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first name 은 그자비에. Xavier를 그자비에라고 읽는 건 처음 봤다. 보통 자비에(르)나 하비에르로 봤는데, 자비에라는 표기법도 있는 것 같다. 프랑스사람이면 어떤 방식이 맞는 것일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잠깐 든다.
'내 방 여행하는 법'은 법으로 허가되지 않은 사사로운 결투로 42일간의 가택연금형을 받은 저자가 딱 그 기간동안 방에서만 생활하면서 느끼는 감정과 과거회상이나 온갖 것들에 대한 고찰을 모은 것이다. 후기에 읽어보면 프랑스대혁명을 거친 귀족으로 꽤나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사람인데 가택연금을 받은 시기는 그래도 살만했고 게다가 젊기까지 했으니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무리 이런 저런 현대문명의 이기와 게임, 책, 영화 같은 것들이 넘쳐도 하루만 집에 틀어박혀 있으면 다음 날은 마트라도 다녀오고 싶을텐데, 18-19세기에 42일간이나 방바닥을 긁고 있었다면 지금의 개념으로 연상되는 가택연금보다는 훨씬 가혹한 형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그간 소홀히 하던 일상에 대한 많은 것들을 떠올렸으니 훗날 한층 더 정신 없었을 듯한 저자의 삶에 있어 이 42일은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모아보는 좋은 경험으로 남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는 8년 후 '한밤중, 내 방 여행하는 법'에서 이어지는 저자의 회상을 보면 꽤 설득력이 있는 추론이다.
충직한 하인도, 15년 이상을 함께 해준 충견도 모두 떠나보낸채 더 나이가 들고, 많은 것들을 잃어버린 그자비에는 한밤중에 혼자 방안을 서성이면서 8년전보다 어려워진 생활속에서 사라져간 것들을 추억한다. '유유'라는 출판사는 아주 우연한 기회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일부러 관심을 갖지 않으면 마주칠 기회가 없었을 희한한 책들을 소개해주고 있어 하나씩 구하게 된다. 원래 하드커버나 가죽으로 재본된 책을 좋아하는데, 요즘은 이런 작고 귀여운 문고판형으로 나온 시리즈에 눈길이 간다.
'황금가지'와 함께 좋은 추리소설을 많이 내주고 있는 '엘릭시르'도 내가 좋아하는 출판사이다. 윌리엄 아이리시의 작품으로는 두 번째로 읽게 된 것으로 더 유명한 '환상의 여인'보다는 못한 플롯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관통하는 테마는 제한된 시간 안에 무엇인가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인데, 이 경우 스토리나 등장인물의 사고의 당위성도 많이 떨어지고 수사에 경험이 전무한 사람들이 사건을 추리하는 과정이 특히 설득력이 없다. 마치 싸구려 흑백영화를 본 느낌. 향수는 굿, 작품은 별로
어제부터 신경을 쓰는 일이 있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일주일의 3일은 매우 productive하게 보냈으나 덕분에 지난 이틀간은 complete waste가 되어버렸다. 그것도 삶의 한 모습이려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