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의 비밀노트 사파리 마스터피스 1
팀 키호 지음, 가이 프랜시스 그림, 김영선 옮김 / 사파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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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는 발명가라고 하면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특별한 사람이고 특출난 재능이 있어야 하는 건 사실이지만 보통 사람은 엄두도 못 낼 정도의 특별한 사람은 아니라는 얘기다. 사소한 것이라도 세밀하게 관찰하고 다른 각도로 보는 습관을 갖고 변화시키고자 노력한다면 커다란 발명이 아니더라도 무언가 발명할 수 있지 않겠나. 그래서 종종 어린 아이가 어떤 것을 발명했다는 소식이 들리곤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전에는 발명이라는 것을 규모가 크거나 획기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발명가를 꿈꾸는 것은 허황된 꿈이라고 생각했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특히 마트의 생활용품 코너에 가면 신기한 것들이 많은데 그것들도 모두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빈센트는 열네 살 밖에 안 되었지만 상당히 유능한 발명가의 기질을 갖고 있다. 물론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면 주변이 깜깜해지고 오로지 아이디어만 선명하게 보인다(그것도 다른 사람은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빈센트의 눈에만 보인다.)는, 다소 믿기지 않는 경험을 하지만 말이다. 사실 아이가 어릴 때 잠깐 장난감 코너에서 기웃거리다가 그 시기가 지나면 그쪽은 아예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에 장난감을 발명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 문제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아이들은 언제나 존재하고 그 시기의 아이들은 또 언제나 장난감을 좋아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요구하니 장난감 개발이야말로 언제나 계속되어야 하는 업종이겠다. 이 책의 저자가 원래 장난감 발명가라고 하는데 그래서 더 잘 설명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장난감에 전혀 관심없는 내가 보기엔 이게 뭐가 재미있을까 의아하지만 말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지지해주고 도와주던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실의에 빠진 빈센트에게 친구이자 동생인 스텔라가 많은 도움이 된다. 새엄마는 빈센트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 것 같지만 스텔라는 많은 면에서 빈센트에게 도움을 준다. 게다가 예술가인 엄마를 따라 미술관을 수시로 드나들었기 때문에 사물을 바라보는 빈센트의 감각이 남달랐던 것 같다. 뭐, 아빠도 미술관 관장이니 타고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당히 두꺼운데다 발명가에 대해 전혀 모르기 때문에 이게 어디까지가 실존인물이고 어떤 게 허구인지 몰라서 책 내용에 쉽게 빠질 수 없었고, 인물끼리의 연결고리도 허술해서 솔직히 읽는 '맛'은 덜했다. 게다가 우연은 또 왜 그렇게 자주 일어나고 위기 상황에서도 어쩜 그리 해결이 잘 되는지. 또한 지나치게 사건을 늘였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새로운 무언가를 발명하는 '맛'을 느끼고 싶은 아이들이라면 두꺼움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하긴 뭐, 프래니나 제로니모는 사건의 개연성과는 상관없이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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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수염 생쥐 미라이 보림문학선 9
창신강 지음, 전수정 옮김, 김규택 그림 / 보림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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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절감했다. 중국 작가의 책을-이 작가의 책을 포함해서-몇 권 읽어보았지만 아주 재미있었다거나 의미있었다고 여겨진 책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아무래도 우리와 같은 문화권이라서 신비한 맛이 덜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현재 중국의 모습이 보여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내가 지금의 중국 모습을 안다고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모습은 여전하리라고 짐작한다. 우리도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그 문화가 남아 있으니까.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생쥐 미라이가 인간의 언어를 배우고 그럼으로써 인간의 지식을 습득하여 인간과 자유자재로 이야기하고 심도 있는 토론을 한다는 이야기, 인간인 즈루이가 오히려 인간과는 교류를 하지 못하다가 시궁쥐인 미라이를 통해 위안을 삼고 딸까지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이야기지만 미라이 집안의 생쥐들을 통해 인간의 세속적이고 비열한 모습을 꼬집고 싶어하는 작가의 마음을 너무 쉽게 드러내고 말았다. 특히 미라이의 형인 미자자는 욕심많고 교활한 인간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의 기력이 약해지는 것을 알고 후계자가 되기 위해 술수를 쓰는 모습이나 자신의 약점을 드러냈다가도 금방 가면 쓴 모습으로 돌아가는 등의 모습을 통해 직설적으로 그런 부류의 인간을 풍자하지만 솔직히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무기력해진 아버지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집안의 질서가 잡히고 다른 가족을 통치하는 생쥐 가족의 모습을 보며, 만약 문화가 전혀 다른 곳에서 살았던 사람이 이야기했다면 어땠을까 궁금하다. 중국이니까 그런 모습으로 가족을 그리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얘기다. 진짜 생쥐들이 어떻게 군집생활을 하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내가 싫어하는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모습으로 형상화되는 바람에 다른 의미있는 이야기들이 가려지고 말았다. 작가가 미자자의 가족을 일부러 그런 모습으로 그렸다기보다 자연스럽게 그런 모습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환경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더 들었기 때문에.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옳은 이야기를 하고 권모술수를 쓰지 않는 미라이를 보며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그래, 그렇게 살아야 해라고. 때로는 위험에 처하고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 부딪치더라도 원망하지 않고 묵묵히 그 길을 가는 삶은 마치 군자의 모습 같다. 미라이가 생쥐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다른 생쥐들과 다르게 사색을 즐기고 가치를 다른 곳에 두는 모습에서 레오 리오니의 <프레드릭>이 연상됐다. 어쨌든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우리 작가의 동화가 훨씬 재미있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세련되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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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유럽사 - 유럽을 만든 200년의 이야기
데이비드 메이슨 지음, 김승완 옮김 / 사월의책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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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다 보면 조금만 방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는 일들을 간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례로 우리나라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춘 것이 불과 60여 년 밖에 되지 않았으며 그 전에는 나라가 계속 생기고 사라지면서 끊임없이 변화했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여긴다. 왜? 국사라는 과목에서 배웠고 여기저기서 듣거나 읽어서 알고 있으니까. 그러면서도 정작 다른 나라는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나라로 존재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현재의 모습에만 관심이 있을 뿐 그 전의 모습에는 관심갖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다른 나라들도 당연히 그러한 과정을 거쳤을 텐데 말이다. 우리나라는 반도라는 지정학적 위치에 더해 유일한 육로라고 할 수 있는 방향에 외교가 단절된 나라가 자리잡고 있기에 땅을 밟고 다른 나라로 여행하는 일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에서 다른 나라로 자유롭게 여행하고 쉽게 국경을 넘는 사례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까지 하다. 이것이 바로 사람이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는 말의 방증이 아닐런지.

