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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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무더위를 끝으로 이젠 가을로 들어간다고 한다. 오늘의 최고온도는 화씨 94도로 나오는데 이번 주간 화씨 111도까지 경험하고 나니 조금 나은 것 같다. 한 여섯 시 반 정도면 나가서 걸어도 괜찮을 것 같아서 오늘부터 다시 열심히 걷기로 했다. 달리기는 한번 멈추고 나니 다시 시작하는 것이 참 어렵다. 아무래도 몸이 이걸 고통으로 느끼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은데 하루키가 달리기를 멈추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한다. 내가 2017-2018년에 열심히 달리다가 중간에 다시 멈추고, 이후 다시 열심히 해서 막판 피크 때 머신에서 6마일을 계속 달리다가 다시 멈추고. 이후 COVID-19 으로 모든 것이 shutdown 된 2020년 3월부터 열심히 걷다가 달리기로 업그레이드 하고 또 엄청 끌어올려서 한번에 7마일까지 달려본 후 2021년에 다시 멈춘 후에는 좀처럼 새롭게 달리기를 할 생각을 못하고 있다. 하루키가 말했듯이 몸을 다시 만드는 것이 참 힘든 것이다. 오죽하면 수십 억씩 버는 운동선수들이 부상을 당한 후 rehab을 할 때 한 번은 가능하지만 두 번은 어렵다는 이야기를 할까. 나 또한 달리기를 다시 시작할 때마다 몸이 고통을 겪다가 조금씩 익숙해지는 그 과정의 지난함을 두세 번 정도 겪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엄두를 못 내고 있는 것이다.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테마인 것은 여전히 그렇다. 하지만 이번에는 읽으면서 계속 나이를 먹어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나에겐 보였다.사실 책이야 한번 나오고 나면 그대로 계속 존재할테니 당연히 내용이 바뀌었을리가 없다. 요즘 특히 느끼지만 결국 읽는 내가 변한 탓에 같은 책이 이렇게 다르게 다가오는 것이다. 


꾸준함을 이기는 것이 없다. 성향상 남과 싸우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승부를 내기보다는 혼자 묵묵히 자신의 시간에서 자신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더 즐긴다. 하루키와 나도 이렇게 비슷한 점이 있다. 물론 그는 나보다 훨씬 더 질기고 성실하게 살아왔으니 나 또한 그를 따라 성실하고 질기게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계속 달려온 사람과는 달리 나이를 먹고 갑자기 무리한 달리기를 하면 무릎이 박살날 수 있으니 마라톤에 도전할 것 같지는 않지만 다시 한번 꾸준히 달려보고 싶어진다. 십 년이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으니 50대 중반의 건강은 지금부터 노력을 해야하는 것이다. 좋은 부분과 나쁜 부분 모두 지금의 나는 30대 중반부터의 습관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니 지금부터는 조금 더 건강하게 조금 더 절제하면서 즐겁게 열심히 살아가려고 한다.


마라톤을 달리다 못해 울트라 마라톤을 달리고 철인3종을 해내는 하루키를 보면 사람은 확실히 그 겉모습만으로는 평가를 할 수 없다. 말수도 적을 것 같고 YouTube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면 말투도 씩씩하다기 보다는 조근조근한 스타일 같다. 그런데 그 속에는 이런 엄청난 끈기와 수양과 절제의 결과가 들어있는 것이다. 


Boston 근교에 체류하던 95년 무렵의 하루키가 강을 따라 달리는 사진을 보니 지금부터 조금씩 꾸준하게 노력해서 달리기를 다시 살려내고 언젠가 Boston에 놀러가면 나도 한번 강을 따라 달려보고 싶다. 2018년 Honolulu에서 일주일 정도 연초에 휴가를 다녀왔는데 그때가 한창 몸상태가 좋을 때라서 와이키키 뒷 편에 있는 운하비슷한 걸 끼고 매일 5-6마일을 걷고 달린 기억이 난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나만의 달리기를 말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


어제보단 낫다고 하지만 방금 점심을 사러 나갔더니 여전히 뜨거운 것이 장난이 아니다. 그래도 오늘은 꼭 저녁에 나가서 걷고 잠깐이라도 달려볼 것이다. 그 전에 어깨는 여전히 아프지만 압박붕대로 감더라도 아주 천천히 무리가 가지 않게 gym에서의 운동도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한 주간의 막행막식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을 것이다.


