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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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유명한 소설을 이제서야 읽었다. 왠지 선뜻 다가서지 못했는데 생각보다 잘 읽혔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건강이 악화되어 요양을 가게 된 이 소설의 주인공인 '홀든 콜필드'가 그 전 며칠 동안 자신의 행적을 얘기해주는 것으로 이 소설은 시작된다. 명문 고등학교 펜시에서 퇴학당한 홀든은 반항아의 대명사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홀든은 사실 그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외로운 아이이다. 영어나 글쓰기외에는 관심이 없어서 공부 못하는 학생으로 여겨지고 엉뚱한 생각과 질문으로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며, 그게 서러워 펑펑 우는 순수한 아이이다. 담배를 많이 피우고 허세를 부리며 사람들에게 인정받고자 거짓말을 늘어놓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솔직함이 드러나 미움을 받는다. 결국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익명의 삶을 살고자 서부로 떠나기로 마음먹은 홀든은 마지막으로 동생 피비를 찾아간다. 그런 그에게 피비는 묻는다. 앞으로 뭐가 되고 싶냐고? 홀든은 '호밀밭의 파수꾼' 이 되고 싶다고 한다.

 

번역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원작엔 욕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내내 마음이 아퍘다. 홀든이 너무 안되보였기 때문이다. 홀든이 공부를 못하고 좀 엉뚱한건 맞지만 아무도 홀든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어주지 않기에 많이 안타까웠다. 홀든은 센트럴 파크의 연못이 얼면 거기에 살던 오리들이 어디로 갈까를 궁금해한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황당할 수도 있겠지만 확실한 대답을 못해도 '글쎄, 어디로 갈까요?' 라고 같이 고민이라도 했으면 그 아이가 그렇게 외롭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엉뚱하고 순수하며 나와 생각이 다른것에 우리는 알게 모르게 나쁘다는 판단을 많이 한다. 그런 것을 인정해버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내 삶이 불편하고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내가 편해지고 고통받지 않기 위해 애써 그런 것을 외면하고 보편타당성이 있는 규범을 내세우기에 급급하다. 그래서 홀든을 이해하지 않으려하고 그를 반항아로만 치부하는지도 모른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해주기 보다  허구의 얘기로 더 진실되고 이해가능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소설이기에-J.D.샐린저의 - 난 소설을 좋아한다. 내가 더 넓은 곳으로 독서의 지평을 넓히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홀든은 동생 피비를 통해 아마 일상으로 돌아올 것 같다.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다면 우리는 언제라도 돌아올 수 있다. 홀든이 지키려는 호밀밭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호밀밭을 지키며 어른이 되고 더 단단해 질거라 믿는다.

 

-'집에서 잠자고 있는 책' 읽기 2

 

 

 

 

때때로 이런 것들은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처음 말했을 때 인정했는데도 똑같은 말을 두 번씩 하는 것 말이다. 그걸로도 모자라는지 선생은 같은 말을 세 번이나 했다.-p22

정말로 나를 황홀하게 만드는 책은, 그 책을 다 읽었을 때 작가와 친한 친구가 되어 언제라도 전화를 걸어, 자기가 받은 느낌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p32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p229-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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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4-04 0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에 지인이 참 좋아하는 소설
이라고 해서 읽게 되지 않았나 싶네요.

언제고 다시 읽어야지 싶습니다.

페넬로페 2020-04-04 10:45   좋아요 0 | URL
저도 되새기며 다시한번 읽고 싶어서 다른 출판사책을 구입했습니다^^
호밀밭이 의미하는게 무엇인지 더 생각해보고 싶기도 하구요^^

후애(厚愛) 2020-04-10 1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즐겁고 행복한 주말되시길 바랍니다.^^

페넬로페 2020-04-10 20:1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후애님!
후애님께서도 건강하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일상이 흐트러진지가 언제인지도 모르겠고, 이제는 그 게을러진 일상이 진짜의 일상이 되고 있다. 나는 본래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이라 그러한 세상의 단절에 영향을 덜 받을줄 알았다. 그러나 오리려 재택근무를 하기에 밖에서 받는 에너지가 나에게 무척 중요했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는다. 일은 계속 하지만 무기력해지고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책은 계속 읽는데 도무지 글이 써지지 않는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서도 어떻게 이 책을 글로 표현할 지 막막하다. 일상의 무기력은 생각의 무기력으로 옮겨진 것 같다. 2주 전에 독서 동아리 모임을 했었는데 아직까지 후기를 올리지 못하고 있고, 알라딘에서도 '좋아요' 만 누르고 있다. 아예 글을 시작할 첫문장이 떠오르지 않는다.

