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아파트 상가에는 연중무휴, 12시까지 영업을 하는 마트가 있다. 늦은 밤 갑자기 뭔가가 필요할 때, 난 편의점보다는 그 마트로 달려간다.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그 곳은 물건의 종류도 다양하고 사장님이 무척 친절하시다. 그날은 밤늦게 맥주를 마시고 싶었다. 집에서 입는 옷 그대로에 패딩과 마스크만 걸치고 잽싸게 내려갔다. 많은 종류의 맥주가 있는 진열대 앞에서 무엇을 고를까 고민하고 있는데, 마스크도 쓰지 않은 한 노인이 들어왔다. 그는 내 옆으로 와서(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난 그 노인에게서 진한 술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패트병에 든 소주 두 병과 막걸리를 집어 들고는 얼른 계산을 하고 나갔다. 캔맥주 하나와 과자를 고른 내가 카운트로 가서 계산을 하면서 사장님께 이렇게 말했다.

 

방금 그 노인분은 이미 술을 많이 마신 것 같은데 또 저렇게 술을 사 가시네요

 

내 말을 듣자마자 평소 말수가 없는 사장님이 나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마트의 고객 중에 세 명 정도 저렇게 술을 많이 사 간다고 했다. 그들은 항상 술에 절어 있으며 알코올 중독이 의심될 정도라고. 그 중 한 사람은 젊은 남자인데 얼마 전 그의 어머니가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하셨다고 했다. 사장님은 그들에게 술을 팔 때마다 깊은 고민에 빠진다고 말했다. 그냥 모른 채 하며 그들에게 술을 파는 게 옳은지, 아니면 자기가 나서서 술을 그만 마시라고 말을 해야 하는지 항상 헷갈린다고 했다. 봇물 터지듯 나에게 쏟아내는 그의 말들에서 그동안 사장님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게 되었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 그 자체를 들여다보는 그의 따뜻한 마음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권여선의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봄밤에서 영경과 수환 부부는 중증 알코올 중독자로, 류머티스 환자로 같은 요양 병원에 입원해 있다. 금단 증상으로 괴로워하는 영경에게 수환은 외출하고 오라고 한다. 그녀가 바깥에 나가는 것은 술을 마신다는 것을 의미한다. 벚꽃이 핀 봄밤에 한 잔만 마시리라고 다짐한 영경은 며칠 동안 술을 마시고 의식 불명인 채 다시 요양 병원으로 실려 온다. 그동안 수환은 숨을 거두고 기억을 완전히 상실한 영경은 남편의 죽음도 알지 못한다.

 

[몸을 지탱하려면 하루에 적어도 반 리터의 독주가 필요했다. -p170

 

그는 속을 달래주는 해장술을 마신 후에야 간신히 다시 몸을 추스를 수 있었다.

-p171

 

쿠포에게는 오직 한 가지 특효약밖엔 존재하지 않았다. 하루에 반 리터의 독주는 배를 몽둥이로 후려치듯 강렬한 자극을 주어 그를 다시 일어서게 해주었다. -p255

 

그러는 동안 쿠포는 웅얼거리듯 신음을 했다. 전날보다 고통이 심한 듯 보였다. 이따금 끊어지는 신음은 그가 온갖 종류의 고통을 겪고 있음을 짐작게 했다. 수천 개의 바늘이 몸을 콕콕 찌르는 것 같았다. 또한 묵직한 무언가가 몸 곳곳을 짓눌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차갑고 축축한 짐승이 허벅지 위를 기어 다니면서 송곳니로 살을 물어뜯는 느낌이었다. 또 다른 짐승들은 그의 어깨에 매달려 발톱으로 등 거죽을 벗겨냈다. -324]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 2권에서 제르베즈와 쿠포는 빠르게 밑바닥으로 추락한다. 그들을 끝없는 지옥으로 인도하는 것은 이다. 멈출 줄 모르고 갈 데까지 가는 술의 향연으로 폭력이 난무하고 가족과의 불화가 시작된다. 그리고 점점 포기하고 기대하지 않고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무기력한 삶이 이어진다. 쿠포가 술만 마시지 않았다면 랑티에를 집으로 끌어들이지 않았을 것이고, 나나는 거리의 여자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죽음 직전의 섬망 상태에 빠진 환자(친척)를 본 적이 있다. 평생 알코올 의존증으로 여러 병을 앓다가 마지막을 앞둔 분이었다. 비명을 지르고, 헛소리를 하며 며칠 동안 괴로워 입술을 깨물어서 입술 전체에 피멍이 들어 있었다. 그분의 그런 모습을 본 순간 난 눈물이 터져버렸다. 그 모습에 무너져버렸다. 설사 그 사람이 살인자였더라도 그런 모습을 보면 그냥 울어버릴 수밖에 없다. 그런 모습이기에 수환은 영경을 밖으로 내 보냈고, 제르베즈는 어쩔 수 없이 쿠포를 포기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가며 나 역시 점점 그들을 체념의 상태로 바라보게 되었다. 나도 그들에게 무기력해졌다.

 

열쇠업자 비자르역시 술을 마시는 사람이고, 술만 마셨다하면 폭력적인 짐승이 된다. 그의 폭력으로 비자르 부인이 죽었고, 여덟 살인 딸 랄리에게도 채찍을 휘두른다. 그는 결국 랄리마저도 죽음으로 내몬다. 죽음 직전에 이르러서도 랄리는 성녀와 가시관을 쓰고 수많은 채찍질을 견딘 예수의 모습을 보인다. 한 번씩 이런 글을 읽을 때, 난 남자 작가들을 이해할 수 없다. 왜 그들은 여성에게 극도의 고통을 이겨내면서도 선하고 천사 같은 성녀의 역할을 맡길까? 그것도 그 어린 어린아이를 통해서. 그런 건 가능하지 않다

 

 

 

에밀 졸라는 결혼, 죽음에서 귀족, 부르주아, 상인, 서민, 농부의 결혼과 죽음을 비교하며 서술한다. 사람에게 주어진 환경은 중요하고 많은 영향을 끼친다. 각자의 환경에서 사람의 삶은 비슷하고 아무리 발버둥쳐도 거기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클레망스는 이제 서른 살이다. 그동안 아이 세 명을 기르느라 금발 머리는 누렇게 변했고 얼굴도 많이 상했다. 발랑탕은 술에 절어 생활했다...봉급날이면 목수는 술에 잔뜩 취했고 호주머니는 비었다...아내는 남편을 찾으러 술집에 가는 횟수가 늘어났다. 그러다 자신도 담배 연기 자욱한 술집 탁자에 걸터앉아 술을 홀짝거렸다.