여기까지 쓰니 이 책은 또다시 달리고 열심히 살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했으니 뭔가를 배우고 느끼고 싶다면 좋은 작가의 책을 찾아 읽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물론 모든 것은 시의적절하게 필요할 때가 있으니 자계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만 워낙 사기꾼이 많은 시장이라서 자칫하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여기 저기서 가져온 걸 적당히 버무려서 그럴듯한 소리를 짓고 data로 증명하지 못하는 가정과 자기확신의 확대재생산에 놀아나기 십상이다. 무지성하게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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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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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와 글쓰기만 그리고 나이를 먹어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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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9-10 0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작품 많이 보진 못했는데,
전 이 에세이가 가장 좋았어요^^

hellas 2022-09-10 02:02   좋아요 2 | URL
저도 소설보다는 에세이가 좋아요. 달리기에 진심인 사람이라 더 진실한 에세이:)

transient-guest 2022-09-10 02:39   좋아요 1 | URL
저야 원래 하루키의 팬이라서 다 좋아합니다만 달리기와 재즈에 대한 에세이는 확실히 팬이 많은 것 같아요. 근데 이번에 읽으면서는 달리기보다는 왠지 나이를 먹어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다가왔어요. 신기하죠.ㅎ

blanca 2022-09-11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완서 작가가 우연히 노년에 읽고 극찬한 이야기를 에세이에서 보고 읽었던 책이에요. 하루키는...정말이지 그냥 하나의 아이콘 같아요. 이런 에세이 한번 더 노년 버전으로 내주기를...

transient-guest 2022-09-12 00:23   좋아요 0 | URL
역시 대단한 하루키입니다 ㅎㅎ 오래 사시면서 계속 달리고 글을 써주시면 좋겠습니다
 

지난 토요일부터 계속 걷는 운동을 못하고 있다. 일단 날씨가 너무 더운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오늘도 낮 최고 화씨 101도를 가볍게 찍고 있으니 해가 질 무렵에도 화씨 90도를 넘는 푹푹함에 더위가 무서워 도저히 나갈 엄두를 못 내고 있다.


하체/어깨 48분 417칼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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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09-09 10: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그곳은 더운가 봅니다.
저는 2018년 여름이 정말 몸서리 치도록 더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제 그곳도 그만 선선해진 때도 된 것 같은데…
암튼 여기는 추석 연휴가 시작됐는데 어찌 지내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더위에 건강 잘 챙기시구요 ^^

transient-guest 2022-09-10 02:39   좋아요 1 | URL
오늘부터 좀 나아지고 내일부터는 괜찮을 것 같아요. 이번 주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갑자기 이렇게 더워지니 정말. 추석 명절 즐겁게 보내시고 늘 건강하세요! ㅎ
 
매그레 매그레 시리즈 19
조르주 심농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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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명분에 어떤 의미를 두고 본다면 21권은 모두 다 뭔가 묵직하고 그럴듯한 작품이 되어야 하겠지만 continuity 또한 '명분'이나 '의미' 이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오늘처럼 어제의 늦은 자리와 엄청난 더위로 힘이 딸리고 일은 많았던 날에는 비교적 쉽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쉬운 책을 골랐다. 