 

영화를 전공하는 딸아이는 영화도 많이 보지만 뮤지컬덕후이기도 하다. 그런 딸아이에게 코로나는 중요하지 않다. 마스크를 쓰고서 공연을 보러 다닌다. 딸아이는 혼자서도 많이 다니는데 한번씩 나와 같이 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모처럼 주말을 맞이해서 둘이서 대학로에 갔다. 마로니에공원은 목련꽃으로 가득했고 여전히 연인들이 많았고 또한 여전히 벤치에서 싸우고 있는, 여자가 울고 있는 연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봄이 완연한 길을 걷고 있으니 옛날 생각도 많이 났고 즐거웠다.

 

딸아이와 대학로의 번화가쪽이 아닌 주택가에 있는 카페거리에 갔다. 그곳에는 프렌차이즈가 아닌 조그만 카페가 많은데 그중에서 북카페가 있길래 들어갔다. 커피를 마시며 둘이서 얘기를 나눴다. 대학들이 이제 싸강을 시작했기에 딸아이는 교양과목으로 글쓰기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 수업의 교수님이 먼저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하루동안의 의식의 흐름에 대한 글을 써보는 과제를 냈다고 했고,  나는 마침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소리와 분노'인데 그 책이 의식의 흐름의 기법으로 쓰여졌다고 얘기했다. 의식의 흐름의 기법으로 쓰여진 책이 읽기는 어렵지만 몰입을 하다보면 그 책에 더 흠뻑빠질 수 있다는 얘기도 했다. 그리고 요즘 글이 도무지 써지지 않는다고 했더니 딸아이는 아무도 엄마글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고 그냥 부담감을 갖지 말라고 했다. 딸아이는 요즘 세대답게 나에게 나대로 살라고 계속 말해준다. 우리는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카페에 있는 책도 읽었다. 바깥이 어둑어둑해지는 틈에 우리는 집에 가려고 카페에서 나왔다.

 

카페에서 나오는데 카페 사장님이 우리를 따라 나오셨다. 조그마한 카페라서 우리가 하는 얘기가 들렸나보다. 책을 읽고 책얘기를 나누는 모녀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고 자기는 그러한 것을 좋아한다고 다음에 꼭 다시 찾아달라고 몇 번이나 말씀하셨다. 그런데 그때, 카페 사장님의 말을 듣는 순간 불현듯 글이 써질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한다는 그 말이 나를 향한 격려의 말처럼 들렸고 이상하게 나를 받아주는 넉넉한 마음 같았다.

일상을 다시 찾고 게으름을 물리치고, 그리고 글을 쓰자

 

봄빛이 완연하고 예쁘니 산책을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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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0-03-22 15: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어려울 때일수록 주위의 작은 관심과 사랑이 큰 힘이 됨을 깨닫게 됩니다. 이번 사태에서 얻은 작은 교훈이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페넬로페 2020-03-22 15:54   좋아요 1 | URL
네 정말 그런것 같아요^^
저도 작게나마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어야겠어요~~

클로드 2020-03-22 16: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같이 보고 듣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것 같아요. 특히 공연장에서는 같은 공간에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해지곤 하더라고요.

페넬로페 2020-03-22 17:06   좋아요 0 | URL
네, 같이 공감할 수 있다는게 행복하고 소중한 것 같아요~~
클로드님, 감사합니다^^

모모 2020-08-05 2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읽었어요, 따님이 한 말을 보고 살짝 웃음이 나오네요^^

페넬로페 2020-08-05 22:32   좋아요 1 | URL
딸아이 말에 용기내어 다시 열심히
쓰고 있어요~~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이 옳다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정혜신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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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을 다루는 책들은 거의 모두 우리에게 '당신이 옳다'라고 말한다. 정혜신의 이 책은 제목부터 그러하니 나에게 계속 '당신이 옳다'라고 말해주는 책이려니 했는데 생각보다 '공감'에 대한 얘기가 많았고 그 '공감' 의 내용에 많이 공감했다.

 

살아가면서 사람들과 교류할 일이 많고 그럴때마다 우리는 공감이라는 도구를 사용한다. 공감이란 좋은것이고, 필요한 것이고 사랑을 표현하는 한 방법이 될 수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는 공감을 강요당하며 살고도 있다. '나' 드러내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요즘의 사회에서 공감해주지 않으면 당신이 못났고 그러한 것을 가지지 못해서 그런거라는 손가락질로 되돌아오기가 쉽다.

