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 문장》

책벌레나 활자 중독자에게 책이 없다면?
그건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일 것이다.
산과 들에 지천으로 꽃이 피어 있듯
내 주위에 책이 널려있음에 감사하다.






나흘째 되던 날, 유일하게 가져온 책을 다 읽고 나서 초저녁에 잠을 청하거나 카츠의 코 고는 소리를 듣는 것 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우울해졌다. 그런데 먼저 대피소를 사용한 사람이 그레이엄 그린의 페이퍼백 책을 두고 간 것을 발견하고 나는 뛸 듯이 기뻤으며, 정말로 감읍했다. 애팔레치아 트레일이 가르쳐준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우리 둘 다 삶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낮은 수준의 환희를 정말 행복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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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3-11 23: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읽었는데 이렇게 보니 또 새롭네용ㅋㅋㅋ😊

페넬로페 2021-03-11 23:40   좋아요 4 | URL
재미있고 깊이가 있어 생각보다 더 좋아요^^

scott 2021-03-12 00: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활자 중독자들에게 책탑 쌓는건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일 ~*산을 무서워 하는 1人 숲보다 생태 공원 ^.^ ,

페넬로페 2021-03-12 08:53   좋아요 3 | URL
저도 scott님과 같아요.
산에는 좀처럼 안가게 되네요~~
숲은 좋은데 그곳까지 가는게 영~~

라로 2021-03-12 01: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최초 번역판으로 한국에서 읽었었는데 재밌었어요. 그런데 빌 브라이슨의 몸집을 상상하고는,,,아무튼,,, 기억에 남는 책 중 하나에요. 책 읽고 따라하고 싶었으나 뱀 무서워하는 일인으로,,,마음만;;;

페넬로페 2021-03-12 08:55   좋아요 2 | URL
뱀뿐만 아니라 미국에는 곰들이 많으니 더 위험할것 같아요.
이 책 처음에 곰에 대한 것들이 나오는데 무시무시하더라구요^^

다락방 2021-03-12 06: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오만년전에 읽었는데 이런 구절이 나오던가요? 너무 좋네요 ㅋㅋㅋ 공감이 뽝!! 저 이 책 집에 있는데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후훗

페넬로페 2021-03-12 21:28   좋아요 3 | URL
이 책 군데군데 좋은 구절이 많아 플래그를 많이 붙여놨어요~~
어렵게 산행하고 텐트에서 책을 읽는 모습이 멋있더라구요^^

han22598 2021-03-23 2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저 구절. 기억나요 ^^ 저는 활자 중독까지는 아니지만, 항상 읽을 거리를 가지도 다니는 사람이라 (읽는 것과는 상관없이).. 혹시 책을 빠트릴 경우에는..불안증세를 보이거나, 그냥 아무 책이나 사 버리거든요. ...그래서 빌 아저씨랑 비슷하다 생각했던 기억이 나요 ^^

페넬로페 2021-03-23 22:28   좋아요 0 | URL
책을 좋아하는 분들은 모두 이 구절에 공감하셨을것 같아요.
han님 아직 한국에 계신건가요?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래요^^
 

 

 

 

 

 

 

 

 

 

 

 

 

 

 

1, 태사공은 말하였다........

처음 책공이 정위(廷尉)가 되었을 때에는 빈객들이 문을 가득 매웠다. 그가 벼슬에서 물러나자 대문 밖에서 작라(雀羅)를 쳐도 될 정도였다. 그러다가 책공이 다시 정위가 되자 빈객들이 교제하려 하였는데, 책공은 이에 그의 대문에다 크게 써 붙이기를 한 명은 죽고 한 명이 살아 있으면 비로소 우정의 진심을 알게 되고, 한 명은 가난하고 한 명이 부유하면 비로소 우정의 태도를 알게 되고, 한 명은 출세하고 한 명이 천해지면 비로소 우정의 진심을 알게 된다라고 하였다. 급암과 정당시 역시 이와 같으니, 슬프도다!”

-사기열전, 120, ‘급정열전중에서, p1008

 

 

2, 중국 전국시대 말에 제나라 재상을 역임한 맹상군(孟嘗君)은 자신의 재산으로 빈객들을 후하게 대접하였다. 그의 식객의 수가 무려 3000명이나 되어서 봉읍의 세금만으로는 그들을 다 감당하지 못할 정도였다. 제나라 왕이 맹상군의 명성이 그의 군주보다도 높고 제나라의 권력을 제마음대로 휘두른다고 여겨 그를 쫒아낼 때, 모든 빈객들이 맹상군이 파면되는 것을 보고 다 떠나버렸다. 뒤에 제나라 왕이 맹상군을 복권시키니, 풍환은 다시 빈객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맹상군은 그에게 이렇게 탄식한다.

 

식객들은 내가 하루 만에 파직되는 것을 보고 다 나를 저버리고 가서 나를 돌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제 선생에 의해서 다시 그 지위를 얻었지만, 식객들은 무슨 면목으로 나를 다시 볼 수 있다는 말입니까? 만약 다시 나를 보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그 얼굴에 침을 뱉고 그를 크게 욕보일 것입니다.”

 

그러자 풍환이 말하였다.

 

무릇 물건에는 반드시 그렇게 되는 결과가 있고, 일에는 당연히 그렇게 되는 도리가 있습니다. ....살아 있는 것이 반드시 죽는다는 것은 사물의 필연적 결과이며, 부유하고 귀하면 선비가 많고 가난하고 천하면 친구가 적은 것은 일의 당연한 면모입니다. 선생께서는 아침에 모이는 사람들을 보지 못하였습니까? 날이 밝으면 어깨를 비비고 다투며 문으로 들어가는데, 날이 저문 뒤에는 시장을 지나는 사람들이 어깨를 늘어뜨리며 돌아보지 않습니다. 이것은 아침을 좋아하고 저녁을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기대하는 물건이 그 안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사기열전, 75, ‘맹상군열전중에서, p213~227

 

3, ‘책공의 말처럼 우정은 그렇게나 명료하고, 맹상군을 찾아오고 떠나가는 빈객들의 행동은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들이 행하는 자연적인 이치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해야만 한다.

