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날짜로는 2016이 대략 4일 정도 남은 시점이다. 보통은 사무실 문을 닫고 휴무를 하기도 하는데, 난 1/3-1/11까지의 휴가를 잡아놨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막판에 한꺼번에 들이닥친 밀린 업무를 정리하느라 거의 쉬지 못하고 일을 하고는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하루/이틀 정도 일정이 비어버린 탓에 붕 떠버린 상태. 막간을 이용해서 아직은 2016년의 독서량으로 잡힐 몇 권의 책을 읽고 있다.
일단, 내가 아는 한에는 페넘브라의 24시 서점이란 책가게는 샌프란시스코에 없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관광지 포인트와 business district, 그리고 shopping district...그리고 차이나타운을 빼면 사실 샌프란시스코를 그닥 잘 안다고는 말 할 수 없지만, 분명히 그렇다. ( 2017년에는 City Lights Bookstore은 꼭 가봐야지)
이 기묘한 서점에서는 보통의 책도 팔기는 하지만 모기업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기에 정작 직원의 주요업무는 일종의 사서라고 할 수 있다. 회원들에게만 대출되는 이상한 책들을 관리하는데, 엄선된 회원들은 영생의 비밀이 담겼다는 founder의 암호를 풀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암호해독은 오직 아날로그로만 가능하다는 것이 서점의 법칙인데, 전직 web designer인 주인공이 취직하면서 조금씩 이 법칙에 도전해간다. 구글의 최신기술과 imaging 기술을 동원하여 영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text를 취합하고 3D로 구현하는데, 영생을 얻을지에 대한 이야기는 혹시 읽을 사람을 위해 남겨두겠다.
전체적으로는 흥미있게 읽은 책인데, 플롯을 가져가는 방법과 발상은 괜찮았다. 하지만, 맺음이 조금 아쉬웠는데, 이건 저자가 전문적인 글쟁이는 아니기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기술이 전부는 아니지만, 글쓰기에는 기술이 필요한 부분이 분명히 있고, 독학으로 이를 터득하는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상을 받았다고 해서 얼떨결에 구한 책. 큰 활자체를 감안하면 단편이나 중편에 가까운 양이다. 그렇다고 해서 복잡하거나 어려운 내용도 아니라서 나는 어제 오후에 스타벅스에 앉아 주문한 아메리카노를 식히면서 한 50분 정도에 다 읽은 것 같다. 읽고난 후의 느낌은 신판 모던타임즈 같다는 것.
주인공은 어딘가 고장이 난 사람이다. 일종의 사이코패쓰 기질이 다분한 듯, 싸움을 말리기 위해 aggressor아이의 머리를 삽으로 때린다던가 히스테리를 부리는 선생님의 말리기 위해 스커트와 팬티를 잡아내린다던가 하는 등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문제가 있었고, 이후 왕따는 아니지만, 간신히 남들과 비슷하게 자신을 숨겨온 채 18년 동안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편의점이라는 작은 구조의 기계와도 같은 시스템 속에서만 제몫을 할 수 있는 사람인데, 덕분에 편의점을 떠나면 심지어는 밥을 먹는 행위조차도 기계적으로 필요한 것을 입에 넣는 형태로 해결하는 사람이다.
책을 읽을 때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만이 독서방법이 아니고 소설을 읽는 단 하나의 길도 아니라서 그런 노력은 일찌감치 포기했지만 읽는 동안 저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건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모던타임지를 보면 일을 하다가 기계처럼 바뀌는 사람을 볼 수 있는데, 주인공은 일이 그녀를 바꾸어 놓았다기 보다는 그 스스로 부품이 되어 정상인처럼 행동할 수 있는 곳은 편의점 밖에 없다는 자각에서 자신을 편의점에 특화된 인간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다. 박사학위가 없는, 그러니까 천재성을 누락시킨 Sheldon Cooper (big bang theory 주인공)를 연상시키는 머릿속도 그렇고, 행동도 그렇고, 어쩌면 사회체제에 편입되어 하루의 업무를 마치고 월급을 받는 대다수의 직장인도 그럴지 모르겠다. 회사를 떠나면 스스로 무엇을 하는 것이 어려운 그런 현대판 로보트...편의점은 작게 스케일된 사회의 샘플 같은 것이 아닐까? 편의점 인간은 그렇다면 결국 우리 모두의 모습이 (비록 현실에서는 크고 작은 차별성을 갖고 있지만) 맞다. 19세기 이후 국가교육체계를 통해 초-중-고, 이후 적어도 한국에서는 남들 다 가는 대학이니 어디라도 대학교를 나와서 다시 취업시험을 공부하고 취직하고, 적당히 있다가 결혼하고...애 낳고...그 process에서 비집고 나오면 편의점을 떠난 인간, 혹은 애초에 편의점에도 들어가지 못한 인간으로 폐품취급을 받게 되는...특이점은 어쩌면 인간을 완전한 로보트로 만듦에서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왕파리 한 마리가 블라인드 사이에 trap되어 나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덕분에 꽤 시끄럽지만, 난 녀석을 구해줄 생각이 없다. 환기를 시키면 요즘처럼 쌀쌀한 날씨에는 꼭 한 마리씩 들어온다. 내가 잡는 더러움과 수고스러움을 블라인드가 해결해주고 있는 셈이다. 생명을 존중받아야 하지만, 나도 살고 보자는 그런 생각이 더 강해서 파리, 모기, termite, 바퀴벌레는 꼭 잡아버린다.
연말에는 사무실을 좀더 정리하고 내년 9월까지 버티는 동안 쾌적한 환경을 만들 생각이었으나 내년으로 미루게 될 듯. 일단 책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고, 그간 쌓인 서류더미도 - 나중에 스캔하고 다 치울 - 무시할 수 없는데, 일단 큰 박스에 담아서 부모님 댁 차고에 보과할 생각이다.
작년부터 추진한 일이 최하 6개월 정도 늦춰졌는데, 어쩔 수 없이 일단 내가 혼자 시작해야 한다. 그것도 오롯히 내년 초에 잡힌 업무몫으로 돌아간다. 그러니 쉴 수 있을때 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