 

공감은 내 등골을 빼가며 누군가를 부축하는 일이 아니다.

공감은 너를 공감하기 위해 나를 소홀히 하거나 억압하지 않아야 이루어지는 일이다. 누군가를 공감한다는 건 자신까지 무겁고 복잡해지다가 마침내 둘 다 홀가분하고 자유로워지는 일이다.-p121

 

감정적 반응 그 자체가 공감은 아니다. 한 존재가 또다른 존재가 처한 상황과 상처에 대해 알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 존재자체에 대해 갖게 되는 톻합적 정서와 사려 깊은 이해의 어울림이 공감이다. 그러므로 공감은 타고난 감각이나 능력이 아니다. 학습이 필요한 일이다.

사람들은 공감을 정체를 알 수 없는 순정한 무엇으로 여긴다. 진짜 그런가.-p124

 

나는 공감능력이 좋은 편이라고 나 스스로 생각한다.나 스스로....

공감이라는 것과 뭔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다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과 소신속에서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 상황은 많다. 나는 공감능력은 많지만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해주는 능력은 많지 않다. 그래서 좋은게 좋은 것이 잘 되지 않는다. 이런 나의 성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행동에 대한 복기도 많이 해봤지만 잘 고쳐지지 않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이런 나에게 이 책은 공감에 대한 정확한 맥을 짚어주고 나를 위로해주었다.

 

구석구석 비춰주는 거울처럼, 구석구석 빼놓지 않고 나를 담고 있는 누드 사진처럼 '거부감 들지 않고 다정하게, 그러나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공감 유발자다. 자세히 알아야 이해하고 이해해야 공감할 수 있다. 공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익히는 습관이다.-p128 

 

공감자는 모든 사람과 원만하게 지내는 사람이 아니다. 너도 마음이 있지만 나도 마음이 있다는 점, 너와 나는 동시에 존중받고 공감받아야 마땅한 개별적 존재라는 사실을 안다면 관계를 끊을 수 있는 힘도 공감적 관계의 중요한 한 축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관계를 끊는 것이 너와 나를 동시에 보호하는 불가피란 선택일 때가 있기 때문이다.-p170

 

부모가 관계의 본질을 이해하고 사과하고 제대로 공감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허무할 만큼 어렵지 않게 갈등이 풀린다. 그러나 성인 간의 관계는 다르다.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 있지만 나만 잘한다고 되지 않는다. 상대가 감당해야 할 몫도 있다. 그것까지 내가 짊어질 이유는 없다. 너도 있지만 나도 있다. 어떤 관계에서든 납득할 수 없는 심리적 갑을 관계가 일방적이고 극단적으로 계속된다면 이런 관계를 끊을 수 있는 것이 더 건강하다. 우선 내 건강성을 지켜야만 나중을 기약할 수도 있다.-p171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당신이 옳다' 에는 '공감'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많이 다루어져 있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하고 적절한 것만 나열했다. 그 부분이 나에게 가장 적합한 위로이기 때문이다. 얼마전 한겨레신문에서 정혜신작가와 그의 남편 이명수씨의 충조평판에 대한 인터뷰가 있었다. 그때 그 기사의 댓글에서 이 두사람에 대해 나쁜 얘기가 많이 있었다. 나는 이 두분의 결혼얘기에 대해 잘 모르고 궁금하지도 않다. 그저 국가가 잘못해서 일어난 여러가지 굵직굵직한 트라우마의 현장에 직접 뛰어드는 모습을 좋아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부부간의 신뢰하는 모습도 좋아보였다.

 

'당신이 옳다' 는 현실적 수준이 아닌 근원적 수준의 확인이라는 자저의 말에 수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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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03-08 2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는데 괜찮았던 것 같아요.
페넬로페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 오후 참 따뜻하더라고요.
편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페넬로페 2020-03-08 22:09   좋아요 1 | URL
네, 이 책으로 도움많이 받았어요~~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20-03-11 1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심리학과 관련한 책은 흥미로워서 저도 이 책의 구매자입니다. 잘 읽혀지는 책이죠.ㅋ

페넬로페 2020-03-11 11:28   좋아요 0 | URL
네, 잘 읽었어요^^
공감에 대한 부분도 좋았는데 정신과 상담과 약복용에 대해서도 수긍이 가더라구요**
 
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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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는 늪이 아니다. 습지는 빛의 공간이다. 물 속에서 풀이 자라고 물이 하늘로 흐른다. 꾸불꾸불한 실개천이 느릿하게 배회하며 둥근 태양을 바다로 나르고 수천 마리 흰기러기들이 우짖으면 다리가 긴 새들이-애초에 비행이 존재의 목적이 아니라는 듯-뜻밖의 기품을 자랑하며 일제히 날아오른다.-p13

