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책과 연관된 일상을 얘기하거나, 책 속에 책이 들어있는 책을 좋아한다. 카페나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마냥 반갑고, 그 사람이 읽고 있는 책의 제목이 궁금하다. 은근슬쩍 옆으로 가서 책의 제목을 알아내려고 시도하지만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세상에 재미있는 것들이 엄청나게 많은데도, 그것들을 다 제쳐두고 딱 하나 선택하라면’, ‘을 선택한 나는 다른 책덕후의 삶을 흠모하는 동시에, 그들에게 힘을 얻는다.

 

하루의 많은 시간을 책을 읽으며 보내고, 책의 감상에 대한 공적인 글쓰기를 시작하면서(‘공적이란 말이 참 거창하지만, 단 한 분이라도 나의 글을 읽으니 사적은 아닐 것이다) 내가 책을 잘 읽고 있는 것인지, 한 번씩 고민에 빠진다. 나의 책읽기엔 분명 내가 살아온 삶과 추구해온 것, 나의 생각과 아집들이 들어있을 것이다. 그러한 것을 바탕으로 책에 대한 글쓰기를 할 때, 어쩌면 책의 내용과 상관없는 것들만 쓰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된다. 물론 책에 대한 해석은 각자 하는 것이지만, 작가의 의도나 생각을 무시한 책읽기도 그리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읽은 두 권의 책은 나와 비슷한 책덕후의 모습과, 그런 책덕후들이 어떻게 책을 읽으면 좋을지에 대한 안내서 같은 것이라 유익했다. 두 책이 전혀 다른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연결되었다.

 

 

 

 

 

 

 

 

 

 

 

 

 

 

 

 

[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 -데비 텅 카툰 에세이

 

이 책의 원제목은 'Book Love'인데,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책덕후가, 책과 함께 하는 일상을 실감나게 나타낸 카툰이다. 책을 너무나도 사랑한다는 딱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이 책은 날 한없이 웃게 만들었다. 그 웃음은 뭔가가 재미있어서 웃는 게 아닌, 마치 손주의 재롱에 흐뭇하게 미소 짓는 조부모님의 순수하고 사심 없는 웃음과 같다. 여행을 갔을 때, 말이 안되는 경이로움, “세상 구석구석에 어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를 느끼듯, 이 지구상의 모든 곳에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게 반갑다.

 

책의 부제목은 책덕후가 책을 사랑하는 법인데 그 제목에 걸맞게 다양한 내용이 나와 있다._책의 분량이 아주 적고, 금방 다 읽을 수 있지만_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것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도 나와 있지만, 휼륭한 책이나, 특히 나에게 감동을 주는 책을 읽고 나면, 그 느낌을 나 혼자 간직하기보다 누군가와 나누기를 원한다. 그래서 독서 동아리와 알라딘 북플 활동을 하는 것이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독서 동아리 단체방엔 언제라도 내가 읽고 있는 책이나, 그 느낌들을 올릴 수 있다. 한 번씩 반응이 없을 때, 머쓱하기도 하지만, 그 순간의 감동을 주체하기가 힘들다.

 

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엔 최상위 책덕후의 남편? 아님 동거인이 나온다. 난 책을 읽으며 이 든든한 남자에 대해 주목했다. 어쩜 이다지도 책덕후의 남자로서 완벽할 수 있는지, 요즘 말로 넘사벽이다. 책을 사랑하는 여자에게 단 한 마디의 불만도 없이 묵묵히 그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준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여성 책덕후라면 이런 남자를 선택하는 행운을 누리기 바란다.

 

 

 

 

 

    

  

 

 

 

 

 

 

 

 

 

 

 

 

 

 

 

[이토록 매혹적인 고전이라면]-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고전 읽기의 즐거움

 

요즘 tv에 음악 경연 프로그램이 많다. 책과 함께 뮤지컬도 좋아하기에 더블 캐스팅이라는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 적이 있다. 이 프로는 뮤지컬 베르테르의 주인공역인 베르테르의 배역을 정하는 경연인데, 최종 후보에 오른 배우들은 결선에서 베르테르역을 연기하고 노래하면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해야 했다. 심사위원들은 후보자들에게 왜 그런 감정으로 노래했냐고 질문했다. 그때 어떤 배우는 베르테르가 무척 나약한 사람이라서 그렇게 노래했다고 대답했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으며, 난 한 번도 베르테르가 나약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나약하다고 말한 배우는 어쩌면 베르테르가 자살한 사실을 두고 그렇게 생각한 것일 텐데, 이처럼 책에 대한 해석은 그 책을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만약 그 배우가 연기한 베르테르를 내가 관람했다면, 난 그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문학뿐만 아니라 세상에 대해 우리가 각자 갖는 관점은 모든 것에 대한 자신의 해석에 달려 있다.

 

문학작품의 해석-일반적으로 높은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는 문학작품들은 줄거리 이면에 또 다른 이야기들을 숨기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숨어 있는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찾아내는 것을 해석이라고 한다. 해석은 문학작품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데, 작가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대개의 경우 숨어 있는 이야기들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이 책을 읽기 전에

 

이토록 매혹적인 고전이라면은 서울대 독문과 교수인 홍진호 저자가 네 개의 유명한 고전을 설명하며, 책에 대한 해석의 중요성과 그것의 여러 방법을 서술하고 있다. 제시한 네 권의 책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정확한 독일어 번역은 젊은 베르터의 고통이라고 한다.), 후고 폰 호프만스탈의 ‘672번째 밤의 동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시골의사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18~19세기의 독일 작가들의 작품에 대해 다양하게 서술하며, 책에 대한 이해를 돕고, 해석의 중요성을 얘기한다. ‘서가명강’(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저자의 해설은 깊이가 있다.