 

  유럽, 언젠가는 꼭 여행하고 싶은 곳 1순위.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여행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유럽의 화려한 문화와 역사를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은 이유가 가장 크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문화가 서구인(서양, 동양이라는 말조차도 그들의 시각으로 붙여진 말이지만)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솔직히 지금 우리가 배우고 있는 음악이나 미술, 철학 등 대개의 분야에서 서양의 문화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 사실이니까. 그래서 한편으로는 동양의 철학과 문화도 제대로 연구하면 서양 못지 않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함께 일종의 반감이 들지만 뭐 어쩌겠나. 내가 어떻게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객관적인 시각에서 제대로 아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것을.

 

  유럽의 역사는 세계사 시간에 잠깐 배운 것이 전부이고 지금까지 그다지 관심이 없었기에 궁금하지도 않았다. 간혹 유럽의 책들을 보면 복잡한 역사적 상황 때문에 헷갈려서 알아두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선뜻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고대 역사나 신화에서 잠깐씩 얻어 들은 것이 거의 전부라고 할 만큼 유럽의 역사에는 문외한이었다가 현대사를 접하면서 조금씩 알게 된 것이 지금까지 유럽에 대한 내 지식의 전부였다. 그런데 그 지식의 폭을 이제 조금 넓히게 되었다. 200년을 개략적으로 훑었기 때문에 유럽사에 대한 지식이 상당해졌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제 조금 유럽의 상호관계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말로는 처음 읽는 유럽사라고 하지만 사실 유럽의 역사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읽으면 무지하게 헷갈리겠다.

