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생각과 똑같다
그냥 놋쇠를 놋쇠라고 밝히는 것.

소세키의 ‘그후‘는 작금의 코리아의 실상을 대신 말해주는 것 같다
교육을 받고 눈이 돌 정도로 혹사 당하는 국민.
자신의 욕망만을 좇는 인간들에 의해 눈이 돌 정도로 혹사 당하는 못가진 자의 절규.















그렇지만 지금의 다이스케는 그런 비난에 대해 거의 무감각하다. 또한 실제로 자신은 그리 열정적인 인간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3, 4년 전의 자신이 지금의 자신을 판단한다면 자신은 타락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현재의 입장에서 3 4년 전의 자신을 되돌아보면 자신의 도덕심을 과장하며 잘난 체했던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도금한 것을 금으로 믿게하려고 온갖 궁리를 하느니 놋쇠를 놋쇠라고 밝히고 놋쇠에 합당한모델을 견디는 편이 마음 편하다는 것이 요즘 생각이다. - P100

다이스케가 스스로 놋쇠가 되기를 감내하게 된 데는 갑작스러운 파란에 휩쓸려 충격을 받은 나머지 심기일전하게 되었다는 등의 소설같은 내력 따위는 없다. 그건 오직 다이스케 특유의 사색과 관찰의 힘으로 서서히 놋쇠에 붙은 도금을 스스로 벗겨온 것에 불과하다.  - P100

앞으로도 일을 할 생각이네. 자네는 실패한 나를 비웃고 있어. ....비못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결국 비웃은 거나 마찬가지니까 상관없어.
알겠나? 자 비웃고 있어. 그러는 자넨 아무 일도 안 하고 있지 않은가? 자네 세상을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인간이야. 달리 말하면 의지를 발전시킬 수 없는 인간이겠지. 의지가 없다는 건 거짓말이야, 인간이니까 말이네. 그 증거로 항상 공허함을 느끼고 있을 거야.
난 내 의지를 현실 사회에서 실현하려고 하고 내 의지 덕분에 이 현실사회가 내가 원하는 대로 변했다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서는 살아갈수 없네. 거기에서 나라는 인간의 존재가치를 인정하는 거야. 자넨 그저 생각만 하고 있지. 그러다 보니 관념 세계와 현실 세계를 따로따로 세우고 살아가고 
있는 거야. 그런 엄청난 부조화를 숨기고 있는 것 자체가 이미 무형의 큰 실패가 아닐까? 왜냐고 말해보시게나. 나는 그 부조화를 걸으로 드러냈지만 자네는 내면에 감추고 
있을 뿐이므로 부조화를 겉으로 드러낸 만큼 내가 자네보다 덜 실패했다고 할 수 있지.
그런데도 난 지금 자네에게 비웃음을 사고 있네. 나는 자네를 비웃을수가 없지, 아니 비웃고 싶지만 세상 사람들 눈으로 보면 비웃어서는 안 되겠지." - P102

모두 빡빡하게 교육을 받고 그 후에는 눈이 돌 정도로 
혹사를 당하니 모두가 하나같이 신경쇠약에 걸려버리지, 
한번 이야기를 해보게나. 그들 대부분이 바보일 테니까. 자신의 일과 자신의 현재, 단지 눈앞의 일 외에는 아무 생각도 없지.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쳐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정신적인 피로와 신체적인 쇠약은 불행히도 늘 함께 다니는 법이니까. 뿐만아니라 도덕적으로도 타락해가고 있어. 일본의 어디를 바라보아도 밝게 빛나는 구석이라고는 한 군데도 없지 않은가? 온통 암흑이지. 그속에서 나 한 사람이 무슨 말을 한들 무슨 일을 한다고 한들 소용이있겠나. 난 태생적으로 게으른 사람일세. 실은 자네와 함께 어울리던때도 게으름뱅이였어. 그때는 센 척하며 자신만만하게 굴었으니 자네눈에는 내가 전도유망하게 보였을 거야. 그야 지금이라도 일본 사회가 정신적, 도덕적, 구조적으로 건강하다면 나도 여전히 전도유망한사람 이었겠지. 
그렇기만 하다면 할 일은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 그리고 내 게으른 성격도 뛰어넘을 수 있을 만한 자극도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 그러나 이건 아니야.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나는 오히려 나 자신만을 위해 살 수밖에 없네, 그래서 자네 말처럼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내게 가장 걸맞은 것과 접촉하며 만족하고 있네. 나서서 다른 사람들이 내 생각을 따르도록 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이야기니 말일세." - P105

"그거 재미있군. 아주 재미있어. 나처럼 구석에 처박혀서 현실과 악전고투하고 있는 사람은 그런 걸 생각할 여유가 없지. 일본이 가난하다거나 겁쟁이라거나 하는 생각 따위는 일하는 동안 잊어버리게 되지, 세상이 타락했다고 해도 그런 사실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그 속에서 활동하고 있으니 말이야. 자네처럼 한가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의 
가난이나 우리들의 타락이 걱정될지도 모르지만 그건 이 사회에 쓸모없는 방관자들이나 할 수 있는 말이지. 결국 자신의 얼굴을 거울에 비춰볼 여유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거야. 누구든 바쁠 때는 자신의 얼굴 따위는 잊어버리게 되지."

다이스케와 친하게 지내던 시절의 히라오카는 남이 울어주는 걸 기뻐하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그럴지 모른다. 그러나 조금도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으니 알 수 없다. 아니, 애써 남의 동정을 물리치려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혼자서라도 세상을 살아 보이겠다고 허세를 부리는 것일까? 아니면 그것이 현대사회의 본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달아서일까?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히라오카와 친하게 지내던 시절의 다이스케는 남을 위해 울기를 좋아하는 남자였다. 그러나 점점 울 수 없게 되었다. 울지 않는 편이 현대적이어서가 아니다. 사실은 오히려 그 반대로 울지 않으니까 현대적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서구 문명의 압박을 받고 그 무거운 짐에 눌려 신음하면서 격렬한 생존경쟁의 무대 뒤에 서 있는 한 인간으로서진심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울 수 있는 사람을 다이스케는 지금까지만난 적이 없다.
- P140

그는 인간이란 어떤 목적을 갖고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반대로 인간은 태어난 후에야 비로소 어떤 목적을 갖게 된다. 처음부터 객관적으로 어떤 목적을 설정하고 그것을 인간에게 부여하는 것은 그인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태어나는 순간 이미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인간의 목적이란 태어난 본인이 스스로 만든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도 그 목적을 마음대로 만들 수는 없다. 자기의존재 목적은 자기 존재의 과정을 통해 이미 세상에 발표한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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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6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16 2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1-09-17 20: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오늘부터 추석연휴 시작입니다.
즐거운 명절과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1-09-17 21:11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너무 감사드려요.
이번엔 정말 추석 기분이 나지 않는데 그래도 명절 기분 느끼려고 노력이라도 해야겠어요♡♡

레삭매냐 2021-09-25 2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세키 선생에 대한
꾸준한 독서, 존경스럽습니다.

현암사 소세키 전집은 참으로
탐이 나네요.

페넬로페 2021-09-25 22:49   좋아요 0 | URL
요즘 책이 잘 안 읽혀 그냥 머물러 있는 수준입니다^^
소세키의 그후는 뒤로 갈수록 조금 쳐지는 느낌이라 더 머물러 있어요^^

유부만두 2021-09-28 08:00   좋아요 1 | URL
현암사 소세키 전집은 무겁지도 않고 펼쳤을 때 안정감도 있어요.
전 민음, 문학동네도 소세키 책이 있지만 현암사 판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내게 다시 유년 시절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곳으로 들어갈 수 있는 몇 개의 문 앞에 설 수 있다면, 그중의 하나는 명작동화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일 것이다. 유년 시절 그 명작동화를 읽으며, 책만 있다면 혼자여도 좋고 버틸 수 있다는 어쭙잖은 나만의 자신감을 길렀던 것 같다. 엄마가 전집으로 사주신 그 책들은 동화와 소설의 중간쯤 되는 단계였다. 책이 너무 재미있고 감동적이어서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었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빨간 머리 앤과 키다리 아저씨의 주디와 셜록 홈스등, 수많은 인물들은 책에서 묘사되는 성격과 말 그대로 내게 다가왔다. 그 뒤로 계속해서 여러 책들의 완역판과 전집, 드라마가 쏟아져 나왔지만 이미 내 속에 그들이 그대로 있었기에 다시 읽지는 않았다.

 

열린책들, NOON시리즈를 통해 다시 만난 셜록 홈스가 그래서 반가웠다. 어릴 때 읽어서 그런지 홈스가 해결한 사건의 내용보다는 홈스의 말투와 행동이 더 기억나지만, 다시 읽는 홈스는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했다. 이 시리즈에는 단편소설들만 실려 있어 그런지 몰라도 각 책의 표지에는 작가의 이름이 적혀있다. ‘아서 코넌 도일’, 이제야 홈스를 창조한 사람에게 관심이 간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코넌 도일을 읽으며 이다혜 작가가 이끄는 대로 다시 홈스와 도일을 만난다.