 

이 책의 주요 키워드는 문학작품의 해석, 세기전환기, 자연주의, 유미주의, 임마누엘 칸트, 프리드리히 니체, 발전소설, 환상문학인데, 이 키워드만 보더라도 고전을 읽을 때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동원되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저자는 작품에 걸맞는 도구들을 손에 쥐고 있으면 고전을 읽기가 지극히 즐겁고 재미있다고 한다. 고전이나 문학작품을 읽으며 난 어떤 도구를 손에 쥐고 있었는지 잠시 고민하고 반성하게 하는 문장이다. 어쩌면 읽기에 필요한 도구를 얻기 위해 공부하기보다, 오히려 읽기 어려운 책을 많이 읽어냈다는 허세를 부리려는 도구로 사용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 책에 나오는 작품 중 호프만스탈의 ‘672번째 밤의 동화는 처음 듣는 소설이다. 소설을 읽지 않고 저자의 해설을 먼저 읽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책을 읽자고 다짐해도 실천이 잘 안되는지라 그냥 그 부분을 읽었다. 소설을 읽지 않아도 저자의 해설은 그 자체로 유익했다. 특히 유미주의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좋아, 같은 종류의 다른 소설을 읽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이토록 매혹적인 고전이라면에 소개된 다섯 작품에 대해 저자는 데미안을 통해 문학작품은 해석을 거쳐야만 진정한 의미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젊은 베르터의 고통을 통해 한 작품이 여러 해석의 층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고, ’672번째 밤의 동화를 통해 복잡한 해석 없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수수께끼와도 같은 작품도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카프카의 작품들은 정답에 해당하는 해석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해석 자체를 허락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카프카의 작품은 셀 수 없이 많은 해석을 유도한다. 단지 그 중 어떤 하나가 정답이 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뿐이다. -p242

 

고전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책을 읽으며, 그 책에 대한 해석과 느낌은 읽는 사람 각자의 몫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조금만 더 책에 대한 배경이나 작가에 대해 안다면 더 많은 것을 책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해석의 필요성을 알고, 해석을 위한 정보만 가지고 있다면 그동안 우리에게 지루하고 어려운 것으로만 여겨졌던 문학작품들이 훨씬 더 즐겁고 재미있는 것이 될 것이다. 문학작품의 해석에 익숙해지면, 거꾸로 우리가 접하는 일상의 일들과 사회적, 문학적, 정치적 현상들을 보다 선명하게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될 것이다.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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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5-18 09: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왠지 그림체가 인별그램에서 많이
보는 그것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
습니다.

인별그램에 등장하는 해외 책쟁이
들의 기록도 아주 신박하기 그지
없습니다. 삶의 소소한 낙 중의
하나이지효.

페넬로페 2021-05-18 09:45   좋아요 5 | URL
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공감하며 읽을 수 있어요~~한 번에 휘리릭 읽지만 책덕후의 다양한 모습이 담겨있어 재밌어요^^

mini74 2021-05-18 10:2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같은 고민을 매번 합니다.ㅠㅠ 책덕후남편은 다음 생애에 ㅠㅠ

페넬로페 2021-05-18 14:26   좋아요 2 | URL
네, 담 생엔 꼭 그런 사람 만나도록 해요^^

새파랑 2021-05-18 10: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몰랐는데, 북플하면서 책 정보를 주고 받는게 책 읽는것 만큼 즐겁다는걸 알았어요~ 저 에세이 책 영문판으로 사려고 담아놨는데, 다음달에는 꼭 주문해야겠어요. 저도 카페나 지하철에서 책보는 사람있으면 무슨책인지 몰래 보는데 제가 이상한게 아니었군요^^

페넬로페 2021-05-18 14:31   좋아요 4 | URL
저도 이 북플 활동이 너무 좋아요^^
이 책은 영어로 읽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저는 영어가 부족해 원서로 책 읽는 분들이 넘 부럽군요 ㅎㅎ
담에 시간이 좀 나면 영어공부 다시 시작해야겠어요~~

미미 2021-05-18 12: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서가명강>이 이런 뜻이었네요ㅋㅋㅋㅋ시리즈 찜해놓기만 했었는데 재밌는 의미군요! <Book Love>도 그 옆사람에 대해선 든든하다고만 생각하고 넘겼는데 페넬로페님 글 읽으니 새삼 더 중요하게 여겨져요. 함께 읽고 감상하는 여러분들도요.^^* 시기마다 달라지는 책에 관한 느낌과 이해. 이런 것들이 사람마다도 차이를 드러내서 이 세계가 더 풍요롭지않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좋은 글 감사해용~♡

페넬로페 2021-05-18 14:35   좋아요 4 | URL
미미님 말씀처럼 우리가 공유하는 이 세계에 여러 관점과 해석들이 있어 좋은것 같아요^^함께 읽어가고 서로 격려해주고♡♡
미미님이나 저는 이렇게 자유롭게 책 많이 읽을수 있으니 집에서 같이 사는 사람이 충분히 책덕후의 낭군이 될수있는 자격이 있는듯요~~

scott 2021-05-18 16: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올해 목표중 하나가
파우스트 완독인데
페넬로페님 페이퍼를 읽고나니
호프만스탈에 눈길이 ㅎㅎ

‘누구에게나 자신의 운명을 결정짓는 작품이 있다‘

그 작품을 찾아 오늘도 이렇게 책의 바다 속에 허우적 거리며 장바구니 채우고 비우고 ㅎㅎ

플친님들 통해 전에는 지나쳤던 책들 읽게 되는 기회를 얻고 함께 얘기 나누는 공간과 시간이 너무 소중하네요.

이토록 매혹적인 고전 이라는 책도 페넬로페님 포스팅 읽지 않았다면
그냥 책 소개와 줄거리 작가의 개인적 감상만 늘어놓은책이라고 생각 했을것 같습니다.

페넬로페 2021-05-18 16:59   좋아요 4 | URL
파우스트는 언젠가 다시 읽어야 할것 같아요^^
고전은 정말 여러 번 읽어야 그 해석이 가능할 것 같아요 ㅠㅠ
‘이토록 매혹적인 고전이라면‘ 책이 저한테는 좋았어요~~근데 어떤분은 너무 작품을 분석해놓은 책이라 좋지 않을 수도 있겠더라고요^^
제가 북플 활동하면서 scott님의 페이퍼로 저의 책에 대한 해석의 수단을 많이 얻는것 아시죵!

페크pek0501 2021-05-19 15: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여기서 딱 한 권만 못 읽었네요.호프만스탈
젊은베르테르의 슬픔은 두 번 읽었고
데미안은 두 번째로 현재 읽고 있어요.
변신 단편집은 예전에 읽음.