 

  중학교 때 사회 선생님이 각 대륙별로 나라와 수도를 외우도록 시켰다. 아주 지독하게.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나중에 그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한 가지, 1990년을 지나면서 그 전에는 없었던 나라들이 갑자기 많이 생기고 있던 나라도 쪼개져서 그쪽은 지금도 헷갈린다. 그곳이 바로 동유럽이다. 동독이 무너지고 소련이 해체되면서 새로운 나라들이 독립하며 생긴 나라들. 1989년과 1991년까지의 유럽의 변혁을 굉장히 의미있어 하면서도 정작 그곳에서 일어난 일들은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냥 새로운 나라들이 생겼다는 정도라고나 할까.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은 어떠했는지, 어떤 희생을 감수해야만 했는지는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 보인다. 여전히 그곳과 아무 관계도 없지만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나 할까. 만약 지금 그곳에서 인종 문제가 발생하거나 내부의 권력구도가 바뀐다면 왜 그런 현상이 벌어졌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듯하다. 또한 독일은 동독과 서독이 나뉘기 한참 전부터 그냥 독일이었을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이제는 하지 않게 되었다. 찌는 듯한 여름, 무기력하게 보낼 뻔한 날들이 이 책으로 인해 의미있는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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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엘리어트
멜빈 버지스 지음, 정해영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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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부모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한다. 만약 아이가 하고자 하는 것을 뒷바라지 해주지 못한다면 얼마나 안타깝고 자괴감을 느낄까 싶다. 어느 한 분야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능력되는 한, 아니 능력이 조금 안 되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뒷바라지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생각으로는. 그렇다면 특별한 재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원하는 것이 있다면? 원하는 것이 타당하다면 해줘야겠지. 그게 부모의 역할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럼으로써 약간의 희생을 치러야 하고 노후를 담보로 해야겠지만 그래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 빌리의 아빠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큰아이가 외국에 나가서 공부하고 싶다고 강력히 요구하는 바람에 살짝 그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때에 이 책을 보게 되어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주변에서 이 영화를 추천하기에 아이들과 함께 봤었다. 중학교 교과서에도 나왔다기에 더욱 뿌듯한 마음으로 봤는데 마지막 장면(거의 마지막인지 완전한 마지막인지는 모르겠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본격적으로 발레를 배우기 위해 발레학교로 떠나는, 빌리와 아버지가 가방을 들고 허름한 동네 한가운데 난 길을 걸어가는 장면이었지 아마. 앞으로의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묻어나는 빌리의 표정, 아들이 어려운 발레 학교에 입학해서 기쁜 마음과 함께 앞으로 뒷바라지를 어떻게 할지 걱정이 교차하는 아버지의 표정이 떠오른다. 앞뒤로 이어진 길 위를 걸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 말이다.

 

