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산', 아니 어쩌면 '토마스 만'이라는 작가 자체가 나에겐 애증이 공존하는 작품이고 작가이다. 사무실을 차리고 한창 벌어들이는 돈을 책에 투자하기 시작하던 시점에 구해서 열심히 읽다가 말고, 몇 년이 지나서 다시 읽다가 말고, 그렇게 세 번 정도를 읽다 말기를 반복한 작품이다. 조금 핑계를 대자면 내 생각으로는 '토마스 만'의 문체는 딱딱하고 길며 매우 high density에 전개도 무척 느리기 일쑤다. 다 읽어보고 말해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읽은 느낌으로는 그렇다. 


눈을 뜨고 언제부터였는지 기억할 수 없는 어린 시절에 한글을 떼고 내가 기억하는 한 내 주변엔 언제나 책이 있었으니 대충 독서인생 40년을 지나고 있다고 하겠다. 그간 안 읽었거나 못 읽은 책은 넘치지만 그 오랜 세월 책을 읽다가 포기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마의 산'을 넘지 못하면 토마스 만의 다른 작품들을 못 읽을 것 같고 ('요셉과 그의 형제들'에 관심을 갖고 있다), 언제까지나 찜찜한 맘이 가시지 않을 것 같아서 마침 다가온 가을의 쌀쌀한 주말의 저녁인 어제 '마의 산' 등정에 다시 도전하기로 맘을 먹었다.  


단, 이 책을 끌어안고 다른 건 안 읽으면 40년간 만 권을 읽고자 2017년부터 지켜온 연간 250권 이상의 독서계획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하루에 꾸준히 조금씩 읽기로 했다. 붙잡고 계속 읽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책의 양은 한정이 되어 있으므로 어렵고 긴 책은 그저 꾸준히 일정한 양을 읽는 것으로 충분히 일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침과 저녁은 매우 쌀쌀한 본격적인 가을의 날씨를 만끽하며 새벽에 미사를 다녀와서 운동을 하고, 아침 느즈막히 서점에 나가서 '마의 산' 둘째 날의 할당량을 읽고 (하루에 대략 50페이지, 이렇게 하면 대충 10월 중순까지는 독파가 가능하다) 금요일에 책을 한 권 사면서 받은 쿠폰으로 이 즈음이면 나오는 seasonal커피인 pumpkin spice latte를 한 잔 잘 마셨다. 칼로리 때문에 보통은 brew커피를 마시지만 (5칼로리 vs. 200-700칼로리) 이 계절엔 종종 높은 칼로리를 감수하고 PSL을 마신다. 


금년 5월부터 새로 구입해 사용하던 노트북이 수리중이라서 (순전히 S/W문제) 예전의 lenovo를 갖고 나갔는데 베터리가 금방 나가버려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이렇게 된장국을 끓이면서 글을 쓰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남들이 이미 '개미'등 여럿을 읽고나서도 아마 최소한 십년을 지났을 즈음에 갑자기 빠져 읽기 시작했다. 내 기억으로는 '타나토노트'가 시작이었던 것 같은데 책을 깊이 읽은 탓인지 뭔지 처음으로 유체이탈을 경험한 것이 남는다.  누구나 갈 수는 있지만 어느 누구도 결코 다시 돌아와서 이야기해줄 수 없는 삶 이후의, 무엇에 대한 탐구를 이어가는 듯한 '죽음'은 왜 작가가 여전히 잘 팔리는 작가인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우연히 죽은 화자가 영매의 도움을 받아서 자신이 죽은 이유를 찾아다니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활극처럼 재미있게 읽었고, 결론적으로 작가는 '윤회론'으로 현재 가닥을 잡은 것처럼 생각된다. 죽음과 영혼, 그리고 정신의 세계를 탐험하던 '타나토노트'에서 '천사들의 제국'으로, 거기서 다시 '신'으로 갔던 세계는 잠깐 '죽음'에서 좀더 미시적인 관점에서 건너간 다른 세상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것이다. 여전이 비슷한 세계관이나 풀이가 다소 지겨운 면이 있어 '제 3의 인류' 시리즈를 읽다가 말았던 것 같은데 그간 나온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들을 찾아서 간극을 메워야 할 것 같다.















다섯 권으로 끝난 줄 알았던 작품이 네 권 더 있다는 걸 알게된 후 잠시 멈춰진 모험에 다시 몰입하는 날을 기다렸고, 중간에 멈추가 싫어서 네 권이 모두 갖춰진 후, 그리고 결말을 맺는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남은 이야기의 끝을 향해 달렸다. '하얀 늑대들'시리즈의 특이한 점이기도 하고 많이 알려진 점이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보통의 판타지와 많이 다르고, 전개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갈등의 해결이나 봉합의 과정과 결말도 다른 부분이 많다. 그런 것들이 모여서 비록 다른 판타지의 모티브가 종종 생각남에도 불구하고 아류작으로 치부할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그 덕분에 상당한 감정이 이입된 멋진 주변인물들이 언젠가는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걱정을 안고서 읽었다는 것. 결국 아주 커다란 사건, 세계 자체가 붕괴할 수도 있는, 그리고 이야기의 모든 것이 관련된 거대한 일의 마무리를 짓게 되지만 뭔가 더 이어질 이야기가 갑자기 매듭이 지어진 듯한 아쉬움은 어쩔 수가 없다.  검술실력도, 마법도, 어떻게 생각을 해도 천재적이라고는 볼 수 없는 주인공은 적어도 이 세계에서는 그리 흔하지 않다. 이름만 들어본 '하얀 로냐프 강'도 언제 이렇게 다시 나와주었으면 한다.