 

홈스의 무대인 런던, 그 중에서도 셜록 홈스와 왓슨의 하숙집이었던 베이커스트리트 221B번지를 시작으로 코넌 도일이 태어나고 대학을 나온 에든버러’, 그가 처음으로 병원을 개원한 포츠머스’, ‘바스커빌 가문의 개의 배경인 다트무어를 책을 통해 방문하며 도일의 삶을 따라갈 수 있었다. 작가의 인생의 각 시기의 삶과 홈스가 태어난 배경, 그리고 구체적인 작품 설명으로 더 자세히 홈스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이지 내가 여지껏 전혀 모르던 사실이 있었다. 홈스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단다. ‘저는 그의 명성이 피곤합니다라는 도일의 토로와 함께 급조한 악당 제임스 모리아티 교수와 스위스의 라이헨바흐폭포에서 홈스가 같이 떨어져 죽는 것이 작품 마지막 사건의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때가 겨우 홈스 시리즈가 시작되고 3년이 지난 정도이니 홈스는 태어나자마자 사람들에게 엄청난 인기와 관심을 얻었던 것이다.

 

[도일은 1893마지막 사건을 내놓은 이후 8년간 셜록 홈스 이야기를 발표하지 않고 지냈다. 그러다가 1901<스트랜드>바스커빌 가문의 개를 발표했을 때 귀환도 부활도 아닌, 1889년 사건에 대한 회상의 형태였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진짜 부활1903년에 출간된 빈집의 모험에서 시작한다. -p185~186]

 

홈스의 영원한 단짝 왓슨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셜록 홈스와 왓슨은 그냥 하나로 생각해도 될 정도로 같이 있어야만 빛이 난다. ‘왓슨이라는 존재야말로 홈스를 돋보이게 하는 도일 최고의 발명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이 말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홈스는 또한 시대의 산물이었다. 도일이 다녔던 에든버러대학’. 특히 의과대학은 18세기 계몽주의를 주도한 곳 중의 하나였다. 셜록 홈스 시리즈 대부분은 빅토리아 여왕의 통치기가 끝나가던 18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데 가스등이 켜진 거리, 말이 끄는 이륜마차 등은 소설에서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도일의 소설에서 빅토리아 후기의 격변하는 삶과 사회적, 경제적 격차가 거의 다루어지지 않는다고 작가는 서술한다. 세상의 변화를 작품에 담지 못했던 것 같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 도일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는 그의 첫 번째 아내 루이자가 10년 동안 병석에 있는 와중에 그의 두 번째 아내가 되는 레키와의 만남을 가진다. 말년에는 과학적인 추리소설을 쓴 작가답지 않게 심령술에 빠져 사후세계를 믿으며 세계 강연을 다닐 정도였다. 또한 그는 제국주의자였고 여성 참정권 운동에 대한 반대의견을 표명했으며 반공주의자였다.

 

[브라운 신부 시리즈를 쓴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은 도일보다 15년 뒤에 태어났는데, 탐정소설의 본질적 가치를 이렇게 설명했다. 탐정소설은 현대 삶의 시적인 감각을 표현하는 가장 초기적이고 유일한 대중문학이라고. 한때 숲을 탐험하고 나무를 오르던 인간은 이제 거대한 가로등과 굴뚝을 나무나 산꼭대기의 풍경처럼 인식해 도시 자체가 야생적이고 알기 쉬운 무엇이라고 깨닫는다는 것이다. -p161]

 

통속문학에서 범죄소설이 중요한 위치를 점하기 시작한 19세기의 분위기에 대해 서술하며 이다혜 작가는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의 말을 인용한다.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의 작품이 마침 NOON시리즈에 수록되어 있어 홈스와 함께 같이 읽기로 한다. 이 작가는 나에게 생소하다. 위키백과에서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영국 작가 중 하나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양한 저널리즘, 철학, 시집, 전기, 로마 가톨릭교회 작가, 판타지와 탐정 소설들을 다작하고, 재기발랄하고 독창적인 역설들을 잘 사용함으로써 역설의 대가라는 칭호를 얻었다고 한다. 도일과 체스터턴은 거의 동시대에 같이 작품 활동을 했다.



아서 코넌 도일

이 책에는 보헤미아 스캔들’, ‘빨강 머리 연맹’,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이 실려 있다. 언제나 냉철하고 정확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천하의 홈스도 실수를 하고, 사건 해결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작품들에서 보여주고 있다. ‘보헤미아 스캔들은 홈스 소설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 여성이 등장하고 또 그 여자, ‘애들러에게 홈스는 멋지게 당한다.

 

[이것이 바로 보헤미아 왕국이 엄청난 스캔들에 휘말릴뻔했던 사건이자, 한 여성의 기지 앞에서 홈스가 공들인 계획이 틀어져 버린 사건이었다. 홈스는 여성의 영리함을 두고 비웃곤 했지만, 요즘은 그런 소리를 도통 하지 않는다. -p48]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을 읽을 땐 내가 먼저 홈스에게 이렇게 소리쳤다. “홈스, 존을 집으로 돌려보내면 안돼요. 그가 위험해질 것 같아요.” 그러나 홈스는 그를 집으로 돌려보냈고 결국 존은 살해당했다. 홈스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나의 영웅 홈스에게 약간 실망했다.

 

빨강 머리 연맹에서의 홈스의 활약상이 내가 알고 있던 홈스와 가장 비슷하다. 홈스의 기지가 돋보였고, 급박한 상황에서도 느긋함을 보이는 그의 성격도 멋있었다. 이다혜 작가는 이 빨강 머리 연맹에서 수수께끼라는 데 방점이 찍힌 사건들을 도일이 잘 다루었다고 한다.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여기 전형적인 동부 촌사람답게 둥글고 넓적한 얼굴에 두 눈은 북해처럼 공허한 작달막한, 이름까지 평범한 브라운 신부가 있다. 키가 크고 몸이 날렵한 플랑보라는 사람도 있다. 이 두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어리숙한 탐정이고, 가장 착한 범죄자이다. 하지만 브라운 신부는 결정적인 순간에 사건을 해결하는 명탐정이다. 그의 다른 장점은 범인을 밝혀내고는 꼭 그 사람을 회개시키고 고개 숙이게 만드는 데 있다.

 

처음 읽은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의 추리소설, ‘푸른 십자가’, ‘기묘한 발소리’, ‘날아다니는 별들’, ‘보이지 않는 사람은 처음에는 약간 밋밋하게 읽혔다. ‘브라운 신부라는 소박한 성직자가 범죄를 해결하고 그가 잡은 범인은 다 플랑보이다. 첫 번째도 플랑보, 두 번째도 플랑보, 세 번째에는 설마 했는데 역시 플랑보였다. 네 번째 소설에서는 더 우스운 일이 일어난다. 플랑보가 브라운 신부의 감화와 설득에 동화되어 탐정으로 거듭난 것이다. 브라운 신부와 플랑보는 홈스와 왓슨 못지않은 환상의 콤비이다. 추리소설로써 이 책은 과학적인 근거와 설정이 조금 미흡했지만 웬일인지 읽어가면서 점점 이 소설에 빠져들었다.

 

이 소설의 매력은 범죄소설의 형식을 바탕으로 해학과 역설로 사회의 여러 어두운 부분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산업혁명과 빅토리아 시대의 영광으로 영국은 끝없이 발전했다.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의 팽창으로 도시가 발전했고, 그에 따른 휴유증으로 사회적, 경제적 격차가 심해졌다.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의 이 단편에는 그러한 사회에 대한 비판과 풍자가 가득하다. 그런 점이 나에게 좋게 읽혔다. 거의 같은 시기에 작품을 발표한 코넌 도일의 소설과 이 부분에서 대조적이다. 체스터턴이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영국 작가 중의 한사람이란 이유도 이 소설들에서 충분히 납득되었다. 또한 이 작품들이 NOON시리즈에 실릴 만한 자격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계속 범죄자로 살아가는 플랑보를 설득하는 브라운 신부의 말이 인상적이다.

 

[여기서 그만두게. 자네 안에는 아직도 젊음과 명예, 유머가 있지 않나. 이런 일을 하면서도 그것들이 영원할 수 있을 거라는 환상을 버리게. 선함의 수준은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지만, 악함의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네. 그 길은 계속 내리막이야.

- ‘날아다니는 별들중에서,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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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14 20: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홈즈는 사랑입니다!
어린 시절 독서의 세계로 빠지게 만들었던 명작동화!
몇번이고 되풀이 해도 전혀 지루 하다는 생각을 안했는데

이젠 몇번이고 되풀이 하는 책이 거의 없는 어른으로 성장 ,,,
책보다 더 잼나는 것들이 많아 져서 일까요?

