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쾅거리는 어려움


                        김신식 


지젝 할배는 자기를 문제삼는 게

자신에 대한 특권이라는데

난 스스로에 대한 바닥일 뿐이야

그래서 매일 가슴이 뛰지 그것뿐이니까


가슴이 뛰니 문제는 문제야

뛰는 건 좋은데 사는 건진 모르겠어

그래서 살려고 뭐라도 보는데

밑줄을 긋고 접을수록 눈이 가렵고

마음은 화생방이야


그래서 결국 실소만 남았는데

웃으면 웃는다고 뭐라 그래

찡그리면 찡그린다고 뭐라 그래


그래 이렇게 가슴이 쿵쾅거리는 건

뭐라 그럴까봐 두려워서 그런가봐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인데

웃음이 멈추지 않아

가슴은 더 뛰고

...

쿵쾅거리는 것도 어렵대

웃기지? 무서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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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 2013-05-11 0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시 좋음요!!!
 

말의 땀구멍이 점점 늘어나는 사회에서 모순적이지만 어떻게 하면 침묵하면서 말할 수 있는가를 요즘 고민해보게 된다. 표현이 아무렇지도 않은 사회에서 표현이 두려워지는 분위기라는 비극에 의연하게 대처하기란 쉽지 않다. 답답하고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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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침이 4에서 5사이를 가리키면 신호가 온다.


2. "너 왜 이렇게 사람 말하는데 몸을 뒤척이니?"라는 옛 친구의 말이 떠오르면서 다시 컴퓨터를 열심히 쳐다보는 척만 한다.


3. 커피를 방금 마셨는데, 포트를 다시 'ON' 상태로. 이미 그날의 에너지는 그날을 위해 다 썼다는 반응이다.


4. 야근 할 겁니까라는 비의지적,무의지적 질문이 사무실을 떠돌아다닌다.


5. 어이 해야죠. (하지만 '먹튀' 생각 가득)


6. 갑자기 내 책상 옆 책꽂이에 책들이 다 잘 있는지 쓰다듬는 눈빛으로 챙겨본다. 


7. 그리고 조금 더 원고를 본다. (이미 마음은 집에)


8. 점심을 먹고 있는데 저녁은 뭐 먹지 하는 기분으로 내일 가방을 쌀 때도 있다.


9. 내일 가방이란, 결국 손과 어깨에 아무 부담도 주지 않은 채 워킹화를 신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의 여부.


10. 바람이 차네? 파주 날씨를 한번 욕해준다.


11. 컴퓨터를 끈다.


12. 퇴근 카드를 찍는다.


13. 고개를 숙인다. 


14. 다른 건물을 쳐다본다.


15. 버스가 방금 지나갔다.


16. 어색한 사람들과 어색한 눈빛을 교환한다.


17. 질주하는 버스를 잡기 위해 손으로 미리 여러 번 흔들흔들 신호를 보낸다.


18. 탄다.


19. 손에 무엇을 쥔 아가처럼 교통카트가 든 지갑을 꼭 쥔다.


20. 연습할 오늘의 랩 음악을 틀어놓고 흥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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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점 


                                            김신식


청각 손상의 위험이 있으니 너무 높은 

소리로 듣지 마세요란 말을 무시한 채

그 빠른 랩 가사를 꼭꼭 씹어먹는다


듣고만 있으면 돋아날 줄 알았던 살점은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오징어 눈알이

되어버렸다


끄덕일 줄만 알면 맨드리 있게 짜일 줄

알았던 쥐난 발가락은 발악 끝에

차라리 겨울잠을 자자며 스스로를

포기한다


뭐 어떻게 해야 하는 거니라고 묻기가

무섭게 눈꺼풀이 무겁다

오늘도 불면이다

살점이 떠나 방황하는 걸

무력하게 지켜봐야 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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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 2013-05-11 0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신식 시의 독자임요!!
 

마음이 맵다 


                    김신식


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데 기사의 선의가 

나의 괜한 심술을 찌푸린다

그런 거 있잖나 술에 취해 졸다가

다시 깨어나보니 모두 망가져버린

그래서 이런 선의가 가시는 정작 아닌데

객쩍은 방어의 주문


눈이 감기고 졸리는 시간 기사는 날 위해

볼륨을 줄여주고 난 거기에 맞춰

이어폰을 낀 채 심술을 또 부리고


아무 이유 없는데 엄마에게 왜 이리

맛없냐며 찬거리까지 따지던 심술은

주머니 속은 돈을 가득 구기고 구겨

기사 당신이 또 선의를 베풀면 이 돈을 더 구기겠다고


눈을 떠보니 세상은 그대로

어디서도 연탄 기운은 남아 있질 않아 그치만 매워

어디서부터 언제 어떻게 그런 거 다 망가뜨린

연탄 기운은 어디에 어디에 너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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