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약한 녀석이야 작은 책마을 15
황선미 지음, 정유정 그림 / 웅진주니어 / 2009년 3월
절판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독자를 사로잡은 황선미 작가는 동물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주인공이 된 동물을 통해 버려진 물건에서도 뭔가를 발견하는 아이, 동생을 돌보며 두려움을 이기는 아이, 꿈을 위해 힘들어도 견디는 아이, 나만큼 남도 사랑할 줄 아이가 다음 세상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단다.
이 책에는 반달곰, 토끼, 다람쥐, 너구리를 통해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들려주는 동화 세 편이 연작의 형태로 담겨 있다.

꼬마 목수 반달이는 솜씨 좋은 목수 아빠가 하는 걸 보고 배워서 고장난 것들을 쓸모있게 고칠 줄 안다. 어리지만 누군가 도움을 청하면 최선을 다해서 솜씨를 발휘한다. 산토끼 아주머니의 그네를 고쳐주고 꿀을 얻었고, 산토끼 재롱이의 방도 선반을 만들어 난장판을 말끔히 정리해줬다. 재롱이는 반달이에게 초롱꽃을 주었고...잘못 된 길을 가르쳐준 능청이 너구리에게 다 내주었지만 구덩이에 빠진 능청이도 도와주었다. 하지만 능청이는 잘못을 반성하거나 사과하지 않는 '고약한 녀석이다'

다람쥐 깔끔이는 집을 수리하는 동안 건망증 할아버지 집에 가 있게 된다. 깔끔이는 건망증 할아버지에게 달랑 꽃을 주고 먹을 걸 많이 가져가는 두더지, 능청이 너구리, 오소리 아줌마가 얄밉다. 음식을 구하지 않고 게으름을 부리다가 건망증 할아버지를 이용한다고 투덜거린다. 할아버지에게 절대 친절을 베풀지 말라며, 메모판에 음식을 얻어가는 동물들을 적어 두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깔끔이가 여기 있었던 것과 도토리 과자 굽는 법, 깔끔이가 할아버지를 걱정했다는 것을 잊지 말자고 적어두었다. 깔끔이는 기운이 다한 할아버지를 통해 베풀기를 좋아하는 노인의 너그러움과 지혜를 깨달았다.

숲 속 동물들에게 작은 피해를 입히거나 이용하는 능청이 너구리는 '고약한 녀석'이라고 아무도 놀아주지 않는다. 하지만 능청이는 절대 고약한 녀석이 아니라며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반달이와 재롱이, 씽씽이는 능청이에게 친구가 되려면 가시덩굴에 갔다 오라고 말한다. 가시덩굴은 아이를 잡아가는 무서운 숲이다. 용감하게 가시덩굴에 간 능청이는 사라지고, 걱정이 된 동물들은 두더지 아저씨를 따라 가시덩굴로 들어갔더니 짠~하고 능청이 할머니의 집이 나왔다. 능청이는 아버지가 알려준 할머니 집을 찾는라 숲속을 헤매다닌 것이었다. 친구들은 오해를 풀고 능청이 할머니 마당에서 머루잔치를 벌인다.

중고샵에서 황선미 작가의 사인본을 건졌다. 작가가 이야기를 써놓고 10년이나 묵혀두었다 새롭게 다듬어 출판한 책이다. 남을 속이거나 괴롭히고, 어려움에 빠뜨리는 못된 능청이 너구리는 고약한 녀석이 아니었다. 문제아처럼 보인 능청이가 소중한 가족을 찾아 여행하는 진짜 주인공으로 태어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모든 아이가 소중하다는 걸 깨우쳐주는 이야기, 문제아는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는 걸 알아주자고 조용히 일러주는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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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2-17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샵에서 저런 사인본이나 책 앞에 어떤 글귀를 적은 책을 건지면 나름 기분 좋지 않나요? 전 얼마전에 건진 책 안에 500원짜리 지폐가 들어있더군요.. 얼마나 기분좋던지. 아무래도 앞으로 책을 팔때 뭔가를 끼워넣을까봐여~ ^^

순오기 2010-02-17 16:57   좋아요 0 | URL
헉~ 500원자리 지폐도 있나요?
작가사인본을 중고샵에 내놓는 거, 나는 못할거 같아요.
이 책은 출간 기념 사인본이었던 듯해요.