브라운 신부는 어렸을때 만화로 입문 했는데
추리 소설계의 고전 중의 고전!
요즘 읽기 고루해 보여도
전 좋아 합니다 ^ㅅ^

페넬로페 2021-09-14 20:52   좋아요 5 | URL
홈스는 정말 몇번이고 읽어도 지루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여기 북플 친구들은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을것 같아요^^
생각보다 저는 체스터턴 작품이 좋더라고요. 은근한 위트와 역설이 있더라고요^^

미미 2021-09-14 20: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브라운 신부와 플랑보이야기도 기대되네요~♡ 저 <다섯개의 오렌지 씨앗>읽고 로다주 나오는 셜록홈즈 2편 연속해서 다 봤어요ㅎㅎ모리아티 이후에 부활했군요! 전집이 있으셨다는것 부럽네요. 저는 셜록 전집이 있는 친구가 있었어요.😳✌

페넬로페 2021-09-14 20:54   좋아요 5 | URL
브라운 신부와 플랑보가 넘 순수했어요. 마블영화 보는 요즘 세대에는 안 먹힐듯 한 고전이더라고요~~
저도 넷플릭스에서 셜록 하나씩 보려고 해요^^

mini74 2021-09-14 21: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둘 다 무지 재미있게 봤어요 *^^*그러고보면 홈즈는 끊임없이 나오는거 같아요애니에서 영화 드라마 또 시대에 맞춰 새롭게 드라마. 그렇지만 홈즈의 아버지는 ㅠㅠ 홈즈 여동생이 나오는 영화도 있답니다. 기묘한 이야기의 주인공 엘이 홈즈 여동생으로 나와요. 에놀라홈즈~ 전 재미있게 봤어요 ㅎㅎ

페넬로페 2021-09-14 21:39   좋아요 4 | URL
정말 홈스를 소재로 한 버전이 다양하네요~~홈스의 아버지와 여동생 얘기는 처음 들어요
미니님, 영화 제목을 좀 알려주시면 안되시려옵니까?

mini74 2021-09-14 21:58   좋아요 4 | URL
제목이 에놀라홈즈 이옵니다 ㅎㅎ*^^*아 홈즈아버지는 코난도일을 말한 거예요. ㅠㅠ

페넬로페 2021-09-14 22:36   좋아요 4 | URL
감사해용^^
이미 아까 말씀 하셨네요 ㅋㅋ

새파랑 2021-09-14 21: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네요. 한번에 두 작품! 제가 페넬로페님 글 보니 제가 읽어내지 못한 부분이 보이네요 😅 페넬로페님 홈즈 광팬이시군요 ㅋ 예정이 듬뿍 느껴져요 😄

페넬로페 2021-09-14 22:32   좋아요 4 | URL
네, 홈스와 뤼팽의 팬이었죠 ㅎㅎ
저도 그래요. 같은 책을 읽고 다른 분이 쓰신 글을 읽으며 제가 놓친 부분이 있더라고요^^

막시무스 2021-09-14 22:0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에 대한 구매유혹이 점점 증강되고 있습니다!ㅠ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도 눈이 머무네요!ㅠ 알라딘 앱을 지워야 할 듯요!ㅎ

페넬로페 2021-09-14 22:35   좋아요 5 | URL
이 시리즈는 우리가 읽은 책이 많이 들어 있다는게 흠이예요.
근데 오늘처럼 전혀 모르던 작가를 만나는 기회도 주더군요~~
그래서 참 애매모호한 책이더라고요^^
저는 요즘 책 디톡스중이라 도서관을 많이 이용하고 있어요^^

붕붕툐툐 2021-09-14 23: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홈즈 너무 좋아해요~ 죽었다 살아난 것도 알고 있었지요오~ 영드 홈즈도 세번째 시리즈까지는 본 거 같은데 벌써 시즌 6인가 그렇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저도 보고 싶네요~
그리고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은 새파랑님 리뷰에서 처음 봤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니 브라운 신부 시리즈를 꼭 읽어보고 싶어요!!😊

페넬로페 2021-09-14 23:50   좋아요 0 | URL
툐툐님은 벌써 알고 계셨네요.
진정한 홈스 팬이십니다~~
저도 이제부터 한편씩 드라마를 보려고 해요~~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이름이 넘 어려운데 이 시리즈에서 만나 좋았어요^^
 













나쓰메 소세키작가의 작픔을 읽고 있다. <도련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산시로>를 읽었고 그의 산문과 강연, 편지글들을 모아 정리한 <인생의 이야기>도 읽었다. 일본 소설들에서 많이 보이는 지나친 유미주의적 경향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지만(다시 읽으면 나의 느낌이 조금 바뀌어 질 수도 있겠지만) 나쓰메의 소설은 아름답고 시적인 문장과 함께 현실을 직시한 내용도 많이 들어있어 지금까지는 좋은 느낌으로 읽고 있다. 10월까지 계속해서 그의 작품을 읽을 예정이다.

 

도련님산시로는 서로 대조되는 인물이다. 도쿄 출신인 도련님이 시골에 있는 학교로 부임해 겪는 에피소드가 다소 과장되고, 이해가 안 될 때도 있지만, 권위와 격식을 싫어하는 도련님이 어쩌면 지금 현대의 인물과 통하는 듯하다. 반대로 산시로는 시골인 구마모토에서 메이지시대의 영향을 제일 많이 받은 도쿄로 와서 신문물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끼고 거기에서 주눅 들고 자신감 없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모든 것이 급격히 변하는 요즘 시대에 우리가 느끼는 소외감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의 문학을 접하거나, 아주 오래전에 쓰여진, 그리스비극이나 사마천의 사기를 읽었을 때, 매번 드는 느낌은 인간이 살아가는 기본적인 모습이나 생각들은 크게 다르지 않다라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차이로 사는 방법이나 공유하는 물리적인 것들은 다를지 몰라도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것들은 비슷하다. 그런데 중국이나 일본의 소설들은 그 모습이나 정서가 우리와 훨씬 더 가까운 것 같다. 나쓰메의 소설에서 나의 할아버지나 아버지 세대의 모습을 많이 발견했다. 그래서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고양이를 통해 인간 세계가 적나라하게 비춰진다. 인간에 대한 평가가 신랄하고 거침이 없다. 고양이가 펼치는 나름의 주관과 논리에 납득이 가고, 고양이의 눈에 비친 바보스럽고 허황되며 욕심 많은 인간들의 모습이 우습기도 하다. 고양이가 사는 집의 주인은 학교 선생님인데 그에게는 작가 본인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규샤미 선생은 산시로의 히로타 선생을 닮아있다. 당대의 지식인으로서 책도 많이 읽고, 서양의 지식을 받아들여 잡다하게 아는 것은 많지만,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굴속에서 안주하는 사람들로 그려진다.

 

이 세 작품 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1905년에 연재되기 시작하고 도련님1906년에 발표된다. 그때는 러일전쟁이 1904년에 발발해 19059월에 일본의 승리로 끝나는 시기이다. 소세키 작가가 국비로 영국에 다녀오라는 문부성의 명령을 받고 2년 동안 영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후이다. 그는 영국에서 영일동맹이 체결되는 것을 바라보며 거기에 비판적인 반응을 보인다. 서양열강의 개항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본에 대한 비판을 하며 급진적이고 무조건적인, 서양적인 것들로 가득 채워진 개혁보다는 서서히 진행되는 일본이 주도하는 변화를 바란다. 또한 그렇게 되기 위한 지식인들의 역할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미 열려지기 시작한 나라의 운명은 걷잡을 수 없고 거기에 많은 지식인들은 실망하고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잃어버린다. 그들은 히로타 선생이나 규샤미, 메이테이 선생처럼 자신의 세계에만 머물러 있는 나약한 지식인이 되어버린다. 소세키 작가가 그런 그들에게 원한 건 단지 그것뿐이다. 조용하고 천천히 진행되는 일본의 변화를 위해 자기본위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때 나는 비로소 문학이란 어떤 것인가,라는 개념을 나 자신의 힘으로 근본적으로 세우는 수밖에 달리 나를 구할 길이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지금까지는 완전히 타인본위로 뿌리 없는 부평초처럼 여기저기 되는 대로 떠돌아다녔기 때문에 모든 게 허사였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던 것입니다. 내가 여기서 타인본위라고 하는 것은, 자신의 술을 남에게 마시게 한 다음에 그 품평을 듣고 거기에 무조건 따르는 것으로, 이른바 남의 흉내를 내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한마디로 말하면 바보 같은 소리처럼 들리고, 아무도 그렇게 남을 흉내 내지는 않는다며 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p184, <나쓰메 소세키_인생의 이야기> 중에서

 

황족과 화족을 위한 교육 기관인 가쿠슈인학교에서 소세키 작가가 1914년에 강연한 내용이다. 나라의 지도자가 될 젊은 후학들에게 소세키 작가가 원하는 건 단지 이것뿐이다. 타인본위가 아닌 자기본위의 삶을 살아내라는 주문이다. 일본의 세계패권을 향한 군비증강.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를 식민지로 만들어 착취하는 무자비한 과정에 대한 비판은 찾아볼 수 없다. ‘도련님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는 러일전쟁의 대한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다. 그 뒤에 집필한 산시로에서도 그 맥은 이어진다.

 

[소세키 문학의 출발점은 일본 근대와 겹친다......

한편으로 소세키는 개인주의에 대립하는 일본의 전근대적 정치체제, 즉 천황제 가족국가주의 체제의 모순을 완전하게 극복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평가를 받는다. 소세키는 메이지 시대의 당대인들이 개인주의를 취하면서 도의와 윤리를 저버린 채 오로지 이기적인 자기 본위만을 따르는 현실을 차갑게 바라본다.-'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해설에서] - p619

 

우리는 일본이 우리에게 가한 그 폭력적이고 무자비하며 말살적인 행위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되고, 거기서 자유로워져서도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난 일본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는 다른 나라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보다 훨씬 더 예민해지고 칼날을 세우는 편이다. 나는 문학이라는 장르가 그 시대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시대와 그 시대를 산 작가의 글은 그들의 경험을 벗어날 수는 없다고 편협할지 모르지만 단정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은 나의 기대에 많이 미흡하다. 소설을 단지 소설로서만 받아들여서 좋다고 해야 할지, 아님 내가 작가에게 원한 것이 잘 나타나있지 않는 소설은 좋지 않다고 평가해야 할지 무척 어렵다. 내가 읽은 작가의 세 소설은 전자의 관점에서라면 별점이 다섯 개인데, 후자의 관점으로 본다면 별점이 한 개가 될 뿐이다. 이래저래 책을 읽으며 이렇게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단지 일본 작가의 작품이라고 해서 읽지 않고 건너뛰는 것도 나쁜 책읽기이다. 어떤 형식이라도 홀로코스트에 대한 것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잊혀 지기 쉬운 것들은 언제나 반복해서 각성시켜주어야만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의 작가들도 더 많이 우리의 식민역사에 대해 글을 써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에 우리가 눈을 돌리지 않아야, 그 침울한 역사는 계속 상기될 것이고 복기 될 것이다.