 

4, 8년간 참여한 독서 동아리가 반토막이 났다. 멤버중 한 사람이 건강상의 이유로 더 이상 책을 읽지 못하겠다며 동아리를 떠난다고 했다. 다른 것을 추구하느라 책읽기가 시큰둥한 다른 멤버가 거기에 나쁘게 편승해, 사람이 중요하니 모임에 책을 없애자고 했다. 책이 없어도 얼마든지 재미있고 힐링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독서 동아리에 책이 없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나는 심하게 반대했고, 모임에서 탈퇴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사람을 중요시하지 않는 인정머리없고 책만 읽는 나쁜 사람이 되었다. 그런 말을 들어도 할 수 없다. 조기 축구회에는 축구가, 독서 동아리에는 책이 있어야 한다. 결국 책을 읽고자 하는 사람만 남았다. 그것도 2달에 한 권을 읽는 걸로 결정됐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수용했다.

 

5, 하루 아침에 몇 억씩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만을 추구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책, 특히 문학이나 고전은 읽을 가치가 없는 것으로 전락했는지도 모른다. 책을 바탕으로 한 우정은 날이 밝으면 어깨를 비비고 다투며 들어갈 필요가 없는 하찮고 쓸모없는 문이 되었다.

 

 

 

 

 

 

 

 

 

 

 

 

 

 

 

 

6, 봄볕이 따스한 날  30분 정도를 걸어서 구립 도서관에 갔다. 얼마 전 리모델링을 한 그곳은 산뜻하게 잘 정비되어 있었다. 책을 빌리고 잠깐 쉬기 위해 휴게실로 갔다. 도서관 휴게실에는 거의 남자 노인들만 계셨다. 책이나 신문을 읽으시는 분도 계셨지만 의자에 앉아 잠을 자고 있는 분이 많았다. 내 노년의 버킷리스트중의 하나가 매일 도서관에 가는 것인데 도서관에 왜 여자할머니는 안보이는지 모르겠다. 여자들은 나이 들어도 여전히 집에서 가사노동을 하고 손주를 키워야해 시간이 없어서 도서관에 오지 못하는 것일까? 도서관에서 만나는 젊은 여자들은 주로 아이를 데리고 어린이 열람실로 향하는 엄마들이다. 세상이 많이 변한 듯 하지만 들여다보면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7, 도서관 휴게실에서 북플을 열었는데 SYO님이 쓴 이주윤 작가를 향한 연서(戀書)가 있었다. 그 글을 읽고 이주윤 작가의 책이 읽고 싶어 내친김에 빌려와 내쳐 다 읽어버렸다.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는 이 나이가 되도록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나에게 이렇게 살라고 가르쳐주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다보니 나는 작가와 성향이 비슷한 사람이었고 그래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솔직하고 담백한 문장들에 간간이 소리내어 웃기도 했다. 나는 책의 1부 보다는 2부인 전기장판 위의 사색이라는 생활 에세이가 더 좋았다. 세상을 살면서 부대끼며 얻은 여러 가지 경험과 생각들을 유머있게 그 본질을 잘 표현해 주었다.

 

8, 잠깐 책 속으로-

 

우리가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을 적에는 싫어도 싫은 티를 내지 못했다. 상대방이 언짢을까봐. 그런 그가 우리를 헐뜯을까 봐. 결국에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힐까 봐 두려워서 말이다. 그런데 세상을 좀 살아보니 남보다는 내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다른 이의 눈치를 살피며 행동하는 대신, 싫은 건 싫다고 얘기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주장하게 된 것뿐.

아뇨,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그건 좀 어렵겠어요.” 요즘 내가 열심히 연습하는 말이다. 꽁하니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보다는 확실하게 말로 표현하는게 더 나을 것 같아서이다.

-p94

 

정말? 그렇단 말이야? 그런데 이를 어쩌면 좋지? 미안하지만, 정말로 미안하지만 나는 그녀의 고민에 관심이 없다. 어쩜 그렇게 인정머리가 없냐며 손가락질할지도 모르겠지만 마음이 기울지 않는 걸 나더러 어쩌라고. 내 한 몸 어르고 달래 살아가기도 힘에 부치는 마당에 다른 이의 불안까지 보듬을 여력 따위 내게는 없다. 너에게는 세상 가장 심각한 일이겠지만 나에게는 하찮은 푸념으로밖에 들리지 않음을. 본인이 가진 문제를 진지하게 염려하고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닌 너임을.-p205

 

무엇이든 네가 느끼는 대로 하면 되는 거다. 남의 말을 너무 따라갈 필요는 없다. 너만의 방식대로 해서 누군가가 알아주면 좋은 거고 만약 알아주지 않더라도 너의 것이 남으니 그것 또한 좋은 일 아니겠느냐. 그러니 누가 시키는대로 하지 말고 무엇이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네 마음이 가는 대로 해라.-p284

 

9, 내가 독서 동아리에서 강력하게 책을 남기자고 주장한 것은 독서 동아리에 책이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때문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추가한다면 솔직히 남의 징징거림을 듣기 싫어서이다. 그나마 책 얘기로 그것을 덮기 위해서이다.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를 읽으며 내 선택이 옳았다고 확신했다.