-‘결혼, 죽음’, 서민의 결혼 중에서, p60~61

 

가난이 장롱을 온통 비워버렸다. 옷이라는 옷은 모두 싸구려 전당포에 맡겼다...요새는 부부가 구석에서 돗자리를 깔고 자는데 개도 마다할 돗자리다....모든 것이 모자랐고 생기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빈민 구제소는 항상 기차가 떠나버려야 도착한다면서 모리소는 허탈하게 웃었다....비참함과 초상으로 덮인 들판, 파리 외곽의 추위와 배고픔으로 가득 찬 시체들 때문에 힘겹게 땀 흘리고 질질 끌리며 황량해진 들판.

-‘결혼, 죽음’, 서민의 죽음 중에서, p106~114]

 

모든 것을 잃은 제르베즈는 자신이 사는 초라한 공통주택을 바라본다. 그녀는 자신이 그곳에서부터 추락을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빈곤한 노동자들끼리 살아가는 초라한 곳에서 콜레라와 같은 가난은 전염되고 만다(p308)’ 고 믿는다. 결국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목로주점의 서문에서 작가는 내 소설 속 인물들은 본디 성정이 나약한 것이 아니라, 배움이 부족하고, 거친 노동과 비참함이 지배하는 환경 때문에 망가진 것뿐이다. 부디 나 자신과 내 작품들에 터무니없는 끔찍한 혹평을 퍼붓기 전에, 무엇보다 전부를 읽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주기를 바란다.(p8~9)'고 당부한다. 그들을 보며 포기하고 체념하는 나 자신에게 작가가 보내는 이 강렬한 당부가 다시 나를, 일으키고 일깨웠다.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라고, 희망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족속들이라 넘겨짚지 말고 그들을 똑바로 바라보고, 그들 속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우리나라의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스.로마 신화나 서사시에서는 신과 사람의 이름 앞에 의미가 있는 단어를 붙인다. 보통 신의 이름 앞에는 행복한이란 단어가 붙는다. 신들에게는 고통이 없다. 그저 마음 내키는 대로 살면 그만이다. 사람의 이름 앞에는 아버지의 이름이 따른다. 가령 아트레우스의 아들 아가멤논같이 표현된다. 그러나 트로이 전쟁에서 그리스 연합군에게 패하고 트로이아의 유민을 이끌어 새로운 나라를 세워야하는 의무를 지닌 아이네아스의 이름 앞에는 경건’, ‘성실’, ‘정직’, ‘아버지라는 단어가 붙여져 있다. 여기에서 경건이라는 것은 신들 특히 조국의 신들과 부모 형제, 친척 및 조국에 애정을 갖고 책무를 다하는 것으로 이상적인 영웅이나 지도자가 되려면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덕목이다(아이네이스, 숲출판사, p442) 지금 현재 너무나 어려운 현실에서, 우리는 이름 앞에 어떤 단어가 붙는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가? 그저 이 사람이 미우니 그냥 무조건 다른 사람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고 안일한 발상이다. 난 적어도 새로운 대통령이 제르베즈 같은 노동자와 랄리 같은 어린이를 유심히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날 것 그대로, 사실적으로 사회와 인물을 묘사한 작가 에밀 졸라는 민중을 처음으로 묘사한 소설을 썼다는 것으로 이미 대단하다. 그 시대, 그가 어떤 비판을 받았더라도 난 그의 이런 위대한 소설을 읽는 것 자체로 그를 존경한다.

 

[죽음은 제르베즈가 자초한 비참한 삶 속에서 마지막까지 조금씩 그녀를 침범해왔다. 심지어 제르베즈가 어떻게 죽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추위 때문에 얼어 죽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죽음은 빈곤함과 불결함 그리고 삶의 고단함으로 인한 것이었다....그러던 어느 날 아침 복도에서 악취가 풍겼고, 사람들은 이틀 전부터 제르베즈가 보이지 않았음을 떠올렸다. 그리고 계단 밑 골방에서 이미 시퍼렇게 변해버린 제르베즈의 시신을 발견했다.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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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2-17 06:5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재명이든 윤석열이든 도덕성 면에서는 이미 어느 누가 낫다고 판단할 지점을 넘어선 것 같습니다. 경제 발전과 코로나 회복이 중요하긴 하지만 약자와 소수자를 배제하고 혐오하는 선동으로 몰고 가는 건 참기가 어려워요ㅠ 여전히 고민중입니다

페넬로페 2022-02-17 13:35   좋아요 3 | URL
저도 같은 생각이예요~~
이번만큼 선택이 어려운 대선은 없었던 것 같아요 ㅠㅠ

Falstaff 2022-02-17 07:46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도 월요일에 술에 관한 독후감을 올릴 터인데, 너무 멋있게 쓰셔서 기가 팍! 죽었습니다. 물론 아주 짧게 쿠포의 이름도 거론을 합니다.
(한 번 더!) 음메, 기죽어! ^^;;;

페넬로페 2022-02-17 08:45   좋아요 6 | URL
저는 이제 ‘술‘하면 쿠포가 떠오를 것 같아요~~
월요일에 올리실 술에 관한 글,
넘 기대가 됩니다^^

mini74 2022-02-17 07: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정말 잘 읽었어요 페넬로페님 생각이 많아집니다 ㅠㅠ

페넬로페 2022-02-17 08:46   좋아요 4 | URL
네, 저도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고 암담하기도 하고, 맘이 참 아팠어요^^