 

 

 

 

 

 

 





인생의 이야기는 소세키 작가가 쓴 신문 기고문, 산문, 강연, 편지에 대한 글들을 선별해서 한 책에 실은 것이다. 작가가 글을 쓴 시기는 12년 정도에 불과하다. 이 책에는 작가의 인생관이나 작품세계에 대한 것도 있고, 자신의 삶에 대해 소소히 쓴 글들도 있어 그의 소설을 읽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교육에 대한 비판, 학생들에게 바라는 것들을 신랄하고 솔직하게 썼다. 약간 고지식할 정도로 성품이 깐깐하고 융통성이 없는 경향도 있다. 작가의 경험을 쓴 부분이 있는 자신의 소설도 설명해주고, 세상에 굽히기 싫어서인지, 태평하고 적극적이지 못한 점도 있다. 소세키 작가는 평생 위궤양으로 고생했고 작가는 결국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49세에 죽는다. 이 책에는 자신의 병에 대한 소회도 있다. 피를 토하며 죽음 직전까지 간 적이 있었고, 가족을 떠나 요양생활을 하기도 한다.

 

소세키 작가의 병에 대한 부분을 읽으며 나는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어릴 때-사실 난 그때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아니면 난 막내이니 내가 태어나기 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왜 그런 사실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지 나의 무심함이 참 이기적이다. 아버지는 결핵에 걸려 오랫동안 결핵전문 요양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병이 완쾌되어 병원에서 나오고 나서도 아버지는 평생 병약한 생활을 하셨다. 폐가 나빠 감기를 달고 사셨고, 찬바람만 불면 폐렴에 걸려 병원에 며칠 입원을 해야 했다. 그렇게 아버지는 병약하셨지만 가족에 대한 책임은 완벽하게 지신 분이다. 다만 좀 더 발전하고, 더 나은 세계로 나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병마가 아버지의 발목을 잡아 그를 좌절하게 만들었다. 소세키 작가가 병마와 싸우는 글을 읽을 때, 그의 죽음에 대한 불안이나 심정들이 난 너무 이해가 되었다.

 

[아내의 설명을 들었을 때 나는 죽음이란 이토록 덧없는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머리 위로 느닷없이 번쩍이는 삶과 죽음이라는 양면의 대조가 너무나 급격하면서도 무관계하다는 것을 생생히 느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동일한 내가 이 동떨어진 두 개의 현상에 지배당했다고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설령 동일한 내가 눈 깜짝할 사이에 두 개의 세계를 건너뛰었다고 해도, 그 두 세계 사이에 대해 어떤 관계가 있기에 갑자기 내가 갑에서 을로 풀쩍 뛰어넘는 자유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일까 생각하니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었다.]

-76~77

 

그런 아버지의 뒤에는 언제나 남편의 병수발을 해야 하는 지난한 삶을 사신 나의 엄마가 있다. 매일 영양가 있는 음식을 하고, 몸에 좋다는 보양식을 만들어 아버지를 먹였다. 우리 집에는 봄마다 자루에 뱀을 잔뜩 넣어 어깨에 메고 다니는 땅꾼이 방문했다. 쇠고기 곰탕은 항상 준비되었고, 심지어 나는 우리집에서 자라를 잡는 광경도 목격했다. 매번 독한 항생제를 복용해야하는 아버지를 위해 엄마가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나의 엄마는 그런 일을 하면서 한 번도 푸념을 한 적이 없다. 아니 분명 했을 것인데 우리들에게 표를 내지 않았다. 당신 혼자서, 마음속으로만 남편에 대한 원망을 했을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문상을 온 사람들은 생각보다 아버지가 오래 살았고, 아버지가 덤으로 얻은 수명은 다 엄마가 만들어 주었다고 엄마를 칭송했다. 그때 그런 소리들을 들으며 엄마는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그래도 그동안 지겹지도 않았는지 엄마는 아버지의 죽음을 우리보다 훨씬 더 슬퍼하셨고, 장례를 치르고 집에 돌아와서도 추운 산 속에 혼자 묻혀있을 남편을 잊지 못하고 내내 많이 우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올해로 20년이 지났는데 난 그동안 아버지를 너무 많이 잊고 산 것 같다. 한 번씩 꿈속에서, 이렇게 작가들이 쓴 글에서 아버지를 만난다. 그럴 때 아버지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당신을 좀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아버지는 나에게 속삭인다.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을 읽고 있고, 그 다음에 읽을 책으로 엔도 슈사쿠사무라이가 준비되어 있다. 공교롭게도 둘 다 일본 작가가 쓴 책이라 이 기회에 어렴풋이 알고 있는 일본의 역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책이 두 권인데, 이 책은 너무 어려웠다. <새로 쓴 일본사>는 편년체의 형식으로 일본의 정치, 사회, 문화가 담겨있는 전반적인 역사 개론서이다. 현역 연구자 17명이 각각의 섹션별로 집필을 했다. 이 책은 전문적이며 전공자들도 보기에 쉽지 않을 것 같다. 어렵게 꾸역꾸역 이 책을 다 읽었지만, 아마 내가 소화한 부분은 이 책의 10퍼센트 정도에 불과할 것 같다. 내가 존경하는 알라딘 서재의 겨울호랑이님은 이 책의 별점을 5점을 주신 것으로 안다. 역사에 대한 조예가 깊고, 끝없이 탐구하시는 겨울호랑이님이나 김민우님 정도의 수준에서 이 책은 소화될 수 있을 것 같다. 난 그냥 죽 읽어 나갔고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조금의 흐름은 잡았다는 것에 만족한다.






 

 

 

 

 

 

 

 




<하룻밤에 읽는 일본사>는 제목 그대로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고등학교에서 일본사를 가르치는 가와이 아쓰시선생님이 쓴 책이다. 현역에서 학생을 가르치면서 역사가 재미없고 단지 대학 입시를 위한 암기 과목에 불과한 현실을 아쉬워하며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주입되는 역사지식의 나열보다는 위대한 인물이나 극적인 사건에 일화를 곁들여 살아 있는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이 책으로 나온 것이다. 이 책 역시 편년체의 형식으로 쓰여져 있는데 각 시대별로 우리가 알아야 할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을 짧게 섹션별로 서술했다. 일본 역사의 흐름에 대해 이해하기 쉬웠고, 내 수준에 딱 맞는 책이었다. 그래도 그 어려운 <새로 쓴 일본사>를 읽고 나서 읽어서인지 그 이해가 좀 더 쉬웠던 것 같다. 공부하면 뭐라도 도움은 된다. 그런데 학창시절에 역사는 엄연히 암기과목으로 분류되었다. 물론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으로 끝난다면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읽었던 일본 역사에 대해 깡그리 잊어버릴 것이다. 그러니 암기해야 한다. 다는 아니더라도 내 머리에 웬만한 것은 기억하고 시대별로 잘 정리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 역사는 암기과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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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03 06:2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1등~! 이런 연계독서 너무 멋져요. 소세키의 책을 많이 읽은건 아니지만 전기와 후기의 작품 분위기가 확 바꾸는게 느껴지더라구요. 좀 더 성숙해지는 느낌? 페넬로페님 글을 읽으니 그 배경이 이해가 되네요~!!

페넬로페 2021-09-03 09:57   좋아요 6 | URL
제가 읽은 책들이 소세키의 전기작품이라 뒷쪽으로 갈수록 어떻게 변할지 기대가 큽니다.
문학작품 읽을 때 역사의 필요성이 매번 느껴져서요 ㅎㅎ

잠자냥 2021-09-03 07:21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세키 작품 읽을 때 전자의 관점으로 읽어요. 아니 대부분의 일본 작가의 글은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차마 읽기 힘든 경우(예컨대 미시마 유키오)도 종종 있어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ㅎㅎ

페넬로페 2021-09-03 09:58   좋아요 6 | URL
네, 딜레마에 빠지면서도 결국 전자의 관점에서 읽을 수 밖에 없는것 같아요^^

막시무스 2021-09-03 09:4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상하게 일본작각 책 읽으면 본능적으로 날선 경계심 같은게 느껴집니다. 이런 묘한 기분에 대해서 저도 스스로 반성도 하기도 하고, 칭찬히기도 하면서 고민한 적이 있어서 공감이 가네요!ㅎ 즐거운 불금, 즐거운 독서하시구요!