마녀고양이 2010-02-17 17:55   좋아요 0 | URL
500원짜리 동전 나온지가 한 25년 되었나요? 어렸을 때 있었는데.. 500원짜리 지폐, 거북선과 이순신 장군 그림이 있는.

순오기 2010-02-18 05:16   좋아요 0 | URL
아~ 500원짜리 지폐, 그 옛날 지폐를 말씀하셨군요.
그걸 건지시다니 횡재하셨네요~ ^^

무해한모리군 2010-02-17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싸인본이네요 ㅎㅎ

순오기 2010-02-18 05:17   좋아요 0 | URL
황선미 작가와는 인연이 없어 사인본 하나 없었는데 중고샵에서 건지기도 하네요.^^ 그래도 개인적인 만남으로 받은 게 아니라 특별한 의미는 없지만...^^

오월의바람 2010-02-18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샵 애용해야겠어요.알라딘 중고샵에서 사면 배송료도 없고 좋더라구요. 저도 얼마전에 한 권 주문했는데 완전 새책이더라구요.작가 사인본은 소장가치가 있을텐데 덕분에 순오기님만 더 행복해지셨네요.축하드려요.

순오기 2010-02-18 17:13   좋아요 0 | URL
새책 사면서 금액 맞출때 중고샵에서 주로 아이들책을 구매하는데 다 좋았어요.사인본은 처음 건졌어요.^^
 
선생님은 나만 미워해 이야기 보물창고 12
이금이 지음, 이영림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예비1학년에게 선물하면 좋을 책으로, 갓 입학한 1학년 은채와 같은 반 아이들 이야기를 네 편에 담아냈다. 이금이 작가의 어린시절 경험과 자녀들의 이야기가 떠올라 썼다는데,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도 '선생님은 나만 미워해'라고 느끼는 아이들 마음은 변하지 않는 듯하다.^^  

예비 1학년이나 엄마가 읽으면 1학년 교실에서 벌어질 풍경을 미리보고 면역주사 한 방 맞을 책이다. 저학년을 위한 동화답게 그림만 봐도 금세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전면에 펼쳐진 그림이 시원스럽다.



<선생님은 나만 미워해> 엄마들은 자기 아이가 선생님께 미움 받는다고 생각하면 속이 확 뒤집어진다. 아이 앞에서 선생님을 탓하고 싶은 걸 참으며, 마음에서 끓어오르는 열을 식히느라 애꿏은 아이에게 화를 내기 일쑤다. 선생님은 왜 은채만 미워할까? 며칠 지켜보던 엄마는 선물을 갖고 선생님을 찾아간다. 하지만 선생님은 선물을 받지 않으셨고, 야무지게 혼자서도 잘하는 은채를 좋아한다고 말씀하신다. 초보 학부모는 주변 엄마들의 조언에 이리저리 휘둘리기 마련이다.^^ 아이가 선생님이 나만 미워한다고 호소해도, 선생님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엄마의 믿음을 먹고 아이는 자란다.

<주운 사람이 임자> 은채네 반에서 거금 2만원이 없어졌다. 선생님은 가져 간 사람이 나올 때까지 집에 보내지 않고, 엄마와 따로 사는 수영이가 엄마를 만나지 못할까봐 걱정된 은채는 손을 들어버린다. 하지만 기훈이가 먼저 으앙~ 울며 고백했다. 자기가 떨어뜨린 세뱃돈을 주운 형이 '주운 사람이 임자'라며 돌려주지 않아서 자기도 교실에 떨어진 돈을 주워서 가졌단다. ^^  



<너 때문이야> 준비물을 사러 문구점에 갔던 승우와 상민이는 오락기에 빠져 버렸다. 시간이 흘러 벌써 공부를 시작했을거라는 아저씨 말에 놀란 녀석들은 서로 너 때문이라고 소리치며 울어버렸다. ㅋㅋ올해는 산타할아버지가 오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는 사랑스런 1학년이다.^^  