  어느 나라나 비슷한 과정을 겪나 보다. 우리나라도 한때는 호황을 누리던 탄광산업이 새로운 산업의 발전에 밀려 탄광이 폐쇄되면서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떠났고 지금은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영국에서도 탄광을 폐쇄하는 절차에 들어가자 그곳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탄광일을 하는 빌리의 형과 아빠가 파업에 적극 동참하면서 살림은 점점 궁핍해진다. 발레 선생님인 중산층을 비꼬는 그들의 모습에서 계층간 위화감이 느껴지는 동시에 속으로는 부러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파업에 참여하다가 사측의 회유에 넘어간 사람들을 맹비난하던 빌리의 아빠가 아들의 발레 오디션 참가비를 벌기 위해 자신의 신념을 버리는 모습을 보며 과연 빌리의 아빠를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었다. 마침 노사가 타협을 해서 빌리의 아빠는 명분도 잃지 않고 일도 다시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배신자라고 비난받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마음을, 부모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빌리의 형도 말로는 발레를 하겠다는 동생을 못마땅해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것이다. 가족이니까.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훔치던 장면이 떠올라 책을 읽으면서도 역시 그 장면에서 눈물이 핑돌았다. 어쩌면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부딪치며 힘겹게 적응해야 할 빌리를 보며 그보다 더 험난한 길을 가고자 하는 딸이 오버랩되어 감정이입이 됐는지도 모른다. 버거운 현실을 헤쳐나가기도 힘든데 자식을 위해 어쩌면 자신의 인생을 희생해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빌리의 아빠에게서는 우리 부부가 오버랩되었다. 발레 오디션을 보러 가서 인터뷰 할 때 심사위원의 질문이 꼭 내게 하는 질문 같았다. "빌리를 전적으로 뒷바라지 하시겠습니까?" 무엇이든 일단 시작하면 전적으로 뒷바라지 해야 하는 것, 그게 우리 부모의 역할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원작이 있는 소설을 영화화하는 것과 반대로 영화를 소설화하는 것은 모험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감동적인 영화로 인정받고 성공한 영화라면 더욱 더. 사실 소설을 읽으면서도 소설에 빠져 읽었다기 보다 영화 장면을 떠올리며 읽었다. 그래서 이게 잘 되었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만약 영화를 안 본 사람이 책을 읽는다면 어떨까. 잘은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는 게 더 감동적이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까 책을 읽었더라도 영화를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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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교과서, 세상에 딴지 걸다 생각이 자라는 나무 23
이완배 지음, 풀무지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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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것이 경제와 관련되어 있지만 정작 '경제'라는 말에는 겁부터 먹는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려고 애쓰지만 유독 경제 관련 분야는 선뜻 집어들지 않게 된다. 경제를 사회적으로 접근한 것에는 관심이 있지만 순수한 경제에는 관심이 없다고나 할까. 그래서 일단 경제 분야의 책이라고 하면 걱정을 하며 보게 된다. 아니, 머리 아프겠다는 생각을 먼저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아주 쉽다. 물론 청소년을 대상으로 경제의 기본 개념부터 설명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에게 지금 읽고 있는 책 얼른 읽고 경제 관련 책(이 책)을 읽으라고 했더니 경제는 잘 모르겠단다. 누가 내 아들 아니랄까봐.

 

  어떤 아이는 6학년인데도 연산이 원활하지 않아 선생님이 애를 먹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는 학교 주변의 PC방에서 게임하는 것과 좀 더 번화가로 나가서 게임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경제적인지 알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거기까지 가려면 차비가 들지 않느냐고 했더니 차비를 빼고도 이득이기 때문에 거기로 간단다. 만약 그것을 수학 문제로 냈다면 그 아이가 과연 풀 수 있었을까. 내가 보기엔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렇듯 거창하게 경제라고 이름 붙여서 그렇지 우리의 삶 자체가 경제생활이다. 경제는 몰라도 경제생활은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도 그들의 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서 설명하면 쉽겠네,라는 생각을 누구나 할 것이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 아닐까 싶다. 1997년 경제위기를 거치고 미국발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사람들이 경제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여러 용어들에 익숙해진 것이 사실이다. 자본주의니 수정자본주의니 하며 케인즈주의자가 어떻고 하는 이야기도 듣는다. 선거철만 돌아오면 나오는 재벌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이야기도 있고. 알고 보면 이처럼 주변 곳곳에서 경제를 만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학문으로 접근하려면 일단 겁부터 먹는 게 사실이다.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내가 그렇다. 경제생활은 하고 있되 경제에 겁먹는 청소년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일단 쉽고 재미있어서 책장이 잘 넘어간다. 둘째에게도 얼른, 아니 꼭 읽으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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