페넬로페 2021-09-03 10:00   좋아요 7 | URL
아마 우리 모두가 같이 느끼는 고민들일것 같아요.
월요일의 시작이 얼마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금방 금요일이네요. 즐겁고 행복한 금욜 되시길 바래요^^

Redman 2021-09-03 11:59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제가 <나의 개인주의>를 읽고 나츠메 소세키 작품도 읽어봐야지 한 게 6월인데 아직 저는 단 한 작품도 읽지 못했습니다 ㅠㅠ 페넬로페님의 섬세하면서 훌륭한 리뷰에 자극을 받네요..!
일본사 개설서는 <새로 쓴 일본사>도 좋지만 저는 처음에는 <아틀라스 일본사>를 권하고 싶습니다. 아틀라스 시리즈는 시각자료가 많고 설명도 기본적인 내용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깊이도 있고요 ㅎㅎ

제인 오스틴도 비슷한 비판을 받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당시 영국의 제국주의적 행보에 대해서는 전혀 비판하지 않고 침묵했다고. 저는 이런 비판이 그렇게 살득력이 있는 것 같진 않지만, 소세키나 오스틴 같은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는 그들이 강조하려던 점과 그 한계점을 명확히 인식하면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아가서 그들의 한계를 넘어 그들의 메시지를 더 적극적으로 우리 상황과 문제의식에 맞추어 적극적으로 해석해내는 것도요

페넬로페 2021-09-03 12:20   좋아요 6 | URL
‘아틀라스 일본사‘, 참조하겠습니다.
김민우님의 말씀처럼 정확한 인식과 함께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라는 말씀 잘 새겨 듣겠습니다^^

2021-09-03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03 1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미 2021-09-03 12:2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 페넬로페님~♡ 잘 읽었습니다. 제가 공감하는 부분이고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예술작품이나 문학작품을 접할때 작가의 정치적 성향이라던가 도덕적인부분,역사와 국가적인 대립점등 점점 신경쓰이는 부분이 많아지더라고요. 어릴땐 스테디 셀러라면 그냥 읽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아직 손대지 못한 책들이 몇 권 있음)일단은 문학 자체로만
들여다보고 싶기는 합니다. 이것도 저의경우 타인본위보다 자기본위가 더 필요한것 같네요.
좋은 글 감사해요!😉🙋‍♀️

페넬로페 2021-09-03 12:32   좋아요 5 | URL
사실 작품을 읽을 때 알지 못해서 그냥 넘어간 경우도 많았던 것 같아요. 근데 이런 문제에 부딪히기 시작하면 거기에 얽매이게 되어 끝이 없을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적절한 배분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게 힘들겠지만 많이 고민하면 점점 더 나아지겠죠^^

행복한책읽기 2021-09-03 12:4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완전 공감이에요. 저는 일본 소설을 거의 안 읽었어요. 뭔가 불편하고 거슬렸는데, 페넬로페님이 정확하고 섬세하게 포착해주셨어요. 이런 글쓰기 정말 좋네요. 얼마전 읽은 프리모 레비 시집과 <나는 고백한다>를 읽으면서. 아우슈비츠와 나치는 이렇게나 회자되는데, 왜 우리 식민 역사 관련 작품은 별로 없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페넬로페님 어머님은...현모양처셨군요. 울컥했다가 마지막 문장에서 웃음 주셨어요. 맞습니다. 역사는 우선, 암기 과목이에요^^

페넬로페 2021-09-03 12:59   좋아요 4 | URL
네, 저도 그런 의미에서 일본소설을 여지껏 많이 읽지 않았는데 이제 조금씩 시작하고 있어요. 그들에게 뭔가 배울점은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 엄마는현모양처이셨고 남한테도 엄청 잘하셨어요. 한 사람이 그렇게도 살 수 있다는게 신기했어요. 근데 그 부분에서 저하고는 성향이 좀 안맞더라고요 ㅎㅎ

mini74 2021-09-03 13:2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다들 일본문학을 읽을때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데서 너무나 위안을 받으며 ㅎㅎ 페넬로페님 어린시절 이야기 너무 재미있어요.

페넬로페 2021-09-03 14:18   좋아요 5 | URL
네, 서로 공감하고 위안받아 좋아요^^

붕붕툐툐 2021-09-03 22:1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부지랑도 통하는 면이 있네용~ 저는 일본 소설은 잘 안 읽히고 별로 안 좋아하는데 무작정 안 읽는 것도 나쁜 읽기라고 하여 뜨끔!ㅋㅋㅋㅋㅋ
일본 역사까지 공부하시는 모습에 감동받고 갑니다~😍

페넬로페 2021-09-04 00:3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ㅎㅎ~~읽을 책이 주위에 쌓여 있으니 자신의 취향대로 읽으면 되죠^^
역사는 파고들면 끝이 없기에 대충 흐름만 잡으려고 해요. 점점 머리가 굳어져가는 느낌이 들어요 ㅠㅠ

새파랑 2021-09-04 06:45   좋아요 4 | URL
어제 알라딘 우주점가서 산시로 중고로 구매했어요 ^^

페넬로페 2021-09-04 10:40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 산시로 득템하셨네요.
느낌 궁금합니다^^

겨울호랑이 2021-09-04 12: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페이퍼를 읽던 중 무심코 넘겼는데, 과찬의 말씀을 주셨네요... ㅜㅜ 에고 아닙니다. 저도 함께 모르는 부분을 채워가는 서재 이웃인걸요. 함께 채워가며 어제보다 나은 자신을 발견하는 페넬로페님과 그 이웃이어서 감사하게 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페넬로페 2021-09-04 13:27   좋아요 4 | URL
매번 표현은 하지 못하지만 항상 겨울호랑이님께서는 저를 이끌어주십니다.
언제나 감사드려요^^

레삭매냐 2021-09-08 21: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현암사 소세키 선생 책들은
고저 사랑입네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일본에서
는 의외로 소세키 선생의 책
들이 그닥 인기가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역시나 선지자는 고향에서
취급받지 못하는가 봅니다.

페넬로페 2021-09-08 22:09   좋아요 1 | URL
내용도 그렇지만 책의 외양만으로도 욕심이 좀 가는것 같아요^^
소세키 작가의 평판이 그렇군요.
전 일본에서 인기가 엄청 많은 줄 알고 있었어요^^

유부만두 2021-09-28 08: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공감해요. 전국시대와 19세기 이후의 일본 작품은 (아마 그것이 대부분일 것 같지만) 마음 한 켠에 죄책감을 안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그래도 하나 하나 짚어가면 소세키의 경우, 문학의 힘이 느껴져요. 고민과 해법의 길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본사 책들은 저도 챙겨보고 싶어요. ^^

페넬로페 2021-09-28 20:43   좋아요 2 | URL
네, 정말 소세키를 읽으면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계속 생각하게 되는것 같아요^^
소세키 작가덕분에 일본역사도 공부하고 좋은것 같아요**

scott 2021-10-08 15: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달의 당선 추카!!

페넬로페님의 소소한 리뷰 업데이트 고대 하고 있습니다 ^^

페넬로페 2021-10-08 20:55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scott님!
친정엄마께서 계속 저희집에 계셨다가 오늘 가셨어요.
그동안 일도 바쁜시기고 엄마까지 모시느라 넘 바빴어요~~
그러다보니 독서 슬럼프까지 걸렸네요.
이제 일상으로 돌아와 열심히 읽고 글 쓰겠습니다^^

미미 2021-10-08 16:1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2관왕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1-10-08 20:35   좋아요 1 | URL
미미님,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읽겠습니다**

mini74 2021-10-08 16:1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와👍2관왕 축하드립니다 ~

페넬로페 2021-10-08 20:36   좋아요 2 | URL
미니님, 축하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담에 살짝 1일1책 읽기 비법좀 가르쳐주세요^^

새파랑 2021-10-08 16: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페넬로페님 저 산시로 다 읽었어요 ^^

페넬로페 2021-10-08 20:37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 감사합니다^
저는 산시로 좋았는데 새파랑님 느낌이 궁금한데요**

그레이스 2021-10-08 18:0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세레모니 받으세요~♡

페넬로페 2021-10-08 20:38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감사드려용^^
멋진 세레모니에 감격했어요
우리 몸도 저렇게 가벼우면 좋겠어요^^

서니데이 2021-10-08 18: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페넬로페 2021-10-08 20:55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하지만 열심히 쓰겠습니다**
 

















고 이반 뻬뜨로비치 벨낀의 이야기’-알렉산드르 뿌쉬낀

 

돌고 돌아 다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대학 1학년 여름 방학동안 외삼촌의 주선으로 **은행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은행의 고객 중 무작위가 아니라 철저히 엄선된 20개 정도의 가정을 방문해 설문조사를 하는 것이었다. 은행에서는 미리 우편으로 사전양해를 구했다고 했는데 그냥 이러한 설문조사에 응해달라는 통보에 불과했다. 설문지의 내용은 일종의 호구조사였는데, 그것은 상당히 세밀하고 구체적이었다. 각 가정의 구성원에서부터 세대주의 직업, 직책, 나이가 포함되고, 은행에서 실시하는거라 당연히 가진 재산을 묻는 내용이 많았다. 연봉에서부터 저축, 부채, 집의 소유 여부 등 요즘 같으면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았을 내용을 그때는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보던 시대였다. 내가 맡은 지역은 잠원동(반포)이었는데, 고층 아파트 한 동과 주택가에 위치한 집으로 가서 직접 고객을 만나야 했다.

