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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판의 '호밀밭의 파수꾼' 을 읽고 '홀든 콜필드' 를 잘 이해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읽을 책이 많음에도 항상 청소년을 접해야하는 나이기에 이 소년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이번에 문예출판사판으로 다시 읽었다. 매번 그렇듯이 같은 내용의 책을 한 번 더 읽으면 첫째번의 나의 독서가 많이 빈약했음을 새삼 깨닫는다. 이런 내용이 있었나싶게 새롭고 생소한 장면들이 나와서 저번에 읽었던 책을 찾아보면 어김없이 그 얘기가 나와 있었다.

 

민음사판의 번역이 약간 정제된 느낌이어서 홀든의 내면을 좇아가기 좋았다면, 문예출판사는 민음사판보다는 거친 느낌이어서 다른 결과를 기대했지만, 마지막으로 갈수록 결국은 주인공에 대해 민음사판과 비슷한 결론을 얻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심하게 겪고 있는 홀든은 학교에서 계속 퇴학을 당하고, 줄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며 모든 것에 불만을 가지는 소년이다. 어찌보면 그의 행동이 탈선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의 말을 하나하나 듣고 있으면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권위와 위선을 싫어하며, 오히려 행동과는 다르게 생각은 도덕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형이 소설가에서 헐리우드의 시나리오작가가 된 것을 변절이라고 생각하고, 동생 앨리와 피비를 너무나도 사랑하며, 소박하게 다른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는 두 수녀를 가식적이고 화려한 상류층의 여자들과 비교하며 수녀들을 따뜻하게 대한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반듯하고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 홀든처럼 인간적이며 엉뚱하기는 쉽지 않다.

 

홀든은 지극히 꼰대를 싫어한다. 꼰대란 무엇일까? 딸아이는 나의 잔소리에 대처하는 방법이자 방어막으로 '그래서 엄마는 꼰대야' 하고 못박는다. 아무렇게나 내뱉는 그런 말에 반박해야 하지만, 혹시라도 내가 어느 순간 꼰대가 된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된다. 그럼에도 내가 꼰대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난 적어도 앤톨리니 선생 정도는 되고 싶다. 퇴학을 당하고 부모에게 말조차 못하는 갈 곳 없는 제자에게 비록 꼰대라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앤톨리니 선생은 홀든에게 질문하고 대화를 시도한다. 구두 표현 수업에서 즉흥 연설을 할 때, 어떤 학생이 조금이라도 주제에서 벗어나면 다른 친구들이 '탈선' 이라고 외치는데 홀든은 처음부터 끝까지 본론에만 충실하는 친구의 연설보다는 본론을 이탈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에 앤톨리니 선생은 본론에서 벗어나는게 꼭 나쁜건 아니지만 일단 본론에 대한 것을 얘기하고 그 다음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덧붙이는게 좋을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네가 뛰어들고 있는 타락은 일종의 특수한 타락인데, 그건 무서운 거다. 타락해가는 인간에게는 감촉할 수 있다든가 부딪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그런 바닥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장본인은 자꾸 타락해가기만 할 뿐이야. 이 세상에는 인생의 어느 시기에는 자신의 환경이 도저히 제공할 수 없는 어떤 것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데, 네가 바로 그런 사람이야. 그런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환경이 자기가 바라는 걸 도저히 제공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그래서 단념해버리는 거야. 실제로는 찾으려는 시도도 해보지 않고 단념해버리는 거야. 내 말 알겠니?'-p276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어떤 일에 고귀한 죽음을 택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어떤 일에 비겁한 죽음을 택하려는 경향이 있다' -p277'

 

'교육을 받고 학식이 있는 사람만 이 세상에 가치있는 공헌을 할 수 있다고 말하려는 게 아냐. 내가 말하려는 것은 교육을 받고 학식이 있는 사람이 밑바탕에 발랄한 재능과 창조력을 가지고 있다면_이런 경우는 불행히도 드문데_ 단지 발랄한 재능과 창조력만 가진 사람보다 훨씬 가치 있는 기록을 남기기가 쉽다는 거야. 그런 사람은 더 명확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추구하는 경향이 있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사람들의 십중팔구는 학식이 없는 사상가들보다 겸손하다는 점이야, 알겠니? 내 말을?-p280

 

사람들이 생각하는, 특히 젋은이들이 생각하는 꼰대라는 말의 의미를  대충은 알고, 나도 동의하지만 그래도 내가 홀든을 만난다면 앤톨리니 선생과 비슷한 말을 해 줄 것 같다. 꼰대하는 말을 들어도 어쩔수 없다.

