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잘못 알고 지금 다니는 근처의 성당의 전통이라고 말한 9일 간의 새벽미사는 '심방가비'라고 해서 필리핀의 크리스마스 축제가 되겠다. 다른 나라엔 없고 필리핀에서만 있는 건데 동방 박사 세 사람을 기리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12/25 이전, 아홉 날 동안 새벽에 미사를 드리고 아침을 먹는 것으로 성탄을 준비하는 기간인데, 아는 사람도 없고 해서 그냥 미사만 드리고 사무실로 나온다. 오늘 겨우 이틀째. 어제와 마찬가지로 새벽 네 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다섯 시 반 미사를 드린 후 사무실에 나오면 대충 여섯 시 반 정도. 가져온 커피와 아침을 먹고 메일에 답변을 보내고 간단한 일을 처리하다보면 옆 사무실이 시끄러워진다.
연말이고 해서 이렇게 일찍 나오면 정오가 되면 대략 하루의 중요한 일정은 모두 마칠 수 있고, 두 시 정도면 운동을 간다. 다음 주 까지는 아마 이런 식으로 하루를 보낼 것 같다. 아홉 날을 빠지지 않고 모두 미사를 드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소박한 민간신앙과도 같은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는 혹시 12/24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는다면 뭔가 이루질지도 모르겠다.
일세를 풍미한 미국 노동운동의 대부 지미 호파는 75년에 갑자기 행방불명이 된 후 지금까지도 어떻게 해서 어떤 결말을 맞았는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인물이다. 프랭크 시런은 아일랜드계 미국인으로 2차대전에 참전했었고 트럭운전을 하다가 우연히 당시 필라델피아에서 뉴욕을 아우르는 세력권을 갖고 있던 존경 받는 마피아 보스 러셀 버팔리노의 눈에 들어 그의 오른팔이 되어 마피아 히트맨, 노조간부 등을 지냈다. 지미 호파가 가장 믿었던 사람이기도 했고 순혈 이탈리안이 아니면서도 버팔리노를 통해 무척 높은 위치까지 올라갔었다고 한다. 넷플릭스 영화에서는 워낙 늙은 배우들이라서 젊게 보이려고 이런 저런 처리를 했던 것 같은데 그래서 사실 젊은 시절이 나오는 부분은 좀 어색하다. 간만에 드니로와 조 페시, 거기에 알 파치노까지 봤으니 그래도 좋긴 했지만. 셋 다 무척 연기를 잘 하는데 특히 드니로와 조 페시는 Raging Bull, Good Fellas, Casino에서도 같이 나왔기 때문에 호흡도 잘 맞는 것 같다. 이번에는 빠졌지만 이 세 영화에서는 비슷한 얼굴들이 마피아 조직원이나 보스로 많이 나오기도 했다. 영화도 길었지만 책은 정말 긴 호흡으로 아주 디테일하게 갔기 때문에 즐겁에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척 오래 붙잡았어야 했다. 마치 포레스트 검프의 실제 이야기처럼 프랭크 시런은 그의 말대로라면 60-70년대 미국의 역사 곳곳에 흔적을 남겼다고 본다. 기실 악한 사람이고 사람도 많이 죽였지만 버팔리노와 시런의 멘토-멘티 사이는 무슨 전생의 인연처럼 살갑기 그지 없다. My Irishman이라고 애칭을 붙인 것도 버팔리노였는데 시런에게 늘 You should have been Italian이라고 하면서 시런이 혈통으로 인해 정식조직원 (Made)가 될 수 없었던 걸 늘 아쉬워했다고 한다. Good Fellas나 Casino를 재밌게 봤다면 이 영화도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스포) 여덟 건의 범죄에서 한 건의 유죄확적으로 형을 살던 연쇄강간살인범이 풀려난다. 그 한 건의 진범은 따로 있었다. 하지만 남은 일곱 건은 알고 보니 그의 범죄였다는 취지로 오픈된 결말.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해보게 되는데, 기괴한 일본 추리소설의 뒤틀린 전개도 그렇고, 이렇게 밝혀진다면 유죄가 될 범죄를 법정에서 입증하지 못했고 겨우 유죄를 받아낸 한 건 때문에 마치 다른 건들도 무죄로 해석되는 경우가 없다고는 못 할 것이다. 무척 찝찝한 결말인데, 소설의 재미는 충분했다. 다만 시원하게 사건이 해결된다기 보다는 역시 이런 이유로 아주 작은 가시가 목에 걸려 내려가지 않은 양 뭔가 개운하지 못한 것이다.
'원죄'는 보통 Original Sin을 번역해서 쓰는 우리말의 경우와 다르게 일본에서는 이를 죄가 없는 사람이 감옥에 간 경우에 가져다 쓴다. 한자가 다를지도 모르겠다.
위의 '원죄자'와 마찬가지로 이번에 도서관에서 빌려온 소설들. '고백'은 정말 생각할 것이 많은 이야기. 읽는 내내 생각을 해봐도 어떤 것이 가장 정의로운 건지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어쩌면 '심판'라는 것, 개인이 내리든, 사회가 법을 통해 내리든, justice가 배제된 '복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명탐정 홈즈걸' 그저 서점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건을 하나씩 해결하는 에피소드 중심의 활극인데 같은 서점이라도 잔잔하게 그려진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에 한참 못 미친다고 생각한다. 그냥 적당한 재미를 주는 정도. 물론 즐겁게 읽었지만.
'마리아주'는 여전히 내가 손을 대기엔 비싼 와인을 다루는데, 여기서 적당한 가격대라고 하는 것이 보통 소매가로 50-100불 사이고 (뭐라도 한번은 마셔 보고 싶어서 찾아봤다), 많은 경우 100-200불, 혹은 돈을 주고도 못 살 것들이라서 아직도 '신의 물방울'까지 통털어 이 시리즈에서 다룬 와인은 못 마셔봤다.
'심야식당'은 여전히 성업 중.
장정일을 통해 참으로 오랫만에 읽는 삼국지는 지금 네 번째 권을 시작했다. 이건 다 읽어야 정리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