알라디너 님들이 올린 책과 제가 읽은 책이 겹치는 경우가 드문데 오늘 별일입니다.
이런 날도 있어 좋습니다. ^^

페넬로페 2021-05-19 19:52   좋아요 3 | URL
저는 호프만스탈의 작품을 한 권도 읽지 않았는데 페크님께서는 벌써 두 번이나 읽으셨다니 책읽기의 능력지이십니다^^
북플에서 많은 책을 만날 때 우연히 같은 시기에 같은 책을 읽으면 무지 반갑더라고요 ㅎㅎ

han22598 2021-05-20 05: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저도 북러브 읽고 같은 페이지 찍어서 올렸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크크크 통했네요.^^ 전 페넬로페님같은 북러버들의 외침덕분에 덕보고 있는 수혜자일뿐이죠 ㅎㅎ

이 작가의 다른 책 quiet girl in a nosy world에서 남친(=남편, 아마 동일인물인듯해요)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나와요 ㅎㅎ

페넬로페 2021-05-20 09:26   좋아요 3 | URL
저 지금 han님 서재에 다녀왔어요~~
와, 정말 그러네요^^
분명 han님께서 먼저 이 책에 대한 리뷰 올려셨는데 ㅎㅎ
제가 몇 번이나 책을 뒤적이며 어떤 그림을 선택할까 고민하다가 저 그림의 내용이 젤 마음에 닿아 골랐거든요~~
소개해주신 데비 텅의 다른 카툰도 읽어보고 싶어요^^

scott 2021-06-04 20: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달의 당선작 2관왕 १✌˚◡˚✌५

페넬로페 2021-06-04 23:26   좋아요 2 | URL
몸둘바를 모르겠어요~~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1-06-04 20: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페넬로페 2021-06-04 23:26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감사해용♡♡

mini74 2021-06-04 20: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페넬로페 2021-06-04 23:28   좋아요 2 | URL
mini님, 감사해요^
이렇게 축하해주심에**

미미 2021-06-04 20: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2관왕 축하드려용~♥

페넬로페 2021-06-04 23:30   좋아요 2 | URL
책을 사랑한다는 그 한가지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하네요^^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1-06-04 20: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페넬로페님 대단대단~!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1-06-04 23:30   좋아요 2 | URL
대단하신 새파랑님께 대단하다는 칭찬 들으니 더 기분 좋아요~~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1-06-04 21:2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축하드립니다^^

초딩 2021-06-04 22: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자주 가는 편의점에 일하시는 분에게 대뜸 ‘무슨 책 읽으세요‘ 라고 갑자기 저도 모르게 질문이 튀어나와 서로 무안했던 적이 있어요 ㅎㅎㅎ 정말 책읽는 사람만 봐도 반갑다는 말 공감합니다. ㅎㅎㅎ
그리고 5월 이달의 당선작 진심 축하드려요 ^^

페넬로페 2021-06-04 23:33   좋아요 1 | URL
정말 그렇죠?
책 읽는 사람만 봐도 좋더라고요^^
초딩님!
축하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지지않는 하루는 암이라는 병 앞에 소환된 저자가, 1년 동안 일상과 생각을 기록한 글이다. 고통 속에서 암 투병을 하는 사람이 쓴 글이 맞는지 의아해질 정도로, 이 책에 있는 모든 문장들은 담백하고 담담하다. 수술을 받고, 여러 차례에 걸친 항암 치료 중에도 여행을 가고, 사람을 만나고, 매일 아침 아이를 위해 도시락을 싸주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 간다. 몸에 힘든 병을 지닌 채 살아가는 그녀의 일상에 고통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건강한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천천히, 세심하게 보고 느낀다. 사물과 존재의 불완전함을 수용하고, 내가 예외일 이유가 없음을 받아들이며, 몽테뉴의 책에 위로를 받는다.

 

{암이라는 병도 비슷하다. 피레네의 종소리처럼 내 인생에 눈금을 긋는다. 병이 생기기 전과 그 이후로 자르고, 그 이전에 나는 무엇을 했는지, 지금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사색하게 만들며 사는 일에 집중하게 만든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한 번씩 내가 아프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한다. 육신의 고통이야 말할 필요가 없고, 그보다 내 손이 미치지 못할 가족을 생각하면 더 암담하다. 나의 소진(消盡)을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 내가 없다면 그들의 삶 역시 피폐해질 것이다. 병을 앓는 육신의 아픔은 온전히 개별자의 몫이지만, 시작하고 일궈놓은 관계에서조차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사실이 생각만으로도 신산스럽다. 이렇게 상상만으로도 암울해져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을 무한히 위로해야 하는데도 정작 난 이 책을 읽고 위로를 받는다.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같은 반대적이며 이중적인 것들 모두 내 마음이 결정하며, 그저 담담히 인생과 하루하루의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배운다.

 

난 어릴 때부터 일기를 써왔다. 그 일기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육아일기로 교체되었는데 아이의 초등학교 시절까지 이어졌다. 일기를 쓰라고 누군가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도 전반적인 일기의 내용은 반성과 후회였다. 언제나 완벽한 사람이 되기를 원했는지, 아님 스스로가 못나빠진 얼간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이해가 잘 안 된다. 매순간 치열하고 열심히 산 것 같은데 왜 내 일기는 항상 그렇게 반성만이 가득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런 나의 문장들에 싫증이 나서 어느 순간 일기를 쓰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이화열의 지지않는 하루를 읽고 다시 일기가 쓰고 싶어졌다. 다시 일기를 쓴다면, 이 책에 적힌 문장처럼 나의 일상을 묵묵히, 간결하게 기록하고, 담담히 받아들이며 영리한 행복을 추구하는 글로 쓸 것 같다.

 

{의사가 물었다.

마담 르그랑은 무슨 일을 하나요?”

디자이너고 글도 씁니다.”

그럼 내가 당신에게 좋은 책의 주제를 준 겁니다.”

.............................

 

저녁 식탁에서 구역질 때문에 식사를 멈추는 걸 보고 올비가 말한다.

“6개월 뒤에 출산하는 거야. 이번에는 아이가 아니라, 새로운 자신을.”}

 

이왕이면 저 문장처럼, 기지와 충만한 위로가 가득한 글이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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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5-09 19: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러한 하루하루의 영리한 행복을 아프기 전에 알게 되는게 중요한거 같아요^^ 저도 일기 비슷한 메모는 쓰는데 이게 쓰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ㅎㅎ 페네로페님의 일기쓰기를 응원할께요~!!

페넬로페 2021-05-10 00:12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 말씀이 맞아요~~영리한 행복을 하루하루 찾아내며 살아야 해요^^이 말은 오르한 파묵의 책에 있다고 하는데 세상에 읽을 책은 어찌나 많은지~~조금이라도 일기 쓰기 해야할텐데 ㅎㅎ
응원, 감사해요^^

미미 2021-05-09 19: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올비의 마지막 말도 의사의 말도 인상적이네요! 인생에 예상치 못한 불행들. 어쩌면 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 새로운 삶으로 건너는 다리가 될수도 끝이 안보이는 절벽도 될 수 있겠죠.🥲

페넬로페 2021-05-10 00:15   좋아요 3 | URL
그렇죠! 간결하면서도 의미있는 말들이 참 좋았어요^^잘 받아들여야 하는데 매번 이런 글들을 통해 새삼 또 다짐하고 있어요~~끊임없는 학습이 반복되어야 하니 저는 참 어리석은 사람 같기도 해요^^

scott 2021-05-09 21: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물과 존재의 불완전함을 수용하고, 내가 예외일 이유가 없음을 받아들이는...]
불완전함을 받아 들이지 못해 고집과 아집만 가득 늘어나는,,,
코로나 팬더믹에 페넬로페님이 오늘 올려주신 페이퍼 더더욱 공감하게 되네요.