 

 

 

 

 

 

 

 

 

 

 

 

 

 

 

 

 

 

10, 메리 E. 윌킨스 프리먼의 책에는 4개의 단편소설이 들어있다. ‘책읽는 고양이출판사의 얼리퍼플오키드 시리즈중 하나이다. 이 시리즈는 이전 세기를 산 여성 작가가 여성의 시각으로 쓴 여성들의 이야기를 묶은 단편집 모음이다. 프리먼의 작품들은 1880년대와 1890년대에 집필되었는데,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생각과 행동이 예사롭지 않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관습과 인습에 얽매여 살았던 시절에,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고 품위있게 말하며 행동에 옮기는 여성들의 삶이 너무 좋았다. 그 품위에 반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게 당연히 쉽지 않을테고 고단한 것인데도, 자기자신으로 살기 위해 댓가를 받아들이고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진취적이고 그 뒤에 누리는 편안함에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가르침을 또 받는다.

 

목사님의 선의를 의심하지는 않습니다만, 사람 간에도 서로 간섭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 있는 법이지요. 저는 수십 년 간 교회를 다닌 사람입니다. 저도 심신이 멀쩡한 사람이니 나름의 방식으로 생각하며 살겠습니다. 저는 신을 믿고 살 테니, 신이 아닌 분들은 제게 이러쿵저러쿵 하지 않으셨음 합니다”-p34, '엄마의 반란중에서

 

루이자 엘리스가 자기만의 권리를 팔아버렸거나 자기가 누리는 유일한 만족이 흔들림 없이 계속 유지됐다면, 지금도 그것의 가치를 전혀 몰랐을 것이다. 평온과 평안은 이제 그 자체로 루이자의 특권이 되어 버렸다. 루이자는 하루하루가 묵주 알처럼 똑같은 모습으로 부드럽고 흠 없고 순수하게 오랬동안 계속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감사함으로 마음이 벅차올랐다.

-p96, '뉴잉글랜드 수녀중에서

 

 

 

11,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영화 미나리를 보았다.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죽는 날까지 꾸역꾸역 살아감에 있어 매번 힘들고 신산스럽지만 그래도 어디선가에서 한줄기 빛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날이 있다. 이 영화가 그런 것 같다.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엄마의 반란에서 단호히 어떻게 살 것인가를 배우고 정했지만, 이 영화가 나를 흔들며 혼란스럽게 한다. 또다시 묵직함과 답답함이 시작되었지만 한 줄기 빛 같은건 분명 느꼈다. 그거면 됐다.

 

12, 독서 동아리가 반토막이 나면서 단호히 결심한 것이 하나 있다.

나라도 더 열심히 책을 읽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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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3-07 16: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미나리 영화 보셨군요. 독서모임을 8년동안 하셨다는것도 대단하시지만 책을 읽겠다는 사람만 남은 두달에 한권씩 읽더라도 읽어야하는 사람은 읽어야한다는것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책을 손에 놓지 않으신 페넬로페님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가 책한권만 손에 쥐고 있다면 바닷속에 빠져버려도 좋다고 ,,,우리 함께 책의 바다 속으로 풍덩 ~*

페넬로페 2021-03-07 17:14   좋아요 1 | URL
그렇죠, scott님~~
책을 읽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읽어야하니까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명문장을 인용해 용기주시는 scott님께 감사드려요. 함께 열심히 책 읽어요^^

미미 2021-03-07 16: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4. 헉..지금 눈이 아파 겨우 글 올리고 쉬다가 이 부분 읽고 너무 놀랐어요. 아니 그게 무슨 일이랍니까. 사람이 중한것과 독서모임의 존폐 여부가 어떻게 그렇게 갈리는지 참 이상한 일이네요. 😳

페넬로페 2021-03-07 17:16   좋아요 3 | URL
그러게요.
다른 일 하면서도 한달에 책 한권 못 읽는다는게 이해가 안돼요.
그것도 그렇지만 자신의 취향으로 모임의 목적을 바꾸려는 태도가 더 이상하더라구요**

파이버 2021-03-07 2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마음고생 하셨겠어요.... 8년이었으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셨을텐데..ㅜㅜ 제가 참여하는 독서모임도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으로 전환하면서 점점 예전만큼 책을 읽지 못하게 되었어요.... 그래도 12번 글에서 페넬로페님의 곧은 결심이 느껴져서 멋져요!

페넬로페 2021-03-07 21:27   좋아요 1 | URL
네,파이버님 말씀대로 오랜 시간을 같이 했기에 아쉬움이 남아요.
코로나때문에 만나지 못해 아무래도 소통이 잘되지 않아 이런 결과가 나온것 같기도 하구요.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2021-03-08 1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08 1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08 2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21-03-08 2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지세요, 로님!!!👍
미나리 보셨군요!!! 저는 스티븐 연의 인터뷰를 들었는데 어찌나 말을 조리있고 똑똑하게 잘 하던지,,,넘 자랑스럽더군요.
저도 빨리 보고싶네요.
저는 독서모임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지만, 오래 함께 했던 모임이 반토막이 났을 때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은데, 더 많은 책을 읽겠다고 (이미 그러고 계시지만) 결심하시는 단호한 모습이 멋지십니다!!! 로님을 응원해요!!! 아자아자~~~!!!