나중에 앤톨리니 선생의 행동에 실망했지만 그저 갈 곳 없는 제자의 앞날을 걱정하는 선생님의 태도로 받아들이고 싶다.

 

문예출판사판은 민음사판보다 책의 너비가 넓고 글자가 커서 읽기가 편했다. tvn의 '책 읽어드립니다' 에서의 홀든에 대한 해석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홀든은 그냥 단순한 반항아가 아니다. 책의 앞부분에서 홀든이 읽고 있는 책이 있는데 민음사판에서는 '아프리카 탈출' 이라고 번역되었고, 문예출판사에서는 원어 그대로 'Out of Africa' 로 번역되어 있다. '아프리카 탈출'이라고 해서 검색해보니 내가 그토록 감명깊게 보았던 '메릴 스트립'과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영화의 원작이었다.

영화로만 본다면 그 영화는 분명 '사랑'에 관한 것인데 직접 책을 읽어보면 어떤 내용일지 모르겠다. 그야말로 남편에 의해 성병에 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비행기 사고로 잃고, 내 기억이 맞다면 농장 경영도 실패해 아프리카를  탈출하고 싶은 여자의 얘기일수도 있다. 아무리 그래도 '탈출'이란 단어는 거북하지만 그 내용에 대해 확실히 모르니 판단할 수가 없다.

 

'누구에게든 아무 말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말을 하면 모든 인간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니까.'-p313

 

내가 '호밀밭의 파수꾼'이 된다면 호밀밭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귀찮게 말을 시킬 것이다. 계속 질문할 것이다. 아무것에도 관심갖지 않고, 하고 싶은게 뭔지도 모르는 그들이 언젠가는 나에게 하나라도, 뭔가를 물어주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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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0-05-04 0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상대방을 꼰대라고 판단하는 사람들도 자신이 꼰대처럼 행동하고 있는지, 또는 이미 꼰대가 돼버린 사실을 잘 몰라요. ^^;;

페넬로페 2020-05-04 09:55   좋아요 0 | URL
네, 정말 그런것 같아요~~
그 어떤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냥 어른으로 살고 싶어요^^

레삭매냐 2020-05-04 0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민음사 버전의 번역이 쫌 그래서
다시 읽어볼 엄두를 못내고 있네요.

다양한 번역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
니다.

페넬로페 2020-05-04 10:01   좋아요 0 | URL
항상 책을 읽으며 번역의 문제를 느끼는것 같아요~~
실력 좋으신 번역가분들이 많이 나와주시면 좋겠어요^^

mongsil 2020-05-04 15: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번에 다시 읽었는데 완전 새롭더라구요~ 하아~ 다시 새 책을 읽은것 같은 이 느낌은 뇌의 문제인지 그간 쌓인 감정의 스펙타클 때문인지..ㅎ

페넬로페 2020-05-04 17:37   좋아요 0 | URL
둘 다 맞는것 같아요 ㅎㅎ~~
그래도 한 번보다는 두 번째 읽을 때 더 깊이가 느껴지더라구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을 세 번째 읽었다.
두 번째 읽었을 때까진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정적이 흘렀고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의 흐름이 순서대로 되어있지 않아 혼란스러웠고
토마시, 테레자, 사비나, 프란츠가 얘기하는 가벼움과
무거움이 정확히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다.
중간중간 작가의ㅡ 니체의 영원회귀로부터 시작해서
소설을 쓰는 방식, 키치, 사상, 종교, 육체, 소련 독재자 아들의 똥, 개 카레닌의 원형적인 시간과 그 개를
사랑하는 테레자의 방식
ㅡ개입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해야만 했다.

그래도 세 번째 읽기를 마쳤을때는 긴 여운과 함께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작가의 의도를 모른다해도
내 나름의 해석은 할 수 있었다.