페넬로페 2021-05-10 00:19   좋아요 3 | URL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서로 공유해야함에도 세상은 그저 욕망의 발산으로만 돌아가는 현실이 참 안타깝죠! 저자의 문장을 통해 많이 비워야함을 또 깨달았어요^^
우연히 오늘 올린 저와 scott님의 글이 통하는것 같아요^^
이화열 작가도 이 책에서 계속 몽테뉴의 수상록에 대해 썼거든요^^

cyrus 2021-05-10 06: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게 힘을 주는 글입니다. 저도 ‘지지 않는 하루‘를 보내도록 해야겠어요. 적은 시간이라도 글을 써야겠습니다.

페넬로페 2021-05-10 09:38   좋아요 2 | URL
네, 지지않는 하루를 보내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 다를 것 같아요^^
cyrus님의 글은 언제나 좋으니 꼭 계속 쓰시기 바래요♡♡


페크pek0501 2021-05-14 13: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길게 몸살을 앓았어요. 다 나았나 싶어 나갔다 오면 또 몸살.
집안 청소를 하고 나면 또 몸살, 그렇게 길게 가더군요. 입맛이 없어 저절로 커피를 끊고 지냈어요.
다시 커피가 맛있어서 며칠 전부터 마시니, 아마 이제 몸살 끝인가 봐요.

아파도, 병이 있어도 의연하게 사는 사람들 보면 존경스러워요.

우리 모두 건강합시당~~~

페넬로페 2021-05-14 14:07   좋아요 2 | URL
페크님, 몸살로 고생이 많으셨네요~~
커피까지 끊으실 정도로 아프셨다면 그 힘듦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됩니다~~
우리가 책에서 많은 힘과 희망을 얻지만, 책에 있는 것이 다가 아닐것이라는 걸 알고 있잖아요~~
그래서 저 역시 그 의연함을 존경해요^^
건강 회복하셨다니 기쁩니다^^
좋은 글 많이 올려주시길 기대해요**

 

 

 

 

 

 

 

 

 

 

 

 

 

 

 

나의 하루는 430분에 시작된다--김유진

 

사람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과 먹고 사는 방법은 다르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430은 오늘을 조금 특별하게 살고, 각자의 시간을 잘 보내자는 상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나 자신을 관리해서 성장시키고, 불필요한 인간관계나 애플리케이션 같은 것을 삭제하는 등 자신이 직접 주도하고 통제하는 삶을 가져야만 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다만 그것은 꼭 새벽 430이 아니어도 가능할 것이다. 자신의 상황에 맞춰 삶을 변화시키면 된다. 이런 종류의 책을 읽다보면 중간에 살짝 내 마음이 꼬이기 시작하는 시점이 있다. 그 꼬임이 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인지, 아님 나의 모자람에서 오는 자책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단순하게 내가 원하는 것만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래서 이제는 시간 관리를 하지 않는다. 대신 난 자신을 관리한다. 이를 위해 매일 조금씩, 천천히, 하나씩 성장하는 데 집중했다. 습관이 기회를 만든다.-p126~127

 

 

 

 

 

 

 

 

 

 

 

 

 

 

 

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이주윤

 

이주윤 작가의 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은 쉽게 쓰인 한글 맞춤법 교재같다. 평소 우리가 자주 쓰지만 혼동되는 단어 2개를 대조해가며, 둘 중에 어느 것이 맞는가를 약간 웃긴 상황에 맞춰 예문과 그림을 통해 설명해 놓았다. 예시된 것들 중 내가 여지껏 한 번도 의식하지 못한 채 틀리게 쓴 글자도 있었다. 이주윤 작가 덕분에 틀리게 썼던 글자를 요즘 고쳐 쓰는 중인데 여간 어색한게 아니다. 예를들어 하구요가 아니라 하고요가 맞고, ‘할께가 아닌 할게가 맞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하구요는 서울 사투리라고 한다. 이 책의 끝에는 우리가 가장 자주 틀리는 맞춤법 360가 실려 있는 데 유익하다.

 

그런데 글을 쓰실 때 조심하셔야 할 게 하나 있습니다. 되도록 맞춤법을 지키셔야 합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실 수도 있지만 단호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여자들은 맞춤법 틀리는 남자를 진짜, 정말, 진심으로 싫어합니다. 여러분의 애인이 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이유는 맞춤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당신의 자존심을 지켜 주기 위해서였다는 사실, 모르셨죠?

-들어가는 말

 

남자들도 맞춤법 틀리는 여자를 좋아할 것 같지는 않다.

 

 

 

 

 

 

 

 

 

 

 

 

 

 

 

돈의 속성--최상위 부자가 말하는 돈에 대한 모든 것--김승호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구립도서관에 이 책이 6권이나 구비되어 있고, 6권 모두 예약이 걸려있을까? 그것도 예약 최대 인원인 5명씩이나 말이다.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나 역시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돈을 벌고, 부자가 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들이 다 그렇듯이 이 책도 그냥 기본적으로 우리가 아는 것을 나열해 놓았을 뿐, 특별한 건 없다. 철저히 공부하고 준비해서 투자하고, 남의 말을 듣지 말고 내 주관대로 움직이라는 것, 신용카드를 없애고, 분산투자를 하고, 소비를 줄이라고 한다. 신에게 부자가 되도록 기도하지 말고(그 분을 괴롭히지 말라고 한다), 스스로 일어서겠다고 마음먹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책이 다 그렇듯 자신의 부를 은근히 자랑한다. 이 책으로 돈의 속성을 새롭게 알기는 어렵다. 우리 모두 이 정도는 알고 있다. 다만 더 내밀하고 특별한 것을 알기 위해 이런 책을 읽는데 역시나 그건 저자만이 알고 있는 비법이고, 우리에게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 책의 마지막에 비법이 있는 듯도 하다.

 

돈을 모으는 네 가지 습관-

첬째, 일어나자마자 기지개를 켜라.

둘째, 자고 일어난 이부자리를 잘 정리한다.

셋째, 아침 공복에 물 한 잔을 마셔라.