 

알바는 시작부터가 쉽지 않았다. 일단 경비아저씨가 나를 들여보내주지 않았다. 첫 날에 실패하고 그 다음에 담배 한 갑을 사서 다시 도전했다. 아저씨는 일단 동 대표에게 문의를 했고 마침 그 동 대표 아주머니가 설문대상자라서 은행에서 통보를 받았다고 하며, 나를 자기 집으로 오게 했다. 설문조사를 거부하는 몇몇 분들을 동 대표 아주머니가 설득해주기도 해서 난 그 동의 설문조사는 완벽하게 성공했다. 서울에서도 강남의 아파트에 사는 그들의 면면은 화려했다. 일단 직업이 거의 판사, 의사, 검사, 대기업 이사였다. 집 역시 자신의 소유가 많았고, 은행에 일정액의 저축이 있었다. 그렇게 화려하게 해놓고 살지는 않았지만, 나름 대한민국 최상층의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

 

아파트와 달리 주택가는 여러 종류의 집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 자가와 반 지하에 있는 집까지 다양하게 방문해 설문조사를 했다. 그들은 나를 문전박대하지 않았고, 분명 대답하기 곤란한 것도 잘 말씀해주셨다. 20개의 세대 중에 한 곳만 완강히 설문조사를 거부해서 난 은행의 승인 하에 그 곳만 빼고 알바를 마칠 수 있었다. 그 여름에, 집집마다 다니며 했던 그 일이 너무 힘들었고 아직 어렸기에 그때 그들의 삶을 오롯이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다. 거기엔 분명 양극화된 것으로 나누어진 것들이 존재했는데도 그저 알바가 끝나기만을 빌었다. 은행에서 지급한 알바비는 그 당시 상당히 큰 액수였고, 난 친구들과 지리산 천왕봉으로 떠났다. 제대로 등산 한 번 안해 본 내가 지리산 정상으로 오르면서 또 한 차례의 개고생을 했고, 그렇게 1학년의 여름 방학은 지나갔다.

 

2학기가 시작되고 가을이 무르익었을 때, 문득 잠원동의 그 동 대표 아주머니가 생각났다. 그 분이 아니었으면 제대로 알바를 끝내지 못했을 것 같은 생각에 그 분에게 고맙다고 엽서를 썼다. 내가 그 집을 방문한 적이 있어 주소를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러저러해서 정말 고마웠다라는 내용을 짧게 썼고, 그 밑에 다시 뭔가를 썼다. 그냥 고맙다고만 했으면 됐을 텐데 왜 내가 그런 행동을 했는지 모르겠다. 아마 가을이어서, 삼청동으로 올라가는 종로의 그 길에 노란 은행잎이 물들기 시작해서, 남자친구 하나 없는 내 마음이 허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고마웠다는 그 짧은 글 밑에 난 급기야 이것을 쓰고 말았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알렉산드르 푸시킨, 옮긴이 최선, 민음사)

 

그땐 이 시가 러시아의 대문호 푸시킨의 작품인지도 몰랐고, 강남에서 판사의 아내로 잘 살고 계시는 분에게 하필 왜 이 시를 적어 보냈는지 내가 나를 모르겠다. 지극히 순진하고 순수했던 스무 살의 내가 보낸 그 엽서를 받고 그 분은 어떤 생각을 했을지도 궁금하다. 기뻐했을지, 아니면 황당해 했을지,....지금은 나이가 꽤 들어 할머니가 되어 있을 그 분이 그런 엽서를 받았다는 것을 기억이나 할런지도...

 

지금 생각해보면, 엽서에 적은 푸시킨의 시는 정작 그분이 아닌 나에게 보내고 싶은 시였던 것 같다. 대학 생활에 별로 만족하지 못하고 그저 겉으로 떠돌기만 했던 외로웠던 그 시절의 나에게 보내는 위로였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돌고 돌아 이제서야 <알렉산드르 뿌쉬낀>을 만났다. 푸근하게 느껴지는 푸시킨이 아니라 발음하기도 힘든 뿌쉬낀을 만난다. 그만큼 세월은 지났고, 나 역시 많이 변했을 것이다.

 

열린책들, NOON시리즈 중 두 번째로 선택한 책은 알렉산드르 뿌쉬낀<벨낀 이야기>이다. 원제목은 <고 이반 뻬뜨로비치 벨낀의 이야기>이다. 이 책에는 발행인의 말과 함께 다섯 개의 짤막한 단편이 들어있다. 18308월 아버지의 부탁에 따라 볼지노 영지를 방문했던 뿌쉬낀은 모스끄바에 콜레라가 유행중이어서 석 달 동안 그곳에 머물러야 했다. 그 시기에 이 소설이 쓰여 졌다고 한다. ’이반 뻬뜨로비치 벨낀이라는 가상의 작가가 여러 사람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작품으로 남긴 것으로 이 소설은 시작된다. 벨낀은 아마 뿌쉬낀 자신일 것이다. 러시아라는 나라에는 워낙 대문호가 많아 여러 작가의 작품을 읽은 덕분에 그 시대의 모습들은 나에게 어느 정도 익숙했다.

 

<마지막 한 발>, <눈보라>, <장의사>, <역참지기>, <귀족 아가씨>라는 제목의 다섯 개의 단편엔 지극히 러시아적인 소재가 많이 들어 있다. 러시아 사람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술, 지주와 커다란 영지, 귀족들의 사랑과 결혼, 장의사와 역참지기라는 계급이 낮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등 이 소설의 소재는 다양하다.

 

그 중에서 가장 흥미롭고 생소한 것은 결투라는 소재였다. 걸핏하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도 남자들은 자신의 명예가 더렵혀졌다는 이유로 결투를 벌이고, 이 결투는 러시아 사회에서 정당한 것이었다. 총알 한 방에 사람이 죽어버린다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그들은 결투를 하고, 결투를 피하는 것이 오히려 수치가 된다. 1830년 뿌쉬낀이 31세의 나이에 집필한 <마지막 한 발>은 결투를 소재로 하고 있다. 결투를 하지만 결국 마지막엔 다른 곳에 총을 쏘아 목숨을 살려주는 것으로 이 소설은 끝나지만, 7년 후 아이러니하게도 작가자신은 결투로 인한 총상으로 38세의 나이에 사망한다. 자신이 이 소설을 집필할 때 미리 자신의 운명을 내다보지는 않았을 텐데 이 소설을 읽고 그의 죽음을 생각하니 소름이 돋는다.

 

이 책에 나오는 다섯 편의 단편들을 읽으며 다시 뿌쉬낀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가 생각났다. 이 시야말로 이 소설들에 딱 어울린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지만 다들 좋고 행복하게 끝맺는 이 소설들에서 현재는 슬프고 힘들지만 모든 것은 순간적이고 지나가는 것이라는 것을 작가는 서술한 듯하다. 물론 이 소설에 여러 슬픔과 풍자가 있지만 무겁지 않았다, 여느 다른 러시아 작가들처럼 심하게 자신의 소신을 밝히지도 않았다, 조그맣게 웃기도 하며 이 소설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네 인생엔 헛것이 보이기도 하고, 우연과 성급함과 불행이 등장하지만, 그것이 우리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어 해피엔딩만 될 수 있다면 괜찮다.

그러니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Se amor non e che dunque(이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페트라르카의 소네트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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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8-21 18: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왕~ 페넬로페님 감사하는 마음이 너무 뭉클해요~ 저라면 너무 좋았을 거 같아요! 푸시킨은 시인으로만 생각되는데 단편도 잼나겠네용~

페넬로페 2021-08-21 20:48   좋아요 4 | URL
툐툐님 말씀처럼 엽서를 받고 좋았으면 좋겠네요. 푸시킨의 단편이 경괘하기도 하고 마음을 움직이기도 해서 좋았어요^^

반유행열반인 2021-08-21 18:2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나름 생각 많이 하시고 보내신 건데 시를 읽고 제가 그 엽서를 받았다면 ㅋㅋㅋㅋ귀엽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겠어요. 저는 알라딘 개인 중고 거래 하시는 분에게 구구절절 긴 편지를 받아 본 적이 있는데 부모님 댁에 들러 거름을 주고 왔습니다, 하는데 이게 뭔가 싶었는데 지나고 보니 나름 따스함 건네주신 건데 그땐 그걸 몰랐다 싶네요.

