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팔로 하는 포옹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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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소설 여러 가지가 모인 책. 김중혁 작가와는 코드가 잘 맞는 편인지 그의 책은 대체로 다 괜찮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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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보내고 있다.  다음 주 1/11에 돌아갈 예정인데, 대략 반 정도가 지나간 듯.  항상 그렇지만, 휴가때 은근히 더 바쁜 건 어쩔 수가 없다.  전화도 더 오고, 메일도 그렇고. 해서 노는 틈새시간에 메일답변도 하고 전화상담도 하면서 보내고 있다.  그간 하와이섬을 하나씩 돌고 있는데, 이번엔 Maui다.  


몇 달전 같은 빌딩에 office가 있는 찰리라는 아저씨와 얘기하던 중 Maui로 다음 휴가를 간다고 했더니 하와이의 다른 섬들에 비해서 매우 "touristy"하다는 표현을 했었다.  막연히 관광객이 많은가보다 했는데 와보니 정확히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  sales tax는 약 4%정도라서 낮은 편이지만, 물건값이 작년에 갔었던 코나에 비교해도 대략 20%정도가 높고, 자연환경도, 노는 것도 무엇도 모두 돈을 들여야하는 거다.  오아후는 대도시의 맛과 Asian이 퓨전된 재미가 있었고, 코나는 자연환경, 넉넉한 분위기, 커피농장, 그리고 해변에서의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었는데, 마우이에 와서는 계속 돈을 들여야한다.  게다가 바다도 코나보다는 별로.  엊그제 스노클링을 하러 탄 배에는 심지어 화장실이 없었다!  작은 배라서 마침 고래는 조금 더 가까이서 봤지만, 스노클링은 별로였다.  


하와이에 올 때 항상 이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엔 신기하게도 아직까지는 "마우이에 살고 싶어"란 말이 나오지 않는다.  단순히 먹고 사는 걱정이 아니라, 이곳에서 살고 싶은 맘이 전~~혀 들지 않는다.  또한 오아후도, 코나도 꼭 다시 와야지 하는 생각을 지내는 내내 했는데, 마우이엔 그런 생각은 커녕 다시는 오지 말아야겠다는 맘이 매일 조금씩 커지고 있다.  그런대로 숙소도 조건도 모두 맘에 들고, 그럭저럭 재미있게 지내고는 있지만...


돌아가면 아마 한 주 정도는 주말에도 일을 해야할 것이다.  당장 돌아가서 출근하는 목요일부터 밀린 일에 미팅이 두 건 정도 예상되고 금-토-일 계속 일을 해야한다.  월요일이 연휴지만, 역시 나가야할 것이니까, 휴가를 보내기 위한 price는 금전적인 면을 넘어 가기 전, 그리고 다녀온 후까지 댓가가 꽤 높은 셈이다.  여기에 운동과 식사 routine이 다 깨져서, 그걸 다시 잡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정말이지 성실하게 살수록 regularity 혹은 homeostasis를 좋아하게 되어, 긴 시간 어딜 가는게 싫어진다.  한 8마일 거리에 fitness가 있어 둘째 날 새벽에 운동을 했지만, 이후 일정에 뭐에 치여 운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간신히 뜀박질을 좀 올려놨는데, 근육운동 외에도 이걸 make-up하려면 1-2주 열심히 해야한다.  수확이라면 뜀박질 말고도 사이클링과 계단오르기를 적절히 섞어야한다는 일상에서의 feedback을 받은 정도 (바위산 언덕을 오르다 고생하고서).  


오기 전 아침까지 읽은 책, 비행기에서 읽은 책, 이곳에서 읽은 책을 정리한다.  그리고 이제 가급적 100자평을 따로 남기려고 한다.  한 해의 책을 집계하기 위해서인데, 다른 의미는 없고, 간단하게 100자평을 적고 페이퍼에 따로 정리할 것이다.


목소리부터 구수한 것이 동네 아는 형 같은 김중혁 작가는 내가 읽는 몇 되지 않는 한국의 현대작가들 중 한 명이다.  훨씬 더 유명한 김연수 작가의 경우 이상하게 나와는 맞지 않기 때문에 별로 읽은 것이 없지만, 김중혁 작가의 책은 계속 사들이고 있다.  김영하, 김중혁, 은희경, 정유정, 정이현, 성석제, 김탁환...쓰고나니 아주 없지는 않다만, 어쨌든 고전문학이나 외국소설 이상 애정을 갖고 보아야할 장르가 아닌가 싶다.  

단편을 여러 권 모은 소설집인데, 각 이야기마다 아주 독특하고 재미있다.  휴가를 떠나던 날 아침에 다 읽어버려서 내용이 잘 떠오르지는 않는다.  원래 바로 정리하려고 했으나 놀기에도 바빴고, 남는 시간엔 일을 하느라 미뤘더니 이렇게 또다시 알맹이는 싹 까먹어버리고 말았다.  