가볍게, 또는 무겁게 인간들은 살아간다.
각자 나름의 개성을 가지고 자기 식대로 살아가고자
하지만 자신을 둘러싼 프레임을 깨기란 쉽지가 않다.
체코라는 공산치하의 나라와 스위스라는 자유와 평화를
상징하는 나라에서 살아내는 것은 정말 다른 것이다.
그래서 사비나의 행진과 프란츠의 행진은 같을 수가 없다.
가볍게 살고 싶어도 그렇게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은 여러가지 생각할 수
있는 걸 많이 던져주는 책이다.
작가의 치말한 구성과 함께 인간이 살아내는
삶의 형태와 여러 본연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의 생각과 유머코드도 돋보였다.
처음엔 여러 이상한 장면들과 인물의 행동이
이해되지 얺았지만 반복해서 읽다보니
인물들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되었다.
특히 토마시와 사비나에 대해서.

가벼움이 참 싫을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가볍게 살고 싶다.
가벼움은 결코 경망스러움이나 수다스러움,
생각없음이 아니다.
영원회귀가 아닌 한 번밖에 살 수 없는 삶에서
가벼움은 나답고, 너답게 사는 것이다.
그걸 인정해주며 어쩌면 은유와 고독이 있는 삶을
살아내는 것이 가벼움이고
그런 가벼움이 삶을 묵직하게 견뎌내게 해주는 것이다.
그것이 또한 무거움이고 원형적인 것이다.


* 이 정상참작 때문에 우리는 어떤 심판도 내릴 수 없다.
곧 사라지고 말 덧없는 것을 비난할 수 있을까?
ㅡp10

*당신은 모든 점에서 키치와는 정반대라서 당신을
사랑하는거야ㅡp24

*이상한 행복, 이상한 슬픔을 느꼈다.이 슬픔은 우리가
종착역에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행복은 우리가
함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슬픔은 형식이었고, 행복이
내용이었다.행복은 슬픔의 공간을 채웠다.
ㅡp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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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01-07 0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저도 한 번 더 읽어야겠어요 ㅎㅎ
좋은 아침입니다~

페넬로페 2020-01-07 09:18   좋아요 0 | URL
네 아무래도 한 번보다는 더 이해하기 좋을 것 같아요~~
비오는 아침이네요.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보내세요**

2020-01-07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0-01-07 11:12   좋아요 0 | URL
이 책의 구절과 등장 인물들의
삶에 너무 많은 의미가 담겨있어
오히려 짧은 리뷰가 될 수밖에 없었어요~~
유레카님이 적어주신 대목도 참 좋아요^^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20-01-07 1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다 말다를 계속하게 되는 책이네요.

작심하고 읽으면 금세 읽을 터인데...

신년에는 꼭 한 번 읽어봐야지 싶습니다.

페넬로페 2020-01-07 14:45   좋아요 0 | URL
네 깊이가 괜찮은 책인것 같아요~~
이 책 읽은 나이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른것 같아요^^

coolcat329 2020-01-07 1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시 한 번 더 읽어봐야겠습니다.

페넬로페 2020-01-07 14:46   좋아요 0 | URL
시간 나실 때 천천히 음미하며
읽으시면 좋으실 듯 해요^^

suninrose 2020-01-11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1995에 사서 두 번 정도 읽었습니다.
얼마 전 다시 꺼내 들었죠. 밑줄 그은 부분도 있고 뭐라 끄적거려 놓은 부분도 있긴 하네요.
표기법이 그 사이 바뀌었나 봅니다.
토마스 -> 토마시, 테레사 -> 테레자.

지나가려다 바뀐 표기법을 알게 되어 아는 체해 봅니다.
감사드리며,

2020-01-11 2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플 가입;
오랜기간동안 알라딘에서 책을 구입해왔지만
알라딘서재에 들어가 여러 책에 대한
다른 분들의 리뷰와 평점을 잘 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책은 읽는 사람에 따라 그 느낌이나 감상이 달라지므로
내가 읽는 책의 평가는 오롯이 나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손재주가 정말 없는 나는 그것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기 싫어 손으로 하는 것 대신 그냥 ‘보는걸‘ 좋아한다.
독서를 하고, 영화, 뮤지컬을 보러 가고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는것은 손재주가 필요없으니
내가 즐겨 할 수 있는 것이다.
딸아이를 키우면서도 둘이서 뭔가를 만들며 놀지 않았다. 책을 읽어주고 도서관이나 박물관 같은 곳으로
마구 데리고 다녔다.
손으로 하는 것 대신 보는 것!
그러나 그것은 실체를 남기지 않는다.
나의 인식과 사고에만 영향을 끼치고
나한테만 뭔가를 남긴다.