넷째,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라.-279~280

 

제목은 '돈을 모으는 네 가지 습관이라 쓰고, 마지막에 이런 말을 덧붙인다.

 

이 사소한 습관이 돈을 부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습관을 가진 사람에겐 한번 돈이 들어오면 절대 줄지 않는다.-p381

 

부자가 되고 싶은 분은 위의 네가지 방법을 실천해보시기 바란다.

특별할 것 없는 이 책을 그럼 나는 왜 읽었을까?

당연히 부자가 되고 싶어서이다.

내가 부자가 되기 위해서 당장 해야할 일;

첫째, 헬스장에 6개월 등록해 놓고 운동을 가지 않는 버릇을 고친다.

둘째, 알라딘에서 산 책을 쌓아만 놓고, 읽지 않는 버릇을 고친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유시민

 

이 책은 집에서 잠자고 있는 책인데, 당연히 글 좀 잘 써 보고자 집어 들었다. 저자가 워낙 방송 매체에 출연을 많이 했기에 그의 글을 읽는데, 계속 그가 말하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이 책은 유시민의 구수한 이야기를 듣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의 달변같은 글은 잘 읽히고, 글쓰기에 대해서도 유용한 것들이 많다. 어쨌거나 글쓰기의 기본은 많이 읽고, 많이 써보라는 것이다.

 

글쓰기의 목적은, 그 장르가 어떠하든, 자신의 내면에 있는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해 타인과 교감하는 것이다. -p53

남들이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글을 쓰고 싶다면, 내가 먼저 남이 쓴 글을 이해하고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 말로든 글로든, 타인과 소통하고 싶으면 먼저 손을 내미는 게 바람직하다. -p65

태어나면서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누구든, 처음에는 민망한 문장을 붙들고 씨름해야 한다. 당장 그만두고 싶은 심정을 이겨내야 한다. -p84

 

이 책에는 역사학자 전우용 선생이 한겨레에 연재한 칼럼이 실려 있다. 저자가 주제에 맞게 잘 쓰인 글의 예시로 단순하게 인용한 것이다. ‘백신이라는 제목의 글인데, 전우용 선생의 안목이 너무 놀랍다. 이 칼럼에 대해 검색해보니 2014, 113일 한겨레신문에 실린 글이었다.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살인마는? 답은 두창(천연두)균이다. 지구 상에 인류가 출현한 이래 세균과 바이러스는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이었고, 인류 역사 대부분의 기간 동안 인간은 그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이제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통계학적으로 무의미한 수치로까지 줄어들었지만, 아직 유효한 백신을 만들지 못한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는 여전하다. 살상력 이상으로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태어나서 1년 안에 열 차례 정도 백신을 맞고 자라온 현대인들에게 백신 없음은 총탄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방탄복도 입지 못한 채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공포 그 자체다.

-P75~76

 

2014년에 쓰여진 글에 나오는 백신 없음이라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고스란히 적용되었고, 그로 인해 우리는 2년째 고통을 당하고 있다. 2021년 현재, 저자도 예상하지 못하고 인용한 이 글은, 실제적인 상황을 너무 잘 나타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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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4-22 19: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돈을 모으는 습관 세 가지는 지키는데 마지막이 ㅠㅠ 그래서 제가 돈 대신 책을 모으나봐요 ㅎㅎ *^^*

페넬로페 2021-04-22 23:28   좋아요 1 | URL
ㅎㅎ~~이 책이 초반부는 괜찮았는데 후반부로 가면서 산으로 가는 내용이 나오더라고요^^책 많이 읽는 사람은 아무래도 네번째가 지키기 어려울것 같아요**

미미 2021-04-22 19: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나의 하루는..>이 분 유튭 영상 올린것 살짝 봤는데 새벽에 칼같이 일어나는 영상을 찍었더라구요. 미쿡 변호사라고 뭔가 준비중이라고 했는데 역시 책이었군요.ㅋㅋ😊

페넬로페 2021-04-22 23:30   좋아요 2 | URL
이 분이 어릴때 외국으로 이민을 갔고, 미국 대학 로스쿨 다녔더군요~~유튜브로 보지는 않았는데 요즘 방송에도 간간이 나오더라고요^^

새파랑 2021-04-22 19: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자기개발에 좋은 책 네권 이네요 ㅎ 저기서 네시랑 맞춤법은 읽으려고 생각중이 책입니다^^

페넬로페 2021-04-22 23:31   좋아요 2 | URL
부담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어요~~

붕붕툐툐 2021-04-22 20: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글쓰기 특강>에 저런 인용글이 있었군요~ 지금 시대와도 찰떡이네요!(읽었는데 생각이 전혀 안남!ㅎㅎ)

페넬로페 2021-04-22 23:32   좋아요 1 | URL
저 인용문보고 깜짝 놀랐어요.요즘의 상황을 너무 잘 표현해서요^^

scott 2021-04-22 20: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첫째, 일어나자마자 기지개를 켜라.

둘째, 자고 일어난 이부자리를 잘 정리한다.

셋째, 아침 공복에 물 한 잔을 마셔라.

넷째,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라]

페넬로페님 실천 목록이 더욱 현실적 !
책 쌓아두기만 해도 든든한 1人 !!

[태어나서 1년 안에 열 차례 정도 백신을 맞고 자라온 현대인들에게 ‘백신 없음’은 총탄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방탄복도 입지 못한 채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공포 그 자체]
맞습니다 매일 아침 목숨 걸고 출근 中ㅠ.ㅠ

페넬로페 2021-04-22 23:33   좋아요 2 | URL
빨리 우리 모두 백신을 맞아야하는데 언제 맞을 수 있을지요. 출근하시고 밖에서 활동하실 때 건강 유의하세요^^

페크pek0501 2021-04-23 14: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넷째,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라.- 저는 이게 어려워요. ^^

페넬로페 2021-04-23 14:34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래요~~그래도 요즘엔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 일찍 자려고 노력중이예요^^
 

 

 

 

 

 

 

 

 

 

 

 

 

TV의 책소개 프로그램에 출연한 어떤 유명한 드라마 작가는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을 소개하며, 이 책을 읽는 순간 저자가 딱 자신의 남편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가볍고 얇은 것이 닮았다고....그녀의 얘기를 듣고 부담없는 마음으로 많은 재미를 기대하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이 책은 가벼운 내용의 책이 아니었다. 오히려 굉장히 진중했다. 유머 코드가 없는건 아니지만 그것은 아주 미미했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에 대해 다양하게 서술되어 있으며 거시적인 개념서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드라마 작가는 책의 어느 부분에서 자신의 남편을 연상했는지 모르지만,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걸으며 표현된 빌 브라이슨의 말들은 결코 가볍고 얇지 않았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은 미국의 대표적인 3대 장거리트레일 중 하나로, 애팔래치아 산맥이 뻗어있는 모양대로 미국 동부의 남북을 길게 가로질러 있으며, 걷는 거리가 총 3500km 에 이르는 산길이다. 오랫동안 유럽에서 살다 미국으로 돌아온 빌 브라이슨은 뉴햄프셔의 작은 마을로 이사했는데 자신이 사는 마을의 길이 애팔래치아 트레일로 연결되는 것을 발견한다. 곧 그는 트레일을 걸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25년 동안 거의 만나지도 않았던 친구 카츠와 함께 걷기를 시작한다.