페넬로페 2021-03-08 23:09   좋아요 0 | URL
미나리 영화를 저 혼자봤는데 저는 너무 좋았어요.
한예리, 윤여정 배우는 본래 좋아해요.
스티브 연은 버닝에서 너무 리얼하게 연기해 이미지가 좀 도회적이었는데 이번에 잘 소화하더라구요~~
독서모임때문에 그동안 맘이 좀 그랬는데 이제 편안해졌어요^^
저 혼자 열심히 읽으면 돼죠 뭐**
라로님의 응원 받으며 열심히 책 읽겠습니다.감사합니다**

2021-03-08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08 2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 사는 아파트 입구에 있는 놀이터를 지나올 때, 한 번씩 어떤 초등학생을 본다. 그는 매번 긴 벤치를 책상으로 삼

고 땅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수학 문제지를 풀고 있다. 아마 학원에 가기 전, 급하게 숙제를 하는 것 같은데 왜 그렇게 불편한 곳에서 공부를 하는지 이해가 잘 가지는 않는다. 오늘도 지나다가 그 학생을 봤는데, 그는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계산기를 사용하며 문제를 풀고 있었다.

 

아직 한국에서는 초,,고에서 계산기를 사용하는 수학 문제 풀이가 통용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계산기를 사용하는 그 초등학생의 수학공부는 완전한 것이 못되는 것일까? 어른이 되면 수학이란 학문을 전혀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지금 왜그렇게 어려운 공부를 해야하는지를 불평하는 학생도 많다. 어른이 되면 우리는 수학을 하지 않을까?

 

나는 수학으로 세상을 읽는다는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데 접하는 통계나 수치가 계산기를 사용한 정확한 값보다는 추정값이나 어림값이 훨씬 더 많다고 말해준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어림짐작한 근삿값이 정확한 참값보다 훨씬 쓸모 있고, 더욱 믿을 만하다는 걸 증명하려고 한다.

 

계산이 필요할 때 우리는 무심결에 계산기에 의존하지만, 영업이나 의사결정을 할 때 순간적인 어림 계산 능력이 훨씬 더 성공으로 가는 길을 보장해 줄 지도 모른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같은 굴지의 회사에서, 신입 사원을 채용할 때 지원자에게 엉뚱한 수학 문제를 낼 때가 많다. 그럴 때 역시 추정과 어림의 능력은 면접관에게 좋은 점수를 받기 좋다. 그 능력은 자신의 두뇌가 뛰어나고 창의적이라는 것을 어필할 수 있는 매력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어림 계산법은 중요하고 가치 있는 삶의 지혜다. 하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장점은 아니다. 어림 계산법은 그 자체로 두뇌를 자극하는, 예리하고 흥미로운 훈련이다.(p10)

 

 

어림 계산을 잘하기 위해서는 산술 능력이 당연히 필요하다. 산출이란 사칙연산뿐만 아니라 양이나 비율등을 계산해내는 것(좁은 의미)인데, 단순한 계산이란 측면에서 수학이란 학문에 비해 폄하되기가 쉽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산술 능력을 위한 공부 역시 상당히 머리를 사용하는 것이고, 두뇌 회전과 정확성, 논리적인 사고에 도움이 된다.

 

수학과 산술 사이에는 겹치는 부분이 매우 많다. 수많은 산술적 기법과 지름길은 깊은 수학적 사고로 연결되며, 학교를 떠날 때까지 공부하는 수학에는 대부분 산술이 필요하다.(p50)

 

 

이처럼 한국에서도 고등학교까지는 산술능력이 바탕이 되는 수학을 하기 때문에 놀이터 벤치에서 계산기를 사용해 수학 공부를 했던 학생은 제대로 공부를 하고 있지 않다고 봐야 한다. 그것은 스스로 자신의 머리를 사용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며, 나중에 학교 정규시험에서도 좋은 성적을 얻기 힘들 것이다. 또한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힘도 기를 수 없다.

 

그러면 그 학생은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본인은 나중에 수학이 필요없는 일을 하겠다고....소위 말하는 일머리라는 것이 있다. 아무리 단순한 노동을 하더라도 그것은 생각을 요구한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노동은 자신에게 유용할뿐만 아니라,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도 민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다. 어른이 되어 수학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회 생활의 바탕이 되는 사고력과 정확성은 스스로 해낸 수학공부에서 길러진다. 또한 지금 이 시점에서 세상이 돌아가는 추세를 알기 위해서도 기본적인 산술 능력과 수학적인 사고는 필요하다.

 

이 책에는 각 장마다 몸풀기 연산이라는 것이 있고, 그것이 실생활에 어떻게 사용되는지가 나와 있다. 마지막 장에는 물리학자인 엔리코 페르미의 추정법을 소개한다. 충분한 데이터 없이 수행하는 계산을 페르미 문제하고 한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두뇌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 상당히 귀찮고 피곤하지만, 문제해결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어른이 되어서 수학이 필요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쉽게 살기 위해 생각하기 싫어하는 것일 수도 있다. 자신의 재산이나 주식 시세에만 관심을 가지면서, 정작 정부의 정책이나 실업률, 빈곤, 지구 온난화에 대한 수학에는 눈감아버리는 어른은 아닌지....

 

살다 보면 수학머리가 꼭 필요한 순간이 온다. 이 책은 그 순간을 위해 쓰였다. 일상에서 만나는 많은 숫자에는 함정이 있고 우리는 올바른 숫자를 찾아 답을 빨리 구해야 한다. 마트에 나열된 물건값을 비교하고, 얼마나 저축해야 1억을 모을 수 있을지, 뉴스가 말하는 취업률 수치가 정말인지 알고 싶을 때 말이다.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일상의 수학이 필요하다.-책의 뒷표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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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2-28 19: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졸업 전에는 그렇게 싫던 수학, 쓸모없게만 여겨지던 수학이 여러모로 유용하고 은근히 많이 활용되는구나 느껴요. 가끔 재..재미도 좀 있구요ㅋㅋ😳👉👈

페넬로페 2021-02-28 20:56   좋아요 1 | URL
네, 사실 수학을 시간내서 열심히 하면 재미있는 학문이거든요~~
활용도 많이 되구요^^

scott 2021-02-28 2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페넬로페님 살다보면 수학머리가 꼭 필요한 순간이 와요.