나의 지인중의 한 분은 손재주가 뛰어나 그림도 그리고 캘리그라피로 카드도 써주시고, 뜨개질도 잘해서
가방이나 파우치를 선물해 주시기도 한다.
그 분이 잘하는 것은 실체가 있고 감탄스러우며 명확하다.
그런 그 분을 보며 나의 책읽기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만질 수 없이 그저 나만이 느끼고 알 수 있는것도 좋지만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구체적이고 보여주는 것에 대한 욕심도 살짝 생겼다. 책읽기에 더해서 약간의 의미도 부여하고 싶어 책을 읽고 나서 짧은 리뷰라도 남겨보자고 결심했다.그 전엔 노트에 책에 대한 감상을 적어 왔었다.
처음엔 블로그를 할까 고민해봤는데 사실 나도
다른 사람의 블로그를 잘 방문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별로 내키지 않았다.
바로 그때 책을 검색하기 위해 알라딘에 들어갔는데
알라딘 창의 아랫부분에
‘북플 가입, 적립금 1000 원‘ 이라는 글을 발견했다.
얼른 클릭하고 닉네임 정해서 북플을 시작했다.

♧나의 닉네임, ‘페넬로페‘ 에 대해서;
대부분 나의 북플 친구들은 나의 이름 ‘페넬로페‘를 트로이전쟁에 참가한 남편 오뒷세우스를 20년이나 기다리는 오뒷세우스의 아내의 이름에서 가져왔다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 ‘페넬로페‘ 라는 이름은 아주 오래전에 읽은 지금은 절판된 로자문드 필처의 소설, ‘조개줍는 아이들‘ 의 주인공 이름에서 따왔다. 그 소설이 무척이나 감동적이었고 ‘페넬로페‘ 라는 여자 주인공의 성격과 행동, 생각이 너무 좋아 나도 그런 여자로 살고 싶었다.
페넬로페가 오뒷세우스의 아내 이름이라는 것은 한참 지난후에 알게 되었는데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
그건 쉽지 않고 고통스럽지만 매력적인 것이다.
결국 오뒷세우스는 돌아온다.

♧여기 북플 친구들, 그들은 괴물인가? 요정인가?
막상 북플에 들어오니 북플친구들이 정말 대단했다.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은 분명 24시간인데 그들은 언제 그렇게 책을 읽고 긴 글을 써내는지 궁금하다.
밥은 먹는지, 또다른 일상생활이 있는지!
그들은 아마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
모든걸 마녀에게 지시하고 무한히 변신할 수 있는 악마의 대장, 메피스토펠레스 아니면
이슬만 먹고 사는 요정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especially thanks to 겨울호랑이님, 서니데이님!
이렇게 북플친구들에게 기죽고 의기소침해져서
ㅡ내가 읽는 책이 아무것도 아니고 나의 글솜씨가 너무 형편 없어서ㅡ
북플에서 그냥 나가버릴까 고민하고 있을 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좋아요‘ 를 눌러주신
‘겨울호랑이‘ 님과 ‘서니데이‘ 님께 특별한 감사를 드린다.
범접할 수 없는 겨울호랑이님의 독서력.
거의 매일 일상의 아름다움을 긴 페이퍼로 남겨주시는
서니데이님!
그 두 분 덕분에 많은 용기를 얻었고
지금까지도 이곳에 눌러있게 해주셨다.
그렇게 견딘 덕분에 서재의 달인으로 선정되었다.
다시 한번 두 분께 감사드린다.

♧일상의 소소한 얘기들;
책에 대한 얘기를 쏟아놓는 곳에 책얘기만 있다면
그것이 당연한 듯 보일지 모르나
사실은 그것처럼 재미없고 매력없는 것은 없을 것이다.
책얘기뿐만 아니라 삶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풀어놓는 북플친구분들께도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솔직하고, 담백하고, 재미있고, 우울하고, 슬프고, 멋진 일상의 얘기들을 들려주시는 셰에라자드님들이 만들어주시는 아라비안 나이트가 너무나 재미있다.
덕분에 나도 용기내어 한번씩 나의 얘기도 털어놓을 수 있다.
그냥 한번씩 내 얘기를 툭 던져놓을 수 있고 그 얘기를
들어주시는 분들이 있는 이 공간이 좋다.