어쩌다 보니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프랑스 파리의 형사반장을 지낸 한 인간의 이야기를 19권이나 연달아 읽게 되었다. 조르주 심농의 19권을 구한 것이 2016년 봄의 어느 날이었다고 알라딘에 기록이 있는데 6년 정도가 지난 2022년에 읽기 시작해서 이후 추가된 두 권만 더 읽으면 모두 21권의 시리즈를 끝내게 된다. 홈즈와 뤼팽 그리고 크리스티를 완독한 것으로 기본을 했고 엘러리 퀸 시리즈와 캐드파엘, 그리고 브라운 신부도 예전에 끝냈으니 시리즈로 나온 것들은 꽤 섭렵한 셈이다. 일본추리의 황금기 작품들까지 하면 어릴 때 무협지와 역사소설을 읽느라 놓친 것들을 열심히 따라잡은 것이 된다.


은퇴한 매그레는 시골에서 끝이 나쁘지 않은 100-120년 전 정도 유럽의 공무원의 노년을 보내고 있다. 자식도 없는 매그레지만 외조카가 말썽이라서 형사로 취직을 시켜놓았더니 정신 나간 짓을 하다가 얕은 술수에 걸려 범인으로 몰리게 된 것. 은퇴한 반장이 무슨 힘이 있다고 이걸 해결하라고 은근히 취직시켜준 은혜는 커녕 반장 탓에 형사가 된 걸 원망하는 듯한 푸념까지 들어야 한다. 


어쨌든 뻔한 일이 생긴 걸 금방 파악한 반장은 단서를 찾아 이리 저리 탐문을 하고 그의 주특기인 심리분석을 통해 사건을 해결해보려고 하지만 이번엔 그리 쉽게 풀리지 않는다. 


고생 끝에 뭔가 되려고 하면 방해를 받고, 잘 만들어 놓은 틀이 깨져버리고. 하지만 단 한번의 기회를 잡고 언제나처럼 멋지게 사건을 해결하여 조카의 누명을 벗겨준다.


그 후일담이 우스운데 이 조카는 아무래도 사건의 여파로 충격을 받았던지 고향에 내려와 룸펜으로 사는 것으로 소식이 전해진다. 대가 약한 인간은 뭘 해도 힘들지만 100여년 전 파리에서 형사를 할 정도의 배포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딱히 조카를 탓할 수는 없다.


책을 읽으면서 매번 어떤 의미를 찾거나 뭘 배워서 '성공'하는 길로 가야하는 것이 아니란 말을 특히 강조하는 요즘이다. 지난 인문학 열풍 때 한 몫 단디 챙긴 인간들이 천박한 진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지금 지난 시간 그들의 책을 읽던 자신이 너무 후회스럽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의미를 찾아도 그만, 그냥 즐겨도 그만, 지식을 쌓아도 좋고 싹 다 까맣게 잊어도 좋다. 그전 '비인부전'이라고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 


같은 샘물도 뱀이 마시면 독이 되고 양이 마시면 양모가 된다. 그 품성이 천한 것들은 돈이 많고 공부를 많이 하고 성공할 수록 더 나쁜 짓을 할 것이니 제대로 된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화두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고 싶거든 그에게 재물이나 권력을 줘보면 된다고 했는데 요즘 뉴스 한 귀퉁이에서 연일 똥을 싸고 있는 지성 없는 지성이와 곡학아세의 증권사를 보면서 쏠리는 고급진 vomit 욕구와 함께 떠오르는 경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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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레 매그레 시리즈 19
조르주 심농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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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얼빠진 조카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은퇴한 노구를 이끌고 파리로 올라온 매그레가 다시 한번 심리를 파고드는 추리와 탐문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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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9-08 11: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transient님 덕분에 ˝노구老軀˝라는 단어 오랫만에 들어봤어요

매그레라...프랑스적 이름인가보네요. 그럼 21days! 홧팅드립니다

transient-guest 2022-09-08 12:31   좋아요 0 | URL
십 수년 후엔 제 현실이 될 단어죠 ㅎㅎ 감사합니다. 프랑스 작가의 시리즈인데 책이 나오고서 100년이 좀 넘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