 

이 책에는 애팔래치아 트레일의 유래, 시초와 함께 저자가 지나간 구간에 대한 특별하고 슬프기도 한 역사와 트레일에 접해있는 마을의 특징도 실려있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은 인디언의 트레일이나 식민지 개척의 길을 따르지는 않았지만, 길과 편의 시설을 건설하고, 여러 천연자원을 채굴, 나무를 벌목하는 과정에서 많은 야생동물과 숲이 사라지고, 환경이 파괴되었음을 저자는 아쉬워한다.

 

트레일을 걸으며 느끼는 감상도 풍부하다. 힘든 트레일 걷기를 하며 숲, 고독, 매일 똑같이 걷기, 저체온증에 대해 얘기한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중 가장 문학적인 산인 그레이록(이곳에서 허먼 멜빌이 모비딕을 집필했다)’에 대해, 일이 가장 암울하거나 꼬여 있을 때 뭔가 운수 좋은 일이 일어나 당신이 순항하도록 돕는 산길의 마법에 대해서도 그는 아름답게 표현한다.

 

친구 카츠와 함께 한 여정도 무척 인간적이다. 등산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카츠가 같이 트레일을 걷기를 원했을 때 브라이슨은 흔쾌히 받아들인다. 한 번씩 마음이 맞지 않고, 걷는 속도도 다르지만 같은 길을 함께 걷고 있는 그들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알아주는 동지가 된다. 몇 개월 걷기를 쉬고 다시 그들이 만났을 때, 친구 카츠가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는 걸 브라이슨은 알게 된다. 카츠는 약물과 알콜중독의 전력이 있어 술을 한 모금이라도 마시면 안된다. 브라이슨은 격분하지만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는 카츠의 고독과 힘듦을 이해한다.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가볍게 마시는 맥주 한 잔이 어떤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것이 된다. 인간 카츠를 통해 삶이라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힘든 카츠를 위해 빌 브라이슨은 과감히 트레일 걷기를 포기한다. 난 이 부분이 이 책에서 제일 좋았다. 뭔가를 꼭 끝까지 하며 성취해내는 것도 좋지만, 누군가를 위해 그만둔다는 용기도 아름답다. 겨우 트레일의 39.5%를 걸었어도 그들은 그 길 위에 있었다. 그러면 된거다.

 

어쨌든 많은 경험을 축적했다. 텐트 칠 줄도 알게 되었고, 별빛 아래서 자는 법도 배웠다.....삼림과 자연 그리고 숲의 온화한 힘에 대해서 깊은 존경심을 느꼈다. 나는 전에는 미처 몰랐지만, 세계의 웅장한 규모를 이해하게 되었다. 전에는 내게 있는 줄 몰랐던 인내심과 용기도 발견했다.....친구를 얻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3520킬로미터를 다 걷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에 한가지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는 시도했다. 카츠의 말이 옳았다. 누가 뭐래도 나는 개의치 않는다. 우리는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걸었던 것이다.

p389

 

 

 

 

 

 

 

 

 

 

 

 

 

 

 

 

나를 부르는 숲이 애팔래치아 트레일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다루는 책이라면 ‘’행복해지는 법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서147일 동안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종주하며 걷는 경험과 느낌을 세세하게 서술한 책이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결혼식도 따로 하지 않고 신혼여행으로 자전거와 걸어서 하는 세계여행을 선택한 부부의 이야기이다.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자는 인생 모토를 가지고 이들은 길을 걷는다. 보통 사람들이 거의 매일 하고 있는 삶의 방식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특별한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 거기엔 분명 우리가 체험하지 못하는 좋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인생을 사는 방법은 사람들마다 다 다를 거지만 각자의 삶에 행복이라는 단어는 꼭 있어야 할 것 같다. 지금 난 행복한가?

 

트레일매직(일반인들이 자발적으로 하이커들을 위해 음식, 비상약품, 숙식등을 제공해주는 것)’이라는 것이 있다. 계속 걷는 사람들은 배낭에 최소한의 음식만을 넣고 다녀야 하는데 그들은 매번 배가 고프다. 그럴 때 누군가가 놓아둔 트레일매직을 만나면 얼마나 기쁘고 고마울지 이해가 된다. 트레일매직 뿐만 아니라 하이커들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모르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돈을 써가며 도와준다는 것은 쉽지 않은데 이런 얘기를 들을때마다 세상은 그래도 이런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들이 만들어간다는 생각을 해본다. ‘트레일매직’,산길의 마법을 브라이슨과 이하늘은 이렇게 다르게 표현했지만 그것은 하나다.

 

트레일을 걷다 보면 하이커들은 비를 자주 만난다. 온 몸이 축축한 채로 걷다가 마을을 만나면 그곳에서 몸을 말리고 빨래를 하고 샤워를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너무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이 그들에게는 감사의 대상이 된다. 그러고보면 감사란 큰 것이 아닌 작은 것에서 더 많이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잘 알지만 매번 까먹는다.

 

보통 사람들과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이 항상 행복한 건 아닐 것이다. 그들 역시 순간순간 불안하고 자신이 선택한 삶이 맞는지를 고민할 것이다. 그러나 한결같이 똑같은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특별한 길을 가기로 선택한 그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내가 가지 못하는 길을 과감히 들어선 그들이 보내는 행복의 메시지가 많았으면 한다.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은 워낙 많이 알려진 책(이제야 읽었다)이지만,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좀 더 알고자 아무 기대없이 선택한 이하늘의 책은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두 부부가 가고 있는 특별한 길과 그 길에서의 느낌을 진솔하게 표현해 감동적이었다. 그들이 계속 행복하기를...