우선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겠다.  이 책의 한국어 제목 "새벽의 인문학"은 오역이다.  단순한 오역이 아닌 일종의 편역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몇 년전 "인문학"이 사회의 화두로 통하던 시절, 유행에 편승한 이름짓기가 아닌가 싶다.  일단 영어제목을 보자.  원제는 "Dawn Light: Dancing with Cranes and Other Ways to Start the Day"다.  여길 보면 어딜 봐서 "인문학"이 거론되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그럼 내용을 바탕으로 "인문학"을 도입한 의역제목을 지었을까 하는 궁금함이 절로 인다.  그런데, 아무리 책을 읽어도 "인문학"이라고 의역할 만큼 책이나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이 책은 아침을 조망하는 한 작가가 기고해온 에세이를 모은 책으로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책이나 작가 이야기가 아주 드물게 나오기는 하지만, 주로는 사계절로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차분하게 들여다본 감성을 글로 표현한 것이다.  책의 내용에 문제가 없고, 상당히 좋은 글을 모았지만, "인문학"과는 무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책이 나온 시기는 2015년 어느 때, "인문학"화두가 이어지고 있는 작금의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제목으로 사람을 낚는 짓은 그만 했으면 한다.  사기 어려운 책을 우연히 LA마당몰 알라딘 중고책방에서 구한 기쁨도 잠시 책을 읽는 내내 "낚였다"는 생각 때문에 불쾌할 수 밖에 없었다.  잠시씩이지만 말이다.  



고루함. 공감부재.  이런 말들이 떠오른다.  읽으면서 도무지 집중하기 어려웠고, 공감이 가는 내용도 적었다.  시대를 떠나 살아남는 글도 있고, 그렇지 못하는 글도 있는 법이니까 어쩔 수는 없지만, 제목이나 표지에서 기대한 그런 깊은 것을 받지는 못했고, 기대보다 훨씬 못한 return이었다는 것이 내 개인의 생각이다.  언젠가 다시 우연히 이 책을 만나면, 그렇게 페이지를 펼치면 지금의 이런 생각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으로 만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미리 쟁여놓고 조금씩 읽어가는 87분서 시리즈.  그런데 다 나오기는 커녕 더 안 나올 듯.  이게 원래 엄청 긴 시리즈라서 모으는 재미도 쏠쏠하고 시대가 변하면서 등장인물의 사고관이나 어투가 바뀌는 걸 보는 기대를 했는데 말이다.  지금까지는 매우 6-70년대스러운 배경에서 흑백갈등, 여성폄하 등을 어김없이 마주치고 있다만, 전통적인 추리물과는 또 다른 재미를 볼 수 있다.




휴가를 떠나던 날, 긴장이 풀어진 탓인지, 감기기운이 있었는데, 휴가를 마치는 날, 제대로 감기에 걸려버렸다.  설상가상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는 2시간 반이나 연착이 되었고, 새벽 2시 반에 자고 다음 날 회사를 나와 미친 듯이 오늘까지 행정업무를 마치고, 주말에는 big case들을 진행해야 한다.  아프고 피곤한 장년의 첫 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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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1-14 0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transient-guest님 즐거운 휴가, 즐거운 독서 시간 되세요^^

transient-guest 2017-01-17 04:5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푹 쉬고 왔어요.ㅎ

2017-01-14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17 0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1-14 1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새벽의 인문학》을 읽으면서, 어디에 인문학이 있는지 찾아봤어요. 제목 선택이 아쉬웠습니다. 저자의 인지도를 생각하면, ‘인문학’이 들어간 제목을 정하지 않아도 독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습니다.

transient-guest 2017-01-17 04:56   좋아요 0 | URL
네 제목선택이 좀 그랬습니다. 계절별로 바뀌는 하루의 잔잔한 성찰 같은 글인데 굳이 인문학이란 의역이 필요했을지 의문입니다.

stella.K 2017-01-14 1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중요한 지적을 하셨네요.
인문학 편승해서 맘대로 제목을 짓는 건 원저자나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잘못을 범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출판계가 불황인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그 헛점을 이용해 동의도 없이
제목을 함부로 짓는 건 근절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긴 또 모르겠네요, 판권을 사 들일 때 그런 이해관계를 사전에
허락받고 했는지.
영화에도 보면 간혹가다 원제와 한국어 제목이 다른 경우가 있긴 한데
영화와 책은 좀 다른 차원 같습니다.

transient-guest 2017-01-17 04:57   좋아요 0 | URL
완전히 상업적인 목적으로만 ‘인문학‘이란 의역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너무 어울리지 않았던 단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정도는 책의 내용과 관련이 있는 의역은 받아드릴 수 있지만, 이번 경우는 좀 그랬습니다.
 
신들의 전쟁 (하)
닐 게이먼 지음, 장용준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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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를 좋아하므로 즐겁게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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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전쟁 (상) 환상문학전집 25
닐 게이먼 지음, 장용준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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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재미. SF는 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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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천명관 지음 / 예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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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관 작가의 책은 언제나 재미있는 술자리에서의 구라를 떠올리게 한다. 조금은 식상하지만 그만큼 익숙한, 언젠가 들어본 듯한 기시감을 주는 그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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