졸업하고 나면 수학 끝인 줄 알았는데 정말 면접 때 통계수치 내놓고 ppt해야하고,,,
일상생활이 전부 숫자,,,,
성적이 아닌 숫자가 아닌 일상의 수학적 언어 사고가 정말 정말 필요합니다.


페넬로페 2021-02-28 20:57   좋아요 2 | URL
심지어 수학머리는 집안 살림에도 필요해요 ㅋㅋ
수학을 공부하는것이 성적에도 중요하지만 논리적 사고를 갖게 하는것이 더 큰것 같아요**

파이버 2021-03-01 0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급하게 수학숙제하는 아이의 모습이 귀엽네요ㅎㅎㅎ 페넬로페님 말씀대로 수학적논리적 사고를 하는 연습이 필요해요 다만 어릴땐 그걸 깨닫기 어려운 것 같아요ㅜㅜ

페넬로페 2021-03-01 00:40   좋아요 1 | URL
네, 저도 그 학생이 안쓰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더라구요~~
파이버님 말씀대로 고등학교까지 배운 것들이 우리가 사용하는 지식들의 거의 모든 근간을 이루고 있는데 그걸 학창시절에는 깨닫기가 어려운것 같아요^^

라로 2021-03-01 0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집은 제 유전자 때문인지 애들이 다 수학못알못(이라고 하나요?ㅎㅎ)입니다.ㅠㅠ

페넬로페 2021-03-01 09:27   좋아요 0 | URL
수학공부가 사실 쉽지 않죠~~공부할 양도 많고 계단식으로 쌓여야 그 다음개념을 받아들일수 있으니 ㅜㅜ
모든 사람들의 고민이예요

psyche 2021-03-01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국에서는 무슨 수업을 듣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중학교 정도부터 계산기를 사용하고요 고등학교때는 공학용계산기를 써요. SAT 시험 같은 대학입시시험때도 계산기를 가지고 들어간답니다. 물론 시험에 따라 허용이 되는 계산기와 안되는 계산기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계산기를 쓴다고 보면 될 거 같아요.
처음에 미국와서 수학시간에 계산기를 쓰는 걸 보고 이래서 미국애들이 산수를 못하는구나 했었네요.ㅎㅎ
근데 학창시절에는 수학 좀 했던 저... 지금은 계산기 없으면 간단한 더하기 빼기도 못해요. ㅜㅜ

페넬로페 2021-03-01 10:27   좋아요 0 | URL
네, 사실 이 문제에 많은 고민을 해봐야할 것 같아요. 이 책의 저자도 계산기와 병행을 해야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단 어려운 수학에 있어서요.
계산기 병행을 해야하는데 우리가 계산기를 사용하는 순간 간단한 것도 계산기에 의존하게 되는게 문제인것 같아요.^^
 

마음에 새기자^^

지극하구나.
곧고도 오만하지 않고
굽은 듯해도 복종하지 않으며,
가까이하되 너무 핍박하지는 않고
먼 듯해도 마음은 배반하지 않으며,
변해도 음란하지 않고
반복하나 싫증나지 않고,
구슬프나 근심하지는 않고
즐거우나 방종하지 않으며,
쓰기는 해도 모자라지 않고
넓어도 드러나지 않고,
베풀어도 낭비하지 않고
구하더라도 탐욕스럽지 않으며,
머물더라도 막혀 있지는 않고
나아가더라도 떠다니지는 않는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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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좀 빌려줄래?’의 내용 중에 내 책장의 책들이란 제목의 글과 일러스트가 있다. 여기엔 그동안 만나온 책 중에서 고를 수 있는 여러 질문이 나와 있다, 그 유형을 재미있게 읽다가, 이런 경우에 나는 어떤 책을 떠올릴까?’를 생각했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해 많은 책을 읽어왔지만,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거의 최근에 읽은 것이었다. 그러니 이것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저 재미삼아 한 번 적어 본다.

 

작가의 말을 빌어,

한 가지만 부탁할게.

이 책들을 보고 날 판단하지 말아줘. 어쨌든 난 책 읽느라 바쁘고, 진정한 독서가이니까

 

1,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던 책-너무 많은데.....

‘7년의 밤’-책을 펼쳐들고 마음 졸이며, 무서워하면서 쉬지 않고 끝까지 완독했다. 몰입할 수 있는 소설의 스토리도 좋았지만 주인공 현수에 마음을 주면서 읽었다. 난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았고, 책임감있게 아이를 잘 키워내야한다는 강박이 심했다. 아이의 어린시절부터 초등학교까지 내가 보고 느낀것들은 거의 모두 아이와 연관된 것이었다. 폭력적인 아버지로 인해 생긴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며 사는 현수가 안타까웠고, 내 자식에게는 저런 트라우마를 안기지 말아야겠다는 약간의 교훈적이고 신파적인 결심을 하면서 읽은 소설이다.

 

키다리 아저씨’-어릴 때 책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반복해서 읽은 책이 많다. ‘키다리 아저씨뿐만 아니라 소공녀’ ‘빨간 머리 앤’ ‘15소년 표류기등 소년소녀명작동화를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었다. 교육열이 높으셨던 엄마가 언니, 오빠의 입시에 온통 신경을 쓰는 바람에 난 늘 외톨이였다. 그런 내가 선택한 것이 책이었고, 책을 읽으며 마구 상상했다. 반드시 나의 친엄마가 나타날거야, 또는 나에게 키다리아저씨가 있어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언니, 오빠의 입시가 끝나자 엄마는 막내인 나의 공부와 입시로 눈을 돌리셨다. 좋은 대학에 합격하기를 원하는 친엄마가 나타났다.

