지는 홈즈는 반미치광이, 왓슨은 홈즈를 돌보는 정상인이다.  같은 사건에 대한 왓슨의 기술은 물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셜록 홈즈의 모습인데, 아이디어는 참신하지만 난 역시 내가 아는 홈즈 그대로의 모습을 보는 것이 더 좋다.  


트릭은 그냥 좀 우스운 결론으로 끝나는데, 역시 추리소설에서 요구되는 연상이 부족한 터,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플롯도 조금은 loose해서 제대로 건드리지 않거나 사용되지 않는 장치도 있기 때문에 그냥 스토리만 즐겨도 무방할 듯.


[최후의 일구]

두 개의 연결된 작품.  아마도 거품경기를 전후로 하여 일본을 흔들어 놓았던 사채금융에서 가져온 모티브인 듯.  속이 시원한 결말이었는데, 한국이 이상하게 나쁜 것들은 일본을 그대로 따라가는 면이 없지 않기에 이명박과 박근혜가 풀어놓은 사채금융, 거기로 흘러든 막대한 아쿠자 money 같은 것들에서 야기되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더욱 심해질 가계부채, 가족과 사회의 붕괴 같이, 한국이 곧 마주칠 거대한 문제들이 떠올랐다.  추리소설의 요소는 거의 없고, 야구에 바친, 하지만 한번도 제대로 피어나지 못했던 주인공의 마지막 일구, 친구와 사회, 아니 자신을 위한 마지막 한번의 피칭이 가져온 통쾌한 결말이 기억에 남는다.





또다시 책읽기가 그저 그런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일은 바쁘다 말다, 연말로 흘러드는 형편인데, 이것 저것 새로 추진하는 것들 때문에 내년 초부터 맘이 분주할 듯.  12월까지 잘 close를 하고 짐거리를 내년으로 넘기지 않았으면 하는데, 여러 모로 걱정도 많고 신경도 많은 쓰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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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1-09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럼프 때문에 걱정거리 하나 더 늘어나게 생겼습니다.. ^^;;

transient-guest 2016-11-10 06:04   좋아요 0 | URL
이제부터 미국은 쇠퇴기에 들어섰다고 봐야지요...-_-: 다음 번에 좋은 사람이 나와도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봅니다. 일단 첫 4년은 재앙이구요..
 

[산시로] 













산시로라고 하면 난 우선은 '스가타 산시로'를 떠올린다.  스가타 산시로는 메이지 시대, 강도관 유도의 초창기, founder 가노 지고로의 수제자들 중 한 명으로서 '산폭풍 = 야마아라시'라는 기술로 유명했던 사이고 시로를 모델로 하여 만들어진 영화의 이름이자 주인공이다.  예전에 한번 다른 출판사의 번역으로 나온 [산시로]를 읽었고, 이번에 조금 더 정성들여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다시 [산시로]하면 '스가타 산시로'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흔히들 젊은 시절 한번쯤은 산시로가 되어봤을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산시로가 겪는 일이나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에 대한 묘사는, 비록 지금과 100년 이상의 시간차이가 나긴 하지만, 보통의 20대를 보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20대의 순수함과 풋풋함에서 오는 미숙함이랄까, 경험의 부족에서 오는 용기 내지는 timing을 잡아내지 못하는 것도 그렇고.  요즘은 인서울 학교는 대부분 수도권에서 가지만, 과거 지방에서 상경한 지역수재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도 있고 해서, 두 번째의 독서는 더욱 친근하게 다가와 주었다.


산시로의 일도 그렇고, 다른 등장인물도 flow에서 큰 무리가 없는데 소세키의 여성 캐릭터는 왜 항상 연애와 결혼을 분리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분명히 산시로와 썸을 타는 것 같았었는데, 소위 좀더 그럴듯한 상대가 갑툭튀해서 결말을 지어버리는 건 다른 작품들에서도 비슷하게 차용된 것 같다.  어떤 분의 글에서도 이런 부분, 그러니까 신여성에 대한 소세키의 반감(?) 같은 것을 이야기한 것을 보았는데, 그 정도는 아니라도, 마음이 지향하는 바와 머릿속에 들어있는 현실 사이의 묘한 괴리감 같은 것은 느껴진다.  아직은 자유연애가 성행하기 이전의 시대였고, 여자팔자는 능력보다는 어떤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던 때였음을 감안해야 하지만, 어쨌든 산시로의 썸은 그렇게 끝나버렸으니까.  


책이 나에게 가장 잘 다가오는 순간은 아마도 내가 겪었던 일이나 현재 느끼는 것에 투영이 되어 격한 공감을 느끼는 때가 아닌가 하는데, 그런 점에서 나도 분명 한때는 산시로였으리라.   