미미 2022-02-17 08: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시누이네도 참 인간성이 악랄했죠.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다양한 성격과 행동에 지루할 틈이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쿠포의 고통에 관한 묘사... 무시무시했고요. 페넬로페님 깊이 있는 리뷰 항상 고맙습니다.~♡

페넬로페 2022-02-17 08:52   좋아요 5 | URL
사실적으로 쓴 소설중에 이렇게 지루하지 않은 소설은 처음이었어요~~러시아 작가들의 소설은 사실 좀 지루한 면이 있잖아요^^
저도 로리외부부에 대해 많이 생각했고 그들이 참 미웠는데 그런 환경에서 그나마 집세 내고 빚을 지지 않으려면 그렇게 살아야 하는건가요? ㅠㅠ
구제도 결혼자금을 제르베즈에게 빌려줬고 받지도 못했잖아요~~
아유 이 책에 대해 할 말이 너무 많은것 같아요^^

새파랑 2022-02-17 09:4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그놈의 술이 문제이긴 합니다. 쉽게 조절하기 힘든게 술인거 같아요. 그런면에서 <목로주점>은 제목을 잘 지은거 같아요 ㅋ 실제 저 제목이 아니었다고 본거 같은데 ㅎㅎ
사실주의 소설은 재미있으면서도 읽어가면서 괴로운 측면도 있는거 같아요. 저는 페넬로페님을 존경합니다 ^^

페넬로페 2022-02-17 14:10   좋아요 5 | URL
술이 술을 마시고 중독이 되어가니 정말 문제인것 같아요.
저는 목로주점을 가요의 제목으로 알고 있는 세대라서 목로주점이란 단어에 좀 낭만적인 감성을 지니고 있었어요 ㅎㅎ
이 책 읽으며 괴로웠고 속상했고 먹먹했어요^^

coolcat329 2022-02-17 11: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목로주점을 읽다가 봄밤이 떠오르셨군요.
저도 알콜중독하면 권여선의 봄밤이 생각나요. 페넬로페님 덕분에 목로주점이 더욱 기대되고 재미있을거 같아요~

페넬로페 2022-02-17 14:12   좋아요 3 | URL
네, ‘봄밤‘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소설이거든요~~
알콜중독도 그렇지만 두 사람의 사랑이 넘 좋았어요^^
쿨캣님의 ‘목로주점‘ 감상 궁금합니다^^

그레이스 2022-02-17 12: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모임이 끝났으니 리뷰 쓸 일만 남았는데, 머리가 하얘진 느낌입니다. 약간의 각성과 함께 ^^~
전 좀 묵혀 두었다가 2,3일 내에 ....

페넬로페 2022-02-17 14:12   좋아요 3 | URL
멋진 리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프레이야 2022-02-17 12: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 사려깊고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졸라가 친했던 세잔과 나빠지면서 세잔의 용기없음을 지적했다던 말이 생각납니다. 우리 대개가 그렇듯.

페넬로페 2022-02-17 14:14   좋아요 5 | URL
세잔이 졸라의 ‘작품‘ 을 읽고 결별을 선언했다고 하는데 소설의 내용이 궁금하고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 영화도 보고 싶어요^^

희선 2022-02-18 01: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해도 자기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마음을 술로 달래다니, 빠지면 더 헤어나지 못하는 게 술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마음도 알아줘야 할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사람은 지금 시대에도 많네요 술이 아닌 다른 데 빠지는 사람도 있고...

정치 하는 사람이 일하는 사람과 어린이를 잘 들여다 보면 좋겠네요 선거가 있을 때만 그런 거 말하지 말고, 선거가 끝난 다음에도... 그런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겠지요


희선

페넬로페 2022-02-18 10:46   좋아요 3 | URL
술이란게 개인의 의지로 조절되면 좋은데 일단 중독되면 그것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 시대나 지금이나 술을 마실수밖에 없게 내모는 이 사회도 문제가 많고요~~
열심히 살아도 결국 그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면 체념하고 무기력해지는게 당연한거 같아요^^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모든 국민이 잘 살 수 있는 정치를 하면 좋겠어요**

2022-02-18 0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8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22 0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22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감 2022-02-20 15: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편의점 사장님의 입장이 참 난감하겠어요. 저러다 일이라도 나면 내가 판매한 술 때문일 것 같잖아요... 어쩌면 제르베르도 쿠포에게 그런 입장이지 않았을까 싶어져요. 술이 남편을 무너뜨리는 걸 알면서도 남편에겐 술 밖에 없다는 걸 아니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나저나 이 책을 쓰고 노동자들과 하층민한테 욕 무지 먹었다죠! 그러고도 마카르 총서를 스무권이나 계속 썼다는게 전 좀 놀랐어요. 만약에 국내 모 작가가 서민들의 민감한 이슈를 소설로 쓴다면 그걸로 작가인생 끝날지도 모르는데 말이에요..ㅎㅎㅎ

페넬로페 2022-02-20 15:43   좋아요 4 | URL
술을 판매하는 분의 입장에서는 그런 갈등을 매번 겪을 것 같아요. 근데 술을 사는 사람은 이곳에서 제지당해도 다른 곳에 가서 사면되니 본인의 의지없이는 술을 끊기가 쉽지 않을 듯 해요. 에밀 졸라가 이렇게 욕을 먹어도 20권이나 책을 썼다는 게 참 대단해요.
그로서는 그 당시 사회를 그대로 알리고 싶은 맘이 커서 그럴 수 있을것 같고 후대에 그의 작품을 읽는 저로서는 감사할 따름이죠^^
 














