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운동도 책도 읽고 싶지 않은 날이 종종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재미를 찾는 것이 얼마나 힘든 건지 알아가게 되는데 최소한 그 입구에는 들어와있다고 볼 수 있는 나이가 아닌가 싶다.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면서 일은 손에 잡히지 않고, 그렇다고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강제성을 갖고 나를 움직일 것도 없는 그런 하루를 보낼 때면 운동도 하기 싫고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지난 삶을 돌아보면 실수가 많았고 감도 없고 개념이 없는 듯한 그런 부분이 내 인생에 있다. 그나마 인간관계가 그리 넓지 않았고, 친한 사람들은 길게는 꼬꼬마시절의 친구들이라서 무엇이든 이해해주거나 늦어도 이십 대에 만나 지금까지 이어지는 사람들이라서 지금의 내 주변에 남은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너그럽게 나를 이해해주고 도와준 사람들이니 다행이 아닌가 싶다. 사회에서 만난 그냥 그런 사람들은 주로는 기질적으로 맞지 않았고 지금은 연락을 주고 받을 필요도 없이 그렇게 사라져버렸으니 인간관계에 여전히 서툴다고 생각하는 나로써는 역시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9월부터는 가을이라고 할 때, 2020년의 남은 4개월은 고전문학으로 평가되는 작품들을 위주로 읽으려 한다. 그저 쌓아놓기만 했지 아직 손을 대지 못한 무시무시한 작품들이 넘쳐나는 나의 책더미에서 이런 녀석들을 만날 때가 된 것이다. 가장 먼저 '전쟁과 평화'를 읽어보고 싶었는데, 지금 리스트를 보니 이 책은 아직 구하지 못했다. 다음 번 주문에는 꼭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영화 '전쟁과 평화'에서 오드리 햅번의 '나타냐 왈츠'를 떠올리면 읽으려고 했더니만.


요즘 여러 가지 고민도 많고 생각도 많고 걱정은 더없이 넘쳐나는 시간을 보내면서. 아마 2021-2022년 사이에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그야말로 암흑천지의 4년이 다가올 것이고 바이든이 당선되면 여러 모로 다시 재건을 위한 노력이 있을 것이다. 그런 마크로한 역사의 일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고, 그저 내가 결정하고 계획한 바를 실행해야 함이다. 


늘 이야기 하던 하와이의 삶을 어쩌면 2021-2022년에 시작을 할 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생각만 하고 있지만 2021-2022년에 새롭게 법인을 정비하고 브랜드를 만드는 작업을 하면서 이주를 하고 당분간 양쪽으로 일을 하다가 (1) 하와이 면허를 취득하고 (2) 2022년 사무실의 lease가 끝나는 시기에 맞춰 조율해서 새롭게 남은 반생을 시작하려는 망상(?)을 하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로 지긋지긋해진 이 곳을 떠나는 건 이미 결정을 한 일이다. 어디로 가느냐의 문제인데 쓰리쿠션으로 일단 다른 곳으로 갔다가 하와이로 가는 것보다는 기왕이면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옮기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요즘들어 부쩍 하고 있다. 


한 달의 첫날은 늘 뭔가를 하려고 하는데 오늘은 글러버린 것 같다. 내일은 새벽에 뛰고 오후엔 다시 근육운동을 하련다. 자주 넘어지더라도 자꾸 일어나서 주먹을 쥐고 한 걸음을 내딛고, 다시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더라도 계속 자빠져있을 수는 없는 것이 삶이라서. 