♧2020년엔;
북플친구분들이 올려주시는 좋은 책에 대한 리뷰가 너무 많아 고민이다. 읽어야 할 책은 많은데 잘 읽지를 못한다.
마음은 바쁘고 눈은 따라오지 못해 초조하기도 하고 뒤쳐지는 느낌도 받아 두서없이 책을 읽은것 같다.
2020년엔 좀 더 정돈되게 책을 읽고
뒤쫓아가기보다 나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독서를 해야겠다. 한 달에 한 권은 꼭 집에 있는 책을 읽겠다.
좀 더 부지런해지고 성실한 내가 되어보자.

♧책을 읽는다는 것;
우리는 왜 그토록 책을 사랑하고 책읽기를 좋아할까?
그러한 책읽기로 그만큼 성숙하고 다른 사람이 되고 있을까?
혹시 책읽기가 밖으로 나가기 싫은 우리의 방어벽이 되고
안일함을 추구하는 도구가 되지는 않았나?
책을 읽고 나서 더 많은 질문과 사회적 참여가 이루어졌을까?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사람보다 나의 인격이 더 낫다고 할 수 있을까?

분명 나의 책읽기는
이러한 고민과 반성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친애하는 ‘북플‘친구님, ‘알라딘서재‘ 친구님!
책으로써 관계맺고 서로 공감하고 위로해주는
친구분들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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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8 0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8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8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8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19-12-28 1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 페넬로페님, 2020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복작복작 아기자기한 알라딘 세상 만들어요.....ㅎㅎ

페넬로페 2019-12-28 14:21   좋아요 0 | URL
syo님 감사합니다^^
2020년에도 좋은글 많이 남겨주시고 책을 통한 만남 잘 이어가길 기대합니다**

서니데이 2019-12-28 13: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올해 알라딘서재를 통해서 만날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어요.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따뜻한 연말과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19-12-28 14:23   좋아요 1 | URL
올해 서니데이님과 함께 즐거웠어요~~
내년에도 즐겁고 행복한
책세상 만들어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9-12-28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8 2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9-12-30 0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북플에 무시로 올라오는 리뷰
에 현혹되어 마구잡이로 책을 사
들여 결국 후회가 막심한 한 해였
습니다.

새해에도 열심히 달려 보아요.

페넬로페 2019-12-30 10:42   좋아요 0 | URL
레삭매냐님께서 올려주시는 리뷰의 작가는 제가 잘 모르는 분이 많았어요~~
덕분에 제가 레삭매냐님께 많은 도움을 받은 한 해였어요^^
감사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도 잘 배우겠습니다^^

서니데이 2019-12-31 2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새해인사 드리러 왔습니다.
2020년 경자년에도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그리고 소원을 이루는 한 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페넬로페 2019-12-31 23:2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한번도 본적이 없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책을 통해 만난 인연들이 이토록 정겨울수가 있을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하시는 일 더 잘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독서모임 꾸리는 법‘ 은
책을 읽고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토론하는
‘독서모임‘ 의 좋은 점과
모임을 운영해 나가는것에 대한 고충을 얘기하며,
결국은 ‘소소한 장치‘ 가 필요하다고 하는
독서 모임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과 모임을 잘 이끌어나갈 수 있는 노하우가 들어있는 책이다.