내가 처음 읽은(그것도 최근에) ‘김호연 작가의 책은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이다. 매번 글을 쓰는 것이 힘들어 글쓰기에 대한 책에 관심이 많다. 제목만 보고 고른 이 책은 글쓰기의 방법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글을 쓰면서 겪은 실패와 좌절,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작가의 연대기였다. 시나리오, 만화 스토리, 소설 등 여러 분야에서 글을 써 오며 경험한 이야기가 있었다. 만화에 만화 스토리 작가가 존재하는 것도, 영화의 시나리오가 어떤 방식으로 쓰여 지는지도 이 책을 통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작가 지망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몇 가지 팁이 있었고, 일반 독자에겐 작가의 가난하고도 지난한 삶을 엿볼 수 있는 정도였다. 그래서 중간부터는 빨리 이 책을 넘겼지만, 김호연이란 작가가 절박하게 글을 써 왔고,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이 남아 있었다. 그 결과로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준비하고 다듬고 공들여왔기에 결실이 맺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도 이곳저곳에서 당선을 많이 경험해 보고 나서야, 당선은 운이 많이 따르는 일이고 다만 그 운을 얻을 기회가 될 수준까지 작품을 완성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P118]

 

어떤 종류의 글을 쓰든지 작가의 길은 험난하다. 책은 독자들이 읽어 주어야 하고, 시나리오는 영화로 완성되어야 한다. 그 중간에 얼마나 많은 좌절이 있는지도 안다. 하지만 끝까지 버티고 계속 써 내어야만 한다는 것 또한 진리이다.

 

[영화로 만들어지지 못한 시나리오는 과녁을 빗나간 화살이고, 시나리오 작가는 무명일 따름이다. 이름을 얻는다는 건 신용을 얻는다는 것. 그것이 바로 크레딧이고 영화가 끝나면 올라오는 글씨들이다. -‘망원동 브라더스’, 작가의 말 중에서]

 

김호연의 장편소설 망원동 브라더스8평짜리 옥탑방에 모여 사는, 우정과 애증으로 뭉친 남자들의 눈물겨운 이야기이다. 이 방의 주인인 오영준(만화가), 그의 싸부 김인수(만화 스토리 작가), 영준의 책을 내어준 출판사의 영업 부장이었던 김창경, 영준의 후배, 삼척동자 유재완이 그 구성원이다. 영준이 루저, 빈대, 기생충, 바퀴벌레들로 표현한 그들은 여러 사연으로 영준의 좁은 방에서 신세를 져야만 하는 처지이다.

 

쉽게 잘 읽히는 이 소설에서 특별한 건 주인공인 오영준 작가의 태도이다. 옥탑방이라는 그리 좋지 않은 환경에서도 그는 사람을 받아들인다. 갈 곳이 없는 사람들, 외로워 기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그는 내치지 않는다. 그들 대부분이 찌질하고 철없는 행동도 서슴지 않지만 인색하지 않고 사람의 정을 느끼게 한다. 막다른 곳에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많은 것이 아닌 조금의, 최소한의 도움이다. 그 시기만 견디면, 언제라도 일어설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 그렇지만 누구나 쉽게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아니다. 조금이면, 아주 조금이면 되는데도...

 

[그래, 루저의 푸념이다. 하지만 루저가 너무 많다. 나도, 옆의 김부장도,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석의 아버지도 모두 루저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다 지면서 살고 있다. 지면서도 산다. 어쩌면 그게 삶의 숭고함일지도 모르겠다.]




 

 오작가가 사는 8평 옥탑방은 퍼시 애들론의 영화 <바그다드 카페>와 일맥상통하는 공간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끌어안아 그 공간을 사랑이 충만한 지상 최대의 낙원으로 만들어가려는 따뜻한 시선은 각기 다른 공간을 완벽하게 같은 곳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 망원동 브라더스, 추천글, 영화감독 송해성

 

지나다니는 것은 큰 트럭뿐인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바그다그 카페’. 커피 머신은 고장나있고 모든 것이 엉망진창인 곳이다. 카페 여주인인 브렌다는 꽉 막힌 인생살이 덕분에 항상 화가 나 있다. 그곳에 육중한 몸매의 독일 여자, 야스민이 나타난다. 별로 환영받지 못한 그녀이지만, 오히려 야스민은 망원동 브라더스의 영준처럼 사람을 받아들이다.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야스민은 바그다드 카페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진정으로 마음을 연다. ‘망원동 브라더스의 사람들이 점차 자리를 잡고 다시 인생의 제 2막을 시작하듯이, ‘바그다드 카페도 변화한다. 어쩌면 사람이 잘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요인은 사람 사이의 우정일지도 모른다. 그 우정에 검은 피부, 뚱뚱한 몸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송해성 감독의 추천글로 오래전에 본 영화 바그다드 카페가 다시 보고 싶어졌다. 여러 군데를 들렀지만 왔차에만 이 영화가 있었다. 내가 왔차를 구독하지 않아 포기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마침, 26OBS, 10시에 이 영화가 상영되었다. , 이렇게 기막힌 우연이 있을까. 다시 본 바그다드 카페는 역시나 좋았다. 영화 주제곡인 제베타 스틸의 ‘Calling You'도 물론 명곡이다.

 

scott님께서 추천해 주신 바그다드 카페의 토대가 된 카슨 매컬러스의 소설 슬픈 카페의 노래도 내처 읽었다. 황량하고 세상과 동떨어진 마을에 키가 굉장히 크고, 사팔뜨기에 남자 같은 미스 어밀리어 에번스가 가게를 운영하며 살고 있다. 어느 날 그녀에게 자신이 어밀리어의 친척이라고 말하는 꼽추 라이먼 윌리스가 나타난다. 그녀는 라이먼을 사랑하게 되고 사료가게를 카페로 만든다. 그 후 이 마을이 변하기 시작한다. 그 후 미스 어밀리어와 열흘 만에 결혼 생활을 끝장 낸 마빈 메이시가 찾아온다. 그 세 사람은 한 방향으로의 사랑을 한다. 그들의 사랑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매컬리스의 사랑론에 의하면, 사랑이 신비로운 이유는 사랑이 서로 주고받는 상호적 경험이 아니라 혼자만의 것이기 때문이다(p149)” 라는 장영희 번역자의 설명으로 단번에 그들의 사랑을 받아들였다.

 

[아주 이상하고 기이한 사람도

누군가의 마음에 사랑을 불 지를 수 있다.