<새친구> 경상도에서 이사온 지혜는 사투리 때문에 아이들에게 놀림받는다. 은채는 자기 이름을 '언채'라고 부르는 지혜한테 단단히 화가 났다. 하지만 지혜의 생일초대장을 받은 아이들에게 외톨이가 된 은채는 지혜의 마음을 이해하며 눈이 마주치자 웃었다. 웃음은 친구로 만들어주는 마술사 같다. 1학년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과 따뜻한 마음에 독자도 덩달아 훈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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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02-13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이 책도 너무 좋군요. 다음엔 이 책도 챙겨봐야겠어요.ㅎㅎ

순오기 2010-02-15 02:36   좋아요 0 | URL
글자를 아는 아이라면 부담없이 읽기 좋은 책이죠.

2010-02-15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2-15 19:22   좋아요 0 | URL
아하~ 어머니가 선생님이셨군요.^^
흐흐~ 똘똘한 아이들은 눈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요, 선생님들이 잘 써먹는 말이지요.^^
 
왕따, 남의 일이 아니야 -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지침서 인성교육 보물창고 2
베키 레이 맥케인 지음, 토드 레오나르도 그림,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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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학교에 보내면서 부모는 우리 아이가 학교에 잘 다니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지 지켜보게 된다. 선생님께 사랑받는 것도 좋지만 친구들과 자연스레 어울리는 게 더 중요하다. 이 책은 학교생활이 걱정스런 부모와 아이들에게 주는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지침서다.

이 책은 친구를 괴롭히는 걸 바라보는 아이의 진술로 시작한다.
"우리는 모두 말이나 행동으로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일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선생님이 알아 차리지 못하게 레이를 괴롭히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만두라고 말하지 못했다. 그저 눈을 질끈 감고 입을 꼭 다물고, 손으로 귀를 막는 행동 뿐...대부분의 아이들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두 모여 있는 것이 안전하다는 걸 스스로 알아 챈 아이들, 하지만 녀석들은 레이를 따로 떼어내 못된 말과 주먹질로 아이들 모두 겁에 질리게 만들었다. 그래서 아무도 "그러지 마, 나쁜 짓이야!"라고 말하지 못했다.

레이는 다음 날 학교에 오지 않았다. 녀석들은 레이가 학교에 나오면 어떻게 괴롭힐지 얘기 하는 걸 들으며 비로소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알았다. 조용히 선생님을 찾아가 그동안의 일을 말씀드렸다. 선생님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레이를 돕는 일이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함께 생각해 보자고 하셨다.

레이가 학교에 나왔지만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레이에게 먼저 다가가 같이 놀자고 말했고, 레이는 우리와 같이 놀았다.도움이 필요한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는 일은 어른도 아이도 쉽지 않다. 더구나 왕따를 당하거나 못된 녀석들의 폭력에 시달리는 친구에게 손 내미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레이를 괴롭히던 녀석들이 다가왔을 때, 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이 나타나셨다. 아이들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은 어른이 개입해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다. 학교폭력은 어른들이 방치해선 해결되지 않는다.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이 관심갖고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된다.

레이를 괴롭힌 아이들이 부모를 학교로 불러 같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부모들은 자식의 문제라면 팔이 안으로 굽기 때문에 실상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학교와 부모가 알았다면 서로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책 뒤에는 학교폭력을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하고 있다.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에게 스스로 맞서 싸우라는 충고만으론 해결될 수 없다. 아이들도 싸움에 직접 말려들기 보다는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다. 그것은 '고자질'과 구별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알리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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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0-02-12 0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학교 폭력... 정말 골치아픕니다. 싸우고도 맞은 놈이 무조건 피해자래요. 힘없어 맞아놓고는... 그러고는 돈 내라고 합니다.
일방적으로 몇 명이 한 아이를 괴롭히는 학교 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해서 알면 처벌하고 지도할 수 있는데요. 사실 모든 인간관계가 명확한 건 하나도 없잖아요.
특히 중학교 의무교육과 법적 미비가 큰 문제 같더군요. 감옥 보낼 꼬마도 솔직히 있지 않을까요?