내 서재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뭔가 이런 저런 말이 많이 오간 계기가 되었던 삼체 3부.  엄청난 거리와 공간, 시간을 달려온 대작의 마지막이 완성되었다. 누구에게든 자신있게 권할 수 있고 심지어 SF와는 거리가 먼 노옹에게도 intrigue를 선사할 수 있는 멋진 작품이다. 책을 읽는 즐거움을 조금이라도 빼앗기 싫어서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 그전 이야기의 중심, 그러니까 main story만 달리느라 중간의 이런 저런 사건들에 대한 보다 더 세밀한 전개가 없었는데 이번에 BN에서 보니 '삼체'세계관의 팬픽 같은 작품이 Baoshu라는 작가에 의해 쓰인 걸 봤다. Ken Liu의 support를 받았다고 하니 조만간 구해볼 생각이다.  지금까지 읽어온 훌륭한 SF가 많이 있다.  이 책도 좀더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는 그런 classic의 반열에 오를 것으로 생각된다.  무려 불초생의 문제제기(?)에 힘입어(?) 극히 작은 부분이지만 수정이 된다고 하니 적절한 때 구하면 무리 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히틀러는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엄청난 구라와 뻥카로 1939년의 폴란드침공 이전까지의 세력확장을 했다는 건 생각보다는 덜 알려진 사실이다. 흔히들 말하는 히틀러의 전격전 (이건 사실 구데리안이 입안/계획/실행)이나 제대로 된 전쟁준비는 1939년까지도 적정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 역사의 정설이며 윌리엄 샤이러의 '베를린 일기'를 읽어봐도 그런 정황들이 많이 나온다. 어쨌든 히틀러는 당시 독일을 견제할 수 있었던 유일한 두 나라, 영국과 프랑스의 태만과 무능에 크게 힘입어 조금씩 주변의 영토를 먹어들어갔고, 이 소설은 그 일부였던 오스트리아의 병합을 둘러싼 최후의 순간을 재구성한 것이다.  미래에서 바라본 관점과 당시의 모습을 잘 섞었으며 종종 이렇듯 엉망인 다음 6년을 만들어낸 장본인들 중 상당수가 그리 나쁘지 않은 미래를 맞이했다는 걸 위트있게 비꼰다. '콩쿠르상'수상작은 로맹 가리를 읽으면서 알게된 (난 정말 무식하다) 프랑스의 권위있는 상으로써 띠지의 광고를 보고 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즐겁고 긴박하게 읽은 소설.


3부작의 두 번째. 인간은 이제 신으로 진화하는 단계인가. 빈부격차에 따른 진화의 차별성은 어떻게 할 것인가. 자아와 인성의 객체성과 신비성에 기반한 모든 가치관과 정치경제사회제도의 붕괴를 눈앞에 두었다고 할 수도 있는 지금, 다가올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요즘 갑자기 핫해진 미국민주당의 대선경선후보인 앤드류 양의 말처럼 많은 것들은 결과가 아닌 더 큰 일에서 비롯된 현상이자 과정인가. 읽는 내내 다가올 4-50년을 어떻게 살아야 그나마 숨이 붙어 있는 나날들을 그래도 보다 더 평온하게 보낼 수 있을지 고민을 했다. 불가역적이고 불변의 영역으로 생각하던 많은 것들이 조금씩 힘을 잃어갈 것이고 빠른 과학기술의 변화와 적용으로 앞으로도 계속 많은 직업들이 사라져갈 것이 분명한 다음 반세기를 살아남는 방법이 있을까. 때론 절망하면서 때론 담담하게 읽을 수 밖에 없었고 딱히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다 괜찮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기에 더더욱 희망적인 메시지를 받지는 못했다. 무척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책. 어떤 미래예측을 보면 그저 장밋빛으로 가득하지만 이 책은 절대 그런 책이 아니다. 다음의 세 번째를 곧 시작할 예정이다.