페넬로페 2021-08-21 20:51   좋아요 5 | URL
네, 받으시는 분께서 좀 뜯금없다고 생각하셨을 것 같아요. 책을 중고 거래 하는데도 저렇게 긴 편지를 쓰시는 분이 있군요. 아마 책을 주고 받는 것이라 그렇게 글이 써진건줄도 모르겠어요^^

붕붕툐툐 2021-08-22 01:3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거름주고 온 걸 왜 얘기해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8-22 07:22   좋아요 2 | URL
네 툐툐님 그때 편지 받았을 땐 나한테 왜 이걸 얘기해 ㅋㅋㅋ했었네요...

mini74 2021-08-21 18:3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강남의 판사아내에게 보내기엔 시가 좀 너무 프롤레타리아적이 아닐까요 ㅎㅎㅎ ㅎㅎ너무 따뜻하고 귀여운 이야기예요.~ 페넬로페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페넬로페 2021-08-21 20:53   좋아요 4 | URL
너무 힘내시라는 것 같죠! ㅎㅎ
지금 생각해도 우습고 또 재밌기도 해요^^

파이버 2021-08-21 18:4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따뜻한 이야기네요ㅎㅎ 대학교 1,2학년이면 그저 귀여우셨을거예용~ 그러고보니 엽서를 써본게 언제적인지 모르겠네요…

페넬로페 2021-08-21 20:55   좋아요 5 | URL
요즘은 생일카드도 잘 안 쓰는것 같아요. 그저 문자나 톡으로 보내니 낭만이 점점 없어져요. 그분이 저를 귀엽게 봐주셨겠죠 ㅎㅎ

미미 2021-08-21 19:0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대학시절 특별한 아르바이트 경험과 그 뒤에 엽서 보내신것, 거기에 대한 소회가 너무 재밌어요!!그런 부분이 저랑 캐릭터가 비슷하신듯하고요~♡저도 이런저런 기분에 젖어 뭔가를 하고는 뒷날 아차싶을때가ㅋㅋㅋㅋㅋ페넬로페님 마음이 예뻐보이는데 그럼 저도 그렇게 보여졌을까 살짝 기대를 해봅니다ㅋ 😉 아! 지리산 완전 멋지심~👍👍

페넬로페 2021-08-21 20:58   좋아요 6 | URL
미미님과 캐릭터가 비슷하다면 저 너무 영광인데요~~그래도 뒤늦게 아차 할지라도 선의나 호의는 그냥 마음가는대로 빨리 실천하자 주의여서 후회도 많이 하지만 맘은 편한것 같아요. 지리산은 지금 생각해도 힘들어요^^

새파랑 2021-08-21 19:2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은 푸쉬킨을 읽으셨군요~!! 벨킨 이야기 완전 좋아요👍👍
역시 대학시설부터 감성이 남다르셨군요😊

페넬로페 2021-08-21 21:00   좋아요 5 | URL
이 시리즈 덕분에 새로운 작가와 작품을 만나서 넘 좋네요.
분량이 적어 읽기도 편하고요.
네, 제가 감성 하나는 끝내줍니다 ㅋ ㅋ

그레이스 2021-08-21 19:4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것

이구절 좋아하는데, 살아가면서 과거에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많은 것을 느껴요.^^

페넬로페 2021-08-21 21:04   좋아요 6 | URL
전 과거를 많이 잊고 사는데 책만 읽으면 새록새록 과거가 떠오르네요. 푸시킨의 단편 덕분에 잊혀졌던 시도 생각났어요^^

scott 2021-08-21 21: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오늘 페이퍼는 러쉬아 푸쉬킨의 [결투] 보다
대학교 1학년 풋풋한 시절 알바를 하던 그곳 잠*동 아파트를 수도 없이 오고 갔던 페넬로페님의 스무살 에피소드가 더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지금은 절대로 이런 조사를 이런 방법으로 안하지만 그 시절의 강남 이웃들의 모습 까지 볼 수 있었고 페넬로페님이 감사의 엽서를 보내주신 고마움분의 온 정도 느낄수 있었네요.

전 읽다가 문득 박완서님의 단편 이야기도 떠올랐습니다 ㅋㅋ

엽서에 시를 적어 보낸 페넬로페님 진심 판사 사모님은 감동 받았을 것 같은데요 👍👍




페넬로페 2021-08-21 21:19   좋아요 5 | URL
푸시킨 읽고 그에 대해 알아갈 때 scott님께서 매일 올려주시는 페이퍼 생각이 많이 났어요.
결투에 대해서도 올려주셨고 푸시킨의 여러 작품이 오페라로 작곡되었다고 해 주신게 기억나더라고요.~~
지금은 어림없는 일들을 그땐 그분들이 대답도 참 잘해주셨다는 생각을 하면 지금도 너무 고마워요.
박완서 선생님의 단편도 읽었는데 내용이 영 가물가물해요 ㅠㅠ

초딩 2021-08-28 13: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플 뉴스레터 선정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1-08-28 14:35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초딩님!
근데 북플뉴스레터는 어디로 들어가서 보면 되는건가요? 찾아봐도 보이지가 않아요^^

새파랑 2021-08-28 14:41   좋아요 4 | URL
이메일로와요 ㅋ 알라딘 아이디로 등록된 메일로ㅋ 그런데 수신거부 되어 있으면 안받아져요 🙄

페넬로페 2021-08-28 14:43   좋아요 4 | URL
새파랑님, 감사해요^^

scott 2021-09-10 16: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2관王~추카~*

페넬로페 2021-09-10 19:32   좋아요 2 | URL
정말 감사합니다^^

미미 2021-09-10 16: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2관왕 축하드려요 페넬로페님^^*♥

페넬로페 2021-09-10 19:32   좋아요 3 | URL
미미님, 감사해요^^

새파랑 2021-09-10 16: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역시 👍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1-09-10 19:33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서괭 2021-09-10 16: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2관왕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1-09-10 19:33   좋아요 3 | URL
독서괭님, 송구스럽지만 감사해요^^

그레이스 2021-09-10 17: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1-09-10 19:34   좋아요 4 | URL
감싸합니다♡♡

서니데이 2021-09-10 18: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페넬로페 2021-09-10 19:34   좋아요 4 | URL
서니데이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해요^^

초딩 2021-09-11 1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
이달의 페이퍼 당선 축하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페넬로페 2021-09-11 16:52   좋아요 0 | URL
낮에는 날씨가 아직까지 더워요^^
좋은 날씨에 가을 만끽하시길 바래요
초딩님, 감사합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다보니 이제는 책을 읽고, 알라딘 서재나 북플에 그 책에 대한 멘트를 남기지 않으면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글을 씁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제가 납득할 수 없는 점을 발견했어요.
제가 구입한 책은 리뷰나 페이퍼등 그 어떤 방식으로 글을 써도 마니아에 등록되지만, 도서관에서 빌린 책으로
글을 쓰면 다른 현상이 나타납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으로 페이퍼를 쓰면 마니아에 등록되지만, 리뷰의 형식에 글을 올리면 등록되지 않습니다. 전 그 이유가 너무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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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08-19 12: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엇 그래요?? 전 잭리처시리즈의 리차일드 마니아 누르면 리뷰 쓴 것도 책 밑에 작성한 글로 뜨던데.. 이거 말씀하신 게 아닌가요?(잭리처 시리즈 빌려 읽었어요)

페넬로페 2021-08-19 12:59   좋아요 4 | URL
글쎄요, 제 경우에만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아님 책을 많이 구매하시는 분들만 그런 혜택이 주어지는지 잘 모르겠어요~~

새파랑 2021-08-19 13: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찾아보니까 왠만하면 다 등록이 되어있더라구요. 빌린것이든 구매한 것이든 상관없이요.

그런데 모든 책들이 마니아로 되는건 아니고 알라딘에서 마니아 항목을 만들어 줘야 생기는거 같더라구요.

예를들어 두달전에 <경멸> 리뷰 썼었는데 4일 전인가에 마니아에 처음 등록되었다고 알림이 오더라구요. (그런데 1위로 등록됨 😅)

페넬로페 2021-08-19 13:36   좋아요 4 | URL
저는 경멸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는데 그 무엇보다 열심히 리뷰를 썼는데 안 올라가더라고요 ㅠㅠ
새파링님, 혹시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페이퍼로 써셔서 등록된건 아닐까요!

새파랑 2021-08-19 13:53   좋아요 4 | URL
경멸은 알라딘에서 산 책이었는데, 전 리뷰로 썼더라구요~!!

새파랑 2021-08-19 15:26   좋아요 4 | URL
혹시 읽었어요를 안누르셨거나 별점을 안주신거 아닌가요, 경멸 들어가보니까 읽은 친구에 페넬로페님이 없더라구요

미미 2021-08-19 15:30   좋아요 4 | URL
오 저도 이게 이유라고 생각되네요!!

페넬로페 2021-08-19 15:34   좋아요 4 | URL
제가 경멸을 절판된 구판으로 읽어서 그런것 같아요~~

수이 2021-08-19 13: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페넬로페님 저도 마니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쇼님이 자세하게 알고 계십니다. 언젠가 관련 글도 쓰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 그리고 구입한 책과 빌린 책의 여부는 무관한 걸로 알고 있어요.

페넬로페 2021-08-19 14:04   좋아요 3 | URL
네, Vita님, 감사합니다.
언젠가 쇼님의 서재에서 본 적이 있는것 같은데 다시 가서 자세히 읽어봐야겠어요~~

다락방 2021-08-19 14: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빌린책과 구매한 책으로 마니아 등록여부가 결정되지는 않고요, 그 책에 대해서 다른 분들의 글까지 포함하여 일정점수가 있어야만 마니아로 등록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위의 vita 님의 댓글처럼 syo 님의 서재에 가시면 알 수 있으실 거에요.