 

 

 

 

 

 

 

 

 

 

 

 

 

 

 

 

2,펴볼 엄두가 안 난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민음사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10권을 사모으는 중이고, 1권을 몇 번이나 읽기 시작했는데 언제나 덮어버렸다.

 

소크라테스의 변명’ ‘동명왕의 노래’-아이의 초등학교 시절 이지성의 리딩으로 리드하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였다. 나 역시 그때 교육열이 높은 엄마여서 그 책을 읽었고, 거기서 소개된 책을 거의 다 사놓았다. 아이는 아마 그 중 한 두 권 정도는 읽었을 것이다. 나머지는 지금도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져있다. 언젠가는 내가 읽어야 할 책이다.(아이에 대한 나의 교육열은 아이가 고등학교를 간 시점에 끝났다. 고등학생이 된 아이에게까지 힘을 쏟고 싶지 않아 둘이 합의해 내가 손을 놓고 아이는 자유를 얻었다. 자신이 원하는 학과를 아이는 선택했고, 대학 등록금은 스스로 해결한다고 당당히 선언했다. 지금까지 그 약속은 잘 지켜지고 있다. 아이가 고 3이었을 때 난 오히려 시간이 많아 책을 제일 많이 읽었던 것 같다.)

 

 

 

 

 

 

 

 

 

 

 

 

 

 

 

 

3,친구가 준 책

에우리피데스 비극’-고전 읽기를 시작한 나에게 친구가 선물해 준 책이다.

 

반지의 제왕’-이미 절판된 황금가지의 6권세트이다. 이 책은 아이 친구 엄마에게 빌렸다. 책을 빌린 지 거의 5년이 넘었고 그 사이 그녀는 멀리 이사를 가버렸다.

 

이 두 책 다 아직 읽지 못했다. 역시 언젠가는 읽을 것이다.

 

 

 

 

 

 

 

 

 

 

 

 

 

 

 

4,읽으려고 무진 애썼던 책

일리아스’ ‘오뒷세이아’ ‘사기열전’-,서양의 고전을 대표하는 책들 중의 하나이다. 이 책들을 읽는데 무척이나 힘들었지만, 끝까지 완독했다. 이 고전들은 그 내용을 떠나, 읽고 나면 굉장히 유용하다. 여기에 나오는 인물이나 에피소드를 후세대의 많은 작가들이 무수히 인용했다. 똑같은 내용을 다른 버전으로 읽는 것이 재미있고, 각자 만들어내는 고전의 재해석이 흥미롭다. 읽기는 힘들지만, 읽어내면 다른 책을 읽기에 편하다.

 

 

 

 

 

 

 

 

 

 

 

 

 

 

 

 

5,어째서인지 두 권이 있는 책(본 책에는 세 권)

댈러웨이 부인’ ‘어린 왕자’-정말 어째서인지 그 이유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이유가 명백하다. ‘댈러웨이 부인은 집에 있는지 몰랐고, ‘어린 왕자는 표지가 예뻐서 딸아이가 다시 구입했다.

 

 

 

 

 

 

 

 

 

 

 

 

 

 

 

 

 

 

 

 

 

 

 

 

 

 

 

 

 

 

6, 내 생명을 구해준 책

쇼코의 미소미카엘라’-결혼생활에 염증을 느낀 시기가 있었다. 내가 결혼이라는 제도에 잘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강했고, 남편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나 혼자 남편과의 갈등이 심했다. 그때 미카엘라가 나에게 왔다. 그 단편소설을 읽으며 남편이 문제가 아니라, 남편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잘못된 것이라 느꼈다. 남편뿐만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나의 생각과 모습을 그 소설이 고쳐주었다. 이기적이고 아집에 차 있었던 나의 생각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주었고,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러한 생각의 전환으로 내 마음이 편해졌고 풍부해졌다. 그렇게 힘들었던 시기에 이 책은 내 생명을 구해주었다. 남편은 책을 거의 읽지 않지만 나보다 인격적으로 훌륭하고 무척이나 다정한 사람이다. 나는 남편을 보면서 한 번 씩 책이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책을 읽지 않아도 남편은 항상 생각이 깊고, 행동이 신중하며, 나를 웃게 한다. 그런 반면 책읽는 나는 언제나 미숙하고, 감정적이고, 직선적이다. 그래도 그 미숙함이 많이 좋아졌지만 그것이 책 때문인지, 남편의 영향인지는 잘 모르겠다. 책을 읽는 만큼 지행합일하며 사는 것이 내 목표인데 아직까지 잘 지켜지지 않아 고민이다.

 

 

 

 

 

 

 

 

 

 

 

 

 

 

 

7,친구에게 빌려준 책

증언들’-책을 배송받자마자 바로 빌려주었는데 아직 돌려받지 못했다.

친구야, 좀 돌려줄래?

친구는 나에게

내가 빌려준 그래도 우리의 나날을 먼저 돌려줄래?

미안해...

 

 

 

 

 

 

 

 

 

 

 

 

 

 

 

 

8,매일 밤 읽다가 잠드는 책

노인과 바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요즘 눈이 너무 안좋아져 밤늦게 책을 읽기 힘들다. 그래서 가끔식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 유튜브의 오디오북을 듣는다. ‘노인과 바다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읽다가 잠드는 책이 아니라 듣다가 잠드는 책이다. 책 읽어주는 소리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가 깨면, 여전히 책의 한 구절을 읽어주는 소리가 들린다. 그때쯤 그것을 끄고 잠을 청하면 또다시 깊게 잠든다. 이 두 책은 내 머리 속에 그 내용이 조각조각 들어 있다.