 

선한 사람이

폭력적이면서도 천한 사랑을

자극할 수 있고,

 

의미 없는 말만 지껄이는 미치광이도

누군가의 영혼 속에

부드럽고 순수한 목가를 깨울지도 모른다.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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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2-07 13: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바그다드 카페가 슬픈 카페의 노래를 소재로 만든 영화군요.
마침 보고 싶던 영화가 티비에 나왔다니 저도 그런 경험 있는데 참 그 순간이 놀랍더라구요.

일단 <불편한 편의점>부터 읽고 망원동은 저도 읽어 보려구요.

페넬로페 2022-02-07 16:31   좋아요 5 | URL
네, 저도 scott님께서 말씀해주셔서 알게 되었어요. 덕분에 제가 모르는 좋은 소설도 읽게 되었고요.
저도 불편한 편의점도 읽어 볼 계획이예요^^

미미 2022-02-07 13: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왓챠 구독중인데 다행이네요. 어떤 것에 빠지다보면 운명처럼 비슷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귀에 들리곤하죠.ㅎㅎ 코엘료가 우주가 돕는다고 말했던게 생각납니다. 김호연 작가 아무리봐도 호감이군요!

페넬로페 2022-02-07 16:33   좋아요 4 | URL
와, 우주가 돕는다는 말, 넘 좋아요.
정말 우주가 도와주듯이 마침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 있었어요~~
작가들의 눈물겨운 습작시절이 얼마나 힘든건지 알 수 있었어요^^

레삭매냐 2022-02-07 13: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오 <바그다드 카페>의 꼴링 유는
증맬루...
故 조지 마이클 버전으로 찾아 듣습니다.

저는 <연적>을 읽었는데
후속작인 <불편한 편의점>이 대박이
난 모양이네요 ^^

페넬로페 2022-02-07 16:38   좋아요 2 | URL
조지 마이클이 부르는 ‘calling you‘ 듣고 왔어요. 역시나 좋네요~~
연적도 읽고 싶은데 그 보다 앞선 2013년에 나온 망원동 브라더스도 2021년 기준으로 11쇄를 찍었더라고요.
이제는 완전 궤도에 오른 작가로 보면 될 것 같아요^^

그레이스 2022-02-07 14: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바그다드 카페, 슬픈카페의 노래 다 보고싶네요~

페넬로페 2022-02-07 16:39   좋아요 3 | URL
네, 둘 다 좋아요~~
여하튼 작가, 감독, 배우들, 다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mini74 2022-02-07 14: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그다드 카페. 무지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뭔가 통한다니 망원동 브라더스 읽어봐야겠어요 ㅎㅎ

페넬로페 2022-02-07 16:40   좋아요 2 | URL
다시 봐도 바그다드 카페가 좋더라고요~~은근히 책과 영화가 통합니다 ㅎㅎ

독서괭 2022-02-07 15: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슬픈 카페의 노래> 담아갑니다. 바드다드 카페 많이들 좋아하시는데 전 잘 모르는 영화네요~ 담고 있는 의미가 좋아 보입니다.
페넬로페님도 글쓰기가 매번 힘드셨나요!! 왠지 위로를 얻습니다ㅎㅎ ^^;

페넬로페 2022-02-07 16:43   좋아요 3 | URL
영화가 1993년에 나왔으니 어느정도 연식이 있어 젊은 독서괭님께서는 잘 모를수도 있을것 같아요~~영화가 희망적이라 더 좋았어요.
그럼요, 저는 글쓰기가 매번 힘든 사람이예요 ㅠㅠ

새파랑 2022-02-07 19: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끝까지 버티는게 중요하다˝는 어느 곳에든지 적용 가능한 진리인거 같아요~!! 끝이라는게 잘 안보여서 문제지만요 ㅎㅎ 페넬로페님처럼 글 잘쓰시는 분도 글쓰기 고민을 하시는군요. 이 글도 너무 멋져요 ^^

페넬로페 2022-02-07 20:20   좋아요 2 | URL
정말 그게 진리인것 같아요. 그렇게 악착같이 버텨야하는데 그게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저는 항상 글쓰기를 어려워해요.
서재에서 1일1리뷰 쓰시는 분들을 존경하고 애정합니다. 용기 주셔서 감사해요^^

stella.K 2022-02-07 20: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멋, 그런 우연한 행운잇!! 너무 좋으셨겠습니다.
그 영화 아무데서나 안 하나요?
오래 전 고리짝 시절에 ebs에선가 어디서 했는데 좀 독특한 느낌이라
나중에 보지 뭐. 그래놓고 여태 못 보고 있었습니다. 아깝네요.ㅠ
하긴 뭐 봐도 제대로 보지도 못했을 겁니다. TV보다 정신줄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라.ㅋㅋ
책이라도 봐야겠네요.
저 <망원동 브라더스> 보니까 천명관의 <나의 삼촌 브루스 리>랑 뭔가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ㅋ

페넬로페 2022-02-07 22:45   좋아요 3 | URL
네, 정말 10시에 그 영화를 상영한다는 걸 알았을 때 소름 돋았어요. 이 책이 나의 삼촌 부루스 리와 실패와 좌절을 담은 것이 닮았는데 천명관 작가의 소설보다는 가벼운 것 같아요~~

책읽는나무 2022-02-07 21: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카페는 다 좋아요ㅋㅋㅋ
바그다드 카페 그리 좋다던데 못봐 아쉬웠었는데 왓챠 결재했을 때 검색하다가 와~ 하면서 봤었거든요. 처음엔 뭘까? 갸우뚱 하면서 봤는데 점차 보다 보니 왜 좋은지 알겠더군요~^^
아...이 책 무척 재밌을 것 같군요!!
근데 저도 스텔라 케이님처럼 망원동 브라더스 천명관 작가껀 줄 알았어요. 저도 똑같이 나의 삼촌 브루스 리를 떠올렸어요ㅋㅋㅋ
저 그 책 진짜 킥킥 거리며 재미나게 읽었었는데~^^