순오기 2010-02-12 10:09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초등학생을 위한 책이라, 중고딩에게는 적용이 어렵겠군요.
학교폭력은 모두가 힘든 일이고 인간관계도 그렇고... 심란하네요.

오월의바람 2010-02-12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에서 용기있게 나서기가 쉽지 않아요. 친구들끼리의 문제라서 부모나 선생님이 해결하기 힘든 경우도 많아요.도움을 준다고 하는 것이 더 큰 문제를 야기하기도 하구요.일단을 부모나 선생님이 알고 지켜보고 적절히 도움을 주고 개선해 나가야 하죠.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예요.

순오기 2010-02-12 10:10   좋아요 0 | URL
그렇겠죠~ 더구나 중.고딩이라면... 이 책은 초등아이들을 위한 책이니까...

Forgettable. 2010-02-12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두운 내용인데, 그림이 무척 따뜻한 느낌이에요.
왕따는 정말 세계적 문제군요 ㅠ

순오기 2010-02-12 11:52   좋아요 0 | URL
현실이 어둡다는 걸 너무 어린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건 슬퍼요.ㅠㅠ
 
앵초의 노란 집 베틀북 창작동화 6
황선미 지음, 한병호 그림 / 베틀북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저학년이 읽을 만한 황선미 작가의 동화 두 편이 실렸다. 도시인이라면 우선 '앵초'가 어떻게 생긴 꽃인지 궁금할거고, 더구나 노란 집은 누구의 집인지 호기심을 부추기는 제목이다.^^  

도시개발이란 미명하에 살던 마을을 떠나야 하는 아이, 앵초는 키가 작다고 아이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이사한 곳이 못마땅해 부루퉁한 민우는 짝꿍인 앵초가 맘에 안 들었다. 보조바퀴를 못 뗀 민우에게 "유치원 다니니? 창피하게 네발 자전거가 뭐야? 내가 보조 바퀴를 뗐으니까 잘 연습해라." 핀잔을 주던 앵초에게 지기 싫어 나무타기 시합을 호기롭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둘 다 걱정이 되었던지 어둔 밤 몰래 나무타는 연습하다 딱 마주친다.^^ 그 일로 서로 마음이 통하고 친구가 된다. 앵초가 갖고 싶은 노란 집은 무엇이고, 왜 노란 집이 필요했는지 이해하면 가슴이 찡해진다. 

고양이와 사는 '괭이 할아버지'는 쓰레기를 버린 아이들을 잡아 강물에 들어가 쓰레기를 줍게 한다.  재수없게 걸렸다고 투덜대던 소연이는 종오와 기철이의 도움으로 빨리 끝냈지만, 아이들은 할아버지한테 이용당한거 같아 복수한다고... 할아버지 몰래 살구를 따 먹으러 들어갔다가 붙잡혀 감자밭까지 매게 된다. 방문이 열린 할아버지 방을 엿본 소연이는 많은 책에 빨려 들어가 책을 읽느라 할아버지가 오신 것도 몰랐다. 그 후 소연이는 할아버지 방의 책이 궁금해 자꾸만 발걸음을 하고, 책을 좋아하는 소연이를 알게 된 할아버지는 고향을 떠나면서 그 집을 아이들에게 남긴다. 아무때나 와서 책을 읽으라고.... 마을도서관을 꿈꾸는 내게는 눈물 글썽이는 감동으로 다가왔다. 

자꾸만 사라져가는 우리들의 고향 마을, 도시화로 밀려나는 원주민들이 가 닿을 곳은 어디인지 마음이 애잔하다. 농지가 사라지고 아파트가 빽빽히 들어차는 도시 개발만이 능사인지, 4대강 토목공사로 전국토를 들쑤셔대는 삽질이 잘하는 짓인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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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02-11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사라지는게 너무 많아 씁쓸해요. ㅜㅜ

순오기 2010-02-11 11:38   좋아요 0 | URL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지는 건 가히 기절할 지경이죠.ㅜㅜ
 
내 친구 소로우 선생님 - 달리 초등학교 그림책 12
줄리 던랩.메리베스 로비에키 글, 메리 어재리언 그림, 조연숙 옮김 / 달리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발견한 건 정말 '심봤다'였다.^^ 어린이를 위한 월든이란 부제가 붙은 '소로우의 오두막'을 지역도서관에서 빌린 후, 초등도서실에 갔는데 바로 이 책이 눈에 띄었으니 예상치 못한 횡재였다.