 

습지에 사는 소녀, 카야는 모든 가족에게 차례차례 버림받고 혼자서 습지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 곳의 모든 것과 어우러져  살아간다.  학교에 딱 하루 가고 평생 다니지 않았지만 나중에 습지에 관한  책을 여러 권 내는 작가가 된다. 이 책의  내용이 단지 그것뿐이라면 이 소설은 아름답다. 또한 역경을 딛고 결국 자아를 실현하며, 사랑을 쟁취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의 시작은 체이스 앤드루스라는 마을에서 소문난 바람둥이가 늪에서 시체로 발견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카야라는 한 소녀의 성장과정과 체이스 앤드루스의 죽음을 파헤치는 수사과정이 교차되며 전개된다.

 

상상력은 깊디깊은 외로움에 뿌리를 내리고 자란다.-p46

 

하지만 수집품이 커질수록 외로움은 깊어졌다. 심장 크기만 한 아픔이 카야의 가슴속에 살았다.

그 무엇도 아픔을 덮어주지 못했다.-p184

 

마을 사람들의 편견과 무시로 카야는 타인과의 관계를 포기하고 살아가지만 뼛속까지 스며드는 외로움과 혼자 살아가는 것의 한계로 인한 도움의 필요성때문에 카야의 주변엔 그래도 사람이 필요했다.  그 사람들은 카야를 도와주기도 하지만 피해를 주고 미워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 시절엔 아직까지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했는데도 카야를 도와준 사람은 흑인인 점핑과 메이블부부였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 은 습지를 배경으로 했기에 자연에 대한 묘사가 많다. 카야가 그 모든 것을 포용하고 사랑하며 나타내는 표현들이 아름답다. 또한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스릴도 있으며 소설의 마지막에 법정에서의 재판과정이 있어 끝가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과 형식만을 중요시하는 체이스 앤드루스의 부모와 소박하고 다정하며 자식의 의사를 존중하고 인정해주는 테이트의 아버지를 대조시키며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나타내준다. 다양한 배경과 사건들로 이 소설은 흥미롭고 끝에 반전도 있다.

 

다만 이 소설은 서사에 비해 문장이 조금 아쉽다. 문장이나 단어를 다르게 표현했다면 소설의 내용들이 더 아름답고 진하게 가슴에 와 닿았을 것 같다. 어쩌면 내 생각과 다르게  담담히 표현해서 카야의 삶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생각해보라는 작가의 의도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혼자 살기 어렵다. 상상할 수 없이 불행하고 외로운 소녀 카야에게도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내 앞에 이런 소녀가 나타난다면 난 어떻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책에서의 문장에서처럼 위태롭지만 다음 한 발을 내디딜 정도의 말과 따뜻한 눈빛과 도움을 주어야만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으니 끊임없이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할 줄 아는 연습을 해야겠다. 조디 오빠의 말처럼.

 

사실, 사랑이라는 게 잘 안될 때가 더 많아. 하지만 실패한 사랑도 타인과 이어주지. 결국은 우리한테 남는 건 그것뿐이야. 타인과의 연결 말이야.-p300

 

 

 

 

 

 

 

소년의 차분함. 그렇게 찬찬히 말하고 움직이는 사람을 카야는 한번도 본 적이 없다.너무나 확고하면서도 편안한 행동거지였다. 그냥 근처에만 있었는데, 그렇게 가까이 간 것도 아닌데, 딱딱하게 뭉쳐 있던 카야의 응어리가 한결 느슨해졌다. 엄마와 조디가 떠나고 처음으로 숨 쉴 때 아픔이 느껴지지 않았다. 상처말고 다른 무언가가 느껴졌다.

시의 존재 의미는 말이야. 사람한테 뭔가 느끼게 만드는 거지.

테이트의 아버지는 진짜 남자란 부끄러움없이 울고 심장으로 시를 읽고 영혼으로 오페라를 느끼며,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법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왜 상처받은 사람들이, 아직도 피흘리고 있는 사람들이, 용서의 부담까지 짊어져야 하는 걸까?