언제나처럼, 내일부터 다시 또 새롭게.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것이니 (유치하지만 절절한 내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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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밀리기 전에 정리하려고 한다. 모든 것이 정체된 듯 지지부진한 일상을 살고 있지만 희망을 갖고 끊임없이 두드리고 구하는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독서와 운동을 통해 마음을 달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면서, 그렇게 주어진 하루의 일을 하고, 언젠가의 하와이에서의 삶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부터 약 십 년은 그래서 나에게는 매우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 이 시기를 잘 보내고 잘 준비하는 것이 남은 인생을 어떻게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지 어느 정도 결정하게 될 것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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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쓰고 이틀만에 다시 페이퍼를 열었다. 요즘 영화 해리 포터를 blueray로 정주행을 하느라 책을 읽는 속도가 너무 떨어져버렸다. 아침에 조금, 화장실에서 조금, 다른 자투리시간에 조금씩 읽을 뿐이고 그 탓에 최근에는 다 읽은 책이 없다.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전체적으로 나아졌기는 하지만 역시 영화는 책의 축약본이라서 아주 오래전에 다 읽고 모셔둔 해리 포터를 다시 한번 처음부터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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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토요일 새벽에 이어서 쓴다. 말복에 맞춰 여름이 정신을 차린 듯, 수요일부터 조금씩 더워지다가 목요일과 금요일은 계속 화씨 100도가 넘는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심지어 밤과 새벽까지도 70도 이상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이틀간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했다. 덕분에 소중한 토요일 새벽에 운동을 나가지 못하고 멍하게 앉아서 책을 읽고 있다. 오늘부터는 조금 꺾을 것 같지만 그래도 mid-high 90도의 range가 다음 주까지는 이어질 것이라서 계속 이렇게 지낼 것 같다.


책읽기가 시들한 한 주였다. 아마도 매일 한편의 해리 포터 영화를 보느라 그랬을 것이다. 


다시 살아난 후 그간 읽은 책들을 정리할 생각이다. 이미 너무 늦어서 내용이나 느낌이 가물가물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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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2020-08-16 1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십년후를 바라보며 비장한 각오로 생활하시는 모습이 대단하신거같아요. 저 역시 10년있으면 퇴직인데 그 전에 퇴직하고 싶어서 안달인데 ,,ㅠㅠ 이 십년을 잘 버티면 남들처럼 무난한 퇴직을 할건데 , 이 십년이 어렵게만 느껴지네요. 승진욕구도 버리고 즐기며 살자해도 , 특히 사람관계로 극 피로감이 느껴지네요. 아무튼 저도 이 십년을 어떻게 잘 보내야 무난한 퇴직을 하게 될테니 마음을 다시 가다듬어야겠어요.

transient-guest 2020-08-17 01:15   좋아요 0 | URL
일에 대한 열정은 확실히 점점 떨어지는 것 같아요. 그저 노력하고 일에서 파생되는 다른 것들에서 작은 즐거움을 찾는 것이 최선인 것 같습니다. 사람관계는 늘 피로의 대상이고 거기에 아주 작은 사무실이지만 경영의 스트레스도 매달 월말이면 옵니다.ㅎ 주어진 시간을 잘 쪼개서 계획을 잡고 알차게 보내면서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일 같습니다. ㅎ
 

비록 야외라고는 하지만 social distancing 이 적용된 수준의 거리에 하나씩 놓인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커피. 이른 오전이라서 그런지 to-go는 많아서 앉아있는 사람은 적기 때문에 잠깐 망설이다가 간만에 이렇게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고 업무메일을 처리하고 있다. 오전에 걷기 위해 운동화를 신다가 끈이 끊어져버리는 바람에 그냥 주저앉고 잠시 딴짓을 하다가 씻고 일찍 출근길에 나섰다. 


가끔 속이 더부룩할 아침이면 커피를 마시고 물을 많이 마시면서 하루종일 일종의 detox를 하는데 오늘 그 목적으로 Peet's Coffee에서 cold brew를 뽑으러 왔다가 이렇게 잠깐이지만 앉아서 뭔가 normal한 일상이 돌아온 듯한 착각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간만에 노트에 하루의 일정을 계획해보기도 하고 사람이 없는 구석에,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보니 기분이 아주 쬐~~~끔 좋아진다. 


오늘은 그렇게 작은 업무를 하나씩 처리하면서 오전을 보내고 점심 때는 잠깐 나가서 주말이면 생일을 맞는 조카의 선물을 사고, 오후엔 조금 더 일을 하다가 오늘의 운동을 하면 하루가 마무리될 것이다.