 <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빗 소로우와 <작은 아씨들>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이 이웃에 살았다니 얼마나 복받은 일인지 너무너무 부러웠다. 더구나 루이자는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았고 날마다 집안 일을 도와야 했다는데, 소로우를 만나면서 자연과 더불어 동무가 되었고 그 영향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이 책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림이 참 맘에 든다. 나는 판화 그림으로 된 책들이 좋다. 많이 보지 않았지만 그 희소성 때문에 더 좋아하게 되었다. 기억에 남는 판화 그림책은 베스 크롬스의 '겨울 할머니'와 '수수께끼 동시 그림책' 정도인데, 메리 어재리언이라는 판화작가를 한 명 더 알게 된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메리 어재리언을 검색해보니 알라딘에서 달랑 이 책 하나 검색된다.ㅜㅜ 

 

루이자는 참 말괄량이였던 듯, 일곱 살때 들보 위에 올라가 뛰어내리다 발목을 삐었다. 덕분에 아빠 서재에서 착한 여자아이가 해야 할 일들을 써 내려가는 벌을 받았다. 아빠는 어떻게 하면 딸이 얌전해질지 고민하게 되었고... 루이자는 발목이 다 나은 후에 소로우 선생님과 허클베리 열매를 따러 가는데 따라 나섰다. 소로우 선생님은 언니 애너가 다니는 콩코드 사립학교의 선생님이었다. 



루이자는 소로우 선생님과 함께 하는 게 마냥 좋았다. 선생님의 주머니엔 플룻을 모자엔 연필을 꽂고 다녔지만 말이 별로 없었다. 선생님은 양철통을 안 가져온 아이에게 나무껍질로 통도 만들어 주셨다. 이런 멋쟁이 선생님께 루이자는 홀딱 반해 버린 듯.^^ 



소로우 선생님은 두꺼비를 잡아 무언가 공책에 끼적였고, 글쓰기를 재빨리 끝내는 선생님이 루이자는 신기했다.



"산열매보다 싱그러운 건 없다. 눈뜬 자들에게 자연이 주는 선물이지." 
소로우 선생님 말씀처럼 자연이 공짜로 주는 선물을 따면서 아이들은 신이 났다. 소로우 선생님은 바위에 앉아 플룻을 불었고...루이자의 가슴 속엔 해맑은 플룻 소리가 물결 쳤다. 


루이자는 집안에 틀어박혀 일만 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소로우 선생님이 토요일에 학생들을 데리고 야외수업을 한다는 걸 알고 루이자는 허락을 받고 달려 갔다. 소로우 선생님의 휘파람 소리에 나무 꼭대기에서 내려오는 논종다리도 신기했고, 선생님이 들려주는 인디언 이야기와 버섯 위에서 춤추는 꼬마 요정 이야기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거미줄은 요정이 떨어뜨린 레이스 손수건이라는 말씀과 플룻 연주를 들으며 행복했다. 

 

루이자는 아버지가 금지령을 내렸어도 소로우 선생님이  콩코드 강으로 소풍 간다는 걸 알고 기어이 따라 나서는 못 말리는 꼬마였다. 흐르는 강물을 보며 플룻 소리를 듣는 것이 좋았다. 소로우 선생님은 언젠가는 강물 따라 여행하고 그 이야기를 쓸 거라고 했다.  



루이자 아빠가 글쓰기로 돈을 벌지 못해서 겨울동안 장작을 패서 하루에 일 달러를 벌었다. 생일파티도 하지 못했고 얇게 썬 빵과 사과 몇 조각이 전부인 가난한 생활을 했다. 엄마는 동전을 벌려고 바느질을 했고, 루이자는  언니와 집안일을 하고 동생을 돌봐야 했다. 루이자는 겨울 내내 집안에 틀어박혀 갑갑하게 지냈다. 



