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어떤 목적을 갖고 책을 읽은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물론 교재로 쓰인 책은 그 장르나 성격을 떠나서 읽는 '목적'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보통 읽는다는 행위는 나에게 '재미'나 '흥미'를 위한, 즉 취미로써의 성격이 강했다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 대략 12년 전부터 생긴 다독의 버릇까지 더해지면서 '통달'이라는 개념을 독서에 적용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고 다행스럽게도 같은 책만 계속 읽는 행위를 피할 수 있게 되었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 두번이라서, 내가 갖게 된 생각을 계속 reinforce하는 건 어떤 경우라도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독서 또한 예외가 아니다. 무엇을 알기 위해 비슷한 계통이나 주제의 책을 여럿 읽어야 하는 경우는 있지만, 그걸 넘어 계속 같은 테제에 사로잡히는 건 피해야 한다고 본다.  매사를 한 가지의 관점에서만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특히 내 성격상 그렇게 사유가 제한되는 걸 싫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드는 날이다, 여러 모로.


소설 '드라큘라'를 쓴 브람 스토커의 증손자와 전문작가가 함께 유추한 소설의 배경과 행간. 소설로 널리 알려진 뱀파이어 드라큘라백작의 이야기가 팩션일 수도 있다는 가정을 토대로 스토커집안의 삼남매의 어린 시절부터 소설이 나온 후, 아주 나중에 브람 스토커의 말년의 행위를 근거로 어쩌면 소설은 그가 겪은 어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결론인데, 원작의 원고가 100페이지 이상 누락되었다는 점, 스토커가 당시의 사람으로는 드물게 화장을 원했다는 점, 그가 남긴 노트에서 보이는 소설의 행간이 주요 근거로 잡힌다.  읽는 내내의 서스펜스가 무척 뛰어났고, 소설 '드라큘라'보다 훨씬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뱀파이어의 이야기라서 시간이 좀 걸렸지만 전혀 지겨움 없이 봤는데 스토리가 본격화된 반 권 이후부터는 거의 하루에 돌파해버린 것 같다. rich한 근대문학과 소설의 토양에서 이런 책이 나오는 것이고, 그런 바탕에서 멋진 영화나 드라마가 나오는 것이니 잃어버린 우리의 근대는 언제나 아쉽기 짝이 없다.  전작 Dracula the Undead가 소설 '드라큘라' 이후의 등장인물들의 삶을 다뤘다면 이 책은 좀더 사건사실에 근거한 느낌을 준다.  소설 '드라큘라'를 재밌게 봤다면 권하고 싶은 책인데 사용되는 영단어도 일상적인 용어가 대부분이라 그런 대로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세종부터 계유정난까지. 문종이 참 괜찮은 왕이었고 그의 치세가 길었더라면, 이후 단종의 시대까지 잘 지나갔더라면 조선은 우리의 역사에 남은 모습과는 많이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세종에 대한 비평과 공과는 크게 새롭지는 않지만 '무'와 '문'을 중시했던 조선의 초기, 명의 사대하면서도 언제나 실력을 배양하고 원래의 영토를 유지하려했던 노력이 세조의 역천으로 인해 도루묵이 된 점, 거기에 대대로 이어져 조선 중기의 혼란을 야기하고 종국에는 나라를 망하게 만든 훈구세력이 다시 자리를 잡게 된 점이무척 아쉽다. 간혹 보이는 '민족사관'의 해석이 다소 무리로 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추가 한 쪽으로 많이 기운 지금의 사학계라면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다른 방향으로는 더 큰 힘을 작용시켜야 한다고 보는 바, 적어도 이 실록에서의 이야기는 큰 무리가 없다.  언젠가 박시백의 '실록'과 다른 원전들을 구해 비교해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주제 사라마구의 책을 여러 권 더 주문하게 한 책. '죄'의 개념이 없던 시절 신은 왜 아담과 이브가 '죄'를 짓도록 선악과를 '선택'의 영역에 남긴 걸까.  또 카인의 제물은 제대로 받지 않으면서 왜 아벨의 제물은 즐겨 받는 차별행위로 카인의 질투를 불러일으켰을까. 성서에서는 달리 전승되지만 '카인', 즉 '인간'의 관점으로 해석해보는 구약의 중요한 사건들이 '카인'이라는 인물의 생각과 말을 통해 극화로 만들어진다. 해방신학의 계열에 이런 종류의 책이 꽤 있는 것으로 아는데 거기까지는 특별히 갈 이유는 없지만, 성서를 이해하는 것에 있어 '문자'에 사로잡혀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사유해보고 보다 더 깊은 이해와 '통달'을 위해서는 이런 책까지도 모두 읽어봐야 한다. 어떤 영적 혹은 신적인 작용이 있었다고 해도 성서는 사람이 쓴 것이고 고대 중근동의 신화와 설화가 차용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서 '성경무오설'같은 건 나에겐 개가 짖는 소리만도 못한 '이론'이다.  행위가 없는 믿음은 '믿음'이 아니지만 '믿음'이 있는 사람의 '행위'가 잘못될 수 없다는 아전인수로 '믿음'만 강조하는 '썰'을 정당화하려 하지만 조금만 눈을 뜨고 보면 그게 얼마나 거지같은 말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행위가 뒷받침 되는, 즉 믿음이 행위로 구현되지 않는 믿음은 의사적인 '믿음' 그 이상이 아닐테니 다양한 사유와 의견을 잘 버무려 자기만의 것으로 만드는 지혜와 성찰이 필요한 것이 현대의 종교생활이 아닌가 한다.
