페넬로페 2021-08-19 14:05   좋아요 3 | URL
아, 그렇군요^^
생각보다 참 복잡하군요 ㅠㅠ

미미 2021-08-19 15:2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귀여우심요~♡ㅋㅋㅋㅋ😳😆
(그냥 마니아 됨 좋아하는 1인)

페넬로페 2021-08-19 15:30   좋아요 5 | URL
ㅍㅎㅎ~~
제가 뭐 마니아에 집착하는 그런 쪼잔한 사람은 아닌데 뭐든 열심히 썼는데 어떤것은 안 올라가니 좀 섭섭해서요~~
쇼님 서재 다시 다녀왔는데 페이퍼에 많이 올려야겠더라고요^^

독서괭 2021-08-19 15:48   좋아요 6 | URL
@페넬로페님 쪼잔은 무슨요. 마니아순위 쟁탈전 하는 저같은 사람도 있는걸요 ㅎㅎ 다 즐거움 아니겠습니까 ㅋ 저도 전에 땡투하려고 서재친구님 이름을 찾는데 없어서 보니 구판에다가 올리신 리뷰여서 그렇더라구요~

scott 2021-08-19 16:41   좋아요 5 | URL
마니아
신빙성이 없습니다

전, 이런 저런 작가 사진 포스팅하고 나면 3-4일 후
갑자기 북플 알림에서 마니아!로 올라 갔다고 알려줌 ㅋㅋㅋ

페넬로페 2021-08-19 17:27   좋아요 4 | URL
scott님 말씀처럼 신빙성이 좀 없기는 한 것 같아요.^^

syo 2021-08-19 18:18   좋아요 8 | URL
ㅎㅎㅎ 북플의 마니아는 읽은 분이 그 책의 진짜 ‘마니아‘인지를 드러내는 데 부족하지요. 실제로 그런 걸 어떻게 측정하겠어요.

북플 마니아는 전적으로 그 책에 관해 쓴 글에 좋아요를 몇 개나 받았는지를 드러내는 척도에 불과합니다. 진정 마니아로서 그 책을 아낀다면 그 책에 대해 글을 많이 썼을 거고, 그러면 좋아요가 더 많이 붙을 거니까 추세적으로 북플 마니아와 실제 마니아 사이의 연관성은 있을 수 있겠지만,

진짜 그 책을 아끼는 분이 정성껏 페이퍼 리뷰를 막 10개를 썼대도 좋아요를 5개씩만 받으셨다면, syo같은 잡놈이 나타나 페이퍼에다 책만 띡 올리고 아무 말도 써놓고 좋아요 60개 받아버리면 북플은 syo가 그분보다 앞선 마니아라고 여깁니다.

여러분들 말씀대로 이건 큰 의미 없다는 뜻이지요.

반유행열반인 2021-08-19 15:5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별점을 꼭 주셔야 하고 3점 이하로 주시면 아무리 많은 좋아요를 받고 반복해서 리뷰, 페이퍼를 올려도 마니아에 올라가지 않아요 ㅎㅎㅎ

페넬로페 2021-08-19 17:04   좋아요 4 | URL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혜윰 2021-08-19 15: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알라딘 시스템에 모르는 것 투성이라 알기를 포기.....ㅠㅠ

페넬로페 2021-08-19 17:05   좋아요 2 | URL
저도 잘 몰라 한번쯤은 정확히 알고 싶어 질문드렸는데 이제야 조금 알겠어요^^

그렇게혜윰 2021-08-19 17: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덕분에 댓글 정독하며 이해중입니다^^

syo 2021-08-19 17:51   좋아요 11 | 댓글달기 | URL
제가 왔습니다!

장르나 작가, 시리즈 말고 그 ‘책‘의 매니아에 대해 궁금하신 거죠?
그렇다면 페넬로페님께 필요한 정보는 이렇겠네요.

1. 일단 그 책이 첨부된 페이퍼나 리뷰가 일정 개수 이상의 좋아요를 받아야 마니아가 되세요. 책 마니아는 20점을 필요로 하고, 좋아요 개당 1점입니다. 페이퍼는 기본점수 2점, 리뷰는 기본점수 5점인가를 깔고 가고, 거기에 좋아요 개수만큼의 점수를 더해서 페넬로페님의 마니아 점수가 책정됩니다.

2. 그렇게 점수가 책정이 되어도, 그 책에 별점 4개 이상을 매기시지 않으셨다면 마니아 목록에 이름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그냥 점수만 받아놓으신 상태랄까요. 점수가 날아가는 건 아니어서, 그런 경우는 별점 개수만 4개 이상으로 고쳐놓으시면 다음날 쯤 마니아 목록에 이름이 올라갑니다.

3. 아예 마니아 목록이 없는 책도 있습니다. 그 책의 마니아가 될만한 점수를 가진 사람이 5명 이상은 되어야 마니아 목록이 생성됩니다. 페넬로페님이 읽으신 책을 읽고 리뷰, 페이퍼를 쓴 분이 적다면 페넬로페님 혼자서 아무리 많은 리뷰와 페이퍼를 작성해도 그 책의 마니아 목록 자체가 생성이 안 되기 때문에 마니아가 될 수 없지요.

그러니까 페넬로페님께서 마니아에 등록되지 않은 이유는 아마

1. 점수가 20점이 되지 않아서
2. 별점을 3개 이하로 매겨서
3. 그 책 자체가 아직 마니아를 거느릴만큼 많이 읽히고 글로 써지지 않아서

셋 중에 있겠습니다. 페넬로페님께서 좋아요가 20점보다 모자랄 일은 없을 듯하니 아마 2번 아니면 3번 이유가 아닐까요?


페넬로페 2021-08-19 18:00   좋아요 4 | URL
syo님의 말씀처럼 3번이 가장 유력할 수 있겠어요. 전 3번의 조항이 있는 줄도 몰랐어요. 최근에 몇 달전에 쓴 책의 마니아 등록이 된 적이 있거든요, 아마 그래서 그런것 같군요^^
일목요연하고 상세한 답변에 감사드립니다♡♡♡

그렇게혜윰 2021-08-19 18:04   좋아요 3 | URL
무슨 책이셨을까요???

페넬로페 2021-08-19 18:06   좋아요 2 | URL
그렇게해윰님, 그럼 도대체 이 시스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ㅠㅠ

syo 2021-08-19 18:10   좋아요 4 | URL
ㅎㅎㅎㅎ 빌리고 사고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럼 연 수백 권의 책을 빌려서 읽는 저는 마니아 망했겠지요? ㅎㅎ

<경멸>이 문제라면, 페넬로페님께서 읽으신 <경멸>과 새파랑님께서 읽고 마니아 등록되신 <경멸>이 다른 판본이어서 그런 것 아닐까 싶은데요. 같은 작가의 같은 작품이라도 검색했을 때 따로 뜨는 책들은 마니아 목록이 따로 형성됩니다.

그렇게혜윰 2021-08-19 18:12   좋아요 3 | URL
제가 쓴 댓글이 제눈에만 지워진 ㅠㅠ 경멸은 제가 다른 분 글이랑 헷갈린 듯......혼란을 일으켜 죄송해요. 그 책이 아니실 거 같아요 ^^;;;;;

독서괭 2021-08-20 07:01   좋아요 1 | URL
우와 syo의 정체는 알고보니 북플개발자였던 것이다… 좋아요 몇개 받는지가 들어가는 것도 전혀 몰랐어요. 아니 그럼 내가 아무리 잭리처 열심히 읽어도 내 한권이랑 2.3위님의 한권이랑 점수가 다르다는 거잖.. (시무룩)

그렇게혜윰 2021-08-19 18: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보니 마니아가 예전엔 1번째였는데 내려가기도 하는건가? 새삼 관심을 가져 봅니다^^;;;; 전 다 이해가 안 가요 싹다 ㅋㅋㅋㅋㅋ

syo 2021-08-19 18:11   좋아요 5 | URL
ㅎㅎㅎㅎ 마니아 순위가 내려가시는 것은 아마도 혜윰님보다 마니아 점수가 더 높은 분이 나타났기 때문이지요.

그렇게혜윰 2021-08-19 18:13   좋아요 4 | URL
전 막연히 1번째가 순서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보니 순위였다는 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8-20 00:32   좋아요 2 | URL
ㅋㅋ저도 첨엔 그 숫자가 마니아 순서인 줄 알아서 숫자에 관심도 없었는데, 마니아 1등 쟁탈전도 하시더라구요~ㅋㅋㅋㅋㅋ

han22598 2021-08-20 05: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걸 주최측에서 알려주면 좋은데, 알라딘 유저들끼리 파악해서 알아간다는데...진짜 재밌네요.
알라딘 관리자들이 이 글을 읽어주시길 ㅎㅎㅎ

페넬로페 2021-08-20 09:03   좋아요 2 | URL
그러게 말이예요.
알라딘 서재뿐만 아니라 다른것에 대해 궁금해 뭔가 질문하면 항상 답변은 좀 불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도 우리들끼리 이렇게 질문할 수 있고, 모두 다 친절하게 대답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레삭매냐 2021-08-21 13: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기서는 우리끼리
다 해 먹습니다.

불친절한 알라딘 씨!

페넬로페 2021-08-21 21:21   좋아요 1 | URL
그니까요~~
그래서 알라딘 서재 친구들이 너무 고맙고 존경합니다.^^

페크pek0501 2021-08-21 17: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의 경우엔 제가 마니아라고 북플에 떠서 그 책을 확인하니 제가 모르는 책도 있었어요.
이럴 때 저는 알라딘의 오류로, 생각하곤 합니다. ^^ (아, 이건 다른 이야기인가?) ㅋ

페넬로페 2021-08-21 21:23   좋아요 2 | URL
페이퍼에 책을 올리면 마니아가 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syo님의 말씀처럼 글을 일일이 다 읽지는 못하니 책이 올라오면 자동으로 마니아로 등극되는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