 

앞서가던 내가 거친 숨을 내쉬며 잠시 멈추면, 이내 그도 멈춰 기다려주었다. 그리고 내가 다시 걷기 시작하면 그 역시 다시 걷기 시작했다. 재촉하거나 추월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기다려주고 함께 호흡하고 발걸음을 맞춰 가는 것, 그 순간 이것이 바로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p36

 

"Hike on your way(너만의 길을 가)-p54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로 인해 전에는 전혀 하지 않았던 걷기를 시작했다. 나의 두 발로 걸으면 걸을수록 걷기라는 것의 매력에 빠졌고, ‘걷기에 중독되었다. 걷기 시작하니 이젠 웬만한 길은 그리 멀지 않다. 요즘은 동네의 산책길뿐만 아니라 전국의 유명한 곳엔 거의 데크길을 설치해 걷기 좋게 만들어 놓았다. ‘걷기를 위해 사람의 손길이 꾸준히 필요해졌으며 그것을 계속 관리하기 위해서도 사람이 필요하다. 사람을 위해 설치한 인공적인 길 때문에 또 그만큼의 자연이 훼손될 것이다. 하지만 나이드신 엄마와 함께 걷는 그 편안한 길이 고맙기도 하다. 엄마가 그 길을 걸으며 주변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해 감탄하실 때 그 길은 엄마에게 트레일 매직이 된다. 어떤 방향으로 가야 사람과 자연에게 다 좋은지 그 선택은 무척 힘들 것 같다. 그 방향이 탁월하고 센스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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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4-06 13: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곰들의 길 ㅎㅎ 아파팰래치아 트레일 인간들에게는 일생의 한번! 크게 마음먹고 가야할길 같습니다. 엄마와 함께 산책 하시는 페넬로페님!! 엄마와 보폭을 맞춰가며 함께 걷는 모습, 역쉬 딸이 쵝오!!! 일주일에 두세번 정도는 지하철 두정거장은 걷고 있는데 공원속 꽃길에 감탄! 감탄 페넬로페님 4월은 많이 걷기!!

페넬로페 2021-04-06 16:06   좋아요 3 | URL
어떤 길이든 유명한 길을 꼭 한번 걷고 싶어요. 그래도 저의 최고의 로망은 산티아고 순례길이예요 ㅎㅎ
요즘 걷기에 참 좋은 계절이죠?
많이 걷자구요 ^^

미미 2021-04-06 14: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따뜻한 글이예요~♡ 저도 들은것보다는 막상 읽을때 여러모로 무게감을 느끼며 읽었어요. 자연에 관해서도 우정에 관해서도 질문하게 하는 좋은 책.저도 옆에 공원과 산이있어 즐겨 걷고 있어용. 걷기도 책읽기도 너무너무 좋아요!😄

페넬로페 2021-04-06 16:09   좋아요 2 | URL
네 저도 이 책을 생각보다 훨씬 더 묵직하게 잘 읽었어요~~어떤 경험에 대해 작가들은 왜이리 글을 잘 쓰는지^^집 주변에 공원과 산이 있으면 너무 좋죠. 미미님의 걷기도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새파랑 2021-04-06 14: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유럽이라는 프로가 있나보군요~작년부터 만보걷기 챌린지 같은거 하는데 ‘걷기‘ 정말 좋은거 같아요^^ (최근에는 달성율이 저조하지만...)

페넬로페 2021-04-06 16:11   좋아요 2 | URL
이 프로를 좀 보다 이제는 안보는데요, 유명한 셀럽들이 추천하는 책들이 다양하더라고요^^
하루에 만보걷기는 작정하고 걸어야하는데 대단하시네요^^
날씨 좋고 꽃이 만발한 4월에 새파랑님의 걷기를 응원합니다**

초딩 2021-05-08 1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

페넬로페 2021-05-08 19:47   좋아요 1 | URL
초딩님^^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1-05-08 1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페넬로페 2021-05-08 19:47   좋아요 0 | URL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1-05-08 2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1-05-08 22:50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용^^
 

 

 

 

 

 

 

 

 

 

 

 

 

 

 

 

    

가진 게 많지 않아도, 별다른 재주가 없어도 누구나 잘 할 수 있는게 있다. 그건 다정함이다. 사람, 자연, 그리고 나에게도 다정하게, 안부를 물어주고, 웃으며 바라보며, 얘기를 들어주면 된다. ‘다정함은 못난 얼굴을 예뻐보이게 한다. 밑바닥으로 한없이 가라앉으려는 마음을 다독이며 끌어올려준다. 치미는 슬픔을 멈추게 하며 애써 웃게 만든다. 누구라도 할 수 있어 다정(多情)은 공평하다.

 

거기에 곁들여 맛있는 빵과 차 한 잔이 있으면 그 다정함은 더할 나위 없다.

 

백수린 산문, 다정한 매일매일은 작가의 일상과 자신이 읽었던 책에 대한 감상을 여러 가지 빵으로 연결시킨 에세이이다. 이 책은 책 굽는 오븐이라는 제목으로 한 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묶은 단행본인데, 여러 소제목에 책과 빵에 대한 짧은 글들이 있다. 작가는 어릴때부터 베이킹에 관심이 많았다는데, 그래서인지 이 책엔 빵에 대한 작가의 해박한 지식을 볼 수 있다. 책의 감상과 빵의 특징을 절묘하게 조화시켰고, 일러스트도 좋았다. 책에 대한 백수린 작가의 감상은 책이 책으로서만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 책이 들어있는 듯 하다.

 

 

글을 쓰는 것을 업으로 하는 작가들은 어떤 책을 읽는지, 책을 읽고 어떤 느낌을 갖는지가 항상 궁금하다. 매번 그렇듯 여러 책에 대한 글을 싣고 있는 책을 읽으면 내가 읽은 것은 별로 없다. 이 세상에 내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작가와 책들이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책에서 소개된 책을 다 읽어보겠다고 결심하지만 지켜지는 경우도 없었다. 그래도 이 책을 읽고 여기에 나온 책을 읽고 싶다는 욕심이 또 생긴다. 다 읽어내지 못할게 뻔한지라 몇 권만이라도 선택해 읽어야겠다.

 

4월이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잘 하지 않는 다정함을 4월의 햇살만큼이나 환하게 뿜어내기를.

당신과 나에게 기대해본다.