페넬로페 2022-02-07 22:47   좋아요 3 | URL
맞아요, 카페는 다 좋아요 ㅎㅎ
영화 바그다드 카페가 약간 호불호가 있을 것 같은데 저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이 좋더라고요~~
나의 삼촌 부루스 리는 분량이 많은 소설인데 저도 단숨에 읽은 것 같아요^^

서니데이 2022-02-07 2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그다드 카페는 오래전 영화긴 하지만, 포스터 사진을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래전 같아요.
김호연 작가는 요즘 불편한 편의점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자주 보이는 것 같고요.
잘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좋은 밤 되세요.^^

페넬로페 2022-02-08 00:02   좋아요 3 | URL
네, 93년 영화니까 거의 30년이 된 오래된 영화죠~~포스터가 암시하는 게 있을텐데 더 생각해봐야겠어요^^
불편한 편의점, 완전 대박난 것 같더라고요**

모모 2022-02-08 00: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을 읽고도 사람마다 느낀 점이 다른게 재미있네요. 페넬로페님의 글은 읽은 책을 자근자근 씹어 먹고 충분히 소화한 상태에서 나오는 은은한 맛이 느껴집니다. 무겁지 않은 책 일텐데도 말이죠^^

페넬로페 2022-02-08 00:30   좋아요 4 | URL
나이가 들어가며 책을 쉽게 빨리 읽지 못하고 천천히 읽게 되었어요.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음미하는 시간이 많은 것 같아요. 망원동 브라더스는 오래간만에 쉬지 않고 주욱 읽은 책입니다. 가독성이 좋더라고요^^
모모님!
확진자가 많이 늘고 있어요.
항상 건강 조심하시고 편안한 밤 되시길 바래요^^

희선 2022-02-08 00: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 책 《불편한 편의점》에도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편의점 주인이 나와요 자신이 편의점을 하기보다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한테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편의점을 해요 《망원동 브라더스》는 여덟평짜리 옥탑방에 있게 해주는군요 갈 곳이 어디도 없는 사람한테는 그곳도 좋겠지요 <바그다드 카페> 영화 보고 싶을 때 마침 보셔서 좋으셨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02-08 00:55   좋아요 3 | URL
‘불편한 편의점‘은 잘 때 오디오북으로 듣고 있는데 이 소설 역시 따뜻한 것 같아요. 근데 오디오북이 자장가라 듣다가 금방 잠들어버려요 ㅎㅎ
기회되면 바로 읽어야겠어요^^
딱 보고 싶을 때, 영화 볼 수 있어 넘 좋았어요~~

모모 2022-02-08 00: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또한 그래요. 맘 같아서는 사다놓은 책들 쓱싹 해치우는 시원함을 맛보고 싶은데 현실은, 그게 안되네요ㅠ
김호연 작가 책은 거의 다 읽었는데 지니고 있는 건 망원동 형제들 뿐이네요^^
밀접 접촉자라 재택중이었는데...
건강 잘 챙기시길요~

페넬로페 2022-02-08 00:58   좋아요 4 | URL
모모님, 김호연 작가의 책을 다 읽으셨군요~~저도 기회되면 한 권씩 읽고 싶어요^^
확진자와 접촉하셨지만 그래도 코로나에 감염되지는 않아 다행입니다~~

2022-02-08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08 0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0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0 0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22-02-10 00: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스크롤 내리다가, ‘얼마만에 보는 바그다드 까페 포스터인가?;하며 귓가에 환청으로 들리는 노래를 들었는데 ˝Calling You˝ 였군요! 제목조차 잊을 뻔 했어요.


페넬로페님 말씀하신대로 기막힌 우연으로 다시 보기하셨으니, 더욱 오래 기억하시겠어요^^
저도 페넬로페님 덕분에 늦은 이밤 ˝calling you˝ 덕분에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페넬로페 2022-02-10 11:11   좋아요 3 | URL
정말 기막힌 우연으로 다시 이 영화 감상했어요. 한 때 제가 ‘calling you‘ 이 노래 엄청 들었거든요~~영화도 음악도 역시 좋았습니다.
얄라알라님, 이름에 북사랑을 지워셨더라고요~~
담에 그 이유 듣고 싶어요^^

scott 2022-02-15 2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루키옹이 아주 좋아하는 작가 중에 한 명이 카슨 매컬러스 입니다(여러권 직접 번역도 함)

<결혼식 멤버 >
사 알짝 추천 함요 ^ㅅ^

페넬로페 2022-02-16 02:09   좋아요 1 | URL
하루키 작가가 번역도! 했군요~~
카슨 매컬리스 작가의 개인적 이력도 평범하진 않더라고요^^
네, 결혼식 멤버도 읽어 볼께요**
 

아주 이상하고 기이한 사람도
누군가의 마음에 사랑을 불 지를 수 있다.

선한 사람이
폭력적이면서도 천한 사랑을
자극할 수 있고,

의미 없는 말만 지껄이는 미치광이도
누군가의 영혼 속에
부드럽고 순수한 목가를 깨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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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2-06 22: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장영희 교수님이 번역하신 책인가요. 출간된 지 시간이 조금 지났네요.
그래도 품절되지 않아서, 살 수 있는 책이라서 좋은 것 같습니다.
페넬로페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밤 되세요.^^

페넬로페 2022-02-07 00:05   좋아요 3 | URL
네, 고 장영희교수의 번역이라 더 기대가 되었어요~~
서니데이님, 날씨가 많이 추워요^^
이제 조금만 견디면 추위가 물러날 것 같아요~~
다음 한 주에도 건강하시길 바래요^^

얄라알라 2022-02-10 01: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장영희 선생님....그립습니다. 장왕록 교수님 번역으로 펄벅 책을 읽었는데 장영희 교수님 번역작품은 읽어 본 일이 없네요. 이 책 잘 담아놓고 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페넬로페 2022-02-10 11:14   좋아요 1 | URL
저는 고 장영희 선생의 ‘문학의 숲의 거닐다‘ 를 넘 좋게 읽었어요. 번역도 많이 하신걸로 아는데 번역보다는 그녀의 산문이 더 좋았다는 느낌이 살짝 들었어요~~
얄라알라님, 이 책으로 좋은 독서되시길 바래요^^
 

오래 전 보았던 영화, 《바그다드 카페》
이 소설이 그 영화와 일맥상통한다니 대충 그 분위기를
알 것 같다














다들 연체된 인생이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내일을 향해 조금씩 걸어가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치명적으로 술을 부른다

작가는 구질구질한 세상을 기분좋게 웃으며 건너가는 법을 알고 그것을 소설로 묘파해냈다. 실로 고수의 솜씨다.