 

 

 

 

 

 

 

 

 

 

 

 

 

 

 

 

 

 

9,내가 쓰려고 머리를 쥐어짜고 있는 책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홍승은 작가의 이 책을 좋게 읽었는데 도무지 어떤 글로 리뷰를 써야 할지 모르겠다. 머리를 쥐어짜도 적당한 단어가 튀어나오지 않는다. 이미 알라딘친구인 ‘syo'님의 훌륭한 리뷰도 있고 해서 아마 난 이 책에 대해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언젠가 설겆이하다 실마리를 풀어 줄 단어 하나가 떠오를 수도 있기에 포기하지는 말고 유보해두기로 하자.

앞치마를 집어던지고 유레카를 외칠 수 있기를 기대하며...

 

 

 

 

 

 

 

 

 

 

 

 

 

 

 

 

10,내 인생을 바꾼 모든 책-너무 많지만 딱 한 권만 정하자

죄와 벌’-중학교 시절, 집에 있는 책장을 보다가 그냥 꺼내 읽은 책이다. 그 어떤 사전 정보도 없이, 누군가가 권유한 것도 아닌 내가 운명처럼 선택해서 읽은 책이다. 몰입해서 책을 읽으며 라스콜니코프가 전당포 노파를 살해한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이 사회의 악을 제거해야한다는 주장에 넘어가버렸고 그때의 생각과 느낌이 오랫동안 나의 뇌리에 박혀있었다. ‘죄와 벌을 읽고 나의 성향은 반골적이 되었고, 세상을 쉽게 살아내지 못했다. 작년에 다시 재독한 죄와 벌은 중학교때 읽었던 내용과는 많이 달랐다. 그때 읽은 건 완역본이 아니었던 것 같다. 내가 기억해내지 못한 내용들이 많았다. 이번엔 라스콜니코프의 광기에 대해 더 주목했고, 사회악을 없애는 방법에 대해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것이 폭력적이어서는 안되며, 그 누구도 그것을 행하도록 허락된 적은 없다는 생각을 해봤다. 너무 나의 생각이 도덕적으로 변한 것인가?

 

 

 

 

 

 

 

 

 

 

 

 

 

 

 

 

시간이 많이 지나 내가 70살쯤 되었을 때, 나의 독서리스트가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 그때쯤되면 난 새 책을 거의 읽지 않을 예정이다. 그동안 좋게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어보며 그 느낌과 생각의 변화를 적을 것이다. 좋지 않게 평가했던 책을 읽는 것도 좋겠다. 생각이 바뀌어 그 책이 좋아질수도 있고, 내 인생 최고의 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해변에 가져갔던 책내가 모자로 착각한 책은 다음 기회에 적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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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2-14 17:47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이렇게도 재미있게 리스트를 만들수 있네요!ㅎ 즐거운 저녁시간 되십시요!

페넬로페 2021-02-14 20:39   좋아요 4 | URL
‘책 좀 빌려줄래‘ 이 책이 재미있고 기발해요~
막시무스님!
건강하고 행복한 연휴의 마지막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그레이스 2021-02-14 19:44   좋아요 9 | 댓글달기 | URL
있는 줄 모르고 구입해서 두권 있는 책. 완전 제 얘기! ^^
‘그래도 우리의 나날‘ 발췌해놓은 독서기록 보고 좋았던 기억이 나서 이번에 구매했습니다.
내일 도착!
제 주위에 두고 바라만 봐도 좋을 책이 너무 많아서 걱정! 장서가들의 고민을 보면 100퍼센트 공감하게 돼요.^^

오카자키 다케시의 <장서의 괴로움>!!!

페넬로페 2021-02-14 20:42   좋아요 4 | URL
‘그래도 우리의 나날‘ 은 약간 호불호가 나뉘는 책 같아요~~
그레이스님은 장서가이니 당연히 두 권 구입한 책이 더 많을 듯 해요^^

미미 2021-02-14 18:25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오 너무 흥미롭고 즐겁게 잘 읽었어요! 페넬로페님 저도 인생책 한권 고르라면 <죄와벌 >이고요, 유튭으로 요즘 해리포터 듣고있는데 영국발음 어렵고 빨라 눈동자 넘 아파요. 그리고 <잃시찾>은 다 구입하셨으면 10권을 먼저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당!(어색하지 않아요) 헤헷

페넬로페 2021-02-14 20:45   좋아요 4 | URL
네 안그래도 미미님 말씀처럼 잃사찾 10권을 먼저 읽어보려구요~~
미미님의 인생책도 ‘죄와벌‘ 이라 반가워요^^이 책을 사랑하는 독서가들이 꽤 많을것 같아요**

초딩 2021-02-14 18: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펴볼 엄두, 두 권, 준 책 ㅎㅎㅎㅎ
저도 리스트를 막 추가하고 싶네요 :-)
소크라테스 제 인생의 책이요! ㅎㅎㅎ

페넬로페 2021-02-14 20:46   좋아요 3 | URL
초딩님의 리스트 너무 궁금해요~~
기회되시면 빨리 들려주세요**
저는 아직 소크라테스는 시작하지 못했는데 초딩님의 인생책이라 용기내서 도전해보겠습니다**

Falstaff 2021-02-14 18:4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참 잘 읽었습니다. 세월이 다 그런가 봐요.
페이퍼 읽고 한 권 선택했습니다. 고맙습니다.