이곳의 오늘은 9/30. 오늘 중으로 한 권을 더 읽을 가능성은 적기 때문에 현재까지의 집계로 9월 중 25권을 읽었고, 2019년 현재 200권을 읽은 것으로 2017-2018-2019년 현재의 집계는 701권이다. 2020년의 끝에서 1000권까지 가는 것이 첫 4년의 목표라서 아직까지는 순조롭다.  집중력이 워낙 떨어지는 사람이라서 이렇게 수량으로라도 목표를 세울 필요가 있고 이를 달성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둘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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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10-01 0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의산..
제가 언젠가 여기에서 마의산 이야기를 보고 나도 도전하겠다!! 해놓고서는 아직 도전도 못하고 있는 마의산.... 이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마의산은.. 뭘까요?

transient-guest 2019-10-01 09:1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정말 뭘까요. 영어번역을 보면 Magic Mountain이라고 되어 있는데 원문의 뜻이 궁금합니다. 이게 번역이 좀 이상해서 동서문화사 (일어판 중역일 듯)책을 다 읽으면 얼마전에 구입한 열린책들에서 나온걸 다시 볼 생각입니다. ㅎ
 

역사의 한복판은 커녕 주변의 경험도 없는 나로써는 박근혜를 탄핵시킨 촛불집회에 참여하지 못했던 것이 많이 아쉬웠는데 이번에도 아쉽기 그지 없게도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역사의 큰 변곡점이 이번 주말의 집회가 아니었을까 싶다. 적어도 100만, 많게는 200만 정도가 모였다고 하고 아마 다음 주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바, 검찰 수뇌부의 총사퇴를 이끌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윤석열 검찰짜장을 비롯한 핵심세력은 모조리 법의 단죄를 받아야 하며 검찰에서 짤린 후 변호사로 개업할 수 없는 주준의 강력한 처벌을 받기를 희망한다. 지금의 수준이라면 어차피 퇴직해도 변호사개업하고 특수부경력을 살려 건당 1억씩은 받고 떵떵거리며 살다가 부동산투자도 하고 나중에라도 좀 시끄러워지면 슬그머니 해외도피 후 골프나 치면서 쉴 수 있을테니까. 아니게 아니라 처음엔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무슨 재주로 미국의 이민법을 어기면서 장기체류가 가능할까 생각했는데 아마 이 사람은 이런 저런 경로로 이미 영주권을 만들어놓았을 가능성이 높고, 이미 한국에 엄청난 재산이 자기가 없이도 잘 굴러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므로 먹고 사는데 아무런 지장을 없이 지금처럼 버티다가 조용해지면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버닝썬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검찰의 행위에서 보여지듯이 이들은 철저하게 자신을 보호한다. 승리에서 양현석, YG에서 김학의, 그 뒤까지 가면 아마도 최순실이 나오는 구조로 보인다고 하는데,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지금 윤석열 밑에서 사태의 핵심으로 거론되는 한동훈이가 후배검사를 성폭행하고 쫒겨나 CJ로 가서 호의호식하던 진동균의 매부 되시겠다. 진동균의 아버지는 90년대 후반에 술먹로 나불댄 객쩍은 소리로 옷을 벗은 진모씨 (간단한 조사로는 인터넷에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안태근도 그랬지만 사람을 죽이지 않고서야 검사의 자리에서 형사처벌은 커녕 처벌조차 여전히 쉽지 않는 것이 2019년 대한민국의 검찰이다.  


조국장관을 집요하고 조직적으로 온 힘을 기울여 낙마시키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대로 가고 싶으니까. 영화 '더 킹'을 보면 적나라하게 묘사되는 그 모습이 이들의 민낯이다.  박정희나 전두환 때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들 하는데, 자기들 밥그릇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구차스럽기 짝이 없다.


국민의 녹을 받아먹는 자들이 기껏 이번 주말의 집회 후 '국민과 국회'의 뜻을 충실히 받들겠다는 소리를 한다.  BJ의 해석에 따르면 이건 결국 '국회'에서 법을 만들기 전까지는 지들 맘대로 하겠다는 소리라고 한다. 설득력이 있다. 


한국의 성숙한 정치의식의 발로라고도 할 수 있는 평화적인 집회가 자랑스러우면서도 답답한 맘이 든다. 맘 같아서는 다 때려부수고 검찰청으로 쳐들어가서 다 끌어내고 싶다만...


먼곳에서나마 한국민중의 힘을 응원한다.  조국을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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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죽음 1~2 (리커버 특별판)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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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즐거운 베르나르 베르나르. 한동안 약간 식상한 감에 덜 읽다가 간만에 읽으니 역시 신나고 즐겁더라. 타나토노스, 천사들의 제국, 신 같은 작품들에서 다뤄진 죽음 건너의 세계에 대한 상상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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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비밀
에리크 뷔야르 지음, 이재룡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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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가리를 읽은 후 ‘콩쿠르 상‘을 받았다고 하면 나에겐 꽤나 선전이 되는 것 같고, 상을 받을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무척 함축적인 문체로 ‘그날‘의 사건을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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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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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한 가정과 가설이 바탕이 되었지만 무척 날카로운 미래예측이 아닌가. 나이를 먹었다는 것, 아무리 길어도 2076년에는 태어나서 100년이 된다는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적어도 현재로써는 아무것도 확실한 것이 없다. 자아도 인성도 무엇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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