오작가가 사는 8평 옥탑방은 퍼시 애들론의 영화 <바그다드 카페>와 일맥상통하는 공간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끌어안아 그 공간을 사랑이 충만한 지상 최대의 낙원으로 만들어가려는 따뜻한 시선은 각기 다른 공간을 완벽하게 같은 곳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자기 개발서를 읽는 건 자기를 주도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냥 읽고 있으면 면죄부가 생기는 느낌.
자본주의 사회의 성경이 바로 이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자기 개발서대로 살진 않는다. 그건 성경 말씀대로 살진 않지만 천국에 간다고 믿으며 성경을 읽는 사람들의 심리와 비슷한 거다.

그래, 루저의 푸념이다. 하지만 루저가 너무 많다. 나도, 옆의 김부장도,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석의 아버지도 모두 루저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다 지면서 살고 있다. 지면서도 산다. 어쩌면 그게 삶의 숭고함일지도 모르겠다.

옛날에 공자님 말씀 중에 ‘덕불고 필유린‘이라고 했어. 덕이 있는 자는 결코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는 말이야

지난 몇 개월, 함께 먹고 자다시피 한 이 빈대 기생충 바퀴벌레들......같지만, 사실 ‘입구멍‘이라는 식구.그동안 이들을 미워하고 꽁했던 내 소갈머리는 뜨거운 태양에 소독되고 시원한 파도에 세탁되고 있다.

사랑은 어떻게 오고 어떻게 가는가? 어떻게 오고 간 것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나? 사랑에 대한 서로의 정의가 다르다면 그것은 사랑인가, 아닌가? 인생에서 가장 적절한 순간에 다다른 사랑이란 게 있을까? 아니면 적절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라는 게 있을 수 있을까?
사랑도 인생도 타이밍이다.

영화로 만들어지지 못한 시나리오는 과녁을 빗나간 화살이고, 시나리오 작가는 무명일 따름이다. 이름을 얻는다는 건 신용을 얻는다는 것. 그것이 바로 크레딧이고 영화가 끝나면 올라오는 글씨들이다. 지인들에게 그 글씨를 보여주고 싶었으나, 쉽지 않았다.

나는 이 느긋하게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쓰고 싶어졌다.

나는 스토리텔러다.
10년 넘게 이야기를 써오며 배우고 또 배우는 것이 있다면 바로 ‘진실을 이야기에 담는 기술‘이다. 진실과 상관없이 기발한 이야기는 많지만 그것은 나를 감동시키지 못한다. 다른 기술들은 금세 배울 수 있지만, 진실을 담는 기술은 배웠음에도 숙달되지 않는 ‘늘 새로운 도구‘다. 이 새로움이 내 삶을 돌아보게 한다. 내 삶을 수시로 해체하여 떨구어진 벽돌들을 모아 이야기라는 집을 짓다 보면 언젠가는 나만의 스타일을 장착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또 쓸 뿐이다.

ㅡ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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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2-04 23: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로를 이해하고 끌어안아 그 공간을 사랑이 충만한 지상 최대의 낙원]
영화 <바그다드 카페> 커피머신은 고장 난 지 오래고, 먼지투성이 카페의 손님은 사막을 지나치는 트럭 운전사들뿐...
이 작품에 토대가 된 카슨 맥컬러스의 ‘슬픈 카페의 노래(The Ballad Of The Sad Cafe) 사알짝 추천 합니다 ^ㅅ^

페넬로페 2022-02-04 23:52   좋아요 2 | URL
네, ‘슬픈 카페의 노래‘, 꼭 읽어 볼께요~~
영화도 다시한번 봐야겠어요^^

2022-02-08 0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미 2022-02-04 23: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 책 읽고계시군요~^^♡

페넬로페 2022-02-04 23:52   좋아요 2 | URL
미미님, 페이퍼 덕분에 이 책 먼저 골랐어요
밀리의 서재에 있어요
죽죽 진도 나갑니다 ㅎㅎ
 

"그렇습니다. 조심스러웠거든요." 엔필드 씨가 답변했다. "묻고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았지만, 그랬다면 아주 최후의 심판 꼴이 나고 말았을 겁니다. 하나를 물어보게 되면, 그건 돌을 굴리는 것과똑같아요. 당사자야 산꼭대기에 가만히 앉아 있지만, 돌은 구르면서 다른 돌을 굴립니다. 조금 지나면 생각지도 않던 죄 없는 사람이 자기 집 뒤뜰에서 머리에 돌을 맞아 쓰러지고, 그 가족들은 이름을 바꾸고 살아야 됩니다. 안되지요. 이건 제 생활신조인데, 금전문제로 여겨질수록 물어보지 않으려 하죠."
"아주 훌륭한 생활신조이기도 하지." 변호사가 말했다. - P18

"설명하기 쉽지 않아요. 외모가 어쩐지 이상해요.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뭔가 아주 혐오스러운 데가 있어요. 사람을 그렇게 싫어해보긴 처음인데, 그런데 통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그는 어딘지모르지만 분명 장애가 있을 겁니다. 어디 콕 집어 말은 못하겠지만기형이란 느낌이 강하게 들더군요. 아주 남다른 외모였는데, 보통사람과 다른 점이 뭔지 정말 모르겠어요. 못하겠어요, 변호사님. 도저히 못하겠어요. 설명을 못하겠어요. 그것도 기억 안 나서가 아닙니다. 정말이지, 지금이라도 그 사람 모습은 떠올릴 수 있어요."
- P19