그저 노력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너무도 부족한 능력의 사람이라서...


커버가 제대로 나온 것이 없지만 지금 읽고 있는건 Dresden Files의 최신판 Peace Tal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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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해에는 어쩌다 보니 휴가가 없었다. 이 말은 전에도 몇 번 한 것 같은데 퇴근을 앞두고 새삼 다시 떠오른 생각이다. 3월까지는 코로나 상황이 확대되어 갈 듯 말 듯 하면서 지나갔고 이후에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rest is history). 사실 휴가를 가진다고 해도 갈 곳도 없고 기껏해야 집에 쳐박히는 건데 그렇다고 gym에서 신나게 운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회사에 나오는 것보다도 못한 말뿐인 휴식이 될 것이라서 사양이다. 회사에 나오면 마냥 놀 수가 없으니 회사 또한 아무리 책으로 가득한 곳이라고 해도 휴가를 보낼 곳은 못된다. 그냥저냥 그렇게 하루를 보내면 한 주가 지나가고 금방 한 달이 가버리니 뭔가 쉬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눈을 뜨면 하루가, 한 주가, 한 달이 그렇게 지나간다. 현실적으로는 아마 이번 해는 달리 휴가라고 할 수 있는 시간을 갖지는 못할 것이다. 


NFL도 MLB도 NBA도 무엇도 다시 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이 자꾸 코로나에 걸리는 바람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당장 8월이면 대학풋볼이 시작하는 시점이었고 9월에 시즌을 여는 NFL도 Preseason 게임을 시작하곤 했었는데, 모두 날아가버린 것 같다. 여행업계의 타격이야 말도 못하겠지만 스포츠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널린 이 나라는 모든 major sport업계가 사실상 멈춘 상태라서 상당히 큰 피햬는 계속 이어질 것 같다. 


그저 살아남는 것만 생각하면서 8월까지 달려온 지금, 아직도 2020년은 다섯 달이 더 남아있다. 새해를 시작할 때만 해도 희망에 가득찬 2020년이 이렇게 망가져 버리고 지긋지긋한 한 해로 남을 줄이야.


아 어디론가 다 던지고 떠나버리고 싶다. 일도 하기 싫고 삶도 이젠 지치는 것 같다. 조금 더 작게, 하지만 알차게 남은 삶을 살 수 있는 정비와 생각, 그리고 방향의 전환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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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6 14: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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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7 0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06 14: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07 0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요조가수선생무사책방주인의 책을 보고 냉큼 따라서 찾은 후 엄청나게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는 앱이 있다. 


Simple Radio라는 앱인데, 전 세계의 라디오를 찾아서 access되는 것들을 들을 수 있는 앱이다. favorite으로 지정하면 한데 모아서 관리하고 필요한 걸 들을 수 있으니 공짜라는 것이 믿어지 않을만큼 좋은 앱이다.  


다들 알고 있는데 나만 몰랐던 것일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혼자 듣기 아까워서...


처음에는 요조선생을 따라서 Shonan Beach FM만 듣다가 지금은 Classic채널만 해도 프라하, 소피아, LA, SF, 서울의 방송을 듣고 있으며 서울의 어디선가 나오는 재즈라디오도 하나 듣고 있다. 방금 런던과 베니스, 프라하의 또다른 Radio Classic FM 98.9, Lyon의 프로그램을 더했다. Classical이라고 해도 워낙 악기와 시대, 작곡가, 장르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맘에 드는 걸 찾아서 browse하다가 좋은 것이 나오면 틀어놓고 책을 보는데 그 운치가 제법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난 된장이 맞는 것 같다. 내일 모레면 중년을 넘어 장년인데...된장이라니...


김치남에 된장남...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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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0-07-07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imple radio 앱이 있는 지 몰랐어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transient-guest 2020-07-07 12:0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좋은 채널 찾으시면 알려주세요 ㅎ

겨울호랑이 2020-07-07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ransient-guest님 좋은 앱 소개 감사합니다^^:)

transient-guest 2020-07-07 12:1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유용하게 특히 독서에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