나는 지금 두 개의 독서모임에 참가하고 있다.
하나는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고전 읽기 모임이다.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호메로스의 서사시, 소포클레스등의 그리스 비극, 그리고 고전 반열에 든 소설을 읽는다. 동아리의 리더는 책에 대한 지식이 아주 풍부한 분이 맡고 계시는데 그 분이 준비해오는 논제는
깊이 있고 심오하며 명쾌하다. 이러한 책들을 읽어내기가 쉽진 않지만 ㅡ어쩔수 없이 모임 날짜가 다가오면 주변의 것들에 신경 쓰지 않기 위해 도서관으로 향한다ㅡ끝까지 읽고 모임에 참석하면 항상 그 이상의 것을 얻는다.
내가 ‘클래식‘ 독서모임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혼자서는 절대로 이런 책을 읽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독서모임에 참가하는 이유 중의 한가지는
이렇게 벽돌책을 읽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독서모임은 딸아이가 중학교 1학년때 학교 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독서 모임을 만들었는데ㅡ
박근혜 정부시절 전국의 학교에서 학부모 독서모임을 장려했다 ㅡ그때 중1, 중2 엄마들로 구성된 모임이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내가 사는 곳은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붙어 있는데 이곳의 아이들은 대다수가 9년 동안 이 붙어있는 학교를 다닌다. 그러니 한 다리만 건너면 거의 아이의 정보를 알아낼 수 있을만큼 오픈된 곳이고 그런 아이들의 엄마들이 모여 결성된 독서모임이다보니 책보다는 잿밥에 더 관심을 가진 회원도 있었고 토론보다는 산으로 가는 배에 탑승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 모임은 지금 7년차에 접어드는데 그동안 동아리 이름이 세 번이나 바뀔만큼 파란만장했고 내 인생에서 이렇게나 다양하고 개성 넘치고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겠나싶게 갈등과 힘든 일이 많았고,
여러가지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책을 무지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 8명만 남아 안정적이고 발전적으로
독서모임을 꾸리고 있다.

그리고 드디어 이번에 처음으로 우리가 이 책을 바탕으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규칙과 소소한 장치들을 만들어 명문화시켰다.
이것을 하기 위해 7년의 세월을 마늘과 쑥을 씹으며 기다려야 했다.
독서모임을 해가면서 내가 깨달은 것은 사람은 참 이기적이며 자신과 상관없을 땐 굉장히 착하고 쿨하지만 자신과 연관되어 있을땐 누구나 다 화를 내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상대방을 공격하고 남의 의견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이 가진 틀도 잘 깨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서모임을 통해 사람공부도 많이 한 셈이다.
물론 나 자신도 그런 갈등의 많은 원인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독서모임은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더 많고 끝까지 남은 회원들은 그것을 잘 알고 있는 분들이다.

‘독서모임 꾸리는 법‘ 은 굉장히 얇은 책이지만 이 책에 독서모임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노하우가 거의 들어 있어서 굉장히 유익했다. 여러 해동안 독서모임을 운영해 온 작가의 경험과 고충이 들어 있으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 더 좋은 운영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독서 모임을 하면서 계속 옆에 두고 참고해도 좋을 책이다.

나는 한 달에 한 번하는 이 7년차 모임에 참석하면서 1번 정도 결석했고 ‘앵무새 죽이기‘ 한권만 끝부분을 안읽어 간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책을 읽어 갔다.
무엇이 날 그렇게 만들어서 애정과 애증이 교차하는 이 모임에 그렇게 꾸역꾸역 참석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 모임을 통해 아이의 사춘기를 견뎠고 나의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이겨낸 것 같다.
그렇게 성실한 책읽기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언제나 존재하는 일탈적이고 몰상식적인 문제적 인간들을 뒤로한 채 나자신을 많이 성숙시켰으리라고 생각한다.




* ‘평생 책만 읽는 것이 내 단 하나의 소망이었다.‘ ㅡ
앤디 밀러

* 여러 가지 문제와 고민 앞에서 지치지 않고 계속 즐거운 마음으로 책 읽고 모임을 꾸려 나가기 위해서는 그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돕는 ‘소소한 장치‘ 들이 필요했습니다.

* 독서모임을 하고 싶어 하는 이유
규칙적 독서
독서 편식 개선
감상 공유
생각 정리 + 말하기 훈련
인문학 공부
책을 통한 친교

* 독서모임에는 규칙이 필요했습니다.
2회 연속 결석시 탈퇴
가능한 모든 회원이 책을 완독하는 것입니다.
독서모임에서 독서는 선택 사항이 아닙니다.
소소한 규칙들이 만들어 준 견고한 장치

* 어떤 모임이든 참여하고 싶다면 그전에 자신의 결석과 지각과 배려 없는 발언이 상대나 모임 운영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꼭 한 번 미리 고민해 보기를 권합니다.