페넬로페 2021-02-14 20:48   좋아요 4 | URL
제 글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떤책 선택하셨는지 궁금해요
언제나 좋은 리뷰 올려주시니 조만간 읽을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붕붕툐툐 2021-02-14 19:1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오~ 너무 좋은 시도예요~ 페넬로페님의 인생과 책이 고스라니 들어있는 페이퍼네영~ 즐겁게 읽었어용~👍😍😊

페넬로페 2021-02-14 20:49   좋아요 3 | URL
이 모든게 붕붕님으로부터~~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이 페이퍼까지 작성했어요^^
감사드려요♡♡

scott 2021-02-14 21: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이페이퍼는 아끼면서 읽어야함
페넬로페님 책장에 꼽아둔 책들에 얽힌 에피소드 넘 감동~*

전 ,책장 앞에 서면 햄릿이 되어버리는데 ㅋㅋㅋ
[ 언제나 미숙하고, 감정적이고, 직선적인]
이거슨 나!!

연휴 마지막날에 멋진 페이퍼 써주신 페넬로페님
진정한 독서人!

페넬로페님 친구야 ! 어서 책좀 돌려주렴 ^.~

페넬로페 2021-02-14 21:35   좋아요 2 | URL
연휴의 마지막 날이라 많이 아쉽네요^^
저도 사실 책장 앞에선 햄릿이예요 ㅎㅎ
친구한테 책 받기는 좀 틀렸고 다시 사야겠어요**

mini74 2021-02-14 23: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쇼코의 미소 너무 좋아요 ㅎㅎ 죄와 벌도. 이렇게 겹치는 책 보면 막 동지를 만난 기분 ㅎㅎ

페넬로페 2021-02-15 00:22   좋아요 4 | URL
책동지 너무 좋죠!
특히 같은책을 읽고 감명받는 느낌이 참 좋은것 같아요^^

다락방 2021-02-15 08: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양질의 페이퍼가 아닙니까. 동시에 이 질문들 가져와서 고스란히 답해보고 싶어졌어요. 언젠가 시간이 된다면 저도 해봐야겠어요. 그렇지만 ‘생명을 구해준 책‘은 답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이런 질문은 처음이에요...

페넬로페 2021-02-15 11:35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의 저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 넘 궁금하네요^^
‘생명을 구해준 책‘은 각자의 해석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아요**

han22598 2021-02-18 14: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저도 같은 질문들로 답하고 싶게 만드는 페이퍼네요. 지금 머리 속에 떠오르는건, 빌려준 책들.....3명이 총 20권정도 빌려간 책들이 있는데......왜 안 주는건지 ㅠㅠ 어떻게 달라고 해야할지 고민인데. 빌려준 책들이 대부분 제가 아끼는 책들이라...잉 ㅠ 고민입니다.

페넬로페 2021-02-18 15:43   좋아요 0 | URL
책을 너무 많이 빌려주셨어요,han님!
그정도면 꼭 돌려받으세요~~
han님의 답도 꼭 알고 싶어요^^

라로 2021-02-19 17: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페이퍼를 쓰셨네요!! 저도 언젠가 로님처럼 책을 많이 읽게 되면 해보고 싶네요. ^^

라로 2021-02-19 17:05   좋아요 1 | URL
앗! 우리 둘 다 닉네임에 ‘로‘가 들어가요!!!!>.<

페넬로페 2021-02-19 17:37   좋아요 0 | URL
에이 라로님이 저보다 책 더 많이 읽으시잖아요.
‘로‘란 이름 좋네요~~
요즘 애들 이름에 로자가 들어가는게 많더라구요^^

감은빛 2021-02-21 1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이런 질문과 답변 너무 멋져요!
잘 읽었습니다!

고등학교에 간 이후 아이와 합의했다는 내용이 제게는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지금까지 한번도 공부하라고 말한 적이 없거든요.
숙제를 안 했다고 울상을 짓는 아이에게 밤 늦게까지 숙제를 해서
잠을 포기하고 혼나지 않는 걸 선택하거나,
잠을 선택하고 선생님께 혼나는 걸 선택하거나 네가 좋을대로 알아서 하라고 말하곤 했어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에서 90점을 받았다고 말해도, 30점을 받았다고 말해도
저는 그저 웃으며 시험이라는 평가잣대는 완벽하지 않아서
잘 받았다고 좋아할 필요도 없고, 못 받았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다고 말해요.
그저 시험 공부하느라 애썼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말아요.

그런데 요즘은 글을 쓰고 싶다고 예고 문창과에 입학할 예정인 큰 아이가
써가지고 온 글들을 보고 자꾸만 잔소리를 하려는 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곤 하네요.
한번은 아이가 쓴 시를 제가 마음대로 고쳐서 보여줬다가 곧바로 엄청난 후회를 했어요.
자꾸 아이에게 글 쓰려면 이 책은 꼭 읽어야 한다는 잔소리를 무한 반복하려고 해요.

페넬로페 2021-02-21 11:16   좋아요 0 | URL
부모로서 감은빛님의 잔소리는 너무 당연한것 같아요. 특히 아이의 진로와 관련된 것이니까 도와줄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해요~~
진로를 정하고 그곳을 향해 갈수있어 자제분이 행복할것 같아요.
요즘에는 자신이 뭘해야좋을지 정하지도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많이 안타까워요^^

noomy 2021-02-23 1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죄와 벌‘은 저에게도 인생의 책 중 하나고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여태 1권을 못 펼치고 있어요 ^^;; 책 많이 읽는 것과 인격은 정말 큰 연관이 없는 거 같아요. 제 주위에도 책은 별로 안 읽고 심지어 티비만 보는데도 많은 정보와 훌륭한 지혜를 가진 분도 있고요, 책 열심히 읽는데도 편협한 분도 많아요. 새길만한 이야긴거 같아요.

페넬로페 2021-02-23 19:34   좋아요 0 | URL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에 대한 경험은 각자 다르겠지만 공통적인 부분도 많은것 같아 기쁘네요.
다음에 noomy님의 책장의 책 얘기도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