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새벽 4시에 일어났다. 하지만 운동을 쉴 예정이었고 달리 할 것이 없어서 잠깐 앉아있다가 그냥 살짝 다시 잠이 들어버렸다. 결국 푹 자고 정시에 출근하여 열심히 업무를 처리한 후 점심시간에 운동을 하는 것으로 약간의 아쉬움을 달랬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면 무엇을 할지 먼저 오늘 밤에 일정을 잡아봐야할 것 같다. 목적의식의 중요성을 새삼 느낀 작은 사건.
필명이 아닐까 의심스러울만큼 서박사님의 '서민'은 신의 한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누가 들어도 바로 기억에 남고, 어디에 가져다 써도 훌륭한 책제목이 된다. '서민'이라는 표현도 돌아가신 노무현 전대통령 이래 소탈함을 뜻하는 말로 쓰이기 때문에 거부감이 없다. 책제목을 짓는 것이 꽤 어려운 일이라고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서박사님은 걱정하실 필요가 없겠다.
'글쓰기'에 대한 책을 방법론적으로만 접근해서 이론을 풀어낸다면 아무리 '서민'브랜드의 파워를 믿는다고 해도 이해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서박사님의 '글쓰기'론은 신변잡기적인 에세이를 읽는 것 마냥 술술 읽힌다. 뿐만 아니라 정말 도움이 되는 실사례를, self-dis를 두려워하지 않고 잘 풀어냈기 때문에 적어도 하지 말아야할 것, 그리고 하면 좋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다. 나라면 그런 간지러운 편지는 못 쓰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 많이 생각한 건, 이렇게 솔직하게 책을 써야 한다면 난 책을 쓰기 어렵겠다는 거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부터, 지금까지, 늘 말씀하시는 '작은 눈',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까지, 어떤 이야기는 그냥 묻어두고 싶을법도 한데, 이 분은 아낌없이 과거의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자랑(?)이랄까, 이 정도로 성공한 커리어에 대한 자랑질이 보이지 않는다. 보통 anecdote을 즐겨 사용하는 분들 중 종종 '내가 참 이리도 잘났소'라는 듯한 에피소드가 남발하는걸 볼 때가 있는데, 그런 점이 전혀 없다. 옛날의 그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엔 대단한 자신감이 그런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참고할 이야기가 많았고, 스티븐 킹의 글쓰기책과는 또다른 방향에서 (사실 스티븐 킹은 너무 천재같아서) 도움이 된 책이다.
잊을만하면 한 권씩 나와주는 Vampire Hunter D 신간 26권. 1권이 영화판으로 나온 것이 1985년이니까, 지금까지 근 30여년에 걸쳐 나오고 있는 것. 특이하게도 D가 등장하는 건 초반부 이후. 서부영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한다. 최근 10권 중에서는 비교적 낮은 재미를 주지만, 작가가 그려내는 D의 세계관은 RPG가 하나 정도는 나와줘야 할만큼 흥미로운 배경을 보여주기 때문에 여전히 이 책은 기다려진다. 내년 초에 27권이 나온다고.
원래 아침형 인간이라서 일찍 일어나는 건 보통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여름 두 달동안은 술도 많이 마시고 더운 날씨 때문에 고생도 하는 등 게을러질 수 밖에 없었고 tension을 좀 풀어놓는 의미, 그리고 약간의 슬럼프 때문에 대충 살았던 것이다. 다시 맘을 잡고 힘든 2017년을 잘 마감하고 2018년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기 위해 구구절절히 옳은 말씀으로 가득찬 이 책을 읽었다. 자계서나 그와 비슷한 이런 종류의 책을 이제는 즐겨 찾지는 않지만, 가끔은 필요한 것 같다.
크게 기대한 건 없었기 때문에 특별히 실망한 것도 없다. 일본사람이 쓴 이런 분야의 책은 묘하게 일본사람의 냄새가 난다는 것을 새삼 떠올렸는데, 방법론이나 이런 점에서 뭔가 엉뚱하기도 하다. 역시 자신의 맘을 다잡는 의미에서 읽은 책인데, 예쁜 문고판형이라서 맘에 드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일기쓰기, 질문던지기, 메모하기, 생활편집, 도서관이용, 계획세우기 같은 권유는 이해하지만 '망각'하기는 그 풀이에도 불구하고 별로 공감하지 못하는 내용이다. 저자를 나이를 생각할 때, 그리고 그가 살아온 세상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는 하지만, 그만큼 거리가 느껴지기도 하는 이야기. not bad, not so great.
쌓인 책이 많아서 당분간은 책을 새로 구하지 않고 처음으로 읽는 책만 봐도 일년 정도는 거뜬히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책은 계속 사들이게 된다. 내년에는 정말로 연초에 budget을 잡고 그 안에서 책을 구해봐야 할 것 같은데, 아무리 책이라고 해도 돈을 무계획하게 쓰는 것에 대한 학습된 죄책감 같은 것 때문이 아닌가 싶다. 막상 갖고 싶은 책을 보면 또 그냥 사들일 것 같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