'도토리' - 괜찮은 신변잡기. 이야기를 통해 일본근대의 문학과 사회상을 엿볼 수 있다.

'서민 교수의 의학세계사' - 재미있기 어려운 이야기. 서민 선생님은 기생충과 함께 있을 때 가장 빛이 나는 것 같다.  

'경관의 조건' - 3대로 이어지는 '경관'집안의 이야기. 단순한 추리나 활극을 넘어 일본사회가 움직이는 구조의 단면까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책.


주중으로는 급한 일을 하면서 사무실계약을 추진할 것이다. 여러 곳을 돌아봤는데 아무래도 내 맘에 딱 드는 곳은 찾지 못했다. 그나마 위치로 보나 여러 조건으로 보나 가장 나은 곳을 찾았고 다가오는 1-3년은 잘 사용할 장소를 찾았다. 더 커지면 같은 건물 안에서 더 넓은 곳으로 계약을 옮길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고 집에서 가깝고 조용한 환경도 맘에 든다. 아직은 작은 operation이라서 오픈공간의 상당 부분은 서고로 쓰게 될 것인데 이 또한 지금의 내 형편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잘 마무리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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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cul (Hardcover)
Dacre Stoker / Putnam Pub Group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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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가 소설이 아닌 실화였을 수도 있다? 출판사의 요구로 거의 100페이지 이상의 원고가 삭제되어 ‘소설‘로 각색되었다? 허구와 실화의 경계를 작가의 일대기로 넘나드는 기발한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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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3 : 세종·문종·단종 - 백성을 사랑한 사대부의 임금 조선왕조실록 3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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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종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일찍 죽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왕, 어쩌면 독살일 수도 있었던 죽음. 계유정난으로 왕이 된 수양이 나쁜 국풍을 만들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좀더 ‘우리‘에 치중하는 관점의 사관이 지금의 한국에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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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transient-guest > Dresden Files Book #6 & 7

벌써 8년이나 지났다니. 난 그때 꿈꾸던 삶을 살고 있는가...문득 돌아보면 시간이 참 빠르단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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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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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한 방이 좋다. 이렇게 성서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인간의 눈으로 또 소설가의 눈으로 행각을 넣어 이야기를 짓는 건 늘 즐겁게 읽힌다. 주제 사라마구는 역시 주제 사라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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