살아오면서 가장 무너지기 쉬운 자리에 서서 카야는 그녀가 아는 유일한 안전망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바로 그녀 자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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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4 1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14 1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닭채 2020-02-14 1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2020-02-21 2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22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22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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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 가면 거의 볼 수 있는 그림이 있다. 인류의 진화 과정에 대한 것인데 유인원에서 호모 사피엔스에 이르기까지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간은 결국 다른 동물과 달리 유일하게 직립할 수 있는 생명체가 된다. 변해가는 과정이 순서대로, 화살표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중,고등학교 시절의 역사 수업에서도 똑같은 것을 배웠다. 인간은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로부터 시작해 네안데르탈인, 호모 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로 점점 진화되었고, 불과 도구를 사용했고 언어를 가지고 농업 혁명을 시작함으로써 이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런 주입식 교육과 암기 위주의 공부로 지금까지도 난 그렇게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 중 하나는 이들 종을 단일 계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예컨대 에르가스터가 에렉투스를 낳고 에렉투스가 네안데르탈인을 낳고 네안데르탈인이 진화해 우리 종이 되었다는 식이다. 이런 직선 모델은 오해를 일으킨다. 어느 시기를 보든 당시 지구에 살고 있던 인류는 한 종밖에 없었으며, 모든 오래된 종들은 우리의 오래된 선조들이라는 오해 말이다.-p25

 

몇만 년 전의 지구에는 적어도 여섯 종의 인간이 살고 있었다. 여기에서 이상한 점은 옛날에 여러 종이 살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 딱 한 종만 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이 사실은 우리 종의 범죄를 암시하는 것일지 모른다.-p26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이렇듯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아니 우리 대부분이 그렇게 알고 있던 역사의 평범한 지식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한다. 인류의 세가지 혁명-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 을 토대로 몇 백만년전의 과거로부터 시작해 지금 현재와 미래의 모습까지 진단하고 예상한 이 책은 역사의 방대한 서술서다.

 

식견이 좁은 나로서는 어디까지가 이미 세상에 나와 있는 이야기고 어느 부분이 저자 자신의 고유한 생각인지 구분하지는 못하지만 이 책으로 전반적인 인류 역사의 흐름과 방향을 잡을 수 있어서 매우 유익했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서 진작에 구매해 놓은 책이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아 읽지를 못했지만 올해의 독서 계획에 집에서 잠자고 있는 책읽기가  있어 계획을 실천해 보고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책은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쉽게 읽혔다. 어느 부분에선 유발 하라리의 생각이 신선하고 유머스럽기도 했다.

 

사피엔스에는 세가지 혁명을 토대로 허구, 종교, 신화, 문화, 제국, 자본주의, 전쟁, 진보, 에너지, 심리, 미래등 여러 분야에 걸친 사건이나 사회를 말해주고 있다. 인류 역사상 지금의 50년이 가장 풍요로운 시대라고 하는데 내가 그 시대를 살고 있어 행운이라고도 생각했다. 작가는 우리의 미래를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많이 나쁘게 예상하지는 않는 듯 하다. 다만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 적혀 있는 '너 자신을 알라' 라는 문구를 통해 끝없는 과학 발전의 병폐를 우리들에게 경고하고 있다.

 

역사는 과거라는 결과와 그 결과를 토대로 살아가는 현재와 이 현재를 바탕으로 이어지는 미래의 끊임없는 흐름이다. 그 어떤 영광과 풍요뒤에는 또 그만큼이나, 그 보다 훨씬 더 많은 고통과 아픔이 따르며 역사속 하루의 얘기는 방대하고 끝이 없다 . 그러나 역사는 그저 짧은 몇 마디의 말이나 숫자로만 표현된다. 역사학자들은 그러한 암호같은 것들을 문장으로 표현해내는 사람들이라 대단하다.

서문에서 작가는 '우리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어떻게 해서 이처럼 막대한 힘을 얻게 되었는가' 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했는데 덕분에 나는 많은 것을 이해하고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tvn 의 '책 읽어 드립니다'를  먼저 시청하며 설쌤의 요약강의를 재밌게 잘 들었는데,  책을 읽으며  오히려 그러한 정리가 책을 오해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책은 역시 직접 읽어야만 하는 것이다.

 

-'집에서 잠자고 있는 책' 읽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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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장수 2020-03-07 0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피엔스, 다 떠나서 너무 재미있지 않아요? 하라리가 생물학에도 박식해서 새로 알게 되는 것도 너무 많구요. 읽으면서 하라리 선생님께 한 학기 수업 듣고 싶었어요.

페넬로페 2020-03-07 12:24   좋아요 0 | URL
네 정말 그렇더라구요!
책 읽기전에는 내용이 어려울줄 알았는데 막상 읽으니까 재밌고 유익하더라구요^^
하라리의 다른 책도 읽고 싶은데 책읽기의 게으름으로 인해 아직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