 

 

 

 

 

 

 

 

 

 

 

 

 

 

 

 

 

 

 

 

 

 

 

 

 

 

 

 

 

 

 

 

 

 

 

 

 

 

 

 

 

 

 

 

 

 

작가의 말-내게 작은 바람이 있다면 읽고 쓰는 나날을 기록한 소박한 글들이 온기,라는 단어와 어울렸으면 하는 것이다......이상하고 슬픈 일투성이인 세상이지만 당신의 매일매일이 조금은 다정해졌으면. 그래서 당신이 다른 이의 매일매일 또한 다정해지길 진심으로 빌어줄 수 있는 여유를 지녔으면...우리의 매일매일이 다정하다고 섣부르게 믿고 있어서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다정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 P6

생일 케이크,레이먼드 카버,‘대성당‘-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어떤 힘일까? 나는 삶이 고통스럽거나 누군가의 불행 앞에서 무기력한 마음이 들 때 이 소설 속 빵집 주인이 건넨 한 덩이의 빵을 떠올리곤 한다. 어떤 의미에서 내게 소설 쓰는 일은 누군가에게 건넬 투박하지만 향기로운 빵의 반죽을 빚은 후 그것이 부풀어 오르기를 기다리는 일과 닮은 것도 같다. - P22

트로페지엔,베른하르트 슐링크,‘여름 거짓말‘-행복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상을 괄호 안에 넣어두는 휴가가 삶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것처럼, 인간에게는 때로 진실을 괄호 안에 넣어두는 거짓말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하지만 여름의 끝을 알리는 폭우마저 그치고 나면 우리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트렁크를 창고 깊숙이 넣어두어야만 한다. 틀림없이 쓸쓸하고 때로는 고통스럽기까지 한 일이지만, 계절은 바뀌고,괄호 안에 넣어두었던 것들과 대면해야 하는 시간은 우리를 어김없이 찾아오니까. - P42

브라우니즈 쿠키,김희경,‘마음의 집‘-올해는 존재의 가치를 증명해야 할 필요가 있는 사람처럼 억지로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으면 어떨까? 마치 내일이면 세상이 끝장날 것처럼 모든 일을 당장의 손해와 이익으로 계산하지도 말고. 싫어하는 노래를 다른 사람들이 부른다고 해서 억지로 따라 부르지 않는다면, 고통을 쉽게 외면하거나 누군가의 상처에 대해 가볍게 말하지 않는다면. 새해에 당신과 내가 들여다보았으면 하는 것은 오직 마음. - P58

멜론빵,기시 마사히코,‘단편적인 것의 사회학‘-당신은 나를 모르지만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면서 나는 속으로 몇번이나 중얼거린다. 당신은 우유부단하다는 말을 듣더라도, 판단을 마지막 순간까지 유보하는 사람, 겉으로 드러나는 사실만 가지고 손쉽게 누군가에게 선이나 악으로 꼬리표를 붙이려 하는 순간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세상 어딘가에 나와 공명하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오래전부터 많은 작가들과 이런 식의 특별한 우정을 남몰래 쌓아왔다. - P88

슈크림빵,캐서린 맨스필드,‘가든파티‘-"인생이란 게..."...이 대목을 읽을 때마다 나는 어떤 단어로도 포착할 수 없으나 분명 거기에 존재하는 감정에 대해서 생각하곤 한다. 때로는 우리를 압도하고, 송두리째 다른 사람으로 변모시키기까지 하는데도 타인에게는 결코 말로 설명할 수는 없는 감정에 대해서. 그런 감정은 밤의 들판에 버려진 아이처럼 인간을 서럽게 만들어버린다. 하지만 우리에게 한밤의 고요한 아름다움을 가르쳐주는 소설들이 있는 한, 우리는 밤이 아무리 깊어도 앞으로 걸어갈 수 있다. - P94

떠나보내는 여름-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타인의 죽음을 끊임없이 살아내는 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타인의 죽음은 결코 온전히 극복되지 않는 상실이다.....그러므로 우리가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매번 처음처럼 절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죽음은 하나의 세계가 문을 닫는 일이고, 아무리 목 놓아 소리 질러도 열리지 않는 문의 이쪽 편에서 무력함을 확인하는 일이니까.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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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4-01 06: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다정하고 따듯한 사람. 곁에 두고 달달한 빵이랑 함께 커피 한잔하고 싶어지네요. ^^

페넬로페 2021-04-01 09:21   좋아요 2 | URL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과 먹는 커피와 빵은 더 좋을것 같아요, han님! 잘 도착하셨죠?
그곳에서 건강하시고 알라딘에서 자주 봬요^^

새파랑 2021-04-01 06: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4월의 첫날 시작하시길 바랍니다^^(사랑의 역사 책 보니까 반갑네요. 올해 읽은 책중 제일 좋았던 책인데 ㅎㅎ)

페넬로페 2021-04-01 09:23   좋아요 3 | URL
네, ‘사랑의 역사‘가 이 책에 소개되어 있어 꼭 읽고 싶더라고요.
새파랑님께서 제일 좋았던 책이라고 하시니 밀린 책 밀어내고 어서 읽어야겠어요**

미미 2021-04-01 07:5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다정한 페넬로페님~♡ 올려주신 글이랑 밑줄, 빵이름으로 맛있는 냄새랑 온기가
고스란히 전달돼요!ㅋㅋㅋ4월도 따뜻하게, 다정하게 함께 읽어요!
♡( ´・֊・` )フッ♡

페넬로페 2021-04-01 09:28   좋아요 5 | URL
다정한 미미님♡♡
책도 4월처럼 따뜻하고 다정하게^^
넘 좋으네요~~
네, 꽃향기 맡으며 열심히 책 읽어요^^

coolcat329 2021-04-01 07: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빵~하면 떠오르는 이야기는 카버의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이에요.
오늘 점심은 빵으로 결정했습니다. 😊

페넬로페 2021-04-01 09:32   좋아요 4 | URL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은 읽은지 오래되어 잘 기억나지 않았는데 이 책 읽고 다시 읽고 싶어졌어요.
coolcat님!
저도 오늘 점심은 빵과 커피로 정했어요. 제가 사는 동네의 빵집은 종류가 한정되어 있어 아쉬워요^^

scott 2021-04-01 08: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브라우니즈 쿠키-멜론 빵-슈크림 빵~ㅋ*
4월은 빵!빵! 빵!
먹으며 페넬레페님이 올려주신 책들 골라 읽어야겠네요.
4월의 꽃 받으세요 ~*
⠀ ᕱ⠀⠀⠀ᕱ⠀ ⠀🌸🌸⠀
⠀(๑◕ܫ◕๑) 🌸⠀⠀⠀ 🌸⠀🌸⠀

⠀૮⠀⠀⑅ ⠀づ ⠀⠀⠀⠀⠀⠀⠀🌸

페넬로페 2021-04-01 09: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4월의 첫 날에 주신 꽂선물!
기분좋고 행복합니다.
항상 다정하게 선물 주시는 scott님도
멋진 4월 보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