‘이제 나머지에 대해서도 매듭을 지읍시다." 그가 말했다. "지혜를 원하십니까? 자기 자신을 지키기를 원하십니까? 제가 이 잔을손에 들고 다른 논의 없이 당신 집에서 나가도록 하겠습니까? 아니면 탐욕스러운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당신을 맡기겠습니까? 결정하신 대로 해드릴 터이니 생각한 다음 말씀하십시오. 선생 결정에 따라 선생은 예전 그대로, 그러니까 더 부유하지도 지혜롭지도않은 상태로 계속 살겠지요. 죽음의 고통에 처한 한 인간을 도와준일이 영혼을 부자로 만들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반대로 선생이 원하기만 하면 여기 바로 이 방에서 지금 이 순간 지식의 새로운 영역, 그리고 명성과 권력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길이 눈앞에 펼쳐질 겁니다. 불신자 사탄까지 놀라게 할 경이로운 일에 눈앞이 아찔해질 겁니다."
- P93

인간의 본성이란하나로 합쳐져 있지만 원래는 선과 악 두 영역으로 분리되어 있는것이며, 그때의 내 경우는 두 영역을 나누는 내면의 고랑이 보통사람보다 더 깊었는데, 그것은 내 결점들 중의 어떤 특정한 타락 때문이었다기보다 오히려 내가 품었던 열망의 까다로운 요구 때문이었다. 이런 상태였기 때문에 나는 삶의 냉엄한 법률을 깊이 그리고습관적으로 성찰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 법률은 종교의 근원이면서 가장 흔한 고통의 원인이기도 하다. 나는 매우 심각한 이중행위자였지만 결코 위선자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내면의 두 측면 모두몹시 진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제력을 팽개치고 수치스러운일에 탐닉할 때의 내가 온전한 나 자신이 아닌 것은 대낮에 지식의 확장이나 비탄과 고통의 구제에 땀 흘리는 내가 온전한 나 자신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때마침 나의 학문적 탐구는 전적으로 신비하고 초월적인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었고, 또한 이 연구가 두 분신 사이의 영원한 갈등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해결 가능성을 크게 보여주었다. 이리하여 나는 매일매일 지성의 두 측면, 즉도덕적 측면과 지적 측면에서 점차 진리에 가까이 나아갔는데, 그러나 그 진리의 일부분을 발견한 결과 나는 무참한 파멸에 직면하고 말았다. 그 진리는 인간은 진실로 하나가 아니라 진실로 둘이라는 사실이다. - P97

나는 도덕적 측면과 나 자신의 인성 안에서 철저하면서도 시원적인 인간의 이중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즉 내 의식의영역에서 두 본성이 투쟁하고 있으며, 만일 내가 그 둘 중 어느 하니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내가 근본적으로 그 둘 모두이기 때문이란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일찍부터, 심지어 나의 과학적 발견들이 엄청난 기적의 가능성을 실제로 보여주기 전부터, 나는 선악을 분리시킨다는 생각을 달콤한 백일몽 속에서 상상하길 즐겼다. 만일 각각을 분리해서 별개의 육신 속에 집어넣을수 있다면 인생은 견딜 수 없는 저 모든 고통에서 해방될 것이라고 나 스스로에게 말했다. 만일 그게 가능하다면, 부정직한 본성은자신의 쌍둥이 형제인 강직한 본성의 열망과 가책에서 벗어나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올바른 본성은 선량한 일을 하면서 즐거움을 찾고, 더이상 이 사악한 외적 존재의 손아귀에 잡혀치욕과 참회를 해야 할 필요 없이, 자신의 상승궤도를 따라 착실하고 안전하게 걸어갈 수 있으리라, 화해 불가능한 둘이 하나의 다발로 묶인 것, 즉 고통스러운 의식의 자궁 속에서 양극단에 위치한 쌍둥이가 끊임없이 투쟁하는 것이야말로 인류에게 가해진 저주였다. - P98

우리 모두가 삶의 무거운 짐과 운명을 영원히 어깨에 지고 있으며, 벗어던지려고 하면 그것은 더욱 기괴하고 섬뜩한 무게로 우리에게 되돌아올 따름이라는 사실을 나는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 P99

이 역시 나 자신이 아닌가,
그것은 자연스렵고 인간적인 존재로 보였다. 내 눈에는 거울에 비친 이 영상이 정신적으로 더 활기차고, 
지금까지 내가 내 것이라고
습관적으로 부른 불완전하고 분열된 생김새에 비해 더욱 완전하고통일된 모습으로 보였다. 그리고 여기까지는 의심의 여지 없이 내가 옳았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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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2-03 23: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곧 지킬 뮤지컬 다시 시작 되는데!(오미크론 확산으로 어찌 될지 모르지만 ㅜ.ㅜ)

원작은 뮤지컬과 사뭇 다르면서
현대인들의 모습까지 발견하게 되는 놀라움이!ㅎㅎ
sns시대에 지킬과 하이드는 영원 불멸 ^ㅅ^

페넬로페 2022-02-04 00:05   좋아요 2 | URL
몇년 전 조승우의 뮤지컬 관람했는데 이번엔 홍광호 주연의 뮤지컬로 예매해 놓았어요. 그래서 미리 읽는데 소설 초반은 별 재미를 못 느끼겠어요 ㅎㅎ
아마 이 소설은 의미를 찾아야 제대로 읽는것 같아요^^

서니데이 2022-02-04 19: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조금 달라서 작가가 다르지 않는지 확인해보고 왔어요. 이 책은 창비에서 출간된 책이네요.
페넬로페님, 오늘은 입춘인데 날씨가 춥습니다. 따뜻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2-04 20:29   좋아요 1 | URL
작가는 똑같고 열린책들의 지킬박사와 하이드와 내용도 같아요~~
날씨가 점점 추워지네요.
서니데이님, 감기 조심 하세요^^

새파랑 2022-02-04 20: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 지킬박사가 지킬박사 이겠죠? 창비 표지는 너무 맘에 들어요 ^^

페넬로페 2022-02-04 20:28   좋아요 0 | URL
네~~
본래 이 책의 원제목이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Hyde 이네요