[그 후]













[그 후]가 [산시로]의 다음편이라고 해서 계속 산시로를 찾아보다가 이름이 바뀌었거나 성을 사용한 것인가 싶어 다시 한참 책을 뒤져보았다.  그러다가 온라인에서 간략한 reference를 찾고나서 이 바보같은 짓거리를 멈출 수 있었다.  


내용의 모티브가 [산시로]에서 이어지는, 전기 3부작의 두 번째 이야기인 것을 그렇게 험한(?) 경로를 통해 알고 나서, 다시 열심히 읽어가면서 왜 이 책이 [산시로]에서 이어지는지 생각해보았다만, loose하게 이어지는 점 왜엔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만 [산시로]의 이야기가 20대 초반의 대학시절을 다룬 것이라면 [그 후]는 말 그대로 사회에 나온 사람들의 삼각관계가 된다.  


좋아하는 여자는 친구의 아내가 되어 있다.  그것도 나의 중매로.  그런데, 실제로 이 여자와 썸을 타던 건 나였다.  게다가 이 친구놈은 결혼 후 취업자리가 잘 풀려 사는 듯 했는데, 알고보니 파락호가 되어 있다.  말하지는 않고 있지만, 친구의 아내가 사는 모습이 안쓰러워 이리저리 돈을 변통해주면 다른 것에 써버리고 만다.  겨우 다시 취직은 했는데, 사는 모습도, 부부사이도 그냥 그렇다.  "내"가 처음에 신경쓰는 건 부부가 잘 살았으면 하는 것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녀"가 좀 잘 살았으면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시절, 아니 소세키가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사람들의 문제는 종종 '돈'이 없다는 사실이다.  "나"또한 부자인 아버지로부터 생활비를 타 쓰는 룸펜이다.  그런 주제에 서생과 하녀까지 두고 살지만 거기에는 조건이 있다.  아버지가 찍어주는 여자와 결혼해야 하는 것이다.  제사에 쓰는 소처럼 정략결혼을 위해서 키워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나"라는 "소"가 갑자기 제물로 쓰이는 것을 거부하고 "사랑"을 하려고 한다.  사회통념상 문제가 있고, 친구라는 놈을 생각해도 그렇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역시 "나"에게는 땡전한푼이 없다는 것.  예나 지금이나 오까네가 문제다.  


여러 번 고민도 하고, 형과 아버지와 형수와 이야기도 해보고.  하지만 결국 "나"는 맘이 가는대로 해야겠다.  게다가 "그녀"와의 마음도 확인을 했고.  그런데 방법이 좀 묘하다.  친구에게 가서 결심을 통보하다니.  


후회가 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  과거를 생각하면 이런 저럼 분기점에서 다른 행동을 취했었어야 했다는 건, 지금에서, 그간의 경험과 생각이 쌓였기에 알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지금 과거에 취했었어야 하는 행동을 지금으로 가져와버리는 것에서 현실의 문제가 발생한다.  모두에게서 단절되는 것으로 말이다.  "그녀"는 얻었으되, 다른 걸 다 잃어버린 삶.  그 삶이 행복하리란 보장은 없다.  맘대로 산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문]













이제 드디어 3부작의 마지막이다.  [문]에서의 이야기는 [산시로]에서 [그 후]로 이어지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의미에서 [그 후] 다음의 일을 다룬다고 이해된다.


부부의 과거에 대한 언급은 별로 없다.  뭔가 안좋은 일을 통해 맺어진 듯한 이야기는 대화나 설정에서 가끔씩 나오는데, 여기서 마치 [그 후]의 "나"와 "그녀"가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사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한국의 멜로드라마 같은 [그 후]의 격정(?)과 모든 것을 던져버린 사랑은 이미 과거의 이야기. 이제 이 부부는 그렇게 세월속에서 다른 모든 것과 단절하고 가난하게 서로를 의지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특별한 건 하나도 없고, 여전히 돈도 없고.  "그"에게는 아무런 비전도 보이지 않는다. 


원래 재산이 없지는 않던 집안이었는데, 어찌하다 보니 숙모가 다 가져가버렸고, 그 조건으로 뒤를 봐주던 동생은 재산이양이 다 끝나고 바로 cut-off되어버린다.  


마치 사랑의 흔적과 세월의 정만 남은 듯한 부부의 모습에서는 [산시로]의 가슴 설레이는 풋풋한 썸도, [그 후]의 애절한 사랑도 느껴지지 않는다.  함께한 세월에서 얻어지는 그것이 사랑을 대체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이런 경우 "애"가 있으면 그럭저럭 살아간다고 한다.  그런데 이 부부에게는 옵션이 아니다.  몇 번의 기회가 있었으나 결국은 "애"는 가질 수 없는 사이가 되어 인생의 변화는 더 이상 추구할 수 없고,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서서히 희미해지는 사랑을 잡아줄만한 것 또한 조금씩 사라져갈 것이다.  "정"이 "사랑"의 대체재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문]의 다음 이야기가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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