루이자는 삼월에 찾아 온 울새의 노래를 들으며 자기도 노래를 부르고 싶었지만, 순간 머릿속으로 낱말들이 밀려들었다. 그동안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모두 노래가락이 되어 후다닥 집안으로 들어와 시를 썼다. 루이자는 그 시를 부모님과 소로우 선생님께 보여 드렸다. 루이자의 글쓰기는  자신을 강하고 자유롭게 하는 가슴 설레는 일이 되었다. 여덟 살 루이자는 자기 안에 흐르는 음악의 강을 발견한 것이다. 루이자는 훗날 자신의 가족이야기와 닮은 <작은 아씨들>을 썼고, 이야기 속의 작가 조 마치는 바로 루이자 메이 올컷이었다.  

소로우 선생님과의 만남으로 루이자는 글쓰기를 좋아하게 되었고 마침내 작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소로우 선생님은 1854년 <월든>을 출간하고, 1862년 5월 6일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루이자는 소로우 선생님을 기리는 시 <소로우의 플룻>에서 '숲의 천재가 사라진다"고 슬퍼했다. 인생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는가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는 건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인가! 루이자와 소로우 선생님의 만남은 오래 지속되진 않았지만 어린 소녀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듯하다. 루이자가 소로우 선생님을 만난 건 정말 축복이었다. <작은 아씨들>을 만날 수 있는 우리에게도 축복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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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0-02-07 0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얘기 사실일까요????아님 근처에 살았다는 것만으로 만들어진 얘기?????암튼 사실이라면 정말 신기해요~.ㅎㅎㅎ
저도 이책 담아갑니다(일단 담기만,,,ㅎㅎ)

순오기 2010-02-07 16:10   좋아요 0 | URL
사실이겠죠. 루이자 언니가 다니던 학교 선생님이었고 이웃에 살았다니까.^^

라로 2010-02-07 16:26   좋아요 0 | URL
사실이군요!!!!와~ 저는 허구이겠거니 했어요,,,,선생님이었다는 것도 안믿었으니,,,,넘 의심많고 건조한가봐요,,ㅠㅠ

순오기 2010-02-07 16:51   좋아요 0 | URL
실존인물 이야기는 기록을 바탕으로 하니까 허구이기야 하겠어요?
만치님 댓글을 봐도 사실이라 믿어도 되겠죠.^^

blanca 2010-02-07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너무 신기해요. 작은 아씨들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그녀와 소로우가 이웃이었다니. 게다가 올컷이 제자였다니..이런 숨은 얘기 정말 너무 잼나고 좋아요.

순오기 2010-02-07 16:11   좋아요 0 | URL
그림책 아니었으면 이런 귀중한 정보를 모르고 지나칠 뻔했어요.^^

비로그인 2010-02-07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마을에 가봤어요! 너무너무 아름다운 마을이에요.
실제로 루이자 메이 올컷의 아버지가 소로우와 친구였다더군요.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에머슨, 소로우, 호손과 알고 지냈다니.. 작가가 되기엔 최적의 환경이지요? 올컷의 집 구경도 했었는데, orchard house라는 이름의 작고 검소하고 예쁜 집이었지요.

bookJourney 2010-02-07 16:04   좋아요 0 | URL
와우와우, Manci님 너무 부러워요~~~

순오기 2010-02-07 16:14   좋아요 0 | URL
와우~ 만치님은 올컷의 집도 가봤군요. 부러워라~
어렷을 때부터 에머슨, 소로우, 호손과 알고 지냈다니~ 정말 작가가 될 수밖에 없었겠니요.^^

bookJourney 2010-02-07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피벳'에서도 소로우와 루이자가 한 마을에 사는 이야기가 잠깐 나와요. 아름다운 환경에서 작가와 이웃하며 살면, 저절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
메리 어재리언의 책은 'Mary Azarian'으로 검색하면 몇 권 더 나와요. 번역서가 없는 영어책들만 나와서 좀 아쉽기는 하지만요 ... ^^;


순오기 2010-02-07 16:20   좋아요 0 | URL
아~ 고마워요, 알라딘은 살아있는 백과사전이라니까요.^^
검색해보니 정말 책이 여러 권인데 번역서는 없어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