* 오랫동안 ‘책 친구‘ 로 지내기 위해서는 꾸준히 읽자고 독려하고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는 만큼 모임의 규칙을 지키려는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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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19-12-16 2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모임에 그것도 두 개의 모임에 참여하신다는게 대단하십니다 7년 동안 한 모임을 유지한다는 것은 페넬로페님의 책과 지혜에 대한 사랑이겠지요 존경스럽습니다^^

페넬로페 2019-12-16 23:1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파이버님!
7년동안의 독서모임이 저를 많이 성장시켰더라구요^^

박종선 2019-12-21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독서모임두곳을소개해줄수있는지요.무슨내용으로운용되며차이가무었인지요

2019-12-21 2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9-12-25 0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 모임 꾸준히 두 군데나. 대단하세요. 쉽지 않은 일이던데요. 유용한 책 같아요. 해피크리스마스~ 페넬로페님

페넬로페 2019-12-25 08:42   좋아요 1 | URL
네 이 책은 독서모임을 꾸준하게 꾸려오신 저자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것 같았어요^^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시기를 바래요, 프레이아님**
 

페넬로페의 엄마,
엄마와는 같이 산 세월과
떨어져 사는 세월이 거의 맞먹는다.
자주 보지 못하기에 엄마랑 거의 매일 전화를 하는 편이다.
평생을 자식 먹이는 것에 과잉집착을 보이시는
엄마이기에 전화통화의 내용은 먹는 얘기뿐이다.
건강이 최고이니 잘 먹어야 한다.
건강을 잃으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 잘 먹어야 한다.
고기도 먹고, 생선도 먹고, 과일도 먹고......
먹고 먹고 먹고 계속 먹어야 한다.
그렇게 먹는 얘기만을 하다가 오래간만에
엄마를 만나면 공유할 얘깃거리가 많지 않다.
그럴땐 고향에 살고 있는 사람들 소식을 전해달라 한다.
그분은??
당숙모는?
사촌 오빠는?
엄마는 차근차근 그들의 근황을 나에게 말씀해주신다.
미처 챙기지 못했던 죽은 이들의 얘기와 함께.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내 이름은 루시 바턴‘도
엄마가 들려주는 고향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9주동안 병원에 입원해야했던 루시 바턴에게
엄마가 찾아 온다.
자발적인건 아니고 남편이 부탁해서이다.
엄마는 꼬박 5일을 의자에 앉은 채로만 있다.
결코 눕지 않는다.
어린 시절 지독히도 가난하고 부모에게 학대받은
루시 바턴.
그리고 가족을 떠나 삶을 살아나가는 루시 바턴.

그 시절 어려운 삶을 살아야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루시 바턴은 엄마로 부터
어린 시절에 대한 해명을 듣고 싶고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하지만
끝내 그녀의 부모님의 태도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자식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닐 것이다.
환경에 의해서, 그저 그렇게 살아왔기에
넘을 수 없는 한계일뿐이다.

루시 바턴은
자신이 견뎌 온 힘들었던 삶을 담담하게 얘기한다.
그 담담함으로 오히려 치유할 수 없는 상처와
마음 한구석에 있는 슬픔을 더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이 소설을 읽으며 순간순간 울컥하는 느낌이 있었다.
내 아픔과 고통을 담담하게 표현할 수 있는건
거기에 그만큼의
성숙과 따뜻함이 있어야 가능해지는 것이다.
끊임없이 되돌아보고, 느끼며
루시 바턴은 자신의 삶을 다독여간다.
그런 그녀로 부터 인생의 소중함이 뭔지를 배운다.

그 따뜻함과 이해로
변하지 않는 엄마가
전화로 잘 먹어야한다고 말씀하실 때마다
알겠다고, 그러겠다고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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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9-09-23 07: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부모님과 비교적 근처에 살아서 전화를 자주 안드리지만, 그래도 한동안 전화를 못 드리면 서운해 하시는게 부모 마음인 듯 합니다. 막상 전화를 드려도 특별한 이야기는 오가지 않지만, 그저 목소리만이라도 듣길 원하는 것이 부모 마음임을 아이를 키우면서 비로소 느끼게 됩니다^^:)

페넬로페 2019-09-23 08:55   좋아요 2 | URL
겨울호랑이님처럼 저도 엄마가 가까이 계시면 좋겠어요. 전화만으론 한계가 있어요^^
약간 추운 월요일 아침이네요 감기 조심 하시고 이번주도 화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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